['NO人' 늙은 게 죄인가②] 퇴적공간에 갇힌 노인, 사그라지는 욕망

기사입력 2014-08-19 16:50 기사수정 2014-08-19 19:01

서울 탑골공원, 종묘공원처럼 인천의 자유공원, 안산의 화랑유원지, 청주의 중앙공원 등 노인들이 모여드는 곳은 주로 공원이다. 청주 중앙공원의 모습은 적막한 서울과는 또 다른 분위기다. 하루 400여명의 노인이 모여 5만~10만원씩 적지 않은 금액으로 내기 윷놀이를 하거나, 술판을 벌이고 소란을 피우는 등의 행위가 이어지고 있었다. 결국 ‘공원 내 음주소란·사행성 오락 등 불법 무질서 행위 강력단속’이라는 경찰의 현수막이 내걸리며 그들은 또 다른 테두리 안에 갇혀버렸다.

인천 자유공원 역시 노인들이 모여드는 것을 반기는 이는 거의 없었다. 지난 4월 브라보 마이 라이프 기획취재 당시 고량주 나발을 불며 길거리를 활보하는 노인을 지켜보던 김모(29)씨는 “집에 계시는 것이 적적해 나온 것은 이해하지만 술 마시고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에는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말했다. 정모(68)씨는 “젊은이들의 눈치가 안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이곳에라도 와야 바둑을 두는 사람도 있고, 말벗도 있어 외로움을 달랠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공원마다 노인들의 모습과 분위기는 달랐지만, 이들 모두 ‘그것이 있어 그곳에 간다’라는 느낌을 주지는 못했다.

기자가 안산의 한 공원을 방문했을 당시 한 노인에게 “무엇 때문에 공원으로 모이는가”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는 “그럼 공원 말고 우리(노인)가 어디에 가야 어울리겠는가”라고 되물었다. 그의 말처럼 공원만큼 노인과 어울리는 공간을 찾기란 쉽지 않다.

“젊은사람들은 노인들에게 뭐든 양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탔다가 ‘특별히 할 일 없으면, 이렇게 사람 많은 시간은 피해서 타면 안 되나. 어차피 공짜로들 타면서’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이제는 할 일 없는 노인이라는 이유로 뭐든지 뒷전으로 밀리는 거 같아 화도 나고 서운했다.”

종로3가 지하철역사에서 만난 70세 노인의 푸념이다. 그는 그나마 종로에 노인들이 몰린 곳에 오면 ‘그런 양보’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어쩌면 노인들이 공원으로 모이는 까닭은 ‘그들(노인)이 원해서가 아니라, 그들(젊은이)이 원해서’가 아닐까.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모든 욕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젊은 시절 못해 봤던 것, 더 나이 들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로 그 어느 세대보다 욕구, 아니 욕망이 넘친다. 하지만 그들의 욕구를 ‘욕심’ 또는 ‘주책’이라 말하는 젊은이들의 시선에 그들의 꿈은 점점 작아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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