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문화] 나이 59살 10년

기사입력 2016-06-14 14:50 기사수정 2016-06-22 10:53

▲힘들여 오른 길 내려갈 때는 더욱 아름다워야 한다. (백외섭 동년기자)
▲힘들여 오른 길 내려갈 때는 더욱 아름다워야 한다. (백외섭 동년기자)
100세 장수시대가 우리 앞에 활짝 열렸다. 덕분에 ‘인생은 60세부터’라는 말이 일반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곳은 건너기 싫은 강이다. '고령자'가 싫어서 59세에서 나이 먹기를 멈추고 젊은 오빠인 양 10년을 살았다. 삶길 어언 70년! 살길 30년을 아름답게 살고 싶다.

학생 시절에 읽은 어느 유명 여류작가의 ‘29세 10년’이라는 글귀가 실감 나게 다가왔다. “25세부터 노숙미를 자랑하려고 29세 행세하였으나 막상 그때가 되니 불효하는 노처녀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음부터는 나이가 겁나서 35세까지 29세로 10년을 살았다”라는 줄거리였다.

50대까지 삶은 희망이 있었다. 샛별 보고 출근하고 달을 벗 삼아 집을 찾으면서 열심히 살았다. 은퇴 후 생활이 안락하리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 너머에는 뛰어넘기 어려운 절벽이 버티고 있다. 노인생활의 문제점을 세계에서 제일 많이 안고 있는 게 한국이다. 아들보다 어린 청년들과는 취업 전선에서 맞서야 하는 기막힌 처지에 놓였다.

50대 초반 사회에서 은퇴가 시작되나 국민연금 지급은 오히려 65세로 늦춰졌다. 은퇴는 일찍 오고 복지는 오히려 늦어는 어려움에 부닥쳤다. 그래서 60대 되는 것이 매우 싫어졌다. 그냥 59세로 작정하고 살았다.

평균수명은 매년 늘어나 세계 최고수준인데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지공거사(地空居士)가 돼려면 65세 이상이어야 한다는 기준도 문제다. 한창나이를 왜 ‘고령자’라고 하는가?

지하철을 타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경로석 앞에서 서성인다. “그 자리에 앉는 것이 젊은 세대에 대한 배려다”는 이야기에 공감한다. 곤란하지 않게 알아서 처신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얼굴에는 주름이 깊어가고 행동은 굼떠졌다. 나이를 속일 수 없는 증표가 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60대 중반 은퇴 후에는 자원봉사와 사회교육에 참여하면서 보람차게 살고 있다. 도시락으로 점심을 들면서 즐겁게 자원봉사하시는 사람들도 만났다. 그들에게 숭고한 인간의 모습을 보았다.

필자는 평생교육에 참여해 사회에 공헌하는 방법을 익혔다. 이제는 사회에서 터득한 귀중한 경험을 사회에 되돌려야 할 때가 되었다. 평생교육 참여는 스스로를 발전시킨다.

평생교육도 그동안 많이 변했다. 얼마 전까지는 취미, 여가 활용 등 시니어의 은퇴 후 생활교육이 주를 이루었다. 이제는 일자리 창출, 창업 위주로 청장년 교육처럼 교육과정이 변하고 있다. 시니어도 새 삶을 찾아야 한다.

50대처럼 살아온 10년이 훌쩍 지나가고 있다. 70세로 훅 뛰어야 할 때가 다가왔다. 두려워하지 않고 새 삶을 떳떳이 맞이할 것이다. 안락한 은퇴생활만 기대하기는 너무 젊다. 30년 살길이 바로 내 앞에 있다. 희망을 설계하고 즐겁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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