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의 미학

기사입력 2016-06-29 14:50 기사수정 2016-06-29 14:54

▲나이 들어  게으름 피울 수 있는 건 큰 축복이다. (김종범 동년기자)
▲나이 들어 게으름 피울 수 있는 건 큰 축복이다. (김종범 동년기자)
오전 11시쯤, 아파트에서 내려다보는 주차장. 아직 서 있는 차 주인에게 왠지 모를 친근감이 간다

회사 다닐 때 사용하던 돋보기안경. 백수건달이 된 지금 책상 위엔 하나 더 여유로 뒹굴고 있다. 직장 나가며 갖춰 신어야 했던 구두. 긴 세월 좁은 공간 속에서 일그러진 새끼발톱. 이제는 반달 모양 만들어 주고 싶다.

잠들기와 일어나기가 내 자유. 끼니 때우기도 내 맘대로. 하고픈 짓 골라 할 수 있는 이런 호사(好事)가 오다니….

30, 40대 허둥지둥 지나간 시간들이 천천히 거꾸로 돌아가는 듯한 작은 사치. 빈둥거림의 묘한 맛. 녹슬지 않을 만큼의 게으름으로 시간 허비가 아닌 세월의 달콤함 맛보고 싶다.

젊음이 필자 노력으로 얻은 것이 아니었듯 늙어감 또한 필자가 저지른 잘못의 댓가는 아닐지니. 맛겨졌던 청춘을 안고, 업고 살아왔으니 나이 들어가는 중후한 뒷모습 만들어 보리라.

노소(老少)불문, 원근(遠近)불문, 주야(晝夜)불문. 주당(酒黨)의 불문율(不文律) 성실히 따르며 너그러운 심장으로 따듯하게 열어놓고 가까운 얼굴들과 정 나누며 살리라. 게으름과 자유로움 나름대로 즐기리라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더 궁금해요0

관련 기사

  • 한국 노인 빈곤율 40% 육박… OECD 중 가장 높아
    한국 노인 빈곤율 40% 육박… OECD 중 가장 높아
  • 은퇴 교수의 전일제 농부 생활… “가지치는 지혜 배워”
    은퇴 교수의 전일제 농부 생활… “가지치는 지혜 배워”
  • 장수혁명 시대의 ‘뉴노멀 시니어’, 능동적 주체로 부상
    장수혁명 시대의 ‘뉴노멀 시니어’, 능동적 주체로 부상
  • 어르신 일상에 AI를 더하다… 서울시 ‘AI 동행버스’ 출발
    어르신 일상에 AI를 더하다… 서울시 ‘AI 동행버스’ 출발
  • 뉴노멀 시니어의 AI 패러다임 “의존이 아닌 활용과 창조”
    뉴노멀 시니어의 AI 패러다임 “의존이 아닌 활용과 창조”
저작권자 ⓒ 브라보마이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브라보 스페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