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석과 아동석

기사입력 2016-07-25 11:28 기사수정 2016-07-25 11:28

▲지하철 경로석은 새로운 필요에 맞춰 아동석으로 바꿔야 한다. (박종섭 동년기자)
▲지하철 경로석은 새로운 필요에 맞춰 아동석으로 바꿔야 한다. (박종섭 동년기자)
필자는 출·퇴근을 주로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한다. 2시간가량 차를 갖고 운전한다는 것은 피곤한 일이기 때문이다. 몇 번 지하철을 갈아 타긴 하지만 익숙해진 탓에 힘든 줄 모른다. 5호선 개롱역에서 출발하여 1호선 덕정역까지 가는 데는 군자역과 도봉산역에서 환승을 해야 한다. 거의 끝과 끝인 관계로 아침 출발할 때는 자리에 앉아서 신문이나 책을 보기도 한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탓에 출근길은 앉아서 가는 편이다.

그런데 문제는 오후에 있다. 야간 강의가 있어 덕정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시내로 오게 된다. 오후 4시 전후로 타게 되는 데 전철 안 좌석은 빈 틈이 없다. 소요산 종점부터 이미 지하철 여덟 량이 초만원이다. 탑승자 90% 이상이 실버세대인 5~60대 이상의 노인들뿐이다. 낮에 소요산으로 등산 갔다 돌아가는 것이다. 중간에 몇 개 대학을 거치면서 젊은 학생들이 타지만 자리에 앉을 기회는 없다.

어느 칸을 가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앉을 자리도 없을 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은 거의 찾아보기도 어렵다. 더구나 이 시간에 어린이들을 본다는 것은 행운(?)에 가깝다. 우리나라가 고령화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현실감 있게 느끼게 된다. 일부분은 여유 있는 노후생활이겠지만 이미 잘 알려진 사실대로 준비되지 않은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수입도 있어야 하고 아직 일을 더 할 수 있지만, 일자리가 없어 파고다 공원이나 무료로 전철을 타고 갈 수 있는 지역으로 이동하여 하루를 소일하는 노인들이 많다.

오늘도 전철을 타게 되었는데 칸마다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어른들로 가득했다. 그런데 언제 탔는지 눈을 의심케 하는 장면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것은 좀처럼 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젊은 여인이 아이를 ‘포대기’에 업고 탑승를 하였다. 너무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었다. 나이 든 어른들만 늘 보았던 전철 안이 갑자기 새 생명의 서광이 비친 듯 했다. 엄마 등에 업힌 어린아이가 희망처럼 다가왔다. 엄마는 아기를 업은 채 자리가 없어 한참을 서 있었다.

태어나는 어린이는 줄고 고령화로 점점 노인인구가 늘어난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7% 이상일 때는 고령화 사회, 14% 이상일 때는 고령사회, 20% 이상일 때는 초고령 사회로 분류 한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7%를 넘어서며 고령화 사회에 진입을 했고 2018년에는 고령 사회에 진입할 예정이라 한다. 2026년 현재의 노인인구가 거의 2배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이라 예상을 하는 데 지금 전철안에서 보는 노인인구의 약 2배 노인이 늘어난다는 셈이다. 얼마지 않아서 지금 한 쪽 구석에 놓여있는 경로석은 아동석으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전철안에 아이를 업은 엄마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 획기적인 변화를 꾀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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