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회사의 횡포

기사입력 2016-08-24 11:14 기사수정 2016-08-24 11:14

▲도원교통의 홈페이지에는 벚꽃이 피어 있다. (양복희 동년기자)
▲도원교통의 홈페이지에는 벚꽃이 피어 있다. (양복희 동년기자)
교통수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버스 타기가 무섭다. 버스는 승객을 상대로 영리를 추구하면서도, 소중한 손님에게 기본적인 친절함은 사라진 지 오래인 듯하다.

남편의 사고 며칠 후, 경찰서에서 출석해달라는 연락이 왔다. 필자 부부는 서둘러 관할 경찰서로 나갔다. 버스 회사로부터 블랙박스를 넘겨받아 그 잘잘못 판독을 하기 시작했다. 버스기사는 미리 와서 앉아있었다. 필자는 처음으로 대면하는 자리라 조금은 어색했다. 담당 조사관은 몇 번이나 화면을 보면서 신중을 기하는 것 같았다. 이윽고 화면을 돌리며 다 같이 보았다.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버스가 급정거로 사람들이 기우뚱하는 모습이 보인다. 곧이어 문이 열리며 남편의 얼굴을 치는 모습이 정확하게 보였다. 조사관은 입을 열었다. 먼저 남편에게 가벼운 경고를 했다. “선생님도 조금은 조심을 하셨어야 합니다. 차가 완전히 정차를 한 후에 자리에서 나오셨어야 해요.” 맞는 말이었다. 그러나 대체로 과연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있겠느냐고 반문을 했다.

조사관도 고개를 끄덕이며 어느 정도 수긍을 하더니, 이번에는 기사에게 말했다. 기사는 운전법 몇 조 몇 항을 위반했다며 책의 한 페이지를 보여주었다. 우선 급정거로 안전하게 정차를 하지 않았고, 두 번째 완전히 정차를 한 후에 문을 열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승객에게 문 앞에서 어느 정도 떨어질 것을 경고해야만 한다’ 고 정확하게 말을 했다.

운전기사에게 인정을 하느냐고 물었다. 기사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가만히 앉아서 뭐라고 대응도 없었다. 조사관은 위반을 했으니 티켓을 끊어야만 한다고 했다. 그것이 자신의 임무라며 그나마 제일 작은 것으로 하겠다고 했다. 티켓에 사인을 하라고 했다. 기사는 할 수가 없다고 거부를 했다.

삽시간에 경찰서 사고 접수 반 안에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조사관은 정확한 판단으로 결정을 내렸고, 당연히 잘못을 했으니 티켓을 끊어 공무를 행했다. 그러나 말이 안 통하니 공무 방해라며 버스회사로 연락을 취했다. 오히려 회사 측은 기사를 바꾸라며 기사에게 무언가 강력한 지시를 하는 것 같았다.

그 이후로는 막무가내로 인정할 수가 없고 사인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조사관과 기사는 언성이 높아졌고, 결국 기사는 티켓을 들고 이의 신청을 접수했다. 형사가 차라리 그렇게 하라고 시켰다. 필자 부부는 경찰서 안에서 벌어지는 기사의 행동들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를 않았다. 물론 사고를 인정하면 기사에게는 커다란 위기가 온다고 했다.

기사는 회사에서 벌점도 받겠지만 어쩌면 직장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필자는 가만히 생각해보면 안 됐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또 조금은 냉정할 필요가 있었다. 필자 부부는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어 조용히 경찰서를 떠나왔다. 일단은 모든 서류가 검찰로 넘어가니 치료를 받으며 무조건 기다리라고만 했다.

조금은 마음에 억울함이 가라앉기는 했다. 그러나 모든 사고 경비를 필자 부부가 책임져야 했다. 그 이후로도 몇 번을 병원에 더 다녔다. 한참이 지났는데도 아무 연락이 없다. 3개월이 지난 후, 더 이상은 기다리기가 답답했다. 콜 센터와 버스회사에 또 연락을 취했으나 답은 도통 시원치가 않았다. 차라리 버스회사를 찾아가 따져 보려고 다시 전화를 했다.

사고 담당 과장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역시나 불친절하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단순히 검찰에서 결과가 나오면 치료비를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얼마 안 되는 병원비는 문제가 아니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부당한 행위이고 막강한 횡포에 지나지 않았다. 미안하다는 사과는 고사하고 언제까지나 당당하기만 한 것이다.

주위 사람들은 비일비재한 일들이니 웬만하면 그냥 넘어가라는 것이다. 버스회사의 횡포가 이만저만이 아니니,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것이다. 은근히 더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어 여기저기 연락을 취했다. 우리 나라가 아무리 눈부시게 발전을 했지만 도통 기본이 사라진 후진국만 같았다.

마지막으로 버스 공제 조합이 있다고 했다. 이웃사람들 말에는 그곳은 말이 더 안 통하고 훨씬 지독하다고 했다. 필자는 검찰의 결과도 알 겸, 담당 조사관을 다시 찾아갔다. 결국, 공제 조합에서도 해결이 안 나면 민사소송을 하라고 했다. 도대체가 상식이 없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오기가 나서 이곳저곳 수소문을 했다. 또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했다.

몇 번에 걸쳐 버스공제조합과 드디어 연결이 되었다. 복잡한 사고 경위를 설명하고, 직접 찾아가겠다고 하니, 모든 서류를 FAX로 보내달라고 했다. 며칠 후, 연락이 왔다. 아주 긍정적인 소식이었다. 치료비와 안경 비를 다 보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합의금은 기대하지 말라고 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합의금이 문제가 아니라, 지치고 다친 마음에 그런대로 보상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버스 안에서 그런 저런 억울한 사고를 당한다. 그러나 너무 복잡하니 그냥 넘어가고 만다. 버스회사는 약한 사람의 마음을 이용해서 심한 횡포를 부린다. 필자는 나름대로 개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끝까지 싸웠다. 아직도 합의는 끝나지 않았으나 마음이 씁쓸하다. 담당자의 진정한 사과도 없었다. 왜 맥없이 당하고도, 강하게 싸워서 이겨야만 하는지 이사회에 슬픈 마음이 들었다.

부정할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 아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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