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선의 조건

기사입력 2016-09-23 09:21 기사수정 2016-09-23 09:21

▲백년해로 원앙 한 쌍. (박혜경 동년기자)
▲백년해로 원앙 한 쌍. (박혜경 동년기자)
필자에겐 예쁜 여자 조카가 두 명 있다. 둘째 동생과 막냇동생의 딸들인데 둘 다 외모가 출중하고 날씬하고 성격과 학벌도 좋아 신붓감으로 흠잡을 데가 없다.

그런데 순서대로 둘째 동생네 조카가 먼저 결혼했으면 좋았을 텐데 막냇동생의 딸이 얼마 전에 먼저 결혼을 했다.

다행스럽게 중매쟁이나 어른의 소개를 거치지 않고 소개팅이라는 저희끼리의 만남을 통해 결혼까지 한 것이다.

신랑감도 조카와 어울리는 좋은 사람을 만난 것 같아 축하해주었고 엄마의 걱정을 덜어주었으니 효녀라고 칭찬해 주었다.

이렇게 축하해 주긴 했는데 실은 사촌 동생이 먼저 결혼을 한 터라 둘째 동생에게는 좀 걱정스러운 일이 되었다.

둘째 동생의 딸도 참 예쁘게 생겼다. 그런데 본인의 눈이 너무 높은 것인지 아직 인연을 만나지 못해서인지 서른을 넘긴 지가 언제인데 아직 시집갈 생각을 안 한다고 한다.

스튜어디스로 오랜 시간을 해외에서 보냈기 때문에 퇴사하고 집에 있는 것이 엄마로서 아주 좋았다고 한다.

항상 보고 싶었던 딸을 옆에 두고 있으니 대만족이었는데 이제 나이 어린 조카가 먼저 결혼하는 걸 보고서 마음이 급해졌나 보다.

아는 사람을 통해 중매를 부탁했다고 하는데 일단 50만 원을 내면 다섯 명의 신랑감을 선보여 준단다.

그 후에 잘 되어 결혼이 성사되면 100만 원을 사례금으로 내면 되고 안 되면 그것으로 끝이어서 다시 돈을 내고 선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참 답답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 조카는 왜 연애도 안 하는 것일까? 적령기의 선남선녀는 저희끼리 만나서 서로를 알아가며 정을 쌓고 결혼에 이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어떤 글에서 보니 결혼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20, 30대 남녀의 몸부림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한다.

남자는 외모, 여자는 조건을 본다는 말은 옛말이고 남녀를 불문하고 불안한 미래를 보장받기 위해 사랑도 조건도 더 꼼꼼히 살피려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남녀 모두 배우자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로 성격을 들었다.

그 외에 남자는 외모, 경제력, 직업, 가정환경을 꼽았고 여자는 경제력, 직업, 외모, 가정환경을 우선순위에 두었으니 순위는 달랐지만, 남녀 모두 성격, 경제력, 직업, 외모, 가정환경을 중요시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떤 커플매니저는 이전에 여성들이 따지던 조건들을 남성들도 많이 보고 상담을 해온다고 했다.

여성은 현재의 경제력을 중요시하는 반면 남성은 맞벌이를 할 수 있는 직업 안정성을 우선시한다는데 어떤 남성고객은 교사를 원한다고 하며 기간제교사인지 정년이 보장되는지도 꼼꼼히 묻더라고 했다.

이렇게 따지는 것 많고 원하는 것도 많으니 결혼 시장에서 승리하기는 그리 쉬운 일 같지는 않다.

결혼정보회사에 등록하는 건 그만큼 집안이나 주위의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을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결혼을 염두에 둔 만큼 누구나 만남에 까다롭기 마련이지만 조건에 집착하다 보면 사람을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니 생각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도 한다.

그러나 이런 조건도 보긴 하지만 사실 진검승부는 만났을 때의 첫인상과 매력일 것이다

사진으로 보아도 실물과는 다를 수 있을 것이며 원하는 조건이 맞아도 만나보면 생각과는 다를 수도 있다.

결혼에 성공하는 커플은 조건보다는 사람에 이끌리는 게 대부분이라 하니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꿈꾼다면 남녀 모두 현재에서는 상대의 성실성을, 미래 시점에서는 상대를 신뢰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게 아주 중요하고 필요한 일일 것이다.

‘짚신도 짝이 있다‘라는 말처럼 언젠가는 좋은 짝을 만날 테지만 이제부터 다섯 명의 신랑감 후보를 만나보게 될 우리 예쁜 조카가 빨리 좋은 사람 만나 시집가서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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