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철훈의 사진 이야기] 하늘을 잘 볼 수 있는 나라 몽골

기사입력 2016-10-18 10:08 기사수정 2016-10-18 10:08

(함철훈 사진가)
(함철훈 사진가)

여기 몽골은 하늘을 잘 볼 수 있는 나라입니다. 몽골 인구의 반이 모여 살고 있는 도시 울란바토르를 조금만 벗어나면 우리 눈 가득 하늘을 담아 볼 수 있는 특별한 곳입니다. 그래서 하늘빛의 변화도, 그 하늘에 펼쳐지는 갖가지 구름의 형태나 색도 잘 관찰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바람이라도 불면 땅 내음과 풀을 스치는 소리까지 느끼는 호사가가 됩니다.

어스름에 땅거미가 지면 동편에선 다른 곳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커다란 달을 각 모양대로 만나게 됩니다. 휘영청한 온달, 짜릿한 그믐달, 다신 못 만날 지난 시절 같은 초승달, 정겨운 상현달, 그리운 사람이 떠오르는 하현달…. 고국을 떠나 만나고 있는 몽골 달들도여기 몽골은 하늘을 잘 볼 수 있는 나라입니다. 몽골 인구의 반이 모여 살고 있는 도시 울란바타르를 조금만 벗어나면 우리 눈 가득 하늘을 담아 볼 수 있는 특별한 곳입니다. 그래서 하늘빛의 변화도, 그 하늘에 펼쳐지는 갖가지 구름의 형태나 색도 잘 관찰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바람이라도 불면 땅 내음과 풀을 스치는 소리까지 느끼는 호사가가 됩니다.

어스름에 땅거미가 지면 동편에선 다른 곳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커다란 달을 각 모양대로 만나게 됩니다. 휘영청한 온달, 짜릿한 그믐달, 다신 못 만날 지난 시절 같은 초승달, 정겨운 상현달, 그리운 사람이 떠오르는 하현달…. 고국을 떠나 만나고 있는 몽골 달들도 어렸을 적 기억처럼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산과 고개를 넘어 강을 건너다보면, 정말 사방이 모두 지평선으로 둘러싸인 너른 들을 만나게도 됩니다. 거기서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라는 어른들의 말이 떠오르고 고개가 끄떡여집니다. 제자리에 서서 한 바퀴 뺑 돌아봐도 실감이 나지 않아 다시 돌아보지만 그래도 멈출 자리가 구분되지 않아 계속 돌게 되는 그런 몽골 땅에 정이 푹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몽골에 사람들이 만들어 낸 먹구름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그 깊이가 가늠되지 않는 먹구름과 푸른 하늘에 대한 얘기입니다. 그렇게 사랑스러운 몽골에 깊은 골이 겹쳐 하늘의 아름다움을 더 많이 기리며 쳐다보고 있습니다.

먼저 얼마 전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정권이 민주당에서 인민당으로 바뀌어 정책의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그동안 쌓여온 외국인 투자법에 대한 실정(失政)과 광물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의 하락으로 몽골의 외환 보유액이 텅 비어 나라 전체가 빚에 쪼들리게 되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아셈(ASEM)을 치러냈습니다. 행사를 위해 도로를 내고 건물을 새로 짓고 꽃과 나무로 단장해 생기가 넘쳤던 거리 여기저기에 중단된 공사현장이 즐비합니다.

그리고 혹독하기로 유명한 몽골의 겨울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경제 위기 상태에 내몰린 몽골 국민의 대다수에겐 내일에 대한 불안함이 하루하루 가중되고 그래서 정치인들은 서로의 책임을 상대에게 전가하며 불신이 조성되어 분열되고 있습니다. 갑자기 디플레이션의 기미마저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가진 자와 가난에 내몰린 자의 간극이 자꾸 더 벌어져 실업자가 많아지며, 인건비는 낮아지고 있습니다. 경제와 정세에 대해 아는 게 없는 제 까막눈에도 몽골의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정치인들과 내로라하는 경제학자들은 날마다 특단의 조치와 처방을 신문 라디오 티비 인터넷 등 언론을 통해 내놓고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잘 이해되지 않고 해결책이 제기될수록 오히려 마음이 더욱 복잡해지기만 합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제가 믿는 것이 있습니다. 끝이 좋으면 그 과정이 어려워도 견딜 만하다는 것입니다. 그런 하늘을 믿고 의지해 여기 몽골 학생들과 교수들에게 ‘사진으로 만나는 인문학’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살아본 경험에 의하면 우리의 생각과 다르게 하늘은 반전의 명수입니다.

그래서 지금 눈에 보이는 몽골의 상황은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희망을 찾을 수 없는 막막함뿐이지만, 이 어려운 위기가 당장은 가엾은 몽골 국민에게 채찍이지만, 길게 보면 이 나라를 더 단단히 세우기 위한 과정이 되기를 바라며 가늠되지 않는 어두움 속에서 몽골사람들과 함께 빛을 간절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국가적 어려움 중에 여러 가지 말이 분분하지만 헛된 거짓말들과 자기의 이익을 위해 국민을 소모품처럼 이용하는 잘못된 지도자들을 구분해 낼 수 있는 눈이 몽골 국민들에게 이 기회에 생기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가장 지위와 자존감이 낮았던 독일이 16세기 초에 기적같이 깨어났듯이, 이어 17세기 초에 영국이 바뀌고 덴마크가 일어났듯이….

미국이 새로 태어나고, 우리나라가 깨어났듯이….

이런 어려움 가운데서도 여기선 몽골을 돕는 많은 손길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몽골에 어두움이 짙을수록 밝은 빛들 또한 강하게 볼 수 있습니다.

몽골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공산정권이 세워진 나라입니다. 그런 몽골을 묶고 있던 허황된 굵은 쇠사슬에서는 풀려났지만, 시장 경제에 서툰 몽골이 이렇게 경제적 위기를 겪게 된 것은 더 큰 앞날로 발전하기 위한 과정임을 알고 있습니다.

지금의 총체적 위기가 오히려 몽골이 세계와 자유롭게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한 단계 장애를 넘는 중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 어려움이 겉으로 보기엔 정치나 경제가 빚어낸 것으로 보이지만 그 근본 원인이 정의와 진리가 이 나라에 세워지기 위한 과정에 생기고 있는 성장통임을 몽골 국민들이 깨달을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미 이런 과정을 겪어 국가적으로 놀라운 성취를 경험한 우리나라도 다시 세계적인 경제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런 과정을 딛고 더 튼튼히 서기를 바랍니다.

나를 몽골로 보낸 우리 대한민국이 먼저 탄탄히 서야 이 일들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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