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장을 만들어 보니

기사입력 2017-01-16 19:30 기사수정 2017-01-16 20:15

▲필자가 직접 그린 연하장(손웅익 동년기자)
▲필자가 직접 그린 연하장(손웅익 동년기자)
연말이 되면서 지인들로부터 수많은 안부인사가 날아들었다. 음성은 없고 문자와 그림만 있는 SNS 안부다. 고등학교나 대학교 동창들의 단체 카톡방이나 사회에서 형성된 몇 개의 커뮤니티, 그리고 몇 개의 밴드... 그 방에서 여러 사람들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연하장을 올리는 소리가 계속 징징 울렸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만들어지는 SNS 그룹 방이 하도 많아서 일일이 답변을 달려면 하루 종일 매달려야 할 지경이다. 그 그룹마다 계속 올라오는 연하장을 보면 비슷한 것도 많고 심지어 같은 것을 그대로 퍼 나르기를 해서 감흥이 없다. 무작위로 무작정 올린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가 엮여있는 그룹에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좋은 글’을 여러 개 올리는 인사는 대학교수와 공무원이다. 어디서 그렇게 ‘좋은 글’과 ‘명심해야 할 말’을 찾아내는지 신기할 정도다. ‘좋은 생각’, ‘좋은 친구’, ‘마음에 담아 둘 좋은 것 10가지’, ‘실천해야 할 ...’ 등등. 내용도 엄청 많을 뿐 아니라 글씨도 깨알 같아서 이제는 아예 읽지도 않는다. 좋은 것을 나누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거의 병적으로 이런 글을 매일 SNS에 올리는 사람들은 실제 가까이 하기 어려운 성격의 사람들이 더러 있다. 이제는 ‘좋은...’이라는 단어 자체가 거부감을 준다. 아마 공자도 이렇게 많은 것을 실천하지 못했을 것이다. 시간 여유가 많아서 종일 좋은 글이나 올리고 있는 걸 보니 역시 대학교수나 공무원들 중에는 세상 걱정 없이 사는 사람들이 많은 가 보다. 이렇게 그들이 올리는 수많은 좋은 글 중에 그들이 일부라도 실천 하고 산다면 나라가 좀 더 나아지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연말연시에 이렇게 많은 안부인사가 날아다니는 걸 거부하는 자신을 보면서 어느 날 문득 좋은 것을 좋게 생각하지 못하는 필자의 꼬인 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이 퍼 나르기를 한 연하장이고 무작위로 올린 것이라고 해도 타인에 대한 기원의 마음을 담고 있음은 확실할 텐데 그 본질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연하장 하나를 그렸다. 경복궁 어느 처마에 올라서 멀리 서울을 바라보는 정유년 붉은 닭. ‘높이 올라 멀리보라’는 기원의 글도 써 넣었다. 그리고 SNS에 엮인 여러 지인들에게 날려 보냈다. 폭발적인 반응이 돌아왔다. 손 그림이라는 이유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몇몇 지인들에게는 그이 이름을 넣은 맞춤형 연하장을 그리고 그것을 그림파일로 만들어서 보냈더니 참 좋아했다.

며칠 있으면 설이다. 양력으로 새해가 되었고 음력으로 또 다시 새해가 시작되려 하고 있다. 바빠서 자주 보기 힘들고 안부도 나누기 힘들지만 아직 신년의 기분이 남아있는 요즘 지인들과 서로 안부를 물으면 좋겠다. 올해 경제지표는 더 나빠질 거라는 전망이 많이 나온다. 특히 시니어들은 현실이 불안하고 미래가 불투명하다. 이럴 때 문득 보내는 안부 메시지가 조금의 위안은 되지 않을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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