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의 인재 등용

기사입력 2017-06-22 09:45 기사수정 2017-06-22 09:45

[하태형의 한문 산책]

우리나라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외교 및 정국이 급속도로 정상화되어가고 있다. 한편 내각이 구성되는 과정에서 새 대통령은 상당히 광범위한 인재풀을 활용하는 모습이다. 인재 등용에 관한 한 역사상 가장 과감했던 이가 바로 삼국지의 영웅, 조조(曹操)다. 그는 인재를 구하는 칙령을 세 차례나 발표했는데 특기할 점은,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능력 제일주의로 사람을 뽑을 뿐 그 사람의 청빈함이나 덕성 등은 보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예컨대 그는 건안(建安) 8년에 발표한 경신령(庚申令)에서 이러한 과감한 인재 등용 시책을 펴는 이유에 대해 ‘治平尙德行 有事賞功能(태평성세에는 덕성을 봐야 하지만, 난세에는 재능이 우선한다)’는 말로 비상시국 때문임을 설명하고 있다. 조조는 또한 건안(建安) 15년(AD 210), 그 유명한 ‘구현령(求賢令)’을 발표한다.

“예로부터 천명을 받아 임금이 되었거나 또는 중흥(中興)한 임금 중에서, 일찍이 현인(賢人), 군자(君子)를 얻어 그들과 더불어 천하를 다스리지 않은 자가 있었던가! 그러나 현인을 구하려 애를 써도, 그들이 은거해 있는 곳을 나오지 않는다면 만날 수 없으니, 뛰어난 사람은 구할 수 없도다. 지금 천하가 아직 평정되지 아니하니, 특히 현인을 급히 구해야 할 시기이라. … 만약 반드시 청렴한 선비라야 등용할 수 있다면, 제 환공은 어떻게 (관중(管仲)을 등용해) 세상을 제패했겠는가? 지금 천하에 (강태공(姜太公)처럼) 갈옷을 입었으나 옥 같은 마음을 품고서 위수(渭水)가에서 낚시질하는 자가 없겠는가? 또 (한(漢) 고조(高祖)의 책사 진평(陳平)처럼) 형수를 도적질하고 금을 받았지만, (자신을 알아보고 천거한) 위무지(魏無知)를 만나지 못한 자가 없겠는가? 그대들도 나를 돕고자 한다면, 비록 흠결이 있는 자라도, 오직 재능만 보고 천거하여, 내가 그들을 얻어 기용할 수 있도록 하라.”

조조 이전에도 인재를 구하는 칙령들은 한(漢) 무제(武帝)의 ‘현량조(賢良詔)’ 등 한(漢)나라 때부터 계속 발표되어왔다. 그러나 오직 능력 하나만을 보겠다는 과감한 인재 등용 정책은 전례가 없는 것이었다.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는 조조가 지었다는 그 유명한 ‘단가행(短歌行)’이란 시(詩)가 실려 있다. 이 시를 정말 조조가 지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여기서도 그 중심 내용은 인재 등용이다. 이러한 과감한 인재 등용 정책으로 조조는 삼국을 통일하는 기초를 닦아놓게 되는 것이다. <위서(魏書)> 무제기(武帝記)에서는 조조의 용인술을 높게 평가하며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평(評)하여 말한다: 한말(漢末) 천하에 대란이 일어 영웅호걸들이 아울러 봉기하여, 원소(袁紹)가 4주(四州)에서 호랑이처럼 군림하니 대적할 자가 없었으나, 태조(太祖, 조조)가 계략과 지모를 내어 천하를 독려하였다. … 태조는 관직을 재능에 따라 수여하되 각각 그 그릇에 맞게 썼으며, 사사로운 감정을 억제하고 냉정한 계산에 임하매 옛 허물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마침내 황제의 정무[皇機]를 총괄하는 자리에 오르고, 대업을 이루어낸 것은 그의 밝은 지략이 가장 뛰어났기 때문이니, 가히 비상(非常)한 인물로 세대를 뛰어넘는 웅걸, 즉 초세지걸(超世之傑)이라 이를 만하다.”



>>하태형(河泰亨) 전 현대경제연구원장

서울대 경영대 졸업, 뉴욕주립대 경제학박사. 수원대 금융공학대학원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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