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籍)을 둔 셈 친다

기사입력 2017-07-13 10:14 기사수정 2017-07-13 10:14

일주일에 한번 나가는 댄스 동호회가 있다. 2달에 15만원을 낸다. 동호회의 중심인 강사의 강사료와 임대료를 포함한 것이다. 여기 나오는 사람들은 10년 이상 춤을 춘 베테랑들이다. 나가는 날마다 일이 생기기도 하지만, 어쩌면 다른 약속이 생기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날 약속이 잡히면 기다렸다는 듯 받아들이고 당연히 동호회에는 안 나간다. 그러다 보니 한 달에 한 번 정도 밖에 참석하지 못한다. 돈이 아까워 몇 달 쉴까 하는 갈등도 온다. 그러나 호적이 거기 있듯이 적(籍) 을 둔 셈 친다.

그 동호회를 그만 두지 못하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여기서 필자가 최고령자이기 때문에 감사히 생각해야 점이다. 다른 곳에 갈 수도 있으나 새로 적응하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나이 제한을 둔다며 기피할 수도 있다. 여기서는 오래 봐서 정이 들었기 때문에 최소한 나이를 이유로 나가라는 얘기는 안 할 것이다.

가끔 방송 및 잡지에서 취재 요청이 온다. 춤추는 장면을 담아야 하는데 여기서는 적극 협조해준다. 이 계통에서는 꽤 관록이 있는 강사도 기꺼이 파트너로 사진 촬영에 응한다. 다른 회원들도 촬영 때문에 강습에 지장이 있어도 양해한다. 엑스트라가 필요할 때는 엑스트라역으로 출연도 한다.

장애인들에게 댄스를 지도하는 곳은 다른 곳이다. 여기서도 환영받기는 하지만, 동호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파트너로 촬영을 하려 해도 현역 선수들이 많아 나이가 어리다. 연습해야 할 자기 파트너가 각자 있기 때문에 필자와 늘 같이 출 수도 없다.

필자가 시니어들에게 댄스를 가르치는 동호회도 있다. 장소 관계 상 주로 라틴댄스를 가르친다. 장소를 많이 차지하는 왈츠, 탱고는 추기 어렵다. 일주일에 한 번 배운 사람들이기에 비교적 잘 출 수는 없다.

춤을 가르치는 것과 춤을 제대로 즐기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시니어들을 가르치고 장애인들에게도 춤을 가르치지만, 필자도 제대로 잘하는 사람과 마음껏 춰보고 싶다. 물론 가장 춤답게 출 수 있는 것은 장애인을 가르치는 젊은 코치들과 추는 것이다. 현역 선수들이라 가장 춤을 잘 춘다. 그러나 잠시 그때뿐이다. 그래서 동호회 사람들이 그나마 춤 실력이나 나이에서 수준이 맞는 것이다.

동호회가 유지되려면 필자가 한 달에 한 번 나가도 그대로 운영되어야 한다. 강사는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 춤추는 장소도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십시일반으로 동호회원들이 꾸준히 회비를 납부해야 한다. 이런 저런 핑계로 중간에 삐지면 그만큼 운영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춤도 종목에 따라 안무가 있다. 동호회는 한 달에 한번 나가더라도 안무 걱정을 안 한다. 같은 안무로 오래 하기도 했고, 오래 같이 한 사람들이므로 금방 안무를 기억해 낸다.

특별히 다른 일이 없으면 댄스화 챙기고 댄스복 바지 챙겨 들고 동호회에 간다. 갈 데 없는 시니어들에 비하면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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