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살림이스트 워크숍 ‘세상 모든 여신들과 소통합니다’

기사입력 2017-08-17 19:56 기사수정 2017-08-17 19:56

온화하고 부드러운 기가 흐른다. 목소리의 음파는 잔잔하고 웃음소리는 까르르 하늘로 밝고 높게 퍼진다. 유연하고 정직하고 때로는 강인한 느낌. 심상을 모아보니 여성이라는 글자에 다다른다. 신학자이며 여성학자인 현경 교수가 매년 개최하고 있는 ‘살림이스트 워크숍(주최 문화세상 이프토피아)’에 가면 누구든지 빛나는 눈빛과 밝은 에너지를 품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 낯선 이름의 행사가 올해로 벌써 13회째란다. 도대체 어떤 기운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매년 꾸준하게 열리고 또 이렇게 뜨거운지 살림이스트 워크숍에 찾아가봤다.

(사진 권지현 기자 9090ji@etoday.co.kr)
(사진 권지현 기자 9090ji@etoday.co.kr)

뉴욕 유니온신학교(UTS)의 종신 교수이자 종교학자·환경운동가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현경. 여름방학이 되면 매년 한국으로 돌아와 뭔가 큰일을 꾸미느라 바쁘다. 그게 바로 살림이스트 워크숍이다. 올해는 7월 7일에서 9일까지 3일간 서울시 종로구 (재)여해와 함께 평창동 대화의집에서 열렸다. 지금까지 살림이스트 워크숍은 국내외 명사를 초청해 명상하고 심리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으로 꾸며져 왔다. 이 행사의 중심은 여성이다. 여성의 온전함과 영성, 치유를 얻고 발전시키는 시간으로 해마다 꾸며지고 있다. 제주여성 평화기행, 여신 기행 등 이색적인 콘텐츠로 여성들과 함께 걸어온 ‘살림이스트 워크숍’이다.

▲영화 <만신>의 주인공인 김금화 만신, 이경자(소설가), 조성제(무속연구가), 서유정(무속인, 함경도 망묵굿 보존회장), 김봉준(신화박물관 관장)이 현경 교수와 함께 한국의 샤머니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사진 이용운 Lee@lswave.com)
▲영화 <만신>의 주인공인 김금화 만신, 이경자(소설가), 조성제(무속연구가), 서유정(무속인, 함경도 망묵굿 보존회장), 김봉준(신화박물관 관장)이 현경 교수와 함께 한국의 샤머니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사진 이용운 Lee@lswave.com)

지구 여성의 이야기, 영화가 되다

올해 ‘살림이스트1 워크숍’은 지금까지 했던 것 중에 가장 도전적인 워크숍이었다. 영화제로 살림이스트 워크숍을 진행한 것. 외국 작품 5편과 한국 작품 1편을 선정해 상영했다. 외국 작품의 경우, 미국 뉴욕에서 2014년부터 매년 진행돼 큰 호응을 얻고 있는 패러다임 전환 음악영화제2의 올해 출품작 중에서 골랐다. 영화는 세계여성의 지혜, 원주민의 영성, 지구를 살리는 생태적인 힘, 사회 정의를 기준으로 삼았다. 올해 첫선을 보인 영화제 형식의 살림이스트 워크숍은 쭉 고민해볼 계획이다. 3일이 아니더라도 2일 정도를 할 수 있게 추진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현경 교수는 말했다.

▲현경 교수는 행사를 마치면서 “워크숍의 의미가 실제 생활하실 때 큰 도움으로 이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신학을 공부하면서 최고의 기도는 감사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행사가 진행되는 순간순간마다 감사함을 느낀다고 했다.(사진 이용운 Lee@lswave.com)
▲현경 교수는 행사를 마치면서 “워크숍의 의미가 실제 생활하실 때 큰 도움으로 이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신학을 공부하면서 최고의 기도는 감사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행사가 진행되는 순간순간마다 감사함을 느낀다고 했다.(사진 이용운 Lee@lswave.com)

다양하고 아름다운 세계 여성을 비추다

첫째 날은 원주민의 전통 속에서 배워야 할 가치, 둘째 날은 여성의 지혜와 지구 생태 정의, 그리고 마지막 날에는 세계 원주민의 영성과 한국의 샤머니즘이 주제였다. 첫날 오프닝 영화로 선정된 <낙원의 부작용>(감독 클라우스 쉥크)은 히말라야 산맥 고지대에서 사는 2명의 티베트 여성이 문명사회인 런던을 여행하며 겪는 이야기다. 여행 내내 보이는 이들의 통찰력 있는 행동이 ‘살림’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둘째 날은 몽고 초원을 배경으로 독수리 사냥꾼을 꿈꾸는 소녀와 동물의 소통을 다룬 <독수리를 조련하는 소녀>(감독 오또 벨)와 전통공예로 빈곤을 극복한 키르기스스탄 여성의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펠트, 감성과 꿈> (감독 안드레아 오데진스카), 수천 명의 케냐 여성을 모아 나무를 심으며 환경·인권 보호 및 민주주의 운동을 펼친 왕가리 마타이(노벨평화상 수상·2004)의 일대기를 보여준 영화 <왕가리의 나무를 심는 여인>(감독 리사 머튼·알란 데이터)을 상영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감독 안드레아 오데진스카의 영화 <속삭이는 사람들>과 박찬영 감독의 영화 <만신>이 마지막 날을 장식했다. <속삭이는 사람들>은 영화감독인 안드레아 오데진스카가 여성으로서 겪은 일들과 꿈에 관한 이야기를 엮은 것이다. 영화 <만신>은 국민 만신 김금화 일대기를 옛 영상과 배우의 재연을 섞어 만든 다큐멘터리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주인공 김금화 만신이 초대돼 참석자들과 교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올해로 신을 모신 지 70년이 됐다는 김금화 만신은 참가자를 향한 고마움과 함께 가정의 평안과 소원성취를 기원했다.

▲뉴욕 패러다임 전환 음악영화제의 예술감독 낸시 로즈는 ‘살림이스트 워크숍’을 응원하기 위해 멀리 미국에서 건너왔다. 언어 장벽에 때론 답답해하기도 했지만 3일 동안 행복하고 아름다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사진 이용운 Lee@lswave.com)
▲뉴욕 패러다임 전환 음악영화제의 예술감독 낸시 로즈는 ‘살림이스트 워크숍’을 응원하기 위해 멀리 미국에서 건너왔다. 언어 장벽에 때론 답답해하기도 했지만 3일 동안 행복하고 아름다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사진 이용운 Lee@lswave.com)

1. 살림이스트는 현경 교수가 만들어낸 용어다. ‘모든 것을 살려내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자연의 해방과 온전성을 회복하는 것이 여성의 원천성을 찾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내 안의 신성, 내 이웃, 사회, 지구 전체 등 주변의 생명체들을 돌보고, 공격과 충돌이 아니라 상생과 대화를 믿는 것이다. 살림이스트는 한국의 에코페미니스트라고 현경 교수는 규정한다.

2. 패러다임 전환 음악영화제(PARADIGM SHIFTS, MUSIC & FILM FESTIVAL).

이 영화제는 지구, 바다, 야생 동물 및 성지를 보존하고 보호하는 전 세계 용기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영화제다. 올해도 뉴욕에서 지난 6월 13일에서 17일까지 개최됐으며 내년에는 아시아를 주제로 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다.

▲영화 <만신>의 주인공인 김금화 만신, 이경자(소설가), 조성제(무속연구가), 서유정(무속인, 함경도 망묵굿 보존회장), 김봉준(신화박물관 관장)이 현경 교수와 함께 한국의 샤머니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사진 이용운 Lee@lswave.com)
▲영화 <만신>의 주인공인 김금화 만신, 이경자(소설가), 조성제(무속연구가), 서유정(무속인, 함경도 망묵굿 보존회장), 김봉준(신화박물관 관장)이 현경 교수와 함께 한국의 샤머니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사진 이용운 Lee@lswa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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