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이 슬프다

기사입력 2017-08-24 10:13 기사수정 2017-08-24 10:13

외출에서 돌아와 문을 열려고 열쇠를 찾았는데 손에 잡히는게 없다.

순간 아득함을 느꼈다. 당황스러웠지만 아들 집에 맡겨 놓은 보조키가 있었으므로 가져오라고 했다.

마침 토요일이라 아들이 집에 있었는데 만약 여분의 키를 맡기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열쇠 수리공을 부르는 등 귀찮은 일이 벌어질 뻔했다.

어쨌든 차선책이 있다는 게 다행스러웠다.

찬찬히 찾아보면 가방 속 구석에서라도 열쇠가 나올 줄 알았는데 가방을 뒤집었는데도 나오지 않았다.

오늘 동선을 곰곰이 되짚어보았다. 엄마 집에 갔다가 마트에 들르고 아파트 관리실에 잠시 머문 것뿐인데 어디서 없어진 걸까?

엄마가 들으면 걱정할 일이지만 전화를 했다.

그 열쇠꾸러미엔 우리 집 열쇠뿐 아니라 엄마 집의 열쇠와 자동차 키까지 달려 있다.

찾아보겠다는 엄마가 좀 오래 걸리고 있다. 당연히 눈에 띄는 탁자 위에 있을 줄 알았는데 점점 불안해졌다. 잠시 후 “없다”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덜컥 가슴이 내려앉는 듯했다. 그곳에 꼭 있을 거라 확신했는데 찾아도 없다니 믿기지 않아 필자가 직접 찾아보려고 엄마 집으로 갔다.

가는 중에도 필자가 찾아보면 꼭 있을 것만 같다는 믿음이 있었는데 필자가 찾아봐도 아무데서도 열쇠꾸러미는 발견되지 않았다.

맘속으론 불안했지만, 엄마가 놀랄까 봐 괜찮다고 안심시키며 방법을 찾자고 했다. 엄마는 그 열쇠를 주운 사람이 엄마 집에 침입할까 봐 우려 했는데 필자도 같은 걱정이 됐다.

결국, 열쇠 수리하는 분을 불러서 비밀번호를 바꾸었다. 이제 필자가 잃어버린 열쇠로는 이 문을 열고 들어올 수 없게 되었다고 엄마를 안심시켰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머리를 쥐어 짜보니 혹시 잠시 들렀던 관리실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세상에 이렇게 반가울 수가. 관리실 책상 위에 필자의 도토리 열쇠꾸러미가 놓여있는 것이다.

아마 아파트에 도착해서 곧 집에 들어갈 것이니 열쇠를 꺼내 들고 있다가 잠시 책상 위에 내려놓았었나보다.

열쇠수리공에게 출장비로 만 원을 준 것 말고는 다른 손해는 없었다.

엄마에게 열쇠를 찾았다고 전화했더니 다행이라고 하시면서도 “너 어쩌려고 그러니?”하고 야단을 치셨다.

필자는 아주 어릴 때인 네댓 살 무렵의 기억도 가진 사람이다. 그렇게 옛날 일도 잊지 않고 기억하는데 오늘은 불과 몇 시간 전 행동을 기억 못 해 이런 소동을 벌였다.

어쨌든 열쇠를 찾아서 다행이고 감사했지만, 혹시 치매기가 있는 건 아닐까 속으로 뜨끔하다. 벌써 이렇게 바로 전의 일도 기억이 안 난다면 앞으로는 더 심한 기억력 감퇴가 오지 않겠는지 큰 걱정이다.

앞으로 치매 예방에 좋다는 견과류도 열심히 먹고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나 퀴즈, 퍼즐 맞추기 등을 통해 머리를 많이 써서 치매예방 대비에 고심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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