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한 점 없이 맑고 깨끗한 가을 하늘, 시원한 바람, 따사로운 햇살만으로도 완벽했던 지난 9월 초. 직장인들과 동네 시니어들의 휴식처이던 서울의 ‘작은 터키’ 앙카라공원에 진짜 터키가 생겨났다. 무심코 지나지던 이곳에 ‘하루에 한 가지만 들어준다는 모래요정 바람돌이 선물’처럼 터키가 정말 짠 하고 나타났다.
참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heritage.unesco.or.kr)
화창한 서울이 터키를 맞이하다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인도네시아대사관과 9호선 샛강역 사이에는 시민들의 작은 쉼터 앙카라공원이 있다. 1971년 터키의 수도 앙카라와 서울특별시가 자매결연 맺은 것을 기념해 1977년 문을 연 곳. 시민들의 휴식공간이자 테마공원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는 장소다. 지난 9월 1일 이곳에서는 한국과 터키의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문화행사가 열렸다. 주한 터키대사관(대사 아르슬란 하칸 옥찰)이 주최하고 터키문화관광부와 서울시, 영등포구청의 협조로 ‘터키의 날’ 행사를 진행한 것. 평소 만나기 어려웠던 터키의 문화와 전통 예술, 음식 등을 맛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앙카라공원 내 앙카라하우스 앞에 마련한 간이 부스에서는 터키 전통 음식으로 유명한 케밥과 아이스크림, 커피와 터키식 젤리 로쿰을 방문객들에게 무료로 나누어주었다. 특히 이번 ‘터키의 날’ 행사에는 터키에서 활동하는 터키문화관광부 소속 예술가들이 직접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전통 음악과 노래, 춤 등 공연과 터키 전통 미술을 감상하고 구입도 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 터키 하면 흔히들 떠올리는 푸른색으로 무늬를 낸 도자기 치니(ini, 수공예 도자기)와 에브루(Ebru, 터키 전통 마블링 공예) 작가도 이곳에 와 터키 전통 예술을 한국에 알렸다. 치니 전통 공예와 에브루 모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터키에서 날아온 예술가들
나지예 누르 아블루프나르는 치니 전통 공예가다. 치니는 도자기 공예로 터키 전 지역에서 찾을 수 있다. 다채로운 색깔로 식물과 동물 문양, 기하학적 패턴을 그려넣고 유약을 발라서 만든 터키의 전통 수공예가 바로 치니다.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아블루프나르가 활동하고 있는 퀴타히아 지역은 서부 아나톨리아 내륙의 도시로 14세기부터 치니 중심지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디뎀 유스튄은 에브루 공예 작가다. 에브루는 2014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에브루는 금속제로 된 큰 그릇 안에 기름과 물을 담고 그 위에 여러 색상의 물감을 흩뿌리거나 붓질을 한 후 무늬를 만든다. 그 위에 종이를 덮어 전사(轉寫)하면 화려한 무늬가 종이 위에 그대로 연출된다. 흔히 ‘마블링(marbling)’이라고도 알려진 에브루는 꽃, 꽃잎, 격자무늬, 모스크, 달 등을 주로 표현한다. 전통 도서의 장정에 쓰이는 예술작품으로도 이용한다.
예심 카라이브라힘오울루는 터키문화관광부 소속 가수다. 이날 행사에서 터키 전통 음악인 할크 음악(Tu¨rk Halk Mu¨zig˘i) 연주에 맞춰 노래해 이곳에 모인 터키인들의 흥을 돋웠다.
커피 한잔이 40년의 우정을 나타낸다
행사 시작에 앞서 아르슬란 하칸 옥찰 주한 터키 대사는 환영사를 통해 모든 터키와 한국이 오래전부터 형제의 나라로서 특별한 관계임을 강조했다. 또한 서울에는 앙카라공원이, 터키에는 한국공원이 있다고도 소개했다. ‘커피 한잔이 40년의 우정을 나타낸다’는 터키의 격언을 얘기하면서 이날 행사처럼 터키와 한국사람 모두 모인 자리에서 좋은 음악을 듣고 음식을 먹으면서 더욱 관계가 가까워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창범 서울시 국제관계대사도 축사를 통해 “한국과 터키가 수교를 맺은 60년 동안 양국 모두 경제와 문화가 발전한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 행사가 정기적인 축제로 거듭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오전 오후 2부로 나누어 공연이 진행돼 지나는 시민들의 발걸음을 잡았다. 케밥과 아이스크림 등이 일찍 동이 날 만큼 성황을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