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대학교 시민정원사 교육과정에서 만난 권옥연(權玉蓮·64)씨는 웃으며 이야기했다. 조경가든대학 교육에 참여하려고 몇 번 시도한 끝에 지난해 겨우 수료할 수 있었고, 올해는 심화과정이라 할 수 있는 시민정원사 과정에 참여 중이다.
권씨가 정원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데에는 두 가지 계기가 있었다. 첫 번째는 관광 프로그램을 통한 일본 정원 탐방이다. 일본 후쿠오카 등 큐슈 지방의 유명 정원을 돌면서 문화를 접했던 것이 그에게 큰 영향을 줬다. 두 번째는 주말에 쉬려고 마련한 양평의 전원주택이다. 이 집이 그를 조경에 대한 관심을 갖게 했고 당장 갖게 된 정원이 직접 가꿔야 할 숙제가 됐다.
“일본에서 아름답고 정갈한 정원들을 보면서 깊은 감명을 받았어요. 복잡한 머리를 식히며 명상할 수 있는 정원이 있다면 좋겠다 싶었죠. 마련한 전원주택은 정원이 200평이나 돼요. 막상 가꿔보려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더라고요. 그래서 체계적으로 먼저 배워보자고 마음먹었죠.”
교육과정은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보람도 컸다고 말한다.
“정원 관리가 몸을 써야 하는 일이잖아요. 요즘처럼 여름에는 땀도 많이 나고 더 힘들어요. 대신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니까 건강에는 많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지난해에는 경기도에서 주최하는 정원박람회에 교육생들과 함께 월가든(벽 형태의 정원)을 제작해 참여했는데, 기획에서 제작까지 모든 과정을 진행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어서 보람 있었어요.”
시민정원사 과정을 공부하며 권씨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정원과 문화가 복합된 공간을 꾸며보는 일이다.
“최근에 최시영 건축가의 파머스대디와 같은 공간들이 주목받고 있잖아요. 저도 제가 그동안 열심히 해왔던 도예나 자수 같은 예술 분야와 접목한 정원이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그곳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 마니아가 만나 서로에게 전문 분야의 교육을 해주는 문화공간을 꿈꾸고 있어요. 단지 꿈으로 끝내지 않기 위해 부지부터 열심히 알아보고 있습니다.”
평생 흙과는 거리가 있는 삶을 살다가 갑작스레 정원 일을 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까 했지만 너무나 맘에 든다는 그는 시니어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나이 들면 흙과 꽃이 좋아진다고 하잖아요. 저 역시도 그랬어요. 요새는 정원에 만든 텃밭에서 채소들을 가꿔 먹는 재미도 쏠쏠해요. 또 해질녘에 해먹에 누워 정원을 바라보면 지상낙원이 따로 없죠. 안과의사인 남편은 손이 보배라며 뒷짐만 지고 있어 약이 오르기도 해요. 그래도 노년에 이렇게 바쁘게 지낼 수 있다는 건 큰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나이에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뭘 하지?’ 하며 방황하는 사람도 많잖아요. 몸을 움직여서 건강에도 좋고, 여러 분야 중에 정원을 가꾸는 이 직업을 추천하고 싶어요.”
시민정원사를 꿈꾸는 권옥연씨(上)와 그의 정원(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