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가 할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단다.
‘할머니! 크리스마스 날 할아버지가 산타크로스할아버지 옷을 입고 선물을 갖고 온다고 하는데 진짜야?’ 손녀는 이제 7살이다. 누구로부터 무슨 말을 들었고 거기에 자신의 상상력을 보태서 하는 말이다. 할머니는 어떻게 대답해야 올바른 대답일지 몰라 잠시 머뭇거렸다고 한다. 손녀는 산타할아버지가 실제는 없다는 것을 알아버린 것 같다. 그런데 해마다 선물을 받으니 할아버지가 산타 옷을 입고 밤에 몰래 와서 주고 가는 모양이라고 믿는 것 같다.
‘응 할아버지가 산타 옷을 입고 선물을 갖고 오실거야 예원(손녀의 이름)이가 무슨 선물을 받고 싶은지 종이에 적어서 책상위에 붙여두면 꼭 그 선물을 받게 될 꺼야!’
‘예 알았어요, 엄마랑 생각해보고 적어 놓을 께요.’ 하고 말하더란다.
손녀와 같이 살지 않으니 며느리에게 미리 돈 봉투를 주고는 아이가 원하는 것을 사서 잘 포장하여 전해 주라고 말했다. 손녀는 선물 받기 전에 엄마랑 받고 싶은 선물을 상의 할 테니 귀신같이 할아버지가 손녀의 마음을 알아서 보내왔다고 만족하고 기뻐할 것이다.
예전에 필자의 어린 시절에도 산타크로스할아버지가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준다고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산타크로스할아버지는 이름에서 나타나듯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 외국사람이여서 우리와는 관계없는 먼 나라 사람으로 알았다. 산타크로스할아버지는 동화책에서나 나오는 이야기일 뿐이라고 믿었다. 굴뚝타고 들어와서 선물을 나눠준다는 것은 아예 믿지도 않았고 실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아본 기억도 없으니 산타크로스할아버지가 실제는 없다고 믿는 것이 당연했다.
다만 크리스마스이브 때 교회에 가면 동방박사 연극도 보여주고 끝까지 앉아있으면 집에 갈 때 떡과 과자가든 종이봉지를 하나씩 손에 쥐어줬다. 연극구경이나 반짝이는 크리스마스트리 구경보다 종이봉투의 과자와 떡이 탐나서 해마다 크리스마스이브에는 교회에 갔다. 평소에는 교회에 한 번도 나가지 않다가 그날만은 갔지만 아무도 우리를 탓하지 않았다.
크리스마스이브 날 저녁에 손녀가 전화를 해왔다. 할아버지가 썰매도 없고 눈도 오지 않았는데 우리 집에 어떻게 올 것이냐고 물어본다. 평소처럼 전철을 타고 간다고 말하기에는 아이들 환상을 깨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하늘나라의 눈썰매를 빌러 타고 간다고 하기에는 너무 큰 거짓말이다.
‘할아버지가 다 가는 방법이 있어 우리 예쁜 예원이 빨리 잠이 들어야 할아버지가 예원이네 집에 가지’
‘할아버지가 오시기가 어려운데 어떻게 오시지 ’하고 손녀는 궁금증을 품은 채 전화를 끊었다.
아이는 아이의 수준으로 생각한다. 할아버지는 썰매도 없고 눈도 오지 않았는데 어떻게 올지 궁금했지만 아침에 눈을 떠보면 할아버지의 선물이 머리맡에 있을 것이고 확실히 할아버지가 선물을 갖다 준 것은 맞는다고 생각한다. 몇 년 지나면 손녀도 차츰 의문이 하나둘 풀릴 것이고 그렇게 자라면서 어른이 되게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