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일처에 대한 소회

기사입력 2018-06-25 10:17 기사수정 2018-06-25 10:17

결혼이 줄고 있다. 산부인과가 벌써부터 문을 닫기 시작했고 놀이터에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종알거림이 사라진 지 오래다. 노인은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젊은이는 줄어들고 있어 안타깝다. 수명이 늘어나면서 일부일처제가 지겨운 제도라는 말을 우스갯소리처럼 하는 사람도 종종 있다.

얼마 전 모 경제신문에서 읽은 내용이다.

“인간의 뇌는 몸무게의 2%를 차지한다. 그런데도 에너지의 20%를 소비하는 고비용 기관이다. 로빈 던바와 수잰 슐츠는 ‘던바의 수’라는, 포유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뇌가 가장 많은 에너지를 쓸 때는 ‘암수 관계’를 형성할 때라는 점이다.

조류, 포유류 중 뇌가 큰 종은 일반적으로 일부일처의 습성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반면에 거대한 무리생활을 하며 무작위 짝짓기를 하고 종의 확장에 주력하는 종들은 확연히 뇌의 크기가 작았다고 한다. 울새, 박새 같은 작은 새는 번식기마다 새로운 짝을 찾는다. 반면 올빼미, 앵무새, 까마귀, 맹금류는 한 쌍의 암수가 평생을 함께한다. 포유류 중 약 5%가 일부일처를 유지한다. 개, 늑대, 여우, 영양은 뇌가 큰 편이다.”

일부일처, 한 명의 배우자와 살려면 위험과 긴장이 따른다. 부정을 저지르거나 생식능력이 없어지면 유전자 보존율이 낮아질 위험이 있다. 일부일처는 조화롭게 서로의 능력을 나누고 행동을 조심해야 하고, 분업을 이루어 아이를 양육하거나 사냥을 하고 양식을 마련하는 일을 해야 한다. 또 살아남기 위한 일종의 사교성이 인간에게는 수다나 뒷담화로, 동물들에게서는 그루밍(털 고르기)으로 나타난다.

유인원에게 그루밍은 몸단장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헌신과 복종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한다. 남자의 대화는 주로 자기 과시나 집중을 받기 위한 것으로 공작새의 꼬리 같은 역할을 한다. 두 남자가 대화하는 중에 여자가 나타나면 대화의 주제가 갑자기 바뀐다고 한다. 과시와 집중에 대한 욕구가 극대화되는 순간이다. 살기 위해 머리를 쓰게 되고 그래서 뇌가 커진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결론적으로 뇌가 크고 진화한 동물들이 일부일처를 유지하는 것은 그 위험에 비해 가치가 더 크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일부일처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이리라 추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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