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노후생활 하려면

기사입력 2018-10-01 10:09 기사수정 2018-10-01 10:09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외모나 의상, 소지품, 그리고 관심사 등에 대해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는 경우를 외국 사람들에게서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데에 신경을 쓰고 살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많이 두지 않는 것 같다.

얼마 전까지 나는 수염을 길렀었다. 현직에 있을 때부터 길러보고 싶었지만, 직장인이라 이목 때문에 꿈을 접어두고 있다가 퇴직하는 날 많은 사람 앞에서 선언하고 수염을 기르기 시작했는데 만족스러웠고 보는 사람들의 반응도 꽤 좋은 편이었다.

자주 가는 동네 헌책방이 있다. 이 책방의 주인이 50대에 갓 접어 든 사람인데 수염을 기르고 있어서 둘이 수염에 관한 이야기를 종종 나누곤 했다. 그 무렵 주변에서 '수염 때문에 나이가 더 들어 보인다, 지저분해 보인다'라는 등의 말이 들려서 몇 년 후에 다시 기르기로 마음을 고쳐먹고 수염을 완전히 깎아버렸다. 어느 날 책방에 가서 주인과 한참을 이야기했는데도 그 사람은 필자의 수염 깎은 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틀이 지나 다시 그 책방에 가서 주인에게 '내가 수염을 깎았는데 모르겠소?'라고 물으니 그때에야 "아, 그렇군요." 하면서 알아보는 것이었다. 그일 이후 '남들은 내게 그다지 관심이 없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이런 가설은 필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실험에서도 증명된 사례가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로 유명한 서울대 김난도 교수가 지은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젊은 대학생이 입기는 민망한 티셔츠를 실험대상 학생에게 입히고 그가 만난 동료 대학생 중 몇 % 정도가 자신이 어떤 셔츠를 입었는지 기억할 거로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본인은 절반가량인 48% 정도가 자기 옷을 기억할 것이라고 응답했지만 실제로 학생들에게 물으니 그 티셔츠를 기억하는 친구는 8%에 지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당신에게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것을 명심하라. 그리고 남이 당신을 부정적으로 보리라는 생각에서 벗어나라. 어쩌면 당신의 블라우스에 있는 아주 작은 얼룩이 아니라 당신의 건강한 혈색을 보고 감탄할지도 모른다."

독일 괴팅겐 대학에서 심리학과 의학을 전공하고 괴팅겐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교수 보르빈 반델로브(Borwin Bandelow)가 ‘불안 그 두 얼굴의 심리학’이라는 책에서 쓴 말이다.

이처럼 개인의 경험과 전문가들의 견해를 비춰 볼 때,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세상 사람들은 나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은 각자 자기 일을 하고 자기 생각만 하기에도 정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나라 안팎의 커다란 이슈도 일시에 들끓었다가 수그러드는 것처럼 남을 걱정하거나 비판하는 것이 지나고 나면 잠깐 동안의 일에 지나지 않았음을 기억해 내기에도 쉽지 않을 정도로 많이 겪은 경험이 있다.

그렇다면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일일이 남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에 대해 신경 쓰면서 살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겠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옷차림과 외모를 꾸미고 물건을 소지하거나 행동을 함에 있어 이제는 남을 너무 의식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보여 주면서 살아가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다. 다만 다른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주지 않고 또 피해를 주지 않는 적당한 범위 내에서 정도를 지켜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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