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은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들이 겪었던 역사를 기억하고 교육하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하는 공간입니다.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의 안내문-
박물관을 찾은 날, 초겨울의 날씨는 제법 쌀쌀하고 연일 미세먼지 탓인지 하늘은 회색빛이었다. 어쩌면 이 공간은 밝고 환한 날보다 이런 날씨가 더 어울린다는 우울한 생각이 들었다.
많은 후원자의 힘으로 세워진 박물관은 2012년 문을 열었다. 역사관, 운동사관, 생애관, 기부자의 벽, 추모관 등 전시실의 내용은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해설을 위한 오디오 기기를 대여해 주어 해설을 들으며 자료를 찬찬히 살펴볼 수 있었다. 가장 마음 아팠던 공간은 생애관이다. 자그마한 방 하나의 왼쪽 벽면에는 젊은 위안부의 사진이 있다. 오른쪽 벽에는 할머니가 된 그녀들의 주름진 모습이, 중앙의 벽에는 ‘위안부’시절의 사진이 있다. 소녀에서 할머니로 건너오는 인생의 과정에 위안소가 터억 버티고 있다. 너무나 아프고 큰 강을 건너온 그녀들이다. 보통의 우리들이 겪어 온 청춘의 아름다움과 다양한 배움, 여러 경험 대신!
이 방의 기획의도가 그대로 전해진다. 모진 삶의 바퀴를 힘들게 이고 지고 끌고 왔을 게다. 짐작대로 생애관에는 ‘위안부’로 연행된 시기와 지역 등 피해 기록이 소개되어 있다. 해방 후 이어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굴곡진 삶을 한국 현대사의 연대표 위에 조명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과 불행한 가족사가 펼쳐져 있어 마음 무겁다.
추모관에는 이제 고인이 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얼굴과 사망 날짜가 있다. 장미꽃 한 송이를 꽂아드렸다. 그녀들의 구겨진 청춘에 마음 아파하면서. 하루빨리 일본의 진상 규명과 진심 어린 공식 사죄, 법적 배상이 있어야겠다는 것을 강하게 느낀 박물관 탐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