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시스템으로 정신증 치료한다

기사입력 2020-09-21 09:48 기사수정 2020-09-21 09:48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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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의태 교수팀이 항정신병약물 치료 종결 후 정신증 재발 여부에 따른 도파민 시스템의 변화 차이를 분석해 발표했다. 도파민은 의욕, 동기부여, 감정, 기억, 인지, 운동 조절 등에 영향을 미치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이다. 도파민이 많으면 행복과 쾌감을 느끼지만 부족하면 의욕과 흥미를 잃게 된다.

연구에 따르면, 항정신병약물 치료를 마친 뒤 증상이 재발한 환자에서는 치료 후 도파민 분비량이 이전보다 증가했지만, 재발하지 않고 치료가 유지된 환자는 도파민 분비량이 감소한 모습을 보였다. 이같이 도파민 시스템을 확인하면서 정신증을 치료한다면, 재발 가능성을 낮추고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신증에 포함되는 조현병, 망상장애, 조울병 등은 세부 질환명이 다르게 표현되지만 공통으로 환청과 같은 지각 장애, 망상과 같은 사고 장애를 호소한다. 나타나는 증상이 비슷하다 보니 원인 질환에 관계없이 주로 항정신병약물을 통해 치료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증상에 차이가 없고 치료 효과도 비슷하다 보니 정신증 중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질환인지 진단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또 항정신병약물이 증상을 쉽게 호전 시켜 경과 관찰을 통한 감별 진단도 어렵다. 결과적으로 원인 질환에 따른 예후 예측이라든지, 치료를 끝내도 되는 ‘치료 종결 시점’을 판단하는 일 역시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항정신병약물의 복용 기간이나 치료 종결 여부는 보통 의료진의 경험에 의해 결정돼 왔다. 하지만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일률적인 결정은 치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조현병은 꾸준한 약물치료가 필요한데 그보다 치료가 빨리 끝나버리게 돼 재발 위험을 높일 수 있고, 반대로 단기간에 회복될 수 있는 질환에서는 불필요한 투약과 치료로 인해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의태 교수팀은 항정신병약물 치료에 대한 객관적인 종결 시점을 예측 ‧ 결정할 수 있도록 최소 1년 이상 항정신병약물 치료를 받고 증상이 완화된 초발 정신증 환자 25명을 대상으로 정신증 질환의 재발과 도파민 분비의 변화를 관찰하기로 했다.

도파민을 관찰한 이유는 도파민 과잉 분비가 정신증의 주원인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인데, 항정신병약물은 도파민 시스템을 안정시키고 균형을 맞춰가면서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증상이 완화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4주에 걸쳐 투약 용량을 점차 감량한 뒤 치료를 종결했다. 감량을 시작한 시점과 치료 종결 후에 도파민 분비량을 측정했다. 16주 차에는 정신증 재발 여부를 확인함으로써 증상이 재발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 사이의 차이점을 살펴봤다.

분석 결과, 총 25명의 환자 중 10명의 환자에서 정신증 증상이 재발했는데, 증상 재발 그룹에서는 치료 종결 후 실시한 검사에서 도파민 분비가 증가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에 안정적으로 치료 효과가 유지된 그룹은 도파민 분비가 저하된 양상을 보였다.

김의태 교수는 “항정신병약물 치료를 끝낸 후 도파민 분비가 향상된 환자들은 증상 재발률이 더 높았는데, 이러한 환자의 경우에는 치료 기간을 좀 더 연장해야 한다는 객관적 근거를 제시한 결과”라며 “도파민 시스템의 변화를 관찰하면서 정신증을 치료한다면 환자 개개인에게 맞는 맞춤 치료를 제공할 수 있고, 치료 효과도 보다 향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정신과학 연구 최고 권위지인 '분자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 최신 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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