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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상에 핀 봉선화야
-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라는 꽃말을 가진 봉선화. 어린 시절, 그 기나긴 여름이면 초가집의 울밑마다 봉선화가 피었다. 그 봉선화를 나라 잃은 슬픔을 비유해 해방 전후에 태어난 우리들은 “울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라고 애처롭게 노래했다. 여성들은 지금의 매니큐어 대신 백반과 섞어 찧은 봉선화 꽃을 손톱에 동여매 곱게 물을 들이곤 했다. 손톱에
- 2017-08-2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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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수한 영혼을 가진 아름답고 강한 여인 강주은
- 영화 에서 주인공 톰 행크스가 하얀 깃털이 인도하는 대로 평생 마라톤을 하는 것처럼 강주은도 최민수라는 깃털에 이끌려 전혀 예기치 못한 라이프가 되어버렸다. 처음 만난 강주은은 생각보다 날씬하고 예뻤다. TV에서의 모습은 미스코리아 출신에 상남자 최민수를 주눅 들게 하는 아줌마의 이미지도 있고 해서 크고 강해 보였는데 막상 마주한 그녀의 이미지는 부드럽고
- 2017-08-24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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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웹툰 원작 전성시대
- 요즘 시청자와 만나고 있는 신세경·남주혁 주연의 tvN 드라마 , 하정우·이정재·차태현·마동석 등 스타 초호화 캐스팅으로 관심을 폭발시키며 기대를 모으고 있는 12월 개봉 예정 영화 , 2007년 초연 이후 버전을 달리하며 뮤지컬 무대에 오르고 있는 , 노년의 사랑을 담백하고 현실감 있게 그려 감동을 준 연극 , 젊은 층에서 선풍적 인기를 얻은 웹드라마 ,
- 2017-08-2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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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식에 대한 추억
- 올해 77세로 미수를 맞는 남편과 필자는 다섯 살 차이다. 남편은 6․25전쟁 때 아버지가 납치된 후 많은 고생을 했다고 한다. 그런 남편이 가끔 아버지가 납치되기 전 자장면을 배달시켜서 먹었다며 그 시절의 이야기를 가끔 즐겁게 하곤 한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자장면을 먹어본 기억이 없는 필자는 남편이 6.25전쟁 전에 자장면을 먹었다고 하니 믿기지 않는다
- 2017-08-2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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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별하기 쉬운 친구사이여야
- 얼마 전에도 우리는 ‘잠깐 다녀올까?’ 하면서 한 마디씩 나누고 강원도로 냅다 달려 북쪽의 끝머리 고성의 통일전망대를 향해 치달았지요. 거진항에서 찝찔한 갯내음을 맡으며 싱싱한 생선회를 먹고 일상에서 묻힌 마음의 먼지를 바닷바람에 훌훌 날리고 새벽을 달려서 돌아왔습니다. 언제나 가보아도 동해의 푸른빛은 변함이 없는데 우리네 삶은 왜 그리도 잘 변하는 빛깔을
- 2017-08-1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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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으로 미묘한 인간의 감정
- 같은 직장에서 만난 30년 지기 친구 K에 대한 이야기다.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결혼 전 동거해 아이까지 낳고 그렇게 불같은 연예와 출산의 과정을 거친 후 결혼을 했다. K의 남편은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데다가 잘난 여성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좀 고리타분한 성격의 남자였다. 아들 하나 딸 하나 낳고 그럭저럭 사는가 싶었는데 이 남자, 연애할 때는 느
- 2017-08-08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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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치 이야기(八チ公物語)
- 특별히 잘 알려진 대작이거나 이슈가 되는 영화는 아니어도 편안히 볼 수 있는 오래된 영화자료들이 집에 있어서 요즘 틈날 때마다 한 편씩 본다. 하치 이야기(八チ公物語)라는 아주 오래전의 일본 영화도 그중의 하나다. 장르는 가족드라마이고 청소년도 관람할 수 있는 영화다. 자극적이고 도가 지나치는 이야기들에 익숙해져가는 요즘 사람들이 보면 신파 같다며 재미없어
- 2017-07-0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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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감님은 언제쯤 드러내놓고 주책을 부릴까
- “망고, 어디서 났게?” 동생은 망고를 깎으면서 대단한 비밀이라도 들려주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의도를 알기 어려운 질문이어서 잠시 머뭇거리니까 동생이 그새를 못 참고 말을 이어갔다. “요즘 우리 시어머니가 이상해.” 그 말에는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이 잔뜩 묻어 있었다. 동생의 시어머니는 음식 솜씨가 참 좋다. 그 솜씨를 동네 노인정에서 발휘하니 점심 먹
- 2017-07-05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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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주님과 기사님?
- 사실 이 이야기를 하기는 무척 조심스럽다. 진정성을 헤아리기보다는 얄팍한 호기심으로 남의 집 창문 들여다보는 일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기에. 그러나 야학 시절 우리 가족을 가장 살뜰히 사랑해주셨기에 지금도 필자에게 따뜻한 난로가 되어주는, 그러므로 가장 소중한 의미가 담긴 청춘의 빛깔 고운 커튼을 조심스럽게 걷어 올려본다.
- 2017-06-2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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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 예찬
- 하짓날 새벽 곁에서 자고 있는 아내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언제 저렇게 잔주름이 있었던가. 매일 매 시간 다른 어느 누구보다 많이 자주 본다고 자부하며 곁을 지켜왔어도 몰랐는데 갑자기 눈에 띄다니 서 있는 곳이 바뀌면 풍경도 바뀐다는데 혹시나 하고 발치로 옆구리로 옮겨 가며 바라봐도 보려고 해서 그런지 역시나 보인다. 가시덤불로 막아도 지름길로 온다는 흰
- 2017-06-26 1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