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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다사(多死) 사회 본격화 죽음 준비하는 ‘웰다잉’ 산업 키워
- 일본에서는 다사(多死) 사회라는 말이 생겨날 만큼 사망자 수가 늘어났다. 2022년 기준 연간 사망자 수는 140만 명. 죽음 준비가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되는 사회가 온 듯하다. 일본 정부는 웰다잉 서비스 산업을 강조하며 ‘엔딩산업전’을 개최, 비즈니스를 장려하고 있다. 일본인의 평균 수명은 2020년 기준 여성 87.7세, 남성 81.6세다. 수명이 늘고 있다지만, 고령자가 많아지면서 사망자 수도 함께 늘고 있다. 2040년에는 연간 168만 명의 사망자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후쿠오카시의 인구(약 160만 명)에 준하는 수치다. 다사 사회는 ‘노인의 증가로 사망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 인구가 점차 감소하는 사회 형태’를 뜻하는 하나의 명사가 됐다. 일본은 고령사회 다음으로 다사 사회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2038년에서 2042년이 다사 사회의 정점일 것이라고 예측한다. 집에서 맞이하는 죽음 다사 사회는 죽음에 대한 인식을 서서히 바꾸기 시작했다. 먼저 죽음을 맞는 장소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후지 가즈히코(藤和彦) 경제산업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단카이 세대(1947~1949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모두 후기고령자(75세 이상)가 되는 2025년 이후 ‘다사 사회’가 온다”면서 “병원의 병상 수가 줄어들고 있어 스스로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경우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2018년 기준 재택사는 약 10%였는데, 후생노동성은 2038년까지 재택사와 시설사 비율을 40%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지역포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어디에서 죽느냐뿐 아니라 누가 죽음을 지켜볼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있다. 가족이 임종을 지킬 수 없는 1인 가구가 많아졌기 때문. 최근에는 죽음을 지켜보는 전문가라는 뜻의 ‘미토리시’(看取り士)라는 직업이 등장하기도 했다. 부족한 의료 인력을 대신해 죽음을 관장하는 이들로, 군 복무 경험이 있는 유족이나 교도관을 ‘간병 네트워크’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후지 가즈히코 연구원은 자택에서 여생을 마무리하는 노인이 많아진다는 건 ‘사망’을 쉬쉬하던 분위기의 일본 사회로 ‘죽음’이 들어온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린이 앞에 죽음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인식이 두드러져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도 뉴스에서 사체를 방영한 적이 없었던 일본”이라며 “‘바람직한 죽음’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납골묘 동기 ‘묘친구’ 아시나요 일본에서는 죽음을 준비하는 활동을 뜻하는 ‘종활’(終活)이 이미 곳곳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지자체에서는 고독사를 막기 위해 ‘엔딩플랜 서포트 사업’을 한다. ‘생전계약’(生前契約) 서비스도 있다. 생전에 장례업체에 사후 절차를 위탁하는 것인데, 장례뿐 아니라 재산 관리, 간병 등의 생활 관리도 지원한다. 2022년 열린 장례 박람회 ‘엔딩산업전’은 벌써 8회를 맞이했다. 박람회에서는 개인의 삶에 맞춘 장례, 매장, 제례 서비스와 더불어 자산 운용, 재산 상속, 유품 정리 등 웰다잉과 관련된 서비스를 선보인다. 생전에 자신의 취향을 반영하는 등 죽음을 대하는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축구를 좋아하는 고인을 위한 축구공 유골함, 수의를 대신하는 ‘에필로그 드레스’ 등의 서비스가 등장했다.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끼리의 교류도 활발해졌다. 같은 장소에 납골묘를 마련한 사람끼리의 교류를 ‘묘 친구’(墓友)라고 부른다. 비영리단체 엔딩센터가 마치다시와 다카쓰키시에 조성한 벚꽃장 묘지는 등록 회원끼리 반년에 한 번 모이는 생전 활동을 중요시한다. 또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스 카페’ 등의 커뮤니티도 있다. 다사 사회가 다가오면 화장장이나 묘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돼 이를 대체할 산업도 떠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아파트처럼 생긴 맨션형 납골당이 늘고 있다. 내부에 참배 부스가 있어, 평소에는 유골함을 따로 보관해두었다가 개인 카드를 찍으면 부스로 자동 이동하는 형태다. 이처럼 일본에서는 죽음을 준비하는 행위도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되고 있다. 곧 우리나라에서도 죽음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비즈니스가 유행할지도 모를 일이다.
- 2023-07-2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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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임금 인상안 계산해보니… 중장년 수익 감소 우려
- 내년 최저임금이 2.5% 인상된 시급 9860원으로 확정됐다. 월급(209시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206만740원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밤샘 논의 끝에 15차 전원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이번 수정안은 올해 시급에서 240원, 월급 기준으로는 5만160원이 인상된 것으로, 노동계의 관심사였던 1만 원 돌파에는 실패한 수준에서 확정됐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안에 가장 영향을 받는 세대는 5060 중장년층이다. 전체 세대 중에서 최저임금의 영향을 덜 받는 전문관리직이나 사무직 비중은 가장 낮고, 최저임금으로 급여가 정해지는 경우가 많은 제조, 서비스, 단순노무직 종사자 비중이 높은 세대이기 때문이다. 2021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5060 세대의 단순노무종사자 비율은 27.1%로 10% 내외를 기록한 젊은 세대에 비해 3배 가까운 수치를 기록했다. 또 상대적으로 급여 수준이 취약한 30인 이하 사업장 근무자 비율 역시 75.8%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번 인상안을 통해 중장년층은 실제로 급여 상승효과를 누릴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실질임금은 되레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원인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있다. 국회는 2018년 5월 최저임금 범위에 매월 지급되는 정기상여금과 현금성 복리후생비 등을 포함하도록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은 2019년부터 적용됐지만, 노동계 현실을 고려해 산입요율을 차등 적용해 왔었다. 이 산입범위가 100% 적용되는 시점이 내년인 2024년으로, 근로자 입장에선 실질소득 감소 요인으로 작용한다. 임금인상 요인이 있을 때마다, 기본급 인상보다는 상여금 확대 등으로 보완하는 방식을 선호했던 제조업 등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올해 임금과 비교해보면 이렇다. 예를 들어 월 209시간 근무하는 근로자가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한 기본급에 식대 20만 원, 교통비 20만 원을 고정적으로 받고 있었다면, 2023년에는 205만792원 지급받았던 실질임금이 내년에는 206만740원으로 소폭 상승한다. 2.5% 인상은 온데간데없고, 0.45%만이 인상된 사실상 제자리 걸음이다. 여기에 식비‧공공요금 인상 등 물가상승을 고려하면 사실상 실질임금은 줄어든 셈이 된다. 만약 언급한 사례보다 상여금 금액이 더 높았다면 실제 2024년 임금 지급액은 올해보다 줄어드는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물론 인상 효과가 낮아보이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최저임금 인상폭이 낮은 데 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문제는 그동안 노동계에서 계속 지적했던 사안이다. 지난달 14일 국회도서관에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4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1만2천원 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산입 범위 개악과 최저임금 제도의 왜곡 현실’ 토론회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토론회에서 “산입범위 확대로 이제는 기본급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사례가 일반적인 현상이 됐다”며, “기본급을 낮게 유지한 채 다양한 상여금과 수당을 활용해 최저임금 위반을 회피하는 다양한 꼼수가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 2023-07-2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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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어난 중장년 ADHD 환자, “승진 누락 등 불편 겪어”
- 요즘 주목받고 있는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는 정신의학적 질환으로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를 말한다. 소아·청소년기에 발병하는 질환으로 알려진 과거와 달리 현재는 성인 ADHD 환자도 많은 상황이다. 성인 환자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인데, 특히 중장년층에서 발병률이 급증하고 있다. ADHD는 주의산만, 과잉행동, 충동성의 3대 증상을 특징으로 한다. 성인 ADHD는 소아·청소년기와는 다른 증상 패턴을 보인다. 과잉행동은 감소하며, 집중의 어려움과 충동성이 주 문제가 된다.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2~3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지 못하는 등의 증상을 겪는 경우가 많다. 국내 성인 ADHD 유병률은 4.4%로 추정된다. 아동기 때 ADHD 진단을 받는 경우 3분의 2가량이 성인기까지 증상이 지속된다. 그리고 남들보다 조금 부주의하거나 실수가 잦긴 해도 ADHD인지 모르고 살다가 늦은 나이에 진단받기도 한다. 최근에는 후자의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올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ADHD 진단 현황’에 따르면, ADHD 진단을 받은 성인(20~80대)은 2017년 7748명에서 2022년 9월까지 3만 9913명으로 늘었다. 매년 증가세를 보였으며, 6년간 5.1배가량 늘었다. 그중 중장년이 가장 가파른 증가폭을 보였다. 50대는 2017년 170명에서 지난해 954명으로 5.6배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40대는 686명에서 3816명으로 5.5배 늘었다. 나도 성인 ADHD 환자일까? 50대 방송인 박소현은 지난해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 출연, 평소 겪고 있는 건망증의 고충을 토로했다. 더욱이 그는 사람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안면인식장애도 겪고 있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얼굴과 생일, 사소한 정보는 너무나도 잘 기억했다. 오은영 박사는 박소현에게 ‘조용한 ADHD’라는 진단을 내렸다. 오 박사는 “행동에 문제가 없는 주의력 저하를 의심할 수 있다. 집중할 때와 아닐 때 정보 저장의 차이가 크다”라면서 “머리가 나쁜 것도, 기억력 자체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박소현은 자신을 평생 괴롭혀온 건망증이 ADHD 증상이라는 사실에 충격받은 모습이었다. 한편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던 자기 행동에 대한 답을 알게 되어 후련해 보이기도 했다. 그의 모습은 사실 어떠한 이유로든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은 성인들이 ADHD 진단을 받았을 때 나타나는 반응과 유사하다. 성인기의 ADHD 증상은 공존질환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공존질환의 종류로는 우울증, 불안장애, 알코올 사용 장애, 조울병, 인격장애, 충동조절장애, 비만, 섭식장애, 수면장애, 편두통, 건강하지 못한 생활 습관 등이 있다. 80% 이상의 환자가 1개 이상, 40% 이상의 환자가 3개 이상의 동반 장애를 가진다. 성인 ADHD를 ‘양파’에 비유한 반건호 경희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성인 환자는 성장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이 양파 껍질처럼 켜켜이 쌓여 본질을 알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반건호 교수는 저서 ‘나는 왜 집중하지 못하는가’에서 “불편함을 감수하고 살아가다가 40~50대가 되어 병원을 찾는 이들도 많다”면서 “보통 연차가 쌓이면서 높은 직급에 오르는 경우 인력 관리와 업무 총괄 같은 조직화 능력을 발휘해야 할 때가 많은데, 이 부분에 취약점이 있는 ADHD 환자는 회사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로 인해 승진 누락, 업무 배제 등으로 우울증이 찾아오기도 한다. 이처럼 ADHD 증상은 나이가 들면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반건호 교수는 노인이 되어서도 ADHD 증상이 성인기와 비슷하게 나타난다고 짚었다. 자존감이 낮고 욱하는 성질을 보이는 노인 ADHD 환자들이 가장 호소하는 문제는 사회관계 부족 또는 단절이었다. 이에 따라 반 교수는 ADHD 노인을 위한 기반 시설이나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인 ADHD, 부끄러워 말아야 ADHD 환자 치료로 약물요법이 권장된다. 나이가 많을수록 약물치료에 반감을 드러내지만, ADHD는 약물치료에 대한 반응률이 80%에 이를 정도로 효과가 좋다. 대표적으로 메틸페니데이트, 아토목세틴 성분의 약이 처방된다. 뇌에서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을 증가시키는 약물이다. 그러나 약물치료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며, 이에 따라 인지행동 치료가 필요하다. 성인 환자가 가정과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수용·마음 챙김에 기반을 둔 인지행동 치료가 적용된다. 자신의 문제를 통제하면서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다. ADHD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필요하다. ADHD를 가진 사람은 집중력이 떨어지지만 창의성은 높은 경향을 보인다. 역사적 인물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아인슈타인 등이 ADHD였을 거라고 추측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또한 ADHD를 갖고 있는 사람은 활동적이고 호기심이 많은 편이다. 이들이 나이를 먹으면, 은퇴 후 노년기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즐기면서 보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성인이 되어 늦은 나이에 ADHD를 진단받았다고 해서 부끄러워하거나 감출 필요가 없다. 다만 일상에서 겪는 불편함을 개선하고 싶다면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겠다.
- 2023-07-24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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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 돌봄 여름 나기… 진천군 ‘생거진천 치유의 숲’
- 햇살이 마냥 싱그럽다. 어찌나 밝고 환한지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날들이다. 서늘한 숲과 푸름이 제맛인 곳에서 초록의 신선함에 한껏 파묻혀보고 싶은 날들이다. 짙어져가는 녹음 속을 호젓하게 걸으며 치유의 숲을 누릴 수 있는 적기다. ‘생거진천 치유의 숲’은 충북 진천군에서 조성한 산림욕장이다. 자연과 사람의 만남을 통해 일상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회복하여 건강한 삶의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휴양 활동을 제공하는 곳이다. 바쁜 세상에 살면서 자신을 돌볼 여유가 없다고 생각될 때 숲을 떠올려보자. 숲속에서 풍성한 피톤치드와 숲 사이의 햇빛과 바람을 즐기는 힐링 여행은 스스로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살아서는 진천이 좋다는 뜻의 생거진천(生居鎭川)은 산과 물, 그리고 풍수적으로도 빠질 것 없는 여행지다. 더구나 조금 덜 알려진 편이고 인적도 드물어 유유자적한 힐링의 시간이 된다. 진천둘레길 힐링 숲으로 떠오른 무제산 무제봉 아래 치유의 숲은 사색하며 걷기 좋은 숲이다. 치유의 숲에는 입구의 전통 한옥 힐링비채와 마주 보는 산에 위치한 숯채화효소원 두 동의 건물이 보인다. 그리고 4경로의 치유숲길은 물소리맑음숲길 700m(청각), 마음치유숲길 1.2km(촉각), 숲내음숲길 1.5km(후각), 하늘맑음숲길 2.8km(시각)로 이어졌다. 단아한 한옥 힐링비채는 건강치유센터다. 숯채화효소원은 숯온열치유실은 물론이고 세미나실을 이용해 자연과 함께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도록 두 군데 모두 다양한 준비가 되어 있다. 누구나 신청만 하면 참여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산림 치유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숲은 대체로 완만해서 아이뿐 아니라 몸이 불편해서 천천히 걷는 이도 큰 무리가 없는 산길이다. 신록으로 물든 숲에 들면 신선한 숲 내음에 자신도 모르게 기분 좋은 아찔함을 느끼게 된다. 입구에서 몇 걸음 이동하면 곧바로 계곡이다. 물소리맑음숲길과 마음치유숲길 이정표를 따라서 가기만 하면 어려울 게 없다. 걷다 보면 산길 옆으로 쉼터가 보이는데, 그리 힘들지 않아도 잠시 앉아 숲을 느끼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몇 걸음마다 네트벤치나 명상욕장이 나타나 편하게 누워서 숲 사이로 하늘을 보며 쉬는 시간은 세상 더없는 힐링 타임이다. 탁 트인 기분으로 ‘오늘 이 숲은 내 거다’ 해볼 만하다. 네트망에 한참 누워 있다 보면 청량한 바람 소리가 들려오고 복잡한 생각도 사라지며 한없이 평온해진다. 그러다가 깜빡 잠들기도 하는 달콤한 시간이다. 걸을 때마다 푸름으로 꽉 찬 숲이 운치 있다. 깊은 숲으로 오를수록 빼곡한 나무 덕분에 피부로 느껴지는 서늘함이 기분 좋다. 건강한 숲길과 싱그러운 풍경에 몸과 마음이 정화되고 묵은 체증도 사라진다. 산길 어디에나 피어난 야생화가 눈에 들어오고, 작은 옹달샘에서는 유영하는 물고기도 보인다. 운동 삼아 장시간 걷는 것이 습관인 사람들에게는 짧은 느낌일 수도 있으나 숲을 충분히 느끼는 것이 치유의 숲 포인트다. 흙길과 데크가 반복되는 오감테마 치유 숲길을 거치고 나면 온몸이 기분 좋게 반응한다. 생거진천 치유의 숲에는 자연휴양림도 있어서 하루쯤 숲속에 파묻혀 지낼 수도 있다. 진천자연휴양림과 산림문화휴양관이 연결되어 있고, 무제산 무제봉 등산 코스가 이어진다. 무장애나눔길과 데크로드, 놀이 공간과 습체원의 운치 있는 자작나무까지 멋지게 조성된 치유의 숲이다. 숲의 다양한 환경 요소를 통해 인체의 면역과 이완을 얻는다.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정신적 건강의 회복과 치유를 경험하는 시간, 단단한 콘크리트 벽을 떠나 숲을 다녀오면 비로소 부드럽고 투명해지는 일상이 이어진다. 더 나아가 삶의 활기와 자신감이 채워진다. 여름은 역시 숲이다. 아름다운 농업, 똑똑한 농장 ‘뤁스퀘어’ ‘농업 기술과 문화가 연결되는 미래 농촌 사회의 모습은 어떠한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뤁스퀘어’(Root Square)가 충북 진천의 이월면에 자리 잡았다. 산과 들판, 골짜기와 하천, 논과 밭으로 펼쳐진 풍경이 떠오르는 농촌, 뤁스퀘어는 뉴노멀 시대의 농촌을 보여준다. 농업을 주 테마로 하여 미래 농업 복합문화공간 스마트팜 재배 시설이 생겨났고, 카페나 식당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미래 농촌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공간이다. 요즘 도심 근교나 시골에 카페나 책방을 차려놓고 핫플레이스로 등극하는 걸 종종 본다. 뤁스퀘어 또한 그런 곳이라고 생각하고 찾아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충북 진천군 시골 외곽에 자리한 그저 멋진 카페인 줄 알았다면 시종일관 놀랄 일을 마주하게 된다. 약 6000평 규모의 공간에 온실, 재배 공간, 책방, 음식점, 카페, 주거 공간이 각각 색다르게 마련되어 원하는 곳에 머물 수 있다. 뤁스퀘어에 입장하면 가장 먼저 작고 귀여운 식물을 키우는 공간을 만난다. 뤁스퀘어는 스마트팜 농업회사 ‘만나 CEA’의 스마트팜 기술로 재배하는 작물들이 꽃보다 예쁘게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바질이나 유럽 상추 등인데, 이것을 구해 직접 집에서 키워보며 수확의 기쁨도 느껴볼 수 있다. 스마트팜 바로 옆 라운지엔 기프트 숍과 일식 레스토랑이 연결된다. 농사에 필요한 갖가지 농기구와 장바구니가 얼른 집어 들고 싶게 예쁘다. 텃밭을 가꾸고 가족이 먹을 식재료를 담을 도구들을 보며 작게나마 농사를 짓고 싶은 충동이 인다. 식물이 자라는 것이 인테리어가 되고, 창밖 수(水) 공간을 내다보며 식사할 수 있는 소바공방의 냄새도 잘 어우러진다. 공방 창 너머로는 물을 가득 채워 하늘이 담기고 초록의 나무가 담긴 풍경이 눈앞에 있다. 은은하게 물속에 담긴 자연이 또 다른 힐링을 불러온다. 수(水) 공간 밑에 위치한 스템가든이야말로 이게 뭘까 하며 살피게 되는 놀라운 공간이다. 안으로 들어가면서 확 풍겨오는 냄새는 흙냄새와 이끼 냄새인가 싶기도 하다. 식물이 가득 차 있으니 당연히 풀 냄새가 진동한다. 그리고 나무 향까지. 그야말로 자연의 냄새만으로 가득 찬 공간이다. 높은 천장고와 넓은 공간 안에 이끼 낀 바위와 식물들, 사방으로 낸 큰 창 밖으로는 주변의 논과 밭으로 이루어진 풍경이 펼쳐진다. 정원에 앉아 있는 기분이다. 진천을 둘러싼 나지막한 산등성이가 실내로 들어온다. 논 한가운데서 백로가 먹이를 쪼아 먹는 풍경도 뤁스퀘어만의 전망이다. 평화로운 정경에 절로 눈이 시원해진다. 스템가든은 자연을 내부로 들였다. 물이 흐르고 물이 떨어지고 갖가지 식물들이 자라난다. 식물들 사이로 데크가 가로지르고, 꽃이 피어 있는 작은 언덕 옆 무대엔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 있다. 한 공간 안에 다양한 콘셉트의 공간이 자리하고, 이동하는 동선 또한 매력적이다. 이곳에서 자란 예쁘고 깨끗한 채소와 식재료가 브런치 메뉴와 디저트가 되고, 근사한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다. 문밖으로 나오면 잔디가 깔린 너른 광장이 마음을 탁 트이게 한다. 잔디밭을 거닐거나 나무 그늘에 앉아 망중한을 보내는 이들이야말로 평화로운 전원의 그림 한 점이다. 잔디밭 저편으로 야외에 설치된 뤁스퀘어의 새로운 공간 LG스마트코티지를 관람하면 때때로 로망이던 현실이 여기 있음을 알 것이다. 작은 집 오두막이란 뜻의 코티지(Cottage)는 목가적인 시골 생활에 어울리는 건축이다. 이 모든 것이 마음 돌봄을 위한 공간이다.
- 2023-07-2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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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아나 존스와는 딴판” 인류 도구 추적하는 단단한 고고학자
- 인간의 과거는 문자를 사용하기 전과 후로 나뉜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문자 기록이 남아 있는 시대는 몇 천 년에 불과하다. 그보다 훨씬 오래된 700만 년 전 인간의 시간은 기호나 기록은 고사하고 삶의 희미한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가장 엉성했던 시절이다. 김상태 고고학자는 기록이 없는 과거의 끝을 잡아 현재로 찬찬히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신간 ‘단단한 고고학’에는 고고학 중에서도 다소 별종으로 취급받는 구석기 고고학에 대한 애정이 담겼다. 구석기 시대 도구사를 연구하는 김상태 고고학자는 국립한글박물관, 국립춘천박물관, 국립제주박물관을 거쳐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고고역사부장을 맡고 있다. 박물관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상설 전시실인 1층의 선사·고대관과 중·근세관의 전시와 유물을 관리한다. 국립제주박물관에 근무하면서 제주도 최초의 구석기 유적을, 서귀포시에 있는 ‘생수궤’라는 동굴 유적을 발굴하기도 했다. “역사교육과에 진학했지만 학과 공부보다는 인간의 진화와 관련된 분야에 더 관심이 있었어요. ‘고고학반’이라는 스터디 그룹에서 처음으로 고고학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인지 1학년 때부터 별명이 ‘짱돌’이었죠. 문화인류학과에 진화를 전공한 교수님이 계셨는데, 어느 날 무작정 그분께 찾아가 직접 만든 주먹도끼를 선물로 드리면서 ‘이 분야에 대해 공부를 더 하고 싶은데 자료를 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여쭤보기도 했습니다. 학과 학생도 아니었던 터라 거절하시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책을 여러 권 쥐어주시더라고요. 더 재밌게 고고학을 파고들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지금 친구들은 제가 구석기를 연구하는 걸 보고 ‘너 옛날부터 짱돌만 가지고 다니더니 직업이 됐구나!’라고 말해요.” 고고학자, 하는 것이 힘 많은 사람이 고고학자라 하면 고대의 신비를 찾는 탐험가 인디아나 존스를 떠올린다. 인디아나 존스는 평소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지만 흥미로운 유적 이야기를 들으면 중절모를 눌러쓰고 채찍을 두른 채 정신없이 달려나간다. 하지만 실제 고고학자들의 발굴 현장은 영화의 한 장면과 다르다. 온통 흙과 돌뿐인 곳에서 챙 넓은 밀짚모자에 의지한 채 하루 종일 돌을 솎아낸다. 모자 그림자 밖으로 바삐 움직인 팔은 빨개지다 못해 피부가 벗겨진다. 동굴 유적 발굴 현장에서는 해를 피할 수 있지만, 모기떼가 정신없이 달려드는 탓에 방충 모자를 쓰고 긴 기장의 옷과 장갑 등으로 온몸을 감싸야 한다. 거칠고 지루한 작업이다. “구석기 고고학자들은 돌을 직접 깨보고, 석기를 재현해보기도 합니다. 특히 뗀석기는 언뜻 보면 주변의 흔한 돌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에 복원 연습을 부단히 반복하면서 보는 눈을 길러야 해요. 최소 1만 년, 최대 300만 년 전의 기술이라 제작 방법이 기록돼 있지 않기도 하고요. 재현한 석기로 창던지기와 활쏘기, 불 피우기 같은 구석기 시대의 생계 활동을 체험합니다. 복기하다 보면 당시의 도구와 생활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어요.” 단단한 돌을 부드럽게 전하는 과정 국립중앙박물관에는 매년 약 1000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한다. 구석기 시대 유물은 역사적으로 가장 앞선 시기의 흔적이기 때문에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공간에 전시돼 있다. 김 부장은 언젠가 단순하고 비슷비슷해 보이는 돌들이 전시된 구석기실을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관람객들을 발견했다. 석기는 화려한 금제 장신구와 불상, 예술성 높은 그림과 도자기들보다 선명한 형태가 보이지 않기도 하고, 사용 추정 시기와 발견 지역 정도만 적혀 있으니 그 속에 담긴 이야기가 와 닿지 않아 그런 게 아닐까 짐작했다. 그는 신간 ‘단단한 고고학’을 통해 구석기 스토리텔러(이야기꾼)로서 발돋움했다. 인간이 만든 고차원·고성능·다목적 도구를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고, 과거와 현재 사람들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고인류처럼 실제로 돌을 깨 석기를 만들어보는 실험고고학 학자들의 연구 과정뿐 아니라, 한반도의 유적을 곁들인 구석기 시대의 역사적 사실, 원시 인류의 삶과 생각, 도구에 담긴 우리의 미래 등 다양한 내용을 포함했다. “저는 도구의 힘을 믿어요. 확실한 형태가 있어 훨씬 더 강력하고 직접적입니다. 아무리 저명한 역사가일지라도 글은 개인적인 해석이 일부 들어갈 수밖에 없어요. 반면 도구는 왜곡이 없어 담백한 해석이 가능하죠. 떼어낸 조각의 모양과 방향을 보면 계획을 실행할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는 것이 증명되고, 만든 사람의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나요. 손때 묻은 도구 하나하나마다 다양한 선택과 가공이 결합돼 오늘날의 고도화된 결과물로 탄생한 거예요. 구석기인들을 ‘미개’하다고 여길 만큼 사회문화적으로도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인간 또한 본질적으로는 그들과 비슷한 방식을 통해 새로운 문명을 창조했다고 봅니다. 그만큼 구석기인의 돌에는 놓치기 아까운 소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요.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각 도구의 특징을 알게 된다면, 앞으로 박물관 구석기실이 달라 보일 겁니다. 여러분에게 그 즐거움이 닿길 바랍니다.”
- 2023-07-18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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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0만 원을 쥐고 내려와 양봉으로 1억 매출 올리다
- 농사 초심자로 귀농한 사람에게 처음부터 행운의 여신이 방문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자력으로 물정을 익혀나갈 수밖에 없는 고독과, 갖가지 형태의 시련이 야기하는 고통을 통과의례처럼 겪으며 살아가기 십상이다. 대개 인생사가 여기에서 예외가 아니겠지만 귀농 초기의 고생은 한결 농도가 짙다. 충북 옥천군 산골짝에 양봉장(양승원 자연벌꿀)을 두고 벌을 치는 김준환(59)의 경우는 다르다. 2020년에 귀농, 이제 만 3년이 지났을 뿐이지만 제법 튼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처음부터 커다란 시행착오나 흉작을 겪지 않은 채 순항했다. 첫해에 꿀을 팔아 올린 매출액은 4000만 원 정도였다. 작년 8월부터 올 6월까지의 매출은 1억여 원. 순소득은 매출의 50%란다. 이는 보기 드물게 좋은 실적이다. 김준환의 귀농 드라마는 막을 올릴 때부터 좀 특별했다. 단돈 1000만 원을 쥐고 귀농을 결행했으니까. 어떤 이들에겐 푼돈에 불과할 소액을 귀농 밑천으로 삼은 건 그게 김준환 부부가 가진 재산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는 20세 이후 줄곧 서울에서 살았다. 귀농하기 전의 직업은 택배업이었다. 영업소를 세 곳에 둘 정도로 규모가 늘기도 했다. 그러나 귀농을 결심하면서 재산을 정리하고 보니 남은 게 겨우 1000만 원뿐. 이걸로 과연 귀농 생활이 가능할지, 무사할지, 밥은 먹고살 수 있을지 고민이 깊었을 테다. 그는 섬세한 숙고와 모색을 거듭했다. 매사 신중을 기하는 성격이라 하니 망설임이 많았으리라. 이렇게 김준환의 머리에 뒤엉긴 고민을 일격에 걷어낸 건 아내 양승원(49, 양승원 자연벌꿀 대표)이었다. “무슨 생각을 그리 심각하게 하시나? 그냥 내려갑시다!” 아내의 간결하고 우렁찬 일갈에 김준환은 후다닥 고민을 접고 귀농의 돛을 올렸다. 두 사람은 동국대 사회학과 선후배 인연으로 만나 결혼에 이르렀다. 부부가 공유해온 취미는 여행, 또는 놀기였단다. “너무 적은 자금 사정 때문에 고려할 게 많아 고심하던 차에 아내의 적극적인 태도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아내의 성격이 원래 그렇다. 매우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며, 겁이 없다.(웃음) 나하고는 정반대 성향이지만, 사실 다행스럽고 고마운 기질이다.” 세상의 모든 남편들이 부러워할 미덕의 소유자다.(웃음) 그런데 양봉을 작목으로 선택한 건 어떤 연유에서지? 양봉이 여느 농사보다 쉽기라도 하나? “결코 쉽지는 않다. 주로 서울에서 살았던 내가 양봉과 인연이 될 줄은 미처 몰랐다. 그런데 내가 꿀의 달고 향긋한 맛을 원래 무척 좋아했다. 외국 여행을 할 경우 꿀을 구입해서 가져오는 취미가 있을 정도로. 양봉에 관심을 가진 건 매체에서 본 양봉 관련 기사에 흥미가 동하면서였다. 흥미가 생기자 공부를 하고 싶어지더라. 마침 광진구청에서 운영하는 양봉교육 프로그램이 있어 수업을 들으며 이론을 배웠다. 이 시점에 귀농을 발상하게 됐다. 시골에 가서 양봉을 하며 살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농사의 이론과 실제엔 괴리가 클 수 있다. 그래서 귀농 전에 현장의 실제 경험을 쌓아두는 게 똑똑한 귀농의 필요조건이라고들 한다. “현장 실습도 나름대로 충실하게 했다. 양봉계의 실력자인 한 어르신과 운 좋게도 인연이 돼 많은 걸 배웠다. 그는 진정한 고수다. 난 그의 봉장에서 일을 거들어주며 제자가 되길 자청했다. 알바로 조수 역할을 하며, 봉장에 눌러 살다시피 하며, 양봉 전체 과정의 기술을 습득했다. 이렇게 사전 경험을 쌓는 데 1년이 걸렸다.” 김준환은 준비의 품질 자체가 성패의 관건이라는 식으로 사전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사실 귀농을 했으나 슬픈 결말에 이르는 농가들에서 발견되는 허점 중 가장 큰 건 준비 부족이라고 알려져 있다. 부족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준비 없이 뛰어드는 귀농 방식도 드물지 않다. 당연한 준비를 당연하다는 듯 안 하고 경기장에 뛰어들다니. 이건 귀농 필패기에 가깝다. 김준환은 성실한 사전 준비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하나의 기본 사례다. 계획적이고 전략적인 귀농을 구사해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지 않을 방안으로 삼은 게 아닌가. 문제는 아마도 턱없이 소박한 자금 사정에 있었을 텐데, 양봉에 미래를 걸고 경주마처럼 뜨겁게 달려보겠다는 작심을 하고 나선 마당에 걸릴 게 뭐람. 궁즉통(窮則通)! 없으면 없는 대로 살 길을 찾아내는 게 인간이라는 고등생물이다. 김준환 부부는 살림집과 봉장과 기자재 등 모든 걸 빌려 쓰는 것으로 주어진 조건에 적응했다. “옥천엔 연고가 없었지만 용케 봉장을 마련할 수 있었다. 원래 어떤 이가 양봉을 하다 철수한 자리다. 주변 산자락에 아카시아 밀원이 있어 아주 좋은 입지다. 난 운 좋게도 이곳을 빌릴 수 있었다. 거처는 산 아래 월세 집을 얻어 해결했다. 벌통도 중고품을 샀다.” 벌들의 반란을 통제하는 기술력 양봉 운영엔 고정양봉과 이동양봉, 두 가지 형태가 있다. 그는 개화 시기에 맞춰 밀원을 찾아 이동해 꿀을 따는 이동양봉을 한다. 즉 이곳을 베이스캠프로 삼은 한편 철따라 벌통을 트럭에 싣고 이동해 수차례 채밀을 해온다. “작년에는 외지 밀원 1차지에서 3차지까지 이동하며 10여 회 채밀을 했다. 이동양봉은 고정양봉보다 생산성이 훨씬 높다. 물론 노력과 비용은 더 많이 소요된다. 적지 선정과 이동 중 봉군(蜂群)의 피해 차단 문제도 쉬운 게 아니다. 이동양봉이든 고정양봉이든 가장 어려운 건 몇 해 전부터 꿀벌들이 점차 사라지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가을엔 벌들이 어디론가 한꺼번에 쑥쑥 빠져나가는 것처럼 완연히 줄어드는 걸 경험했다.” 꿀벌 개체수의 대량 감소, 이는 이미 전 지구적 이슈로 대두됐다. 문제의 원인이 무엇이라 보나? “기후 변화, 서식지 파괴, 농약의 피해 등 추정만 할 뿐, 연구자들도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내 양봉인들은 예전에 비해 꿀벌 숫자가 3분의 1로 감소했다고 본다. 양봉 여건이 크게 악화된 거다.” 양봉에서 높은 기술 수준이 요구되는 대목은 어떤 것일까? “보온시설이 필요한 월동 관리나 봄 벌 깨우기부터 쉽지 않은 과정이 잇따른다. 상당한 기술이 요구되는 건 유밀기 때의 분봉열(分蜂熱)을 통제하는 방법이다. 분봉열이란 봉군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벌집 공간이 부족할 때 나타나는 증세로, 이럴 때 벌들은 꿀을 최대한 많이 먹고 탈출을 노린다. 새로운 여왕을 만들어 딴살림을 차리고 싶어 안달을 한다.” 벌들의 반란? 그걸 어떻게 통제하나? “적절한 시점에 선제적으로 미리 분봉을 해준다. 중요한 건 분봉열을 감지하는 능력이다. 타이밍을 놓쳐 신속하게 통제하지 못하면 순식간에 봉군의 숫자가 절반으로 줄 수 있다. 진드기나 말벌의 공격으로 봉군이 크게 줄어들기도 한다. 특히 말벌은 무리 지어 날아와 벌들을 무참히 죽인다. 최악의 경우엔 하루 이틀 사이에 20여 개의 벌통을 공격, 그 안에 든 봉군을 전멸시키기도 한다. 무섭다.” 말벌 퇴치는 어떤 방법으로 하는지? “유인액이나 잠자리채, 또는 끈끈이를 활용한다. 8월 하순부터 10월까지는 말벌을 잡는 게 일이다. 훼방꾼은 또 있다. 도봉(盜蜂), 즉 제 벌집이 아닌 다른 벌집에 침투해 꿀을 훔쳐 먹는 벌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도둑 벌들과 방어하는 벌들 간의 처절한 전투로 쌍방에 무수히 많은 주검이 발생한다. 일이 커지면 봉장이 망할 수도 있다. 난 초기에 도봉을 막아내지 못해 벌통 10개를 잃은 적이 있다. 경험 부족으로 빚어진 큰 실수였다. 이젠 벌의 동향만 보고도 도봉을 감지,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 변수가 너무 많은 게 양봉 생존본능에서 추동된 벌들의 광적인 활극까지 듣자니 흥미롭다. 곤충이나 사람이나 영리한 머리를 무기로 때로 지지고 볶는 게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도 들고. 속 터질 변고를 겪은 김준환으로선 괴로워 머리칼을 움켜쥘 일이었겠다. 그는 귀농 전 1년여에 걸친 수련기를 보냈다. 그러고서도 난처한 상황을 면제받진 못했다. 김준환에 따르면, ‘변수, 그리고 경우의 수가 워낙 많은 게 양봉’이라고 한다. 그러나 실수에서 배운 게 곧 자산이 된다. 이제 노련미를 갖추었다. 날갯짓과 소리만으로 벌들의 요구와 계략까지 미리 알아챈다. 사소한 뉘앙스에서 문제 정황을 발견한다. 그러니 꿀의 품질인들 어련하랴. 그는 아주 좋은 자연벌꿀을 생산하노라 자부한다. 공인 기관의 검사를 통한 인증도 받았단다. 그렇다면 좋은 꿀이란 어떤 것일까? “봉군을 건강하게 길러내는 게 관건이다. 스트레스 없는 생활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꿀을 다 빼낸 겨울철에 공급하는 먹이의 질도 중요하다. 흔히 겨울에 설탕물을 벌에게 먹이지만 우린 꿀과 화분을 제공한다. 벌통 안에서 시간을 두고 충분히 숙성된 꿀을 생산해 한결 나은 제품을 고객에게 선보이고자 노력한다.” 올 매출이 1억이다. 판로는 어떤 방식으로 확보하고 있나? “양봉 농가들이 흔히 판로를 못 찾아 고심한다. 연매출 1억을 올리는 농가가 드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판로를 찾지 못해 발생하는 현상이다. 나의 경우 첫해엔 지인들이 사줘 매출을 올렸다. 귀농 이전에 맺은 좋은 인간관계, 이게 판매 루트 역할을 한 셈이다. 그러나 그러한 소극적 방식엔 한계가 있다. 우리는 SNS 마케팅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이 부분은 아내가 전담한다. 현재 생산량의 절반이 온라인에서 팔려나가고 있다.” 사람들은 꿀처럼 믿음이 안 가는 상품이 없다고 한다. 설탕물을 많이 섞은 가짜 꿀이 횡행한다고 투덜거리면서. “설탕물이 많이 들어간 꿀과 진짜 꿀을 외양이나 맛으로 구분하긴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결국 신뢰할 수 있는 양봉 농가의 제품을 구매하는 게 답인데, 이건 더 어려운 일일 거다. 그렇다면 생산자들이 정직한 꿀을 생산하는 게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이지 않을까? 진정한 꿀로 승부하자는 게 내 생각이다.” 당신은 벌의 생태에 관해 환하다. 이 고요한 산중에서 날마다 벌을 관찰하고, 사소한 징후에서 대세를 읽는 활동을 거듭하다 보면 가끔 인생에 대한 새삼스런 생각이 떠오르진 않나? “때로 자신을 돌아보곤 한다. 난 사실 태평하고 게으르게 살아온 사람이다. 한 가지 목표를 정하고 질주하는 성향이 아니었다. 그런데 벌들의 무서우리만치 놀라운 생존본능, 근면성, 집중력 등을 바라보노라면 정신이 번쩍 들 때가 있다. 벌처럼 열심히만 살아도 한결 좋은 인생이 될 거라고 자성을 해보는 거다.” 김준환은 지도를 펴놓고 새로운 길을 찾은 끝에 양봉에 입문해 순항하고 있다. 60세 문턱에서 찾은 등댓불? 그는 인생의 새봄을 맞이한 듯 의기양양하다. 서서히 양봉의 스케일을 확대해나갈 참이다. 김준환이 주는 귀농 Tip •양봉에 뜻을 두고 있다면 무엇보다 사전 준비를 충실히 하라. 이론과 실제를 미리 학습하지 않고 뛰어들 경우엔 리스크가 커진다. 매우 디테일한 기술력이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열심히 사전 교육을 받고서도 돌발 상황에 당황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는 게 양봉임을 염두에 둬야 한다. 나는 1년간의 실제 경험을 미리 쌓았지만 그것도 짧았다. •양봉의 장점은 초기 투자 비용이 적게 들어간다는 점이다. 봉장은 임대를 해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며, 살림집도 빌려 쓰면 큰돈 들어갈 게 별로 없다. 일정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 뒤엔 상당히 수월하게 일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양봉업자들이 많아 밀원 확보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걸 유념하자. •문제는 판로다. 좋은 꿀을 생산하고도 판로를 못 찾아 고통을 겪는 경우가 흔하다. 판로 연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 2023-07-14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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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니어 잡:담회④ 후기편] 재취업 성공하면 끝? “생존 전쟁 시작”
- 퇴직 후 재취업 과정은 녹록지 않다. 경력이 무색할 만큼 퇴짜 맞은 이력서가 쌓여가고, 면접 기회는 좀처럼 잡기 힘들다. 그마저도 탈락의 고배를 마시기 일쑤. 열심히 살아온 인생인데 뭐가 잘못된 걸까. 그 해답을 스스로 찾을 수 없다면,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한 단계다. 이에 재취업 상황별 전문 컨설턴트들의 이야기를 통해 중장년 구직자의 행태를 짚어보고, 그 해결점을 모색해보려 한다. ‘시니어 잡:담회(Job:談會)’ 그 마지막 순서는 ‘취업 후기 편’이다. Episode_1“합격 문자도 받았는데 갑자기 입사 취소라니요?” 간혹 기업 측에서 합격 통보 이후 입사를 취소하는 경우가 있다. 우선 조율 가능한 상황인지 살펴보고, 이후 구직 방향 설정을 위해 정확한 이유를 파악해둬야 한다. 진행자 채용 확정 후, 출근을 앞두고 회사에서 입사를 취소하는 경우도 있나요? 백신혜 상상우리 수석컨설턴트(이하 신혜) 네, 계약서 작성만 남은 상황에서 갑자기 엎어진 구직자가 있었어요. 알고 보니 대표는 그분을 마음에 들어 했는데, 실무자인 팀장이 자기보다 나이가 많다고 꺼린다는 거였죠. 대표 입장에서는 기존 직원들의 의견도 무시할 수 없을 텐데, 실무자가 거부감이 심하니 결국 취소 통보를 했더군요. 미안하다고 말씀하셨지만, 굉장히 황당하고 속상한 일이죠. 황성철 상상우리 수석컨설턴트(이하 성철)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처럼 채용 프로세스를 잘 따르는 곳에서는 그런 상황이 생기지 않죠. 소규모인 경우에는 이런저런 변수가 생기기도 해요. 가령 인턴십이나 정부 보조금을 받아 중장년을 채용하려 했는데, 지원을 못 받는 상황이 되면 합격자를 추렸어도 굳이 뽑지 않더라고요. 최성희 노사발전재단 서울중장년내일센터 소장(이하 성희) 빈번하지 않은 사례지만 이따금 벌어지는 일이긴 하죠. 이유를 보면 예측하지 못할 만큼 어이없는 경우도 많아요. 이런 과정에서 상처를 받고 허탈해하는 건 결국 구직자거든요. 본인 탓이 아닌데 좌절을 느끼는 분들도 있어요. 황영희 노사발전재단 중장년내일센터 책임컨설턴트(이하 영희) 한번은 대표이사 면접 후 채용 연락이 늦어져서 확인해 보니 대표이사는 채용하고 싶은데 젊은 임원들이 반대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직무능력 및 향후 기여할 부분에 대해 설득할 수 있는 PT 면접의 기회를 요청했죠. 구직자의 직무능력, 구직태도, 열정 등에 감동받아 젊은 임원들도 흔쾌히 동의 하셔서 채용된 경우가 있었어요. 나와 꼭 맞는 기업이라는 확신이 든다면 구직서류 외에 직무수행 계획 등을 발표하며 스스로 기회를 개척해 보는 건 어떨지 추천 드립니다. 진행자 반대로 구직자가 회사에 입사 취소 통보를 하는 경우는요? 성희 사실 기업보다는 구직자 쪽에서 입사를 취소하는 비율이 좀 더 많은 편이에요. 중장년은 사회 경험이 있기 때문에, 조직 생활을 조금 해보면 기업 문화나 분위기가 금방 파악되거든요. 영희 입사하고 2주 만에 나온 고객이 있어요. 이분은 회사에서 기대하는 업무 능력과 본인이 보유한 업무 역량의 간극이 크다는 게 문제였어요. 또 중장년은 컴퓨터 활용에 미숙할 수 있잖아요. 이전 직장에서는 부하 직원들이 서류 작업을 했는데, 막상 직접 하려니 잘 안 되는 거예요. 그런 어려움 때문에 퇴사를 고민하기도 해요. 성철 문서 작업 스킬은 면접에서 확인이 안 되니까요. 막상 뽑고 보면 기본적인 엑셀, 워드, 한글 같은 걸 활용하지 못하는 분이 적지 않아요. 어떤 분은 채용 과정에서 딸이 만들어준 서류로 통과했다가, 결국 실력이 들통나 퇴사하셨어요. 입사할 때 자신의 능력을 속여서 들어가면 절대 안 됩니다. 부족한 부분은 인정하고 배워나가는 게 좋고, 그게 어렵다면 역량에 따라 눈높이를 낮추셔야죠. 성희 요즘은 문서 작업뿐 아니라 기업에서 사용하는 그룹웨어라든지 디지털 툴을 어려워하기도 해요. 팀원들이 알려줄 수 있는 상황인데, 도움받길 두려워하거나 자존심 상해하시더라고요. 그런 적응 기간을 견디지 못하고 나와버리는 분들도 있어요. 영희 첫 월급이 나온 후 사전에 공지된 처우나 급여 조건과 달라 실망하고 그만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동료와의 갈등이 아닌, 회사 대표나 상사와 성향이 맞지 않아 퇴사를 결정하는 분도 계시고요. 신혜 맞아요. 독특한 사례가 있는데, 입사하려던 기업에 알고 보니 이전 직장 부하 직원이 임원으로 있었던 거예요. 사실 이런 상황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죠. 자존심도 상하고요. 결국 스스로 포기하셨는데, 이런 경우는 입사 후에도 서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거예요. Episode_2“성과 압박이 심해요.동료들과 어울리기도 어렵고.” 이전 경력이 훌륭한 구직자일수록 새로운 기업에서 기대하는 역할이 클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중장년에게 크나큰 스트레스가 된다고. 젊은 직원과의 관계 형성도 고충으로 다가온다. 진행자 구직에 성공했다면 목표는 이룬 셈인데요. 그런데도 컨설턴트에게 도움을 청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요? 성희 입사 후에도 이메일 등을 통해 상담을 해드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가령 영업 직군에 가신 분들의 경우 출근하고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도 성과 압박이 심하다고 하시더군요. 어차피 성과가 안 나면 퇴직을 권고할 텐데, 그러느니 내 발로 나가는 게 낫지 않냐고 토로하시곤 해요. 일단은 성급히 판단하기보다는 적어도 한 달 정도는 조직에 적응하고 업무를 파악하는 시간을 보내길 권해드려요. 성철 특히 대기업 출신 중장년이 중소기업에 가면 그런 압박이 더 심하더라고요. 가령 ‘대기업에서 오셨으니까 빠른 시일 내에 성과 달성이 가능하겠죠?’ 그러고서는 얼마 뒤 ‘대기업 출신치고는 성과가 기대 이하네요’라는 식인 거예요. 사실 대기업의 후광과 인프라 없이 중소기업에서 성과를 내려면 개인 기량이 더 요구되거든요. 그런 부분을 많이 힘들어하세요. 영희 질환으로 인해 5년의 경력단절 후 영업지원 담당으로 재취업 한 여성분이 계셨어요. 함께 입사한 동료는 거래처 분들이 방문하면 자발적으로 손님 응대도 하고, 동료들 업무지원도 하는데 본인은 문서작성 등 지시한 업무만 하고 있었다고 해요. 영업지원 부서이니 동료나 거래처 내담자 대응 등에 민첩하고 유연한 대처가 요구 되는데 잘 인지하지 못해 스트레스가 누적되고 있었어요. 이런 경우 긴장되는 환경에 변화를 주는 것도 방법이어서 사진관 행정담당자로 전직하였는데 직무환경에 만족하고 잘 적응한 경우도 있었어요. 신혜 저 역시 취업 후에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는 분들이 계신데요. 고민하시는 걸 보면 애초 채용 공고에 명시된 직무보다 더 다양한 역할을 요구하거나 업무가 늘어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러면 직무에 대해 책정된 급여 조건이 맞지 않는 거죠. 그런 부분은 재협상을 요청하시라 권해드려요. 성희 큰 기업이라면 정해진 시스템 때문에 협상 폭이 좁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의사결정권자의 의지에 따라 조율될 여지가 많을 수 있거든요. 입사 후 생각과 다르게 흘러간다면 우선은 적응의 시간을 가지고 난 뒤에 점검해 보고 이야기하는 게 좋습니다. 이때 무작정 무리한 요구를 하면 안 되고, 기업의 상황과 자원을 살펴보고 협상하는 요령이 필요해요. 진행자 업무적인 것 외에 어려워하는 부분은 뭐가 있을까요? 성철 급여나 처우는 이미 알고 들어온 부분이라 혼란이 덜한데, 팀원들과의 관계 형성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분이 많습니다. 예전에 한 스타트업의 전체 직원 60명 중에 혼자 중장년으로 입사한 분이 계셨어요. 다 20~30대였죠. 힘들어하셨는데 6개월을 버티시더라고요. 성희 성과를 내야 하거나 직무 적응을 하기 위해서는 동료들의 도움을 구해야 하는 일이 많을 텐데요. 이때 본인이 가진 노하우를 기존 동료들에게 전파함으로써 서로 도울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새로운 분이 입사하면 경계하는 시각도 있을 것이고, 초반에는 서로가 긴장하기 때문에 교류가 쉽지는 않을 거예요. 젊은 친구들이 많은 조직이라면 ‘내 편은 없구나’라는 생각에 외로워하는 중장년들도 계십니다. 그래도 입사 초기 관계 형성의 고비를 잘 넘기면 이후 조직 생활은 좀 더 원활해지는 것 같아요. Episode_3“6개월 계약직인데 뭐 남는 게 있을까요?” 중장년 채용은 정규직보다는 기간제 계약직인 경우가 많다. 단기간이라 가볍게 여기기보다는 다음 구직 활동을 위한 발판으로 삼고 끊임없이 경력 개발을 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진행자 만약 계약직으로 입사했다면 언젠가는 또 구직 활동을 해야 하잖아요. 근무하면서 역량 개발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두면 좋을까요? 성희 3개월이든 1년이든 이 기업에서 뭘 배울 수 있고, 어떤 걸 얻어갈지 생각하면서 지내셨으면 해요. 평생직장을 원한다면 앞으로도 이직·전직은 계속되니까요. 일단은 기록을 많이 해두시면 좋아요. 업무 일지를 쓰듯 어떤 일을 했고 무얼 경험했는지 상세히 적어두는 거죠. 그런 것들이 나중에는 큰 자산이 되거든요. 이력서도 1년에 한 번은 재정비하시고, 한 달에 한 번씩 조금이라도 내용을 업데이트하시길 바랍니다. 영희 계약직의 경력도 경력관리가 필요합니다. 계약 기간 동안의 업무성과 및 실적을 잘하고 경력중심의 이력서를 미리 작성해 보는 것도 추천 드려요. 해당 분야의 자격증이 없다면 직업훈련이나 자격증 취득 준비를 하여 경력 개발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사내에서 좋은 평판과 네트워크 관리는 새로운 기회를 얻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경력개발 및 관리는 지금 있는 자리에서부터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성철 퇴직 후엔 대부분 ‘안정적이고 오래 다닐 수 있는 직장’을 원하세요. 근데 사실 중장년에게 그런 직장은 거의 없거든요. 현실적으로 채용 시장을 바라보고 관심 기업을 정해 꾸준히 역량을 개발하시라 말씀드려요. 영희 한 직장을 오래 다니길 원하신다면, 현재 다니는 기업에서 역량 발휘를 잘해서 정규직 전환이나 계약 연장을 노려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때때로 그런 제안을 받는 분들도 있어요. 진행자 소위 ‘환승이직’이라고 하죠. 공백기 없이 곧바로 이직하는 경우를 말하는데요. 언제쯤 이직 시기를 엿봐야 하나요? 성희 중장년에게 환승이직은 쉽지 않아요. 실상 계약 기간을 다 채우고 나와도 1년 넘게 기다려야 원하는 채용 공고가 뜨기도 하니까요. 만약 관심 기업에서 사람을 뽑는다면 당연히 도전해야죠. 특히 재직 중 그런 기회가 생겨 고민이라면, 그야말로 행복한 고민일 거예요. 성철 직장을 다니든 안 다니든 꾸준히 트렌드를 살피고 교육을 받으며 뒤처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해요. 그래야 어렵게 기회가 찾아왔을 때 잡을 수 있어요. 영희 저는 다니는 회사가 괜찮고 커리어 관리가 된다면 가급적 재직 상태를 유지하길 권해드려요. 계약직이 아닌데도 3개월, 6개월, 너무 단기로 직장을 옮겨 다니면 이력서상으로 볼 때는 뭔가 문제가 있다고 오해하기도 하니까요. 일단은 좋은 회사에 신중하게 입사하는 게 우선이고, 웬만큼 업무를 유지하면서 경력 개발을 하시면 좋아요. 진행자 이런 고민도 구직에 성공한 경우에나 가능하겠네요. 혹시 계속해서 입사에 실패하시는 분은 무엇이 문제일까요? 성철 만약 원하는 일자리에 계속 지원했는데 1년 이상 합격되지 않았다면, 구직 방법이 잘못된 거예요. 가령 직무와 무관하게 문어발식으로 이력서를 넣는 경우죠. 기존에 사양 산업 직군에 종사하셨던 분들이 이전 경력을 계속 고수하시는 것도 문제예요. 해당 직무는 계속 사라지니 취업문이 좁을 수밖에요. 또 원하는 직장의 우대 조건이 있음에도 역량 개발을 안 하고 포기한다면 결국 다른 지원자에게 밀리겠죠. 신혜 자신의 역량에 대해 나는 A기업도 맞고 B기업도 맞다고 여긴다면, 그건 스스로를 기성품화하는 거라고 봐요. 요즘은 기업마다 원하는 인재상이 있어서 그에 걸맞은 조건으로 경력 관리나 역량 개발을 하셔야 채용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계속해서 구직에 실패하신다면 그런 부분을 놓친 건 아닌지 점검해보셨으면 해요. 영희 취업의 문턱을 넘지 못한 분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자기 직무 강점이나 주특기를 뚜렷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다른 이와의 비교보다 자신이 보유한 능력과 경력, 자원을 잘 찾아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강점 파악 없이 마구잡이로 이력서만 내면 계속 헛돌 수밖에 없어요. 자신을 객관화하기 어렵고 구직 방법을 잘 모르겠다면 컨설턴트의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니, 꼭 도움을 청하셨으면 좋겠어요. 신혜 결국 재취업 과정에서 중요한 건 적응력과 유연성이라고 봐요. 자신감과 도전의식을 갖고 새롭게 펼쳐지는 환경에 유연하게 접근한다면, 훨씬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성희 자기 인식 과정도 필요할 것 같아요. 지금 내가 재취업에 도전 가능한 상황인지 먼저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거죠. 아직 준비가 안 됐는데 조급하게 시도하면 결과도 좋지 않거든요. 그리고 현재 취업 시장에서 무얼 원하는지도 잘 살펴보세요. 나만 준비됐다고 채용되는 건 아니잖아요. 계속 동향을 모니터링하면서 역량을 개발해나가시길 권해드립니다.
- 2023-07-13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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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시대, 노인도 IT 일자리 가능”, 10년의 성과로 증명
- ‘청춘은 인생의 어느 한 시절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다.’(새뮤얼 울먼) 나이로 따지는 청춘은 한시적이지만, 마음으로 느끼는 청춘은 영원할 수 있다. 소나무처럼 언제나 푸르름을 간직한 중장년의 인생 3막을 돕는 사회적 기업 ‘에버영코리아’가 탄생한 지 어언 10년. 그 사이 60대를 맞았지만, 여전히 푸릇한 10대의 마음으로 기업을 이끌고 있는 정은성 대표를 만났다. 2013년 송파 시니어클럽에서 운영한 ‘송파 인터넷 콘텐츠 사업단’이 토대가 된 에버영코리아. 당시 고령화 현상을 주시해온 정은성 대표는 사회적 취약계층으로 인식되던 노년층에서 남다른 경쟁력을 발견했다. 그렇게 계속해서 늘어나는 고령인구를 더 생산적이면서도 가치 있는 존재로 이끌어내겠다는 포부로 에버영코리아를 설립한 것. 특히 기존 노인층 대상의 공공 일자리에서 벗어나 IT를 주요 업무로 내세우며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10년 전만 해도 노인들이 IT 업무를 한다는 건 획기적이었어요. 주된 업무는 ‘네이버 지도’ 거리뷰(촬영한 거리의 실제 모습을 360도 회전하는 사진으로 보여주는 서비스)에 나오는 인물이나 자동차 번호판 등을 블러링(개인정보 등을 가리기 위해 사진을 흐릿하게 보정하는 작업)하는 거였죠. 기술적으로 어려운 작업은 아니었지만, 당시 시니어 직원 30명 중 스마트폰 보유자가 딱 한 분이었거든요. 그만큼 당사자에게나, 사회적으로나 생소한 일이었죠. 그러나 저는 확신이 있었고 자신이 있었어요. 다행히 예상대로 사업이 순조롭게 잘 진행됐고, 저희를 롤모델로 한 다양한 단체와 사회적 기업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자긍심을 느껴요.” AI 시대, 평생 현역으로 생존하기 시니어만 고용해서 일이 되겠느냐, 얼마나 가겠느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10년 차 기업에 접어든 걸 보면 기우였을 테다. 그만큼 기업의 10년은 여러 가지를 증명해내는 의미 있는 숫자다. 그럼에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하는 정 대표다. “10년 업력을 사람 나이에 비유하면 30~40대 정도로 볼 수 있겠죠. 그런데 아직도 10대 같다는 마음이 들어요. 사춘기처럼 아직 불안한 부분도 있고, 때론 무모하기도 하고 그래요. 또 변화 속도가 빠른 IT 분야를 하다 보니 안정됐다가도 또 새로운 것에 적응해야 하는 시기를 겪곤 하죠. 최근에는 AI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많은 직업군이 위기를 맞았잖아요. 저희도 기존에 하던 블러링 작업을 AI가 대체하면서 관련 업무가 꽤 줄었습니다.” 정 대표는 ‘무모함’이라 표현했지만, 그 말에는 10년 전 에버영코리아를 선보였을 때와 같은 열정과 의욕이 내포된 듯했다. AI 기술의 발전으로 진행하던 사업에도 적잖은 타격을 입었지만, 역으로 그는 다시 성장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현재 신사업들은 대체로 AI 기술을 기반으로 준비 중입니다. 어쩌면 시니어들이 AI와 관련된 일을 선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나간다면 오히려 청년층보다 경쟁력과 잠재력이 크다고 보는 거죠. 이런 시도를 하는 기업이 거의 없을 텐데, 저희에겐 그간의 경험과 노하우가 있으니 그만큼 성공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해요.” 에버영코리아의 모토 중 하나는 ‘배우는 것을 그만두면 노인이 되고, 계속 배우면 젊다’는 공자의 말씀이다. 그는 시니어 직원들이 변화에 적응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길 바란다. 기본적으로 신기술에 대한 교육뿐만 아니라 매주 관련 정보들을 모은 웹진 형태의 ‘비타민E’도 공유한다. 이렇게 익힌 기술과 내용을 점검하는 차원의 시험도 수시로 치르며 정성평가에 반영한다. 회사의 방침에 불만을 표하는 직원들도 있지만, 그는 현 시대에 생존하기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 영역이라 강조한다. “각자 일도 바쁘고 자주 내용을 전달하다 보니 버거울 수 있겠죠. 한편으론 부담을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런 시도를 하기도 해요. AI 같은 기술은 이제 좋든 싫든 가져가야 하는 큰 흐름이니까요. 에버영코리아 직원들은 오래 일하기를 희망하세요. 실제로 초창기 직원의 52%가 아직도 계시니까요. 그런데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함께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귀찮고 힘들겠지만 이 정도 부담이라도 있어야 트렌드를 읽고 익히려 노력하시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쓰는 방법이에요. 물론 스스로 변화하려는 분도 많아요. 결국 그런 태도가 뭔가를 바꿀 수 있고, 평생 현역으로 생존하는 길이라고 봐요.” 짐이 되면 노인, 힘이 되면 신중년 정 대표는 10년간 에버영코리아를 이끌며 ‘평생 현역으로 살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물론 함께하는 직원들 또한 같은 목표와 꿈을 갖길 바란다. “나이가 들수록 두 가지 어려움이 있더라고요. 외로움은 커지고 자존감은 낮아진다는 건데요. 이걸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게 바로 ‘일자리’라고 생각해요. 저희 직원들에게 ‘일하면서 뭐가 좋은가’ 여쭤봤는데, 한 분이 ‘가족이 생긴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니 옆에서 ‘가족보다 낫지!’라고 하시더군요.(웃음) 또 어떤 여직원분은 월급을 모아 해외여행을 다녀왔는데 너무나 뿌듯하셨대요. 그동안은 남편이 벌어온 돈으로만 생활했는데, 처음 자신이 번 돈으로 무언가를 해봤다는 거죠. 한편으론 늙으면 배우자보다 자식에게 기대는 경우도 많잖아요. 그런 점에서 경제적으로 자립했다는 자부심도 크게 느끼시더라고요. 노후에 일자리는 단순히 돈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셈이죠. 그런 내면적인 자원이 채워지니까요.” 그는 직원들에게 CEO 칼럼을 통해 ‘짐이 되면 노인, 힘이 되면 신중년’이라는 메시지를 공유한 적이 있다. 사가(社歌)에 ‘몸은 시니어 마음은 청춘’이라는 가사가 있을 만큼 평소 마음의 힘을 믿으며, 누구나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독려하는 정 대표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때때로 체력이 마음처럼 따라오지 않기도 한다. 때문에 내면의 건강뿐만 아니라 외적인 건강도 뒷받침돼야 평생 현역, 자립하는 노년을 살 수 있다. 그는 작은 습관들을 통해 직원들의 건강도 살피고 있다. “매년 직원들에게 수첩을 만들어주는데요. 앞부분에는 분기별 컨디션을 진단하는 ‘백세건강체크’와 하루하루 건강한 습관을 들일 수 있는 ‘몸 마음 관리표’가 있어요. 여기에는 식습관, 운동 습관, 마음 습관 3가지 항목이 있는데, 이걸 매일 기록해보는 거죠. 단순히 O, X 정도로 체크만 하면 돼요. 강압적인 건 아니지만, 해마다 관리를 잘하신 직원들에겐 포상도 하고 있습니다. 나이 들수록 근력이 참 중요한데, 운동을 하려면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잖아요. 막상 계획했다가 잘 지키지 않기도 하고요. 그래서 일상에서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습관을 들이면 좋아요. 아무리 소소한 거라도 그걸 해냈을 때 성취감도 따라오고요.” 정 대표가 말하는 소소한 습관은 가령 이런 것들이다. 근력 유지를 위해 면도하는 동안 무릎 살짝 굽히기, 15분 거리의 식당에서 점심 먹기(오고 가며 30분은 걸을 수 있다고), 출근해 회사 문을 열며 마음속으로 1초간 ‘행복’이라 외치기. 어렵고 힘든 일은 못 하는 이유를 찾기 일쑤지만, 이러한 작은 습관은 핑곗거리가 없기 때문에 그만큼 지키기도 수월하단다. “저는 17년 전부터 이런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어요. 몸 건강, 마음 건강을 위해서인데, 이는 곧 평생 현역이 되기 위함이죠. 그런데 막상 오랜 세월 중장년과 일을 하다 보니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건강하니까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일을 하니까 건강해진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 보면 결국 노후는 일자리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걸 다시금 깨닫습니다.” 가장 좋은 기업을 위한 최선의 방법 정 대표와 대화를 나누며 중장년 직원들을 위한 배려가 돋보인다는 걸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특징은 에버영코리아만의 복지제도에서도 잘 드러난다. 여타 회사라면 ‘자녀 출산 축하금’이 책정되지만, 이곳에서는 ‘손주 출산 축하금’이 나온다. 부모가 아닌 ‘본인 환갑, 고희 축하금’이 있고, ‘형제상(喪) 조의금’이 있다. 황혼육아의 짐을 지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에 육아휴직은 없지만, 해외여행을 충분히 즐기고 올 수 있도록 장기휴가는 제공한다. 정년은 따로 없지만, 직원들에게 동기부여와 목표의식을 주기 위해 형식적으로나마 ‘100세 정년’을 내세우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저곳에 입사해볼까’라고 관심을 보이는 중장년도 있을 터. 그러나 일반적인 중장년 채용과 비교해 에버영코리아의 입사 과정은 꽤 까다로운 편이다. 이 역시 정 대표만의 뜻이 담겨 있었다. “보통 경력이 많은 중장년을 채용할 때는 서류를 점검하는 차원의 가벼운 면접을 보곤 하죠. 저희 채용 프로세스는 서류, 필기, 실기, 면접으로 크게 4단계를 거쳐야 해요. 뭘 이렇게까지 하느냐고도 하는데, 어려운 과정을 통해 입사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일하시길 바라기 때문이에요. 또 가급적 서류 과정에서 많은 인원을 통과시키려 해요. 전에 면접장에서 한 분이 9년째 구직 활동을 하고 있는데 면접은 처음 왔다며, 되든 안 되든 스스로 가능성을 발견해서 뿌듯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차원에서 최대한 기회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물론 IT 업무를 해야 하기에 디지털 문해력이나 실무 능력은 필수다. 그가 재차 강조한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하려는 노력’ 또한 중요시하는 인재상이란다. 아울러 사회와 환경을 위한 마음과 실천력까지 겸비했다면 플러스알파(+α)가 될 수 있다. 이는 회사의 비전과도 일맥한 부분이다. “제가 내세운 비전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회적 기업’입니다. 기업에게 ‘가장 좋다’는 건 최대(Biggest), 최고(Greatest) 같은 걸 생각하기 쉽지만, 저는 베스트(Best)를 생각했어요. 이건 영어에서 굿(Good)의 최상급 표현인데요. 여기엔 ‘착하다’는 뜻이 포함되죠. 그러니까 ‘가장 선한 기업’을 꿈꾸는 거예요. 사회적 기업도 기업이기 때문에 살아남으려면 돈을 벌어야 해요. 그래야 사업이 유지되니까요.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오래 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선한 기업은 결국 그 돈을 벌어서 어디에 쓸 것이냐, 즉 누가 혜택을 볼 것이냐를 따지는 거죠. 우리 직원들은 함께 탄소중립 생활을 실천하고 그 뜻에 동참하고 있어요. 그런 선한 직원들이 평생 현역으로서 사회에 기여하도록 돕는 일, 그게 제가 앞으로 할 수 있는 최선(最善)이라고 생각합니다.”
- 2023-07-11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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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후 건강과 여가를 “한 큐에”… 고령자 취미로 포켓볼 인기
- 운동은 노년 건강을 유지하는 수단 중 하나로 중요하다. 최근 운동 중에서 포켓볼이 노년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있다. 포켓볼은 여럿이서 즐길 수도 있고, 건강뿐만 아니라 성취감도 얻을 수 있어서다. 고양시 덕양노인종합복지관은 해당 흐름에 맞춰 포켓볼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포켓볼은 테이블의 6개 구멍(포켓) 안에 공을 넣는 스포츠로 당구 종목 안에 포함된다. 대한당구연맹에서 소개에 따르면, 당구에는 크게 세 가지 종목이 있다. 그중 Pool(풀)이라고 부르는 것이 포켓볼이다. 포켓볼은 8볼, 9볼, 10볼 경기로 구성된다. 8볼 경기는 15개의 숫자가 적힌 목적구와 수구를 가지고 하는 게임이다. 큐대를 사용해서 7개의 자기 그룹의 공을 모두 넣고 마지막 8번 공을 넣어야 승리한다. 9볼, 10볼 경기는 각 명칭 숫자에 맞는 목적구와 1개의 수구를 가지고 진행한다. 기본적으로 포켓볼은 각각 지정된 포켓 안에 넣어야 하는 규칙이 있다. 그러한 만큼 포켓볼은 집중과 계산의 기술이 중요하다. 인기가 많아서 예약을 기다려야 한다는 덕양종합노인복지관의 포켓볼 수업은 6개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노인은 한 당구대당 4인 1조로 일주일에 한 번씩 수업에 참여한다. 포켓볼 수업은 기초‧활용 반으로 각각 개설되어 있어서 수준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처음 기초반에 들어가면 강사는 줄무늬 공과 색 공이 무엇인지부터 기본적인 자세와 일반적인 규칙을 세세하게 알려준다. 활용 반 노인들은 평균적으로 포켓볼을 1년 이상 해왔다. 활용 반에 들어가면 기술적인 부분을 더 다루거나 게임을 하면서 상황에 따른 기술을 익힐 수 있다. 신채원 덕양노인종합복지관 사회복지사에 따르면 노인은 포켓볼 수업을 통해서 경기 기술을 습득하고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포켓볼을 처음 배운 어르신들도 수업하면서 대회에 출전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기기도 한단다. 취미로 즐기는 여가의 목적을 넘어서서 삶의 목표가 뚜렷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취미로 시작한 포켓볼로 대회에 출전까지 한 사례도 있다. 과거 이곳에서 수업받은 이숙자 씨는 고양시장배 어르신당구대회에서 우승했다. 2022년에는 포켓볼 수업을 받은 회원들이 전국생활체육대축전에서 뉴8볼 75세 이상 부문 금상을 탔다. 신 사회복지사는 “회원들은 노인복지관의 시설을 이용하거나 근처 당구장에서 연습하신다고 알고 있다. 복지관에서 공적인 모임을 만들지 않아도 다들 마음이 잘 맞으니까, 동호회로도 이어진다. 친구를 사귀면서 웃음이 많아지고 몸이 건강해졌다는 말을 들을 때 사회복지사로서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포켓볼 수업의 사례에서 보듯, 체육활동이 주는 영향은 적지 않다. 2022년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70세 이상의 67.2%가 꾸준한 체육활동으로 신체적 건강을 유지했다. 참고로 전 연령 중에서 가장 높은 효과를 봤다. 체육활동이 정신 건강 유지에 효과가 있냐는 질문에는 50대 기준으로 60.4%가 도움이 되었다고 답했다. 그 이상의 나이는 적어도 57%가 넘게 효과를 보았다. 대부분의 노인종합복지관에는 운동프로그램이 개설되어 있다. 수업을 신청하고 싶다면 홈페이지 내에서 프로그램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수강 신청과 수강료를 내는 방법은 기관마다 다르기에, 홈페이지에서 프로그램 안내를 확인하거나 전화하면 된다.
- 2023-07-10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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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가족 정신이상 증세 어쩌나… ‘정신 둑’ 넘치기 전 대비해야
- 정신질환 초기에는 환자가 스스로 상태를 파악하고 정신건강의학과를 찾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가족·친구·지인 등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징후를 발견하고 치료를 독려할 수 있다. 그러나 가족이 잘못된 생각으로 치료를 말리거나, 민간요법을 통해 해결하려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정신질환을 겪는 당사자의 회복을 넘어, 가족 구성원이 서로 건강한 관계를 이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해우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정신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정신질환 당사자와 그 가족을 지원하고, 시민들이 정신 건강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고 도움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더불어 서울시 정신 건강 브랜드 ‘블루터치’를 통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에게 정신질환 당사자와 그 가족의 마음 건강을 위한 방법에 대해 물었다. Q. 내가 주변인이라면, 정신질환 당사자에게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까요? A. 친구·가족·친척·지인 등 주변인을 통해 당사자의 사회 연결망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당사자의 경우에는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는 게 핵심이거든요. 대화를 통해 고민을 나누고 일상을 교류하면서 마음을 돌보는 거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지지해줄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힘이 되기도 하고요. 다만 정신질환에 대한 개인적인 편견이나 인식을 당사자에게 전달하는 행동은 조심해야 합니다. 들어주는 행위 자체가 당사자에게는 가장 큰 도움이 될 수 있는데, 더 나아가 “그 증상은 네가 예민해서 그러는 거야”, “피곤해서 그럴 수도 있어” 등 비당사자의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건 ‘건강한 주변인’의 역할이 아닙니다. Q. 갑자기 가족 중 한 사람이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한다면요? A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직장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거나,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등 정신 건강에 어려움이 있는 가족이 있다면 전문의의 진단을 받도록 도와야겠죠. 자녀나 부모님이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여 마음의 문제가 의심되지만, 막상 병원에 찾아가야겠다는 결심이 서지 않을 수 있습니다. 둑이 무너져서 강물이 넘치는 것을 정신증이라고 생각해볼게요. 넘칠까 말까 아슬아슬한 상태일 때 빨리 물길을 돌려 압력을 줄이고, 둑을 더 높이 쌓거나 지지대를 설치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어요. Q. 만약 상담이나 치료를 거부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우선 당사자가 치료를 거부하는 데에는 저마다 이유가 있을 겁니다. 자신이 정신질환자라는 걸 인정하지 못하는 상태거나, 혹은 병원에 가지 않고 증상을 해결해보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치료받고 싶은데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은 상황일 수도 있겠죠. 혹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겁이 날 수도 있어요. 이야기를 들어보고 거기에 맞춰서 유도해야 합니다. 걱정하는 부분에 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거나, 비슷한 사례를 들어 설득하는 방법을 써보는 거죠. 차근차근 접근하면서 당사자에게 신뢰를 줘야 해요. “너는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고, 내가 이야기하는 게 맞아”라고 강요한다고 해서 상대방이 순순히 인정하고 따르는 건 아니거든요. 치료를 위한 태도와 방법에서 갈등이 생기는 건 좋지 않습니다. Q. 가족의 오해나 편견 탓에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A. 지금 젊은 세대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지만, 어르신들은 정신질환을 타인과 공유하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익숙해서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도가 낮을 수 있습니다. 정신 건강이라는 주제를 편안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한 게 얼마 전이잖아요. 부모나 자녀에게 탕약을 먹이거나, 종교적 의식을 치르는 사례도 있어요. 결국 가족이 나의 인권을 무시한다고 여기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도 하고요. 그러다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중증이나 만성질환이 될 가능성이 작지 않죠. 물론 당뇨나 치매, 암과 같은 신체 질환처럼 정신 건강과 관련한 문제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고, 정신적 증상은 가족의 문제가 아니에요. 하지만 증상을 발견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중요합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보고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각 자치구의 정신건강복지센터 혹은 의료기관에 문의하거나, 그곳에서 제공하는 정신 건강 서비스를 이용할 것을 권합니다. 사실 전문가들이 당사자 가족의 적절한 대응과 태도에 대해 홍보하고 전달하는 게 맞죠. Q. 실제로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시나요? A. 과거보다 많이 좋아졌어요. 꾸준히 변화하고 있고요. TV를 봐도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ADHD가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방송인들이 많아졌어요. 하지만 많은 사람이 여전히 정신 건강과 신체 건강을 이분화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신질환도 당뇨나 고혈압처럼 건강 문제 중 하나이고, 개인이 잘못해서 발병하는 것이 아닙니다. Q. 당사자뿐 아니라 그 가족까지 사회적으로 위축되거나 생활에 지장을 받는 사례도 종종 보이는데요. A. 임상 현장이나 센터에서 상담할 때 주로 듣는 이야기인데요. 가족들은 보통 자녀 혹은 부모가 정신질환으로 치료받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기 꺼려해요. ‘엄마가 어떻게 키웠길래 애가 그러냐’는 말을 들을까 무섭고, 내가 잘못해서 딸이 이렇게 됐다며 자책하기도 하고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가장 좋지만, 힘들더라도 가족이 갖고 있는 어려움을 주변에 나눴으면 합니다. 상실감이나 불안감, 우울감을 품고 지내기보다 가족지원활동가나 관련 기관에서 같은 고민을 하는 가족들과 공유하는 거죠. 더불어 보호자로서의 역할만큼이나 비당사자인 본인의 행복도 중요해요. 걱정되고 옆에 붙어 있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겠지만, 짧게라도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취미 생활을 한다거나 생각을 전환할 시간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Q. 우리 사회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무엇이 있을까요? A. 초고령화 시대 진입을 앞둔 데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추세라, 전통적인 가족의 형태는 점점 사라질 겁니다. 대신 친구나 지인, 정신 건강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의 종사자들이 당사자의 주변 사람이 되겠죠. 나라에서는 접근성이 좋은, 통합 지원책을 선보여야겠고요. 기업은 정신 건강에 어려움이 있는 당사자나 그 가족이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면 배려할 만한 사규를 정해도 괜찮겠습니다. 언론에서도 정신질환과 범죄의 인과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성급히 보도하거나, 정신질환에 대한 공포·불안·혐오와 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하지 않아야 해요. 지역사회와 기업, 의료기관, 정부가 잘 연결돼 정신 건강에 대한 기반이 마련되고 사회적 분위기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당사자와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 ◎당사자 가족지원가 양성 교육 당사자 가족지원가는 정신질환을 가진 당사자를 둔 가족이 다른 가족을 지지하고 심리적 회복을 돕는 역할을 한다. 정신 건강 증진 및 관련 시설을 이용하는 당사자의 가족 중 서류 심사와 면접을 통해 10명을 선발하고, 가족지원가로 양성한다. 교육 내용은 가족 활동의 이해, 정신질환과 가족의 상황, 가족 상담의 이해와 실제, 회복과 가족의 역할, 지역사회 활동 이해, 가족지원 활동기관 현장 방문, 가족지원 서비스 제공 과정 및 활동 과정에서 필요한 기술 습득으로 이어진다. (23년 교육 진행 완료) ◎당사자 가족대표단(리더) 모임 및 역량 강화 가족은 당사자를 돌보는 것뿐만 아니라 생계를 꾸리고,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 당사자 가족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정서적으로 환기할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격월 1회 가족대표 모임을 진행한다. 정신질환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보호자로서 힘든 역할과 고충을 서로 토로하고 위안받는 시간이다. 더불어 가족들이 희망하는 주제로 연 2회 교육을 실시해 역량 강화를 돕는다. 자세한 사항은 각 자치구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문의해 확인할 수 있다.
- 2023-07-10 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