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씨는 납입 완료된 종신보험을 갖고 있다. 주 씨가 종신보험에 가입한 이유는 자녀들이 어릴 때 본인이 사망할 경우 가정경제에 대한 염려 때문이었다. 자녀가 모두 성인이 된 지금 종신보험의 필요성을 고민하던 주 씨는 보험금청구권신탁을 통해 종신보험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상담을 신청해왔다.
보험금청구권신탁의 기본 구조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가계 재산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수단으로 신탁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신탁 대상이 되는 재산은 금전·부동산 등 다양하다. 미국·일본 등 해외에서는 사망 후 지급되는 보험금에도 신탁이 오래전부터 활용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보험금 관련 신탁 규정이 없어 신탁업자(은행, 보험회사, 증권사)들이 상품을 출시하지 못하다가, 관련 법령(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09조 제3항 제10호)을 정비함으로써 11월 12일부터 ‘보험금청구권신탁’이 가능해졌다.
‘보험금청구권신탁’의 기본 구조는 보험계약과 신탁계약이 결합된 형태다. 보험금청구권신탁은 보험계약자인 위탁자가 보험계약의 보험금청구권을 수탁자에게 신탁하면서 신탁금 지급 방식을 사전에 지정하는 계약이다. 보험금청구권신탁의 위탁자가 사망하면 수탁자는 사망보험금을 수령·관리·운용하면서 발생한 신탁급부를 지정된 수익자에게 지정된 방식으로 지급해야 한다. 보험금청구권신탁의 기본 구조는 <표 1>과 같고, 보험금청구권신탁 계약 관련자의 역할 및 권리는 <표 2>와 같다.
보험금청구권신탁의 보험계약 요건
보험금청구권신탁을 체결할 수 있는 사망보장은 종신보험이나 정기보험 등 사망 원인과 관계없이 지급되는 일반 사망보험금만 가능하고, 재해나 질병 등 특정 사망을 원인으로 지급되는 사망보장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보험금청구권신탁은 신탁회사 인가를 받은 금융회사(은행, 보험사, 증권사)에서 가입 가능하다. 보험사 중에는 종합재산신탁업 자격을 취득한 삼성, 한화, 교보, 흥국, 미래에셋생명 등 5개사에서 보험금청구권신탁을 취급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에서 정한 보험금청구권신탁의 보험계약 요건은 <표 3>과 같다.
보험금청구권신탁의 활용
보험금청구권신탁계약을 체결하면서 기존의 보험수익자를 수탁자(신탁회사)로 변경해야 한다. 신탁 기간은 위탁자와 수탁자가 협의해서 정할 수 있는데, 별도의 정함이 없을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신탁재산을 모두 교부할 때까지로 한다. 신탁계약 체결 후에도 보험료 납입은 보험계약자인 위탁자의 의무이며, 수탁자는 미납 보험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 위탁자는 본인 사망 시 사망 사실을 수탁자에게 통보할 사망통지인을 지정해야 한다. 보험금청구권신탁의 운용 대상이 되는 신탁재산은 위탁자 사망 시 수령하는 사망보험금이다. 신탁재산 운용 관련 주요 보수는 사망보험금이 신탁재산이 될 때부터 발생한다. 신탁보수는 회사마다 차이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사망보험금의 2% 내외 수준의 일회성 수수료와 신탁원본잔액에 대한 연 0.2% 내외 수준의 운용보수가 발생한다. 위탁자는 신탁재산에 대한 운용 방법을 사전에 지시해놓아야 한다. 신탁계약의 중도해지는 가능하지만 위탁자 사망 후 중도해지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보험금청구권신탁은 수익자 연속신탁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병중인 아버지를 간호하는 어머니를 둔 위탁자를 가정해보자. 위탁자가 본인 사후 아버지의 치료비와 어머니의 생활비를 대비해 1차 수익자를 아버지로 하고 2차 수익자를 어머니로 지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면서 1차 수익자인 아버지가 생존하는 동안은 치료비와 생활비 목적으로 지급될 금액과 지급 방식을 정하고, 아버지 사후에는 2차 수익자인 어머니에게 지급될 금액과 방식을 정해놓을 수 있다. 1차 수익자인 아버지에 이어 2차 수익자인 어머니가 사망하면 신탁계약은 종료된다. 만약 어머니가 먼저 사망할 경우 1차 수익자인 아버지가 최종 수익자가 된다. 어떤 경우든 최종 수익자까지 사망하면 신탁원본 및 신탁이익은 최종 수익자의 법정 상속인에게 지급된다. 다만 최종 수익자 사망으로 신탁계약이 종료될 경우 신탁재산의 잔여재산이 귀속될 자를 위탁자가 정해놓을 수 있는데, 이를 ‘귀속권리자’라고 한다. 귀속권리자는 신탁계약이 종료된 후 잔여재산을 취득할 수 있다.
보험금청구권신탁은 연속수익자 지정과 지급 방식의 사전 지정이 가능한 점을 이용해 다양한 경우를 대비할 수 있다. 낭비벽이 심한 자녀가 수령한 보험금을 한 번에 탕진할까 봐 우려된다면, 일정 연령에 이르기까지는 이자만 지급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재혼했을 경우 전 배우자와의 자녀에게 신탁급부를 우선적으로 지급되게 하고,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지급되지 않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본인 사후 장애가 있거나 나이 어린 자녀에 대한 보살핌이 걱정되는 경우에도 보험금청구권신탁이 유용하다. 위탁자는 신탁의 수익자가 제한능력자(성년·한정·특정후견인이 선임된 경우), 미성년자, 또는 그 밖의 사유로 수탁자에 대한 감독을 적절히 할 수 없는 경우에 대비해 신탁관리인을 지정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