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담백하고 독창적인 문체로 사랑받는 시인 문정희(文貞姬·68). 그런 그녀가 인간적으로 가장 사랑하는 시인은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 1904~1973)’다. 네루다의 자서전 를 펼쳐 든 순간 그녀는 자유분방하고 낭만적인 그의 삶을 동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탈을 위한 동기부여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네루다의 자서전을 만난 그녀는 적대적이고 경쟁에 빠진 언어를 사용하는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명쾌하고 자유분방한 시인의 사고가 점점 커지고 거대한 정신을 이루는 과정을 읽어 내리며 시인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나도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이 솟구쳤다.
“내가 살고 있는 삶이 너무 진부하고 권태스럽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잖아요. 특히 나이가 들수록 일상에 매몰되고, 삶의 상투성에 휘몰리기 마련이죠. 그럴 때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 중년은 도전이 두렵고 일상을 탈피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요. 많은 사람이 그런 중년들에게 ‘현재에 만족해라, 감사해라’라고 위로를 하죠. 하지만 이런 메시지에 안주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를 해야 해요. 자꾸 생각을 전환하려 하고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죠. 나 역시 ‘이건 아니지. 인간이라면 좀 더 다른 삶이 있겠지. 새로운 게 없을까?’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를 읽으면 우리네와는 다른 사고를 하고 자유분방하게 살았던 네루다의 삶이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자극이 되죠. 나도 일상을 탈피해 새로운 생각을 하고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동기부여도 생기고요.”
자유로운 사랑을 노래하다
파블로 네루다의 시집 중 ‘사랑은 이다지도 짧고 망각은 그렇게도 길다(Love is so short, forgetting is so long)’라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그녀는 얼마 전 그에 대한 화답으로 ‘이 세상 모든 사랑은 무죄’라는 시구를 썼다. 사랑의 기쁨뿐만 아니라 그 아픔까지 달콤하게 노래하는 그녀에겐 거침없이 자유로운 사랑에 대한 갈증이 남아 있었다.
“정말 밤을 꼴딱 새워가며 읽었어요. 무엇보다 자유분방하고 저돌적인 그의 연애 이야기가 참 흥미로웠죠. 네루다가 전하는 사랑에 대한 감정과 일화들을 읽다보니, 나의 옛 추억과 사랑도 떠오르고 여러모로 재밌는 상상을 하며 읽었어요. 그는 칠레시인인데 확실히 남미의 감수성이라는 게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이 자유롭고 솔직하더라고요. 그는 ‘여인’이라는 존재를 아름다움의 마지막 개념으로 생각하고 사랑 노래를 써냈는데 그것 또한 참 인상적이었어요. 그런 면에서 보면 저는 한국의 시인이고, 머릿속으로는 자유롭지만 한국의 문화와 교육에 길들었기 때문에 그처럼 자유분방한 연애감정을 풀지 못했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게 무척 아쉽고 때론 한스럽기도 해요.”
가보고 싶은 나라, 칠레
그녀는 ‘여행이란 이 세상에서 발견한 가장 뜨겁고 황홀한 즐거움 중 하나’라고 말한다. 네루다 자서전의 배경인 ‘칠레’는 그런 그녀의 가슴을 한껏 들뜨게 하였다.
“책을 읽는 내내 길고 긴 바닷가에 접한 칠레라는 나라가 무척 사랑스럽게 느껴졌어요.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로망이 생겼죠. 네루다의 자서전에 펼쳐진 칠레는 가난하지만 따뜻하고 인간미가 넘치는 곳이에요. 재미있는 일화가 한 가지 나와요. 한 사람이 기차에 몰래 무임승차했는데 갑자기 검표원이 오지 뭐예요. 그러자 그이는 어깨와 다리를 구부리고, 주변 사람들은 그의 등 위에 담요를 얹어 능청스럽게 카드놀이를 하기 시작했어요. 검표원은 그 숨은 사람이 탁자라고 착각하고 지나갔죠. 자칫 어둡게 그려질 수도 있는 상황인데 너무나 유쾌하고 인간미 넘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런 이야기만 보아도 칠레라는 나라가 너무 재밌고, 가난을 피투성이 나게 생각하지 않고 유머러스하게 극복해나가는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살아 있다는 것은
그녀는 최근 내놓은 시에세이집 에서 ‘나는 여든 살까지만 젊고, 아흔 살까지만 아름다울까 보다’라는 말을 했다. 그녀가 말하는 젊음과 아름다움은 무엇일까? 그 의미가 궁금했다.
“생명이 붙어 있는 한은 젊고 아름답겠다는 거죠. 사람들은 ‘젊다’, ‘아름답다’는 것을 너무 나이에만 기준을 두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여든 살을 먹은 소년도 보았고, 서른 살을 먹은 영감도 보았죠. 실제 나이나 외모로 판단하기보단 그 사람의 정신세계나 감각이 얼마나 젊은지를 볼 줄 알아야 해요. 얼마 전 카페에 차를 마시러 갔다가 들어보니까 옆에 앉은 아가씨들이 결혼 혼수 이야기만 그렇게 하더라고요. 그래서 속으로 ‘아이고, 저런 늙은이들이 다 있나’하고 생각했어요. 로맨틱한 감성이 아닌 소유에만 사로잡혀 있는 그들의 모습은 ‘늙은이’나 다름없죠. 그런 계산적인 사고보다는 현재를 더 풍부하게 느끼고 깊이 고민하려는 자세가 필요한데 말이죠. 저는 현재를 가장 젊게 소유하려 해요. 얼마 전에 책에서도 썼지만 그 말은 즉 ‘살아 있다는 것’이고, ‘깨어 있다는 것’이죠. 우리에게 시간은 언제나 새것이에요. 그래서 매 순간 호기심을 잃지 않고 많은 것을 느끼려 해요. 순간을 놓치며 사는 건 영원을 놓치며 사는 것과 같죠. 오직 이 순간만이 나의 전부니까요.”
청계천으로 떠내려간 지식들…
1938년 출간된 박태원의 소설 『천변풍경』에서 칠성네 아주머니가 방망이를 두들기며 빨래하던 청계천은 나에게는 헌책방과 고물상이 즐비한 기억으로 새겨져 있다.
고등학교 때 조금이라도 싸게 참고서를 구입하기 위해 기웃거리던 거리를 국문과 진학 후 전공 관련 자료를 찾느라 다시 뒤졌을 때 캐캐한 책 냄새는 은은한 향기로 다가왔고, 수많은 책들이 자꾸 속삭이는 착각에 빠져들곤 했다. 책벌레보다는 수집광에 가깝다고 할까.
도쿄살이 18년에 책이 그립고 자료가 땡기면 곧잘 도쿄 진보초(神保町) 일대의 ‘간다(神田) 고서점가’를 찾는다. 아니면 자전거를 타고서 도쿄대학 근처의 헌책방을 기웃거리도 한다.
지금은 매주 화요일이 되면 대학 강의를 마치고 일부러 고서점 거리를 지나 다른 대학으로 걸어간다. 약 180개의 서점들은 이곳을 찾을 때마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이 생긴 꽃’처럼 늘 듬직한 미소로 반겨준다.
‘책의 거리’ 간다 진보초의 공식 사이트(http://jimbou.info)는 세계 최대 규모의 서점 거리임을 자랑하면서 176개의 고서점을 소개하고 있으며, 52군데 고서점과 6군데 신간서점의 재고를 검색할 수 있는 데이터 베이스도 공개해 이용자의 편의를 돕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역사가 제일 오래됐고 규모도 가장 큰 전국고서적상업협회(JADOB)가 운영하는 ‘일본의 고서점’ 공식 사이트(http://www.kosho.or.jp)를 통해서는 전국 2200여 개의 고서점이 등록한 약 600만 권의 고서를 검색하고 구입할 수 있으며, 고서점의 소개 및 이벤트 정보도 얻을 수 있다.
나 역시 진보초와 도쿄대 일대의 고서점에서 구할 수 없던 백화점, 박람회, 운동회 등 한국 근대사의 자료를 먼지방의 고서점으로부터 직접 구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사이트 덕분이었다.
반면에 우리 사회가 청계천을 통해 배운 건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옛것을 없애고 부수는 것은 쉽지만 이를 다시 복원하는 데는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사실. 어쩌면 헌책방이 하나 둘 사라지면서 그 속에 담긴 지식도 함께 떠내려간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버리면 쓰레기, 모으면 자료, 활용하면 가치
‘헌책방’보다는 ‘고서점’이 연구자들의 귀중한 자료라는 인상 덕분에 좀 세련된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훈훈한 정겨움은 역시 전자가 더 진할지 싶다. 하긴 이 거리의 출발도 가난한 학도들의 얄팍한 주머니와 뗄래야 뗄 수 없었다.
100여년 전 메이지유신 이후 이 지역에는 도쿄대학의 전신인 도쿄카이세(開成)학교를 비롯해 메이지(明治)대학, 주오(中央)대학, 니혼(日本)대학의 전신인 각종 학교들이 연이어 설립돼 많은 학생들과 연구자가 모이는 거리로 자리 잡았다.
1913년 이 일대에 큰 화재가 발생해 잿더미로 변한 뒤 당시 고등학교 교사였던 이와나미 시게오(岩波茂雄)가 고서점을 열었고 이듬해인 1914년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의 대표작 ‘마음’을 간행하면서 출판업에도 진출해 문학 작품과 철학서 등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이것이 일본을 대표하는 출판사 이와나미서점의 시작이자 간다 고서점 거리의 출발이다.
나쓰메 소세키는 1984년부터 2004년까지 일본 화폐 1000엔권에 초상이 실릴 정도로 존경을 받는 일본의 국민작가로 이와나미의 간판도 그가 쓴 것이라고 하며, 이런 인연으로 1916년 향년 49세의 나이로 그가 세상을 떠난뒤 '나쓰메 소세키 전집'도 이와나미서점에서 발행돼 큰 인기를 누렸다.
이후 1920년 도쿄고서적상업협회(TADOB)가 설립됐으며, 1921년 문화학원이 개교되면서 음악, 미술, 무용 등 예술 관계서를 다루는 서점까지 등장해 고서점 거리는 전국적으로 알려져 유명해졌다.
지난 2001년 일본 환경성은 독특한 향기가 풍기는 이 거리를 ‘향기로운 풍경 100선’으로 뽑기도 했는데, 현재는 서점 이외에도 각종 사업시설과 수많은 식당, 멋진 분위기의 레스토랑까지 등장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고서점 탐방을 즐기고 있다.
매년 벚꽃이 피는 봄이 오면 3월말 진보초 벚꽃거리 페스티벌로 ‘봄 헌책 축제’가 열리며, 10월 26일부터 11월 4일까지 약100군데 서점이 참가하는 ‘도쿄 명물 간다 헌책 축제’가 성대하게 개최된다.
올해로 55회째를 맞이하는 간다의 헌책 축제는 특별 전시 및 판매, 자선 경매, 각종 강연회와 좌담, 관련 영화 상영 및 토크쇼, 그리고 다양한 체험교실 등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애호가는 물론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룬다.
이 시기에 맞춰 ‘진보초 북페스티벌’도 사흘간 거리와 광장에서 총 매장 면적 5000 평의 규모로 함께 열려 300만 점의 각종 서적(총 재고수는 무려 1000만 권)이 넘쳐난다.
올해로 24회째이며 헌책 판매뿐만 아니라 낭독회, 문학상 수상, 공개 방송, 다양한 검정시험 도전, 그리고 연주회 등 각종 공연도 마련돼 찾는 이들의 눈과 귀도 즐겁게 만든다.
이처럼 이 거리의 서점 주인들은 틈만 나면 먼지를 털고 표지를 닦으면서 누구보다도 ‘헌책’의 새로운 가치를 신뢰한다. 버리면 그냥 1kg 당 60 원 선에서 거래되는 폐지에 지나지 않는 헌책. 이런 헌책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 내용에 따라 분류돼 새 주인과 만나 값진 가치를 발한다.
따라서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뜻을 실천하는 거리가 바로 이곳이며, 시니어 세대의 향수 어린 추억을 떠올리는 무대가 아니라 지금도 젊은이들이 옛것의 소중함을 느끼고 새로운 가치를 캐어내는 산 교육장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헌책 시장의 규모는 가치 창조의 시금석
일본의 출판과학연구소가 지난해 출판물의 판매액을 1조7000억 엔으로 추정했으며, 인프레스 종합연구소가 간행한 ‘전자서적 비즈니스 조사보고서 2014’에 따르면 지난해 전자 출판물도 1013억 엔을 기록해 처음으로 1000억 엔대를 넘어서 2018년에는 3000억 엔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헌책 시장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자랑하는 일본 최대의 헌책 체인망인 '북오프(Book-off)'가 2011년에 보고한 자료를 보면 중고서적의 시장은 873억 3300만 엔 규모로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이다.
또 다른 업체가 조사한 헌책 구입 방법에서는 점포를 찾아가 직접 구입한 적이 있는 사람이 81%, 반면에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적이 있는 사람은 49%(중복응답)였다. 그 이유로 “책 상태를 알 수 없는 게 불안”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일본에서는 국회도서관을 비롯해 국공립도서관과 대학도서관 등 대규모 도서관을 제외한 작은 규모의 공공도서관의 경우 책을 구매한 지 5년 정도 지나면 정리해 폐기하게 되는데, 시민들에게 무료로 배포하기도 하지만 보통 많은 책들이 헌책방으로 유입된다.
또한 개인들도 나이가 들어 신변을 정리하면서 재산과 함께 골동품, 미술품, 서적 등을 상속하거나 팔며, 혹은 기부한다. 여기에 각 출판사들의 재고서적까지 가세하면 헌책방을 통해 새로운 주인을 만나길 기다리는 책들이 끊임없이 넘쳐난다고 하겠다.
‘간다 고서점가’의 산책은 서점마다 인문, 자연, 과학, 기술, 미술, 공연, 사진, 대중문화, 아동도서, 외국잡지 등 특화된 전문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잘 분류된 서가를 걷는 기분이 든다. 책의 향기 속에 흠뻑 빠져 지식의 바다를 항해하는 환상이 기다리고 있다.
최근에는 시니어 세대의 인기를 모았던 절판 서적들이 다시 복각돼 출판되는 예도 크게 늘고 있다. 수요와 공급의 시장 원리가 아니더라도 ‘잘 익은 된장맛’ 같은 헌책의 가치를 알고 아끼는 사람들이 있는 한 이 거리에서 수많은 ‘온고지신’의 향기는 계속 퍼져나갈 게 분명하다.
근현대사의 풍파 속에 복개와 복원 끝에 떠내려간 청계천의 헌책방들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라 가슴 아프며 부럽기 그지없다.
10여 년전 연구회에서 잘 알고 지내던 교수 한분이 직접 쓴 ‘경제수명 2050시대’ 이라는 책을 보내왔다. 50대에 창업을 하여 과거의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새로운 제2인생의 길을 선택한 필자의 이야기가 그 책에 소개되어있으니 한번 읽어보라는 뜻으로 보내온 것이었다.
5권 세트로 나온 이 책은 어떻게 하면 '경제 수명' 을 늘릴 수 있을까에 대한 이 분야 전문가들의 체험적 연구서였는데 '2050'은 20대부터 50년을 일해야 한다는 의미도 되고, 50대도추가로 20년을 더 일해야 한다는 의미도 있었다. 즉 경제수명을 50년은 유지해야만 고령화 시대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책의 요지였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경제수명 2060’시대가 절실하게 되었다. 20살에서 70세까지만 일한다가 아니라, 80세까지 60년 동안 일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의미다. 나이 들어서도 직업이 있거나 안정적인 수입원을 가질 수 있다면 고령화 사회를 겁낼 필요가 없다. 겁을 먹게 되는 것은 고령화가 진행되는 한편으로, 평균적 퇴직 연령의 급격한 감소가 이뤄지고 있지만 은퇴 후 30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90세, 100세를 사는데 50대 퇴직도 보장하기 어렵다면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수 있을까?
2060을 몸소 실천하는 분 중에 이상헌 선생님이 계시다. 80세 가까이 되어서도 열정적으로 일하시며 100살까지 일하시겠다고 늘 말한다. 지금까지 무려 140여권의 책을 썼는데 지금도 일 년에 책을 서너권을 쓰고 있고, 일주일에 4~5회 강연과 신문 잡지사에 컬럼쓰기는 물론 1주일에 한번씩 행복에 대한 멧세지를 지인들에게 직접 보낼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하시는 분이다.
며칠 전 선생님을 찾아뵈었더니 ‘100살이다 왜!’라는 책을 선물로 주셨다. 보통 회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후쿠이 후쿠타로(福井福太郞)씨가 쓴 자서전이다. 실제로 저자는 1912년생 102세다. 증권사 임원으로 은퇴했지만 더 일하고 싶어서 70세에 직원 3명이 일하는 도쿄 복권상회에 입사한 현역 회사원이다. 아침마다 전철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일터로 출근해 복권 분류와 배달, 회계 업무를 맡아 지금까지 30년째 일하고 있다. 근무 시간은 9시부터 2시. 96세 되던 해에 회사에 폐가 될까 우려해 회사에 사표를 냈지만 계속 남아서 일해 달라는 회사 경영진의 간곡한 만류로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고 한다.
100세가 넘어서도 계속 일을 하는 이유는 딱히 없다. "건강에 이상이 없는 한 인간은 계속 일을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요. "그 일이 대단한 일이건 그렇지 않건 돈을 많이 벌건 적게 벌건 자기가 먹을 양식을 스스로 마련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멋진 직업“이라는 것이다.
일본은 65세 이상 노인들이 이미 23%를 넘었고, 지금 100세 이상의 고령자가 6만명을 넘는 세계 최고령국가다. 그래서 그런지 100세 이상 일하는 현역 분들이 의외로 많다. 시바타 도요 할머니는 100살에 ‘약해지지 마’라는 시집을 내어 100만부 이상의 베스트 셀러가 되었고 ‘나이를 거꾸로 먹는 건강법’의 저자 히노하라 시게아키(日野原重明) 박사는 금년 103세(1911생)로 현역 병원장이다. 100살이 되던 3년 전 83세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사업을 키워나가고 있는 이길녀 총창의 초청으로 대학에서 강의를 하러 한국을 다녀갔다. 그는 ‘어떤 일도 생각하기 나름, 늙는 다는 것은 쇠약해 지는 것이 아니라 성숙해지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진정한 늙음과 젊음은 마음에 있다."고 말한다.
이제 우리도 자신이 활동하거나 일하는 유통기한 즉, 경제수명을 50년에서 60년으로 늘려야한다. 여기에는 생애교육(生涯敎育)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과거에는 더블 30, 즉 부모 밑에서 30년 + 자신의 30년 인생을 살았다. 이제는 트리플 30으로 바뀌었다. 퇴직 후 기나긴 30년이 더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아무 준비 없이 퇴직하여 ‘무노동 무임금’으로 마지막 30년을 보낸다는 것은 이제 본인에게는 악몽의 30년이 될 수밖에 없고, 자식들에게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짐이 되고 만다.
여기서 말하는 생애교육은 평생교육과 같은 의미로 쓸 수도 있지만 매우 다르다. 생애교육은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를 젊은 나이에서부터 공부하고 무언가를 미리 준비하자는 것으로 막연하게 죽을 때까지 공부하자는 평생교육과 다르다. 평생교육은 어찌보면 삶의 질을 높이는 데는 큰 효과가 있으나 2060을 실현하는 데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 기업들은 일찌감치 퇴직지원은 물론 젊어서부터 생애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기업들이 오래 전부터 입사한 신입사원부터 퇴직이후를 준비하는 Life Plan을 세우고 은퇴 이후의 노후 커리어 관리와 생활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50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세컨드라이프 코스에 참여하는 기회를 주면서 퇴직 준비를 돕는다.
서구에서도 인사조직 컨설팅사 에이온휴잇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90% 이상이 정기적으로 은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독일에선 기업이 정리해고를 하려면 퇴직지원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진행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
지금까지 국내 기업 퇴직 프로그램은 전직 전문회사(Outplacement)주도로 퇴직 이후 전반적인 삶을 설계하기보다 전직이나 당장 경제활동을 지속하도록 하는 재테크 컨설팅에 그쳤다. 단기간 성과는 제공할 수 있어도 길어진 은퇴 기간을 준비하는 데는 너무 미흡하다. 재무 설계뿐 아니라 지속적인 일(job), 건강, 여가, 가족관계 등 비재무적인 프로그램까지 포함시켜‘퇴직지원’에서‘은퇴준비’로 젊어서부터 노(老)테크를 준비하도록 생애교육 프로그램 영역을 넓혀야 한다. 기업 측에서는 물론 노조도 생애교육에 대한 적극적 지원과 직원들의 의식을 변화시키는“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생애교육”에 적극 나서고 참여해야 할 때다.
젊어서 생애교육을 통해 준비한 후 퇴직이후에 무슨 일을 하던 한 달에 가령 2백만 원을 번다고 치자. 말이 그렇지 초저금리로 인해 200만원을 이자로 받으려면 적어도 10억 이상의 현금을 은행에 넣어두어야 가능한 금액이다. 만약 퇴직 이전에 노후 대비 자금을 마련해 두지 않았다면 60세 이후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일을 잡는 것과 젊어서부터 미리 준비하여 취미와 소일거리로 직장을 찾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즉 은퇴 계획은 특정 세대와 상관없이 빠를수록 좋으며 노테크도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황이 이렇게 변화했는데 우리의 의식 수준은 ‘퇴직은 곧 일에서 은퇴’라는 80세 수명시대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이다.
“청년이란 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에 의해 결정된다. 붉은 뺨이나 입술이 아니라 굳센 의지, 상상, 감정, 생명력에 달렸다. 청년은 용기로 비겁을 이기며, 모험으로 앞일을 안다.”고 맥아더 장군은 말하였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육체적 젊음뿐만 아니라 정신적, 영적으로 활기찬, 늙었지만 진정한 젊은이가 많아야 고령화시대에 대비할 수 있다. 열정 인생엔 나이가 없다!
글: 피플스그룹 대표이사 가재산
한국형 인사조직 연구회 회장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교수
오선영 미래미술관 관장과 인터뷰를 하는 내내 감탄했다. 그녀가 보여주는 나이를 지워버리는 젊은 아우라에. 전업주부였지만 자기계발을 거듭하여 자신의 삶을 완성해가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는 예술을 즐기고 배우면서도 내조를 잘하는 한국적 마담의 이상적인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처음 나온 질문이 ‘브라보 라이프 스타일이 무엇이냐’는 건 그러한 모습에 대한 의문이 그대로 나온 결과였다. 스타의식과 끼 넘치는 그녀에게 삶을 즐기는 법에 대해 물어봤다.
사진 장세영 기자 photothink@etoday.co.kr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그것을 통해 시간을 보내면 보람을 느끼는 거예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뭔가 결여된 것이다. 결여는 대개 타인과의 비교로부터 온다. 그러나 오선영 미래갤러리 관장은 주변 사람들이 부러웠던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부러워 한 적 한 번도 없었어요, 굳이 말하자면 어떤 일을 해도 인컴(수입)이 없는 생활을 계속 했기 때문에, 어느 날 나도 인컴(수입)이 있는 일을 해봤으면? 하는 걸 느낌 적은 있어요. 그래서 강남시니어플라자의 CF 모델을 신청하려고요. 10월에 오디션이 있다고 해서 도전해보려고 해요. 그래서 워킹연습도 하고 있고, 워킹은 그 순간도 행복하고 건강에도 좋아요. 나이가 들면 건강해야 해요.”
예술은 인생을 살찌우게 하는 것
그녀가 하고 싶은 분야 또한 지금까지의 삶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여전히 하고 있는 일이지만, 미술 저변 확대를 위해 그림 자체를 감상을 못하거나 시간이 안되서 못하는 시니어들, 관심 없는 사람들을 위해 홍보해주고 티켓을 지원해주는 활동들을 하고 싶다는 것. 시니어들이 무료하게 보내는 것보다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서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그 안에서 봉사도 가능하게끔 하고 싶다는 게 오 관장의 생각이었다.
“생각이 들게끔 하려면 기회를 통해 두루 두루 감상과 경험을 해야 하는 거죠. 문화적 감성과 식견을 키워주고 싶은 욕심에 시니어들에게 미술관 활동을 접하게 해주고 싶어요.”
자랑하는 것에 익숙치 않은 오 관장은 수줍게 말했다.
아울러 미술뿐만 아니라 음악, 무용 등 예술 저변의 확대를 추구하고 싶다는 게 그녀의 포부였다고.
혹시 남편이 그녀의 삶에 간섭한 적은 있을까? 배우자의 삶에 관여하는 배우자는 종종 자기계발의 동인이 되기도 하지만 부부 갈등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궁금해서 남편이 권하는 취미가 있는지를 물어봤다.
“권유가 전혀 없어요. 같이 살면서 한 번도 제게 뭐를 했으면 하고 말한 적 없어요. 그 사람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사랑해주는 스타일이에요. 다른 사람들은 그런 걸 이해 못하죠. 그런데 우리 가족은 알아요.”
처음부터 금슬 좋은 부부였을까?
“제가 사랑할 만한 조건을 갖춘 게 아니라 사랑해주는 남편을 만났다고 생각해요. 나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남편의 짝이 되면 누구나, 누구든지 남편의 옆 자리에 있으면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거죠. 내가 사랑받을 조건을 갖춘 아내여서가 아니라 아, 이 남자는 내가 아니라도 다름 사람에게 동반자라는 이유로 그렇게 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인생 후반전이 돼서 알았어요.”(웃음)
그녀는 남편과 맞선을 통해 결혼해서, 결혼 전에 남편에 대해 아는 부분이 많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결혼을 해보니 남편이 예술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좋아하는 파트와 일치하는 거야, 그게 제게 너무 행운이었어요. 남편은 형편이 안 되지만 능력이 있는 작가들을 알아보는 눈이 있어요. 돈이 될 거다 싶어서 그림을 사는 게 아니에요. 마땅히 도와줘야 할 작가라면 거리낌 없이 구입하죠. 남편은 그러한 예술적 감각을 바탕으로 문화와 철학이 있는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중이에요.”
오 관장의 말 속에서는 남편에 대한 깊은 존경심이 배어 있었다. 그녀는 남편이 사람을 구분하지 않으며 그 자체를 사랑하고 인정하는 점을 가장 존경스러운 점으로 꼽았다.
이쯤에서 티격 태격하는 중년부부들에게 도움 줄 만한 말을 꺼냈다.
“당신은 왜 그래?” 같은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중년 부부는 상처받기 쉽잖아요. 따라서 역지사지 자세로 배우자를 존중하고 격려하며 배우자의 말을 경청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 것 같아요. 특히 다른 사람과 비교해 자신감에 상처를 주는 일은 금물이죠. 이러다 말겠지, 좀 있으면 괜찮아지겠지하며 배우자의 감정들을 무관심할 게 아니라, 상대가 겪는 증상을 서로 정확히 이해하는 게 중요해요.”
스스럼없이 그녀는 “부부를 강하게 이어주는 방법 가운데 대화만큼 효과적이고 간단한 것도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긍정심이야말로 젊음을 유지시키는 비결
오 관장의 말 속에서는 끊임없는 긍정심이 느껴졌다. 그녀는 자신의 나이답지 않은 외모의 비결로도 긍정심을 들었다.
“제가 편안하게 사니까 긍정적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죠. 그런데 저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똑같이 긍정적이에요. 제 친정 오빠도 그렇게 얘기해요. ‘너는 지게꾼 아내가 되었어도 행복하고 흥이 있는 사람’이라고요. 당연한 거 같아요. 저는 지금 현실에 만족하지 다른 사람을 부러워해본 적 없으니까요. 그리고 아름다움과 칭찬하는 말을 원체 좋아하고, 남을 흉 보는 말은 듣는 것조차도 지루하고 괴로워요. 혹시 친구가 대화를 하면서 누군가에 대한 나쁜 말을 해야 스트레스가 풀릴 거 같다면 다른 상대를 찾는 게 낫겠다고 말하곤 해요.”
주위에 친구들은 그래서 좋은 일이 생기면 자랑하러 그녀에게 온다고 한다.
이처럼 아름답고 품위를 좋아하는 습관이 몸에 배여 있는 그녀는 블랙톤으로 옷을 입고 나왔다. 혹시 그러한 패션 감각 또한 그녀의 캐릭터일까?
“비가 온다, 그러면 밝은 기분으로 코디를 해요. 장화를 신는다던지. 되도록 밝게, 하지만 때와 장소와 목적에 맞게끔 입는 편이에요. 봄이면 봄과 함께 걷고 가을이면 가을과 함께 걷는 듯한 옷을 선택합니다.”
그녀는 시니어들이 옷을 입는 것에 있어서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해 조언했다.
“나이가 들면 체형이 바뀌게 되어 있어요. 다듬어지지 않은 몸체를 그대로 드러나게 입는 것은 시니어가 환영받지 못하는 매너라고 보죠. 저는 옷을 제2의 인격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몸이 안 되는데 억지로 입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요. 몸에 맞지 않는 그런 옷차림은 추하고 천해 보여서 격을 자연스럽게 떨어뜨리거든요. 예쁘다는 옷을 젊게 입는다고만 해서 젊어지진 않습니다.”
그녀는 옷을 입을 때 컬러가 최소 세 가지를 넘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세 가지도 많고 두 가지 선에서 끝내라는 게 패션에 대한 그녀의 철칙. 색을 절제함으로써 기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그녀가 생각하는 ‘멋진 남자’란 어떤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할까?
“마음의 넉넉함입니다. 우리 남편은 젊었을 때부터 그랬지만(웃음). 내면의 멋이 있어야 해요. 그 사람이 고스톱을 치는데 혈안이 된 사람이라면 내면이 모두 고스톱일 텐데 멋있을 수가 있나요. 그런데 문화를 겸하지 않으면 지성미는 불가능해요. 중년의 멋은 과거가 만드는 거니까요. 체득화되어야 해요. 아쉽게도 지금까지 그렇게 못했으면, 지금이라도 문화와 예술을 접하려고 많이 노력해야 지성미 있는 얼굴에 남게 됩니다. 지성미 있는 시간을 할애해야 가치가 내재화된다는 말이 있어요.”
만남을 통해 삶이 풍요로워진다
오 관장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해 물었다. 그녀는 가장 중요한 것으로 ‘만남’을 선택했다.
“만남이 가장 중요한 거 같아요. 음악과의 만남, 그림과의 만남, 사람과의 만남…. 사람과의 만남을 보면, 가족과의 만남이 있고 인생을 살찌게 만드는 사람과의 만남이 있기 마련이죠. 문화와 예술과의 만남도 중요합니다. 죽을 때까지 문화와 예술을 접하지 못하고 죽는 사람도 많아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종교의 중요성도 말했다.
“살면서 종교가 있어야 할 거 같아요. 종교가 있으면 쉽게 해결 안 되는 고민도 해결되요. 큰일이 닥쳤을 때 작게 생각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죠.”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 버킷리스트에 대해 물었다. 지금까지 시원시원하게 단도직입적이었던 그녀의 대답은 마지막까지도 분명했다.
“난 성악가가 되고 싶어(웃음). 노래를 굉장히 좋아했는데 어렸을 때만 해도 ‘평범하게 살려면 너가 평범해야 한다’는 아버님 말씀이 있어서 그렇게 못했거든요.”
엔터테인먼트 끼가 가득하다. 오 관장의 인상, 그리고 시, 도자기, 꽃꽂이 등 다재다능한 재능에는 그러한 예상을 짐작케 하는 강한 힘이 있었다. 인터뷰가 끝나고 무반주로 부른 그녀의 노래 실력은 깐소네, 샹송을 넘나들고 있었다. 대한민국 중년여성이 멋지게 산다는 것이 무언지에 대한 확실한 대답이었다.
학명은 Lilium cernuum Kom.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여름은 젊음의 계절~ 여름은 사랑의 계절~”
1970년대 말 한 가요제에서 발표돼 지금도 여름철이면 많은 이들이 흥얼거리는 노랫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여름은 빨갛게 뜨겁게 이글거리는 태양을 닮은, 젊음의 계절입니다. 그런데 야생화 중에도 작열하는 태양을 닮은 듯 붉은색으로 타오르는 꽃이 있습니다. 바로 여러 종류의 나리꽃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겨울이 지나간 자리 봄이 잠시 머물렀다가 여름에 바통을 넘길 즈음, 하늘나리가 하늘을 향해 고개를 치켜들고 태양과 맞잡이 할 듯 당당하게 피어나며 첫 테이프를 끊습니다. 고개를 중간쯤 들고 선 털중나리가 뒤를 잇고, 연이어 말나리(사진)·하늘말나리·참나리가 서로 뒤질세라 꽃망울을 터뜨립니다. 그 뒤엔 땅나리가 하늘나리와는 정반대로 고개를 숙인 채 한사코 땅만 바라보며 진한 황토색 꽃을 피웁니다.
하늘나리로부터 땅나리까지 여러 종류의 나리꽃들이 그리 드물지 않게, 또한 그리 흔하지도 않게 전국의 산과 들에서 쉼 없이 피고 지고 피고 지면서 사람들이 나리꽃에 다소 식상해할 즈음, 깊고 높은 산 등성이에선 저간의 나리꽃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솔나리가 고고성을 울리며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선홍빛 붉은색도 아니고 짙은 주황색도 아닌 연분홍색의 솔나리. 맑고 밝아서 마치 실핏줄이 보일 듯 투명한 색감의 솔나리가 피어납니다.
게다가 도도하기가 구중궁궐의 공주마마 못지않아, 한여름 뙤약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한 바가지 땀을 흘리지 않는 자에겐 결코 얼굴을 내비치지 않습니다. 차로 손쉽게 닿을 수 있는 야트막한 저지대에선 좀체 자라지 않아, 그 어느 자생지이건 산등성이까지 올라야 만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특히 경남 함양의 남덕유산 정상에 오르면 산이 산을 껴안고 봉우리가 봉우리를 감싸 안은 백두대간의 아스라한 파노라마를 굽어보는 솔나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남덕유의 산등성이에 고고하게 피어난 솔나리 옆에 나란히 앉아 백두대간 침봉들을 바라보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신선의 경지를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잎이 솔잎을 닮았다고 솔나리라고 하는데, 아예 솔잎나리라는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Where is it?
강원도 홍천의 운무산과 삼척의 석개재, 충북 괴산의 이만봉, 경남 합천의 가야산과 함양의 남덕유산 등이 솔나리 자생지로 야생화 동호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그 중 경남 함양과 거창, 전북 장수 등 3개 군의 경계에 있는 높이 1507m의 남덕유산 솔나리가, 백두대간 연봉들을 굽어보는 장쾌한 조망으로 그림 같은 사진을 담을 수 있는 최고의 탐사지로 꼽힌다. 북으로는 덕유산, 남으로는 멀리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한복판에 서있는 남덕유산에 오르는 길은 여럿이나, 함양군 서상면 상남리 영각사 바로 밑에서 시작되는 등산로가 가장 간편하다. 삼복더위에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된비알이 결코 손쉽지는 않지만, 오르는 내내 하늘이 내준 귀한 약재라는 천마(사진)를 비롯해 말나리(사진), 참바위취(사진), 산오이풀(사진), 구름체꽃(사진), 원추리(사진) 은꿩의다리, 돌양지꽃, 바위채송화, 흰여로 등 다양한 야생화를 만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산등성이에서 정상까지 간간이 철제 계단이 이어지는데, 그 중간 능선 곳곳에서 솔나리를 만날 수 있다.
전문위원/야생화 칼럼니스트│김인철
서울신문 기자로 29년 일했다. '김인철의 야생화산책(ickim.blog.seoul.co.kr)'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야생화 화첩기행'(푸른 행복) 저자
글: 끌림365 성형외과 피부과 대표원장 최 현
여름이 돌아왔다. 피부 관리는 건강을 위해 노력하듯 매일 꾸준히 하는 것이지, 특별히 신경 써야 할 계절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에는 피부가 어두워지기 쉽기 때문에 다른 계절보다 조금 더 신경 쓰이는 것은 사실이다.
햇볕은 우울증을 치료하는 최고의 명약이며, 비타민 D 생성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자외선은 얼굴의 미용적 부분에 있어서는 분명히 좋지 않다. 여름철 강렬한 자외선이 피지막을 없애고, 피부표면의 수분을 증발시켜 피부를 손상시키고 색소침착 및 피부노화를 일으킬 수 있다. 때문에 新중년의 경우 자외선을 잘 다스리는 것이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일조량이 늘어나는 시기, 어떻게 피부를 관리를 해야 할까? 평소 피부관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쯤 들어봤을 내용이겠지만, 그래도 복습하는 의미에서 정리 해보자.
1. 자외선 차단제 사용은 필수다
아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겠지만 이것은 가장 중요한 진실이다. 다른 화장품과 마찬가지로 자외선차단제 역시 피부에 트러블을 일으킬 수 있다. 본인 피부에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고 잘 어울리는 자외선 차단제품 1~2개 정도는 찾아 놓자. 다음은 간략한 자외선 차단제 사용법 정리이다.
- 유통기한을 확인하여 기한을 넘긴 제품은 폐기한다.
- 외출 30분 전에 바른다.
- 자신의 검지손가락 한 마디를 가득 채울 정도의 양을 바른다.
- 문지르기보다 두드려 주면서 여러 번 덧칠하듯이 바른다.
- 3시간에 한 번 정도 덧바른다.
2. 땀을 닦을 때 수건으로 마찰하거나 문지르면 안 된다.
야외 활동 중 땀을 닦을 때면 수건을 지그시 눌러서 물기만 흡수시키자. 피부에 마찰을 일으키는 일은 엄청난 피부 학대 행위이다. 피부 조직 전체를 밀었다 당겼다 하는 과정도 조직 손상만을 일으킬 뿐, 탄력이 증가하는 것과는 무관하다.
평소 세안하고 난 후에도 마찬가지다. 헹구어 내는 과정에서도 마찰 없이 물을 뿌리면서 헹구어야하고, 물기를 닦을 때에도 수건으로 마찰하거나 문지르면 안 된다.
이 문구 하나는 꼭 기억하자. ‘피부는 마찰 금지!’
3. 마스크팩을 붙여라
평소에 마스크팩 한 번씩 꾸준하게 붙이는 것이 피부에 얼마나 큰 효과가 있는지 많은 사람이 잘 모른다. 너무 고가의 제품을 써야할 필요는 없다. 여유로운 저녁에 마스크 팩을 붙이는 습관을 가져보자. 여름철 야외 활동이 긴 날이었다면 꼭 붙이도록.
4. 화이트닝 제품을 꾸준히 사용하라
기능성 기초 화장품을 쓰지 않던 사람들이 처음 쓰게 되면 적응 기간 동안 피부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래도 기능성 제품들은 꾸준히 사용할만한 가치가 있다. 미백, 주름 개선의 효과가 동시에 있는 기능성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5. 물을 많이 마셔라
원론적인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리이다. 원론적인 이야기는 너무 많고 지겨우니 하나만 기억하자. ‘목이 마르기 전에 물을 충분히 마셔라.’
여름에는 어차피 햇볕이 강하니까 고가의 메디컬 스킨케어를 받아도 소용없다는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햇볕이 강하니까 더욱 관리를 잘 해야 한다. 필자의 클리닉에는 여름 되었다고 해서 고객들의 발걸음이 뜸해지지는 않는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꾸준히 다니신다. ‘레이저토닝’, ‘산소필’과 같은 미백관리는 오히려 더 열심히 받아야할 프로그램이다.
‘피부 관리’는 ‘피부 건강관리’와 같은 말이다. 건강관리는 매일 매일 꾸준히 하는 것처럼, 피부 관리도 매일 매일 하는 것이다. 건강관리에 특별한 비법이 없다. 여름철 피부 관리라고 특별히 다른 방식이 있겠는가?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고, 보습에 신경 쓰고, 기능성 제품을 사용하는 습관을 갖도록 하자. 습관이 당신의 피부를 좌우한다.
강원도 춘천시 서면. 산과 물의 기운이 좋아 전국에서 박사를 가장 많이 배출했다해서 ‘박사마을’로도 유명한 이곳에 ‘친환경 토마토 박사’ 5인조가 떴다. 친환경 토마토만큼은 전국 어디에 내놔도 자신 있다는 ‘삼모아 오미뜰 작목반’의 성원경(61), 김남규(61), 김선복(58), 허우석(40), 박지훈(31)씨. 독수리 5형제를 떠올리기엔 나이 차가 꽤 나는 이들은 일에서만큼은 모두 동등한 위치에서 각자 역할을 분담하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한다. 세대간 갈등이 심각해지고 직장 상사와 부하직원간의 소통이 어려워지는 요즘. 이와는 반대로 세대차가 나기 때문에 더 배울 것이 많고,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를 준다는 그들을 만나 보자.
3060 청장년 유니온 "함께라면 자신 있다."
삼모아 오미뜰 작목반은 크게 두 분류로 나뉜다. 작목반장인 장년 3인방은 친환경 토마토 재배분야를, 청년 2인방은 유통분야를 전적으로 맡고 있다.
본래 산양삼 재배와 유통을 해왔던 두 청년은 토마토 재배에 대해선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였고, 토마토 농사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운 작목반장들은 애써 수확한 토마토를 제 값어치을 받지 못하고 팔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서로에게 조금씩 아쉬운 부분들을 채워갈 수 있는 협업을 시작하게 됐고, 질 좋은 상품과 실속 있는 유통망을 갖춘 완전체를 이루게 됐다.
각자 가지고 있는 능력은 최대로 활용하고 부족한 부분은 공유하며 서로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최적의 상태를 갖춘 그들. “우리의 경쟁 상대는 없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만큼 그야말로 천하무적 5인조 부대가 탄생한 것이다.
30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 세대차가 주는 의미
함께 일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냐는 물음에 마치 짜기라도 한 듯 다섯 명 모두 ‘믿음’이라 답했다. 그렇다면 뭘 믿고 함께 하는가. 김남규씨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젊음과 열정’이라 답했다. 그는 “그냥 젊은이들 하는 거 보면 열정이 넘치잖아. 그 열정을 사는거지 뭐. 그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젊음과 열정 그 자체가 믿음이고 신뢰인거야. 아직은 우리가 시작단계지만 그런 것들이 원동력이 되고, 서로를 믿게 하니까 그 보다 더 중요한 게 어디 있겠나”라고 말했다.
막내 박지훈씨는 그들의 ‘경험과 삶의 지혜’에 신뢰가 간다고 이야기했다. “그분들께서 30년 넘게 해오신 농사일에 대한 경험과 세월은 부정할 수 없죠. 어쩌면 제가 살아온 나이보다 더 오랜 시간 이 일을 하셨는데 어떻게 믿음이 안가겠어요. 그동안 축적해오신 노하우와 삶의 지혜가 우리 일에 큰 도움이 되고, 저에게도 많은 가르침을 주죠.”
그들은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젊음이 주는 ‘열정’과 앞서나갈 수 없는 연륜이 주는 ‘경험’을 교류하며 30년을 뛰어넘는 ‘세대차’를 갈등의 씨앗이 아닌 믿음의 싹으로 틔우고 있었다.
함께라서 좋은 이유
1. 역할분담으로 대량생산 유통가능 (대형 거래처 납품량 소화 가능)
2. 우리들만의 토마토 재배·판매 가능 (자체 브랜드화)
3. 개인 농사꾼이 아닌 농업공동체 형성을 통한 위험부담 최소화
4. 농사 전문가는 오직 농사일에만 전념할 수 있어 질 좋은 상품을 수확
5. 체계적인 시스템이 상품의 질을 높여주니 재구매율은 점점 증가
친환경을 고집하는 이유
“첫째로 내 몸에 좋아.” 김선복씨가 친환경을 택한 이유다. 그는 “처음엔 농약안치고 하려니 수확량도 적고 남는 게 없으니 이게 되겠나 싶었는데, 지금 와서 보니 이 길이 더 편한길이더라”며 “아직 소비자들이 친환경 제품에 대한 인식이나 신뢰가 부족하다 보니까 애써 길러 내놔도 농약친 토마토랑 비슷한 취급을 받고 있어. 친환경이라 모양이 좀 안 예쁘게 나오면 그보다 덜한 취급도 받는데, 그게 이 일을 고집하면서도 가장 속상하지”라고 털어놨다.
토마토 밭에서 연신 토마토 입을 매만지며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던 성원경씨도 김씨와 한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이렇게 토마토가 병해를 입어도 친환경이니까 농약이나 화학약품은 안 쓰고 있는데, 내 자식이나 다름없는 토마토가 병들어가는 걸 그저 보고만 있어야 하니 그게 정말 안타까워”라며 어떠한 악조건에서도 농약은 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작목반장들의 고충을 덜어주는 것 또한 유통 전문가들의 몫이다. 그들은 “그저 농사만 열심히 지어서 도매상에 넘기는 것이 아니라 저희 작목반의 땀방울과 정성을 박스에 담아 다양한 판매처를 통해 브랜드를 직접 소개하고 판매하고 있어요”라며 “그냥 토마토가 아니라 누가 어디서 어떻게 무엇이 다르게 재배한 상품인지 먼저 알리고 소비자들이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저희가 해야 할 일이죠”라고 말했다.
삼모아 오미뜰 작목반의 친환경 토마토 유통 원칙
1. 일차적으로 최상의 품질을 약속한다
2. 최상의 신선도를 위해 발송 당일 수확을 원칙으로 한다
3. 중간 유통과정 생략으로 최고의 품질의 토마토를 착한 가격에
4. 배송비(택배비)는 무조건 무료배송 (배송비가 붙거나 착불일 경우 상품의 이미지 또한 좋지 않기 때문)
5. 박스무게를 제외한 실 중량으로 정직하게 포장판매
삼모아 오미뜰 작목반이 바라보는 미래
“자연의 힘으로 키워낸 친환경 토마토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맛있게 먹고, 더 건강해졌으면 하는 거지.” 작목반의 바람은 한결 같았다. 정직한 마음으로 땀 흘려 키워낸 토마토를 많은 사람들이 알고 먹었으면 하는 것. 때문에 그들은 매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머리를 맞대고 앉아 어떻게 재배하고 어떻게 판매할지에 대해 회의를 하고 있다고.
김선복씨는 “이렇게 하면 홍보가 잘되고 잘 팔릴 것 같다라고 상상하는 것들은 많은데 우리같이 나이먹은 사람들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잖아. 근데 젊은 친구들이 있으니까 그런 것도 같이 고민하고 방법도 알려주고, 또 직접 진행해 주니까 큰 도움이 되지”라며 매번 회의를 통해 동등한 입장에서 의견을 내고 함께 점점 더 좋아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허우석씨는 본래 하고 있는 산양삼과 친환경 토마토를 접목시킨 ‘프리미엄 토마토’ 생산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산양삼 원액을 관주해 산양삼의 사포닌 성분이 토마토에서 나오도록 시험재배해 성공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상품화하기엔 풀어야할 숙제들이 많기 때문에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죠”라고 설명했다.
그들은 새로 개발되는 신품종들도 다른 농가들보다 빨리 시험재배를 통해 다양한 토마토를 소비자가 각각의 입맛에 맞게 구매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중이며 토마토뿐만 아니라 아스파라거스도 지금의 시스템으로 재배와 유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귀농귀촌을 꿈꾸는 이들에게
그들이 농담삼아 하는 이야기지만 “농촌에서 버는 돈이 웬만한 대기업 월급쟁이 보다 낫다”라고 할 정도로 농촌은 많은 이들의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일확천금의 꿈에 부풀어 무턱대고 귀농을 했다간 낭패보기 일쑤다.
10년 전, 군대 전역 후 21살부터 농사일을 시작해 이제는 어엿한 대표명함을 꿰찬 박지훈씨는 이렇게 조언한다.
“저희 농장에 귀농을 꿈꾸시는 분들이 견학 오시면 하는 이야기가 고추도 심고 오이도 심고 쌀 농사도 조금 짓고 산양삼도 심어보고 싶다고 하세요. 하지만 여러 가지를 동시에 시작하는 건 좋지 않죠. 한 가지만 생각하고 계획하시는 게 좋아요. 귀농해서 첫해 농사는 가까운 지인분들에게 먼저 판매하면 조언도 들을 수 있고 많은 도움이 될 거에요. 그리고 시작이 반이니 두려워 마시고, 항상 ‘잘 될거야’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性이라는 것이 젊음만이 가지는 특권이고 나이 든 사람은 성적으로 끝났다고 보는 것은 편견이다. 이성교제나 성생활이 가져다주는 친밀감, 흥분, 기쁨은 나이 들어서도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구나 갖고 있는 성욕은 나이를 먹는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인생 후반전 행복 열쇠는 ‘사랑’
“글쎄, 외롭다는 한마디 말로는 설명할 수 없지요. 뭐랄까, 마치 젊은 시절처럼 마음이 들뜬다고 할까 그런 기분 때문이지, 단지 외로워서가 아니야.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처럼 리프레쉬되는 거지. 내가 다시 태어난 것 같아요.”
고양시 일산동구 중산동에 사는 정윤희(65세)씨는 반년 전부터 일주일에 한 차례씩 데이트한다면서, 데이트할 때의 그 기분을 이렇게 설명한다. 한 살 위였던 남편과 사별한 지 6년 째. 남편의 연금으로 비교적 풍족한 생활을 하는 정씨는 계 모임의 친구 소개로 자기보다 두 살 아래 김씨 아저씨(정씨는 그를 이렇게 불렀다)를 만났다. 정씨는 김씨가 유부남인지는 잘 모르겠다며 확인해 주지 않았다.
중년이후 세대의 이성 교제가 새로운 풍속을 이루며 확산되고 있다. 정씨처럼 혼자 사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독거 여부를 떠나 데이트가 노후의 한 생활 패턴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전국 각 지자체마다 노인복지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의 각종 프로그램을 통하여 시니어들은 자연스레 이성끼리 만남의 기회를 갖고 있다. 성에 대한 편견, 그릇된 인식 때문에 주변의 눈치만 살피며 황혼기를 무미건조하게 보내는 사람보다는 요즘엔 보다 성과 사랑을 당당히 즐기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연애를 시작하고 훨씬 젊어지다
경찰 서장 출신에 현재는 초등학교 앞에서 교통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양종철(68세)씨는 “마음이 뜨거우면 몸이 녹슬지 않듯 노년에도 가슴 뛰는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감성이 살아있고, 삶의 열정이 뜨거운 것”이라 말했다.
“이왕 사는 거 그냥 재밌게 살자. 연애가 남자들이 하기에 가장 재밌고 좋은 오락이야. 제일 재밌어! 낚시보다 재밌고, 그림보다 재밌고.” 언제나 연애 중인 가수 조영남씨는 방송에 나와 솔직하고 거침없이 자유로운 연애를 꿈꾼다고 발설한 바 있다.
5년 째 남자친구와의 달콤한 로맨스를 하고 있는 커피숍 주인 박미숙(76세)씨는 나이가 들어도 사랑의 설렘은 모두가 똑같다고 밝혔다. “10년 연하인 애인이 애정표현에 무지 적극적이에요. 하루에도 문자가 많이 와요. 어디냐고 물어오면 내 가슴에 있다. 금방 보고 왔는데 또 보고 싶네요. 지금 나와. 이렇게 나와요. 참 좋아요, 난 답장은 길게 못하니까 하트 열 개 날려주죠. 연애를 시작하고, 자식들이 훨씬 젊어졌다고 해요.” 박씨는 “막내 사위랑 큰아들, 며느리도 다 알고 있는 사이라 제 인생의 마지막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新중년들, ‘무인텔’ ‘러브호텔’ 주 단골고객
“이성에 대한 관심은 나이가 들었다고 사라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잖아요. 성과 관련한 이성 만남에 고민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지만 상담할 단체는 부족한 실정”이라며 “억누르고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지 말고 우리들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성문화를 조성하는데 많은 지원이 절
실하다”고 말했다. 시니어들의 세대를 관심있게 지켜본다는 한 사회학자는 데이트의 상황과 형태도 다양한 것으로 전해진다고 말한다. 이른 바 1+2의 ‘삼각관계’로 갈등을 빚거나 더욱 심각한 관계로 발전해 자식들이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시니어들이 이른바 ‘무인텔’ ‘러브 호텔’의 단골 고객이 되기도 한다고 한 경기도 호텔의 매니저가 귀띔했다. 또 비뇨기과에도 성기능 및 성병 치료를 받는 중년 환자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로 칠순인 신설동 산부인과 전문의는 “60대 이상 여성 고객들이 나이 들었다는 이유로 점잔만 빼고 모든 것으로부터 무감각해지는 것은 오히려 노화를 재촉할 뿐”이라며 “신체적인, 그리고 정신적인 성감대를 단련하여 황혼을 찬란하게 보내라는 메시지를 강조한다”고 밝혔다.
여성의 경우 폐경이 되어도 여성 호르몬이 감소할 뿐 음핵이나 다른 성감대의 자극 반응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 산부인과 전문의는 여성 호르몬의 양은 줄어들지만 남성 호르몬의 양은 오히려 증가한다며 이것이 나이 들어도 성적욕구를 증가시키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고 강조했다.
분당에서 만나 갤러리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는 남자 파트너(76세)는 “인간은 질병으로 육신과 정신이 무너지지 않은 한 나이가 든다고 결코 한 생명체로서의 본능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며 “이성에 대한 애틋한 마음과 나름대로 기쁘고 즐거운 삶에의 집착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생2막 멋진 후반전을 위한 핵심 열쇠는 일·돈도 중요하지만 다름 아닌 ‘사랑’이라고 말했다.
끝없이 갈구하는 ‘끝사랑’의 로맨스
노인성상담가 박순영씨는 “이성교제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돼 건전하고 행복한 삶을 가꾸게 한다. 시니어들의 이성교제는 재혼이나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것 보다 친구처럼, 연인처럼, 멘탈 파트너 패턴으로 바뀌고 있다”며 “상담을 해 온 분들 중 성적 욕구를 떳떳하게 해소 하고 싶다는 이들도 상당수 있으며 소외감을 느낄 때 애인을 찾는다”고 전했다.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 이웃나라 일본에선 ‘노인 미팅’이 오래 전부터 활성화 돼 있다. 고령자 전문 소개 업체만 수십 개에 이를 정도다. 결혼정보 시장의 연령대 자체가 변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솔직히 이미 많이 늦었지만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제도권에서 건강하게 만나야 하기에 시니어 세대의 이성교제에 대해 본격적인 관심과 사회적으로 건전한 만남 대책 프로그램을 고민해야 할 때다.
# 퇴임후가 더 중요했습니다
미국 노인이 땅을 치며 통한의 눈물을 흘린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가 95세 생일날 쓴 일기입니다.
“65세에 정년퇴임했습니다. 별 고민 없이 안락한 여생을 즐기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95세 생일 잔치때 얼마나 통한의 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퇴임 후 30년의 삶은 가장 부끄럽고 후회되고 비통한 삶이었습니다. 죽기만을 기다리는 삶, 덧없고 희망 없는 삶을 살았습니다. 지금부터 어학공부를 하려고 합니다. 나중에 왜 95살 때 공부를 시작하지 않았는지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그런 반면, 1인 방송 ‘도전 365’(www.wing365.com)대표 심현용씨(사진 ·62)같은 꿈을 실현하는 도전적인 삶도 있습니다. 심씨는 사업을 하다 외환위기 타격으로 PC방을 전전하는 바닥 인생까지 갔던 인물입니다. 그러나 이젠 SBS TV ‘하우머치’의 1인 창조기업 1호에 방송될 정도로 전문성을 인정받습니다. 서울시 소셜방송 자키 등 여러 일을 합니다.
그는 캠핑카에 카메라를 싣고 전국의 행사장, 이슈의 현장, 축제, 세미나 등을 현장 생방송합니다. 기업-단체 등의 의뢰를 받아 유료방송도 하고, 후배들 교육도 합니다. 1인 방송 경력 14년차이고, 세월호 사건 생중계는 1주일간 누적 시청 180만명에 최고 동시접속 7만명도 기록했습니다. 그의 무기는 SNS(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혹은 소셜미디어)입니다. 그는 촬영한 영상을 유스트림-아프리카TV-올레 IPTV-다음 TV 등에 올리고, 나아가 블로그-페이스북-트위터를 통해 추가로 알립니다. 1인 미디어로서 당당하게 활동합니다.
두 사례중 어느 쪽을 선택하시겠습니까? 꿈 실현에 도전하면 젊음을 잃지 않을 수 있습니다. 팔순이 넘어서도 청년처럼 활동하는 이어령 박사가 좋은 스승입니다. 필자는 여러번 뵈었는데…이 박사는 “나는 계속 꿈(비전)을 꾸고있어서 늙지않는다”고 말합니다.
# SNS를 무기로 새 출발하세요
시니어의 새 출발은 SNS를 무기로 시작하셔야 합니다. 이젠 국민의 71%(50대는 63%,60세 이상은 14%)가 스마트 기기를 쓰기 때문에, SNS활용이 손쉽습니다. 움직이면서도 SNS 콘텐츠를 보고, 내 글과 사진도 올릴수 있는 시대입니다. 게다가 한국은 SNS 세상에의 진입이 늦었습니다.
“우리는 네이버, 다음도 있고 싸이월드도 있다”고 자만하는 사이, 패러다임이 전혀 다른 페이스북, 트위터, 블로그, 유튜브, 구글플러스, 핀터레스트,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 뒤늦게 뛰어들었습니다. 따라서 개도국 사람들보다 SNS 활용이 뒤지고 있고, 한국은 10대~20대도 초보자라 할 수 있습니다. 시니어라고 해서 SNS를 두려워 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이 시리즈 칼럼과 함께 소셜미디어 세상을 여행하시면서, 1년만 열심히 하면 젊은이 못지않은 전문성을 인정받아 강사나 나눔활동, 소규모 창업 등 여러 기회를 잡을수 있습니다. 최근 1~2년새 50대 이상의 SNS 활용이 아주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SKT가 지난해 4월 한달에 SNS를 한번 이상 쓴 사람을 조사해보니, 50대 SNS 이용자가 66만여명으로 10대의 60만명을 추월하기도 했습니다. 카카오톡을 연장자들도 많이 쓰면서 생긴 변화로 보입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2013 정보문화 실태조사’에서도 50대 이상의 디지털 생활이 급격히 활성화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카톡의 영향으로 ‘실시간 메시지 서비스’이용률이 50대의 경우 2012년 63%에서 2013년 81%로 뛰었지요.60세 이상도 32%에서 68%로 급등했습니다. SNS 이용률은 50대 39%, 60세이상 22%로 높아졌습니다.
# SNS에 도전해야하는 이유 SNS에 왜 도전해야 할까요
첫째, 내 경쟁력과 콘텐츠로 세상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시니어에게는 세상에 전해 줄 경험과 지식이 있습니다. SNS는 그걸 효율적으로 전파해주는 도구이며 나도 당당한 ‘1인 미디어’가 될 수 있습니다. 지식 나눔이나 컨설팅 등으로 봉사도 할수 있습니다. 내 브랜드가 생깁니다. SNS에 내가 올려논 경험과 지식은 검색을 통해 후대들에게도 활용됩니다.
둘째, 남에게 도움이 되면 내가 행복해집니다. 행복감은 나에게 건강을 주며, 늘어난 활동과 교류도 건강을 선물합니다.
셋째, SNS는 내 관심분야 정보를 습득하는 무료 통로입니다. SNS에서 관심 분야 전문가를 찾아 적극적으로 친구를 맺으면, 전문가가 글-사진을 올릴 때마다 내 SNS 방에 자동배달돼 옵니다. 넷째, SNS에는 모임활동이 많아 인적 네트워크를 넓힐 수 있습니다. 연락이 끊겼던 옛 친구들도 찾게해줍니다. 외로움에서 벗어납니다.
다섯째, 수입원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나만의 콘텐츠가 있으면, SNS 기반으로 수입을 올릴 수도 있는 시대입니다. 강사활동을 하거나 책도 내고, 1인 창업도 가능합니다.
여섯째, SNS를 열심히 하면 나도 몰랐던 나의 강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나의 글 솜씨, 사진 솜씨 등을 알게되고, 키우게 됩니다. 이 시리즈 칼럼을 통해 여러 SNS도 소개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스마트워크 도구들도 소개하겠습니다. 매번 짭짤한 스마트폰 앱 하나씩을 미니로 소개합니다. 여행을 시작하실까요?
김일 소셜미디어나눔연구소장/본지 대기자
대추 이야기를 하면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대추를 보고 안 먹으면 늙는다”
대추는 옛날부터 노화방지에 대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 향약집성방, 본초경소론 등 다양한 문헌에 소개가 되고 있고, 대추가 가지고 있는 비타민류나 식이성섬유, 플라보노이드, 미네랄 등은 노화 방지와 항암 효과도 가지고 있다.
대추는 맛이 달고 독이 없어 속을 편안하게 해 얼굴이 밝아 보이고 몸이 가벼워진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색이 붉다 하여 홍조(紅棗)라고도 한다.
과육은 주로 당분이 들어 있으며 점액질·능금산·주석산 등도 들어 있다.
씨에는 베툴린·베투릭산·지방 등이 들어 있어 한방에서 이뇨강장·건위진정·건위자양의 약재로 사용한다.
식이성 섬유를 많이 섭취하면 장내의 여분의 담즙산을 줄이므로 담즙산의 독성을 줄이는 효과가 나타난다.
담즙산은 장내세균에 의해 발암물질로 변화됨으로 담즙산을 줄여주는 것이 암의 위험을 줄일 수 있고 대추가 가지고 있는 베타카로틴은 체내 유해 활성산소를 제독하는 힘을 가지고 있어 건강 장수에 도움이 된다.
대추는 사내아이를 상징하며 혼인식 날 며느리의 첫 절을 받을 때 시어머니가 폐백상에서 대추를 던져주는 풍속이 있다.
대추는 한 나무에 열매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열리며 바람이 불어도 씨눈이 떨어져 나가지 않고 꽃이 피는 만큼 열매가 맺는다하여 종족보존, 다산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대추씨는 통 씨여서 곧 절개를 뜻하며 순수한 혈통을 의미 한다
동국세시기에는 오월 단오날 정오에 대추나무를 시집보내는 풍속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나무의 줄기가 둘로 갈라진 곳에 돌을 끼워주거나 도끼나 낫으로 줄기에 상처를 주는 것으로 이렇게 하면 대추가 많이 열린다고 한다.
대추의 주산지는 경북 경산으로 경산대추는 좋은 품질과 빛깔을 유지하고 있어 최상의 상품으로 대접을 받고 있고 그 외 밀양 청도 영천 등도 최근 재배면적 많이 늘어나서 농가소득 품목으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특히 보은 대추는 생대추로 대부분 유통이 되고 있으며 군에서 품질관리에 많은 공력을 쏟아 부어 당도가 월등이 높은 보은 생대추를 유통시키고 있다. 더불어 최근 가공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다양한 상품으로 출시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대추슬라이스와 대추 액기스, 대추음료, 대추차 등이 시중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고 있는 품목이다.
대추는 아들과 다산을 상징하며 늙지 않는 비밀을 가지고 있는 신기하지만 우리주변에 쉽게 볼 수 있는 열매이다.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는 현실에 젊음을 유지하는 방법은 대추처럼 쉽게 주위에서 볼 수 있는 것인지 모른다.
조금만 붉은 대추 열매의 주름처럼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이 젊음의 비결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