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 갈수록 단순하게 살자

기사입력 2016-08-17 11:19 기사수정 2016-08-29 09:10

▲스마트폰의 기능을 다 알 필요는 없다. (조왕래 동년기자)
▲스마트폰의 기능을 다 알 필요는 없다. (조왕래 동년기자)
음악을 들으며 수학문제를 푸는 학생이 있습니다. 봉제공장 작업장에서 라디오를 계속 켜놓고 라디오 연속극도 듣고 뉴스도 들으며 옷감 재단도 하고 재봉틀로 박음질도 합니다. 별 실수 없이 두 가지 일을 해내는 걸 보면 젊은 사람이고 젊음이 좋기만 합니다. 

    

나이 들면서 두 가지 일이 어렵습니다. 은행가서 카드로 돈을 찾고 통장정리하고 시계방에 가서 손목시계 전지를 새것으로 교체하고 오겠다고 집을 나섰는데 은행가서 돈 찾고  통장정리만 하고 그냥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시계 전지 교체는 은행과 연관성이 없다가보니 잊어버립니다. 어떤 때는 통장정리 하겠다고 통장을 가방 속에 넣고 나가서 며칠째 은행 앞을 지나면서도 까마득히 잊어버립니다. 당장 통장 정리가 절박한 것이 아니니까 두뇌가 기억을 깨우쳐주지 않습니다. 물건을 쓰고 아무데나 두면 시간이 지나서 다음에 쓰려고 찾을 때 어디 둔 곳을 몰라 찾느라고 애를 먹습니다. 나이가 들면 물건은 늘 두던 제자리에 두는 Only One 저장법이 최고입니다.  

    

라면을 끓이는 시간은 짧아서 별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빨래를 삶거나 사골 곰국을 끓이면서 지루한 시간을 활용한다고 텔레비전을 보다가는 사고 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재미있는 텔레비전에 온통 신경이 몰입 되는 순간 물이 쪼그라들고 내용물이 타는 걸 깜박합니다. 내용물이 아니라 냄비 까지 태울 때도 있습니다. 이것이 평소하지 않던 것을 여러 가지 하려다 생기는 일입니다.

    

망하는 기업들도 대부분 문어발식으로 기업을 확장하다가 자금 경색이나 예기치 못한 일이 터져 모기업까지 문을 닫습니다. 농촌에서도 우리 부모님세대는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논농사 밭농사만 합니다. 수입이 별로여서 그렇지 빚지고 살지는 않습니다. 망하려고 해도 망할 꺼리 가 없습니다. 빚을 크게 내어 가축도 키우고 특용작물을 한다고 덤비다가 실패하면 억대의 빚을 집니다. 해오던 것을 하지 않고 부실한 준비로 큰일에 덤벼들었기 때문입니다.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 나오는 ‘고슴도치와 여우’이야기가 재미있습니다. 많은 것을 아는 여우와 큰 것 한 가지를 아는 고슴도치와의 게임에서 승자는 늘 고슴도치라고 합니다. 여우가 갖은 머리를 짜내 고슴도치를 공격하지만 고슴도치는 결정적인 순간 몸을 둥글게 하여 가시넝쿨을 만들어 버립니다. 그리고 여우가 물러갈 때까지 인내합니다. 잔꾀 많은 여우가 복잡한 상황을 만들어 고슴도치를 유인하지만 고슴도치는 이것저것 고민하지 않고 한 가지만 하기 때문에 살아남는 다고 합니다. 섣불리 물로 뛰어들거나 빠른 걸음으로 도망가는 행동을 취했다면 여우의 밥이 되었을 것입니다.

    

나이 들수록 하루 한 가지만 Only One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등산하는 날은 등산만 해야지 등산 갖다 와서 다른 사람을 만나는 약속을 하면 곤란합니다. 약속시간에 늦어버리거나 하산 주 몇 잔에 약속자체를 잊어버리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하루 한건의 약속 이상은 하지 않습니다. 상대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지만 여러 사람과 여러 약속을 할 만큼 바쁜 일도 없습니다. 부모님 제삿날이라면 아무하고도 약속을 하지 않습니다.Only One 제사 생각만 합니다.

    

운전을 할 때는 운전만하지 라디오도 듣지 않습니다. 처음 가는 길은 인터넷으로 검색하거나 네비게이션으로 행선지 길을 머릿속으로 그려봅니다. 그러면 여유롭고 편안한 길이 됩니다. 나이 들면 많은 것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Only One 의 여유가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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