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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 에세이] 추호에 없다
- 추호에 안개가 내려앉았지만 단풍을 가리기에는 천이 얇다 갈아입는 모습이 보일라 나무들은 조심스럽게 변신한다 뜨거운 태양을 보내고 새 계절의 축제를 준비한다 그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탄식 한마디 내뱉는 것뿐이다 그것밖에 없다
- 2022-10-20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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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 에세이] 운무 아래 삶이거늘
- 비 쏟아지고 갑자기 갠 날 구름은 미처 승천하지 못하고 운무가 되어 북한산 허리 자락을 잡았다 그 밑에 흐리다 투덜대는 이들이 보인다 늘 받던 햇살이 없다고 알고 보면 북한산 대님 같은 인생인걸 멀리서 보면 이렇게 아름다운걸
- 2022-09-27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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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 에세이] 황혼 속 여의도
- 흐렸지만 먼 하늘엔 구름이 없던 날 태양이 세상을 황금빛으로 물들일 때 불타오르는 여의도는 세상사를 보는 듯하다 오렌지빛 부와 코발트빛 권력이 뒤엉키는 곳 그들의 욕망은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한다 산성 꼭대기에서 보는 불구덩이 속 화염은 모든 것이 부질없음을 깨닫게 만든다
- 2022-08-1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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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 에세이] 낮 밝히는 연등
- 한낮의 햇살이 연꽃 정수리에 내려앉았다. 연꽃이 연등처럼 밝게 빛난다. 꽃잎은 선녀의 비단 옷자락을 닮았다. 심청의 환생이다. 뿌리는 질척한 흙에 두고 있어도 물 위로는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잉태해낸다. 속세에 찌들어도 마음은 더럽혀지지 않기를 蓮처럼 나의 모든 것이 세상에 쓰임이 있기를 눈과 마음을 정화시키는 연꽃의 계절
- 2022-07-21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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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 에세이] 하늘을 바라보는 화살표
- 동창을 채운 메타세쿼이아는 오늘도 씩씩하다 수줍은 듯 땅을 향한 수양버들 가지와 다르다 아래를 보고 사는 이는 현재를 위해 산다면 위를 보고 살아야 할까 미래를 위해선 언제부터인가 메타세쿼이아는 올곧게 그리고 하늘 높이 화살표를 만들며 자라나고 있다 그저 보고 있는 것으로 힘을 얻는다
- 2022-06-29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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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 에세이] 봄날
- 비목의 주인을 알아본 것일까? 참새는 벚나무에 앉아 묵념을 한다. 날갯짓에 떨어진 벚꽃잎 자리에 새 잎이 난다. 봄 햇살의 따사로움은 지난 봄날의 아픈 기억을 역사가 만들어낸 긴 상흔을 소리 없이 치유한다. 봄은 어김 없이 찾아왔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오는 그런 봄이어서 더욱 반갑다.
- 2022-05-16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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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 에세이] 봄 햇살과 봄의 전령이 만나다
- 수양 벚꽃이 바람에 흔들리며 꽃향기를 흩뿌리면 봄 햇살이 그 자태를 따뜻하게 감싼다. 빛을 등진 벚꽃은 빛을 안고 있을 때보다 아름답다. 반사된 빛은 단조롭지만 투과한 빛은 깊이와 질감이 있다. 역광의 미학이다. 우리는 자연의 화려한 변화에 다시금 봄이 왔음을 알게 된다. 그 아름다움에 취하며 우리가 살아 있음에 감사함까지 느
- 2022-04-14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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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 에세이] 나목에 석양이 스치면
- 햇살이 사물에 항상 공평하지는 않다. 빛이 기울어지는 朝夕에는 더욱 그렇다. 석양빛이 나목을 스치고 지나간다. 빛을 받은 버즘나무와 버드나무는 황금빛을 발하고 빛을 받지 못한 나무들은 어둠 속에 갇힌다. 높은 나무가 더 많은 햇살을 받는 건 세상 이치다. 빛의 차별은 대조와 입체감을 만들어낸다. 사람들이 치열하게 사는 것도 높은 곳으로
- 2022-03-21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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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 에세이] 물이 흰빛 되어 쌓이고, 눈이 금빛 되어 흐르다
- 한파에 호수가 얼어붙었다. 그리고 그 위에 눈이 내렸다. 얼지 않은 곳엔 강이 생겼다. 아침 햇살이 반사되면서 존재감이 살아났다. 얼지 않았다는 것은 물밑에 움직임이 있어서다. 물길이 있다는 것이다. 물의 흐름은 에너지가 되었다. 그 힘은 한파에도, 갑작스런 폭설에도 본래를 지키게 했다. 모진 세파 속을 도도히 흘러 오늘에 이른 우리네 인생
- 2022-02-25 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