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본토에서 배로 한 시간 거리에 밴쿠버 섬이 있다. 그리고 그 섬 안에 브리티시컬럼비아의 주도 빅토리아가 아름답게 자리하고 있다. 19세기 영국에서 건너온 이주민들에 의해 발전한 땅으로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밴쿠버 섬의 빅토리아로 주도를 옮기면서 빅토리아는 BC주의 주도가 되었고, 지금까지 주도로 남게 되었다.
밴쿠버에 간다면 꼭 한번 들러봐야 할 여행지 빅토리아. 밴쿠버 항구에서 배를 타면 약 한 시간 반 만에 빅토리아에 닿을 수 있다. 가족이나 친구들이 밴쿠버를 찾을 때마다 열일을 제치고 가이드를 자처하는 형부가 이번 여행도 앞장 섰다.
7시에 밴쿠버 항을 출발하는 배를 타기 위해 칠흑같이 어두운 새벽에 집을 나섰지만 7시 배를 타는데 실패했다. 조카가, 월요일 아침이어서 빅토리아로 출근하는 사람들의 차가 많다고 했는데 진짜 그런가보다. 새벽 잠을 쫓으며 달려온 우리는 허탈한 마음을 달래며 스타벅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9시 배에 올랐다.
처음으로 찾아간 곳은 빅토리아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차드가든이다. 빅토리아 하면 제일 먼저 아름다운 꽃이 떠오르는데 그런 이미지를 만든 장본인이다. 본래 석회석 채석장이었던 곳을 소유주인 부차트 부부가 전세계 꽃과 나무를 모아 테마별 정원으로 만들어 놓았다. 봄, 여름에 특히 예쁘다던데 가을에 만난 부차드가든도 운치있고 멋졌다. 꽃도 나무도 예쁘고 날씨마저 아름다워 감탄사가 나왔다. 가을빛으로 아름답게 물든 정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대자연 속에 사는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가꿔놓은 정원에 감동하는 이유는 뭘까 라는 생각을 하며 다운타운으로 이동했다.
빅토리아 다운타운에 들어서니 바닷가를 따라 오래된 건물들이 고풍스럽게 서있었다. 주의사당의 아름다운 석조건물과 푸른 잔디밭, 거리를 다니는 마차와 오랜 역사를 지닌 호텔 등 밴쿠버와는 다른 이국풍광을 볼 수 있었다.
1897년에 세워진 주의사당은 외관이 인상적이었다. 예전 영국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는데 주의사당 건물은 직접 눈으로 보아야 아름다움과 웅장함을 느낄 수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50m 높이의 중앙 돔과 화려한 스테인 글라스가 눈을 사로잡는다. 1층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빅토리아여왕의 초상화를 둘러보고 영국 여왕이 즐겨 찾았다는 엠프레스 호텔로 향했다.
빅토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건 아마도 앰프레스 페어몬드 호텔일 것이다. 1908년에 세운 영국풍의 호텔로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최고의 호텔이다. 영국 왕실 사람들도 묵어가는 곳이라 더 명성을 얻었을지도 모른다.
빅토리아는 거리 곳곳에 영국 풍의 건물과 문화가 남아 있어 밴쿠버 속 영국을 느낄 수 있는 장소였다. 영국 귀부인들의 한가한 오후를 엿볼 수 있는 애프터눈 티 문화도 그대로 남아있다. 밴쿠버에 오기 전에 엠프레스 호텔에서 애프터눈티를 먹고 싶다고 위시리스트를 전했는데 조카들이 다른 곳에 하이티를 예약해 두었단다. 어차피 여행 중엔 영국 사람들처럼 여유롭게 애프터눈 티를 마시기 쉽지 않을 텐데 아름다운 장소 때문에 괜한 욕심을 부렸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에 호텔 커피숍 항구가 보이는 자리에서 앉아 커피와 시니그처 케익을 주문했다. 자리 탓인지 여행 중이라는 걸 잊을 만큼 한가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따뜻한 봄날 같은 날씨 덕분에 빅토리아 여행은 즐거웠다. 온화한 날씨로 은퇴 후 여유를 즐기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더니 그 말에 수긍하게 되는, 좋은 날이었다. 내가 살아가면서 이런 날을 얼마나 만날 수 있을까? 커피 잔에 비친 내게 말을 걸어보았다.
찬 공기 가르며 새벽부터 서둘러 약속장소로 향한다.
액티브 시니어 과정 동기들의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개최를 위한 응원 차 미리 탐방해 보는 방문길이다.
집합 시간 오전 7시.
집행부의 마지막 3시에 전해진 버스 2대에 분승하고 가는 인원명단과 좌석 배치도, 현지 날씨 영하라는 세심한 정보가 속속 들어온다.
날씨에 맞춰 내복, 모자, 장갑, 복장부터 시작해 간식까지 스케쥴 적어놓은 종이에 하나씩 체크하며 사방에서 꼭두새벽부터 서둘렀을 동기들의 부산함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곁에서 지켜보는 옆 지기에게 이것저것 부탁하고 확인 받는 2중 체크가 있었을 텐데 그분들은 외출하는 사람 새벽부터 기분 상하지 않게 하려 꽤나 긴장된 시간이었을 것이다.
“조심해 다녀와요.”
휴~ 보내놓고 다시 꿈나라 가셔도 한참을 더 주무셨겠지.
환승 3번해야 하는 전철이 필자가 도착하면 바로 눈앞에서 출발하고를 계속한다. 머피의 법칙.
약속시간을 맞추려면 여유 있게 전철 간격시간도 챙겨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는 걸 보면 아직도 멀었단 생각을 해 본다.
그래도 지각한 적 한 번도 없는 걸 보면 습관 된 여유 덕을 보는 거겠지.
어렸을 때 덕과 예의 세상을 꿈꾸라는 말씀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며 약속시간은 반드시 지키고, 말은 줄여 경청하고, 역지사지를 생활화 하라고 배운 그때 습관으로 굳은 때문일 것이다.
도착하니 10분 전.
인사 마치고 앉았는데 아침으로 제공될 김밥이 오질 않아 시간이 지체되어도 오랜만에 만난 동기들의 히히덕 수다로 어수선하다.
20분 늦게 출발 했더니 와~ 고속도로가 주차장처럼 행락객으로 꽉 차 만원이다.
맛있는 김밥과 생수를 배정받고 먹기 시작하니 좀 조용해지긴 했지만 거의 서 있다시피 하며 동서울 톨게이트까지 오는데 시간 다 잡아먹은 듯하다.
그래도 새로 뚫린 제2영동고속도로를 들어서니 뻥 뚫려 밥도 먹었겠다 생리도 해결하고 기지개라도 펴라 양평휴게소에서 잠시 쉬고 다시출발 평창동계올림픽장 까지는 일사천리 단숨에 왔다.
시설 돌아보려는데 아직 마무리 안 된 곳은 볼 수 없어 대신 대관령 트레킹하기로 결정하고 난이도에 따라 A, B, C조로 나뉘어 3시간 후에 점심 장소에서 만나기로 하고 A, B조가 먼저 C조는 나중에 출발했다.
왼쪽 무릎이 안 좋은 필자는 대관령 고랭지 배추와 유기농 재료로 실습하는 김치체험장 내에 있는 쌍화탕 다리는 향이 가득 찬 카페에서 가져간 책을 읽으며 기다리기로 했다.
약 2시간 반 지나 C조가 내려와 버스를 타고 식당으로 가질 않고 함께 먹으려 A, B조가 내려오는 지점으로 마중을 갔지만 좀체 내려오질 않아 1시간여를 더 기다려 합류했다.
대관령의 특식인 오징어와 돼지고기를 같이 만든 오삼불고기로 점심을 했다. 이곳이 오삼불고기로 탄생된 배경은 냉장시설이 안 좋을 때 동해안에서 잡은 오징어를 육지로 판매하러 가는 상인들이 대관령을 넘다가 맛이 간 오징어를 불고기에 섞어 끓여보니 맛이 괜찮아 시작하면서 부터라 한다.
오후 3시 반이 넘다보니 배들이 허해져 조용하지만 허겁지겁 끝냈고 바리스타인 분이 드립커피를 잔뜩 가져오셔 함께 음미하며 즐겼다
애초 시간보다 한참 늦은 시간에 출발하다보니 엄청난 정체를 뚫고 왔기에 서울에 늦게 도착했지만 오랜만에 동기들과의 여행은 추억으로 남기기에 손색없는 하루였다.
지난 달 10월에 정책기자단에서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17’ 행사를 보러 갔다.
성남의 서울공항에서 열린 이 날은 햇볕이 뜨겁지 않아 하늘을 올려다보며 첨단 전투기들의 화려한 곡예비행을 보기에 알맞은 날씨였다.
세계 최첨단 항공기 및 방위산업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한눈에 조망해 볼 수 있는 이 행사는 17일 개막하여 22일까지 6일간 개최되었다.
우리가 참석한 날은 비즈니스 데이로 세계 국방부 장관과 각 군 참모총장 등 초청 외빈과의 활발한 군사외교와 비즈니스 상담이 이루어질 것이라 한다.
서울공항에 입장하니 4개 동으로 커다란 막사 안에 최첨단 무기들이 전시되어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수많은 국내외의 방산업체에서 자신들의 개발 무기를 치열하게 설명 중이다.
우리나라는 한화와 LIG그룹이 가장 큰 규모로 전시하고 있었고 군소 방위산업체의 꼭 필요한 군수품이 바이어의 발길을 잡았다.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는 96년도 제1회 서울 국제에어쇼로 개최한 이후 2년에 한 번씩 여는 국내 최대의 종합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비즈니스 전문 전시회이다.
국산 생산제품의 수출기회 확대와 선진 해외업체와의 기술 교류를 목적으로 개최되는데 이번 전시회에는 33개국 405업체가 참가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전시회로 기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축사에서 강한 방위산업 역량을 바탕으로 국가 안보가 지켜질 수 있다며 방위산업 지원을 약속했다.
필자의 작은 소견에도 국방비나 군인을 위한 지원은 충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에 평화를 지키려면 우리의 국방이 탄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전시회장에서 다양하고 많은 무기를 보았다.
미래에는 사람이 직접 싸우지 않고 무기로 조정해 전쟁을 치르게 된다니 미래 전쟁에 대비한 무기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크고 작은 무기전시품 중에 재난 구조용 착용 로봇이 있었다.
SF영화에서 보았음직 한 로봇으로 사람이 착용 후 50kg의 짐을 지고 민첩한 행동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로봇은 전쟁 시 뿐 아니라 재난 상황에서 인명구조를 위해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국내의 우수한 항공기와 지상 방산제품 60종 72대가 전시되는데 성능과 국제경쟁력이 입증되어 수출 중인 KT-1 기본 훈련기와 T-50 고등훈련기의 시범비행, 국내기술로 개발한 K-2 전차 K-9 자주포 K-21 장갑차 천마 신궁 천궁 등이 전시되었다.
전시 기간 동안 항공기 시범과 공중 곡예비행을 통해 해외 참관 전문가들에게 우리나라의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제품의 성능을 알릴 계획이었다.
11시 30분 공중 곡예비행이 시작되었다.
굉음을 울리며 날렵한 전투기 한 대가 필자 곁을 스치듯 날아올라 비상했다.
이곳이 실제 전쟁터가 아니니 멋진 비행에 감탄하며 박수를 보내지만 만일 실제 전쟁상황이라면 얼마나 무서울지 가슴이 철렁했다.
평화와 나라를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장병들과 안보를 위해 훌륭한 무기를 연구하고 생산하는 방위산업체에 고마움이 느껴졌다.
많은 사람들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멋진 비행에 탄성을 질렀다.
다이아몬드 대형으로 나르는 모습이나 여러 모습이 매우 정교해서 얼마나 훈련을 많이 했을지 짐작하게 했다.
대한민국 공군 특수 비행팀 ‘블랙 이글’은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B로 구성되어 이번 전시회의 하이라이트였다.
팬서비스하듯 보여준 빨간 하트에 파란 큐피드 화살이 지나는 모습은 모두의 미소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이날 에어쇼를 지켜본 많은 해외 바이어들은 우리의 기술을 눈여겨보았을 것이고 수출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세상에는 수많은 문이 있다. 쪽문, 창문, 대문, 성문, 자동차문.....
이러한 문들은 살아가는데 있어서 아주 유용하다. 밖이 시끄러울 때는 창문을 닫으면 되고, 날씨가 더울 때는 베란다 문을 활짝 열면 시원한 바람이 방안에 들어온다. 또 도둑이 들어오지 않게 하기위해서는 대문을 굳게 걸어 잠그면 된다. 이러한 문들은 손잡이나 문고리가 있어서 쉽게 여닫을 수 있고 밖에서도 남이 열 수 있어서 편리하다.
19세기 영국의 윌리암 홀먼 헌트라는 화가가 그린 그림 중에 ‘등불을 든 예수’라는 그림이 있다. 한밤중에 정원에서 그리스도가 한 손에 등불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문을 두드리는 그림이다. 그러나 예수님이 두드리는 이문에는 다른 문과는 달리 문고리가 없다. 어떤 사람은 문을 잘못 그렸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이 그림은 ‘마음의 문’을 그린 유명한 그림이다.
사람의 마음에도 문이 있다. 그러나 ‘마음의 문’은 보통의 문들과 달라서 손잡이나 문고리가 없기 때문에 안에서 열어주지 않으면 열 수가 없다. 마음의 문은 사람마다 각양각색이다. 어떤 사람은 처음부터 아예 열어젖힌 사람도 있지만, 어떤 사람은 꼭 닫힌 상태로 아무리 노크를 해도 열리지 않는 사람도 있다. 즉 마음의 문은 마음먹고 열면 닫을 자가 없고 마음먹고 닫으면 열자가 없는 것이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가지고 있는 특권 중에는 의사표현이나 전달 방법이 아주 다양하다는데 있다. 커뮤니케이션에서 경청이 중요하다는 것은 대부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잘 실천되지 않는 것이 경청이다. 어느 교수가 대학생들한테 ‘대화’하자고 하니까 모두 자리를 피해버렸다고 한다. 그 교수는 항상 일방통행이었기 때문에 대화가 아니라 ‘대놓고 화딱지 내기’로 유명한 교수였기 때문이었다.
경청에서는 귀담아 듣는 자세가 중요하다. 조물주께서는 자신의 말 보다는 타인의 말을 잘 들으라고 '입'은 한개로 만드셨고, '귀'는 두개로 만드셨지만, 타인의 말 보다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그래서 애들이 말을 배우는 데는 2년이면 되지만, 듣는 것은 공자가 이야기한 이순(耳順)은 60년이 걸린다고 하였다. 경청은 리더나 위 사람의 덕목중의 하나다. 경청은 지위가 높아질수록, 나이가 들수록 꼭 필요한 습관이요, 밑으로부터 존경과 믿음을 줄 수 있는 마음가짐이다.
결국 내 마음의 문을 내가 먼저 열어야만 상대방도 이를 확인하고 안심하고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마음의 문이 어느 정도 열려있느냐에 따라서 개인은 물론 가정과 직장, 사회 전체가 달라지고 세상은 많은 변화가 가능하다. 뒤엉클어진 사회적 갈등 문제나, 무한궤도처럼 서로를 마주만 보고 달리는 정치, 이분법(二分法)적 접근에 의한 사회의 많은 이슈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마음의 문을 자신은 굳게 닫아놓고 상대방에게 먼저 열라는 욕심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
날씨도 매우 쾌청해서 여행 떠나기 딱 좋은 날이다.
군산은 얼마 전 다녀온 곳이지만 두 번 세 번 가보아도 볼거리와 느낄 점이 많은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친구들과 군산의 밤을 체험하게 되어 이전에 발견하지 못했던 역사적인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찾아보기로 했다.
군산은 한편으로는 슬픈 곳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비옥한 우리 땅에서 나는 곡물과 물자를 자기네 나라로 수탈해 가는 통로로 군산을 발전시켰고 많은 일본인이 들어와 살았기 때문에 일본의 가옥이나 문화가 많이 남아 있기도 하다.
그런 근대화의 아픈 역사를 없애지 않고 잘 보존하여 더는 아픈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게 다짐한다는 의미로 일본의 잔재인 세관이나 조선은행 등을 근대건축관이나 역사박물관으로 탈바꿈하여 역사를 보존하고 잊지 않는다는 취지를 가졌다니 멋진 도시이다.
2017년 10월 28일~29일은 군산의 축제로 근대역사박물관과 월명동 일원에 '가을밤, 근대문화유산은 잠들지 않는다' 는 슬로건으로 군산 야행의 축제가 펼쳐지고 있다.
야밤에 본 문화유산의 모습들은 낮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해주었는데 곳곳에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밤 나들이 나온 군산시민의 모습이 매우 화목해 보였다.
여러 곳에서 음악콘서트의 흥겨운 노래가 들리고 광장에선 가족끼리의 투호 게임도 벌어지는 등 축제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었다.
근대역사박물관과 구 군산세관, 조선은행 군산지점, 근대미술관이 된 일본 은행 건물이 아름답게 조명되었다.
뒤쪽으로 군산항의 뜬다리 모습도 예쁜 불빛으로 존재를 나타내고 있다.
필자와 친구들은 사람들이 몰려가고 있는 쪽으로 따라서 길 건너 축제 장소로 이동했다.
그쪽에는 잘 보존된 일본식 절인 동국사와 신흥동 일본식 가옥, 그리고 한석규와 심은하의 아름다운 동화 같았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인 초원 사진관도 찾아볼 수 있다.
지도를 보며 찾아가는 골목마다 이번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거리 축제가 진행되고 많은 관광객과 군산시민이 어울려 밤의 축제를 즐기고 있다.
긴 골목 끝까지 예전에 있던 학교나, 관공서, 병원, 정미소, 경찰서, 주막 등 여러 임시건물을 지어놓고 관광객에게 당시의 상황을 설명해 주는 이벤트도 하는 등 군산시에서 이번 축제에 매우 공들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편에선 '소리나무'라는 연주 팀의 고운 선율이 우리를 붙잡아 한동안 몇 곡을 감상하고 박수를 보내주었다. 참으로 낭만적인 밤이다.
일본가옥에 도착하니 실내를 보려면 줄을 서야 했고 긴 줄에도 우리는 기다렸다가 일본가옥의 내부도 돌아볼 수 있었다.
상당한 부잣집이었던 듯 규모가 매우 컸는데 일본인의 생활상도 엿볼 좋은 기회가 되었다.
예전 어렸을 때 우리 외갓집도 일본인의 적산가옥이었다. 패망으로 돌아가는 일본인의 집을 외할아버지께서 매입하셨다는데 그 집은 지금 생각해도 나에게는 꿈의 동산이었다.
집안 구조도 재미있었지만, 앞쪽의 넓은 정원이 아름다웠다.
일본인 특유의 정원문화로 아이들이 숨바꼭질할 정도의 동산이 있고 돌다리가 걸쳐진 연못도 있었다.
돌로 만든 거북도 있고 쭉쭉 늘씬하게 피어 있던 보랏빛 난초도 잊히지 않는다.
군산의 일본인 가옥을 보니 옛 외갓집과 많이 닮아 불현듯 그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군산 야행의 밤이 깊어갔다.
이런 축제로 인해 군산이라는 도시를 좀 더 자세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여행 떠나기 좋은 가을이다. 모두들 문화가 있는 곳으로 한 번쯤 다녀오기를 권한다.
이베리아 반도의 서쪽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포르투갈.
영토는 한반도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서유럽에서는 최고로 가난하다. 그런데 포르투갈 여행을 하다 보면 왠지 친밀하다. 일찍이 해양 진출을 통해 동양 마카오를 식민지화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작고 가난하지만, 그래서 더욱 정겹고 사랑스러운 나라. 그라피티가 난무하는 좁은 골목길, 가파른 계단이 있는 빈민촌 같은 골목에서 은근슬쩍 비춰주던 강변의 아름다운 전경. 지는 햇살에 한껏 색깔을 내주던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 소도시 포르투 여행은 그냥 행복하다.
도우루 강변의 항구도시, 2000년 역사지구
도우루(Douro) 강변 도시 포르투(porto) 시내에 들어서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예상 밖으로 앤티크한 웅장한 건물들이 온 도심을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상벤투 역, 빌라 노바 드 가이아(Vila Nova de Gaia) 지역이 포함된 도우루 강 어귀의 포르투 역사지구(199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는 2000년 전 옛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신고전주의,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등 다양한 시대별 건축물들이 있다.
포르투의 중심지인 자유(리베르다지, liberdade) 광장 위쪽, 포르투 시청사 주변에는 상벤투 역, 포르투 대성당, 76m 높이의 바로크 양식의 클레리구스(Clerigos) 성당과 종탑, 카르무(Carmo) 성당, 19세기에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어진 볼사궁전 등 유서 깊은 건축물들이 즐비하다. 건축물 중에는 파란 타일을 이어 그림을 그려놓은 아줄레주(Azulejo, 주석 유약으로 그림을 그려 구운 포르투갈 특유의 푸른 빛 타일)가 특징적이다. 또 포르투는 를 쓴 조앤 롤링(Joan Rowling, 1965~)과도 연관 깊은 도시다. 조앤은 1991년 11월부터 이곳 인카운터 영어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게 된다. 1992년 10월에는 현지 방송사 기자인 3세 연하의 조르즈 아란테스(Jorge Arantes)와 결혼해 1993년 7월에 딸을 낳았지만 그해 이혼하고 고향 영국으로 돌아와 명작을 남겼다. 그녀가 이 도시에 머물면서 자주 갔던 렐루 서점(Livraria Lello), 마제스틱 카페(Majestic Cafe, 1921년 오픈)는 이제 명소가 되었다.
포르투를 여행하는 재미는 따로 있다. 이런 역사적인 건축물도 좋지만 좁은 골목을 따라 걷는 여행이 특별하다. 강변의 가파른 언덕을 따라 다닥다닥 붙여 지은 가난한 건축물들과 그라피티가 난무한 좁은 골목길을 걷다 보면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내는 도우루 강변과 유유히 떠다니는 유람선이 해맑게 미소를 짓는다. 좁은 골목에서 만나는 작은 박물관, 오래된 개인 저택, 공원 등도 흥미롭고 현지인들의 친절도 정겹다. 도움이 필요해 보이면 부탁하지 않아도 먼저 다가와 “도와줄까?”를 묻는 사람이 많은 도시가 포르투다.
도우루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와이너리
포르투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도우루 강변을 잇는 카이스 다 히베이라(Cais da Ribeira, 강변의 부두라는 뜻) 거리다. 도우루 강변 옆으로 깎아지른 듯한 도심의 집들이 이어지고 동(쪽) 루이스 1세 다리까지 와인 판매장, 노천 바들이 이어진다. 도우루 강변을 걸치고 있는 172m의 길이에 아치형의 루이스 1세 다리는 포르투의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연결한다. 이 다리는 에펠탑으로 유명한 건축가 구스타브 에펠(Gustave Eiffel)의 제자 테오필 세이리그(Teophile Seyrig)가 설계해 1886년에 완공했다.
1층에는 자동차가, 2층에는 트램이 다닌다. 1, 2층 모두 보행자 도로가 있어서 걸어 다니며 강변 풍치를 감상할 수 있다. 다리와 강이 어우러진 경치가 아름답다.
강을 건너, 빌라 노바 드 가이아 지역의 강변길에는 샌드맨(Sandman), 테일러(Taylor), 그라함(Graham), 카렘(Calem), 오플리(Offley), 크로프트(Croft), 도우(Dow), 라모스 핀토(Ramos Pinto) 등 유명 와이너리가 줄지어 있다. 입장료만 내면 와이너리의 역사, 특징, 재배 및 제조과정, 저장 중인 와인 종류와 특징 등을 알아보는 투어를 할 수 있다. 또 강변을 따라 ‘도우루 아줄(Douro Azul)’ 유람선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강변에서 바라보는 풍치는 훨씬 입체적이다. 도우루 강변에 있는 6개 다리(동 루이스 1세, 마리아 피아, 인판테, 상주앙, 프레이소, 아라비다)도 볼 수 있다.
포트와인 이야기
포르투 와인을 ‘포트와인(Port Wine)’이라 부른다. 이곳이 포도 산지로 유명해진 시기는 17세기. 100년 전쟁으로 오랜 견원지간이었던 영국과 프랑스는 다시 냉전에 들어갔다. 단단히 토라진 프랑스는 영국에 와인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와인의 공급지를 새로 구해야 했던 영국 상인들은 빌라 노바 드 가이아로 이주해 자국으로 수출할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포르투갈에서 영국까지의 항해는 한 달이 걸렸고, 그 사이 와인은 식초가 되었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와인에 브랜디를 넣어 숙성시킨 포르투 와인이었다. 알코올 도수는 더 높아지고, 당분 발효가 중단되어 더 달콤한 맛을 냈는데, 이것이 큰 인기의 비결이었다.
그 후 포르투갈은 발달된 항해술로 일찍이 신대륙과 아시아에 진출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처음으로 접한 서양 와인도 바로 ‘포트(Port)’다. 아직도 와인은 달고 은근히 취하는 술이라 여기고, 오래될수록 좋은 와인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은 이 ‘포트’ 때문이다. 포르투는 미국으로 수출되는 모든 와인에 포트와인이라는 상표를 붙인다. 포트와인은 알코올 함량(18~20%)이 높아 취하기 십상이다. 잘 구운 닭 요리에 도수 높은 포도주 알코올에 취하는 포르투는 영원히 마음속 깊이 간직된다.
Travel Data
항공편 한국에서 포르투갈로 가는 직항은 없다. 먼저 마드리드, 파리, 런던 등 유럽의 주요 도시로 가서 포르투갈행 비행기로 갈아타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면 한국에서 스페인 마드리드까지 가는 직항을 이용하면 된다. 마드리드에서 저가 항공을 이용하거나 차마르틴 역에서 야간열차를 이용해 리스본 산타 아폴로니아 역(10시간 30분 소요)까지 가면 된다. 마드리드-리스본행도 운행되고 있다.
현지 교통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는 포르투까지 버스로 약 3시간 30분, 기차로 2시간 30분이 걸린다. 리스본 공항역에서 출발하는 메트로(지하철)를 타고 오리엔테 역(약 10분 소요)으로 가면 기차나 버스(Renex)를 이용할 수 있다. 기차는 포르투 캄파냐 역에서 환승해 지하철로 포르투의 중심지인 상 벤투 역에 하차하면 된다. 버스는 환승이 필요 없다.
맛집 정보 포르투갈은 먹거리가 풍부하고 맛있다. 전통 음식으로는 프란세지냐(Francesinha)가 있다. 양이 어마어마해 ‘내장파괴버거’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또 그릴에 구워주는 닭고기 요리가 맛있다. 청과물 시장에서 파는 과일들도 맛이 좋다.
숙박 정보 포르투의 베스트 호텔은 도우루 강을 전망할 수 있는 곳에 있는 이트맨(Yeatman) 호텔이다. 야외에서 레드와인 목욕을 즐기거나 와인 투어를 할 수 있는 곳이다. 또 18세기 중반, 이탈리아 출신 건축가 니콜라우 나소니(Nicolau Nasoni)가 설계한 페스타나 팔라시오 도 프레익소(Pestana Pala′cio do Freixo)는 바로크 시대에 지어진, 포르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건축물이다. 호텔의 프랑스풍 정원 앞으로 푸른 도우루 강이 펼쳐진다. 이 외 18세기 궁전을 개조해 만든 최고급 호텔인 인터컨티넨탈 포르투(Intercontinental Porto)와 2개의 실내 수영장, 터키식 목욕탕, 사우나, 스쿼시 코트 등을 갖춘 포르투 팔라시오 콩그레스 호텔 앤 스파(Porto Pala′cio Congress Hotel & Spa) 등 꽤 많다. 고급 숙소는 100만원이 넘지만 4~5만 정도로도 2인용 객실을 이용할 수 있다.
물가 정보 포르투갈의 통화는 ‘유로화’다. 유럽에서는 물가가 낮은 편이어서 큰 부담 없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날씨와 옷차림 유럽의 11월(가을)은 비가 자주 내리는 시기다. 평균 최저기온은 영상 11.2℃, 평균 최고기온은 영상 17.8℃로 선선한 가을 날씨를 생각하면 된다. 한 달에 2주 정도 비가 내리는데 적지 않은 양이기 때문에 우산을 지참해야 한다. 또 낮에는 선선하지만 밤에는 쌀쌀하니 긴소매 옷들과 두께가 있는 외투와 점퍼를 함께 준비하면 좋다.
시니어 한 달 여행 포인트 포르투는 기대 이상으로 매력이 넘치는 도시다. 세계 베스트 관광지에서 항상 최고 순위를 차지하는 곳이지만 물가가 그다지 비싸지 않고 음식도 한국인 입맛에 잘 맞다. 강변에서 여유롭게 낚시도 즐길 수 있다. 가을이면 포도 수확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와인 투어는 필수다. 나라가 크지 않으니 수도 리스본과 주변의 소도시 여행을 연계하면 된다.
당구는 남녀노소가 사시사철 즐길 수 있는 게임이자 스포츠다. 어느 동네에서나 당구장은 많아서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이용료도 한 시간에 1만원 내외로 싼 편이다(강남 고급 당구장은 한 시간에 1만5000원 하는 곳도 있다). 저녁시간이면 직장인들로 붐비고 빈 당구대가 없어서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많아 요즘은 당구장이 급증하고 있다.
필자가 당구를 처음 접한 것은 대학교 진학 후인 1971년이었다. 당시 당구장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아서 배우지 않으려 했는데 또래 친구들은 모이면 당구장으로 향하니 같이 어울리려면 방법이 없었다. 그 시절엔 주머니에 돈만 있으면 당구장으로 몰려가곤 했다.
그동안 당구장은 동네 불량배들이나 술 취한 취객들이 담배를 피워가며 소란스럽게 했던 장소로 인식되어 이미지가 좋지 않았다. 그러나 2018년 1월부터는 당구장도 금연지역으로 지정되기 때문에 벌써부터 금연을 실시하거나 흡연 장소를 분리한 곳도 많이 생겼다. 시니어의 학창 시절에 당구장은 미성년자 출입금지 구역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초등학교를 포함한 전국 종별 당구 선수권 대회가 열리고 있다. 특히 수원 매탄고등학교에서는 당구부를 통해 당구 선수를 집중 육성하고 있고 당장 프로세계에서도 통하는 실력 있는 선수들을 배출하고 있다.
당구는 ‘캐럼’이라 하여 우리나라에서는 4구 경기와 3구 경기가 대세다. 일반적으로 200점 이하의 동호인들은 4구 경기를 즐기고 200점 이상이면 3구 경기에 도전할 만하다. 4구 경기는 흰색이나 노란색 수구가 결정되면 나머지 빨간색 공 2개를 맞혀야 하는 경기다. 3구 경기는 흰색, 노란색 공으로 각자 수구가 결정되면 나머지 두 개의 공을 3쿠션 이상 거쳐 맞혀야 하는 경기다. 보통 두 사람이 경기를 하지만, 3명 또는 4명도 같이 칠 수 있다. 여성들은 당구대에 포켓이 6개 달린 포켓볼을 쉽게 배워서 칠 수 있지만, 요즘은 4구 경기나 3구 경기에 출전하는 여성들이 급증하고 있다. 당구는 큰 힘을 필요로 하지 않아 오히려 여성들의 섬세한 감각이 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구는 아시안 게임 정식 종목이며 우리나라 강동궁 선수가 우승한 적이 있다. 세계적으로도 국제대회가 많이 열리는데 우리나라 선수들이 우승하는 일도 점차 늘고 있으며 현재 상위에 랭크되어 있는 선수도 많다. 최근에는 대기업 후원으로 상금 규모도 높아졌다. 소위 ‘4대 천왕’이라는 브롬달, 산체스, 야스퍼스, 쿠드롱 같은 세계적인 선수도 출전해 우리 선수들과 승부를 겨룬다. 24시간 방영하는 당구 전용 방송도 있어 동호인 사이에서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당구는 큰 힘이 들어가지 않아 시니어가 즐기기 알맞은 스포츠다. 당구를 치기 위해서는 당구대 옆으로 계속 걸어야 한다. 공을 맞히기 위한 노력으로 집중력도 좋아진다. 당구공은 둥글고 회전이 가미되면서 여러 가지 물리적인 변화와 기하학적인 형태로 움직인다는 성질을 알아야 한다. 수만 가지 경우의 수가 있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으며 익혀온 기술을 발휘하면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승패가 걸려 있고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승패가 결정되므로 재미도 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날씨와 관계없이 즐길 수 있다. 어느 동네이든 당구장이 있으므로 접근성도 좋다. 장성한 자녀들은 물론 손주들과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
다양한 당구교실 현재의 시니어는 대부분 필자처럼 친구들과 어울리며 당구를 배웠다. 아직 당구를 모른다면 주변 지인 중 잘 치는 사람에게 가르쳐 달라고 하면 좋다. 요즘은 당구 교육도 꽤 체계화되어 있어 몇 개월이면 웬만한 수준으로 즐길 수 있다. 책도 있고 동영상도 많다. 레슨해준다고 광고해놓은 동네 당구장, 구청에서 운영하는 당구교실에서도 배울 수 있다.
수강료 구청에서 운영하는 당구교실은 지정 당구장에서 배운다. 서울 송파구에서는 주 3회, 3시간(오전 9시부터 12시까지)에 월 3만원을 받고 가르친다. 처음 배우는 사람에게는 월 5만원을 받는다. 개별로 가르치는 비용은 당구장마다 다르다. 이미 단체반을 운영하는 곳도 있고 개인레슨 수준으로 가르치는 곳도 있다. 단체반은 비용이 싸지만 개인레슨은 비쌀 수밖에 없다. 비교해보고 자신에게 잘 맞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
고수가 되기 위한 과정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한다. 이론과 실제 연습, 실제 경기 등을 거쳐야 하니 많은 시간이 걸린다. 당구에 너무 투자하다 보면 생업에 지장이 생긴다. 그렇다고 당구를 잘 쳐서 직업으로 삼기도 어렵다. 프로 선수들도 상위권이 아니면 큰 수입은 안 된다.
당구 매너 승패가 걸린 게임이지만 승부욕에 집착하면 안 된다. 이겼을 때 너무 좋아하거나 상대방을 무시하면 안 된다. 졌을 때도 마찬가지다. 억울해하거나 화를 내면 안 된다. 상대방을 격려해주고 잘 친 경우는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당구는 매너의 경기다. 다른 손님들에게 방해가 될 만큼 떠들거나 상대의 플레이에 지장을 주면 안 된다.
기술을 위한 노하우 배울 때 기초 기술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잘못 배운 기초는 고치기가 어렵다. 이론과 실습을 위한 시간 투자도 필요하다. 당구는 여러 가지 요소가 결합되어야 기술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구 제품 구매 따로 당구 제품을 살 필요는 없다. 당구장에 있는 큐를 사용해 쳐도 되는데 개인용 큐를 맞추는 사람도 있다. 가격은 10만 원 정도부터 꽤 고가인 큐도 있다.
프로선수 자격 당구를 직업으로 삼으려면 당구장을 개업하거나 프로 선수가 되면 가능하다. 동호인들끼리 돈을 모아 당구장을 개업하면 당구도 즐기고 자주 모여 소통할 수 있다. 당구를 즐기는 데에는 큰 실력이 필요하지 않지만, 교습을 할 수 있는 수준이나 프로 선수가 되려면 소질도 있어야 하고 많은 시간 투자가 필요하다.
추억담 카투사로 근무하던 시절, 휴게소에 포켓볼 당구대가 있었다. 처음 접하는 당구 방식이었는데 미군이 대부분인 대대에서 가장 잘 쳐서 인기가 많았다. 큐가 제대로 관리가 안 되다 보니 나중에는 대걸레를 이용해 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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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엔 유독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물 요리가 입맛을 자극한다. 중국식 샤브샤브인 훠궈는 이런 날씨에 제격이다. 따끈한 국물에 얇게 썬 고기와 채소를 익혀 한입 먹어보자. 고기가 익듯 몸이 사르르 녹는 기분이다. 훠궈 본연의 맛을 맛볼 수 있는 곳, ‘마라’를 소개한다.
여러 나라 사람들이 모여 살며 이국적인 모습을 갖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현지인들이 조그마한 가게를 차려 다양한 나라의 음식 맛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태원역 2번 출구에서 한강진역 쪽으로 약 10분 걸어가다 보면 중국어가 써진 담벼락과 홍등으로 꾸며진 건물을 찾을 수 있다. 겉모습부터 중국 이미지를 물씬 풍기는 이곳은 사천요리 전문점 ‘마라’다. 중국 음식의 맛을 모방하는 다른 음식점과는 달리 중국인 주방장이 현지 음식 그대로의 맛을 전한다. 1층에는 단체석이 마련되어 있으며 2층에는 더 많은 자리가 준비되어 있다.
내 입맛에 맞춰 먹는 훠궈
훠궈 세트(1인 2만5000원)를 주문하면 신선한 채소와 함께 탕과 고기가 1인 상으로 준비된다. 탕으로 홍탕과 백탕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는데 매운맛을 좋아한다면 홍탕을, 그렇지 않으면 백탕을 선택할 것을 추천한다. 중국의 각종 향신료가 들어가는 홍탕은 중국식으로 ‘얼얼한 마(麻)’와 ‘매울 랄(辣)’ 자를 써서 마라탕이라 부른다. 여기에 특유의 향과 얼얼한 맛을 내는 향신료로 화자오가 사용된다.
마라 관계자는 “화자오는 붉은색을 띠는 홍화자오와 푸른색을 띠는 청화자오로 나눌 수 있다. 홍화자오는 향이 강한 반면 청화자오는 마라의 매콤한 맛을 책임진다”고 설명했다. 매콤하다고 해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칼칼함을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청화자오의 매콤함은 ‘얼얼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화자오로 우러난 홍탕을 한두 입 먹다 보면 마치 혀를 때리는 매운맛이 느껴진다. 입안을 마비시키는 듯한 훠궈의 맛은 처음엔 견디기 힘들 수도 있지만 한 번 빠지면 그 중독성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홍탕이 버겁게 느껴진다면 백탕을 주문하자. 사골 육수로 맛을 낸 백탕은 시뻘건 홍탕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맛이다. 마치 소금을 치지 않은 곰국의 맛과 비슷해 심심하면서도 깔끔한 훠궈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채소(배추, 청경채, 쑥갓, 목이버섯, 새우, 언두부, 완자 등)를 끓기 시작한 탕에 넣어 고기와 함께 살짝 데쳐 먹으면 된다. 이외에 스팸, 돼지껍데기, 감자, 버섯, 두부 등 다양한 메뉴를 따로 추가할 수 있다.
훠궈의 맛을 좌우하는 또 다른 비결은 바로 훠궈를 찍어 먹는 소스다. ‘마라’는 훠궈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특제 소스를 제공한다. 땅콩, 참깨로 만든 중국 마장에 다진 마늘, 파 등 다양한 재료를 섞어 만든 이 소스는 홍탕의 얼얼한 맛을 잡아줄 뿐만 아니라 땅콩과 참깨의 향을 더해 음식의 풍미를 더해준다. 입맛에 따라 살짝 또는 푹 담갔다 먹어도 좋다. 소스가 느끼하다면 사이다나 탄산수를 한 스푼 넣어보자. ‘마라’가 전하는 맛있게 먹는 팁 중 하나다.
주소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45길 4
예약 및 문의 02-794-5559
운영시간 11:30~23:00
높고 푸른 전형적인 맑은 가을 날씨가 이어지는 요즘 신대방동의 기상청과 충북 진천의 국가기상위성센터로 천리안 위성을 보러 가게 되었다.
기상청은 우리 생활과 직접 연관이 있는 날씨를 알려주는 곳이어서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지 호기심과 관심이 컸다.
이상하게도 예전 어릴 때 소풍 가기 전날이면 꼭 비가 왔다.
전날까지도 맑았는데 왜 소풍 당일 날 비가 내려서 즐거운 소풍을 가지 못하고 학교에서 수업을 받아야 했는지 제대로 된 일기예보를 해주지 않은 기상청이 원망스럽기도 했었다.
예전엔 대체로 일기예보를 믿지 않았다.
맑은 날씨라 해서 그냥 나갔다가 갑자기 비가 쏟아져 낭패를 보았고 비가 내린다는 예보를 믿고 우산을 챙겨 나갔는데 온종일 쾌청해 들고 나간 우산이 매우 거추장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일기예보가 맞는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오후에 비가 올 거라는 예보가 있으면 오후에 꼭 비가 내렸다.
다들 예전과 달리 예보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기상청이 고맙다는 생각을 한다.
이제는 우리나라 기상청이 첨단으로 발전해서 필자가 어렸을 때처럼 오보가 많지 않고 정확하다고 알고 있다.
이렇게 우리에게 날씨를 미리 알려주는 일은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다.
기상청의 존재 이유가 일기예보만을 위해서는 아니라고 한다.
기상청은 관측과 예보라는 튼튼한 뿌리에 기반을 두고 지진, 화산, 기후변화, 기상 기후산업, 수문 기상, 국제협력까지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기관이다.
국가기상업무는 하늘 땅 바다, 그리고 우주에서 대기와 해양의 상태를 입체적으로 관측하고, 국내외에서 생산된 기상자료를 실시간으로 수집 처리 분배하며, 슈퍼컴퓨터를 활용, 정확하게 분석해 수치예측을 하고, 수집된 다양한 관측 자료와 현재의 기상상태 수치예보모델 결과에 예보관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으로 예보를 생산하고, 방송 신문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기상정보를 제공하는 일을 한다.
정확한 기상정보를 국민에게 알려주기 위해 많은 분이 노력하고 열심히 일하는 기상청을 뒤로하고 진천의 천리안 위성을 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2시간쯤 달려 도착한 국가기상위성센터는 우리나라 최초의 정지궤도기상위성인 천리안 위성을 운영하기 위해 2009년 4월에 신설된 기상청 소속 기관이다.
천리안이라는 명칭은 국민공모를 통해 지어졌다니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위성센터는 높은 건물 등 전파방해시설 때문에 도심에 위치할 수 없어 지방에 유치하였다.
진천센터는 청주와 대전의 위성센터와 협력 업무를 하고 있다고 한다.
기상위성 활용으로 재난재해 분야뿐 아니라 기후변화 분야, 환경 분야, 농업 분야, 해양 분야, 항공분야까지 광범위하다.
하늘을 향한 우리의 꿈은 현재의 상상을 넘어 새로운 미래를 만든다며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도전을 망설이지 않은 국가기상위성센터의 노력으로 천리안위성 1호는 2010년 6월 남미 기아나 꾸르 우주센터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
천리안위성에서 관측된 기상자료는 천리안 위성을 통해 아시아태평양지역 30여 개 국가에서 수신할 수 있다고 한다.
천리안위성 1호에 이어 더 나은 천리안위성 2A 호가 2018년 우주로 향한다.
차세대 기상 센서가 장착된 천리안위성 2A 호는 광범위한 지역의 기상 현상을 3~4배 향상된 고해상도로 관측한다고 하며 우리 기술로 개발한 우주기상 관측용 센서를 최초로 탑재하여 태양 활동 등 실시간 우주 기상 감시가 가능하고 기후변화, 지구환경 감시, 해양, 항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여 세계 최고의 기상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 한다.
천리안 2호와 같은 위성은 미국 일본 한국 세 나라만 보유한 자랑스러운 위성으로 기상위성을 선도할 것이라니 매우 기쁘고 자랑스럽다.
이제 우리나라는 천리안 위성으로 기상위성자료 수혜국에서 기상위성자료 원조국으로 국가의 기상을 높이 세우게 되었다.
날씨예보만이 아닌 기후변화에 의한 국민의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기상청의 활약을 기대한다.
‘캘리포니아’ 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는가? 한여름 파도를 가르는 서퍼들이 떠오른다면 당신은 캘리포니아의 반쪽 모습만 알고 있는 것이다. 캘리포니아는 미국 와인의 90% 이상을 생산하고 있는 와인 주산지다. 북가주 나파 밸리와 소노마 카운티를 비롯해 중가주 파소 로블스와 샌타바버라, 그리고 남가주의 테메큘라 밸리까지, 와인 애호가들에게는 천국이나 다름없다. 이 중 테메큘라 밸리는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그래서 더욱 호젓한 멋과 낭만이 있다. 10월, 캘리포니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포도 향 가득한 테메큘라 밸리 와이너리를 목록에 넣어두자. 포도 수확이 시작되는 지금이야말로 탐스런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빈야드를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계절이기 때문이다. 함께 와인잔을 기울일 오랜 친구가 동행한다면 더없이 좋겠다.
“어디? 드라큘라?”
테메큘라를 처음 듣는 사람은 독특한 이름 탓에 십중팔구는 이렇게 되묻는다. 이번 취재에 동행한 이들도 그랬다. 카메라와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나를 대신해 와인 테이스팅에 참여해줄 두 친구였다. 다행히 나보다 주량도 세고 와인에 대한 지식도 해박하니 이보다 좋은 길동무가 있을까.
LA에서 자동차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곳, 리버사이드 카운티의 최남단에 위치한 도시 테메큘라는 해발 1500피트의 낮은 구릉지대로 형성되어 있다.
테메큘라라는 이름은 인디언 원주민어인데 ‘물안개 속의 햇빛(Sunshine through mist)’이라는 근사한 뜻을 가지고 있다. 이는 아침이면 바다에서 불어온 물안개가 온 땅을 덮었다가 낮이 되면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테메큘라의 독특한 날씨를 의미한다. 포도 산지로는 그야말로 천혜의 조건이다.
가을이 시작되는 곳, 테메큘라 밸리
10월의 테메큘라 밸리는 아름답기 그지없다.남가주에서 가장 큰 규모인 3만3000에이커(약 4000만 평)에 달하는 포도재배구역(Temecula Valley American Viticultural Area) 은 농업 보존구역에 포함되어 있어 목가적인 정취를 더한다.
테메큘라 올드타운을 지나 동쪽으로 10분 정도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끝없는 포도밭이 펼쳐지면서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기분이 드는데, 바로 여기서부터가 ‘테메큘라 밸리 와인 컨트리’다. 현재 테메큘라에는 40여 개의 와이너리가 있는데 이들은 스스로 조합(Temecula Valley Winegrowers Association)을 만들어 각종 이벤트와 투어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남가주 최고의 와인 산지이지만 사실 테메큘라 와인의 역사는 불과 40여 년에 불과하다.
1969년에 지어진 캘러웨이(Callaway)를 제외하고는 거의 80년대에 생겨난 젊은(?) 와이너리들이다.
이곳의 매력은 각각의 와이너리마다 분위기가 다르고 와인 맛도 다르다는 것이다.
시골 마을 소박한 농가 같은 와이너리가 있는가 하면 최고급 리조트까지 완비한 곳도 있다.
대부분의 와이너리에서는 평소 10~20달러(약 2만원)에 와인 테이스팅을 할 수 있는데 작은 와이너리에서는 인심 좋은 주인이 무료 와인을 대접하기도 해 깜짝 재미를 더하기도 한다.
이날 우리가 선택한 곳은 테메큘라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캘러웨이’와 신흥 주자로 무섭게 부상하고 있는 ‘몬테 데 오로’였다.
테메큘라의 자부심, 캘러웨이
캘러웨이는 자타가 공인하는 테메큘라 대표 와인이다. 역사도 가장 오래되었고 브랜드 파워도 갖추었다. 골프 산업의 황제 엘리 캘러웨이가 설립, 유명한 양조 장인(匠人) 로버트 페피가 합세해 유럽의 와인 명가에 맞설 만한 명성을 만들어냈다. 캘러웨이 와인은 한국에도 지난 2012년 진출한 바 있다.
유럽의 와인에 비해 미국의 와인은 실용적이고 대중적이다. 때문에 이지와인, 골프와인 등으로 불리는데 이 또한 캘러웨이의 공이 크다.
1976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남편 에딘버러 공작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공식 만찬에 등장한 것이 캘러웨이 카베르네 소비뇽과 샤도네이였고 이후 여왕과 공작이 골프 라운딩을 마칠 때마다 캘러웨이 샤도네이를 마셔 골프와인으로 불려졌다는 일화가 있다.
여왕이 즐겨 마신 화이트 와인이라니…. 41℃에 육박하는 더위에 전열을 가다듬고 샤도네이를 맛보기 위해 캘러웨이 와이너리로 향했다.
테메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레스토랑을 가지고 있다는 캘러웨이 와이너리는 과연 명성대로 우아한 자태다. 현대적인 양조기술, 능숙한 매니지먼트 등 모든 것이 똑 떨어지는 느낌이다.
중국인 매니저 ‘킴’의 안내로 들어간 곳은 와인 저장소.
수백 개의 와인 배럴이 있는 거대한 창고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는데 사실 그보다 더 반가운 것은 얼음창고 같은 시원함이었다(기억해달라. 바깥 기온은 41℃였다).
발효 탱크에서 발효를 마친 와인들은 오크(참나무) 배럴로 옮겨지게 되는데 이곳에서 숙성 과정을 마쳐야 진정한 와인으로 거듭난다. 팀의 설명에 따르면 배럴은 온도보다는 숙성 과정에서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아주 조그마한 것 하나가 와인의 맛과 향, 색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와인은 정말 신비하다. 포도의 종류뿐 아니라 포도나무의 나이, 오크의 종류에 따라 그 맛과 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린 포도나무에서는 과일 향이 강하고 나이가 많은 포도나무일수록 흙냄새와 같은 깊고 묵직한 맛이 난다. 또 아메리칸 오크에서 숙성시키면 카라멜 향이, 프렌지 오크에서 숙성시키면 바닐라 향이 배어난다.”
배럴 창고에서 나오려는데 유난히 로맨틱하게 보이는 촛불 샹들리에가 눈에 들어온다. 알고 보니 이 창고는 와이너리 결혼식의 피로연 장소로도 쓰인다고 한다. 수백 개의 오크 배럴이 있는 와인 창고에서의 결혼 피로연이라니… 너무나 근사하지 않은가. 다음 결혼은 꼭 여기서 하자는 실없는 농을 주고받아본다. 드디어 여왕의 와인, 샤도네이를 맛볼 시간. 캘러웨이 메인 테이스팅 룸에는 패션모델 같은 금발 미녀들이 삼삼오오 모여 와인을 즐기고 있다.
옅은 황금 색상의 2013 스페셜 셀렉션 샤도네이는 알콜도수 13도로 레몬, 파인애플, 배, 사과 및 바닐라 향이 나며 입안을 감도는 활발한 긴 여운이 일품이다. 단연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것이 팀의 설명. 평소 와인 애호가인 친구 역시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운다.
“많은 분들이 가장 좋은 와인을 추천해달라고 하는데 사실 가장 좋은 와인은 개개인에 따라 다릅니다. 좋은 와인은 유명한 와인도, 비싼 와인도 아닌 나에게 맞는 와인이 가장 좋은 와인이죠.”
신흥명가, 몬테 데 오로
와인 밸리 초입에 있는 캘러웨이를 나와 다시 동쪽으로 달리면 밸리 끄트머리에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와이너리가 나온다. 지난 2009년 오픈하고 이듬해 첫 수확을 낸 후발주자이지만 최근 월드 와인 챔피언십을 비롯한 유수의 와인 어워즈에서 1등 상을 휩쓸고 있는 ‘몬테 데 오로’ 와이너리다. 사람 좋아 보이는 매니저 제리는 반갑게도 한국어로 제작된 안내서를 가지고 우리를 맞이했다.
최근 한국인 방문객이 늘어나 아예 한국어로 제작을 했다는 것이다.
몬테 데 오로의 주 종목은 레드와인이다. 카르베네 소비뇽, 템프라니요, 시라 등 10여 개의 레드와인을 선보이고 있는데 100% 이곳 빈야드에서 수확하는 포도만으로 제조하고 있다.
제리를 따라 검붉은 포도송이들이 달려 있는 빈야드로 나갔다. 검푸른 빛의 자그마한 포도 알맹이들이 탐스럽다. 한 송이를 따 입에 넣으니 꿀송이를 넣은 듯 달콤하다. 강한 태양빛에 자연적으로 건포도가 된 것들도 있다. 자연 건포도를 따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당도가 높은 포도가 좋은 와인이 된다. 당분이 이스트에 의해 발효되면서 열이 나고 알코올도 변하기 때문이다. 발효 시초에는 산도(pH)를 조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계속해서 적정 산도를 조정하고 있다. 그게 우리만의 양조기술이다.”
프랜치 오크 배럴에서 최대 28개월 동안 숙성된 레드와인은 보틀링(bottling, 병에 담는 과정) 후 다시 4~6개월 숙성한 뒤에 비로소 세상에 나오게 된다.
몬테 데 오로는 메인 테이스팅 룸을 비롯해 다양한 사이즈의 프라이빗 룸을 보유하고 있어 소규모 모임부터 단체 워크숍까지 맞춤 이벤트를 제공한다. 빈야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테라스가 딸린 프라이빗 룸에서 점심을 겸한 와인 테이스팅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근사했다.
치즈와 과일 플레이트와 토마토 소스 미트볼과 함께 우리가 이날 선택한 와인은 2013년산 시라와 2012년산 시라. 제리가 강추한 와인들이다. 와인잔을 바닥에 놓은 채 원을 그리듯 흔들어 공기와 접촉시킨 후, 먼저 향을 맡고 입안에 조금 머금었다가 삼켜야 한다고 알려주는 친절한 제리씨. 이에 화답하듯 친구의 즉석 품평이 이어진다. 맛이 묵직하고 진하면서도 떫은 맛이 강하지 않고 과실 특유의 향이 혀끝을 감도는 맛이 아주 훌륭하다는, 결론은 ‘그레잇’이다. 분위기 탓이었을까 시장기 때문이었을까. 매혹적인 레드와인과 함께 입안에서 녹아 없어지는 블루 치즈가 지친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었고, 곧 사진기를 내려놓고 친구들과 둘러앉아버렸다. 깊어가는 테메큘라의 가을, 향 좋은 와인이 있고 더 좋은 친구가 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