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5m 높이의 롯데월드타워 등반에 성공한 ‘암벽 여제’ 김자인 선수의 영향으로 몇 년 새 스포츠 클라이밍이 친근한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아찔한 높이의 인공 암벽을 맨손으로 정복하는 스포츠클라이밍 ‘볼더링’ 종목에 정원일(62) 동년기자와 동갑내기 친구 이상민(62) 씨가 함께 도전해봤다.
촬영 협조 V10클라이밍(서울 동대문구 장한로2길 63, 2층)
실내에서 즐기는 스포츠클라이밍
골프, 테니스, 야구 등 옛날에는 야외에서만 즐길 수 있었던 스포츠를 이제는 날씨나 외부 조건 등에 영향받지 않고 실내에서도 배울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산악 등지에서나 볼 수 있었던 클라이밍도 예외는 아니다. 실내 또는 실외에 인공 암벽을 설치해 이용하는 스포츠클라이밍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최근 떠오르는 스포츠로 주목받고 있다. 15m 이상 높이의 인공 암벽을 줄을 사용해 오르는 리드 클라이밍, 목표 지점까지 빠르게 올라가야 하는 스피드 클라이밍과는 다르게 볼더링은 특별한 등반 기구 없이 맨손으로 4~5m 높이의 인공 암벽을 올라간다는 점이 특징이다. 볼더링은 넓은 공간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안전장치가 잘 갖춰진 실내 클라이밍장이라면 누구나 쉽게 입문할 수 있다.
정원일 동년기자
‘클라이밍’ 하면 남자들이 터프하게 절벽을 올라가는 이미지만 생각했는데 실제로 실내 클라이밍장에 와보니 젊은이도 많고 여성도 많아 놀랐다. 무엇보다 암벽 등반을 실내에서 안전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상민 씨
실내 스포츠가 이용금액이 비싸기 때문에 쉽게 도전할 생각을 못했는데 실내 클라이밍은 일일 이용요금이 2만 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었다. 새로운 운동을 찾는 시니어라면 실내 클라이밍에 도전해봐도 좋을 것 같다.
암벽 오르기 전 준비운동은 필수
대부분의 사람이 운동하기 전 준비운동을 간과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평소에 운동을 하지 않는 시니어가 무리할 경우 근육이 손상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예기치 못한 부상을 당할 수 있다. 따라서 운동 시작 전에는 항상 몸을 풀어주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스포츠클라이밍은 손과 발로 벽에 부착된 홀드를 이용해 올라가는 근력운동이기 때문에 시작 전 충분한 스트레칭이 필요하다. 송율나 V10클라이밍 강사는 “스포츠클라이밍은 전신운동인 동시에 많은 근력이 필요하다”며 “특히 볼더링은 뛰어내리는 동작이 많기 때문에 무릎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 스포츠 테이프를 사용해도 좋다. 스포츠 테이프는 굳은살을 방지하고 손가락을 보호해준다.
정원일 동년기자
누구나 한 번쯤은 운동 후 근육통으로 고생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실내 클라이밍장에 들어오자마자 느낀 점은 ‘아, 이거 제대로 몸 안 풀면 다음 날 고생하겠구나’였다. 그냥 덥석 올라갔다가는 다음 날 근육통으로 고생할 수도 있으니 평소에 운동을 잘 하지 않는 시니어는 반드시 준비운동을 할 것을 권한다.
이상민 씨
스트레칭은 거의 몇십 년 만인 것 같다. 옛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뻣뻣해진 몸을 보며 새삼스레 세월이 많이 흘렀음을 느꼈다. 시니어가 클라이밍을 시작하기 전 가장 많이 하는 걱정이 바로 안전과 관련한 문제다. 볼더링을 체험해본 결과 떨어져도 푹신한 매트가 아래에 깔려 있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손에 잡힐 듯 말듯, 발에 닿을 듯 말듯
클라이밍장을 방문할 땐 운동복과 양말만 준비하면 된다. 암벽에 오를 때 신는 암벽화는 발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고무로 제작되었으며 클라이밍장에서 빌릴 수 있다. 또 손에는 송진 가루를 묻히기도 하는데 초보자에게 필수는 아니다. 볼더링은 벽에 붙어 있는 다양한 홀드 중 같은 색깔의 홀드만을 사용해야 하는 종목으로,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이 무수히 많다는 점이 매력이다. 일일 강습을 신청하면 강사가 홀드 잡는 방법부터 발 옮기는 위치까지 알려주기 때문에 처음 볼더링을 배워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올라가기 전에는 쉽게 보이지만 막상 시작하면 미로처럼 보이는 클라이밍. 방심하는 순간 ‘뚝’ 떨어진다. 초급자 코스에서 충분히 요령과 체력을 기른 후 다음 난이도로 넘어갈 것을 추천한다.
정원일 동년기자
분명 밖에서 볼 땐 쉬워 보였는데 이게 참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었다. 떨어지지 않으려 아등바등하다가 결국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을 땐 배가 나온 몸뚱어리를 원망하다가 배시시 웃음이 났다. 실제 절벽이었으면 목숨이 여러 개라도 부족했을 것이다. 그래도 여러 번의 시도 끝에 마지막 지점까지 도달했을 땐 엄청난 성취감이 들었다. 이런 맛에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시도하는 걸 거다.
이상민 씨
암벽화를 고를 땐 평소보다 10mm 정도 작은 치수의 신발을 신어야 한다는 점이 독특했다. 마치 전족을 신은 것처럼 발가락이 굽어졌는데 이는 암벽을 오를 때 발가락에 충분한 힘이 실려야 하기 때문이란다. 발가락이 조금 불편하다는 점만 빼면 일반 신발보다 미끄럽지 않고 착착 감기는 느낌이 들어 암벽 등반에는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