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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아니었다
- “어 이게 누구야” “너 여기 숨어있었구나” 바람도 살랑대는 어느 맑은 가을날 오후 내가 봉사하는 경로당에 입당하러 오신 어르신과 총무님께서 마냥 어린애 되셨다 그 후 두 분의 대화는 함께하시는 어르신들이 다 외울 정도로 그게 그 얘기였지만 정작 두 분은 한 이야길 또 하며 그때마다 호탕하게 웃고 즐기신다. 늘 남의 말에 갈고리 걸어 다툼을 일으키시는 대머
- 2017-04-0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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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닷가 소년 임충휴 나전칠기 명장이 되다
- 이맘때쯤이었다. 1962년 완도 앞바다의 햇살은 따뜻했다. 바닷가엔 조개껍데기가 지천에 널려 있었다. 뱃머리에 선 소년은 이 정도 기온이면 다시는 추위에 떨지 않을 수 있겠다 싶어 안심했다. 당시만 해도 전라남도 완도에서 서울로 가려면 배를 두 번 타야 했고, 꼬박 24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14세 소년은 멀고 긴 상경길이 걱정되지 않았다. 고향에는 다시
- 2017-04-03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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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야, 밥이나 한번 먹자!
- 경상도 산골의 중학교를 졸업한 필자는 청운의 큰 뜻을 품고 형님이 살고 계신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 진학을 했다. 억센 경상도 사투리 발음이 재미있어 깔깔대며 웃어대는 반 아이들의 등쌀에 필자는 학교를 다니기 싫을 정도로 위축되어 있었다. 함께 연대해서 무리지어 싸워줄 중학교 동창이 없다는 사실이 큰 핸디캡이었고 반 아이들이 중학교 동창들과 친하게 어울려 다
- 2017-03-3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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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중한 관계를 해치는 대화들
- 종교와 정치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노선이 달라 언제든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아무리 친한 친구나 가족 간에도 하나의 통일된 생각을 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간혹 관계를 힘들게 한다. 필자에게도 이런 경험이 있다. 대학교 4년을 늘 형제처럼 붙어 다녔던 친구가 있다. 졸업하고 직장을 잡고도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를 하며 친분을 유지했다. 우리의 우정이 영
- 2017-03-3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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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느리가 주고 간 보석
- 며느리가 세상을 떠난 지 이제 3개월이 되어간다. 그동안 뭔가 정리가 안 된 듯 미진함이 늘 남아 있었다. 어느 날 영정 사진이 필요하니 찾아놓으라는 아들 전화를 받고 사진을 찾다가 아들 방 한쪽에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는 흰 주머니를 봤다. 뭘까? 하는 궁금증이 일어 살짝 열어보니 새하얀 봉투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알고 보니 며느리 장례식 때 조문객들에게
- 2017-03-2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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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청춘에 가장 중요한 것
- 백만기 아름다운인생학교장 놀 줄 모르는 시니어들은 특별히 즐기는 취미가 없다. 기껏해야 골프 아니면 등산이다. 이것도 그나마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얘기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딱히 즐길 놀이가 없다. 이러니 놀 줄도 모른다고 신세대에게 무시당하는 것이다. 친구가 들려준 얘기다. 퇴근해서 집에 들어가니 거실에서 아이들과 아내의 노랫소
- 2017-03-2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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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보가 만난 사람]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막아낸 녹색연합 공동대표 박그림
- 산이 그리웠던 사나이는 꽉 막힌 도시생활을 접고, 설악산이 바라다보이는 탁 트인 곳으로 떠났다. 자연과 벗삼으러 갔지만 행복도 잠시였다. 돈 되는 일에 목마른 인간의 욕심이 푸르른 숨통을 조여 왔다. 올무에 걸린 듯 이곳저곳 상처 난 설악산을 위해 사나이는 발길 닿는 대로 찾아가 세상에 알렸다. 오랜 세월이 흘렀고 그의 소원대로 설악산에는 바라던 평화가 찾
- 2017-03-2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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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 후에도 명함을 만들자
- 은퇴와 함께 없어지는 것 중의 하나가 명함이다. 새로운 직장이나 단체에 소속하면 새 명함을 만들지만, 그러기 전에는 대체로 명함을 갖지 않는다. 명함을 내미는 사람과 인사를 나누게 되면 상대방 명함을 받기만 하며 멋쩍어한다. 예전에 쓰던 명함을 건네는 사람도 보는데 전화번호가 기재되어서다. 퇴직을 하면 직장과 관련한 인간관계는 줄어들고 새로운 관계망이 형성
- 2017-03-16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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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춘 할망 (Canola)>을 통한 우리 할망의 추억
- 창감독 작품으로 주연에 계춘 할망 역으로 윤여정이 나오고 손녀 혜지 역으로 김고은이 나온다. 윤여정이야 연기 생활 50년의 노련한 연기를 자랑하고, 김고은 ‘은교’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젊은 배우이다. 영화의 영문 제목이 ‘카놀라’인 것은 유채꽃에서 추출한 기름을 뜻하는 모양이다. 영화 전편에 걸쳐 광활한 유채 꽃밭은 물론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이
- 2017-03-1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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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지성인 윤석화, 돌꽃처럼
- 마치 부드럽게 흘러가는 강물과 같다. 그 강은 사람들이 쉬이 찾지 않는 산속 어딘가에서 자신만의 길을 내어 고고히 흘러가는 강이다. 한 시간 동안 윤석화와 인터뷰를 끝내고 든 느낌이다. 42년간 활동한 대체할 수 없는 독보적인 배우로서, 그리고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늦깎이 엄마로서 그녀는 흐트러짐 없는 태도로 살아온 자신의 인생과 그런 엄격함이 빚은 솔직
- 2017-03-14 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