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유람일지: 유(儒)를 여행하다
일정 4월 21일까지 장소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에서 만나는 충청 유교 문화유산’을 주제로 하는 전시는 조선시대 선비의 삶을 ‘고택’, ‘서원’, ‘구곡’(九曲)으로 나눠 소개한다. 집, 학교, 자연이라는 공간을 통해 나고 자란 선비의 삶의 궤적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닮았다. 1부 ‘고택유람’은 충청도 명문가인 파평 윤씨 가문의 명재고택을 중심으로 한다. 윤증의 초상 초본, 문중의 교육 공간인 종학당의 디오라마(실물 축소 모형) 등을 볼 수 있다. 2부 ‘서원유람’에서는 충청도 유일의 유네스코 등재 서원인 돈암서원을 통해 배움과 실천을 지향한 선비 문화를 확인할 수 있다. 조선 예학을 정립한 김장생과 그의 아들 김집, 그리고 송준길, 송시열은 서원의 대표 선비로 꼽힌다. 3부 ‘구곡유람’에서는 율곡 이이의 정신적 이상향이자 선비들이 자연에 은둔하며 학문을 수양했던 공간인 ‘구곡’을 디지털 화폭에 담아낸 수묵 미디어아트 영상을 전시한다. 최병구 서울역사박물관장은 “선비들이 이야기하는 시대정신, 일상의 가치, 타인을 대하는 태도, 자연을 품은 풍류 등을 통해 현재의 우리를 되돌아볼 수 있는 힐링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전했다.
◇우제길 : 빛 사이 색
일정 5월 12일까지 장소 전남도립미술관
평생 ‘빛’을 쫓으며 독창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한 우제길(1942~) 작가의 회고전. 총 100여 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1부 ‘기하학적 추상의 시작’은 ‘빛’을 주제로 하기 전인 1960년대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그의 과도기적 작품을 살펴본다. 2부 ‘어둠에서 찾은 빛’에서는 절단된 면의 틈 사이로 솟아나는 빛 작품들과 어두운 배경에 작가 특유의 직선이 강조된 대작들을 소개한다. 3부 ‘새로운 조형의 빛으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구도가 다양해지고 밝은 색채가 등장하며 확장된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4부 ‘색채의 빛’은 원색의 빛을 다양한 실험적 방식으로 구현한 작품들을 소개하며, 5부 ‘지지 않는 빛’에서는 신작들을 만나볼 수 있다.
●Book
◇어른의 말습관(김진이·다른상상)
같은 말이라도 어떤 사람은 반감을 사고, 어떤 사람은 호감을 얻는다. 그 이유는 바로 ‘말하기’의 차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 고민하게 된다. 경인방송 아나운서이자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김진이는 책 ‘어른의 말습관’을 통해 성숙하게 말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는 “어른답게 말한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분명히 말할 줄 알고, 그 말에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또 서로에 대한 존중을 잃지 않고 관계의 중심을 단단하게 지킬 줄 안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이는 단순히 말투만 바꾼다고, 기술만 답습한다고 되지 않는다. 내 말 속에 숨어 있는 디테일과 패턴, 즉 말하는 습관을 돌아보고 바꿔야 한다. 노력만이 말습관을 기르는 단 하나의 방법이다.
책에서는 서투른 언어를 다듬어 말하는 법, 각각의 상황과 내가 의도하는 바에 따라 말과 태도를 장착하는 법, 사람들과 주파수를 맞춰나가며 내 세계를 확장하는 법, 부정적 말의 패턴을 소거하는 법, 감정을 차분히 다스려 담백한 말로 갈무리하는 법 등 여러 가지 말하기 방법을 소개한다. 자기 말의 주인이 되어 일, 관계, 인생을 더욱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 보자.
◇멋진 인생을 위해 오십부터 해야 할 것들(김옥림·미래문화사)
‘가슴이 뛰는 한 영원한 청춘’이라는 시인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나답게 사는 것이 인생 후반기를 행복하게 보내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위험하고 매혹적인 제로 이야기(찰스 세이프·DKJS)
제로(0)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자 철학, 종교, 수학, 물리학의 근간이다. 저자는 0의 출현, 억압, 성장 등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시니어를 위한 슬기로운 디지털 생활(조진화·임지윤·포레스트북스)
디지털 전문 강사인 모녀가 합심해 만들었다. 스마트폰·키오스크 사용법 등 부모님이 알았으면 하는 디지털 정보 10가지를 안내한다.
●Stage
◇러브레터
일정 4월 4일 ~ 4월 27일
장소 LG아트센터 서울
연출 김민정
출연 정보석, 박혁권, 하희라, 유선
연극 ‘러브레터’는 30개 언어로 공연된 세계적인 스테디셀러 작품이다. 밀도 높은 2인극이 특징으로, 무대에는 50년 동안 편지를 매개로 서로의 인생과 사랑을 이야기하는 앤디와 멜리사만 존재한다. 글을 사랑하는 모범생 앤디 역은 정보석과 박혁권이 맡아 연기한다. 그림을 사랑하는 자유로운 영혼 멜리사 역에는 초연 당시 몰입도 높은 연기를 보여준 하희라와 함께 유선이 캐스팅됐다. 제작사 측은 “깊은 내공으로 다져진 베테랑 배우들을 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사랑과 이별, 그 무수한 사연들도 디지털 기기의 버튼 하나로 정리되는 요즘, 잊고 있었던 우리의 순수성을 깨워주는 작품이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친정엄마
일정 4월 20일 ~ 5월 26일
장소 서울 한전아트센터
연출 김재성
출연 김수미, 이효춘, 신이현, 선예, 김도현, 박장현 등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그린 ‘친정엄마’는 2004년 원작소설 출간 이후 연극, 뮤지컬, 영화로 제작되며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특히 뮤지컬은 주크박스 뮤지컬의 진수로 통하며, 실력파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이번 시즌에는 하루에도 열두 번 넘게 딸을 걱정하는 친정엄마 봉란 역에 김수미와 이효춘이 캐스팅됐다. 김수미는 초연부터 봉란 역을 연기하고 있으며, 이효춘은 뮤지컬에 첫 도전한다. 엄마와 티격태격하다 이내 사랑을 깨닫게 되는 딸 미영 역은 신이현이 지난 시즌에 이어 연기하며, 원더걸스 출신 선예가 새롭게 합류했다.
◇클로저
일정 4월 23일 ~ 7월 14일
장소 플러스씨어터
연출 김지호
출연 이상윤, 진서연, 김다흰, 이진희, 최석진, 유현석, 안소희, 김주연
연극 ‘클로저’는 1997년 초연 이후 50개국 100여 개 도시에서 공연됐으며, 2004년에는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어 인기를 끌었다. 극은 현대 런던을 배경으로 앨리스, 댄, 안나, 래리라는 네 명의 남녀가 만나 서로의 삶에 얽혀드는 과정을 그린다. 국내 공연은 8년 만인 가운데, 원더걸스 출신 안소희가 연극에 첫 도전해 눈길을 끈다. 앨리스 역을 맡은 그는 “연극이라는 무대와 관객들과의 교감에 긴장과 더불어 설레는 마음이 있다”며 좋은 연기를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shjlife@etoday.co.kr
●Exhibition
◇나탈리 카르푸셴코 : 모든 아름다움의 발견
일정 5월 7일까지 장소 그라운드시소 성수
나탈리 카르푸셴코(Natalie Karpushenko)는 카자흐스탄 출신의 사진작가이자 환경운동가다. 해양과 고래 보호에 관한 인플루언서로도 활동하고 있다. 카르푸셴코는 자연, 사람, 동물 등 세상 모든 것에서 아름다움을 포착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카르푸셴코가 세계 각지의 섬과 바다를 누비며 기록한 사진 200여 점을 만날 수 있으며, 6개의 존으로 구성됐다. ‘Intro’ 존에서는 아티스트와 사진전 전반을 소개한다. ‘Ocean Breath’는 작가의 대표 프로젝트명이며, 해당 섹션에서는 대자연과 환경에 대한 직관적인 메시지가 투영된 작품을 볼 수 있다. ‘Angel’ 존에는 ‘물’에 대한 원초적인 형상을 주제로 한 작품, ‘Rising Woman’ 존에는 자연과 여성을 주제로 한 프로젝트 사진이 전시돼 있다. ‘Wild Breath’ 존에 전시된 작품에는 야생 동물과 인간의 교감 순간이 포착돼 있다. ‘Natalie’는 작업 활동 비하인드와 인간 ‘나탈리 카르푸셴코’를 조명한 섹션이다. 그의 작품을 통해 그동안 미처 보지 못했던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느껴보자.
◇김윤신 : 더하고 나누며, 하나
일정 5월 7일까지 장소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1984년 아르헨티나로 이주해 활동하고 있는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을 조명하는 첫 국공립미술관 개인전이다. 작품 70여 점을 통해 우주에 대한 철학적 사고를 반영한 김윤신의 작품 세계를 소개한다.
김윤신은 1970년대 후반부터 자신의 작품 세계를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이라는 이름으로 포괄해나갔다. 그는 자신의 조각 작품에 대해 나무에 정신을 더하고(합), 공간을 나누어가며(분), 온전한 하나(예술작품)가 되는 과정이라 말한다. 이번 전시는 김윤신의 ‘합이합일 분이분일’ 철학에 집중해 석판화, 석조각, 목조각, 한국에서의 신작 등 4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Stage
◇데스노트
일정 4월 1일 ~ 6월 18일
장소 샤롯데씨어터
연출 김동연
출연 홍광호, 김준수, 고은성, 김성철, 이영미, 장은아, 서경수, 장지후 등
뮤지컬 ‘데스노트’는 지난해 5년 만에 새로운 시즌으로 개막했다. 이전과 달라진 참신한 연출과 무대 미술로 전회 매진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인기에 힘입어 8개월 만에 앙코르 공연된다. 홍광호, 김준수 등 티켓 파워를 입증한 주연 배우들이 그대로 출연한다. ‘데스노트’는 동명의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이름을 쓰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데스노트’를 우연히 줍게 된 천재 고등학생 ‘야가미 라이토’와 그에 맞서는 베일에 싸인 명탐정 ‘엘’(L)의 양보할 수 없는 두뇌 싸움을 긴장감 넘치게 그렸다.
◇폭풍의 언덕
일정 4월 23일 ~ 6월 18일
장소 서울 종로구 드림아트센터 2관
연출 성종완
출연 김수로, 강성진, 이정화, 문경초, 김아론, 강혜인 등
영국 여류 작가 에밀리 브론테가 1847년 발표한 소설 ‘폭풍의 언덕’을 원작으로 한 연극이다. 이번 공연은 2021년 초연에 이은 재연이다. 초연 당시 사랑하는 여인을 잃은 남자 ‘히스클리프’의 복수에 관한 이야기가 배우들의 호소력 짙은 연기력과 감각적인 연출에 힘입어 호평을 받았다. 주인공 히스클리프 역에는 문경초, 김아론이 캐스팅됐다. 초연에서 히스클리프로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줬던 김아론은 더욱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문경초는 뮤지컬 ‘히드클리프’에서 히드클리프를 연기한 바 있어 기대를 모은다.
◇친정엄마
일정 3월 28일 ~ 6월 4일
장소 대성 디큐브아트센터
연출 김재성
출연 김수미, 정경순, 김서라, 별(김고은), 현쥬니, 신서옥, 김형준, 김도현, 이시강 등
누적 관객 40만 명을 동원한 뮤지컬 ‘친정엄마’는 엄마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힐링극이다. 1950년대 열여덟 말괄량이 봉란은 가슴 설레는 첫사랑을 경험하고, 딸 미영을 낳아 엄마가 된다. 어느덧 성장한 미영이 결혼하자, 봉란은 무식한 자신 때문에 미영이 시댁 눈치를 볼까 봐 전전긍긍한다. 미영은 봉란의 마음을 엄마가 되고서야 깨닫는다는 내용이다. 코로나19로 4년 만에 돌아온 ‘친정엄마’는 이야기와 무대가 업그레이드됐다. 초연부터 출연 중인 김수미를 비롯해 인지도 높은 배우들이 대거 출격해 이목이 집중된다.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shjlife@etoday.co.kr
예로부터 서민 음식으로 불린 술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어주기도 하고 즐거움을 주기도 했다. 특히 요즘 주류 업계에서는 ‘뉴트로’ 열풍을 타고 향수를 자극하는 상품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다. 추억을 떠올리다 보면 술을 더욱 즐겁고 재밌게 마실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출시된 상품 중 중장년층이 특히 반가워할 ‘추억 몰이’ 술을 소개해 본다.
먼저 과거 인기를 끌었던 ‘추억의 맥주’ 크라운맥주가 30년 만에 돌아왔다. CU는 지난 25일부터 크라운맥주를 판매하고 있다.
크라운맥주는 대한민국 최초 맥주회사인 조선맥주(지금의 하이트진로)가 1952년 선보인 상품으로 40년 이상 인기리에 판매됐다.
맥주의 패키지는 과거와 비슷한 색깔인 황금빛으로 디자인됐다. 여기에 왕관(크라운) 이미지를 삽입해 크라운맥주라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했다.
크라운맥주는 고품질의 아로마 홉을 활용한 프리미엄 에일 맥주다. 특수 공법을 활용해 에일 특유의 쓴맛은 줄이고 묵직함과 시트러스 향을 강조해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추억의 중장년층과 함께 젊은 세대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그런가 하면, 1964년에 출시돼 현재까지 무려 19억 개나 팔린 대한민국 대표 빵 ‘크림빵’이 맥주로 재탄생했다.
‘크림삐어’는 홈플러스가 창립 25주년을 맞아 만든 기획 상품이다. SPC삼립과 수제 맥주 전문기업 플래티넘크래프트맥주가 협업해 맥주를 만들었다. 맛부터 외관까지 추억의 원조 크림빵을 모티브로 했다.
크림삐어는 크림에일 스타일로 맥주 고유의 재료만을 활용했다. 깔끔한 바디감과 풍부한 거품으로 어떠한 음식과도 잘 어울려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데일리 맥주다.
크림삐어는 플래티넘크래프트맥주에서 만들어 애주가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크림빵 특유의 상큼한 맛을 재현해 빵과 비교해서 먹는 재미가 있다고 한다.
또한, 추억을 떠올리는 주류들도 출시됐다. 먼저 포천이동막걸리로 알려진 이동주조1957은 MBC 드라마 ‘전원일기’와의 컬래버레이션 막걸리를 지난 4월 출시했다. ‘전원일기’는 22년이라는 최장수 방영 기록의 드라마로 최불암, 김혜자, 김수미 등이 출연했다.
이름하여 ‘전원일기 이동막걸리’는 건강한 일상을 지향하는 중장년층 이상의 소비자 성향을 반영해 알코올 도수 9%, 500mL 소용량으로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전원일기의 푸근한 인심을 단호박 맛을 가미해 표현했다. 시골길에서 자전거를 타는 라벨 디자인도 정감을 더한다.
GS25는 지난 4월 한국프로야구 출범 40주년을 기념해 MBC 청룡 맥주와 MBC 청룡 팝콘을 선보였다. MBC 청룡은 LG트윈스의 전신이다. 실제로 야구팬들이 프로야구를 관람하면서 맥주를 마시는 추세라고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맥주보다는 팝콘이 맛있다는 평가가 많다.
추억의 만화 ‘아기공룡 둘리’의 등장인물 고길동을 모티브로 한 '고길동에일'도 최근 출시됐다. 고길동은 서울 쌍문동에 거주하는 한 집안의 가장이자 평범한 직장인이다.
한때 ‘고길동을 이해하면 나이가 든 것’이라는 말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어렸을 때는 고길동이 둘리와 친구들을 내쫓으려고 하고 혼내는 나쁜 아저씨 같아 보였는데, 나이가 들고 보니 그를 이해하고 된다는 것. 심지어 불쌍해 보이기까지 한다는 사람도 많았다.
이에 고길동에일은 과거에는 만화를 보던 어린이였지만 이제는 직장인이 되어서 힘들어하는 세대들을 위로하기 위해 출시된 맥주라고 할 수 있다. 맥주는 자몽, 망고, 파인애플 등 트로피컬 향을 담아 상큼하고 스트레스가 풀리는 맛이라고 한다.
50대, 60대처럼 삶이 켜켜이 축적되는 나이에는 가진 물건도 그만큼 쌓이기 마련이다. 그중 오래되고 망가졌지만 소중한 기억이 얽혀 버리지 못하는 물건이 있을 터. 이를 다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새로 탄생시키고, 개성을 살리는 다양한 ‘수선’ 방법이 있다.
책 수선
종이가 다 떨어지고 부식된 책이 있다면 보통 재활용 분리수거함에 버린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책 수선가의 손을 거치면 간직하고 싶은 책을 오래도록 추억하고 보관할 수 있다. ‘재영책수선’은 찢어진 종이를 붙이거나 거뭇거뭇한 자국을 지우고, 표지나 책장을 제작한다. 오랫동안 수집한 만화전집, 유명한 책의 초판본, 낡아 버린 일기장 등 수선 의뢰도 다양하다. 그는 책 수선을 ‘책의 기억을 관찰하고, 파손된 책의 형태와 의미를 수집하는 행위’라고 소개했다. 오래된 것의 진정한 의미를 찾고자 함이다.
킨츠키
선물 받은 커피잔이나 오랫동안 즐겨 사용했던 그릇이 깨졌을 때 킨츠키 기법으로 복원할 수 있다. 옻칠 공예의 일종인 킨츠키는 일본식 도자기 수리 기법이다. 깨진 도자기 조각을 밀가루 풀로 이어 붙인 뒤 깨진 선을 따라 옻을 칠하고 금가루나 은가루를 뿌려 마무리한다. 곳곳에서 킨츠키 기법을 배우는 소규모 클래스도 진행 중이다. 2018년부터 일반인 대상 킨츠키 클래스를 운영한 김수미 작가는 “킨츠키는 단순히 깨어진 것을 이어붙이는 도자기 수선을 뛰어넘어 새로운 아름다움과 가치를 연결하는 공예기법”이라며 “모든 것이 넘쳐나는 과잉의 시대에 새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치유와 회복의 소중한 시간을 경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닝 기법
‘다닝’은 유럽의 전통 의류 수선 기법이다. 수선할 부분 뒷면에 버섯 모양의 다닝 머시룸을 대고 세로 실과 가로 실을 서로 교차시켜 구멍을 메우는 식이다. 감쪽같이 수선하지는 못해도 내가 쓰고 싶은 색은 무엇인지, 바느질을 얼마나 어떤 모양으로 할지 등의 고민을 통해 애착을 더 한다. 망가진 옷은 버리면 그만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찢어진 블라우스, 뒤꿈치 부분이 해진 양말, 소맷부리가 닳은 재킷 등 오래된 의류를 수선하는 작업을 통해 익숙한 듯 새로운 느낌의 옷을 입을 수 있다. 나만의 세월에 개성이 스며드는 것은 덤이다.
순간순간의 기억들이 얽힌 오래된 물건은 새 물건보다 힘이 있다. 또한, 빠르게 많이 소비하기보다 적은 것을 고쳐 쓰면서 오랫동안 소유하려는 움직임은 환경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이경희 환경정의이사장은 “덜 사고, 나누어 쓰고, 고쳐 입는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며 “쉽게 버려지는 것들을 가치 있고 사랑받을 수 있는 물건으로 재탄생 시켜 잠재력을 깨닫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인륜의 중대사로 여겨지는 결혼. 결혼하게 되면 새로운 가족이 생기는데, 동종 업계 선배가 가족이 될 가능성도 있다. 연예인도 흔하지는 않지만 이러한 경우가 성립될 때가 있다. 특히 최근 결혼으로 맺어진 스타 가족들이 눈에 띈다.
이처럼 스타 가족이 대대로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스타의 자녀는 부모를 보면서 자랐기 때문에 연예계라는 곳이 친근하고, 직업 특성에 대한 이해도 또한 높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그렇다 보니 연인 간의 대화가 잘 통하고 결혼까지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어떠한 경우들이 있는지 더 자세한 이야기들을 담아봤다.
김수미 - 며느리 서효림
배우 김수미와 서효림은 연예계를 대표하는 고부 사이로 통하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2017년 MBC 드라마 '밥상 차리는 남자'에서 모녀 연기 호흡을 맞추며 인연을 맺었다. 이후 김수미와 서효림은 나이 차이를 뛰어넘어 친구처럼 특별한 사이로 지내왔다고 한다.
그러한 가운데, 2019년 서효림은 김수미의 아들 정명호 나팔꽃 F&B 대표와의 연애 사실을 밝혀 세간을 놀라게 했다. 당시 서효림은 정명호 대표와 이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김수미가 소개해준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후 결혼과 출산 소식도 빠르게 전해졌다. 서효림은 정 대표와 2019년 12월 결혼했고, 이듬해 6월 딸 조이를 출산했다. 그 과정에서 서효림과 김수미는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을 비롯해 다수의 방송에 함께 출연하면서 훈훈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서효림의 배우로서의 복귀 또한 빠르게 이어졌다. 그는 오는 11월 방송 예정인 MBC '옷소매 붉은 끝동'에 출연하는데, 이는 남편과 시어머니의 배려와 지원 덕분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상해 김영임 - 며느리 김윤지
가수 겸 배우 김윤지(NS윤지)가 결혼 소식으로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윤지는 지난 9월 26일 5살 연상의 사업가 남편과 결혼했다. 특히 화제가 된 이유는 김윤지의 남편이 개그맨 이상해와 국악인 김영임 부부의 아들이라는 사실 때문.
김윤지와 남편의 러브스토리는 독특했다. 김윤지는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에서 "아버지와 시아버지 이상해가 의형제 사이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30년이 훌쩍 넘은 인연이 있다"면서 가족끼리 친한 사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의 남편을 알게 됐다는 김윤지는 그를 15년간 짝사랑했던 사연도 털어놓아 눈길을 끌었다.
이영하 선우은숙 - 며느리 최선정
지난 2018년 이영하와 선우은숙이 아들 이상원의 결혼식에 나란히 참석해 화제를 모았다. 연예계를 대표하는 스타 부부였던 이영하와 선우은숙은 지난 2007년 이혼했기 때문. 그런 두 사람이 공식 석상에 같이 나왔기에 관심을 이끈 것.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출연은 2020년이다.)
더욱이 며느리 또한 연예계 종사자로 더욱 화제가 됐다. 이상원도 현재는 사업가이지만, 과거에는 배우로 활동했고 이름도 꽤 알렸다. 이상원의 아내 최선정은 '전국춘향선발대회' 출신으로 배우로 활동한 바 있다. 스타 가족이 된 최선정은 2019년 스타 3세 출산과 함께, 럭셔리 라이프를 SNS를 통해 공개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최근 방송가에서 시니어 세대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배우 김수미, 모델 김칠두, 유튜브 스타 박막례, 밀라논나 채널의 장명숙까지. 시니어 세대가 방송 전면에 서서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배우 김수미는 특유의 예능감으로 방송가를 휘어잡았다. tvN ‘수미네 반찬’과 SBS플러스 ‘밥은 먹고 다니냐?’ 프로그램 MC로 나서 속 시원한 입담과 유쾌함, 따뜻한 감동까지 시청자에게 전하고 있다.
백발이 돋보이는 강렬한 비주얼과 카리스마로 시니어 모델의 대명사가 된 김칠두는 각종 CF는 물론, 서울패션위크 등 유명 패션쇼에서 활약하고 있다. 여기에 JTBC ‘정산회담’, 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 등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며 대중에게 다가서고 있다.
유튜브 스타 박막례도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구수하면서도 촌철살인의 입담으로 ‘옆집 할머니’ 같은 매력을 선사하는 박막례는 현재 약 132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셀러브리티다. 최근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 리뷰, 그룹 2PM의 ‘우리집’ 뮤직비디오 리액션 영상으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또 다른 시니어 유튜버 ‘밀라논나’의 장명숙도 인기다. 그는 최초의 한국인 이탈리아 유학생이자, 1990년대 국내에 유명 명품 브랜드를 선보인 화려한 이력으로 패션 아이템 및 스타일링을 제안하는 콘텐츠를 선보인다. 최근엔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인기를 입증했다.
좀 독특한 시니어 스타도 있다. 트로트계 ‘괴물 신인’이자 빠른 1945년생이라는 설정의 김다비는 지난 5월 트로트 ‘주라주라’로 데뷔했다. 이후 그룹 방탄소년단 뷔, 가수 이찬원도 언급하는 등 화제의 중심에 서며 ‘본체’ 김신영에게 새로운 전성기를 선물하고 있다.
여기에 다음달 2일 첫 방송되는 티캐스트 계열 E채널 신규 예능 프로그램 ‘찐어른 미팅: 사랑의 재개발’도 중장년 싱글의 ‘어른 미팅’이라는 신선한 콘텐츠로 주목 받고 있다. 기존 연애 예능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모습에 중장년층 출연진의 예측불가 매력이 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미스터트롯’ 남승민이 음료 광고모델로 선정됐다.
식음료기업 일화는 TV조선 ‘미스터트롯’에서 활약한 ‘국민 손자’ 남승민을 보리탄산음료 ‘맥콜’의 광고모델로 발탁했다고 30일 밝혔다.
남승민은 고등학생임에도 깊은 울림이 느껴지는 가창력으로 톱 20까지 진출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새롭게 제작되는 맥콜 광고에서 남승민은 트로트 버전의 맥콜송을 직접 부르며 기존에 보지 못한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할 예정이다.
일화 관계자는 “남승민만의 매력 포인트가 1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층에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돼 광고모델로 선정했다”며 “‘맥콜’과 대세 장르 ‘트로트’가 만나 다양한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1982년 탄생한 맥콜은 1980년대 당대 최고의 가수였던 조용필을 광고모델로 선정하고 “젊음의 갈증은 맥콜로 풀자”는 슬로건을 내세워 빠른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이후 최수종, 이미연, 주원, 박형식, 김수미, 김윤지 등 국내 유명 연예인들이 맥콜 광고모델을 거쳤다.
국민배우 김수미(70)를 모르는 대중이 있을까? 그러나 우리에게 익숙한 그 이름이 예명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지킬 수(守), 아름다울 미(美). 사람의 도리를 지키고 늙을 때까지 아름답게 살자는 결심으로 직접 지은 이름이란다(본명은 영옥). 그 이름에 반하지 않는 삶을 살아왔노라 자부하는 김수미는 최근 ‘한국의 맛을 지키는[守味]’ 문화 전도사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전 세계에 한국 음식을 알리고 싶다”는 그녀의 원대한 포부는 40여 년 전 어머니를 향한 짙은 그리움에서 시작됐다.
‘2018 제8회 대한민국 한류대상’ 시상식. ‘수미네 반찬’(tvN)을 통해 우리네 어머니의 손맛을 전수 중인 김수미는 한식 문화를 대중에게 널리 알린 공을 인정받아 ‘특별 공로대상’을 수상했다. 방송을 본 이들이라면 알겠지만 ‘수미네 반찬’은 근래 넘쳐나는 먹방, 쿡방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모던한 아일랜드 주방이 아닌 툇마루와 가마솥이 돋보이는 세트장은 김수미가 어린 시절 살던 시골집을 재현한 것. 게다가 제자로 등장하는 베테랑 셰프들이 눈대중 손대중으로 요리하는 그녀의 레시피를 허둥지둥 따라하는 묘한 광경이 펼쳐진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색다른 재미를 주고, 그 근저에 깔린 ‘엄마의 마음’은 가슴 찡한 감동을 선사하며 남녀노소 불문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렇게까지 반응이 좋을 줄 예상 못했어요. ‘아, 진정성을 갖고 하는 건 역시 되는구나’ 싶더라고요. 몇 스푼, 몇 그램 정확한 것보다도 집에서 하는 방식 그대로 보여주려 해요. 워낙 거침없이 해대니까 카메라가 앵글을 못 잡아 당황할 때가 많지.(웃음) 처음엔 장동민 씨가 ‘선생님 레시피가 있으시냐?’라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너희 할머니, 어머니는 저울질해가며 음식하셨니? 요리자격증 있어서 자식들 밥해줬니?’라고 했죠. 그냥 엄마가 딸한테 음식 가르치듯 알려주고 싶었어요. 싱거우면 소금 넣고, 짜면 물 붓고 하면 되지. 경험이 쌓이면 손맛은 다 생기게 돼 있어요.”
‘깍두기에 쪽파를 많이 넣으면 김치가 금세 물러진다’, ‘아귀찜할 때 아귀는 사나흘 꾸덕꾸덕 말린 것을 써야 한다’ 등 김수미는 자신이 툭툭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가 수십 년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음식의 지혜라고 말했다. 또 글로 써서 남기는 레시피보다는 어머니들의 기(氣)와 영혼을 물려주고 싶은 게 그녀의 오랜 바람이자 목표다.
엄니, 왜 그 맛이 안 날까요?
베테랑 셰프들도 인정하는 김수미의 수준급 요리 실력은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그러나 정작 어머니에게 직접 요리를 배워본 적은 한 번도 없단다. 그 옛날 어머니가 해주셨던 음식들을 떠올리며 최대한 그 맛에 가까워지려 하다 보니 솜씨가 좋아졌다고.
“열일곱 어린 나이에 엄마가 돌아가신 탓에 요리는 못 배웠죠. 아마 내가 마흔까지 살아계셨다면 음식 안 했을지 몰라요. 할 필요가 없었겠지. 근데 결혼하고 임신을 했는데 엄마가 해준 풀치조림이 생각나는 거야. 그거 한 입만 먹으면 입덧이 싹 가실 것 같은데, 다시는 먹을 수가 없잖아요. 그 뒤로 엄마가 보고 싶을 때면 기억을 더듬어 음식을 해보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수백 번 만들었던 엄마의 풀치조림. 그때마다 그립고 그리운 우리 엄니….”
음식을 하면 할수록 손맛도 늘고, 허기도 채울 수 있었지만, 그리움은 더욱 짙어졌다. 아무리 해도 전에 먹던 그 맛이 나지 않으니 헛헛할 수밖에 없다고.
“요즘처럼 추울 때 엄마는 김치콩나물밥을 해주시곤 했죠. 가난한 살림에 푸성귀도 없으니 엄마 나름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한 끼였을 거예요. 지금은 그 소박한 김치콩나물밥에 소고기까지 넣어 먹는 호사를 누리는데도 엄마가 해주시던 것만 못하네요. 가마솥에 지은 김치콩나물밥에 엄니표 양념간장 쓱쓱 비벼 먹던 그 추운 겨울날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김수미는 줄곧 자신의 음식은 ‘엄마를 향한 그리움과 사랑’이라 표현했다. 때문에 편의점 도시락으로 식사를 하는 젊은이나 인스턴트로 아이들 끼니를 해결하는 주부들이 늘어나는 현실에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냉동, 반조리 식품 먹고 자란 아이가 성인이 됐을 때, 어떤 음식으로 엄마를 추억할까 싶어요. 두부 한 모를 썰더라도 엄마의 손길이 닿으면 그 음식에 온기가 더해지고 영혼이 담기는 거거든요. 그렇게 정성스러운 음식을 먹으면 마음이 온순해지고, 순간 행복을 느낄 수 있죠. 나이 먹어서도 마찬가지예요. 난 예전에 행복은 어디 다락이나 보자기에 싸서 놓은 줄로만 알았어요. 근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에 숟가락 푹 담그면서 밥 먹는 거.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이 있는 삶. 그게 바로 행복이지.”
“훌륭한 음식은 영혼을 감동시킨다”고 말하는 김수미에게 ‘소울푸드(soul food)’는 무엇인지 물었다. 단박에 ‘된장찌개’라고 대답한다. 구십까지 살아도 된장찌개와 총각김치만 있으면 다른 반찬 필요 없다는 그녀. 본인 입맛은 소탈하지만, 맛있는 반찬 소개하려 아낌없이 재료를 쓴 것이 뜻하지 않게 오해를 사기도 했다.
“방송 1회 때 고사리보리굴비조림을 했어요. 당시 재료비로 따지면 제주산 고사리라 5만 원은 넘게 줘야 사고, 보리굴비도 10만 원은 했을 거예요. 그걸 보고 한 시청자가 댓글을 달았더라고요. ‘김수미 씨는 돈 잘 버니까 비싼 재료도 막 쓰는 거 아니냐’라고요. 생각해보니까 누가 집에서 한 끼 반찬에 15만 원씩 주고 먹겠나 싶은 거죠. 그 댓글이 참 귀하게 다가왔어요. 그래서 요즘엔 진미채, 감자볶음처럼 1만 원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반찬으로 준비해요. 앞으로도 ‘수미네 반찬’에서는 비싼 재료 안 쓸 생각입니다.”
끝이 아닌 마지막 인사
‘그리운 것은 말하지 않겠다’, ‘나는 가끔 도망가 버리고 싶다’, ‘미안하다 사랑해서’, ‘그해 봄 나는 중이 되고 싶었다’, ‘너를 보면 살고 싶다’. 제목만 봐도 글쓴이의 심정을 알 것 같은 이 책들의 저자는 바로 김수미. 국문학도를 꿈꿨지만 대학 진학을 못한 아쉬움을 독서와 글쓰기로 달래며 살았다. 에세이와 소설, 레시피북까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그동안 내놓은 책만 10여 권. 그리고 최근 마지막 에세이 ‘안녕히 계세요’를 집필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마지막’이라니. 그 의미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칠십이 넘었는데 내일 당장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내가 워낙 준비성이 철저하거든. 준비할 수 있을 때 준비하자, 주변 분들에게 여유 있게 인사 남기고 가자는 마음으로 ‘안녕히 계세요’를 쓰기 시작했죠. 마지막 에세이라고 했지만, 책 내고 한 5년, 10년 더 살면 어때요. 그럼 더 좋은 거지. 걱정 마세요 여러분, 저 당장 안 죽어요!(웃음)”
이번 책에는 어린 시절부터 살면서 겪은 충격적인 사건들까지 모두 담아낼 계획이란다. 그렇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난 뒤의 삶은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조용필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의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 이 가사가 참 좋아요. 내가 위대한 사람 같으면 괜찮은데, 나는 너무 하찮기 때문에 꼭 흔적을 남기고 싶어요. 시골에서 올라와 이만큼 고생했는데, 그 흔적조차 안 남기면 내 한이 풀릴 것 같지 않아. 그래서 자꾸 뭐든 흔적을 남기려 해요. 앞으로는 그 흔적 중 하나가 ‘수미네 반찬’이 되지 않을까요? 이 프로그램은 애당초 계약 조건을 ‘선생님(김수미)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렇게 해서 사인했어요. 내가 죽기 전까지 ‘수미네 반찬’은 계속할 거예요.”
브라보 마이라이프의 동년기자 단체관람이 있어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이 연극을 감상했다. 일요일 공연 캐스팅으로 배우 이순재, 손숙이 출연했다. 2년 전 영화로 본 작품이었다. 영화는 추창민 감독 작품으로 이순재(김만석 역), 故 윤소정(송이뿐 역), 송재호(장군봉 역), 김수미(조순이 역)가 출연했다. 영화와 연극의 차이는 시간적인 기억력을 감안하더라도 연극이 더 와 닿았다. 연극은 한정된 공간에 마련된 무대에서 배우들이 연기하기 때문에 몰입도 잘 되고 더 실감났다. 가까이에서 배우들이 직접 육성으로 연기하기 때문에 감동이 더 크다. 생일 축하 장면에서는 관객들이 같이 박수도 쳐 주는 공감대가 쉽게 형성된다.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육두문자가 구수하고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 연극에서 80대인 이순재와 70대인 손숙은 존재감을 제대로 보여줬다. 공연시간 100분 동안을 거의 모두 출연하면서 그 많은 대사들을 어떻게 외우고 연기하는지 감탄이 나올 만하다.
이 작품은 40대 중반의 인기 웹 툰 작가 강풀 원작이다. 노인에게도 사랑이 있다는 내용 때문에 당시 화제가 됐다. 과연 노인들도 젊은 사람들처럼 사랑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게 해준다. 그러나 필자나 주변 또래를 볼 때 ‘사랑’은 무리이다.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제목이지만, 그건 사랑을 남발하는 것이다. ‘사랑’은 좀 심하고 ‘호감’ 정도가 맞을 것 같다. “그대를 좋아합니다” 정도로 했으면 무리가 없었을 것 같다.
이 작품에서 고민하게 해주는 점은 몇 가지 있다. 송 여사가 그렇게 잘해주는 만석을 떠나는 것이다. 이유는 “사랑하기 때문에”로 보면 된다. 늙어서 만나 서로 사랑하다가 같이 여생을 보내기가 쉽지 않다. 호적이나 재산권 문제 때문에 자녀들 눈치도 봐야 한다. 장군봉의 경우도 동반 자살을 앞두고 자식들을 부르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안 온다. 요즘 우리 자녀들의 전형적인 행태이다. 죽음을 앞두고 자식들을 불러 모으고 싶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제 발로 자주 오는 자식들이 아니라면 그렇게 불러 모아 봐야 별 기대할 것도 없다. 맺어질 수 없는 노인들의 사랑, 치매, 동반 자살 등 70세 중반 노인들의 어두운 면이 콧등을 시큰하게 만들었다.
김수미 씨와는 각종 행사장에서 몇 차례 마주친 적이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말을 트고 지낸 건 ‘문화예술 최고위과정’에서다. 당시 내가 사회를 봤는데 귀빈소개를 할 때 “국민가수 하면 조용필이 있고, 국민여배우 하면 이분이다”라고 분위기를 띄우면서 그녀를 소개했다. 그날 식사시간에 같은 테이블에 앉아 도란도란 얘기하면서 친해졌다.
그녀와 만나 직접 대화를 하기 전에는 “배우 김수미의 연기는 최고지만 여자로서는 내 타입이 아니다”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 이유는 생김새를 떠나 우선 드세 보이는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 후 또 다른 식사 자리에서 깊은 얘기를 나눈 후 내 선입견이 완전히 잘못된 것이었음을 자성했다.
천생 여자이면서 천사같이 착한 마음씨를 지녔고 삶의 철학도 깊었다. 호불호(好不好)가 강한 것도 이봉규와 코드가 맞았다. 나는 김수미 씨가 좋지만 두세 번 만나 식사를 한 나를 그녀가 좋아할지는 알 수 없었다. 어찌되었건 나는 그녀의 성격이 마음에 든다.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간도 쓸개도 다 줄 만큼 천사같이 헌신적이다. 반대로 마음에 안 들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싫다는 표현을 확실하게 하고 만다. 그래서 마음을 주고받는 친구도 많지만, 그녀의 화끈한 호불호 성격 때문에 가끔 불화의 구설수에 오르내리기도 한다. 김수미의 친구들은 하나같이 그녀가 직접 만든 정성스런 음식 선물을 안 받아본 사람이 없다.
서두에 설명한 ‘문화예술 최고위과정’에서 강원도 홍천으로 워크숍을 갔을 때, 김수미는 일정상 참석하지 못했다. 그 대신 그녀가 직접 담근 열무김치, 묵은지, 간장게장, 보리굴비 등 100인분이 봉고차로 배달되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며칠간 잠도 제대로 못 자고 100명이나 되는 원우들을 위해 준비했던 것. 그런데 그 맛이 일품이어서 또 한 번 기절초풍했다. 여러 방송을 통해 김수미의 요리 솜씨는 이미 잘 알고 있었지만 직접 맛을 보고는 무르팍을 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그 많은 양의 김치와 간장게장을 만들었는데 이토록 맛있을 수가? 공장도 아닌 보통 가정에서 음식의 양이 많아지면 맛을 내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열무김치는 날짜에 맞춰 적당히 익힌 것이라서 그 정성도 대단했다. 거기 모인 요리깨나 한다는 여인네들이 이구동성으로 혀를 찼다. 배우로서 방송인으로서 엄청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힘든 그녀가 어떻게 100인분의 양을 준비했고 이렇게 맛까지 있을까? 그녀는 그 이유에 대해 “내가 이 평생에 제일 그립고 행복했던 시절이 어렸을 때 우리 집 평상에서 쭉 식구들이 둘러앉아 밥 먹을 때였다. 그 추억이 너무 좋고 엄마가 보고 싶으면 나도 모르게 부엌으로 들어가서 엄마가 해줬던 음식을 해본다. 자주 부엌에 들어가 요리를 해왔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음식을 만들어도 힘들지 않고 즐겁다”고 말했다.
밥 잘해주고 사람 잘 챙기는 누나
최근 방송국에서도 그녀의 요리를 높이 사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바로 tvN의 ‘수미네 반찬’이다. 이 방송에서 김수미가 다양한 요리를 선보였는데 그중 단연 눈에 돋보인 요리는 묵은지볶음. 그녀는 자신만의 독특한 노하우를 설명할 때 강한 카리스마를 선보이며 요리 솜씨와 산전수전 다 겪은 인생 대가의 면모를 뽐냈다. 방송 후 각종 매체에서 분석한 전문가들의 평가에 따르면, “세련되거나 자극적인 맛은 없지만 묵직하게 전해지는 정성, ‘수미네 반찬’이 매일 먹는 우리 밥상을 더욱 따스하게 만들어줬고 밥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웠다. 정확한 계량 대신 정성으로 이뤄진 김수미의 레시피는 브라운관을 넘어 안방까지 훈훈함을 전했다”고 극찬했다.
특히 ‘눈대중’이 주목을 끌었는데. 끓는 물에 묵은지와 무청, 올리브유를 넣어주는 과정에서 물은 ‘자박자박하게’ 올리브유는 ‘니글거리지 않도록 알아서’ 조절하라며 그녀 특유의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설명해 스튜디오에 있던 방송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그녀는 계량컵이나 온도계 그리고 시간계측기 등을 사용하지 않고 대충대충 눈대중으로 요리를 한다. 그 모습은 마치 요리 전문가가 아닌 보통 우리네 엄마가 부엌에서 음식을 만드는 모습과 오버랩이 되어 더 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본다.
이를 반영하듯 시청률은 1회 3.6%(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에서 2회 4.5%로 껑충 뛰었다. 특히 오후 8시라는 시간대의 한계와 지방선거 개표 등의 이슈에도 불구하고 케이블 및 종편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기에 그 의미가 더 컸다. 방송에 같이 참여한 셰프들이 김수미의 호통에 꼼짝 못하는 것도 그녀의 캐릭터에 눌려서라기보다 김수미식 눈대중의 절묘함에 기가 죽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녀만의 독설유머에 반한 대중
외국의 요리학교나 학원에서 유명한 강사로부터 다년간 가르침을 받았거나 수련을 통해 완성해낸 레시피를 가지고 각종 방송 등에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셰프들이 이날은 김수미 앞에서 꼼짝 못하고 오그라들 수밖에 없었다. 배우 김혜자와는 매우 절친한 사이이고 둘 다 한국인의 대표적인 어머니를 연상케 하지만, 이미지는 많이 다르다.
김혜자가 전형적인 현모양처의 이미지라면, 김수미는 억척스럽고 성격 괄괄한 욕쟁이 어머니 이미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김수미가 오히려 요리의 달인이고 정작 현모양처 이미지인 김혜자는 찌개도 제대로 못 끓인다고 소문이 나 있다. 요리 말고 김수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몇 개 있지만 그중 하나가 독설유머다. 한량 이봉규도 나름대로 독설유머를 한다고는 하지만 김수미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이다. 그녀의 그런 점을 내가 존경하기에 김수미의 팬인지도 모른다. 또한 나의 그런 면을 좋아하는 내 아내도 김수미의 광팬이다. 어느 행사장에서 한 강연자가 강연 도중 다소 흥분이 되기도 했고 청중의 주목을 끌기 위해 일본인을 비하하는 약간 과한 발언을 했다. “일본 놈들이~”를 연발하며 강연을 이어가던 중 청중 속 중앙 테이블에 앉아 있던 김수미가 “나 일본 사람인데!” 하고 크게 외쳤다. 청중들 사이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고 강연자는 웃으면서 “그런 줄도 모르고 놈~놈~이라고 자꾸 말해서 죄송합니다”라고 받아치며 그 장면을 모두가 재미있게 넘겼다. 김수미의 독설유머 한 방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이다. 김수미의 독설유머 일화는 차고 넘친다.
최근 방송된 SBS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서도 김수미가 이상민, 탁재훈에게 독설을 날렸다. 이날 방송에 출연한 김수미를 사이에 두고 이상민과 탁재훈이 폭로전을 벌였는데 그 치열한 설전은 지켜보던 ‘母벤저스’들이 “두 아들이 서로 엄마한테 고발하는 것 같아”라고 말할 정도였다. 탁재훈이 먼저 자신의 농담을 잘 받아주지 않는 이상민을 향해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자 이를 들은 김수미가 “빚에 쪼들리다 보니 유머감각이 없어진 거 아니야?”라고 말해 이상민을 당황하게 했다. 이에 질세라 이상민도 탁재훈의 암흑기 시절을 폭로하며 반격하자, 김수미는 탁재훈에게도 “뜨거운 밥, 찬밥 가릴 때가 아니다”, “너 어렸을 때 엄마 말 안 들었지?”라며 독설유머를 날렸다. 또 계속되는 두 사람의 유치한 폭로전을 김수미가 듣고 있다가 “너희들 중2니?”라며 일갈해 녹화장을 초토화시켜버렸다. 그녀는 자신이 유머를 좋아해서 그런지 “나는 재미있는 사람을 좋아해!”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닌다.
종잡을 수 없는 마력의 배우
마지막으로 김수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로 하나만 더 말하라면, 아무래도 ‘전원일기’의 ‘일용 엄니’를 빼놓을 수 없다. 그녀는 21년간이나 일용 엄니 배역으로 열연했는데, 처음 촬영할 당시 32세의 나이에서 노인 연기까지 역대급 연기로 칭송받고 있다. 게다가 아들인 일용이 역의 박은수보다 그녀는 나이가 어렸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 사실을 털어놓은 적이 있는데, 녹화 때 “일용이 너 이눔 시키” 하고 혼내다가 촬영이 끝나고 나면 시치미 뚝 떼고 “선배님, 수고하셨습니다”라고 공손히 인사했다고 한다. 나와 아내는 최근 KTV에서 ‘전원일기’를 매일 방영하는 탓에 푹 빠져 산다. 2002년 겨울에 끝났으니까 오래전 드라마인데도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훌륭한 작품이다. 김수미의 맛깔스런 일용 엄니 연기는 가희 일품이다. 20년 전에 지금 김수미 나이의 연기를 했으니 그만큼 인생을 더 살았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그녀의 내공이 깊은 건지도 모른다. 드라마 배역에 열중하면 그 인물이 된다고들 흔히 말한다. 김수미의 실제 나이는 70이지만 경험한 나이는 100세쯤 되어 보인다. 그런데 외모와 패션의 나이는 거꾸로 50쯤 되어 보인다. 종잡을 수 없는 김수미의 모든 면이 매력으로 발산되어 국민여배우의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는 것 같다.
30년쯤 연기생활을 더 보태 국민여배우를 넘어 국보가 되는 날을 같이 맞이하고 싶다. 그러려면 나부터 건강을 야무지게 챙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