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알레르기 비염, 완치 안 되는 병이라고?
- 포근한 봄철, 꽃이 피고 꽃가루가 날리는 모습이 아름답다. 그러나 이 때문에 알레르기 비염 환자들은 고통을 호소한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전체 인구의 10~30%에 이를 정도로 흔한 질환이 됐지만, 경증으로 여기기엔 위험할 수 있다. 알레르기 비염에 대한 궁금증을 곽장욱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와 함께 풀어봤다. 알레르기 비염은 코점막이 특정 물질(원인 항원)에 대해 과민반응을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발작적인 재채기, 맑은 콧물, 코막힘, 가려움증이 주요 증상이다. 눈 주위 가려움, 눈 충혈, 두통, 후각 감퇴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곽장욱 교수는 “알레르기 비염의 치료를 위해서는 원인 항원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꽃가루가 원인 항원이 되어 발생하는 ‘계절성 비염’과 집먼지진드기, 바퀴벌레 등이 항원이 되어 일 년 내내 나타나는 ‘통년성 비염’으로 나뉜다”고 말했다. 알레르기 비염 치료 방법은 크게 4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주변 환경을 조절해서 최대한 원인 물질에 노출되는 상황을 피하는 환경요법 혹은 회피요법이다. 두 번째는 스테로이드 스프레이, 항히스타민제 등을 통한 약물 치료다. 세 번째는 면역 치료가 있으며, 그래도 호전되지 않는다면 수술 치료까지 고려한다. Q. 중장년층에게 알레르기 비염이 위험한 질환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알레르기 비염은 천식이나 수면장애 같은 장기적으로 위험한 질환과 높은 연관성을 보입니다. 천식은 비가역적인 폐 기능 저하를 유발하고, 급성 악화로 인한 응급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으며, 폐렴과 같은 치명적인 폐질환에 취약하게 만듭니다. 수면무호흡과 수면장애는 뇌졸중, 심근경색, 당뇨, 고혈압 같은 성인병과 밀접한 관련성을 보인다고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2023년 기준 국내 사망 원인 2위, 4위, 5위가 각각 심장 질환, 폐렴, 뇌혈관 질환입니다. 알레르기 비염으로 인해 악화될 수 있는 천식이나 수면장애와 합병증이 장기적으로 중장년층에게 치명적인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Q. 알레르기 비염은 어린 시절 못 고치면 평생 앓는 질환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사실인가요? A. 알레르기는 어린 시절 고치지 못하면 완치되지 못한다기보다, 아직 완치 개념이 없다고 하는 게 좀 더 맞는 표현이겠습니다. 다만 어린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알레르기를 관리해주고 치료한다면 코막힘이 만성화될 가능성을 줄일 수 있고, 이로 인한 축농증이나 코골이, 수면장애 등의 가능성도 낮출 수 있겠습니다. 또 천식도 비염을 잘 관리하면 급성 악화로 인한 입원, 응급실 방문 빈도가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Q. 알레르기 비염과 감기는 증상이 비슷한데 어떻게 구별할 수 있나요? A. 초기에는 두 질환 모두 코막힘이나 콧물이 나타나 비슷해 보이지만, 몇 가지 포인트에 집중하면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먼저 증상 측면에서 감기는 보통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인후염, 비염 증상을 보이는 걸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삼킬 때 목 통증, 발열, 근육통 같은 전신 증상이 함께 나타나고, 며칠에 걸쳐 서서히 악화됩니다. 알레르기 비염은 이와 달리 특정 물질에 대한 과민반응으로 인해 나타납니다. 그래서 원인 물질에 노출되면 곧바로 재채기와 코 가려움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근육통 같은 전신 증상이 동반되는 것은 드뭅니다. 병력과 관련해서 감기의 경우 특정 바이러스에 걸렸을 때만 증상이 있으며 평소에는 비염 증상 없이 지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알레르기 비염은 환자분이 만성적으로 비염 증상을 앓고 있거나, 특정 계절마다 증상이 반복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Q. 알레르기 비염이 심해지면 축농증이나 천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나요? A. 알레르기가 코를 침범하면 알레르기 비염, 폐와 기관지를 침범하면 천식으로 진행되는 식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그래서 실제로 비염과 천식은 상당한 관련성이 있다고 봅니다. 또한 알레르기 비염을 앓다 보면 콧물도 많아지고, 코점막도 붓고, 분비물을 이송하는 기능도 떨어지니 축농증이 잘 생길 거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연구마다 연관성에 대한 결과가 다르게 나오고 있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Q. 최근 계속 발전하고 있는 치료법인 면역 치료가 궁금합니다. A. 일부러 원인 물질에 지속 노출해서 과민반응 자체를 줄여보는, 즉 체질 개선을 기대하는 치료입니다. 약물 치료로 호전이 없거나, 1년 내내 약을 써야 해서 힘든 분들의 경우 시행을 고려해볼 수 있겠습니다. 알약으로 복용하는 ‘설하 면역요법’과 주사제로 시행하는 ‘피하 면역요법’이 있습니다. 비염 증상과 응급 약물의 사용 빈도를 30~40%까지 감소시키고, 천식 같은 질환으로의 이행도 줄여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Q. 알레르기 비염 개선에 도움 되는 생활 습관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A. 환자들에게 좋은 생활 요법으로 생리식염수 코 세척을 추천합니다. 부은 코점막을 가라앉히고, 비강 내부의 이물질을 제거하며, 염증 유발인자를 감소시켜줍니다. 단, 이는 근본적인 치료는 아니고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는 것이므로, 회피요법 및 약물 치료와 병행할 것을 권고합니다. 또한 기본적인 공통 생활 수칙은 미세먼지, 온도 변화, 담배 연기나 매연, 음주를 피하고, 주변을 청결하게 하는 것입니다. 꽃가루가 많은 계절에는 창문을 닫고,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좋습니다. 애완동물이 원인인 환자는 가능하면 애완동물을 기르지 않는 것이 좋으나, 어려운 경우라면 자주 샴푸 목욕을 시키고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집먼지진드기 방지를 위해 침대 커버는 삶는 게 좋고, 가능한 한 자주 교체해주며, 천보다는 가죽으로 된 가구를 사용해야 합니다. [도움말 곽장욱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 2024-05-28 08:23
-
- 농업 기술 혁명, 초보 농부도 베테랑으로
- ICT, AI, IoT, 로봇 및 자율주행 기술이 불러온 4차 산업혁명은 애그리테크(Agritech)에도 혁명의 바람을 일으켰다. 오랜 농사 경험을 빅데이터로 순식간에 얻고, 청년들의 노동력을 로봇으로 대신하며, 악천후에 직관적 판단은 AI가 내리는 등 초보 농부가 단숨에 베테랑 농부를 따라잡게 된 것이다. 이러한 농업 첨단기술은 농사의 시행착오를 줄임으로써 자칫 귀촌이 노후 리스크가 될 수 있는 중장년에게 큰 조력자 역할을 한다. ◇ 인공지능 스마트 관개 시스템 초보 농부의 난관 중 하나는 논밭에 물 대기다. 대부분의 관개(灌漑) 작업은 정확한 데이터보다 농부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농업 기술을 세계 최초로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이 개발했다. 바로 ‘작물 수분 스트레스 진단 및 AI 기반 적정 수분 공급 기술’이다. ‘인공지능 스마트 관개 시스템’은 작물 재배 환경을 정확하게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시기에 적정량의 물을 공급해 작물의 생육을 촉진, 수확량 및 품질을 향상시킨다. 아울러 작물의 생체반응, 즉 엽온(葉溫)을 측정·분석해 스트레스까지 진단한다. 해당 시스템을 사과, 복숭아 재배에 적용했을 때 수확량(18~34%) 및 품질(8~64%) 향상, 물 사용량(25~31%) 및 물 관리 시간(95%) 절감 효과를 보였다. ◇ 농장 단위 맞춤형 기상·재해 예측 경보 서비스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로 농업 분야의 기상·재해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농진청에서는 농장 단위의 상세한 기상·재해 예측 알고리즘을 개발해 사전 알림 서비스를 시행한다. 이는 위치 기반 서비스 응용 사례 가운데 농업-기상-ICT 융합 실용화의 첫 사례다. 일반적인 기상청 예보의 경우 읍면 규모(5×5㎢)지만 농진청 농장 예보는 개별 농장(30×30㎡) 규모로 더욱 정밀하다. 해당 서비스는 기상 요소(기온, 강수량 등 11종), 농장 재해(가뭄, 저온해 등 15종) 정보 및 작물 30종(사과, 배 등)에 대한 생육 단계별 맞춤형 대책(사전·즉시·사후)을 알려준다. 2019년 기준 섬진강 수계의 24개 시·군을 대상으로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하고, 서비스를 원하는 1만 549개 농가(1만 7624필지)를 대상으로 실시 중이다. ◇ 지능형 자율주행 무인 방제 로봇 농업 인구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문제를 해결하고 생산성과 작업 편의성을 향상하려면 농작업의 자동화 및 로봇화가 필수다. 이에 과일나무의 형상을 인식해 과수에만 농약 살포가 가능한 지능형 방제 시스템과 자율주행 플랫폼을 융합해 과원용 방제 로봇을 개발했다. GPS 및 라이다(LiDAR, 레이저 펄스를 이용해 물체의 거리를 측정하고 이미지화하는 기술) 기반 자율주행 기술로 제초 작업, 병해충 방제, 수확을 대신하는 농업 로봇이다. 고역 작업인 농약 살포에 로봇을 활용함으로써 인력 대체 실현이 가능할뿐더러, 농약 사용 30% 절감 및 비용 절약 이점이 생긴다. 방제 로봇의 경우 지난해 현장 접목 연구를 통해 올해 시범 보급사업 및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이와 더불어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는 디지털 사과 과수원 연구를 진행, 무인 자동 약제 살포 장치와 가지치기·꽃따기 기계에 대한 실증을 마쳤다. 기존 고속 분무기로 1㏊를 방제하려면 평균 3~4시간 걸리지만, 무인 자동 약제 살포 장치로는 20∼30분 만에 전면 방제가 가능하다. 스마트폰 앱으로도 병해충을 방제할 수 있어 편리하다. 가지치기, 꽃따기, 잎 솎기 등 수작업으로 해오던 일도 이 기계를 이용하면 1㏊ 기준 300~500시간 이상 걸리던 작업을 8시간 만에 마칠 수 있다. ◇ 화분 매개용 디지털 벌통 지난해부터 이상기후로 인해 야생 화분 매개자(Pollinator)가 대거 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과채류의 67%가량은 꿀벌, 뒤영벌 등 화분 매개용 벌에 의존하는 형편이라 그 심각성이 커졌다. 이에 IoT 기술을 적용한 ‘화분 매개용 디지털 벌통’을 개발해냈다. 디지털 벌통은 벌통 내부의 온도, 습도, 탄산가스 농도를 모니터링해 자동으로 최적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 벌통 입구에 이미지 프로세싱 및 딥러닝 기술을 접목한 카메라와 디지털 센서로 벌의 크기, 형태, 색깔을 학습시켜 실시간으로 벌의 활동량 측정·관리가 가능하다. 벌의 활동량이 떨어지거나 움직임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농가에서 바로 건강한 벌로 교체할 수도 있다. 이러한 기술은 기존 대비 화분 매개 활동량을 2.3배, 작물 수정률을 1.2배 끌어올렸다. 최근 농촌 고령화,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노동력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벌이 벌집에서 나갈 때 꽃가루를 자동으로 묻혀 나가는 ‘자동 꽃가루 부착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벌의 주광성과 정전기 힘을 이용한 것인데, 부착기를 설치한 벌통에 수정용 꽃가루를 넣기만 하면 된다. 벌이 사람 대신 직접 수분 작업을 해내며 노동력이 감소된다. 키위 농가의 경우 노동 비용은 70% 줄었고 생산량은 20% 이상 오르며 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 ◇ 모바일 다목적 스마트 영상 물꼬 논에 물을 넣고 빼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동력을 투입해야 하기에, 고령의 초보 농부가 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휴대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논물 수위를 확인하고 자동으로 물꼬를 여닫을 수 있는 스마트 영상 물꼬 시스템이 개발됐다. 스마트 영상 물꼬는 PTZ 카메라(Pan Tilt Zoom, 원격 회전, 줌 조정이 가능한 카메라) 및 수위 센서를 이용해 논물 양을 실시간으로 촬영, 분석한다. 농부는 논에 직접 가지 않고도 모바일 앱과 웹을 통해 물 조절뿐만 아니라 생육 및 수로 상황을 점검할 수 있다. 이에 대한 기록도 남아 빅데이터나 AI 모델에 적용하면 스마트한 작물 재배가 가능하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의 저탄소 물 관리 시범사업을 통해 확산돼 온실가스 감축 사업 지역 중 고양시 등 9개 지역에 영상 물꼬 설치·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 스마트 트랩 병해충 예찰 진단 시스템 해충 번식으로 인한 작물 피해가 속출하며, ICT 기반 병해충 예찰 무인 자동화 기술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이에 온실에 발생한 해충을 유인하고 관련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확인하는 스마트 트랩(지능형 덫)이 전국에 보급됐다. 지난 5월 농진청은 경남 함안군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시설원예연구소에서 ‘스마트 트랩을 이용한 해충 자동 예찰 기술 시연회’를 열었다. 스마트 트랩은 성 페로몬 및 LED(385㎚) 발광으로 해충을 유인, 이미지 분석 기술을 사용해 온실 내 병해충 방제 정보를 제공한다. 딥러닝을 활용한 나방류 이미지 분석 결과 및 스마트 온실 내 온·습도 진단, 방제 기술 정보 등을 모바일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로써 실시간으로 해충 진단 정보를 받아 빠르고 효과적으로 방제 여부를 결정, 해충으로 인한 작물 피해 최소화에 기여한다. ◇ AI 기반 농산물 시세 및 경락 정보 서비스 농식품 스타트업 ‘록야’는 AI 기반 농산물 시세 예측 시스템 ‘테란’(TERRAN), 작물별 생육 정보 분석·의사결정 서비스 ‘잘키움’, 노지 작물 재해 기상 정보 제공 서비스 ‘FWRM’ 등 신기술을 접목한 농사 솔루션을 제공한다. 특히 빅데이터와 AI 전문가들이 공들여 만든 ‘테란’의 경우 농산물 가격 변동을 다각도로 분석해 표준화된 농산물 가격 정보를 내놓는다. 강원도의 경우 지자체 최초로 ‘테란’을 도입해 농산물 수급 및 출하 등 정책 수립에 활용할 방침이다. 권민수 록야 공동대표는 “귀촌 후 농사 초반에는 재배도 어렵지만, 애써 키운 농작물을 판매·유통하는 과정도 난항을 겪는다. 수요자에게 저렴하면서도 이윤이 남는 적정선이 얼마일지, 또 그 가격이 한 달 뒤에도 유효할지 등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농산물의 가격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분석해 생산자가 적합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디지털 농업 기술이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권 대표는 주식 시장처럼 AI를 기반으로 농산물 시장의 가격을 표준화하고 농산물의 전체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KAPI 지수’를 개발했다. 그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주 고객이지만, 일반 농업 생산자를 위한 보급형 앱 ‘테란 라이트’를 3개월에 6000원 선으로 저렴하게 내놓았다. 작물의 경락 정보를 분석한 AI 뉴스 및 경락 가격 그래프, 전문가 리포트 등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초보 농사꾼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및 일러스트=농촌진흥청 제공]
- 2022-08-01 08:13
-
- 백신보험 아닌 백신보험, 금감원 주의보 발령
- 백신 예방접종을 받는 시니어들은 백신보험에 가입할 때 더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에 ‘백신보험’으로 판매되는 상품들이 실제로 백신 부작용을 제대로 보장하고 있지 않아서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지난 3일 이른바 ‘백신보험’으로 보험사가 시판 중인 상품들에 대한 소비자 유의사항을 발표했다. 백신보험으로 알려진 상품들은 대부분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보험’이며, 백신 접종에 따른 모든 부작용을 보장하는 게 아닌 만큼 가입에 유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아나필락시스 쇼크는 약제, 음식물, 곤충, 꽃가루 같은 외부 자극으로 인해 가려움증, 두드러기, 부종, 호흡곤란 등 증상이 나타나는 중증 알레르기 반응이다. 백신 접종의 부작용 중 하나지만 백신 접종이 쇼크의 직접 원인으로 인정되는 확률은 0.0006%다. 이는 100만 명 중 6명꼴이다. 올해 상반기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지난 3월 25일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 보험이 처음 출시됐다. 지난달 16일 기준 생명보험사 6곳, 손해보험사 7곳에서 해당 상품을 판매 중이다. 아나필락시스 쇼크 진단 시 최초 1회 또는 연 1회 100만~200만 원의 보험금을 지급한다. 보험료는 연간 2000원 미만 수준이다. 현재까지 체결된 계약은 20만 건 정도다. 문제는 일부 업체가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 보험에 ‘백신 보험’이라는 명칭을 붙였다는 점이다.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 보험은 근육통, 두통, 혈전같이 흔한 백신 부작용을 보장하지 않는다. 0.0006% 확률로 발생하는 아나필락시스 쇼크만 보장하면서 백신 접종에 대한 불안 심리를 이용해 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광고에 유의해야 한다는 게 금감원 측 설명이다. 시니어들의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이용해 보험회사 제휴업체들이 무료로 이 보험에 가입시켜주고 있다. 그러나 무료보험 가입 대신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금감원은 보험사마다 상품구조, 보장요건, 보장금액이 다르므로 가입할 때 상품 주요내용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또 보험사고 발생 시 보험금을 지급하는 곳은 보험회사이므로 제휴업체가 아닌 보험회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금감원은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 보험을 팔 때 ‘코로나 백신 보험’ 같은 용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광고 심의를 강화할 예정이다. 또 제휴업체를 통해 상품에 가입하는 소비자에게도 상품의 주요 내용을 안내하도록 유도한다.
- 2021-08-04 10:51
-
- 불타는 청춘에서 언급한 ‘세상에 없는 초록색 꽃’, 시니어들은 있다고?
- 예능 프로그램 ‘불타는 청춘’ 11일 방송에서 배우 최성국이 어떤 퀴즈 프로그램에서 나온 문제라며 즉석에서 불타는 청춘 원년 멤버들에게 퀴즈를 냈다. “세상에 없는 꽃 색깔은 뭘까?”라는 문제다. 함께한 배우 김광규가 ‘초록색’이라고 대답하자, 최성국이 맞다고 응수했다. 이어 가수 강수지가 최성국의 기억력을 칭찬했다. 불타는 청춘에 나오는 연예인들은 대부분 50대로 액티브 시니어 계층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런데 불타는 청춘에 나온 연예인 시니어들의 말대로 세상에 초록색 꽃이 정말 없을까? 사실 자연과 익숙한 어르신들도 헷갈리는 문제다. 하지만 다양한 꽃을 알고, 많은 꽃을 봐온 적지 않은 시니어들이 이날 방송을 본 뒤, 초록색 꽃을 본 기억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 커뮤니티에서 시니어 회원인 50대 A씨는 “정말 초록색 꽃이 없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하며, 사진이 촬영했던 연복초와 등대풀 꽃 사진을 게시글에 첨부했다. 회원 B씨는 “초록색 꽃 중에 인상 깊은 건 ‘반하’였다”고 말했다. 그러자 회원 C씨는 “그건 꽃이 아니고, 불염포라고 해서 포엽이 꽃차례를 뒤덮어 감싼 것”이라고 말했다. 반하의 꽃은 일반적인 꽃 모양과 달라 일반인이 착각하는 사례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은 꽃과 잎 구분에서도 혼선을 빚는다. 그렇다 보니 경험이 많은 시니어들도 쉽게 초록색 꽃이 있다, 없다고 결론을 내리기를 주저한다. 사진에 나타난 연복초와 등대풀 꽃은 분명하게 초록이었다. 그런데 백과사전을 찾아보니 조금 다른 내용이 나온다. ‘연복초는 높이 8∼17cm로 자라며, 뿌리잎은 잎자루가 길고 세 장의 작은 겹잎으로 나며 작은 잎에 톱니가 있다. (중략) 꽃은 4월에 피고 황록색이며, 원대 끝에 5개 내외가 둥글게 모여 달린다. (중략) 등대풀은 높이가 30cm에 달하며 밑부분에서 가지가 갈라진다. (중략) 꽃은 황록색으로 5월에 피며 열매는 삭과다.’ 백과사전 등을 참고하면 연복초와 등대풀은 처음에는 초록색으로 꽃이 피다가 나중에 노란색에 가깝게 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충북농업기술원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가시가 없는 초록색 장미인 ‘그린펄’도 비슷하다. 2011년에 보험품종으로 등록한 이 장미는 꽃잎 색이 초록색인 것이 특징인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꽃잎 색이 노란색에 가깝게 변한다. 2014년에 음성 꽃동네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 장미를 선물로 받아 더 유명해졌다. 연복초 꽃과 등대풀 꽃, 그린펄을 초록색으로 봐도 될지 백과사전 등의 설명으로 매듭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 이에 꽃에 대한 기원을 살펴본 뒤, 전문가에게 물어봤다. 과학자들은 꽃은 원래 처음 생길 때 초록색이었는데, 진화하면서 색과 모양이 다양하게 변했다고 추정한다. 그리고 아직도 초록색 흔적을 가진 꽃이 남아 있다고 말한다. 초록색 꽃이 있다는 얘기다. 지구에 살았던 초기 식물들이 모두 초록색 꽃을 피웠는데, 이 식물들이 곤충에게 꿀을 주고 그 대가로 꽃가루를 묻혀 번식하는 방법을 선택하기 시작하면서 식물 간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에 식물이 꿀벌 같은 주요 곤충에게 집중하게 됐고, 꽃이 색과 모양을 다르게 하면서 진화했다는 설명이다. 국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생식물은 7월에 가장 많은 종이 꽃을 피운다. 가장 많은 꽃 색은 노란색 계통으로 32%다. 다음으로는 흰색 계통이 28%, 파란색 계통이 27%로 비슷했고, 다음으로 빨간색 계통 순이다. 초록색은 노란색 계통에 포함된다. 최종적으로 식물에 대한 전문가 집단인 국립수목원에 문의했다. 이에 국립수목원 관계자는 “세잎나무꽃, 화살나무꽃, 나래회나무꽃 등 초록색 꽃을 가진 식물이 많다”며 “연복초도 떨어질 때 노란색으로 바뀌는 초록색 꽃”이라고 설명했다. 최성국이 어떤 퀴즈 프로그램을 봤는지는 알 수 없지만 1980년대처럼 정보가 충분하지 않던 시절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방송 초반부에는 최성국, 김광규, 강수지, 배우 박선영, 가수 신효범, 가수 최용준, 가수 김도균, 가수 김완선이 모여 첫 여행을 추억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나중에 배우 안혜경, 배우 구본승, 가수 김부용, 배우 최민용이 합류해 이야기를 이어갔다.
- 2021-05-12 16:55
-
- 마을이 호텔로 변신 ‘고한18번가의기적’
- 강원도 정선 고한읍에서 인적이 가장 뜸했다는 고한18리 골목에 들렀다. 3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골목의 변화는 놀라웠다. 이곳 주민들은 ‘마을이 호텔’이라는 자부심으로 매일 집 앞 화단을 단장한다. 마을은 나날이 예뻐진다. 이제 시작이라고 하니, 앞으로 얼마나 더 아름다워질지 기대된다. 탄광촌 고한읍의 흥망성쇠 서울 청량리역에서 출발한 무궁화호는 3시간 20분 뒤 강원도 정선 고한역에 정차했다. 고한역은 고한읍내의 꽤 높은 언덕에 있다. 계단을 내려오니 고한시장 입구에 세워져 있는 커다란 표석이 눈에 띈다. ‘여기가 해발 700m'라 쓰여 있다. 고한읍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고산지대다. 1950년대에는 화전민이 모여 살던 산촌이었다. 1960년대 고한읍과 사북읍에 탄광 개발이 시작되자 탄광촌이 되었다. 전국에서 일꾼들이 몰려왔다. 지역 경제는 호황을 맞았다. 1980년대 이후 석유와 도시가스가 보급되면서 석탄 산업은 쇠락했다. 결국 1989년 정부 정책에 따라 강원도의 탄광이 대부분 폐광됐다. 광부들은 마을을 떠났다. 정부가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고한읍에 내국인 카지노 운영 공기업인 강원랜드를 설립했다. 하이원리조트도 건설했다. 경제 부활을 꿈꿨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고한읍에 빈집이 점점 늘었다. 여러 마을 중에서도 고한18리가 가장 열악했다. 주민이 주도하는 도시재생사업 고한시장에서 광고기획사 하늘기획을 운영하던 김진용 씨는 낙후된 고향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2017년 10월 ‘마을 만들기’를 기획하고, 고한18리 골목의 빈집을 고쳐 사무실을 옮겼다. 얼마 뒤 맞은편 폐가에 공유 오피스 공간인 이음플랫폼이 입주했다. 두 빈집이 번듯하게 바뀌자 주민들도 희망을 품었다. 유영자 신임 이장과 김진용 씨가 주축이 되어 ‘마을 만들기 위원회’를 발족했다. 주민들을 설득하고, 함께 모이는 자리를 자주 만들어 공감대를 쌓아갔다. 주민들은 스스로 골목을 가꾸기 시작했다. 담장을 헐고, 골목 안 쓰레기와 폐전선을 치우고, 화단을 가꾸어 집 앞을 단장했다. 나아가 국토교통부와 강원도에서 시행하는 각종 폐·공간 재생사업에 참여해 관의 인적·경제적 지원을 받아냈다. 칙칙한 건물 외벽을 산뜻한 색으로 칠했다. 집주인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원색을 좋아하는 할머니 집에는 원색을 칠하고, 1층만 칠하길 원하는 집에는 그렇게 해주었다. 지역 예술가는 담벼락에 소녀, 고양이, 꽃 등 동화 같은 그림을 그렸다. 부녀회에서는 리스, 편지꽂이, 화분대, 벽걸이 등 아기자기한 공예품을 만들어 골목을 장식했다. 마을호텔 18번가 탄생 스토리 골목은 예전보다 밝아졌지만, 지속가능한 경제적 기반이 필요했다. 전문가들과 많이 고민한 끝에 ‘마을호텔’이라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도출해냈다. 호텔은 한 빌딩 안에 객실, 레스토랑, 카페, 리셉션, 라운지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는데, 마을 호텔은 골목 상점이 그것을 대체한다는 발상이다. 골목 안에 음식점, 카페, 사진관, 세탁소, 숙박업소 등 다양한 업종이 있는 고한18리의 장점을 살릴 방법이었다. 올해 4월 주민과 골목 상점 11곳이 합심해 ‘고한 18번가 협동조합’을 구성했다. 조합명은 가장 잘하고 좋아한다는 뜻을 지닌 ‘18’과 거리를 뜻하는 ‘번가’를 합쳐 만들었다. 고한 18번가 협동조합은 한우식당을 개조해 5월에 숙박시설 ‘마을호텔 18번가’를 개장했다. 마을호텔 18번가 골목은 호텔 로비, 골목 입구 마을회관은 호텔 세미나룸, 카페 수작은 호텔 라운지, 국일반점·구공탄구이·누리한우촌은 호텔 레스토랑 역할을 한다. 상점 주인은 모두 호텔리어인 셈이다. 고한 18번가 협동조합 총무 김진용 씨는 “18번가는 주민들이 주도한 사업”임을 강조했다.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건물을 새로 지은 것이 아니라, 기존 골목 상점을 활용해 하나의 호텔처럼 운영한다는 점을 높이 평가할 만하다. 마을 이장님이 호텔 지배인 숙박시설 ‘마을호텔 18번가’의 관리자는 유영자 이장이다. 명함에 ‘지배인 유영자’라 씌어 있다. 유 이장은 협동조합 일로 바쁜 중에도 호텔 설립 과정과 소개를 열심히 한다. “호텔 안을 장식한 조화 작품들은 주민들이 공예 작가에게 배워서 만든 LED 야생화예요. 함백산에서 매년 야생화 축제를 해요. 그 행사와 연계해 야생화를 테마로 잡았죠. 이 호텔이 제법 알려져 주말에는 빈 객실이 없어요. 이익은 주민들이 함께 나눠요. ” 마을호텔 18번가는 호텔과 게스트하우스를 절충해놓은 분위기다. 한실과 양실 더블룸(2인실) 각각 1개, 트윈룸(3인실) 1개로 구성돼 있다. 시리얼과 토스트를 조식으로 제공한다. 숙박료는 9만~15만 원이다. 숙박 손님에게는 식당, 카페, 사진관 등의 협력업체 10% 할인 쿠폰을 준다. 삼탄아트마인은 무려 50%를 할인해준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LED 야생화 만들기와 다육아트 등 고한읍의 특색을 살린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바로 옆 카페 수작에 들렀다. 골목은 한산한데 손님이 많다. 주인장이 개발했다는 흑임자라떼를 기다리는 동안 부녀회에서 만든 소소한 공예품을 구경한다. 흑임자와 커피의 조화는 그럴싸하다. 커피 향보다 흑임자의 고소한 맛이 강한 편이다. 차를 마신 뒤 본격적으로 골목 산책에 나섰다. 사계절 꽃 피는 고한 18번가 우선 마을호텔 18번가 앞 꽃마차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골목을 깨알처럼 장식해놓은 벽화, 조형물, 화분을 감상한다. 골목에서 꽃이 가장 많은 곳은 권 씨 할머니 집이다. 담벼락에 꽃이 가득하다. “몸이 안 좋아서 얼마 전에 장사를 그만뒀어요. 이렇게 꽃을 가꾸니까 시간도 잘 가고, 사람들이 예쁘다고 칭찬해주니까 보람도 있어요. 매일 한두 시간씩 꽃을 돌보는 시간이 아주 소중해요” 소녀 같은 권 씨 할머니다. 겨울이 오면 골목에서 꽃들이 사라진다. 골목이 썰렁해질까봐, 주민들은 한 잎 한 잎 공들여 만든 LED 야생화 화분을 화단에 설치한다. 낮에도 환히 빛나는 야생화 덕분에 이 마을을 지날 때 춥지 않을 것 같다. 18번가 골목을 빠져나오면 고한시장이 코앞이다. 시장 입구와 천장을 갱도처럼 꾸며놨다. 출입구에는 ‘갱도1’, ‘갱도2’라고 써놓았다. 시장 안 기둥에는 석탄을 캐는 광부의 모습을 마네킹으로 재현해놨다. 매월 끝자리 1일과 6일에는 오일장이 서 먹거리 장터가 열린다. 시장 내 ‘피고지고 다시 피고’ 카페에서 장미, 마리골드 꽃물과 꽃가루로 만든 꽃빵(머핀)과 오징어 먹물로 만든 숯빵(파운드케이크)을 판다. 3개 세트가 5000원이다. 지역색을 살린 먹거리라 호감이 간다. 촉촉하고 달달해 커피에 곁들이기 딱 좋다. 주변 명소&맛집 삼탄아트마인 2001년 폐광할 때까지 38년 동안 고한 지역 경제를 떠받쳐왔던 정암광업소를 도시재생한 문화예술 창작공간이다. 폐광 터에 150개국에서 수집한 10만여 점이 넘는 예술품을 접목해 독창적인 전시공간이 되었다. 안내데스크 옆에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카페가 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2016) 촬영 장소 및 배우 송중기가 묵었던 객실을 볼 수 있다. 강원 정선군 고한읍 함백산로 1445-44, 09:30~17:30 월·화요일 휴관, 033-591-3001 어른 1만3000원 정암사 월정사 말사이며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중 하나다.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석가모니불의 사리를 수마노탑에 봉안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건립한 것으로 전해온다. 수마노탑에 불사리가 봉안되어 있으므로 적멸보궁 법당에는 불상을 모시지 않았다. 적멸보궁 앞 계곡은 천연기념물 제73호인 정암사의 열목어 서식지다. 적멸보궁 뒤쪽 언덕에 있는 수마노탑은 최근 국보 제332호로 지정되었다. 강원 정선군 고한읍 함백산로 1410, 033-591-2469 예촌돌솥밥 고한 주민이 강력 추천한 돌솥밥 전문점이다. 식당 내부가 깔끔해 첫인상이 좋다. 주 메뉴는 영양돌솥밥과 곤드레돌솥밥이다. 정선 곤드레가 듬뿍 올라간 돌솥밥에 된장찌개와 고등어구이를 포함한 스무 가지 반찬이 딸려 나온다. 모두 맛깔나다. 제철 식자재를 사용하므로 반찬 종류는 수시로 바뀐다. 고한시장 갱도1 출입구 맞은편에 있다. 강원 정선군 고한읍 고한6길 8, 10:00~21:00, 033-592-4610, 곤드레돌솥밥 1만2000원
- 2020-11-02 09:04
-
- 코로나블루, "식물을 처방합니다"
-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사회에 쓰나미를 몰고 왔다. 변화의 파도가 속이 울렁거릴 만큼 거세고 빠르다. 그중에서도 가장 힘든 건 사람 간에 거리를 두는 것이다. 그동안 인간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공동체를 이루고, 조직 속에서 부대끼며 일상을 이어왔다. 그러나 이 사상 초유의 바이러스는 그간의 방식을 모두 지워버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투명한 벽을, 보이지 않는 경계를 세웠다. 함께 사는 가족이 있다면 그래도 온기를 느낄 구석이 있지만, 혼자 사는 이는 안팎으로 교감할 이가 없어 배로 고독하다. 모니터 앞에 모여 건배를 하고, 온라인으로 못다 한 소통을 이어가는 등 각자 여러 방법으로 애쓰고 있지만, 근본적인 우울감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온기를 채울 대상이 반드시 사람일 필요는 없다. 때로는 말은 못해도 조용히 곁을 내주는 식물이 오히려 따뜻한 처방이 되기도 한다. 식물을 키우며 식물을 키운 지 만 4년 정도 됐다. 미세먼지가 한창 극성을 부렸을 무렵 200개의 식물을 집 안으로 들였다. 실내 공기를 정화하기 위해 시작했지만, 식물은 깨끗한 공기 외에도 많은 것을 가져다주었다. 존재 자체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해주었고, 더 나아가 잠재된 창의성을 깨워주었다. 이렇게 식물의 이야기를 쓰는 작가의 일을 하게 된 것도 식물이 준 활기차고 건강한 기운 덕이다. 건강한 ‘기운’이라고 했지만, 과학적으로도 식물은 인간의 신체에 도움을 준다. 식물은 광합성 작용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마시고 산소를 뿜는다. 그 과정에서 미세먼지와 유기화합물을 제거하고, 우리 몸에 필요한 음이온을 생성한다. 음이온은 혈액을 정화하고, 통증을 완화하며, 저항 능력을 증가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또 세포의 부활을 촉진하고, 자율신경 조정 능력도 원활하게 한다. 한마디로 만병통치약이나 다름없다. 식물은 신체뿐 아니라 마음과 생각이 건강해지는 데도 도움을 준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유선형을 좋아한다. 잎이 그려내는 부드러운 선을 볼 때 뇌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또 식물의 상징인 초록색을 보면 뇌가 알파파 상태(뇌가 가장 안정된 상태)로 변해 집중력이 높아지고 마음이 차분해진다. 한때 유행했던 ‘엠씨스퀘어’가 바로 뇌를 알파파 상태로 만들어준다는 기기였다. 식물과의 동거가 낯선 당신에게 식물이 주는 이로움에 대해 알고 있다 해도, 선뜻 들이기는 쉽지 않다. 이상과는 달리 키우는 족족 죽거나 아파서 처치 곤란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 본인이 그런 ‘마이너스 손’에 해당되는 것 같다면 앞으로 소개할 세 가지 식물만 기억해도 도움이 된다. 이 삼총사는 바람이 없고 빛이 부족한 곳에서도 뿌리를 물에 담가주기만 하면 별 탈 없이 잘 자란다.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스킨답서스다. 실내에서 키우기 가장 쉬운 식물로 알려져 있고, 나사의 공기정화식물 순위 12위에 올라와 있을 만큼 공기정화 능력도 뛰어나고 병충해에도 강하다. 단, 약간의 독성이 있어 반려동물에겐 위험할 수 있다. 필자와 함께 사는 반려묘는 스킨답서스를 알아서 건드리지 않지만, 개체마다 성격이 다를 수 있으니 어느 정도의 주의는 필요하다. 두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식물은 실내에서 백조 같은 하얀 꽃을 피우는 스파티필럼이다. 반음지에서도 잘 자라, 햇빛이 전혀 들지 않는 백화점 같은 곳에서도 만날 수 있는 아름답고 실용적인 식물이다. 스파티필럼 역시 나사의 공기정화식물 리스트 10위에 올라와 있다. 이 식물은 꽃가루가 있어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조금 주의하는 편이 좋다. 하얀 불염포 가운데 우둘투둘한 돌기가 있는 부분이 꽃인데, 꽃이 보이자마자 잘라주면 꽃가루를 피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접란을 추천한다. 나사가 선정한 공기정화식물 순위 38위에 올라와 있다. 물컵에 꽂아놓기만 해도 뿌리를 내리며 잘 자란다. 이 식물은 러너를 뻗어 작은 새끼 접란을 틔우는데, 그걸 잘라 다시 컵에 꽂으면 또 잘 자란다. 반려동물에게도 안전한 식물이다. 필자의 접란은 반려묘가 뜯어먹어 까까머리가 되었다. 세 가지 식물 모두 뿌리를 물에 담가만 주면 잘 자란다. 아름답게 연출하려면 세 가지를 기억해두면 편하다. 첫째, 식물을 모아 작은 화단을 연출한다. 식물은 모여 있을 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물질을 주고받으며 좋은 컨디션을 유지한다. 이때 허리를 굽히지 않는 높이에 두면 관리도 훨씬 편해진다. 둘째, 기왕이면 높낮이를 달리 배치해본다. 조금 더 예쁘게 연출하고 싶다면, 비정형 삼각형을 상상하고, 그 삼각형의 꼭짓점마다 화분을 배치해보는 것도 좋다. 마지막으로, 잎의 색상이나 질감이 다른 것들을 다양하게 길러본다. 마치 꽃꽂이를 보듯 오랫동안 만족감을 주는, 심미적으로도 완성도 있는 플랜테리어가 될 것이다. 식물에게는 언제나 ‘때’가 있다. 번호표가 매겨져 있는 것처럼 순서대로 싹을 틔우고, 마침내 열매를 맺는다. 내내 초록색 이파리만 뽐내다 떠날 것 같은 식물도 언젠가는 아름다운 꽃을 만들어낸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힘에 부칠 때면, 잠깐 시선을 베란다로 돌려보자. 어떤 시련이 와도 뿌리를 지키며 꿋꿋하게 살아내는 생명 하나가 조용히 응원의 열매를 피워내고 있을 것이다. 정재경 공간 디자이너이자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더리빙팩토리’ 대표. 에세이 ‘초록이 가득한 하루를 보냅니다’, ‘우리 집이 숲이 된다면’을 펴냈다.
- 2020-09-28 08:59
-
- 여름을 알리는 ‘물의 요정’, 순채!
- 여름은 누가 뭐래도 ‘물의 계절’입니다. 폭염이 시작되면 산과 들로 향하던 발길이 자연히 시원한 바다와 강, 계곡, 연못 등을 찾기 마련입니다. 앞서 나뭇가지를 타고 올라 공중에서 천상의 교향악을 연주하는 등칡꽃을 소개하면서 귀띔했듯, 우리의 삼천리 금수강산에는 땅과 하늘, 바다, 물 등 어느 곳에서든 꽃이 핍니다. 그중 연꽃과 수련을 비롯해 각시수련, 남개연, 어리연꽃, 마름, 자라풀, 통발, 물여뀌, 보풀, 물옥잠, 부들, 갈대 등 다양한 식물들이 저수지나 연못, 늪지, 습지 등에 자생하며 특유의 꽃을 피웁니다. ‘수생식물’이라 불리는 이들 중 어떤 것은 물밑 땅속에 뿌리를 내린 채 잎과 줄기를 물 밖으로 내밀기도 하고, 어떤 것은 잎을 수면에 띄우기도 하고, 어떤 것은 뿌리와 줄기를 수중에 뻗은 채 물 위를 둥둥 떠다니기도 하고, 식물체 전체가 아예 물에 잠겨서 살아가기도 합니다. 그런 식물 중 6월이면 피어나 ‘물의 계절’ 여름이 왔음을 알리는 물풀이 있습니다. 처음엔 암꽃이었다가 그다음 날부터는 수꽃으로 살기에 ‘물의 요정’이라 부르는 순채(蓴菜)가 그 주인공입니다. 지금은 이름조차 생소하지만, 20~30년 전까지만 해도 연꽃이나 수련, 마름처럼 친숙한 수생식물이었습니다. 나물 채(菜) 자가 이름에 들어 있듯, 잎과 줄기 등을 쌈과 국 등으로 식용하거나 약재로 활용했을 만큼 전국적으로 폭넓고 풍성하게 자라던 우리 꽃입니다. 하지만 근대화와 산업화의 여파로 순채가 자라던 저수지, 연못, 물웅덩이 등이 없어지거나 오염되면서 대부분 함께 사라졌고, 일부만 살아남아 멸종위기 야생식물로 지정, 관리되고 있습니다. 물이 흐르지 않고 고여 있는 연못에서 어렵사리 명맥을 이어가는 순채는 고달픈 생존 투쟁의 와중에도 어김없이 5월 말부터 늦게는 8월까지 단아하면서도 품격 높은 홍자색 꽃을 선물처럼 내어줍니다. 꽃자루마다 하나씩 달리는 2cm 안팎의 꽃은 이틀 동안 피는데, 첫날 오전 암술이 성숙한 암꽃으로 피었다가 오후가 되면 물속에 잠깁니다. 그리고 그다음 날 두 배 이상 높게 물 위로 솟아 수술이 가득한 꽃잎을 펼쳤다가 물속으로 잠깁니다. 처음 10개 안팎의 암술이 성숙한 암꽃이었다가 다음 날 20개 안팎의 수술이 암술을 감싸는 수꽃이 되어 수면 위로 높게 오르는 것은, 자기 꽃가루받이를 피해 열성 유전을 막으려는 고도의 생존 본능 결과라고 식물학자들은 설명합니다. 꽃의 크기는 지름 2cm 안팎이고, 각각 3장인 꽃잎과 꽃받침잎이 모두 꽃잎처럼 보이지만, 안쪽의 꽃잎이 바깥쪽 꽃받침잎보다 다소 길어 구분됩니다. 특히 순채의 물속줄기와 꽃줄기, 어린잎은 우무라 불리는 투명하고 끈끈한 액체에 싸여 있는데, 예로부터 약재이자 나물로 쓰였다고 합니다. 다 자란 잎은 길이 6~10cm, 너비 4~6cm 크기의 타원형으로 수면을 가득 채웁니다. Where is it? 북쪽의 강원도 고성과 속초에서 시작해, 중부의 충북 제천, 남으로는 경남 합천, 그리고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10여 곳 정도의 몇몇 오래된 연못이 순채의 자생지로 남아 있다. 제주의 경우 북제주의 선흘곶자왈을 비롯해 김녕, 동복, 덕천, 남제주의 하천과 신풍 등 6곳의 연못에 순채가 자라고 있어 비교적 만나기가 수월한 편이다. 자생지의 수는 적지만 자생지에 서식하는 개체 수는 풍부해, 찾아가기만 하면 만나기는 어렵지 않다.
- 2020-06-04 08:00
-
- 환절기 건강은 물과 함께 챙기세요
- 각종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쉬운 요즘 물 마시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입 안이 건조하면 바이러스가 침투하기 쉬운 환경이 됩니다. 개인 물병을 늘 소지하고 물을 자주 마셔서 입안을 마르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봄철 꽃가루가 날릴 때마다 의사들이 하는 말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도 예외는 아니다. 각종 병원균을 예방하려면 청결도 중요하지만 수분 섭취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은 우리 몸의 유해산소를 제거하고 미세먼지와 같은 독소를 몸 밖으로 배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충분한 수분섭취가 탁한 혈관을 맑게 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감소시킨다는 것도 많이 알려져 있다. 체온을 조절하거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것은 물론 영양소를 운반하는 등의 대사과정에도 물의 역할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 말은 곧 우리 몸에 수분이 부족하면 건강에 이상을 초래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견상으로는 피부 탄력이 떨어지고 쉽게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입안이 건조해지고 각종 병원균이 침투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 수분부족으로 혈액의 농도가 탁해지면 고혈압과 고지혈증의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알고 있는 탈수 현상도 수분부족으로 전해질의 균형이 깨지는 것이 원인이다. 따라서 건강에 관심이 있다면 평소 미지근한 물을 자주 마시는 게 좋다. 특히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은 무기질을 보충할 수 있도록 미네랄이 풍부한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단, 미네랄 함량이 높은 물은 신장이 약한 사람에게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고 하니 자신의 체질을 잘 알고 마셔야 한다. 잠들기 전 마시는 한 잔의 물이 숙면에 도움을 준다는 것도 잊지 말자. 인체는 자는 동안에도 수분을 소비하는데 물을 미리 마시면 목이 마르지 않아 깊은 잠을 잘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물 건강법’도 기억해두자. 아침 공복, 자기 전 물 한 잔 마시기 식사 2시간 후 물 한 잔 마시기 식사 30분 전 물 한 잔 마시기 생수를 자주 마시기가 쉽지 않은 사람은 연근이나 레몬, 혹은 볶은 우엉, 수수, 현미를 넣어 끓인 물을 수시로 마시는 것도 좋다. 특히, 우엉과 현미에는 혈관을 맑게 해주는 사포닌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완화에 좋다. 이런 건강한 물은 재료만 있으면 집에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 수수, 현미차 만드는 법 재료: 수수, 현미, 각 1 컵 1. 현미와 수수를 따로 씻어 물기를 뺀다. 2. 약한 불에 각각 20분가량 덖어준다. 3. 물 2리터에 덖은 현미(수수) 2큰술 + 수수(현미) 1큰술을 넣고 끓여준다. 4. 실온에 두고 수시로 마신다.
- 2020-04-30 08:00
-
- 천상의 교향악을 울리는 등칡!
- 세월이 참 쏜살같습니다. 화창한 봄 가곡 ‘동무 생각’을 부르던 누이들 얼굴엔 어느덧 주름이 깊게 파이고 흰머리 가득한 할머니들이 되었습니다. 아지랑이 피어오르던 들녘을 나비처럼 사뿐사뿐 날아다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설익은 앵두처럼 풋풋했던 황혼의 누이들이 가만가만 속삭입니다. “꼭 신설동에서 청량리 온 것만 하지?” ― 유자효의 시 ‘인생’ 중에서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 온 산이 풀빛으로 물들어가는 강원도 삼척의 고갯길을 지나다 갑자기 들려오는 웅장한 교향악 소리에 멈춰 섰습니다. 그 옛날 누이들이 입을 모아 합창하던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듯한 환청을 들었습니다, 수십, 수백, 수천 개의 관악기가 봄날의 환희를 노래하는 듯한 천상의 교향악을 들었습니다. 숱한 수가 한꺼번에 울리니 그 소리는 산과 계곡을 압도합니다. 숲의 교향악을 연주하는 주인공은 바로 유별난 생김새를 무기로 단번에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 등칡의 꽃입니다. 나뭇가지를 휘감으며 최대 10m까지 길게 뻗는 줄기뿐만 아니라 10~26cm로 제법 큰 데다 하늘을 뒤덮을 듯 풍성하게 나는 심장형 잎이 칡을 빼닮았고, 무성한 가지마다 잎겨드랑이에서 꽃송이를 숱하게 늘어뜨린 것이 등나무를 닮았다고 해서 등칡이라 불리는 덩굴식물입니다. 그런데 누에고치 집을 U자형으로 구부려 놓은 듯한 길이 10㎝ 안팎의 꽃이 참 독특하니 매력적입니다. 4~5월에 피는 꽃의 구조는 단순해, 지름 18㎜ 정도인 꼬부라진 통부(筒部)와 3개로 갈라진 꽃가장자리로 되어 있습니다. 꽃 색은 다소 평범해 통부 입구의 꽃가장자리는 연한 노란색, 통부는 밝은 연녹색, 안쪽 중앙부는 연갈색이며, 밑에는 검은 자주색, 윗부분엔 보랏빛의 갈색 반점이 있는 등 전체적으로 황록색을 띱니다. 하지만 꽃 모양은 오묘해서 대개는 “앗, 색소폰을 닮았네”라는 첫 반응을 보입니다. 그런데 혹자는 한술 더 떠 통부를 옆에서 보면 남성의 상징을, 정면에서 보면 여성의 국부를 연상하게 된다며 “애들은 가라”라는 우스갯말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시선에 대해 식물학자들은 말합니다. “꽃은 곱건 밉건 다음 세대를 만들기 위한 식물의 생식기관이다. 꽃 색이 대부분 황색인 것은 수분을 돕는 꿀벌 등 곤충이 가장 잘 식별하는 색이 황색이기 때문이다.” 꽃 구조가 야릇해 마주보기가 민망한 게 어쩌면 당연하다는 말이겠지요. 실제 등칡의 생식기관인 꽃 안으로 벌이나 파리가 일단 들어가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아 새끼손가락만 한 통부 안에서 발버둥을 치다가 수술의 꽃가루를 암술머리에 잔뜩 옮겨 수분을 돕게 된다고 합니다. Where is it?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중국 및 극동 러시아, 그리고 함경북도에서 강원도까지 분포한다. 강원도 이북에서 많이 자란다는 뜻인데, 실제로는 남으로 경북 청송의 주왕산, 경남 거제도까지 개체 수는 많지 않지만, 널리 분포한다. 서울 등 수도권의 야생화 동호인들이 즐겨 찾는 곳은 경기도 가평과 강원도 화천의 경계에 있는 화악산. 강원도 삼척 일대 계곡과 너덜지대에서는 등칡의 꽃이 줄줄이 달려 천상의 교향악을 울리는 장관을 만날 수 있다. 울산의 재약산에선 수령 300년 된 노거수 등칡 2그루가 발견되기도 했다.
- 2020-04-29 09:08
-
- 명상의 가을로 이끄는 꽃 애기앉은부채!
- 촛불 하나 켜 놓고 바라본다 너의 모습이 보일 때까지 - 용혜원의 ‘고독’ 찬바람이 불어 마음이 허(虛)하거든 주저 없이 산에 들 일입니다. 그곳에 가면 당신만큼 고독한 꽃 한 송이 기도하듯 명상에 잠겨 있을 것입니다. 가을밤 호젓한 산사에 밝혀놓은 촛불인 양 저 홀로 핀 꽃 한 송이 당신을 반길 것입니다. 폭염이 한결 누그러진 9월 초, 여름내 깡말랐던 숲은 생기가 넘칩니다. 지난여름의 무더위와 장마쯤은 아랑곳 않는다는 듯 여기 불쑥 저기 불쑥 돋아나 가부좌 틀듯 앉은 애기앉은부채가 찾는 이를 반깁니다. 그런데 이쯤에서 눈이 밝고 기억력이 좋은 ‘브라보 마이 라이프’ 애독자들은 “어디선가 본 듯한 야생화인데” 하며 고개를 갸우뚱할 겁니다. 맞습니다. 2년 반 전인 2017년 3월 아주 흡사한 모습의 야생화를 소개한 바 있습니다. 접두어 ‘애기’란 두 글자만 뺀 앉은부채였습니다. 물론 생김새는 아주 비슷하지만, 크기나 개화 시기 등 생태는 크게 다릅니다. 우선 꽃대의 길이가 앉은부채는 10~20cm로 어른 주먹만 하지만, 애기앉은부채는 1cm로 10분의 1 정도로 작습니다. 특히 꽃 피는 때가 크게 달라 애기앉은부채는 7~9월 여름이지만, 앉은부채는 2~3월 초봄입니다. 또 봄에 나온 잎이 7월이면 녹아 사라지고 그 뒤 엄지손톱만 한 꽃을 피우는 애기앉은부채와는 정반대로, 앉은부채는 꽃이 핀 뒤 잎이 무성하게 납니다. 하지만 부처의 후광(後光)을 닮아 불염포(佛焰苞)라고 불리는 꽃 덮개가 타원형을 그리며, 그 정중앙에 도깨비방망이 같은 육수(肉穗)꽃차례가 가부좌를 튼 듯한 모습은 매한가지입니다. 둥근 광배(光背)까지 갖춘 게 불상의 머리 형태와 흡사하니, 누구나 ‘애기앉은부채’란 이름을 ‘애기앉은부처’로 잘못 알아듣기 십상입니다. 도깨비방망이가 바로 수십 개의 꽃이 빙 둘러 핀 꽃 덩어리인데, 거북의 등처럼 갈라진 조각조각이 4장의 꽃잎과 4개의 수술, 1개의 암술을 갖춘 각각의 꽃입니다. 생김새만큼 꽃색도 독특합니다. 꽃 덮개인 불염포가 대개는 짙은 자갈색이지만, 경우에 따라 녹색부터 미색 또는 짙은 홍색, 선홍색, 심지어 연분홍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나 그야말로 색색의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영어 이름은 이스트 아시안 스컹크 캐비지(East Asian Skunk Cabbage)인데, 이는 잎이 배추처럼 무성하고 넓은 특징이 반영된 결과로 보입니다. 또 ‘스컹크’란 단어가 들어간 데서 알 수 있듯 꽃에서 고기 썩는, 그리 유쾌하지 않은 냄새가 나는데, 그 냄새로 곤충이나 육식성 동물들을 불러 모아 꽃가루받이에 활용한다고 합니다. Where is it? 산림청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강원도 이북의 높은 지대에서 자란다고만 돼 있는데, 설악산과 대관령, 점봉산, 오대산, 태백산 등 강원 지역뿐 아니라 최근 울산, 경남, 전북 등 중부 이남의 숲에서도 자생지가 확인되고 있다. 이 중 강원도 평창의 선자령과 전북 순창의 쌍치(雙峙), 울산의 울산하늘공원 등이 야생화 동호인이 많이 찾는 자생지로 유명하다.
- 2019-08-30 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