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차 한 잔 생각나는 날씨. 요즘은 여러 차를 혼합한 블랜딩 티도 인기다. 어떤 차끼리 섞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다음 조합을 참고하자.
히비스커스와 로즈힙
두 재료 모두 차를 우리면 붉게 물들고 새콤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상큼하게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섞어 마시면 좋다.
우엉과 민들레 뿌리
함께 우리면 구수하면서 쌉싸래한 맛이 배가 돼 커피 대용 차로 즐길 수 있다. 더불어 뿌리에 담긴 좋은 성분도 배가 돼 건강차로 손색없다.
캐모마일과 라벤더
모두 향기가 좋은 허브로 유명하다. 블랜딩해 마시면 심신이 편안해지고, 불면증이나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된다.
녹차와 재스민 또는 민트
녹차는 맛과 향이 강하지 않아, 재스민을 곁들이면 더 향긋해지고, 민트를 곁들이면 깔끔하면서 상쾌해진다.
차 우리기 Tip!
차는 종류마다 물의 온도와 우리는 시간이 다르다. 녹차의 경우 70~80℃ 물에 3분 이내 우리는 것이 좋고, 홍차나 보이차는 90~97℃ 물에 3~5분 우리면 알맞다. 허브나 꽃·과일·뿌리 등을 차로 마실 때는 97~100℃에 4분 이상 우리거나 끓이면 된다.
가족과 이야기꽃을 피우는 추석에는 맛있는 간식도 어우러진다.
지금부터 추석과 어울리는 간식 5개를 소개해본다.
크림치즈호두 곶감말이
자른 곶감 안에 크림치즈와 호두를 넣고 한입 크기로 자르면 완성. 와인이나 칵테일에도 어울리는 안성맞춤 간식이다.
고구마 경단
삶은 고구마를 으깨어 동그랗게 만든 다음, 콩고물이나 깨, 흑임자를 묻힌다. 카스텔라 가루로 대신해도 어울리는 맛 좋은 건강 디저트.
약과 아이스크림
달콤하고 쫀득한 약과에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얹으면 달콤함은 두 배. 요즘 유행하는 약과 디저트를 집에서도 만들어 보자.
홍시 토스트
갓 구운 토스트 위에 꾸덕꾸덕한 그릭요거트나 크림치즈를 바르고, 홍시로 마무리한다. 그 위에 꿀을 더하면 금상첨화.
양갱과 차
팥, 녹차, 밤 등 양갱에 들어가는 재료는 다양하다. 단맛의 일품인 양갱과 담백한 맛의 차를 홀짝이며 가족과 담소를 나누는 건 어떨까.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만큼 건강기능식품으로 각종 영양소를 보충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하지만 과대광고, 잘못된 정보에 속거나 몸 상태에 맞지 않는 제품을 무턱대고 구매하기도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건강기능식품, 현명하게 소비하기 위해 알아야 할 ‘약 이야기’를 담았다.
Q 건강기능식품으로 오해하는 일반식품은 무엇일까?
A 크릴오일은 식용 유지를 캡슐 형태로 제조해 어유나 기타가공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지방을 녹이는 오일’, ‘혈관 청소부’ 같은 표현으로 마치 혈행 관리, 면역 기능, 항산화 등에 지대한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통되는 제품은 모두 기능성이 입증되지 않은 일반식품이다. 최근 건강 정보 프로그램을 통해 인지도가 높아진 타트체리 제품도 마찬가지. 수면 유도, 통증 완화, 염증 제거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일부 광고는 의학적 근거가 부족한 허위·과대 광고다. 유사한 형태인 클렌즈주스도 영양학적으로 과채주스와 차별성이 없고 과학적으로 다이어트와 디톡스 효능이 검증되지 않았다. 건강기능식품은 제품 앞면에 ‘건강기능식품’ 마크가 표기돼 있으므로 제품 정보를 확인하면 알 수 있다.
Q 영양·기능 정보 속 ‘도움을 줄 수 있음’과 ‘도움을 줌’은 어떤 차이가 있나?
A 건강기능식품의 영양·기능 정보를 보면 ‘에 필요’, ‘에 도움을 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에 필요’는 영양소의 기능을 설명하기 위함이고, ‘에 도움을 줌’과 ‘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은 특정 생리 기능을 활성화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둘에는 차이가 있다. ‘에 도움을 줌’은 식약처가 1등급 생리활성 기능성 원료로 인정한 것이다. 해당 기능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비교적 확실하다는 증거다. ‘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은 1등급보다는 과학적 근거가 약해 2등급으로 분류된 기능성 원료에 표기된다. 등급은 원료나 성분의 종류에 매겨지기 때문에 제품이 1등급, 2등급이라는 뜻은 아니다. 같은 원료, 성분이라면 같은 등급으로 표시된다.
Q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보조제, 부작용은 없나?
A 현재 식약처가 다이어트 보조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인정한 성분은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HCA), 공액리놀레산(CLA, 녹차 추출물·키토산)이다. 개별인정형 기능성 원료로는 L-카르니틴 타르트레이트, 보이차 추출물, 레몬밤 추출물 혼합분말, 와일드망고 종자 추출물, 그린커피빈 추출물, 풋사과 추출물 애플페논, 히비스커스 등 복합추출물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중 가장 유명한 성분은 가르시니아다. 탄수화물 흡수를 막아 지방으로 전환되는 데 필요한 지방 전환 효소를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가르시니아를 섭취한다고 해서 먹은 탄수화물이 사라지는 건 아닌 데다, 부작용이 따르기도 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횡문근융해증, 황달, 위장관 통증, 설사, 수면장애 등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당뇨, 고지혈증을 앓고 있거나 심장과 간이 약한 사람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같은 연구 결과 가르시니아 복용 후 급성간염, 간부전 등의 간 손상을 겪은 사람이 적지 않았다. 급성심근염·심장빈맥이 나타난 경우도 있다.
Q 탈모에 효과 있다는 영양제, 먹을지 말지 고민이라면?
A 탈모의 경우 사람마다 원인이 다르고 남성형, 여성형, 휴지기, 원형 등 종류가 많기 때문에 영양제를 먹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 유튜브 채널 ‘근알의’를 운영하는 김연휘 닥터에비던스 대표는 “최근 비오틴, 맥주 효모 등이 탈모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준다는 주장이 떠돌고 있지만 의학적으로 근거가 없다”고 전했다. 특히 남성형 탈모는 호르몬으로 인해 생기는 질환이기 때문에 영양제로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잘못된 정보로 치료를 지체하기보다 병원을 방문해 본인의 상태를 진단하는 편이 좋다.
Q 기한 지난 약, 어떻게 처분해야 하나?
A 약이나 건강기능식품은 표기된 기한이 지나면 효능·효과를 믿을 수 없다. 눈으로 보기에 모양이 변하지 않은 것처럼 보여도 성분이 변질됐을 가능성이 있다. 기한이 지났다면 폐기하는 것이 좋지만, 무턱대고 하수구나 변기에 흘려버리거나 일반 쓰레기로 배출하면 환경을 오염시킨다. 오래된 약은 근처 약국에 설치된 폐의약품 수거함에 버려야 한다. 다만 제품 그대로가 아니라 알약은 알약끼리 한 통에 모아서, 액상은 큰 병에 모아서 갖다주는 것을 권장한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30일로 해제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시작된 지 3년여 만이다. 대중교통이나 의료기관 등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권고 수준으로 완화돼 ‘민얼굴의 자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반면 기대와 함께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신규 확진자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재감염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코로나19와 독감(인플루엔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도 확산 조짐을 보여 호흡기 질환 예방 및 건강 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 천안자생한방병원 문자영 병원장의 도움말로 호흡기 건강 걱정을 한방에 날리는 건강 지압법을 살펴보고자 한다.
◇ 건조한 겨울철 코점막을 촉촉하게 하는 ‘영향혈’ 지압법
마스크 해제 후 외부 비말 침투나 확진자와의 접촉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호흡기의 습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마스크는 바이러스, 세균 등 병원체의 침투를 막는 역할 뿐만 아니라 호흡기를 촉촉하게 유지하는 역할 또한 수행하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쓰고 호흡할 경우 내쉰 숨이 마스크에 갇혀 수분의 증발이 감소하게 된다. 이 덕분에 겨울철 건조해지기 쉬운 코점막이 촉촉하게 유지되며 먼지를 호흡기 밖으로 밀어내는 섬모 운동도 활발해진다. 또한 바이러스는 건조한 환경에서 생존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호흡기의 습도를 관리하면 감염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따라서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후에도 호흡기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며 코 주변을 틈틈이 지압하는 등 일상 속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때 도움이 되는 혈 자리 중 하나로는 양쪽 콧방울 옆에 있는 ‘영향혈(迎香穴)’이 있다. 영향혈을 양손 검지로 10회 정도 꾹꾹 눌러주면 코 주변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콧속의 건조함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 찬 바람에 심해진 기침과 칼칼한 목 진정시키는 ‘천돌혈’ 지압법
겨울철 건조해진 입과 코는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높일 뿐만 아니라 잦은 기침도 유발한다. 건조하고 예민해진 점막이 찬 바람에 자극을 받으면, 쉽게 기침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연일 이어지는 영하권 날씨 탓에 칼칼해지기 쉬운 목 건강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목을 진정시키고 기침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으로는 따뜻한 차를 권한다. 체내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면 호흡기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며 목 통증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도라지차와 같은 한방차를 마시는 것도 좋다. 도라지의 경우 기관지 점액 분비를 촉진하는 안토잔틴 성분이 풍부해 기침을 가라앉히는 역할을 한다. 단, 커피나 녹차 등 카페인이 함유된 차는 체내 수분을 배출시키는 이뇨 작용을 하므로 섭취 시 주의하도록 한다.
찬바람 탓에 기침이 심해졌거나 재채기가 좀처럼 멎지 않는다면 ‘천돌혈(天突穴)’을 지압하는 것도 간단한 응급처치가 될 수 있다. 양쪽 쇄골이 마주하는 중간지점에 있는 천돌혈을 검지로 지그시 누른 채로 10초간 문지르면 기침 완화에 효과적이다.
◇ 독감 급증에 커지는 우려 속 감기 예방에 효과적인 ’대추혈’ 지압법
독감 등 호흡기 질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 속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에 대한 우려가 큰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실제로 한 빅데이터 서비스기업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조치에 반대하는 이유 중 '감기, 미세먼지, 알러지 등 질병 예방에 효과적이기 때문에'라는 응답이 49.1%로 큰 비중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처럼 호흡기 질환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 상황이라면 ‘대추혈(大椎穴)’ 지압이 감기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대추혈은 고개를 앞으로 숙였을 때 목 뒤 뼈 중 가장 높게 튀어나온 곳의 바로 밑 부분에 자리잡고 있다. 대추혈 주변을 검지와 중지를 이용해 부드럽게 누르거나 문지르면서 15초간 지압하면 신진대사를 촉진해 면역력 관리에 도움이 된다.
만약 미열이 나거나 기침 빈도가 잦아진 경우에는 한약 처방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의학에서는 개인별 증상에 따른 한약 처방으로 증상을 완화하며 대표적인 처방으로는 금수육군전이나 소청룡탕 등이 있다. 특히 금수육군전의 주요 한약재 중 하나인 반하는 가래를 삭이고 기침을 멎게 하는 효능이 있어 감기 증상 완화에 알맞다.
천안자생한방병원 문자영 병원장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이후 나타나는 점진적인 변화 속 그에 알맞은 건강관리가 필요하다”라며 “마스크를 벗더라도 손 씻기, 환기 등 일상 방역 및 위생을 지키고 호흡기 관리에 나선다면 일상 회복에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북 장수군의 깊고 외진 산골에 찻집 하나 있다. 산은 첩첩, 적막은 겹겹. 강원도 오지를 닮은 곳이다. 주인장 유성국(58, 긴물찻집 사장)은 부산에서 살았던 20년 전, 그러니까 30대 후반 나이에 이 산골로 귀농했다. 소소한 농사와 더불어 한세상 물처럼 그저 그렇게 흐르고 싶어서였다. 어쩌다 보니 지금으로부터 5년여 전엔 찻집을 차리게 됐지만, 그의 진정한 관심은 농사나 돈보다 마음에 여유를 집어넣을 수 있는 방법의 강구에 있다. 그가 가진 이상은 평범치 않다. 가급적 게으르게 사는 데에서 유토피아를 찾는 게 아닌가. 게으르게 살지 않고 어떻게 삶을 견딜 수 있겠어? 아마도 이게 유성국의 푯대다.
미리 말해둘 게 있다. 유성국의 부인 박혜정(50) 역시 동류라는 것. 이들은 불교 관련 사회봉사단체에서 만나 부부 연을 맺었다. 혼인 이후 오랫동안 절밥을 먹고 살기도 했다. 둘 사이엔 자식이 없어 홀가분하다. 따라서 부부간의 유대와 공감의 폭이 한결 넓다. 어떻게 하면 게으르게 살 수 있을까, 더 게으르게 살기 위해 어떤 창의력을 발동해야 할까,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는 게 주로 그 문제였다. 산골짝으로의 귀농은 하나의 대안으로 고안됐다. 귀농지 물색엔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지.
“귀농할 곳의 조건 몇 가지를 전제하고 전국을 돌아다녔다. 자연이 살아 있는 곳, 식수원이 풍부한 곳, 축사나 농원이 전혀 없는 곳, 땅값이 오를 가능성이 제로인 곳 등을 염두에 두고서. 차후 너덧 가구가 어울려 생태농업을 할 수 있는 곳이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다 좋은 전제 조건인데, 땅값 안 오를 곳을 찾은 이유는 뭘까?
“도시를 벗어나 시골로 가고 싶었던 건 번다함을 피해 살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만약 귀농지에 개발 바람이 불어 관광지가 된다거나 하면 낭패일 수밖에. 별안간 땅값이 오르고 동네가 시끄러워지면 우리는 팔고 나가야 한다. 굳이 그런 소동에 휘말릴 일은 아니다. 고즈넉한 곳에서 풍파 없이 안정적으로 살고 싶었던 거다.”
여긴 상당히 깊고 은밀하고 푸근한 산골이다. 전제 조건들을 충족한 곳인가?
“용케 잘 찾아낸 터다. 산 많은 장수군 안에서도 외진 곳이다. 과거엔 천주교도들이 피난해 살았던 마을이다. 우리가 들어왔을 땐 사람 하나 살지 않았다.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 몇 채가 남아 있을 뿐이었다. 조용히 지낼 만한 환경이었지. 문제는 가진 게 없다는 거였다. 거의 빈손으로 들어왔으니까.”
몸을 눕힐 변변한 집이 없었고, 새로 지을 여건도 아니었다?
“원래 있었던 폐가를 고쳐 쓸 수밖에 없었다. 형체만 남다시피 한 본채와 행랑채, 그리고 창고 하나가 있었는데 우리가 대충 수리해 입주했다.”
생계 문제 구상은 어떻게 했나?
“애초 특별한 구상 없이 귀농했다. 빗나가기 십상인 이론적 구상보다 뭐든 현실에 부닥쳐 처리해나가는 게 내 스타일이다. 물론 큰 그림은 있었지. 농사로 자급자족하자는 거. 그게 쉬울까, 어려울까, 아내나 나나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았다. 둘 다 30대 시절이었으니까 뭘 하든 굶주릴 일은 없을 거라는 자신감 같은 게 있었던 셈이지.”
자급자족이 되던가?
“그게 생각처럼 쉽진 않더라.(웃음) 농사 경험 없지, 농기계 없지, 외딴 곳이라 주변에 물어볼 농가도 없지, 멧돼지들이 털어가지, 4년여간 시행착오가 많았다. 오미자 농사도 지어봤고, 산에서 고사리를 뜯어 시장에 냈지만 돈 만들기가 어려웠다.”
야생차로 활로 찾아
유성국의 거처는 해발 540m 고지에 있다. 보이는 것의 절반은 산이요, 나머지 절반은 하늘이다. 그러니 순수한 자연의 도가니다. 가만히 서 있어도 사방에서 숲의 에테르가 다가와 가슴의 잡티를 몽글몽글 녹인다. 밤에 잠자리에 들 때면 창으로 달빛이 밀려들 것이다. 이렇게 참신한 곳에서 일락(逸樂)을 누린다면 그게 낙원이겠다. 그러나 문제는 밥이다. 인간이 풀만 뜯어먹고도 끄떡없는 초식동물이 아닌 건 얼마나 불운한가. 농사를 통한 자급자족으로 소박한 생활을 지속하고자 했던 유성국의 실험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방향 전환이 필요했다. 최소한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뭔가 방책을 찾아야 했는데, 그게 차 만들어 팔기였다.
“우리가 절 생활을 꽤 했다. 날마다 녹차를 마시는 절에서 제다 방법을 배워둔 게 있었다. 그래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차로 상황을 개선하기로 했지. 산에 올라가 갖가지 잎을 채취해 야생차를 만들어 ‘한살림’에 납품했다.”
차로 활로를 찾았다?
“비로소 먹고살 만했다. 전에 비하자면 여유로울 정도로.”
경제 문제 외에도 온갖 난제와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게 산중 생활이다. 애환이 많았겠지?
“자급자족을 위해 나름 노력했지만 괴로울 건 없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살았다. 현실은 물론 미래에 대해서도 별 근심 걱정 없이 지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게으르게 살 수 있을까? 늘 연구한 게 그랬다.(웃음)”
너무 바쁘게 살면 무슨 재미? 그러나 나무늘보도 아니면서 늘 게으르면 그 역시 싱거워질 것 같다. 게을러서 좋은 건 뭐지?
“게으르게 사는 것 자체가 좋은 거지, 뭐 있겠나?
게으르지 않게 살아도 좋은 거 아니고?
“그야 그렇다. 세상은 부지런한 사람들로 꽉 차 있다. 그들은 나처럼 살기 어려울 테지만 거기에 무슨 문제가 있겠나? 각자의 방식을 존중하면 그만이지 않을까?”
아마도 대부분 아내들은 게으른 남편을 견디기 힘들어할 거다. 방출하고 싶겠지.(웃음) 당신의 부인은 어떤가?
“아내나 나나 게으름을, 한량 기를 타고났다. 차이가 있다면 내가 더 게으르다는 점이다. 아내는 일면 부지런한 천성도 있으니까. 하지만 아내 역시 게으름을 지향한다. 게으름의 가치를 공유하며 살아온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뭘 해도 제대로 되는 게 별로 없다.(웃음)”
가령 어떤 일이 제대로 되지 않았지?
“우리가 고쳐 지은 집을 두고 남들은 운치 있다고 하지만 사실 부실공사에 불과하다. 게으르게 짓다 보니 그리됐다.”
뭐든 반드시 제대로 되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너무 쥐어짜는 최선을 다하지 않고도 자족할 수 있다면 그 역시 제대로 된 셈이겠지.
“그렇지. 그런데 알고 보면 사실 인생사에서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다. 중도(中道)를 놓치지 않으려는 생각만 품고 살아도 가상하겠지.”
나는 오늘 심상치 않은 종족을 만났다. 부부가 공히 게으름을 옹호하고 구현하는 경우가 어디 흔하던가.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며 귀농한 사람이 드물진 않다. 그러나 다들 새벽부터 깨어나 지지구재재구 노래하는 참새처럼 바지런하다. 근면을 중심에 놓지 않고 귀농 생활을 지속하긴 불가능하다. 그런데 부지런히 농사를 짓다 보면 몸에 관절염이 방문한다. 마음자리엔 긴장과 불안이 서성인다. 손에 쥐면 쥘수록 허기가 커지듯이, 일을 하면 할수록 일이 많아지는 게 인생의 아이러니다. 부지런하거나 게으르거나, 한 생은 어차피 유한한 시간의 강물을 흘러가다 시든다. 인생의 즐거운 열매를 맛보는 데 어느 쪽이 더 유리한 걸까.
수해로 집이 떠내려가다
유성국의 게으름엔 딴 목적이 없다. 게으름 자체가 목적이다. 생긴 천성대로 살아 만족하기. 자신을 방목해 모든 억압의 횡포를 수포로 돌려놓기. 그가 보유한 생태 경관엔 안으로 맺힌 게 없을지도. 그 무엇에 허둥대거나 시달릴 일이 없을지도. 게으른 처신엔 의외로 리스크가 적다. 게으름의 대가에겐 급박한 일도 급박할 게 없다. 그러나 먹고 자는 집이 어느 순간 홀라당 날아간다면? 이땐 도리 없다. 부리나케 재건해야 한다. 유성국이 그랬다. 귀농 5년 차에 들이닥친 수해로 집이 떠내려가 다시 지어야만 했던 것.
“창고만 간신히 남고 다 떠내려갔다. 창고에도 진흙이 1m 두께로 쌓였더라. 흙을 걷어낸 뒤 합판을 깔고 잠을 자며 집을 복구했다.”
귀농 뒤 만난 최대의 고난이었겠다. 괴롭지 않았나?
“오히려 행복했다. 어차피 새로 지어야 할 집이었는데 게으른 우린 미적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자연이 한 방 딱 쳐주자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게 아닌가. 변화에 대한 갈증도 있었는데 수해가 길을 열어줬다. 이렇게 우린 자연에 업혀 간다.”
외진 이 산중에 찻집을 차렸다. 장사가 될 가망성이 있다 보았나?
“작정하고 차린 건 아니다. 원래 우리 집엔 친척이나 친구, 차를 즐기는 사람 등 놀러 오는 이들이 많았다. 그들은 쌀이나 고기를 사왔고, 우리는 차와 자연환경을 그들에게 제공했다. 일종의 물물교환이었는데, 형편이 어려웠던 한때 이게 큰 도움이 됐다. 그런데 사람들이 점점 많이 찾아와 서비스하기가 힘들어지더라. 그래 무인 찻집을 염두에 두고 창고를 다듬어 다실을 만들었다. 이게 본격적인 찻집의 출발점이었다.”
유성국 내외가 손수 짓거나 다듬은 작은 집과 더 작은 다실은 치레 없이 순박하다. 야트막한 지붕을 보면 산을 향해 꾸벅 절하는 것 같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속기가 씻긴다. 자연 속에 자연스레 들어앉아 누추한 게 없다. 이게 사람들의 구미에 맞았나? 찻집을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
“이곳의 자연경관은 그저 평범하다. 그러나 뜻밖에도 찻집과 풍광을 즐기는 손님이 많다. 다녀간 이들이 SNS에 ‘리얼 시골에 있는 카페’라는 식의 리뷰를 쓰면서 시나브로 조금씩 알려지는 것 같다.”
사업을 키울 생각은 없나?
“우린 우리가 사는 터가 지닌 기운에 순응하며 살았다. 찻집 역시 터와 자연이 정해준 방향이라 생각한다. 확장 욕구는 전혀 없다. 게으르게, 고즈넉하게, 한적하게 살아온 페이스를 지속하고 싶다.”
차갑고 팽팽한 게 생활이다. 냅다 뛰어라 채근하는 게 삶이다. 그러나 게으름을 축으로 살아도 이렇게 무탈하다. 느린 생각과 느린 마음과 느린 동작은 어쩌면 생활의 견인차?
유성국이 주는 귀농 Tip
•귀농은 정서적 차원에서 보면 흙으로, 모태로 돌아가는 행위다. 얼마든지 권장할 만한 일이다.
•농사로 돈을 벌려면 가급적 젊을 때 하라. 너무 나이 들어서는 어렵다. 뭐 하나 만만치 않은 게 농업이기 때문이다.
•귀농지 물색을 위해 많은 곳을 답사하자. 현장을 돌아다니는 과정에서 자신의 한계와 가능성을 점검할 수 있어서다.
•귀농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농사만 길이 아니다. 도시의 직업에서 쌓은 경륜을 활용,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의 사업을 창출하자.
•전 재산을 투입하는 귀농은 매우 위험하니, 이 점 유의하자.
•굳이 집을 새로 지을 필요 없다. 헌 집을 고쳐 쓰는 게 더 유익하다.
특정 음식이나 식단으로 과연 치매를 막을 수 있을까?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지중해식 식단과 마인드 식단이 인지 기능 저하 예방에 탁월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중해식 식단은 신선한 농산물, 콩류 및 견과류, 생선, 통곡물, 올리브 오일을 권장하는 식단이다. 마인드(MIND) 식단은 이러한 지중해식 식단과 고혈압 예방 식이요법(DASH)을 혼합한 것을 말한다. 2017년 5900명 이상의 미국 노인의 식단과 인지 능력을 분석한 한 연구에서 지중해식 식단이나 마인드 식단을 가장 잘 준수한 이들의 경우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인지 장애 위험이 30~35% 낮게 나타났다. 두 식단에 주요 식재료들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다채로운 잎채소와 과일
다양한 영양소와 섬유질이 가득한 잎채소는 노화와 관련된 인지 쇠퇴를 늦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이스라엘에서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200명의 사람을 3개의 식단 그룹으로 나누고 이들의 뇌를 스캔했다. 그 결과 18개월 후 만카이(영양이 풍부한 녹색 식물), 녹차, 호두 등이 풍부한 지중해식 녹색 식단을 따른 그룹의 뇌 위축 속도가 가장 느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전통적인 지중해식 식단을 적용한 그룹은 그 뒤를 이었다. 이밖에 가공육과 붉은 육류를 허용하는 선에서 건강한 식단을 섭취한 그룹은 뇌 부피가 더 크게 감소했다. 특히 이러한 식단에 따른 신경 보호 효과는 50세 이상에서 두드러졌다.
전문가들은 접시에 담긴 음식이 다채로울수록 두뇌에 좋은 음식이라고 말한다. 2021년 한 연구에서는 약 20년 동안 7만7000여 명의 사람들을 추적했다. 이에 따르면 다채로운 과일과 채소, 초콜릿과 와인 등에 함유된 천연 물질인 플라보노이드가 풍부한 식단을 섭취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인지 노화의 징후를 덜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인드 식단에서 특히 베리류를 잘 섭취하는 것은 섬유질과 항산화 물질을 보충한다는 점에서 인지 능력에 도움을 줄 수 있다. 12년 동안 70세 이상 1만6000명을 조사한 한 연구에서는 블루베리와 딸기 등 베리류를 더 많이 섭취한 나이든 여성의 경우 인지 기능 저하 속도를 최대 2.5년까지 늦출 수 있다고 밝혔다.
생선과 견과류 그리고 올리브오일
기름기가 많은 생선은 오메가3 지방산의 좋은 공급원이며, 이는 뇌 건강을 개선하고 노화 관련 인지 기능 저하 및 치매의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웨일 코넬 메디슨의 알츠하이머 예방 프로그램 책임자인 리사 모스코니 박사는 “우리 몸은 스스로 충분한 양의 DHA(도코사헥사엔산)를 생성할 수 없다”며 “우리는 그것을 식단을 통해 공급받아야 한다. 이는 생선 섭취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일주일에 약 2~3회 섭취하는 정도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견과류와 씨앗류는 인지 능력 저하를 늦추는 식품으로 잘 알려졌다. 수많은 연구에서 견과류, 특히 호두를 많이 섭취할수록 인지 저하 위험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70세 이상 여성 약 1만6000명을 조사한 연구에서, 일주일에 적어도 5인분의 견과류를 섭취한다고 말한 여성이 그렇지 않는 여성보다 인지 점수가 더 높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지중해식 식단과 마인드 식단의 주재료인 올리브오일은 인지 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올해 9만2000명 이상의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올리브오일을 많이 섭취할수록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률이 29% 낮고, 전반적인 사망 위험률 또한 8~34%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언급한 영양소들이 함유된 보충제도 시중에 적지 않으나, 전문가들은 치매 예방 및 인지 기능 향상을 위해서라면 식단을 통해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모스코니 박사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 주요 연구들을 살펴보면 뇌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홍보하는 오메가3 보충제 등을 복용해도 실제 인지 기능 저하가 늦춰지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아무리 훌륭한 보충제도 건강한 식단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당부했다.
산을 오르는 재미 중 하나는 명산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사찰을 만나는 일이다. 대웅전을 향할 때 불어오는 산바람, 고요한 사찰 아래에서 수행 중인 승려의 인사 등 그곳을 가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전국 명산마다 유명한 사찰이 자리하고 있지만, 대표적인 곳은 역시 지리산이다. 지리산의 3대 사찰로 손꼽히는 쌍계사, 화엄사, 천은사를 소개한다.
마음의 안식을 원할 때 천은사
천은사로 가려면 감로천을 건너기 위해 다리를 지나야 하는데, 그곳에서 수홍루를 만나게 된다. 다리 위에 정자가 지어진 독특한 형태다. 저수지와 입구에 조성된 공원의 규모를 생각하면 절 자체는 아기자기하다. 거대한 구조물들이 위압감을 주거나 엄숙함을 강요하는 모양새도 아니다. 주변을 지나던 등산객들에게 안정감을 준다.
자연의 멋 그대로 살린 쌍계사
주변 볼거리가 가장 많은 사찰이다. 섬진강을 따라가다 화개장터가 등장하면 화개천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서 볼 수 있다. 거슬러 올라가는 길은 너무나 아름답다. ‘하동 십리벚꽃길’이라 불리는 이 길은 벚꽃이 피는 시기가 아니더라도 늘 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길을 걷다 마주하는 강가에 펼쳐진 녹차 밭의 광경도 압도적이다.
대표적 천년고찰 화엄사
지리산이 낯설다면 가장 먼저 들러야 할 곳이다. 사찰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지리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등산로, 관광지로서의 매력도 충만하다. 특히 연기암까지 올라가는 등산로는 계곡과 숲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당일 등산 코스로 애용된다. 화엄사는 대표적인 천년고찰로 지리산에서 만날 수 있는 사찰 중 가장 큰 절로 손꼽힌다.
산을 오르는 재미 중 하나는 명산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사찰을 만나는 일이다. 불자가 아니더라도 마음의 걱정을 한 줌 정도는 덜어놓고 올 수도 있고,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수행 중인 승려의 인사를 받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대웅전으로 향할 때 거치는 누각의 그늘 아래 앉아 맞는 산바람도 사찰이 주는 선물이다. 전국 명산마다 유명한 사찰이 자리하고 있지만, 대표적인 곳은 역시 지리산이다. 지리산의 3대 사찰로 손꼽히는 쌍계사, 화엄사, 천은사를 취재를 핑계 삼아 다녀왔다.
자연의 멋 그대로 살린 쌍계사
주변 볼거리가 가장 많은 사찰이다. 섬진강을 따라가다 화개장터가 등장하면 화개천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서 볼 수 있다. 거슬러 올라가는 길은 너무나 아름답다. ‘하동 십리벚꽃길’이라 불리는 이 길은 벚꽃이 피는 시기가 아니더라도 늘 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길을 걷다 마주하는 강가에 펼쳐진 녹차밭의 광경도 압도적이다.
그렇게 오르다 보면 쌍계사가 등장한다. 쌍계사는 계곡의 지형을 그대로 살려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거대한 사찰을 만들겠노라며 산을 깎고 계곡을 메운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늘 계곡 물소리가 경내를 불경처럼 맴돈다. 주변에 앉아 한참이나 물속을 바라보며 소위 ‘물멍’이 요즘 유행하는 이유를 깨닫게 된다. 물 흐르는 소리와 함께 압도적인 것은 절 안 곳곳 장식처럼 서 있는 대나무 숲이다. 쌍계사의 창건 전설에 왜 호랑이가 등장하는지 이해될 정도.
쌍계라는 절의 이름이 처음부터 쓰인 것은 아니다. 신라 성덕왕 21년(722) 대비와 삼법 두 스님이 칡꽃이 핀 눈 쌓인 계곡을 찾아 호랑이의 인도로 이 절을 세웠을 때는 옥천사로 불렸다고 한다. 그러다 신라 헌강왕 때 동명의 다른 사찰과의 혼선을 막기 위해 절 앞에 흐르는 시냇물의 이름을 따 쌍계라는 호를 받았다. 신라의 문인 최치원이 쌍계석문 4자를 써 바위에 새기기도 했다.
경내에는 국보 제47호 진감선사탑비(眞鑑禪師塔碑)가 버티고 서 있다. “도는 사람과 멀리 있지 않고, 사람은 나라에 따라 다르지 않다.(道不遠人, 人無異國)”라는 비문이 새겨져 있다.
마음의 안식을 원할 때 천은사
운전을 좋아한다면 알 만한 길 노고단로 초입에 위치한다. 이 길은 해발 1000m가 넘는 성삼재 휴게소까지 갈 수 있고, 길이 급격한 코너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와인딩을 즐기려는 많은 운전자들이 찾는다. 그렇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 워낙 길의 굴곡이 심해 실제 차들의 운행 속도는 매우 느린 편이다.
성삼재에서 굽이치는 도로를 지나 천은사에 도착하면 매우 다른 광경이 펼쳐진다. 넓은 천은저수지의 잔잔한 물결과 공원처럼 펼쳐진 절 입구가 인상적이다. 산을 내려오며 격해진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 느낌을 준다.
천은사로 가려면 감로천을 건너기 위해 다리를 지나야 하는데, 그곳에서 수홍루를 만나게 된다. 다리 위에 정자가 지어진 독특한 형태다. 저수지와 입구에 조성된 공원의 규모를 생각하면 절 자체는 아기자기한 편이다. 거대한 구조물들이 위압감을 주거나 엄숙함을 강요하는 모양새도 아니다. 주변을 지나던 등산객들이 편히 쉴 수 있는 안정감을 준다.
이 절 역시 통일신라 시대인 흥덕왕 3년(828)에 지어졌다. 임진왜란 이후 중건할 때 절터 주변에서 나오는 구렁이들을 잡았다가 화재와 재앙이 끊이지 않아 애를 먹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조선 4대 명필의 한 사람인 이광사가 ‘지리산 천은사’라는 글씨를 써서 일주문 현판으로 걸었더니 그 뒤로 재앙이 그쳤다고 한다.
대표적 천년고찰 화엄사
지리산이 낯선 이라면 가장 먼저 들러야 할 곳이다. 사찰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지리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등산로, 관광지로서의 매력도 충만하다. 특히 연기암까지 올라가는 등산로는 계곡과 숲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당일 등산 코스로 애용된다.
화엄사는 대표적인 천년고찰로 지리산에서 만날 수 있는 사찰 중 가장 큰 절로 손꼽힌다. 특히 중층으로 이뤄진 각황전은 전국 사찰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경복궁 근정전에 비교될 정도지만 그보다는 작다. 이 각황전은 국보 제67호로 지정됐다. 흥미로운 점은 일반적으로 사찰의 중심엔 대웅전이 가장 큰 규모로 무게중심을 잡는 것이 보통이지만, 화엄사의 경우 각황전이 대웅전보다 압도적으로 크다.
최근 화엄사에는 새로운 볼거리가 등장했다. 각황전 좌측 길로 오르다 보면 사사자삼층석탑을 만날 수 있다. 말 그대로 4마리의 사자가 받치고 있는 석탑이다. 탑을 완전히 해체해 새롭게 복원하는 데 무려 7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국보 제35호로 지난 9월 말 관람객에게 공개됐다.
사찰의 규모만큼이나 유물도 많다. 각황전만큼 거대한 바로 앞 석등은 국보 제12호고, 영산회괘불탱과 목조비로자나불삼신불좌상도 국보로 등록됐다.
‘사적기’에 따르면 화엄사는 신라 진흥왕 5년(544)에 연기(緣起)조사가 창건했다고 나온다. 문무왕 때는 의상대사가 왕명을 받아 석판에 ‘화엄경 80권’을 새겨 절에 보관했다고 한다. 이때 의상대사가 황금장육불상을 모신 곳이 지금의 각황전이다. 각황전은 조선 중후기인 숙종 때 지어진 건물로, 본래 장육전이 소실되어 복원하면서 숙종이 현판을 ‘각황전’이라 사액했다.
추석 연휴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따뜻한 가족의 품으로 가기 전,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오기 전 마지막 고비가 있다. 바로 막히는 귀성‧귀경길이다. 도로에서 버리는 시간을 줄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감염 우려를 줄이기 위해서도 붐비는 시간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올 추석은 백신 접종 확대, 거리두기 일부 완화 영향으로 귀성‧귀경 이동 인원은 3226만 명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추석 3116만 명이 이동한 것과 비교하면 3.5% 증가한 것이다. 추석 당일에는 최대 626만 명이 이동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루 평균 이동 인원은 538만 명으로 지난해 추석 519만 명과 비교해 19만 명 늘어날 전망이다. 코로나19 탓에 이동여부를 확실하게 정하지 않은 비율이 지난해보다 매우 높다. 지난해 6~7%에서 올해는 20.7%로 3배에 달한다. 연휴 직전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실제 교통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교통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완화되면 하루 평균 예측 이동 인원은 예측치보다 61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고, 심해지면 27만 명이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추석 연휴 고속도로 귀성길은 추석 하루 전인 20일 오전, 귀경길은 추석 당일인 21일 오후에 가장 혼잡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석 연휴 기간에 이용할 교통수단은 코로나19 방역대책에 따라 승용차가 93.6%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도로에 차량이 늘어남에 따라 귀경길 정체는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추석과 비교할 때 주요 도시 간 평균 소요 시간은 귀성 방향으로는 최대 1시간 25분이 줄어들고, 귀경 방향으로는 최대 3시간 15분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평균 소요 시간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5시간 30분, 서울에서 광주까지 3시간 50분으로 추정했다. 귀경 때 평균 소요 시간은 부산에서 서울까지 8시간 40분, 광주에서 서울까지 8시간으로 추정했다. 귀성과 귀경 평균 시간이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연휴가 추석 전에 시작해 귀성에는 사람들이 많이 나눠져 분산되는 반면 귀경은 추석과 다음날로 몰리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는 17일부터 22일까지 6일간을 ‘추석 특별교통대책기간’으로 정해 방역을 강화한다. 이 기간에는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모든 휴게실에서 실내 좌석을 쓸 수 없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출출한 시니어들은 이번에는 포장해 차량에서 끼니를 해결해야 한다.
안성‧이천‧화성‧용인‧백양사‧섬진강‧함평천지‧보성녹차‧통도사 9개 휴게소에서는 임시선별검사소를 운영한다. 혹시 이동 중에 코로나19 검사가 필요하다면 휴게소에 들러 진단검사를 받을 수 있다.
정부는 명절 때마다 고속도로 통행료를 3일간 면제했다. 하지만 올해는 설과 마찬가지로 고속도로 통행료를 정상 부과한다. 이 기간의 통행료 수입은 코로나19 방역 활동에 쓰일 예정이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전국 공공주차장 1만4237곳을 무료로 개방한다. 권역별로 무료 개방하는 공공주차장 수는 서울·경기·인천 4232곳, 대전·세종·충청 1862곳, 광주·전라 1171곳, 대구·경북 2285곳, 부산·울산·경남 3275곳, 강원 1183곳, 제주 229곳이다. 무료개방 공공주차장 정보는 17일부터 ‘공유누리’와 ‘공공데이터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차 공간이 마땅치 않은 시니어에게는 유용할 수 있다.
주기마다 일정 금액을 지불하며 제품이나 서비스, 콘텐츠 등을 이용하는 ‘구독경제’의 몸집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제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뿐 아니라 의식주부터 취미와 여가 등 삶의 전반에 다양한 방식으로 침투하고 있다. 심심할 때 TV 대신 넷플릭스를 보고, 유튜브 구독자 수로 인기를 가늠하는 구독 전성시대, 시니어가 알아두면 좋을 이색 서비스를 소개한다.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인 수면 등이 세계 장수마을 사람들의 건강 비결로 알려져 있다. 사실 ‘밥 먹으면 배부르다’ 식의 당연한 이야기다. 누구든 잘 먹고 잘 자면 면역 기능이 향상돼 질병에 쉽게 노출되지 않는다.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이 뻔한 일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체력이 떨어지면 삼시세끼는커녕 한 끼 차려 먹는 것도 힘들다. 그런데 매일 색다른 밥상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눈앞에 차려진다면 어떨까. 첨단 로봇이 아닌, 식단 구독 서비스로도 가능한 일이다.
건강 식단 구독 서비스 ‘그리팅’
‘혈당 조절은 장기전이기에 식사에 한계가 있는데, 식단을 구독하니 선택지가 많아져 스트레스가 사라졌습니다.’ 현대백화점 계열사 현대그린푸드의 건강 식단 구독 서비스 ‘그리팅’을 구독한 40대 김건강(가명) 씨가 남긴 후기다. 그가 선택한 메뉴는 저당식단. 당류와 염분을 최소화하고, 저당 식재료를 3종 이상 활용해 만든 당뇨 예방 식단이다.
‘그리팅’은 이처럼 건강관리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 원하는 날짜에 식단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종류는 저당식단을 비롯해 한 끼 평균 열량이 450kcal인 칼로리식단, 세계에서 가장 장수 인구가 많은 ‘블루존’(Blue Zone) 국가의 식문화를 반영한 장수마을식단 총 3가지다. 이 중 골라 구독 기간과 끼니 수, 배송 희망일을 택하면 해당 식단을 주 2~3회 받아볼 수 있다. 주문 후 조리되는 상품 특성상 구독 최대 기간은 2주이며, 가격은 한 끼당 8500원이다.
홈페이지 구독 신청 페이지에서 ‘메뉴 미리보기’를 누르면 테마별로 18가지 식단을 살펴볼 수 있다. 해당 날짜를 기준으로 2주간 제공되는 식단이다. 2주 뒤에는 다른 식단이 그 자리를 채운다. 매일 다른 메뉴를 즐길 수 있는 셈이다. 박주연 그리팅사업담당 상무는 “식단을 통해 건강관리를 하려면 계속 먹을 수 있어야 한다”며 “고객분들이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매월 신 메뉴를 개발한다. 일반 식품 제조업체에서는 실현하기 어려운 사업 모델이지만, 자사는 서울아산병원과 아주대병원에 환자식을 제공했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건강한 식단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 식단’을 표방하는 만큼 식단 구성 과정도 까다롭다. 먼저 식단의 특성에 따라 영양 목표를 설계하고, 시기별 어울리는 식자재와 조리법을 연구해 레시피를 완성한다. 그다음 맛, 색상 등의 조화를 고려해 궁합에 맞는 메뉴로 한 끼 식사를 구성한다. 이때 단순히 대중적인 레시피를 차용하는 것이 아닌, 생소한 재료를 활용해 전에 없는 메뉴를 말 그대로 ‘개발’한다. 이를테면 저당식단에는 인슐린 작용을 도와주는 여주와 꾸지뽕이, 장수마을식단에는 산초, 팔각 등 이국적인 재료가 들어간다. 정현정 그리팅Lab 케어식단연구원은 “대개 건강식은 싱겁고 맛없다는 편견이 있는데, 그리팅을 통해서는 다양하고 새롭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영양뿐 아니라 맛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구독 전 세 끼 분량의 체험판을 주문할 수 있다. 그리팅 오프라인 매장인 ‘영양사의 반찬가게’를 통해서도 구매가 가능하다. 이곳에서는 영양사와 1:1 건강 상담을 통해 맞춤형 반찬을 추천받을 수도 있다. 현대백화점 본점·여의도점·무역센터점·목동점·판교점 총 5곳에서 운영 중이다. 박 상무는 “앞으로는 건강 식단뿐 아니라 연화식 등 고령 친화 식품과 관련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해 시니어가 더 편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리팅’이 추천하는 장수 식자재
꾸지뽕_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토종 식물로, 뽕나무를 닮아 ‘굳이 뽕나무’라고 불리며 그 이름이 유래됐다. 혈관 건강에 효과적인 루틴이 뽕잎의 약 18배, 녹차의 68배가량 함유돼 있어 혈전 생성을 억제하고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 비린내를 잡는 데 탁월해 해물찜, 갈치조림 등 생선을 찌고 조릴 때 꾸지뽕잎 가루를 함께 넣으면 더욱 깔끔한 맛을 낼 수 있다.
여주_입에 쓸수록 건강에는 달다! 특유의 쓴맛으로 한의학에서는 ‘고과’(苦瓜)라 불리는 여주는 사포닌 계열의 모모르카로사이드 성분이 풍부해 신체 활력을 증진하는 데 도움을 준다. 쓴맛 때문에 손이 잘 가지 않을 것 같지만, 제육볶음이나 소불고기 등 양념 고기 요리에 넣으면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여주의 쌉싸름한 풍미가 매콤달콤한 고기의 맛을 더욱 살려준다.
당귀_반건조 상태의 당귀는 뜯었을 때 특유의 향을 끈적한 감촉으로 느낄 수 있다. 주로 늦가을부터 봄 새싹이 돋기 전에 캔 뿌리를 건조해 사용한다. 잎이 무성해지면 약의 기운이 잎으로 몰려 뿌리의 효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관절 통증과 치매 예방에 좋은 데커신 성분이 풍분해 노년기 건강관리에 도움을 준다. 닭볶음, 주꾸미볶음 등 매콤한 한식 요리에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