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만 자랐지 영 부실하고 어딘가 비뚤어진 식물을 가리켜 ‘웃자랐다’고 말한다. 부족한 일조량이나 통풍,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온도, 필요 이상으로 많이 줘버린 물 등 원인은 다양하다. 지나치게 다양한 나머지 ‘식물 좀 키워봤다’는 경력 ‘식집사’(식물+집사)까지 비뚜름하게 자란 식물을 보며 시름한다. 웃자람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 정녕 없을까?
식집사도 ‘장비빨’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옛말이 있다. 식집사 ‘만렙’(최고 수준)까지의 여정도 마찬가지다. 기술의 발전은 반려식물에게도 유의미한 장비를 남겼다. 어화둥둥 우리 집 식물, 웃자람 없이 튼튼하도록 도와줄 장비를 정리해봤다.
참고 책 ‘식물 상담’, ‘식물과 같이 살고 있습니다’
제품 사진 각 사 홈페이지
빛 - 식물생장등
빛은 식물을 키우는 데 필요한 3대 요소 중 하나다. 빛이 없어도 잘 ‘버티는’ 식물은 있지만 빛이 없어도 살 수 있는 식물은 없다. 식물의 영양 상태는 일조량이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므로, 공간별 일조량과 키우는 식물의 적정 일조량을 파악해 맞춰주면 좋다.
실외 정원이나 옥상에는 유리에 통과되지 않은 햇빛이 들어온다. 집이 저층이고 남향이 아니거나, 다른 건물에 가로막혀 있다면 일조량이 적어진다. 전망이 좋아도 유리창을 통과한다면 햇빛을 온전히 받을 수 없다. 하물며 유리를 통과한 직사광선조차 받지 못하는 그늘에 있다면? 식물이 웃자랄 수밖에 없다.
식물생장등
이제 채광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식집사 생활을 청산하지 않아도 된다. 형태는 전구형, 바(Bar)형, 우산형 등이 있다. 보통의 식물 생장용 LED는 자주색 빛을 낸다. 광합성 및 생육을 촉진하는 빨간빛(개화용)과 잎 형태를 형성하고 웃자람을 막는 파란빛(성장용)을 동시에 공급하기 때문이다. 진한 자줏빛 조명이 인테리어나 미관을 망친다는 이유로 기피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최근에는 백색광을 내는 LED 생장등도 출시되고 있다. 또한 탁상 스탠드와 유사한 인테리어 겸용 생장등도 판매되고 있다.
식물과 생장등 사이는 30cm 이내 거리가 좋다. 너무 멀거나 가까우면 효과가 미비하거나, 엽록소 손상으로 잎이 검거나 하얗게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밤보다는 낮에, 해가 뜨고 지는 시간에 맞춰 사용하도록 하자.
[TIP] 식물생장등 잘 고르려면?
식물생장등을 구매하기 전 ‘PPFD’(Photosynthetic Photon Flux Density)를 확인하자. 광합성을 할 수 있는 광량자의 양을 나타내는 수치로, 같은 조건이면 PPFD 수치가 높은 생장등이 식물 생장을 수월하게 한다.
물 – 수분측정기, 분무기
식물을 떠올렸을 때 가장 연상하기 쉽고, 그만큼 중요한 요소다. 물을 제때 적절하게 주는 일은 매우 중요하지만, 초보 식집사가 가장 어려워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물의 양이나 때를 조금만 혼동해도 마르거나(건조) 물러버리는(과습) 불상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겉흙이 파이고 물이 고루 퍼지지 않기 때문에 한 번에 부어서도 안 된다. 이런 고질적인 어려움을 해소하는 도구가 식집사들 사이에 알음알음 퍼지고 있다. 속흙이 말랐는지 확인하기 위해 손가락이나 나무젓가락을 찔러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나날은 이제 안녕이다.
수분측정기(토양수분계)
작동 방식에 따라 건전지가 없어도 쓸 수 있는 무동력 측정기와 배터리‧필터를 갈아줘야 하는 디지털 기기로 나뉜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뿌리를 피해 절반 이상 흙에 파묻히도록 곧게 꽂으면 된다. 막대나 막대 끝에 달린 금속으로 흙의 수분 정도를 측정하고, 건조‧적당‧축축(과습) 단계별로 안내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화분별로 하나씩 꽂아야 하니 화분이 많은 경우 비용이 부담되는 단점도 있다. 또 식물에 따라 꼭 필요로 하는 물의 양이 다르므로, ‘건조’가 무조건 좋지 않거나 ‘적당’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키우는 식물에게 맞는 적정 상태가 어느 단계인지 미리 체크해두자.
전동분무기
물뿌리개 혹은 분무기를 들 때 손목이 시큰거린다면 구매를 고려해봄직한 장비다. 농사를 짓거나 텃밭을 가꿀 때 사용하는 스프링클러의 가정용인 셈이다. 일직선으로 물이 분사되는 직분사, 안개처럼 물이 퍼지는 안개분사 등 분사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영양제나 병충해 방지 약품을 희석해 방제용으로 쓰는 경우도 많다. 자동 분사 모드를 사용하면 일일이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설정한 만큼 물이 분사된다. USB 포트로 충전해 무선으로 사용한다.
온·습도 – 가습기, 에어포트 화분
일반적으로 실내에서 자라는 식물의 적정 온도는 23~25℃ 수준이다. 하지만 모든 식물이 같은 온도를 반기지는 않는다. 식물을 탈 없이 키우고 싶다면 자생지의 기후를 확인해보자. 온습도계를 마련하고, 아래 소개하는 장비를 이용해 자생지와 비슷한 수준으로 온도와 습도를 맞춰주면 식물도 화답하듯 쑥쑥 자랄 것이다.
식물용 가습기
촉촉한 공기를 좋아하는 어린 식물과 관엽식물을 위한 장비다. 대기가 건조한 겨울에는 식물 겉 테두리가 갈변하는 일이 흔한데, 이를 방지해준다.
에어포트 화분
과습으로 죽어가는 식물도 살린다 하여 ‘마술화분’, ‘도깨비화분’ 등의 별명을 얻었다. 화분 전체에 숨구멍이 나 있어, 무르기 쉬운 뿌리가 건강하게 자라도록 한다. 뿌리를 차가운 공기에 접촉시켜 뿌리와 식물 전체의 생장을 촉진하는 ‘공기단근’(Root Air Pruning)이 일어난 덕분이다. 다소 못생긴 외관에 비해 효과가 탁월하고 분갈이가 간편한 장점이 있어 식집사들 사이에서 입소문 난 장비다. 상당수 후기가 몬스테라 알보와 궁합이 좋다고 증언하고 있다.
통풍(바람) - 서큘레이터
바람도 식물에게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고로 통풍을 돕는 서큘레이터나 선풍기는 식물 키우는 데 필수 장비다. 통풍이 원활하지 않으면 식물이 배출한 산소의 농도가 높아지고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져 광합성 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과습을 유발하거나 해충이 생기기도 한다. 이럴 때 필요한 장비가 선풍기 혹은 서큘레이터다. 경우에 따라서는 캠핑용 실링팬을 사용하기도 한다.
서큘레이터를 이용해 약풍 혹은 미풍으로 약한 바람을 지속적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 8시간 이상 약풍이나 미풍 단계로 틀어주면 좋다. 미세먼지가 심하거나 장마철이라 환기하기 어려울 때 특히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농촌에선 해 지면 할 일 없다더니 다 옛말인가. 전라남도 화순의 작은 창고에서는 매일 밤 드론이 힘차게 날아오른다. 시속 60㎞ 속도로 날아다니며 요란하게 부딪치고, 골문을 시원하게 파고드는 드론볼을 보고 있자면 저절로 손에 땀을 쥐게 된다. 다 함께 모여 동고동락하던 연습 시간, 그로 인해 일궈낸 값진 승리가 주는 희열 앞에서 나이란 숫자에 불과하다.
주어진 시간은 3분. 소형 드론을 감싼 드론볼을 공중에 떠 있는 골문에 집어넣어야 한다. 각 팀에선 5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수비수 3명, 길잡이 1명과 유일하게 득점이 가능한 스트라이커(공격수) 1명으로 구성된다. 수비수 드론은 골문을 지킨다. 길잡이 드론과 상대팀 수비수 드론이 치열한 육탄전을 벌인다. 길잡이가 비집어 길을 터놓으면 스트라이커가 눈 깜짝할 새 골대를 통과한다. 스코어보드가 올라가는 순간이다.
드론축구 경기는 3세트 중 세트 득실로 승부를 가른다. 한 세트만 해도 스무 골은 가볍게 터진다. 선수단 성향에 따라 전략도 다양하다. 수비수는 스트라이커가 선취점을 얻어낼 수 있도록 뒤에서 돕는가 하면, 경기를 시작하자마자 상대 팀 스트라이커를 격추시켜 다시 못 날도록 바닥에 꽁꽁 묶어두기도 한다. 세트가 끝나기 전에는 드론을 감싼 기체가 파손되거나, 배터리가 방전돼도 선수를 교체할 수 없는 규칙 탓이다. 정비는 세트 사이 주어지는 5분 동안만 가능하다.
드론, 고요한 농촌의 밤을 가르다
화순의 농부들은 어쩌다 이 생소한 스포츠에 빠져들게 된 걸까. 하율호 단장과 평소 친분이 있던 박인철 유림어스 감독이 드론축구를 해보지 않겠냐고 꾸준히 제안한 게 시작점이 됐다. 하 단장도 처음에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가 아는 드론이란 비료를 살포하기 위한 방제용이 전부였고, 무엇보다 생소한 스포츠에 도전할 마음이 선뜻 들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박 감독은 지칠 줄 몰랐다. 그는 드론축구단을 운영해 나주 문평중학교를 폐교 위기에서 구하고, 전남 영광에서 노인 대상으로 치매 예방을 위한 드론 교육을 진행한 경력이 있었다. 드론축구가 이들에게도 도움이 되리라고 확신했다.
줄곧 거절하던 하 단장도 연습용 드론이 반짝이며 날아다니는 모습에 마음을 뺏기고 말았다. 설득만 어려웠지, 그 뒤로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하 단장이 알고 지내던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렸고, 참여 의사를 밝힌 농부 몇몇과 선수단을 창단한 뒤 4종 드론 국가자격증을 취득했다. 국내 최초 노인 드론축구단 ‘유림어스’의 시작이다.
드론 띄우기도 어려워하던 평균 65세 농부들이 어엿한 드론축구 선수로 성장하기까진 수없이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박 감독이 개인적으로 챙겨온 드론을 부수는 건 다반사일 정도였으니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하지만 재미가 붙자 연습 삼매경에 빠졌다. 정기 훈련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농사일로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 연습장을 찾아 드론을 날렸고, 유튜브를 보며 혼자 공부하거나 손자들에게 과외를 받기까지 했다.
이들은 내친김에 연습장까지 직접 마련했다. 쓰던 창고를 비워 애플수박 농사에 쓰던 그물망을 두르고, 선박에 두는 플라스틱 구명부환을 천장에 매달아 골대를 만들었다. 드론볼 부품을 미리 사서 ‘셀프 정비소’도 갖췄다. 정식 경기만큼 치열하지는 않지만 연습 중에도 드론볼이 부서지거나 드론이 자주 고장 나 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식 경기장 반절에 불과한 크기지만 이들이 열정을 불태우기엔 충분했다. 지난해 제1회 전남도립대총장배 전국드론축구대회에서 창단 7개월 만에 첫 승을 거뒀고, 지난 2월 열린 광주광역지회장배 드론축구대회에서는 당당히 4위를 차지하며 우수상까지 받았으니까.
이렇게 좋은 드론축구, 왜 안 하세요?
하율호 단장뿐 아니라 유림어스 선수들, 박 감독까지 입을 모아 말한다. 드론축구는 노인, 특히 도시가 아닌 농촌에 거주하는 노인에게 제격인 취미라는 것. 드론축구 선배로서 강력하게 추천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드론축구는 경기 시간이 3분으로 짧기 때문에 순간 집중력이 좋아야 해요. 순식간에 내 편 네 편 할 것 없이 드론볼이 엉키기 때문에 내 드론볼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아야 하고요, 정면이 어느 방향에 있는지도 파악해야 합니다. 내 드론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지도 모르고 애먼 곳 쳐다보고 있으면 질 수밖에 없거든요. 드론볼을 어떻게 움직여야 득점할 수 있을지 계산하려면 순발력도 좋아야 하고요.”
즐길거리가 비교적 다양한 도시와는 달리, 해 지면 꼼짝없이 집에 틀어박혀 TV나 봐야 하는 게 농촌의 현실이다. 그러나 드론축구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 장비와 농기구 보관하던 창고만 있어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드론 국가자격증 취득도 크게 어렵지 않다. 최소 3명은 모여야 경기 출전 자격이 주어지므로, 훈련차 모여 인적 교류를 나눌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일반적인 스포츠에 비해 체력 소모가 덜하다는 점은 특히 매력적이다. 쉴 새 없이 머리를 써야 하니 치매 예방은 덤이다. 게다가 유림어스 선수단은 ‘국내 유일 노인 드론축구팀’으로 여러 차례 매스컴을 탄 덕분에 응원해주는 팬들도 생겼다. 경기가 끝나고 관객은 물론 상대 선수단의 응원과 박수갈채를 받노라면, 승패와는 무관하게 성취감과 자부심으로 가슴이 벅차오른다. 노년기에 쉽게 느낄 수 없는 감정이기에 더욱 값지다.
이 모든 감정이 유림어스가 도전하는 원동력이 된다. 최근에는 화순군청이 시행하는 지원 사업에 응모해 5000만 원의 지원금을 따냈다. 이 돈은 화순에 드론축구 정식 경기장을 짓는 데 고스란히 쓰일 예정이다. 지금 사용하는 연습장 크기가 작아 경기할 때 거리감을 잃은 경험이 아쉬움으로 남은 탓이다. 더 많은 사람들과 드론축구를 즐기고픈 마음도 한몫했다.
건강한 열정이 옮겨붙은 덕분인지, 화순에선 지난 2월 새로운 선수단이 탄생했다. 40~50대로 구성된 유림어스 2기, ‘화순어벤져스’ 팀이다. 현재 6명이 모인 화순어벤져스와는 매달 셋째 주 월요일에 모여 합동 훈련 겸 대항전을 진행한다. 창단된 지 얼마 안 됐지만 젊어서 그런지 배우는 속도가 빠르다며 선배들은 내심 부러운 티를 낸다. 그래도 1기가 실력에선 훨씬 앞선다.
유림어스 3기이자 ‘국내 최초 여성 노인 드론축구단’의 탄생도 머지않았다. 유림어스 1기 선수단의 아내들이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작년에 드론축구 장비를 처음 맞출 때, 저희 선수단 모두가 아내 몫의 드론볼까지 미리 사뒀었죠. 3기가 창단되면 브라보에 가장 먼저 연락하겠습니다.” 하 단장과 선수단이 호탕하게 웃었다.
아직 3부 리그에 속한 유림어스의 목표는 2부 리그 승격이다. 물론 갈 길이 멀다. 3부 리그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해야만 2부 리그로 올라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 사전에 포기란 없다. 유림어스의 드론볼은 새로운 골대를 향해 오늘도 날아오르고 있다.
[TIP] 나도 드론축구 즐기려면?
1 자격 요건 드론축구를 즐기기 위해서는 4종 드론 국가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4종은 250g 이상 2kg 이하의 소형 무인동력비행장치에 대한 면허로, 온라인 교육만 이수하면 취득할 수 있다. 항공교육훈련포털에서 한국교통안전공단의 무인동력비행장치 4종(무인비행기) 교육을 수강하면 된다.
2 비용 드론볼, 드론 배터리, 충전기, 조종기 등 드론축구에 필요한 장비를 구비하려면 1인당 약 130만 원이 든다. 드론볼의 경우 필요한 재료를 구매해 직접 조립해야 한다.
3 선수단 창단 및 합류 드론축구단에 소속돼야 드론축구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 거주하는 지역의 지회, 지부의 팀에 합류하거나, 마음 맞는 사람들과 새로운 팀을 꾸릴 수도 있다. 경기 출전은 최소 3명부터 가능하기 때문에 선수단 구성원도 3명 이상(수비수 2명, 공격수 1명)이어야 한다. 대한드론축구협회 홈페이지에서 선수단 창단 신청을 하면 된다. 그 외 드론축구를 연습할 수 있는 전국의 드론축구장은 대한드론축구협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드론축구는 3분 동안 소형 드론을 감싼 드론볼을 공중에 떠 있는 골문에 집어넣어 승부를 가르는 스포츠다. 장비와 농기구 보관하는 창고 크기의 빈 공간만 있어도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일반 스포츠에 비해 체력 소모가 적고, 쉴 새 없이 머리를 써야 하니 치매 예방은 덤이다. 시니어 맞춤 신(新) 취미, 드론축구에 대해 알아보자.
'유림어스'는 전남 화순의 평균 65세 농부들로 구성된 국내 최초 노인 드론축구단이다. 꾸준한 연습 끝에 지난해 제1회 전남도립대총장배 전국드론축구대회에서 창단 7개월만의 첫승을 거뒀고, 지난 3월 광주광역지회장배 드론축구대회 4위를 차지했다.
자격 요건
드론축구를 즐기기 위해서는 4종 드론 국가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4종은 250g 이상 2kg 이하의 소형 무인동력비행장치에 대한 면허로, 온라인 교육만 이수하면 취득할 수 있다. 항공교육훈련포털에서 한국교통안전공단의 무인동력비행장치 4종(무인비행기) 교육을 수강하면 된다.
비용
드론볼, 드론 배터리, 충전기, 조종기 등 드론축구에 필요한 장비를 구비하려면 1인당 약 130만 원이 든다. 드론볼의 경우 필요한 재료를 구매해 직접 조립해야 한다.
선수단 창단 및 합류
드론축구단에 소속돼야 드론축구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 거주하는 지역의 지회, 지부의 팀에 합류하거나, 마음 맞는 사람들과 새로운 팀을 꾸릴 수도 있다. 경기 출전은 최소 3명부터 가능하기 때문에 선수단 구성원도 3명 이상(수비수 2명, 공격수 1명)이어야 한다. 대한드론축구협회 홈페이지에서 선수단 창단 신청을 하면 된다.
넷플릭스를 둘러보다가 오랜만에 한석규, 심은하 주연의 ‘8월의 크리스마스’를 봤다. 작품에서 화 한 번 내지 않을 것 같은 털털한 인상의 주인공 정원은 극 중 두 번 화를 낸다. 이 가운데 두 번째 화를 내는 장면에서 정원은 어떻게 비디오를 틀어야 할지 모르는 아버지에게 화를 낸다. 자신의 죽음에 대비해 아버지에게 비디오 재생 방법을 반복하여 알려주지만 아버지는 이를 어려워했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이 장면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비디오 하나 재생하는 게 뭐 그렇게 어려울까.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정원의 아버지에게 비디오란 지금의 인터넷 뱅킹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면 조금은 이해가 될 것 같다.
사람들은 조금 더 편한 삶을 위해 스마트폰과 인터넷 뱅킹 등 IT를 활용한 여러 장비와 서비스를 고안했다. 하지만 세상은 오히려 점점 더 복잡해지는 분위기다. 예전 같으면 그냥 은행에 찾아가는 ‘아날로그 맨’이 되어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세상의 변화 앞에 개인은 힘이 없다. 현금 결제가 기본이었던 전통시장은 생존을 위해 제로페이와 카드 기기를 놓기 시작했다. 은행은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점포를 줄이고 있다. ‘현금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한국은행조차 은행 점포의 감소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제지할 정도다.
필자는 산업 매체에서 이차전지를 주 취재 분야로 삼으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이차전지 시장조사 업체에서 2년 반의 시간을 보냈다. 이차전지의 쓰임새는 무궁무진하다. 전기자동차 외에도 이제 우리의 분신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휴대전화, 최근 유행하는 무선 이어폰까지 모두 이차전지의 주요 시장이다.
동시에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과연 세상의 이로움에 기여하고 있는가?
몇 해 전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환경을 지키겠다며 스마트폰에 포함되어 있던 충전 케이블을 제공하지 않기 시작했다. 덤으로 어느 순간부터는 유선 이어폰까지 제공하지 않고 있다. 단순하게 음악을 듣기 위해 꽂기만 하던 이어폰을 쓸 수는 있다. 아직까지는. 그러나 이것도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기업들은 환경보호를 말하지만 사실은 스마트폰 제품의 제조 비용을 줄이고, 액세서리 구매로 인한 부차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가까운 미래,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무선 충전으로 충전하라며 아예 단자가 없는 제품을 출시할 것이다. 이젠 선택의 여지 없이 유선 이어폰 대신 무선 이어폰을 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은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몰라 헤맬 것이다. 단순하게 살 권리가 사라지고 있다.
너무 앞선 걱정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배터리 탈착형 스마트폰의 장점을 강조하다가 슬그머니 일체형 스마트폰을 내놓은 국내 스마트폰 업체들을 떠올려보자. 이제는 배터리를 갈아 끼우는 대신 충전기를 끼워야 한다. 배터리 수명이 다하면 수리센터에 가서 전지를 교체해야 한다. 소비자는 선택권을 박탈당했다. 이런 전례를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드웨어(HW)의 측면에서 해결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지금 개인용 IT 단말기, 즉 스마트폰의 HW는 소프트웨어(SW) 측면에서 폭넓은 다양성을 지원한다는 데서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실버폰’이라는 이름의 제품이 따로 나왔던 과거 피처폰 시대와는 또 상황이 달라진 셈이다. 스마트폰 제조 업체들이 기존 스마트폰을 활용한 장년 및 노년층의 접근성을 높인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구형 스마트폰을 활용한 아동용 스마트폰 제품에서 이미 활용 중이다.
스마트폰의 UI 외에도 다양한 시스템의 접근성 확보 방법이 필요하다. 가까운 예로 ARS 방문 인증을 볼 수 있다. 현재 2년째 전 세계를 강타 중인 코로나19의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우리는 QR인증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QR 외에도 우리는 ARS 전화 인증 방식을 병행한다. ARS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면 그 전화번호를 목록화하여 기록을 남기는 방식이다. QR 체크를 어려워하는 고령층에게 이는 아날로그식 인증 방법인 셈이다.
아날로그 방식을 이용한 디지털 인증, 어디서 들어본 방법인 것 같다면 정답이다. 바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합성을 뜻하니 디지로그(Digi+log)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장년층 이상의 문화 코드에 알맞은 아날로그 감성의 시스템을 만든다면 장년층이 필요로 하는 첨단 서비스를 보다 편하게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인구가 줄고 고령화 사회가 되어가며 장년층 이상 세대는 앞으로 사회생활을 지속하며 생산 활동과 소비 활동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이들에게 최적화된 IT 접근성은 곧 첨단 서비스에 대한 소비층의 확대를 의미한다. 앞선 전통시장의 예에서 밝혔듯 이들 역시 생산 활동을 위해, IT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중이다. 이들에 대한 IT 접근성 확보는 이제 IT 업계에는 시장 확보, 정부에는 기본권 보장과 같은 의무 사항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30대 초반으로 나온 정원의 세대는 지금쯤 50~60대에 접어들었다. 이들은 이제 비디오 재생 대신 복잡한 액티브엑스를 깔며 인터넷 쇼핑 또는 인터넷 뱅킹을 해야 한다. 최근 들어서는 코로나19 방문인증 및 접종인증을 하며 IT 접근성에 어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정원의 아버지처럼 자녀 세대에 계속해서 부탁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부모에게 최신 기기 사용법을 매일 가르쳐주거나 대신 해줄 수 있는 세대는 1~2인 가구의 증가로 거의 사라졌다. 편리해 ‘보이는’ 세상이 아니라 남녀노소가 ‘편리하게’ IT 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바라본다.
주식으로 용돈 벌이를 희망하는 시니어에게 반가운 이야기가 들린다. 전문가들이 대박을 예상하고 있는 공모주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상장 절차를 밟는다는 소식이다.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인 LG엔솔이 상장 절차를 시작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엔솔은 지난 8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했다. LG엔솔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또는 나스닥 상장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결국 코스피를 선택했다. 심사 기간을 고려하면 상장 시기는 빠르면 올해 7월부터 9월까지인 3분기에, 늦으면 4분기가 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LG엔솔 몸값이 100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번에 진행하는 공모 규모는 기업가치의 20% 정도인 20조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100조 원이라는 기업가치가 결코 과도한 수준이 아니라는 의견이다. 증권가에서는 LG엔솔 기업가치를 2022년과 2023년에 추정되는 영업이익을 토대로 결정했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022~2023년 실적을 적용한 이유는 상장 시기가 올해 4분기로 예상되고, 2023년 GM과 조인트 벤처 설립, 테슬라용 4680셀 공급 가능성 등 큰 폭의 성장이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수의 전기차 업체와 협업이 기대되고, 현재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의 성장세를 고려하면 무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매겨진 몸값만큼 청약증거금이 들어온다면 역대 최대치가 될 전망이다. 청약증거금은 기업 주식을 사기 위해 계약금처럼 미리 내는 돈을 말한다.
올해 3월 신기록을 세운 SK바이오사이언스는 IPO 주관사 선정 당시 기업가치 4조 원에 공모 규모는 약 1억5000만 원이었다. 청약 결과 실제 공모액은 64조 원으로 공모 규모의 60배에 가까웠다. 이 비율을 그대로 적용하면 LG엔솔에는 1200조 원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 자금의 한계 등으로 이만큼은 어렵겠지만 최소 수백조원의 청약증거금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것은 확실하다는 것이 증권가 전망이다.
IPO는 투자자들이 공모주를 청약하는 방식으로 다수의 일반 투자자에게 주식을 판다. 그런데 상장 전 기업은 공개된 정보가 많지 않아 주식 초보자들이 해당 기업의 적정 가치를 분석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대어급 공모주들은 다양한 기관에서 수요를 예측하고 전망한다. LG엔솔도 기관의 수요예측 결과를 보고 주가를 가늠할 수 있다. 증권가가 LG엔솔의 기업 가치를 높게 매긴 것도 그만큼 수익성이 보장된다는 뜻이다.
공모주는 배정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정 받고 파는 시기를 잘 선택해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상장 첫날 시초가에 파는 것이 공모주 투자 수익률에 가장 좋다고 알려져 있다. 시초가는 공모가의 90~200% 범위에서 정해진다. 실제로 SK바이오사이언스는 따상(상장되는 첫날 시작하는 가격인 시초가가 공모가격의 2배로 결정된 다음 상한가에 도달)에 성공했다. 지난해 공모주 기록을 세운 카카오게임즈는 따상상(이틀 연속 상한가)을 기록했다.
LG엔솔이 SK바이오사이언스와 비슷하게 따상을 기록한다면 얼마나 수익이 날까? 아직 공모가가 나오지 않아서 정확한 건 예측할 수 없다. 다만 1주에 10만원에 상장한다고 가정하면 1주를 받았을 때 따상이 되면 16만 원이라는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공모주 청약은 안전하게 수익을 낼 수 있는 주식 투자 방법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용돈을 벌이가 필요한 시니어라면 LG엔솔 청약 신청에 도전해볼 만하다.
“아주 예쁘다. 출시된다면 꼭 사고 싶다”, “이 디자인으로 상용화되면 진짜 사고 싶다”, “중장년층 뿐만 아니라 청년층까지 엄청 팔릴 것 같다. 제발 생산해다오.”
지난달에 선보인 ‘포니 전기 콘셉트카’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베이비붐 세대들일수록 더 열광적이다. 1975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국산 고유 자동차 모델로 출시된 포니는 1990년까지 26년 동안 생산되며, 국내 자동차 산업과 함께 성장한 추억의 모델이다. 베이비부머가 포니 자동차를 보고 생활하며 한살한살 함께 성장했기 때문에 더 애착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현대차)는 지난달 8일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을 열면서 첫 전시물로 ‘헤리티지 포니 시리즈’를 공개했다. 헤리티지 포니 시리즈는 포니의 고유 디자인 요소를 재해석한 전기 콘셉트카다.
포니 전기 콘셉트카는 외형은 1975년에 출시한 1세대 포니를 그대로 구현했다. 하지만 속은 전기차 파워트레인과 픽셀 헤드램프, 카메라 기반의 펜더 사이드미러 등을 비롯해 현대 아오오닉 전기차의 핵심 기술과 디자인을 반영했다.
앞면에서 옛날에 쓰던 HD 엠블럼을 중앙 그릴에 적용하고, 양쪽 측면에 헤드램프 2개와 측면 아래에 방향지시등을 배치했다. 아이오닉5에 적용된 파라메트릭 픽셀을 그릴 패턴과 램프에 활용하면서도 외형을 그대로 유지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결합해 세대를 융합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요즘 차와 달리 포니 전기 콘셉트카는 보닛 옆에 사이드미러가 붙어 있다. 옛날 차 방식이다. 하지만 사이드 미러에는 거울 대신 카메라를 장착해 기능을 보완했다. 또 미리 외부에 작은 방향지시등도 추가했다.
옛 포니의 3도어 모습을 그대로 담았다. 각진 모습과 테일램프까지 지붕 라인이 내려오는 패스트 백 디자인, 창문 디자인, 일자로 쭉 뻗은 캐릭터 라인을 그대로 구현했다. 주유구는 전기차 충전구로 대체해 위로 열린다. 안은 아이오닉5처럼 배터리 잔량을 픽셀 그래픽으로 보여준다.
차 뒷면도 옛날 포니 디자인을 그대로 반영했다. 패스트백으로 트렁크가 후면 유리와 같이 열린다. 테일램프는 전면과 같이 파라메트릭 픽셀 디자인을 적용했다.
복고가 새로움을 만나 인기를 얻는 현상을 신조어로 ‘뉴트로’라고 한다. 국내에서 뉴트로는 베이비부머와 그 이후 세대들이 주도하는 분위기다.
세계적으로 많은 산업군에서 뉴트로가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뉴트로 전기차에 대해서 상당히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른 분야와 차이가 있다면 뉴트로 전기차는 기존 자동차 외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속은 전기 시스템으로 크게 바꿔, 모양은 같지만 성능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실제로 해외에서 단종됐거나 오래된 과거 모델이 전기차로 출시되고 있다. BMW 미니는 지난해 ‘클래식 미니 전기차’를 출시했다. 오래된 작은 미니쿠퍼 옛 모습을 그대로 한 전기차다. BMW그룹은 올해 미니를 전기차 전용 브랜드로 전환하며 전기차 판매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0월 GMC는 거대 트럭차량인 허머를 전기트럭으로 바꾼 ‘허머 전기차’ 예약 판매에서 완판을 기록했다. 대당 1억3000만원임에도 예약대기자가 수천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이 허머 전기차는 올해말에 인도될 예정이다.
폭스바겐도 80년이 넘은 비틀을 2017년에 전기 콘셉트카로 부활시킨 뒤 곧 ‘비틀 전기차’로 출시한다. 또 2022년에는 54년된 마이크로버스를 전기차로 만들 예정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이 같은 해외의 움직임이 국내에서도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적지 않은 소비자들이 현대자동차에 포니 전기 콘셉트카 상용화를 요구하고 있다. 베이비부머들의 바람처럼 46년 전 포니가 전기차로 변신해 소비자들과 함께 할 수 있을까?
업계 관계자는 이미 포니를 재해석해 전기차로 출시한 아이오닉5가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이어서 포니 전기차가 양산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시대의 여가 활동으로 ‘캠핑’(Camping)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이은 5인 이상 집결 금지 같은 사회적 조항으로 사람들은 친구, 연인, 가족 등 소수정예로 팀을 꾸리거나, 홀로 자연으로 들어가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면서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충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캠핑 자체를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등산, 트레킹, 사이클, 카약, 낚시, 서핑 등의 아웃도어 활동을 결합하는 식으로 다채롭게 진행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어디’를 가고 ‘무엇’을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같은 캠핑도 전혀 다른 캠핑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코너에서는 때와 상황에 따라 즐길 수 있는 캠핑 ‘4대 주자’ 자전거캠핑, 오토캠핑, 차박캠핑, 백패킹의 특징에 대해 알아봤다.
자전거캠핑 | 걸어서 가기에는 먼 곳을 무동력으로 가고 싶을 때
자전거의 몸체에 짐받이 가방과 패니어백, 혹은 자전거 몸체에 연결한 트레일러에 아영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싣고 산악 임도, 해안, 자전거길 등을 이동하다가 어딘가에 텐트를 치고 즐기는 캠핑을 말한다. 바이크캠핑, 투어링캠핑이라고도 부른다. 오지와 같이 한적하면서도 차량 진입이 어려운 곳, 자동차로 가기에는 가깝고 도보로 가기에는 애매한 주변 여행지를 찾아가는 데 자전거는 효과적인 이동 수단이다.
자전거캠핑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는 두말할 필요 없이 ‘자전거’다. 즐겁고 쾌적한 자전거캠핑을 위해서는 자전거캠핑에 적합한 자전거를 준비해야 한다. 생활형 자전거, 산악자전거(MTB), 로드자전거, 하이브리드, 미니벨로, 전기자전거 중에서 캠핑 장소와 주로 형태, 이동 거리에 따라 크게 산악자전거, 로드자전거, 투어링 전용 자전거, 산악과 로드 중간 형태인 하이브리드를 선택할 수 있다.
자전거 다음으로 중요한 장비가 ‘복장’이다. 1박 이상 장거리 자전거캠핑을 할 때는 장시간 자전거 주행을 해야 하므로 기능과 안전을 고려한 라이딩용 복장을 추천한다. ‘쫄쫄이바지’로 통하는 ‘자전거 패드바지’는 폴리에스테르 재질이라 구김이 없고 건조가 잘되며, 자전거 안장과 밀착되는 부위에 두꺼운 패드가 붙어 있어 엉덩이 통증을 상당히 줄여준다. ‘저지’로 불리는 자전거 상의는 등 뒤에 주머니가 있어 휴대폰 등의 수납이 가능하다.
자전거캠핑은 온전히 사람의 힘을 동력으로 이동하는 만큼 수납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지만, 반드시 챙겨야 하는 장비라면 자전거용 멀티툴, 휴대용 펌프, 예비용 튜브, 체인 커넥터 같은 갑작스러운 고장에 대비한 미캐닉 장비다. 이외에 헬멧, 선글라스, 바람막이, 장갑, 버프, 모자, 두건, 팔토시, 랜턴, 비상식량, 스마트폰 충전기, 구급약품, 비상식량, 텐트, 침낭, 매트리스, 캠핑용 조리도구, 휴대용 식기와 수저, 다용도 나이프 등이 있다.
오토캠핑 | 자연 속에서 집이 주는 안락함을 누리고 싶을 때
차량에 각종 야영 장비를 싣고 떠나 캠핑장과 유원지 등 지정된 사이트에서 취사와 숙박을 하는 캠핑이다. 차량을 이용해 움직이므로 장비 수용에 제한이 없고, 차량 바로 옆에 사이트를 구축할 수 있으므로 캠핑 장비를 힘들게 옮기는 수고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캠핑 초보자라면 오토캠핑을 통해 캠핑에 재미를 붙이는 편이 좋다. 만약 캠핑에 필요한 장비가 없다면 캠핑 업체에서 텐트, 침낭, 취사도구 일체를 제공하는 ‘글램핑’을 즐기는 방법도 있다.
오토캠핑에 필요한 주요 장비는 가볍고 견고한 텐트, 계절에 맞는 침낭, 땅에서 올라오는 냉기와 습기를 차단해줄 매트리스, 햇빛을 가리고 비와 바람을 막아줄 타프, 캠핑용 조리도구 스토브와 연료, 휴대용 식기와 수저, 다용도 나이프, 랜턴과 이동식 랜턴(보조배터리),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에 체온을 지켜줄 기능성 의류, 만약의 비상사태에 대비한 구급약품이 있으며, 캠핑용 테이블과 의자, 그릴, 키친테이블, 아이스박스도 있으면 유용하다.
최근 들어 캠핑카, 캠핑 트레일러를 이용한 오토캠핑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매번 따로 수고롭게 텐트를 치고 접지 않아도 차량 안에서 편리하게 취사와 숙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4000만~1억 원을 호가하는 만만치 않은 캠핑카 가격이 단점이겠다. 11인승 이상 승합차를 캠핑카로 개조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또한 비용은 1000만~2000만 원 정도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카라반 전문 커뮤니티 ‘더 카라반’(thecaravan.co.kr)에서 확인하자.
캠핑카를 대여할 경우 보름 전 사전 예약을 통해 대여 업체 차고지를 방문하거나 홈 렌털 서비스를 이용한다. 렌털료는 1박 2일 기준 국산차 35만~50만 원, 수입차 45만~80만 원이다. 대여 조건은 만 26세 이상, 운전 경력이 최소 1년 이상 운전자. 대인, 대물, 자손 종합보험은 기본으로 가입돼 있으나 자차보험은 빠져 있다. 안전운행수칙 교육 업체에서 1시간 이상 교육을 받아야 한다. 캠핑장 정보는 한국관광공사의 ‘고캠핑’(gocamping.or.kr)을 추천한다.
차박캠핑 | 드라이브하다가 원하는 곳에서 멈추고 싶을 때
오로지 자가용 한 대에서 즐기는 캠핑을 말한다. 부담스러운 가격의 캠핑카,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 확보가 어려운 캠핑장 등이 차박캠핑에서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번거롭게 텐트를 치고 접을 일도 없다. 또 캠핑카처럼 부피가 크지 않아 기동성도 좋다. 산, 들, 바닷가 등 차를 세울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머물면서 야외 활동을 즐길 수 있으며, 오토캠핑처럼 취사도구를 이용해 제대로 조리해 먹기보다는 가볍게 때우거나 현지 맛집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차박캠핑이 반드시 SUV 차량으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차량 뒷자리인 2열 시트 등받이를 접었을 때 트렁크와 이어지는 면이 수평으로 평평한 상태라면 경차, 소형승용차로도 차박캠핑을 즐길 수 있다. 평평한 바닥에 누웠을 때 본인 키보다 살짝 넉넉한 공간이면 된다. 필요에 따라 자동차 후미에 카트리퍼 혹은 도킹 텐트를 연결해 공간을 확장하기도 하는데 비용은 20만~50만 원 전후다. 차량 지붕 위에 설치하는 루프톱 텐트는 수백만 원 상당이다.
차박캠핑에 필요한 주요 장비는 쿠션감 있는 자충매트리스, 침낭 혹은 집에 있는 가벼운 이불, 외부에서 들어오는 한기를 막아줄 은박매트, USB로 연결 가능한 차량용 전기매트, 랜턴과 이동식 랜턴(보조배터리), 구급약품, 계절에 따라 모기장과 핫팩, 그리고 취사할 경우 캠핑용 테이블과 의자, 캠핑용 조리도구 스토브와 연료, 휴대용 식기와 수저, 다용도 나이프, 아이스박스 등이 있다. 필요하다면 카트리퍼 혹은 도킹 텐트, 루프톱 텐트, 타프도 구비한다.
차박캠핑의 장점으로 기동성을 꼽을 수 있지만 아무 데서나 차를 세우고 야영할 수는 없다. 법에 따라 전국의 도립, 시립, 군립, 국립공원, 국유림 임도, 사유지, 해안 방파제에서는 야영할 수 없다. 휴게소나 주차장에서 차박캠핑을 하더라도 불을 사용해 취사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차박캠핑 성지로는 당진 왜목마을, 충주 목계솔밭, 강릉 순긋해변과 안반데기, 홍천 모곡밤벌유원지, 여주 달맞이광장, 부산 오랑대공원, 태안 몽산포해수욕장, 부안 모항해수욕장이 있다.
백패킹 | 두 발로 정처 없이 걷다가 하룻밤 쉬고 싶을 때
야영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넣은 배낭을 등에 짊어지고 산, 숲, 트레일, 해안 등을 이동하다가 어딘가에 텐트를 치고 즐기는 캠핑을 말한다. 백패킹의 가장 큰 매력은 인적 드문 고요하고 신비로운 자연에서 잠들 수 있다는 점이다. 모든 장비를 짊어지고 이동해야 하기에 배낭을 최대한 가볍게 만드는 이른바 BPL(BackPacking Light)이 관건. 이동에 제약을 주지 않는 선에서 장비와 식량을 꾸려야 한다. 장거리 트레킹의 경우 배낭 무게는 여행의 질을 좌우한다.
배낭을 가볍게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최소한의 짐만 추리니 자연스럽게 백패킹 이후 나오는 쓰레기 또한 줄어든다. 내가 머문 자연의 자리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 바로 LNT(Leave No Trace)다. 백패킹 문화가 발달한 서양과 달리 우리나라의 백패킹 인프라는 아직 부족한 편이지만, 자연을 소중히 여기며 그 속에서 잠시 쉬어간다는 생각은 백패커라면 가져야 할 공동의 마음일 것이다.
백패킹에 필요한 주요 장비는 트레킹 위주의 백패킹을 할지, 야영 위주의 백패킹을 할지에 따라 다소 달라지지만 크게 운행 장비, 주거 장비, 취사 장비로 나눌 수 있다. 트레킹 중심의 백패킹이라면 무게가 중요하다. 오래 걸으며 산행하기 위해서는 편한 트레킹화와 배낭을 기본으로 스틱, 헤드램프, 랜턴, 텐트, 침낭, 매트리스, 모자, 취사도구, 식량 등이 필요하다. 야영 위주 백패킹의 경우 이동 거리가 짧기에 소화 가능한 캠핑 장비를 추가할 수 있다.
백패킹에서 가장 중요한 트레킹화와 배낭에 대해 좀 더 설명하면, 우선 트레킹화는 평소 신는 신발보다 한두 치수 크게 신을 것을 권한다. 등산용 양말이 두껍기도 하고 피로로 인해 발이 붓기 때문에 너무 딱 맞으면 산행을 지속할 수 없다. 배낭은 여름철이라면 50~60L급, 겨울철에는 80~90L급 배낭에 수납한다. 역시 법에 따라 전국의 도립, 시립, 군립, 국립공원, 국유림 임도에서는 야영할 수 없으며, 자연휴양림 혹은 야영장에서 야영할 수 있다.
현대차 ‘포레스트’, 자동차를 넘어 움직이는 집으로서의 가치
현대자동차 소형 트럭 포터Ⅱ를 기반으로 한 캠핑카 ‘포레스트’가 최근 핫한 캠핑카로 떠오르고 있다. ‘포레스트’는 어디에서도 캠핑할 수 있는 편안하고 넓은 실내 공간을 갖춰 ‘움직이는 집’이라는 콘셉트로 4인 가족이 사용할 수 있는 캠핑카다. 국내 캠핑카 등록 대수는 2014년부터 5년간 약 5배 증가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여가 활동 수요와 캠핑카 개조 규제 완화로 캠핑카가 늘고 있다. 정부는 연간 6000대 차량이 캠핑카로 개조되면서 1300억 원 규모 시장이 생겨날 것으로 전망했다.
포레스트는 스마트룸, 스마트베드를 적용해 실내 공간을 전동 방식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룸을 사용하면 차량 뒷부분이 800㎜ 연장되고, 확장된 부분은 침실로 활용할 수 있다. 스마트베드 기능으로 침실을 두 층으로 나눌 수도 있다. 포레스트는 2열 승객석에 상황별로 다양하게 활용 가능한 가변 캠핑 시트를 탑재해 내부 공간 활용도를 끌어올렸다. 가변 시트는 주행 중에는 시트, 캠핑 시에는 소파, 잘 때는 침대 용도로 쓸 수 있다. 또한 캠핑지에서 샤워실, 화장실 등의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 겪는 사생활 침해 등 불편을 고려해 독립형 샤워부스, 실내 좌변기를 선택사양으로 적용할 수 있다. 차량 내 각 창문에 커튼이 설치됐다.
또한 태양광을 전기로 바꿔주는 태양전지 패널도 사양으로 선택할 수 있으며, 대용량 배터리 및 효율적인 충전 시스템을 적용해 캠핑 중 배터리 방전에 대한 걱정을 줄였다. 이밖에 현대차는 포레스트 내에 냉난방기, 냉장고, 싱크대, 전자레인지 같은 각종 편의사양을 제공해 고객들이 집과 같은 안락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다양한 캠핑카 기능은 포레스트의 직관적인 터치식 통합 컨트롤러로 제어 가능하며, 블루투스 연결을 통해 스마트폰으로도 작동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시니어들의 맥박과 혈압 같은 건강 정보를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는 패치 기술이 등장했다.
일본 오사카대학교와 오스트리아 바이즈대학교 연구진이 공동으로 몸에 붙이는 것만으로도 몸에서 에너지를 얻어 무선으로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패치 개발했다고 밝혔다.
65세 이상 시니어들 중 73%가 2개가 넘는 만성질환을 갖고 생활하고 있다. 맥박과 혈압은 이들의 건강에 이상이 발생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데 중요한 값이다. 그런데 시니어 본인이 직접 혈압을 체크해서 확인하는 작업은 쉽지 않다. 번거롭기도 하지만 기억력 감퇴로 잊어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과학자들은 시니어들의 몸에 부착해서 건강 상태를 의료진이나 가족에게 보내는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장치는 기본적으로 무선으로 정보를 보내야 해서 배터리가 필수다. 배터리를 작고 만드는 기술과 이를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이 함께 필요해진다.
그런데 오사카대학교와 바이즈대학교 공동 연구진은 몸에 부착하면 몸의 움직임으로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패치를 개발했다. 패치에 설계된 나노 발전기가 몸이 움직일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저장하는 원리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렇게 저장한 에너지는 하루에 몇 번 정도 심혈관 상태를 모니터링하는데 충분하다.
안드레아스 페트리츠 연구원은 “이번에 개발한 e-헬스 패치는 심장 질환과 스트레스의징후, 수면 무호흡증과 같은 생활습관 관련 질병에 대한 검사에 사용될 수 있다”며 “추가 모듈을 통해 스마트폰과 무선통신을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지난 23일(현지시간)에 게재됐다.
한편 이 기술이 적용된 장치는 아직 연구 단계로 실제 사용할 수 있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당에 널어둔 육쪽마늘 씨알이 참 굵다. 주말 내내 마늘을 캤으니 온몸은 쑤시고, 흘린 땀으로 눈은 따가워도 수확의 기쁨이 모든 것을 이겨낸다. 이틀간 내 손같이 쓰던 ‘마늘 창’을 놓으니 가뿐하면서도 무언가 허전하다. ‘마늘 창’이란 모종삽보다 조금 큰 손잡이에 쇠스랑보다는 작은 창살이 두 개 혹은 세 개 달린 농기구다. 꼭 50년 전 이즈음, 마흔이 되기 전의 젊은 부모님과 마늘이며 감자를 캘 때에는 없던 녀석이다. 하얗고 통통한 마늘에 앳된 소년의 얼굴이 오버랩된다.
시골 소년답지 않게 뽀얀 피부의 소년이 삽과 호미로 열심히 마늘을 캐고 있었다. 수업료와 육성회비를 내지 못해서 조례시간에 담임에게 호명이 되었다. 급우들 형편이야 다들 비슷한 처지였건만, 이번 분기에는 어찌 다들 납부하고 몇 명만 미납이었다. 마늘을 캐서 팔아야 수업료를 낼 수 있다는 아버지의 말씀에 소년은 기말고사를 앞둔 시점에도 마늘 캐기에 열심이었다.
상고에 진학해서 농협 직원이 되어 가계에 보탬이 되라는 것이 아버지의 뜻이었다. 맏이는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는 것은 어머니의 주장이었다. 평소 남편 의견에 무조건 순종하던 어머니는 맏이의 대학 진학과 관련해서는 요지부동이었다. 어머니가 자기주장을 그토록 강하게 하신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마지막이자 두 번째는 여동생을 대학에 보낼 때였다. 인근 조선소에서 깡깡이(녹슨 배에 페인트칠을 하기 전에 망치로 녹을 떼어내는 작업)를 하고, 쉬는 날에는 농사를 지으며 손톱이 빠지도록 일한 어머니의 교육열은 아버지도 말릴 수 없었다. 하루 종일 망치로 녹을 떼어내는 일을 하고 돌아온 어머니의 덜덜 떨리는 손을 보면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울에 있는 대학교로 진학한 뒤에는 모든 것을 내가 결정해야 했다. 학비와 생활비를 위해 과외 교사와 학원 강사를 병행해야 했다. 시골에서 올라온 가난한 유학생의 처지는 다 비슷했으리라. 대학생활 내내 과외와 학원 강사를, 그리고 운 좋게도 졸업 전에 취업해서 월급을 받았지만 늘 지난한 삶이었다. 농사로는 가족 건사가 힘들어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일하시던 아버지는 사고로 몸져누웠고, 어머니는 아버지 병간호와 7남매를 혼자서 건사할 수 없었다. 첫 월급은 23만 원, 생활비를 제외하고는 모두 아버지 병원비와 동생들 학비를 위해 집으로 송금했다.
36개월 군대를 마치고, 복학해서 재학 중 취업하고 1년간 직장생활과 학업을 병행한 뒤에 졸업장을 딸 수 있었다. 입학식에는 와보지 못했던 가족들이 졸업식에는 모두 상경해 함께했다. 거리 사진사에게 2000원인가 2500원인가를 주고 찍었던 가족사진은 아직도 우리 집 거실에 걸려 있다. 사진 속에서 어머니는 참 환하게 웃으며 학사모를 쓰셨다. 어머니에겐 그게 고된 삶의 보상이었으리라.
뒤돌아보지 않고 열심히 사는 게 삶의 우선순위였다. 사업에 실패하고 술독에 빠져 살다가 겨우 정신 차리고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사고를 당했던 아버지처럼 되기는 싫었다. 손으로 밤낮없이 바닷물에 녹슨 페인트 덩어리들을 쳐대는 노동으로 남자보다 거친 손을 한 어머니. 어머니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
막냇동생이 대학에 입학하던 1986년, 동생 등록금을 납부해주면서 항상 어깨를 짓누르던 장남의 책임에서 조금 가벼워졌다. 동생들도 졸업하고 취업해서 자리를 잡고 있었고, 아버지는 농사를 지을 수 있을 만큼 회복되었고 어머니도 드디어 깡깡이를 그만둘 수 있었다.
장남 대신, 이제는 한 여자의 남편, 그리고 두 아이의 아빠라는 책임이 더 깊어졌다. 부서 경리로 일하던 아내와 사내 커플로 만나서 결혼했다. 회사 비품 하나도 살뜰히 아끼고, 부서 살림을 맵짜게 운영하던 모습에 반했다. 연애는 짧았어도 이 여자가 내 일생의 반려자다 싶었다. 연년생 두 아이를 키우면서 결혼 후에도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억척스레 일했다. 아내에게서 어머니의 모습을 보았다.
1986년부터 1988년은 내 인생의 첫 번째 전성기였다. 아시안게임부터 올림픽까지 내가 일하던 회사에서 참여했고, 참여 팀의 주요 팀원 중 하나였다. 건국 이래, 아니 단군 이래 가장 큰 행사가 내 손을 거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영광인가. 밤낮없이 일했고, 주말도 잊은 채 일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미련한 일이었다. 또한 아내에게 너무나 미안한 일이었다. 두 아이의 육아를 아내에게 맡긴 채 회사 일에만 몰두했으니, 그래서 지금은 항상 아내에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산다.
회사 일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아내의 희생 덕분이긴 했지만, 두 아이가 잘 자라고 있었고, 생애 처음으로 ‘내 집’, 아니 ‘우리 집’이 생겼다. 서울 외곽의 작은 주택이었지만 사글세도 전세도 아닌 ‘우리 집’이었다. 아이들이 벽에 낙서를 해도, 대문을 꽝 닫아도, 마당에 오줌을 싸도 한소리 듣지 않았다. 우리 집에서는 라면만 먹어도 배부를 것 같다며 아내 눈에 눈물이 글썽였다.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아침엔 영어학원, 저녁엔 중국어학원에 등록했다. 30대 후반에 접어드는 나이라도 시대의 흐름에 뒤처질 수는 없었다. 특히 외국과 일하는 것이 많은 업무 특성상 영어는 기본이고, 점점 발전하고 있는 중국을 무시할 수 없었다. 아직은 미수교국이지만 조만간 중국과 국교가 수립될 거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1992년 중국과 국교가 수립되자마자 회사에서는 중국 지사 설립과 중국 공장 설립을 위해서 미리 준비하고 있던 팀을 중국에 파견했다. 팀장이 되어서 중국에 첫발을 내딛었다. 장기출장 가방을 싸주며 근심이 가득하던 아내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공산국가, 적대국의 이미지가 강했던 중국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리라. 지사가 설립되고 3년 뒤에 중국에 온 아내는 생각과 달리 많이 발전된 모습을 보고 놀라기도 했다.
1997년까지 중국에서 발판을 다지고 어느 정도 성과를 올렸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성과에 맞는 승진 자리를 얻으리라 믿었다. 그리고 모든 기대를 베어버리는 IMF 구제금융 시대가 닥쳤다. 자고 일어나면 부도 소식이 들렸다. 재무 쪽 동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1달러라도 더 모으기 위해서 다들 혈안이었다. 달러 부족으로 흑자도산하는 기업들도 부지기수였다. 회사에서의 하루하루가 칼날 위를 걷는 듯했다. 가만히 있어도 불편하고, 무슨 일을 하려 해도 불편한 시기. 자칫 썰려나지 않기 위해 모두가 작두 위에서 위태롭던 시간이었다.
혹독한 시간, 책상은 유지할 수 있었지만 자리는 지키지 못했다. 핵심 인력이라 생각했던 내가 자르다 남은 인력이 되어버렸다. IMF의 파고는 조금 작아졌지만 개인들에게는 정말로 하루 앞을 알 수 없는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한 것이다. 살얼음을 걷는 하루하루, 눈을 감으면 아내가, 눈을 뜨면 아이들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톡 하고 건드리기만 해도 끊어질 것 같은 지푸라기를 잡고 있는 이유였다. 그리고 어머니, 7남매의 무탈만을 위해 살아온 어머니의 이마에 주름 하나를 더 늘릴 수는 없었다.
엄혹한 시절이 지나고 조금씩 훈풍이 불었다. 훈풍을 따라 IT벤처 열풍이 불었다. 바다 건너 미국에서부터 인터넷 기업, 닷컴 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겼고 이내 한국에도 수많은 IT 기업들이 강남 테헤란로를 점령했다. 회사에서도 젊은 직원들을 모아 새롭게 도전해볼 적임자를 찾고 있었다. 20~30대 젊은 직원들이, 그것도 IT 관련이나 기술 관련 전공자들이 젊은 혈기로 뛰어드는 사업이라는 이미지를 ‘벤처’ 기업은 갖고 있었다. 이미 십수 년간 조직에 몸담아 회사원으로 살아왔던 구태가 몸에 밴 사람들이 섣불리 도전하기 쉬운 게 아니었다. 회사의 입장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렵게 IMF를 넘기고 새롭게 투자하는 사업인데 아직 혈기왕성한 젊음만 믿고 도전하는 직원들에게 모든 것을 맡길 수는 없었다. 회사라는 조직을 운영하고 관리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어차피 남는 인력이었고, 그대로 버티고 있는다고 다시 원하던 자리가 날 것 같지도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꼰대’ 소리 듣는 나이가 되어가는데 더 늦기 전에 도전을 해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잘린다고 어디 가서 밥이야 굶겠는가. 아직 초등학생, 중학생인 아이들이 걸렸지만 마지막 도전이다 생각했다. 살아오면서 가장 큰 결심이었다.
사내 벤처팀의 사업계획서를 보았지만 처음엔 내용을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십수 년간 해온 일과는 전혀 접점이 없던 사업 계획이었고, IT 분야는 전혀 알지 못했다. 주판을 쓰고 수기로 장부와 기획안을 쓰던 시기에 입사해서 경리가 타자를 쳐주던 시기를 지나왔다. 독수리 타법은 벗어났고 워드프로세서 정도는 다룰 수 있었다. 영어와 중국어를 배웠듯이 이제는 젊은 직원들에게 단어 하나하나, IT 관련 사업 하나하나를 배워가야 할 때였다.
많게는 스무 살, 적게는 띠동갑 정도 되는 직원들은 세대 차이를 넘어서 나에겐 아득한 존재들이었다. 오렌지족, X세대 등으로 불리던 그들은 나와는 다른 나라에서 다른 삶의 방식으로 살아온 사람들 같았다. 여동생이 대학에 갈 때, 시대가 바뀌어서 이제는 여자도 배워야 한다며 눈물을 흘리던 우리 어머니가 느끼던 그 감정 같은 것이었을까? 어쩌면 그 감정보다 더 멀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았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은 ‘꼰대짓’을 하는 것만큼이나 보기 흉하다.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는 것을 그때 배웠다. 20대 때, 30대 때 열심히 일했던 나처럼, 벤처팀들도 자기 선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을 지켜봐주는 것이 중요했다. 대신 적절한 예산과 범위 내에서 그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면 되는 것이다. 닷컴 버블과 시작된 사내 벤처는 의외로 성공을 거두었고 젊은 청년들이 성공담에 한 줄을 보탤 수 있었다. 지금은 인터넷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었지만 함께했던 청년들은 지금 여러 곳에서 맹활약 중이다. 가끔씩 들려오는 그들의 소식을 들을 때면 분당에서, 강남에서 밤을 새던 때가 떠올라 미소 짓게 된다.
사업 론칭이 성공하고 나서 다시 본사로 돌아왔고 중국 지사에 다시 갔다. 3년 후에 본사로 돌아오니 지천명을 넘긴 나이가 되어 있었다. 회사에서는 부속품처럼 25년 가까이 일하고 배터리처럼 방전되었다. 정년을 5년 남짓 남긴 그때, 회사 내 권력에서 밀려나 있어서 임원이나 사장단에 도전하기에는 힘들었다. 무엇보다 더 이상 도전할 여력이 내게는 남아 있지 않았다.
바쁘게 살아온 시간에 어느새 훌쩍 커버린 두 아이는 스무 살을 넘어 성인이 되었으니 제 앞가림을 할 터였다. 늦은 나이에 방통대에 입학한 아내는 그동안 하고 싶어 했던 상담 관련 공부를 시작했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이제는 진짜로 잉여가 되는 것은 아닌가, 출근길도 퇴근길도 발걸음이 가볍지 않았다.
건강도 좋은 편은 아니었다. 술과 폭식으로 인한 고혈압에 고지혈증, 당뇨까지. 쉰을 넘긴 몸은 여기저기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IMF 시절 이후 다시 백척간두에 선 느낌이었다. 시간은 갈수록 빠르게 지나가고 머지않아 환갑을 넘길 텐데 난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마음이 조급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했다. 부모님 세대의 쉰과 우리 세대의 쉰은 다르다. 또 우리 뒷세대, 그리고 지금 20대가 쉰이 되었을 때의 그 ‘쉰’이 주는 느낌은 전혀 다를 것이다. 나이와 직급에 얽매여 권위를 찾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일인지 벤처 일을 할 때 깨달았다.
이 나이쯤엔 이 정도 재산이나 이 정도 사회적 직위를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도 사회적 관습에 의한 고정관념이었다. 20대에 대학을 가고, 30대에 결혼을 하고, 40대에 내 집을 갖고… 이렇게 컨베이어벨트처럼 이루어진 한국인들의 삶을 한 장면으로 나타내며 비판하는 카툰을 본 적이 있다. 그렇게 정해진 대로만 산다면 60대에는 손주들을 돌보는 삶을 살아야 하리라.
참으로 평범하게 모나지 않게 살아온 50년이었다면 이제 남은 생은 그 컨베이어벨트에서 이탈해서 다른 곳에는 뭐가 있는지 살펴보며 살아도 좋지 않을까? 은퇴에 대해 처음으로 아내와 이야기했을 때 아내는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당신처럼 꽉 막힌 일벌레가 이런 생각도 하다니 대견하다면서.
정년은 금방이었다. 30년 넘게 일했으니 미련이 없을 만도 한데 사원증을 반납하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아이들과 술을 마시면서 처음으로 취한 날이기도 했다. 시원함 반, 아쉬움 반, 거기에 임원에 대한 미련 한 꼬집. 눈물이 핑 돌던 밤이었다.
퇴직 후에 딱 1년만 쉬자고 했지만 달리던 자전거는 그리 오래 멈춰서 쉴 수 없었다.
딱 가족이 먹을 것만 소일거리로 농사지으며 1년을 보내던 중 답답해 견딜 수가 없었다. 고상하고 우아한 취미생활은 거리가 멀었다. 몸을 쓰고 현장에서 뛰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맥도날드 시니어 알바도 해보고, 편의점 알바도 해봤다. POS를 익히는 것이 제일 어려웠지만 그래도 한때 IT 벤처에서 일했던 가닥에 그 뒤로도 꾸준히 컴퓨터를 다루다 보니 온갖 할인이나 쿠폰을 다루는 데도 익숙했다. ‘아직은 청춘!’ 이런 마인드가 아니었다.
40년 전, 내가 스무 살 때는 없었던 일들을 해보며 우리 아이들과 주변의 청년들이 어떻게 사는지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패스트푸드점 복장과 편의점 조끼를 입은 나를 보며 아내와 아들들은 누구보다 좋아했다. 가족과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가족과 다시 하나가 되는 느낌, 참 오랜만에 받는 느낌이었고 이때부터 다시 나의 제2의 황금기가 시작되었다.
같은 시기에 퇴사한 동기와 무역업을 시작한 것은 한참 뒤였다. 다 잊어버린 중국어를 떠듬거리며 중국전자제품을 수입했다. 거창한 사업도 아니고 동기와 나 두 사람 소소한 용돈벌이로 시작했다. 그래도 저가 저품질 제품을 다량으로 떼다가 파는 일은 하지 않는다. 적정 가격의 적정한 품질의 제품을 파는 게 목적이었다. 사업을 키울 생각은 없었지만 몇 년 새 규모가 커져갔다. 욕심을 부리지 말자, 한 걸음 물러서서 생각하자. 시작할 때의 다짐은 잊지 않고 지켜가고 있다. 주말 농장과 아내, 손주들과 함께할 시간은 빼두고 일하는 것이 가장 먼저이기도 하다.
할아버지다운 할아버지가 지금 내 삶의 목표 중 하나다. 할아버지가 아닌 ‘노땅’이나 ‘꼰대’가 되는 것이 문제 아닐까? 푸근하게 가족과 이웃을 품어줄 수 있는 할아버지, 그런 할아버지다운 할아버지가 되기 위해서 오늘 하루도 웃으며 시작한다.
이제 마늘을 엮어 공기가 잘 통하는 곳에 걸어둘 때가 되었다. 장마철을 무사히 보낸 마늘은 농막 처마 밑에서 더욱 단단하게 맵고 달달하고 향긋한 마늘로 익어갈 것이다. 그처럼 내 안의 할아버지가 더 할아버지다워졌으면 좋겠다.
그동안 환경을 위해 분리배출해온 쓰레기가 재활용이 안 되고 있었다면? 그 노력이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한 노력이 되어버렸다면? 모호한 단계를 넘어서, 아예 잘못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 당신의 필환경 습관. 오답노트를 통해 함께 점검해보자.
도움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참고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슬로비), ‘재활용품 분리배출 가이드라인’(환경부)
[X] 신문지와 종이컵, 우유팩을 모아 ‘종이’로 분리배출했어요
[O] 신문지는 ‘종이’로, 종이컵과 우유팩은 각각 묶어 ‘종이팩’으로 배출해요
[해답노트]
먼저 ‘종이’와 ‘종이팩’을 구분해야 한다. 종이는 신문, 책자나 노트, 상자류 등을, 종이팩은 종이컵, 우유팩 등을 이른다. 특히 종이컵과 우유팩은 한 번 더 나눠 버리는 게 좋다. 종이컵은 안쪽만, 우유팩은 안팎 모두 코팅이 되어 있다. 이렇듯 코팅 정도가 차이 나면 재활용 공정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심화문제]
• 물기만 닦은 핸드타월은? 종이류로 배출
• 감열지 영수증은? 일반쓰레기
• 프링OO’ 감자칩 통은? 일반쓰레기(통 안쪽과 바닥에 포함된 알루미늄 때문)
• 종이 컵라면 용기는? 일반쓰레기
• 종이 포일과 기름종이는? 일반쓰레기
• 물감으로 그림 그린 종이는? 일반쓰레기 (크레파스, 물감 등은 재활용 공정에서 이물질로 구분)
[우유팩 모아 휴지로 바꾸기]
① 주민센터 지자체마다 담당부서나 교환 방식이 다르므로 각 주민센터에 문의한다. 보통 500㎖ 30개당 휴지 1개로 교환해준다.
② 한살림 상시로 수거하며, 900㎖ 10개당 2겹 휴지 1개로 교환해준다.
[X] 칫솔, 볼펜 등을 분해해 작은 플라스틱까지 모아 배출했어요
[O] 플라스틱 소재라도 부피가 작다면 일반쓰레기로 버려요
[해답노트]
분리배출 대상이 아닌 플라스틱 생활용품은 크기를 기준 삼아 종량제봉투로 배출한다. 애써 분리했더라도 부피가 작으면 선별 작업이 어려워 결국 쓰레기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가령 볼펜을 분해해 스프링은 고철로, 심은 쓰레기로, 나머지는 플라스틱으로 각각 배출하더라도 선별장에서 걸러지기엔 너무 작다. 칫솔 역시 솔 부분을 따로 버린다고 해도 같은 이유로 재활용 과정에서 일반쓰레기로 분류된다.
[심화문제]
• 휴대폰 케이스나 안경집은? 일반쓰레기
• 젖병이나 실리콘 주걱 등은? 일반쓰레기
• 문구나 완구, 악기는? 일반쓰레기 or 대형쓰레기 (재사용 가능하다면 ‘아름다운 가게’ 등에 기부하기)
• 복합 재질의 텀블러는? 일반쓰레기
• 샴푸 등 펌핑식 용기는? 본체는 플라스틱, 펌핑 부분은 일반쓰레기
• 껌이나 알약 포장재는? 일반쓰레기
[플라스틱 재활용 커뮤니티]
① 플라스틱 방앗간(ppseoul.com/mill) 플라스틱 재활용 작업 공간. 재활용이 어려운 작은 플라스틱을 모아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어 시민과 나눈다.
② 피프리미(pfree.me) 플라스틱 프리 활동가들이 운영하는 플랫폼. 전국의 제로 웨이스트 관련 장소를 표시한 ‘플라스틱 프리 방방곡곡 대동여지도’ 및 행사와 자료, 일상 실천법 등을 망라한다.
[X] 음식 포장에 쓰인 랩과 알루미늄 포일을 분리배출했어요
[O] 업소용 랩과 알루미늄 포일 모두 쓰레기 종량제봉투에 버려요
[해답노트]
랩을 비닐류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재질에 따라 다르다. 흔히 배달음식에 사용되는 업소용 랩은 절대 비닐류로 버리면 안 된다. PVC 재질에 열을 가하면 염화수소 가스가 발생해, 재활용 기계를 부식시키고, 재활용 과정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반면 가정용 랩은 PE 재질이므로 비닐로 분리배출 가능하다. 알루미늄 포일도 간혹 ‘캔류’(알루미늄) 쪽으로 잘못 버리는데 이 역시 일반쓰레기로 배출하면 된다.
[심화문제]
• 라면수프가 담겼던 봉지는? 세척 후 비닐로 배출(수프 속 나트륨에 염소 성분이 재활용을 방해한다. 세척이 어렵다면 일반쓰레기로 배출)
• 프레임을 분리한 우산천은? 일반쓰레기(우산천은 재활용 가능한 소재이지만 따로 모으는 체계가 없어 일단은 일반쓰레 기로 배출)
• 아이스팩(냉동팩)은? 속 재질을 분리했다면 비닐로, 통째로는 일반쓰레기로 배출
• 비닐과 종이가 합쳐진 쌀 포장재는? 단면이 비닐 코팅됐다면 종이류, 양면이 비닐 코팅됐다면 비닐류로 배출
• 상품을 포장한 뽁뽁이(버블랩)는? 비닐로 배출
[분리배출 만점 위한 4단계 공식]
① 비운다(용기 속 내용물 깨끗이 비우기)
② 헹군다(재활용품에 묻은 이물질, 음식물 등은 닦고 헹구기)
③ 분리한다(라벨 등 다른 재질 제거하기)
④ 섞지 않는다(종류별, 재질별로 구분해 배출하기)
[X] 주방용 유리 용기와 냄비 뚜껑, 와인잔, 사기그릇 등을 유리로 분리배출했어요
[O] 주방용 내열유리, 크리스털유리, 도자기류는 신문지에 싸서 종량제 봉투에 버려요
[해답노트]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유리로 된 ‘락OO’ 반찬통은 내열유리 제품이다. 이는 재활용이 가능한 소다석회유리와는 다른 재질인 붕규산유리로 분리배출하면 안 된다. 전자레인지에 돌려도 안전한 유리 용기, 직화 냄비와 뚜껑, 믹서 유리 등이 해당된다(제조사마다 상이할 수 있음). 또 고급 식기나 와인잔 등에 사용되는 크리스털 유리나 흙을 구운 도자기류 그릇 역시 재질이 달라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심화문제]
• 재활용 가능한 유리가 깨졌다면? 일반쓰레기
• 거울이나 식탁용 유리는? 작으면 일반쓰레기, 크면 대형쓰레기
• 전구나 전등 유리는? 일반쓰레기 (주의! 형광등은 유해 물질을 포함해 전용 수거함에 배출)
※ 재활용이 가능한 형광등의 종류
직관형 형광램프(FL), 환형(원형)형광램프(FCL), 안정기 내장형램프(CFL), 콤팩트형 램프(FPL)
[소주병, 뚜껑을 닫아버려야 좋다?]
흔히 소주병, 맥주병 등에는 ‘빈 용기 보증금’ 라벨이 있어, 이를 마트 등에 가져가면 표시된 금액만큼 돌려받는다. 이러한 유리는 재활용이 아닌, 재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회수된 빈 병은 주류 회사 등에서 세척 및 살균을 거쳐 재사용한다(수입 맥주병은 불가). 깨진 병은 재사용이 안 되므로, 가급적 입구 훼손 등을 막기 위해 소주병 등은 마개를 닫아 내놓는 것이 좋다고 한다(뚜껑은 캔류이지만!). 물론 각각을 분리배출해도 된다. 또, 기름병으로 썼던 소주병은 재사용 불가이니 유념하자.
[X] 음식물 건조기를 이용한 덕분에 음식물쓰레기를 버리지 않아 좋아요
[O] 아무리 바싹 건조돼도 음식물쓰레기로 버려야 해요
[해답노트]
음식물 건조기로 말린 음식물쓰레기는 종량제봉투 배출이 금지돼 있다.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면 퇴비로 만들어 사용하면 좋다. 최근 홈쇼핑 등에서 판매하는 음식물 처리기의 경우(싱크대로 바로 음식물을 흘려보내는 제품), 인증을 받은 제품인지 반드시 확인 후 사용한다. 건더기거름망 장치를 제거하거나 형식적으로 달아, 자칫 하수구가 막혀 역류하거나 하수처리장에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심화문제]
• 한약재나 차(茶)의 찌꺼기는? 일반쓰레기 (티백 역시 마찬가지!)
• 양파, 마늘, 생강 껍데기는? 일반쓰레기
• 어패류와 갑각류 껍데기는? 일반쓰레기 (복어내장도 일반쓰레기)
• 메추리알과 달걀 껍데기는? 일반쓰레기
• 생선가시나 육류와 털은? 일반쓰레기 (털도 일반쓰레기)
[치킨 먹고 남은 ‘목’ 어떻게 버릴까?]
엄밀히 따지자면 치킨 튀김옷과 닭살은 음식물쓰레기, 뼈는 일반쓰레기가 맞다. 하지만 알다시피 닭목에는 살이 얼마 없다. 그렇더라도 살과 뼈를 발라 분리해 버리는 게 맞을까? 물론 틀리지 않겠지만, 그런 것 하나하나에 신경 쓰다가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 홍수열 소장은 “음식물쓰레기는 단속이나 구분이 어려워 정작 사료 등으로 재활용이 어렵다. 사실상 요즘은 웬만한 껍데기나 뼈 등은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식사할 때 나오는 모든 음식물은 음식물쓰레기로 배출해도 큰 문제가 없다”며 “그보다는 재활용을 방해하는 물질을 섞어 버리지 않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재활용업체 관계자들은 실제 비닐, 식칼, 수세미 등 누가봐도 음식물이 아닌 걸 버리는 것이 가장 큰 고충이라 토로한다”고 당부했다.
[X] 보풀이 심해 못 입는 옷과 속옷, 침구를 아파트 의류수거함에 넣었어요
[O] 손상됐거나 낡은 옷, 위생상 재사용이 어려운 속옷, 침구는 일반쓰레기로 배출해요
[해답노트]
수거함에 모인 의류 대부분은 선별 작업을 거쳐 수출된다. 그러니 입을 수 없는 옷을 넣으면 안 된다. 상태가 양호하지 않은, 찢어진 옷이나 보풀이 심한 옷, 음식물이나 페인트 얼룩으로 손상된 옷 등 누가 봐도 낡은 물품은 내놓지 말아야 한다. 속옷이나 이불, 베개 등 침구류도 마찬가지다. 이는 위생 상태 때문이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누군가의 속옷이나 베개 등을 가져다 쓰고 싶은가? 상태가 괜찮더라도 일반쓰레기로 버리고, 그 외 부피가 큰 이불이나 커튼 등은 대형쓰레기로 배출한다.
[안 입는 옷에 날개 달기]
멀쩡하지만 ‘안 입는 옷’은 필요한 이웃에게 나눈다. ‘아름다운가게’를 비롯해 ‘구세군희망나누미’, ‘굿윌스토어’, ‘행복한나눔’, ‘녹색가게’ 등을 통해 취업 준비생을 위한 나눔 서비스 ‘열린옷장’에 정장을 기증하면 청년들에게 무료로 정장을 대여해준다. 또 최근에는 의류를 포함한 중고품을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 ‘헬로마켓’ 등 앱을 통해 사고팔 수 있으니 활용해보자.
[X] USB, 전자담배, 휴대폰, 이어폰 등을 모아 플라스틱으로 분리배출했어요
[O] USB와 이어폰은 일반쓰레기, 배터리가 내장된 전자담배나 휴대폰은 전용 수거함이나 대리점에 반납해요
[해답노트]
USB나 이어폰 등은 잘 분리하면 재활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일반 가정에서 소량으로 발생하는 것들은 따로 모을 방법이 없어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부피가 작아 선별장에 보낸다 해도 골라내기 어렵고, 자칫 기계가 고장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자담배나 휴대폰 등 배터리가 내장된 제품의 경우에는 주민센터 등에 마련된 전용 수거함에 내놓거나 대리점에 보낸다. 휴대폰의 경우 ‘폐가전품 배출예약시스템’(www.15990903.or.kr)을 통해 기타 소형 가전과 함께(5개 이상) 모은 뒤 예약 신청하면 수거해간다.
[고장 난 가전제품 되살리는 마법 같은 서비스]
① 인라이튼: 배터리 재생을 통해 제품의 기능을 복구하는 특화 서비스 제공. 무선청소기, 공기청정기, 커피머신 등 전자제품을 오래 사용할 수 있게 돕는다.
② 리페어라이프앤디자인: 고장 난 유·무선 키보드를 세척, 수리하는 서비스. 잔고장으로 쉽게 버려지는 키보드를 재생해 플라스틱 쓰레기 감소에 일조한다.
③ 에코티앤엘: 휴대폰 및 배터리를 재생하는 사회적 기업. 버려진 휴대폰 중 사용 가능한 것을 알뜰폰, 선불폰, 중고폰으로 재생하거나 배터리를 보조배터리로 되살린다.
④ 나눔폰: 폐휴대폰 기기의 자원재활용을 위해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에서 운영하는 휴대폰 수거 서비스. 수익금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기부된다. 수거된 휴대폰은 파쇄 처리하므로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