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미술관은 매력적인 요소를 두루 갖췄다. 자유롭게 개방된 화랑유원지 내부에 위치해 우선 접근이 용이하다. 자작나무 군락 등으로 조경한 공원과 호수가 있어 전원의 맛을 풍기기도 한다. 웅장한 건축물 안팎에 구현한 디테일도 볼거리다. 경기도를 대표하는 미술관으로서 옹골진 게 많은 셈이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난항을 겪었다. ‘마스크프리 세상’이 머잖은 요즘은 상황이 밝아졌다. 강민지 큐레이터에 따르면, 최근 관람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그동안 어떻게 살았나 싶게, 흔히들 해방감을 느끼며 사적 활동을 늘리는 추세와 함께 미술관 방문자 수도 늘고 있다. 하지만 미술관을 애호하는 사람은 여전히 소수에 불과하다. 미술관이 있는 화랑유원지엔 새벽부터 밤까지 운동과 산책을 하는 시민들이 실로 많다. 하지만 정작 미술관에 입장하는 사람은 적다. 미술관 안과 밖의 온도차가 여실하다. 숙고할 대목이다.”
대중은 문턱 낮고, 즐겁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미술관을 원하는데.
“더 친근하고 더 재미있는 미술관을 만들기 위한 콘텐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전시회의 품질 향상은 물론 관객 참여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한다. 이를테면 우리는 얼마 전 경기관광공사와 함께 미술관 앞마당에서 버스킹을 펼쳤다. 휴게 공간 강화도 필수다. 이제 미술관은 복합 휴식 공간으로 가야 한다.”
당신은 젊은 큐레이터다. 요즘 청년층이 미술관을 향유하는 경향은 어떻다고 보나?
“작품 감상보다 사진 찍기를 즐기는 것 같다. 그러나 문화와 역사를 알고, 풍류를 즐길 줄 아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도 많다. 예술에 호기심을 가진 이도 많다. 이들을 만족시킬 문화공간이 지방 곳곳에 산재하는 현상도 고무적이다. 상당히 긍정적인 징후가 읽힌다.”
전시실을 주로 2층에 배치했다. 반면 너른 1층 공간엔 작은 전시실 하나뿐이라 다소 썰렁하다.
“간척지에 조성한 미술관이라 습기를 면밀하게 고려해야 했다. 전시 작품이 높은 습도에 훼손될 우려가 있어 주 전시장들을 2층으로 올린 것이다. 수장고를 지하층이 아닌 1층에 마련한 이유 역시 습기를 배제하기 위해서였다. 약간 허전한 느낌을 주는 건 맞다. 그래서 1층 로비 바닥에 전시 작품을 깔기도 한다.”
기획전 기간을 길게 잡았더라. 가령 현재 진행 중인 ‘소장품으로 움직이기’전의 전시 기간은 자그마치 1년이나 된다. 안일한 방식은 아닐까?
“한두 달 전시를 하고 작품을 철거하는 방식엔 문제가 많다는 인식이 국내외에서 확산되고 있다. 단기간 전시에 따른 폐기물 발생, 인력 낭비, 비용 등에 문제적 시각을 갖게 된 것이다. 가급적 최대한 소모를 아끼자, 미술관끼리 소장품을 공유하자, 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게 요즘 미술관들의 고민이며, 전시 기간 확대는 그 실천 대안의 하나다.”
큐레이터는 ‘미술관의 꽃’으로 불린다.
“개인적으로 말하자면 재미있는 직업이다. 전시회 소개 글을 통해 나름의 생각과 메시지를 타인에게 전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일이 너무 많다. 글을 쓰다가도 중단하고 벽에 못을 박으러 달려가야 하는 식으로.(웃음)”
요새 큐레이터가 좋아하는 화가는 누구냐고 묻자, 독일 작가 팀 아이텔을 꼽는다. 에드워드 호퍼를 연상시키는 그의 등 돌린 인물 그림이 야기하는 울림이 깊어서라고.
서울시가 5월 한 달간 덕수궁 돌담길, 청계광장, 반포한강공원 등 서울의 야외 명소 12곳에서 ‘국악버스킹’을 진행한다.
국악버스킹은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년간 비대면·온라인 공연으로 진행됐으나, 이달부터는 방역 지침 완화에 따라 전면 대면 공연으로 열린다. 지난 4일 덕수궁 돌담길에서 펼쳐진 여완밴드의 공연을 시작으로 총 12개 장소에서 국악 아티스트의 버스킹 공연이 30회 진행된다.
이번 국악버스킹에는 박자희(청계광장), 서일도와아이들(별빛내린천), 전영랑&보울(덕수궁돌담), 정초롱(효자동), 윤예원(이태원), 윤대만(덕수궁돌담), 김란이(효자동), 월드뮤직밴드 도시(세운상가), 김하은(효자동), 소리맵시(신촌), B.O.B.(오징어게임 체험관), 잔향(DDP어울림마당), 퀸(반포한강공원), 조주한(인사동) 등이 참여한다.
공연은 많은 시민이 일상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점심시간과 저녁 퇴근 시간을 활용해 열린다. 서울시 문화본부 유튜브 채널 ‘문화로 토닥토닥’에서도 회차별 현장 공연 영상을 볼 수 있다. 국악버스킹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운영단체(정아트앤컴퍼니)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하면 된다.
주용태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거리두기가 해제되어 다시 서울 곳곳에서 많은 시민 여러분께 우리의 소중한 국악 공연을 선보일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다시 시작된 ‘국악버스킹’ 무대로 국악 예술인들과 시민 모두 활기를 되찾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누구나 한 번쯤 취미로 악기 연주를 생각해본 적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우쿨렐레는 배우기 쉽고 크기도 작은 편이라 시니어에게 인기가 좋다. 그렇게 취미 삼아 시작해, 이제는 아름다운 연주로 이웃을 위로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우쿨랄라 한마당’ 커뮤니티다.
취재 협조 서울시50플러스재단
‘우쿨랄라 한마당’은 본래 2018년 구로여성회에서 ‘우쿨퀸’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한 모임이다. “악기 하나 배워볼까?” 하는 생각으로 뭉친 5명의 중년 여성. 기타나 다른 현악기에 비해 다루기 쉽고 어쩐지 친근한 모양이 마음에 들어 우쿨렐레를 선택했다. 처음엔 누구 하나 우쿨렐레를 연주해본 적 없는 그야말로 생초보들이었다고. 매주 모여 연습을 하고 2주에 한 번은 강사를 초빙해 레슨을 받았다. 그렇게 차츰차츰 실력을 키워나갔고, 어느덧 공연을 기획할 정도의 수준에 이르렀다.
우쿨렐레 배우길 참 잘했다!
40대부터 60대 중반까지, 총 9명의 회원이 매주 수요일 모여 우쿨렐레를 연주한다. 월 회비는 단돈 1만 원. 악기 레슨을 받으면서 내는 비용치고는 매우 저렴한 편이다. 그렇다고 공연을 통해 수익을 내는 건 아니다. 이들의 공연 대부분은 재능기부나 버스킹(거리 공연)으로 이뤄지기 때문. 우쿨랄라 한마당의 박순복(58) 대표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50+커뮤니티 활동 지원 사업’에 참여한 덕분에 모임을 잘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럿이 레슨비를 나누면 어느 정도 절감은 돼요. 그래도 넉넉한 편은 아니죠. 또 공연을 하려면 장소 섭외를 비롯해 챙겨야 할 게 많잖아요. 그런 점에서 ‘50+커뮤니티 활동 지원 사업’을 통해 지원금 외에도 이런저런 도움을 많이 받았죠. 그 밖에도 다른 연주 커뮤니티와 합동 공연을 한다거나 활동 영역을 넓힐 기회가 제공된 점도 좋았습니다.”
올해는 커뮤니티 프로젝트로 ‘찾아가는 경로당 버스킹’을 월 1회씩 진행하려 했으나, 코로나19 영향으로 상황이 여의치 못했다. 아쉬운 대로 지하철역 인근이나 안양천 등 허가된 공간에서 버스킹을 하며 시민들에게 연주를 들려줬다. 그렇게 공연을 하고 나면 우쿨렐레 선율에 매료돼 커뮤니티 가입을 원하는 이가 꼭 생겨난단다. 최근 악기를 배우기 시작한 새내기 회원 최병혜(58) 씨는 역시 이러한 공연을 통해 긍정적 에너지를 얻는다고 했다.
“혼자 연습하고 듣는 것보다, 회원들이 합심해 여러 사람 앞에서 공연을 해냈을 때의 성취감이 더 컸어요. 덕분에 또 다른 도전이나 새로운 꿈을 실현할 수 있겠다는 용기도 얻을 수 있었죠. 예전부터 아이들과 어르신을 대상으로 이런저런 봉사를 해왔는데, 악기를 통한 재능기부도 참 즐겁고 뿌듯하네요. 우쿨렐레를 배운 건 올 한 해 가장 잘한 일 같아요.”
고비의 순간 넘어 함께 오래오래
회원들은 내년에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작은 음악회를 열거나 다른 시니어 동아리와의 연계 활동도 활발히 해나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나아가 장수 커뮤니티로 거듭나기 위해 현재의 운영 방침 등을 보완하고, 커뮤니티 지원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라고. 박 대표는 이와 함께 새내기 회원 영입에도 더욱 신경 쓸 예정이라고 했다.
“어느 악기든 초반에 배울 땐 재미있다가도 어느 순간 고비가 찾아와요. 실력도 잘 안 느는 것 같고 한계를 느끼기도 하죠. 그 잠깐의 고비만 지나면 훨씬 연주가 풍부해지는데, 종종 잘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분들이 계셔요. 이 나이에 갑자기 전문가가 되거나 예술가의 경지에 오를 건 아니잖아요? 소소하게 어울려 함께 따뜻한 마음을 나눈다는 생각으로 임해주셨으면 해요. 일상이 무료하거나 취미가 없어 고민인 시니어라면 저희 커뮤니티의 문을 두드리셔도 좋아요. 분명 우쿨렐레를 통해 인생 2막의 즐거움을 얻어가실 거라고 보장합니다. 아, 지금은 없지만 남자 회원도 환영입니다!(웃음)”
강원도라 하면 누구라도 산과 바다가 고루 펼쳐진 대자연이라는 걸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동해로 떠나고 바다를 둘러싼 수려한 강원도의 산으로 향한다. 그런데 그것뿐만이 아니다. 그 자연 속에 문화 예술의 멋이 자리 잡고 있다. 폐교에 펼쳐진 예술의 풍성함과 메밀꽃 이야기의 정취 속에서 조용하게 보낼 수 있는 공간이 기다린다.
언제부터인가 시골 학교의 폐교가 늘면서 비어 있는 공간 이용의 다양한 모습을 감상하게 되었다. 농촌 인구가 도시로 유출되면서 아이들도 부모와 함께 떠나버려 폐교가 되고 있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 잇따르며 생긴 공간이다. 이제는 아이들이 떠난 학교가 미술관이나 창작실, 도서관 캠핑장, 또는 카페와 같은 휴식 공간으로 탈바꿈하여 지역 주민은 물론이고 세상 사람들과의 소통을 이끌어내고 있다.
강원도 평창의 무이예술관은 시골마을의 자그마한 무이초등학교였다. 폐교된 이후 서양화가 정연서, 이천섭, 조각가 오상욱, 도예가 권순범 등의 예술인들이 뜻을 모아 예술관으로 변신시켰다. 폐교를 이용한 공간을 여러 군데 가본 적이 있는데 무이예술관은 실내와 실외로 나누어 예술작품이 넘쳐나는 게 특별하다.
교실마다 장르별 작품들이 꽉꽉 채워져 있다. 가끔은 조각 작품을 앞에 두고 버스킹도 한다. 무이예술관, 이곳이라면 꽉 채운 가을날 하루를 보낼 만하다. 이곳을 서성이다 보면 어느덧 어릴 적 추억이 소환되고 감성은 더없이 말랑해져서 비로소 숨통이 트여 있는 자신을 느끼게 된다.
무이예술관은 입구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거대한 조형물이 시골 학교를 그저 조촐하게 꾸민 예술관이 아니라는 걸 대번에 전한다. 복도에 발을 들이면 창가의 새하얀 커튼이 바람에 살랑이고 흰색 천의 직조 틈 사이로 복도 가득 빛이 쏟아진다. 창가에 줄지어 전시된 조각 작품들은 가을볕에 멋스럽게 빛난다.
둘러보니 원래도 작은 학교였던 것 같다. 몇 개의 교실이 있는 건물 한 동이 전부인데 교실(전시실)마다 회화, 조각 작품, 도예 작품들이 가득하다. 빽빽하게 전시된 서예 작품도 고요히 묵향을 풍긴다. 또 한쪽 전시실에는 역시 봉평의 예술 공간답게 새하얀 메밀꽃 그림으로만 가득 채워져 있다. 복도에서는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삽화와 함께 스토리텔링을 감상할 수 있어 문학적 분위기에도 잠겨보게 된다.
볼거리는 끝이 없다. 스튜디오 겸 작업실이 열려 있어 예술가의 공간을 훔쳐보는 맛도 쏠쏠하다. 체험 공간과 아트 숍이 함께 꾸며져 있어 참여 활동도 가능하다. 복도 창가나 틈새 공간도 그냥 놔두지 않고 예술가들의 손길이 닿아 있다. 계단참의 소품들을 구경하면서 위층에 오르면 모임이나 파티를 열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문 열고 옥상으로 나가면 무이예술관의 바깥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가슴이 탁 트이는 공간이다.
예전엔 운동장이었을 조각공원은 자연이 주는 넉넉함이 있어 천천히 둘러볼 수 있는 여유를 준다. 잔디 마당은 발걸음마다 부드럽다. 아이들은 조각품들 사이에서 뛰어놀고 엄마 아빠는 예술작품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 모습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가을이 깊어가는 운동장엔 노랗게 빨갛게 물든 단풍잎이 날리고 발아래는 낙엽이 바스락거린다. 이곳을 오가는 누구라도 갬성 충만이다.
커피 향 따라 가본 전시관 끄트머리의 갤러리 카페. 사방으로 널찍한 덱에 앉아 운치 있게 차 한 잔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카페 안은 운동장을 향해 문을 활짝 열어놓아 테이블에 앉아 편안히 풍경을 감상하며 휴식시간을 누릴 수 있다. 예술적 상상력과 소통이 공존하는 무이예술관에 가면 가슴 가득 예술의 기운을 얻어 나오게 된다.
살다가 잠시 멈추고 천지의 가을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깊게 숨을 쉬어볼 만한 곳. 폐교에 담긴 예술 작품과 따스한 휴식 공간에서 충분한 감성 충전을 했던 참으로 괜찮았던 가을날 하루, 자연스럽게 힐링이 되었던 시간이다.
▲주변에 가볼 만한 곳
-이효석 문학의 숲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 이 소설의 배경지인 봉평엔 메밀밭뿐 아니라 소설 속 내용을 모형으로 재현해놓은 ‘이효석 문학의 숲’이 있다. 발걸음에 따라 3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산책로가 마련돼 있다. 덱 주변에는 자작나무가 하늘 높이 솟아 있다. 산책길을 따라 소설 속 장터와 등장인물들이 막걸리를 마시던 충주집과 물레방아 등 소설 속 내용이 길목마다 새겨져 있어 하나씩 읽다 보면 어느새 전편을 다 읽게 된다. 가을이 깊어지는 계절에 이효석 문학의 숲에서 단편문학 한 편 읽으며 산책하는 시간, 좋지 아니한가.
요즘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이 늘어났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바깥 활동이 줄어든 탓도 있겠지만 음악 프로그램을 보면서 위로와 감동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가의 제자가 되어 음악을 배워보는 ‘악인전’, 보컬 오디션을 통해 크로스오버 4중창단을 뽑는 ‘팬텀싱어’, 1990년대 감성의 혼성그룹을 만들어가는 ‘놀면 뭐하니’는 내가 즐겨보는 프로그램들이다.
지난 주말엔 ‘비긴어게인 코리아’를 보았다. ‘비긴어게인’은 원래 국내 뮤지션들이 해외 낯선 도시에서 버스킹에 도전하는 콘셉트이지만, 이번엔 코로나19로 위로와 응원이 필요한 곳에 찾아가 음악을 선사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소라, 하림, 헨리, 크러쉬 등 최정상의 가수들이 텅 빈 인천공항을 찾았다. 하림과 크러쉬, 수현과 적재, 정승환과 이소라. 이들이 듀엣을 이루어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설렘의 대명사였던 공항엔 적막이 가득했지만 감미로운 노래가 사람들 온기가 사라진 곳을 가득 채웠다. 인천공항 관계자들은 그동안의 시름을 잊고 이들이 부르는 노래에 빠져들었다.
문화비축기지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차 안에서 즐기는 드라이브 인 콘서트를 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생겨난 신풍속도는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어둠이 서서히 내리는 야외공연장에서 부르는 노래는 더욱 달달했다. 관객들은 가수들의 공연을 가까이서 보며 차 안에서 박수 대신 경적을 울리며 환호했다. 나도 박수를 치고 몸을 흔들고, 큰 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르며 답답한 일상을 털어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삶의 균형이 깨지자 사람들은 심적으로 힘들어졌다. 깨진 마음을 어루만져줄 무언가가 필요한데 그중 하나가 ‘음악’이다. 안드레아 보첼리가 두오모 성당에서 연 위로 콘서트는 유튜브에서 4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시청했다. 코로나로 이동 금지가 내려진 이탈리아에서는 사람들이 베란다에 나와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고 아름다운 화음으로 합창을 했다. 이 장면이 SNS를 통해 공유되자 음악으로 소통하면서 용기를 북돋고 위로하는 그들에게 찬사를 보냈다.
한 소절의 가사가 마음속에 환한 빛을 밝힐 수 있고, 한 곡의 노래가 힘겨운 삶의 짐을 내려놓게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힘들 때 음악을 들으며 위로를 받고 에너지를 얻는다. 오랜 사회적 거리두기로 힘들어진 마음에게 음악을 권해보자. 요즘 나처럼.
방구석 라이브 공연이 있는 서울시50+재단의 서부캠퍼스를 찾았다. 방구석 라이브는 서부캠퍼스의 야심찬 힐링 프로젝트 중 하나다. 음악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신청을 받아 공연 영상을 찍고 편집해 서부캠퍼스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올리고 있다. 50+세대의 공연 영상을 보여줌으로써 활동이 주춤한 사람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서부캠퍼스 1층 모두의 카페에 도착하니 1부 공연을 하게 될 '퍼커션 떼아모' 팀의 준비가 한창이다. 팀원 중 청일점 한 분을 제외하고 모두 빨간색의 단체 티셔츠를 입었다. 50+세대는 분명한데 티셔츠 효과 때문인지 나이가 도통 가늠이 안 된다.
연주곡은 '베사메무쵸'와 장윤정의 '사랑아'다. 퍼커션 공연을 마치고 둘러앉은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퍼커션은 두드려서 소리가 나는 모든 리듬악기를 지칭한다. 난타를 떠올리면 된다. 스페인어 떼아모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혹은 ‘너를 사랑한다’는 뜻이다. 직역하면 '퍼커션 너를 사랑해'다. 가까이 앉은 회원 몇 분에게 모임을 시작한 계기와 전후로 달라진 점을 들어봤다.
"2015년 12월에 정년퇴직하고 지내던 차에 2016년 서울시 도심권 50+센터에 '청춘 칸타빌레'라는 음악교실이 열린 걸 알게 됐다. 평소 남미 라틴음악에 관심이 많아 합류했는데 지금까지 ‘카혼’을 두드리며 즐겁게 활동하고 있다. 바쁘게 사회생활만 하다가 평소에 하고 싶었던 악기를 배우면서 인생 이모작을 실현하고 있다. 퇴직하면 사회에 봉사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공헌 활동을 해보고 싶었는데 실현하게 돼 즐겁고 행복하다. 기회가 주어지면 ‘카혼’의 본고장인 남미에 가서 버스킹도 하고 싶다. 나의 버킷리스트다. 제2의 인생을 즐겁게 보내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중 하나가 악기 배우기다. 특히 퍼커션은 우리 같은 동년배가 하기에 너무 좋은 악기다. 우선 손으로 두드리는 악기라 치매예방에 좋다. 악기를 배우다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퍼커션은 익히기도 쉽다. 신나게 두드리다 보면 모두 친구가 된다. 50+세대에게 퍼커션을 꼭 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퍼커션이 아니더라도 뭐든 배워서 재능을 기부하면 여생이 즐거워질 거라고 생각한다." -장기숙
"떼아모를 처음 만난 건 2년 전 동대문 DDP 행사 때였다. 함께 활동하는 날꽃밴드 공연을 위해 행사장에서 기다리던 중 중장년층으로 보이는 분들이 음악에 맞춰 북을 두드리며 신나게 공연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떼아모였다. '저거다!' 그동안 날꽃밴드 파트가 코러스여서 악기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숙제를 푼 것 같았다. 멤버들과 '탑골공원 버스킹', '광화문 아리랑 페스티벌' 등 공연도 하고 봉사활동도 하면서 나만의 인생 이모작을 실현하는 중이다. 앞으론 퍼커션을 통해 소외계층에게 즐거움을 주고 나아가 강의도 하고 싶다. 중장년뿐 아니라 노년층에게도 흥을 드리는 악기 연주자가 되도록 공부하는 중이다. 재능은 타고나기도 하지만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이든 몰두하면 내 것이 된다고 믿는다. 몰입해서 시간과 공간에 빠져보는 악기 연주를 50+세대에게 추천한다."-유영남(떼아모의 청일점)
"떼아모와 동행한 지 5년. 퇴직 후 음악공부를 하고 싶었다. 도심권 50+센터 청춘 칸타빌레 강좌가 열렸을 때 지원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른 채 들어왔는데 어느 사이 몸이 반응하고 익숙해지는 걸 느낀다."- 송영옥
중년 이후 악기를 배우고 활동을 지속하는 게 쉽지는 않다. '퍼커션 떼아모' 회원들은 5년째 모임을 이어오고 있다. 요즘은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으로 재능기부까지 하고 있어 회원들에게 삶의 큰 활력소가 되고 있다.
나이가 들면 꼭 필요한 몇 가지가 있다고 한다. 요즘 새롭게 추가된 한 가지가 있다. 바로 반려 악기다. 생각의 방향을 조금만 틀면 누구나 반려 악기와 함께 멋진 인생 이모작을 시작할 수 있다. 서울시 50+재단이 운영하는 서부캠퍼스와 중부캠퍼스, 남부캠퍼스의 문을 두드려보자. 이밖에도 다양한 정보를 얻고 싶으면 서울시평생학습포털도 추천한다.
● Exhibition
◇ 물, 비늘, 껍질
일정 4월 26일까지 장소 복합문화공간에무 B2 갤러리
김정옥의 단독 기획초대전으로, 그동안 작가가 주목해왔던 ‘물고기’ 연작에서 더 나아가 물고기가 살고 있는 환경, 즉 수족관의 영역까지 아우르는 작품들로 이뤄졌다. 작가는 “투명한 수족관은 제한성을 전제로 한 삶의 환경”이라며 “물이 아닌 공기로 치환된 수족관 속에서 인간은 서로 무리 짓고 군중 속에서 부대끼다 동시에 문득 개인으로 반짝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상을 바탕으로 수족관 안에서 무리 지어 사는 물고기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삶을 유추해보고, 살아 있음을 느끼는 순간을 비늘의 반짝임으로 표현했다.
◇ 히말라야... 그리움을 찾아서
일정 5월 17일까지 장소 갤러리 하리&멘탈ART
‘마음을 읽는 작가’로 알려진 김애옥의 2020년도 첫 전시다. 하얀 눈을 휘덮고 있는 설산이 태양의 빛을 받아 마치 카멜레온의 보호색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들로 채워졌다. 작가는 히말라야에 다채로운 컬러를 입힌 데 이어 인간들의 기억 속에 오래 머물러 있던 그리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애쓰지 않아도 순간순간 떠오르는 기쁨과 슬픔의 조각들을 스펙트럼의 파장 이미지로 펼쳐 표현했다. 이번 전시는 관람자가 특정 히말라야 이미지를 선택하면 그에 따른 마음의 상태를 읽어준다. 아울러 그림을 통해 숨어 있던 내면의 그리움을 비추는 등불 역할도 한다.
◇ 추니박, 침묵의 숲
일정 4월 25일까지 장소 사비나미술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융합산수’를 개척한 추니박의 ‘검은 풍경’ 연작과 ‘치유의 숲’ 연작을 감상할 기회다. 30여 년간 작가가 확장해온 한국화의 지평을 확인하는 자리인 동시에, 그의 최신 작품세계까지 살펴볼 수 있다. ‘검은 풍경’ 연작은 그동안 한국 풍경화를 그려왔던 작가가 그랜드캐니언, 캘리포니아 등 미국 서부 지역을 여행하면서 만난 광활한 대자연을 한국 전통 필법으로 풀어내 해외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중 3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또 ‘치유의 숲’ 연작 총 120여 점 중 주요 작품 34점을 선별해 공개할 예정이다.
◇ 툴루즈 로트렉 展: 물랭 루즈의 작은 거인
일정 5월 3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후기 인상주의파 화가이자 현대 그래픽 아트의 선구자,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의 국내 첫 단독전이 열린다. 그리스 아테네에 위치한 헤라클레이돈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 150여 점으로 구성되며, 모두 국내에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들이다. 포스터, 석판화, 드로잉, 스케치, 일러스트 및 수채화를 비롯해 로트렉의 사진과 영상, 당대의 생활용품 등이 19세기 말 생동감 넘치는 파리 몽마르트 언덕과 물랭 루주의 모습을 투영한다. 아울러 로트렉의 일생을 담아낸 미디어 아트와 물랭 루주의 히스토리를 간직한 특별 제작 영상 등 다채로운 장르의 볼거리가 마련돼 있다.
● Stage
◇ 드라큘라
일정 4월 28일~5월 17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연출 데이비드 스완 출연 김준수, 조정은, 손준호 등
아일랜드 소설가 브램 스토커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뮤지컬로, 수백 년이 지나도록 오직 한 여인만을 사랑한 드라큘라 백작의 판타지 로맨스를 그린다. 뱀파이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프랭크 와일드혼의 드라마틱한 음악이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블랙 스크린을 설치하고, 스탠딩 세트를 플라잉 세트로 전환하는 등 극적인 연출을 보여주기 위해 장비와 세트를 보강해 웅장한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아트
일정 5월 17일까지 장소 백암아트홀 연출 성종완 출연 이건명, 엄기준, 박건형 등
15년간 유지해온 세 남자의 우정이 허영과 오만에 의해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가를 일상의 대화를 통해 표현한 연극이다. 대학로 공연 당시 최고 객석 점유율 103%, 누적관객 수 20만 명을 기록하며 ‘아트 광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개성 넘치는 배우들이 인간의 이기심, 질투, 소심한 내면의 심리를 블랙코미디 특색을 살려 거침없이 드러낸다.
◇ 사운드 오브 뮤직
일정 4월 28일~5월 17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연출 정태영 출연 이연경, 배다혜, 송일국 등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지배를 피해 조국을 떠나야 했던 폰 트랩 가족 합창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이다. ‘에델바이스’, ‘도레미송’ 등 동명의 영화를 통해서도 널리 알려진 아름다운 넘버들로 꿈과 희망을 노래한다.
● Movie
◇ 프리저베이션 홀 재즈 밴드
개봉 4월 2일 장르 다큐멘터리 감독 T.G. 헤링톤, 대니 클린치 출연 벤 재프, 월터 해리스 등
뉴올리언스 재즈를 대표하는 ‘프리저베이션 홀 재즈 밴드’가 음악의 뿌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기를 담았다. 쿠바를 배경으로 한 즉흥 버스킹 등 소울 가득한 재즈 선율이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 밥정
개봉 4월 예정 장르 드라마, 다큐멘터리 감독 박혜령 출연 임지호
임지호 셰프가 자신의 친어머니와 양어머니, 그리고 길 위에서 인연을 맺은 어머니들을 위해 그리움으로 차린 밥상과 인생의 참맛을 함께 담았다. 산과 들, 계곡 등 한국의 아름다운 사계절 풍경도 감상 포인트다.
● Book
◇ 야생의 위로 에마 미첼 저ㆍ심심
25년간 우울증을 알았던 저자가 자연에서 위안을 얻었던 1년간의 소회를 쓴 일기다. 가벼운 무기력증부터 자살 충동에 이르기까지 우울증의 다양한 양상을 경험하며, 그때마다 자신을 위로했던 자연의 모습을 생생한 글과 그림, 사진으로 묘사했다. 섬세한 문장과 감성적인 이미지를 통해 인간을 어루만지는 자연의 따뜻한 손길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 세계사를 바꾼 전염병 13가지 제니퍼 라이트 저ㆍ산처럼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 코로나19 못지않게 역사상 인류가 속수무책으로 당해온 전염병 13가지를 살펴본다. 발병 당시의 상황과 에피소드, 질병 극복 방법까지 소개한다.
◇ 건강 공부 엄융의 저ㆍ창비
건강의 정의부터 올바른 스트레스 및 식습관 관리, 신종 바이러스와 미세먼지 등으로부터 내 몸을 지키는 방법을 정리했다. 주제별 건강 상식과 더불어 일상생활 수칙 등도 제시한다.
◇ 내가 사랑한 시옷들 조이스 박ㆍ포르체
죽기 전에 읽어야 할 세계의 명시 30편을 사랑, 사람, 시라는 ‘시옷’의 단어들로 풀어냈다. 저자는 숨 가쁘게 달린 하루의 끝에서 ‘시’와 마주하며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길 바란다.
◇ 햇볕이 아깝잖아요 야마자키 나오코라 저ㆍ샘터사
베란다 작은 정원을 가꾸며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다. “베란다는 세계의 축소판, 그 작은 공간에 우주가 있다”고 말하는 저자의 신선한 통찰력이 곳곳에서 빛난다.
추웠던 겨울도 서서히 마무리 되는 2월!
새콤달콤 딸기와 싱싱한 대게가 제철을 맞아 이를 주제로 한 지역 축제들이 열리고요~
2월 8일 정월대보름 맞이 행사와 이른 봄을 만날 수 있는 매화축제까지…
다양한 축제와 행사 즐기시고 올 겨울도 알차게 마무리해보세요!
# 2020 삼척 정월대보름제
일정 2월 7~9일 장소 엑스포광장 및 오십천둔치 일원
정월대보름을 맞아 1973년 음력 정월보름날부터 시작된 행사다. 삼척 고유의 기줄다리기를 비롯해 천신, 지신, 해신에게 소재 초복과 풍년, 풍어를 기원하는 제례행사와 전통 민속놀이 등이 펼쳐진다.
# 휴애리 매화축제
일정 2월 7일~3월 8일 장소 제주 휴애리 매화정원
봄의 전령사인 매화를 한껏 만낄할 수 있는 휴애리의 계절축제다. 행사 기간 동물먹이주기체험, 승마체험, 거위쇼 관람과 더불어 다양한 전통놀이 체험과 상설 체험 프로그램을, 갤러리팡 사진전 등을 즐길 수 있다.
# 논산딸기축제
일정 2월 19~23일 장소 논산천둔치 관내 딸기밥
제철 딸기를 직접 수확하고, 딸기케이크 만들기, 딸기잼 만들기, 딸기 드론 만들기, 딸기 공예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체험해볼 수 있다. 논산시민과 함께하는 밴드공연, 난타공연, 불꽃놀이 등도 함께 개최한다.
# 영덕대게축제
일정 2월 20~23일 장소 영덕 강구항 일원
올해로 23회째를 맞은 대게 축제로, 올해는 ‘왕이 사랑한 영덕대게의 꿈!’을 테마로 열린다. 영덕대게를 비롯한 다양한 해산물을 맛볼 뿐만 아니라, 풍물퍼레이드를 비롯한 콘서트와 버스킹도 감상할 수 있다.
#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축제
일정 2월 27일~3월 1일 장소 울진 후포항 왕돌초 광장 일원
울진군의 특산물인 대게를 알리고,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지역 대표 행사다. 대게를 활용한 다양한 시식, 체험 행사와 더불어 다채로운 퍼포먼스와 콘서트와 문화공연도 즐기며 풍족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 2020 포항 구룡포대게축제
일정 2월 28일~3월 1일 장소 포항 구룡포 아라광장 일원
전국 최대 대게 생산지인 포항 구룡포에서, 많은 생산량을 기반으로 저렴한 가격의 구룡포대게를 널리 알리기 위해 지난해부터 개최한 축제다. 대게낚시, 대게퓨전요리 이벤트, 대게깜짝경매 등을 진행한다.
◇ 가야본성 칼과 현
일정 12월 3일~3월 1일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1991년 열린 ‘신비의 고대 왕국 가야’ 전시 이후, 보다 많은 자료와 연구를 통해 복원된 가야의 얼굴을 만날 기회다. ‘말 탄 사람모양 토기’(국보 275호)를 비롯한 국내외 주요문화재 1000여 점을 선보인다.
◇ 제13회 평창송어축제
일정 12월 21일~2월 2일 장소 강원도 평창군 오대천 둔치
송어 얼음낚시를 비롯해 송어 맨손잡이, 텐트낚시, 눈썰매, 얼음자전거 등을 즐길 수 있는 겨울 대표 축제다. 오대천에서 직접 잡은 송어를 맛보고, 다양한 겨울 놀이도 체험하며 즐거운 추억을 쌓아보자.
◇ 캣츠
개봉 12월 24일 출연 제니퍼 허드슨, 테일러 스위프트 등
뮤지컬 ‘캣츠’가 스크린에 펼쳐진다. ‘레미제라블’의 감독 톰 후퍼를 중심으로 브로드웨이 최고의 뮤지컬 제작진과 명배우들이 총출동해 원작 무대 못지않은 감동과 전율을 선사할 예정이다.
◇ 금난새의 크리스마스 선물
일정 12월 25일 장소 롯데 콘서트홀
한국을 대표하는 마에스트로 금난새의 지휘 아래 차세대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와 뉴월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하모니를 이룬다. 국내에서 만나기 힘든 비제 교향곡 C장조 1, 2악장부터 베토벤 운명 교향곡까지 감상할 수 있다.
◇ 리처드 용재 오닐 크리스마스 콘서트 ‘선물’
일정 12월 25일 장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오랜 시간 그를 찾아준 관객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선물처럼 뜻깊은 무대를 마련했다. 이번 공연은 용재 오닐이 지닌 악기의 한계를 뛰어넘는 다채로운 레퍼토리로 구성해 특별함을 더했다.
◇ 호미곶 한민족 해맞이 축전
일정 12월 31일~1월 1일 장소 경북 포항시 해맞이광장 일원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호미곶에서 매년 12월 31일부터 새해 아침까지 열리는 축제다. 해넘이와 해맞이는 물론 버스킹 페스티벌, 마당놀이, 불꽃잔치, 먹거리 및 체험 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연기를 하는 것이 평생 꿈이던 시니어 세대에게 연극을 할 기회는 종종 있다. 몇몇 지자체가 운영하는 시민배우 제도와 다양한 세대들이 모인 연극 동아리들. 가끔 소극장을 빌려 그들만의 공연을 열어 이루지 못한 이상에 잠시 동안만이라도 빠지는 사람들. 이들의 무한한 잠재력을 일깨우고 더 늦기 전에 열정을 담아 무대에 서기를 응원하기 위해 (사)한국생활연극협회가 문을 열었다.
‘생활체육’은 있는데 ‘생활문화’는 없다? 이 질문은 (사)한국생활연극협회를 있게 한 초석과도 같은 질문이었다. 생활체육은 동네마다 지자체에서 시설도 마련해주고 뭐든 다할 수 있게 해주는데 생활문화는 미비하기 이를 데 없다. 알음알음 만나 무대를 찾고 조명 아래 서는 사람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들을 제대로 이끄는 단체나 체계적인 방식을 찾기는 쉽지 않다. (사)한국생활연극협회의 정중헌 이사장은 무대에 서고 싶은 욕망이 있거나 꿈이 있는 아마추어를 무대에 설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 협회를 만들었다고 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는 미주 지역을 포함해 12개 지회와 30여 개 지부가 있습니다. 전문 연극인들이 임원진으로 구성돼 있고, 회원은 200여 명 됩니다. 여성들은 대부분 50~60대이고 남성들은 은퇴하신 분들이 참여하고 계신데 60대가 많습니다. 78세 최고령자도 있습니다. 이분들이 젊은 시절부터 바라던 꿈을 이루면서 노후 설계를 하고 인생을 더 풍요롭고 활기차게 보낼 수 있게 하자는 게 협회의 취지입니다. 특히 공연 전문가들과 비전문 연극인을 연결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아마추어 연극인에게 무대 본능을 깨우다
협회는 2017년 7월 창립 기념 세미나를 열고 생활연극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부터 계획은 확실했다. 기자 출신에 문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사장의 기획력을 바탕으로 한국 연극을 대표하는 전문 스태프가 장을 마련해놓으면 비전문 연극인은 그 시스템 속에 들어와 순수하게 연극에만 집중한다. 그리고 공연은 반드시 대학로에서 올린다. 비전문인이 이루고 싶은 소망이 바로 한국 연극의 메카인 대학로 무대에 서보는 것이기 때문. 실제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테네시 윌리엄스 작·최영환 연출)를 제외한 대부분의 작품은 동숭동의 크고 작은 극장에 올려졌다.
“대학로 바닥에서 공연할 수 있을 정도로 철저히 지도합니다. 전문 연극인이 아닐지라도 그분들이 가진 능력을 더 최대한 이끌어내려고요.”
덕분에 우리나라 연극계 대가인 강영걸 씨가 연출했던 ‘작은 할머니’(엄인희 작)는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작품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대가와 함께하는 연극이 어떤 차이가 나는지 알게 됐다.
“지난 6월에 ‘강영걸 연기·화술 아카데미’를 열었어요. 연극 연습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을 수업으로 보충하기 위해서죠. 제대로 기초를 배우며 발성과 발음, 똑바로 서기, 앉기, 방향 바꾸기 등 대사 분석과 동작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송년 공연은 강영걸 씨가 연출할 예정입니다. 이번 수업을 들은 분들 중에서 우선적으로 캐스팅할 계획입니다.”
연극의 맛을 알아가는 생활연극인들
한국생활연극협회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곳을 통해 새로운 삶의 행복을 느끼고 있는 회원들은 평범한 일상을 살다가 무대 위 특별한 자신을 발견한다. 그만큼 순수한 열정이 넘치는 곳이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 주인공의 여동생인 스텔라 역을 맡았던 이주연 씨는 국어선생입니다. 1년만 있으면 연금이 나오는 상황인데 연극을 하겠다며 장문의 편지를 보내왔어요. 학교보다 연극이 좋다면서요. 물론 주변 사람들이 조금만 더 참으라고 말리고 다독여서 지금 잘 참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생활연극인으로 무대로 멋지게 돌아오겠죠.”
회원들과 함께 서울 인근으로 단합대회를 갔을 때 저마다 ‘왜 생활연극을 하게 됐는가’를 이야기하면서 서로 감동하고 깊은 마음을 나누기도 했다.
“어떤 분은 남편이 사업에 실패해서 변두리로 이사를 갔답니다. 삶의 의욕도 없이 무기력하게 지내고 있는데 어느 날 전봇대에 연극 포스터 하나가 붙어 있더라는 거예요. ‘어렸을 때부터 연극을 하고 싶었는데 나 같은 아마추어도 활동할 곳이 있을까?’ 궁금했답니다. 그러다가 우리와 함께 연극을 하게 되신 거죠. 연극을 시작하고 사업도 잘되고 삶의 활력을 얻었다는 분도 있어요. 다들 참 많은 사연들이 있더군요.”
아이 셋 키우고 남편 시중만 들다 연극을 통해 세상을 접했더니 잔병도 없어지고 근심도 사라졌다는 여성 회원부터, 연기자 지망생이던 20대 시절 프랑스인 남편을 만나 그곳에서 살다가 사별 후 40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연기자의 꿈을 꾸게 된 회원까지. 모두가 크고 작은 아픔도 있고 은은한 삶의 향기도 지니고 있었다.
“누군가는 쉽게 기회를 얻기도 하겠지만 열정과 능력이 있어도 무대에 못 서는 사람도 참 많습니다. 우리 협회의 생활연극이 지금까지 이어져오면서 양적, 질적인 면에서 큰 성장을 하고 관심을 받게 된 것은 평생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회원들의 꿈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줬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8월 말에는 한국생활연극협회가 주최하는 생활연극축제(8.30.~9.1.)가 충북 영동군 심천면 영동국악체험존에서 열린다. 이번이 2회째다. 전국의 생활연극인의 공연은 물론이고 국악, 춤, 시낭송, 버스킹 등을 하면서 즐기는 한판 놀이마당이 될 것이라고. 드라마를 보다가 문득 자신도 모르게 대사를 따라하는 독자가 있다면 지금 바로 생활연극협회 문을 두드려보는 것 어떨까? (생활연극협회 k-ac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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