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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촌 후 카페 창업으로 숨통 틔운 초보 농부 “난 치열하게 살았다!”
- 여기 한갓진 시골에 아담한 카페가 하나 있다. 귀농한 부부가 운영한다. 아내는 낙천적이고 남편은 신중한 성향의 소유자다. 이상적인 조합이다. 대략 큰 그림을 그려놓고 꿈을 좆아 달리려는 아내의 과속을 남편이 적절히 견제해 균형을 잡아가니까. 매사 협의 과정엔 충돌이 잦지만 결국은 중간 지점을 찾아 절충한단다. 귀농 가부 문제에서부터 부부의 주장이 엇갈렸다. 귀농 이후에도 의견이 상충하는 때가 많았다. 폐가에 가까웠던 농가 주택을 근사한 카페로 재생하면서도 자주 옥신각신했다. 아무려나 카페는 잘 돌아간다. 딱히 주변 경관이 수려한 입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보잘것없는 곳은 아닌 데다, 카페의 담백한 외관과 내부의 소박한 디테일이 어우러져 손님들의 호감을 산다. 부부가 귀농한 지 올해로 6년째. 전에 살던 곳은 인천. 남편 이태호(46, 카페 ‘홍담’ 대표)는 IT 업계를 거쳐 다년간 자영업을 하다가 이곳 충남 홍성군 구성면 시골로 귀농했다. 귀농을 먼저 제안한 건 아내 우연희(41)였다.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에서 살맛나게 살아보자는 아내의 느닷없는 제안에 이태호는 아마도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던 것 같다. 부부 공히 시골 생활 경험이 없는 데다 귀농이 자칫 가시밭길을 걷는 고행으로 흘러갈 수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얘기는 이렇다. “‘아니, 시골 생활을 장난으로 아나?’ 아내의 귀농 제안을 듣자마자 내 입에서 나온 소리가 그랬다.(웃음) ‘언덕 위의 하얀 집’을 짓고 소탈하게, 마음 편하게 살아보자는 게 아내의 목적이었다. 그건 여러모로 무모한 도전에 불과했다.” 아내의 생각을 꺾어놓을 필요성을 느꼈다는 얘기인가? 무모한 도전이 없는 인생은 따분할 수 있다.(웃음) “여러 날을 숙고했다. 내가 싫다고 아내의 뜻을 묵살할 순 없는 일이었다. 그래 차분하게 생각해봤는데 시골에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TV에 나오는 ‘자연인’처럼 남자들에겐 수렵 생활에 대한 로망이라는 게 다들 있지 않나? 결국 아내의 뜻을 따르게 됐다.” 사전 귀농 준비는 했나? “이 대목에서도 아내와 이견이 있었다. 매사 긍정적인 전망을 하는 아내는 ‘일단 그냥 내려가자, 내려가서 적응하면 된다, 귀농이 어렵다는 얘기가 들리지만 우리만큼은 다를 거다, 우리는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했다. 착각에 빠져 있었다.(웃음) 이런 아내의 주장까지 동의할 수 없었던 나는 양재동에 있는 aT센터를 드나들며 관련 정보부터 수집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 귀농귀촌종합센터를 통해 귀농교육도 받았다. 아내의 손을 잡고 곳곳을 돌며 귀농 투어를 하기도 했다. 농업시설업자들을 통해 유용한 팁도 얻었다.” 충실한 사전 준비를 한 셈이다. 따라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도출할 수 있었을 테고. “기본적인 방향 하나를 미리 확정할 수 있었다. 흔히 농토는 빌려 쓰고 대신 시설 설비에 자금을 투입하라는 얘기를 하지만, 이건 위험한 방법이라는 걸 현장 답사를 통해 알았다. 만약 농사에 실패할 경우 시설비를 몽땅 날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 자금은 전적으로 토지 구입에 쓰고 시설은 지원금을 받아 하자는 원칙을 세우고 귀농지 선정에 나섰다.” 홍성군을 귀농지로 선택한 이유는? “경상도나 전라도는 너무 멀어 일단 배제했다. 1년의 절반은 추운 겨울인 강원도도 제외했다. 경기도도 뺐다. 땅값이 너무 비싸니까. 결국 충청도로 가기로 했는데, 우리가 귀농할 당시 충북권은 예산 부족으로 귀농지원금이 적다고 해 충남권이 적합하다고 봤다. 해서 충남 곳곳을 돌아다니며 귀농교육을 받는 한편 토지를 물색, 마침내 이곳 홍성에 터를 잡게 됐다.” 현재의 위치에 자리를 잡는 데는 아내도 동의했나? “동의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실랑이를 피할 길이 없었다.(웃음)” 나이 든 남편들은 흔히 말한다. 아내의 뜻을 따르는 게 신상에 좋다고. 살아보니 아내의 머리가 더 현명한 걸 알겠더라, 그리 판단하는 거다.(웃음) “난 아내를 존중한다. 하지만 삶터 문제는 워낙 중요한 대목이라 양보할 수 없었다. 아내는 마을 한가운데 나온 매물을 사자고 했는데, 가격이 저렴하다는 매력이 있는 땅이었다. 그러나 130여 가구로 이루어진 마을의 복판에 거주할 경우 주민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각별한 공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해 나는 자신이 없어 반대했다. 본의 아니게 마을에 민폐를 끼칠 수도 있어 조심스러웠다. 결국 아내가 양보해서 마을과 떨어진 이곳의 매물을 사게 되었다.” 뜻밖에 찾아온 많은 손님 부부가 구입한 터의 면적은 밭 600평을 포함해 약 800평. 60년 전에 지어져 낡다 못해 쓰러져가는 빈집 한 채가 딸린 터였다. 땅을 결정한 뒤 이태호는 일주일 만에 이사해 귀농 생활에 돌입했다. 가까이 있는 홍성읍내에 셋집을 얻어 임시 거처로 삼고서였다. 그들은 자신들을 어디로 데려갈지 모를 귀농 열차에 몸을 싣고 일단 질주하고 싶다는 열정에 사로잡힌 사람들처럼 신속하게, 거침없이 움직였다. 이사하자마자 즉각 집수리에 나서는 한편 농사에 뛰어들었다는 게 아닌가. 다분히 충실했던 사전 준비에서 나온 추진력이었으리라. 농사 작목은 어떤 걸 선택했나? “30여 종의 작물을 심었다. 600평에 불과한 작은 밭에 다양한 작물을 재배했던 거다. 귀농 전 막연하게 생각한 건 고구마 농사였다. 소규모라도 고구마 한 가지를 잘 키워 생산하면 부부가 먹고살 만한 정도의 수익은 나오지 않을까, 대충 그런 구상을 했는데 귀농교육과 현장 답사를 통해 그게 가능하지 않다는 걸 깨닫고 포기했다. 그렇다면 고구마보다 유능한 작물을 찾아내야 했다. 과연 우리 밭의 토질에서 어떤 작물이 잘 자랄지 알아내기 위해 30여 종을 시험 재배했다는 얘기다. 그 결과 블루베리가 적합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현재 블루베리 400주를 기르고 있다.” 집수리는 부부가 손수 했다지? “비용도 줄이고, 우리의 취향에 맞는 집을 만들고 싶어 거의 모든 공정을 직접 처리했다. 워낙 낡은 집이라 기둥, 서까래, 흙벽 정도만 남기고 털어낸 뒤 보수작업을 시작했다. 옛날 집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는 쪽으로 고치고 다듬었다.” 수리 과정에서 부부간 의견 충돌은 없었나? “왜 없었겠나? 많이 다퉜다.(웃음) 아내는 감성적 스타일로 개성을 살린 구조를 추구했다. 반면 난 실용성과 기능성 중심의 단순하고 깔끔한 공간을 원했다. 결국 절충점을 찾아갔지만 이견 조율하느라 우왕좌왕이 잦았다. 보수를 완료하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처음부터 카페로 개조하자는 계획을 가지고 진행했나? “아니다. 카페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작지만 편안한 살림집을 만들되 부부 둘이 차를 마시며 기분 좋게 쉴 수 있는 공간도 꾸미자는 정도의 계획을 했을 뿐이다. 그런데 도중에 바뀌었다. 집 고치기를 지켜보던 마을 이장님이 카페를 하면 괜찮을 거라는 조언을 해준 게 계기가 됐다. 시골 카페라도 운치를 돋운 분위기에 착한 서비스를 할 경우 가능성이 있을 거라 판단했다. 카페를 통해 부진한 농업소득을 보완할 수 있을 거라 봤다.” 결과적으로 카페를 차린 건 탁월한 선택이었나? “그렇다. 2019년에 오픈하자마자 뜻밖에도 손님이 많이 찾아왔으며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코로나 팬데믹 때 대형 카페들은 손실이 컸지만 우리는 무난했다.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공간이라 강아지를 안고 오는 이들도 많다. 카페가 마을 사랑방 역할도 해야 한다는 걸 감안해 과도한 인테리어는 자제했다.” 시골 생활 만족도 80% 카페의 분위기는 뭐랄까, 영업집이라기보다 정겹게 꾸민 이웃집 사랑방처럼 편안하다. 천장에 노출된 서까래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옛이야기들을 두런거린다. 창밖으로는 바람이 지나가고 구름이 다가온다. 카페 외벽은 온통 하얀 칠을 입혀 정갈하다. 귀농을 선창했던 이태호의 아내는 하얀 집의 흔들의자에 앉아 뜨개질을 즐기는 식의 낭만적인 시골 생활을 갈망했다지. 그 바람이 얼추 이루어졌다. 특히 안도할 만한 건 카페 수익을 통해 원만하게 가계를 꾸려나가게 됐다는 점이다. 자본주의의 기본 서사는 부를 축적하는 데에 있다. 그러나 시골에서 농사지어 부를 확장하긴 어렵다. 이태호 역시 농업소득만으로는 충족할 수 없다는 걸 온몸으로 경험했는데, 용케 카페 사업에 뛰어들어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나 그는 더 달리고 싶다. 카페는 중간 정거장 정도로 여긴다. “농사로, 특히 소농으로 돈을 벌기는 실로 어렵다. 우리는 카페를 통해 어느 정도 안정감을 얻었지만 사실 시골 카페의 태생적인 성장 한계는 명확하다. 확장성이 크지 않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이라 보나? “일의 외연을 넓혀나가고 있다. 우리는 수년 전부터 남의 농장에서 일하기도 했다. 현재는 아이들 대상의 방과 후 학습교사를 맡고 있다. 한편 지역의 청년 귀농인들을 모아 농업회사법인을 설립, 다양한 형태의 소득 창출을 도모하고 있는데 이건 성장 가능성이 크다. 이를 중점 사업으로 삼아 키워나가고자 한다.” 귀농 6년 차에 이르렀다. 현재 상황에 만족하나? 원했던 삶을 살고 있나? “흠, 만족도 80%쯤? 도시에서보다 한결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 시골로 내려오면서 우리 부부는 가족 중심의 삶, 가족이 모태가 되는 삶을 목표로 삼았다. 그게 이루어졌다. 게다가 귀농 이후 아이 둘을 얻었다. 4인 가족이 된 거다. 농사의 현실은 녹록지 않지만 소박한 살림을 꾸려나가며 가족과 함께 따뜻하게 살 수 있는 현 상황에 순간순간 기쁨을 느낀다.” 모두가 물신(物神)을 숭배하는 세상이다. 돈에 관해선 어떤 생각을 하지? “돈이 많아야 행복도 가능하다고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밥 먹고 살 수 있는 정도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을 한다. 금전보다 소중한 가치는 부부애, 가족애에 있는 게 아닐까?” 그의 언사는 수굿하지만 생각엔 단단한 심지가 박혀 있다. 온유한 품성이 느껴지지만 매사 치고 나가는 성향? 지난 귀농의 날들을 그는 한마디로 이렇게 정리한다. “난 치열하게 살았다!” 이태호가 주는 귀농 Tip •귀농 실패 사례가 드물지 않다. 섣불리 뛰어드는 건 무모하다. 심사숙고하되 일단 귀농을 결정했다면 과감하게 도전하라. 보수적인 접근으로는 부족하다. •지자체들에서 주관하는 ‘6개월 미리 살아보기’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해 기초를 다지자. •귀촌과 귀농이 융합된 형태의 시골살이를 모색하자. 소규모 농토를 통해 농업인 자격증을 획득하고 혜택을 받되, 라이프스타일은 귀촌의 방식을 취할 경우 한결 만족도가 높아진다. •농사 하나에만 의존하지 말자. 과도한 노동에 몸이 망가질 수 있다. 찾아보면 농외소득을 얻을 수 있는 일거리가 많다. •남편만의 단독 귀농은 필패의 지름길이다. 술과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 반면 아내가 귀농을 주도해 함께 내려온 경우엔 99%가 정착에 성공하더라. •부부가 함께 일하는 데 의미를 둘 경우 시골 카페도 권장할 만하다. 단 주변의 시장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결정하라.
- 2024-03-20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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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대에 귀촌 선언, 남들은 뜯어말렸지만 얻을 건 다 얻었다
- “시골로 내려가겠다고? 그건 좀 미친 짓 아닌가?” 김화자(59, ‘꽃피는 산골농원’ 대표)는 이런 핀잔을 종종 들었다. 그러나 귀에 담지 않았다. 시골살이의 고독과 농사의 고난을 헤쳐나가느라 몸은 물론 마음마저 상할 수 있으니 충분히 숙고하라는 충고쯤으로 여기고 시골행에 시동을 걸었다. 시골살이는 김화자 부부에게 오래 묵은 로망이었다.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부부 단둘이 시골에서 오순도순 살고 싶다는 꿈에 무슨 결함이 있으랴. 김화자에게 귀농은 자연스러운 이행(移行)이었던 같다. 상류의 물이 하류로 흘러가는 것과도 같은 순행. 올해로 그는 귀농 11년 차를 맞이했다. 애초 귀농을 만류했던 이들의 말이 이젠 사뭇 달라졌단다. “어라, 이 사람들 성공했네!” 김화자의 집은 무주군의 명산 적상산 아래에 있다. 한갓진 외딴집이다. 집 앞엔 개활지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인상적인 건 이 집에서 바라보이는 산 풍경이다. 뒤편으로는 적상산이 떡 버티어 집을 보듬었고, 앞쪽에선 대호산이 뭔가 서기를 풍겨 생동감을 부여한다. 저 멀리 아스라이 덕유산도 보인다. 하얀 눈을 뒤집어쓴 그 산의 정상부는 아예 설산인데, 마치 다른 차원의 세계를 편집해 붙인 듯 신비감이 감돈다. 여기나 저기나, 앉으나 서나, 밤이나 낮이나 산들의 동향을 관찰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환경이다. 산경(山景)에 심취하는 버릇이 있는 사람에게 적격인 삶터다. 김화자는 마땅한 시골을 물색하기 위해 남편과 함께 여러 지역을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인터넷에 매물로 나온 이곳을 둘러보고 곧바로 부지를 사들였단다. 첫눈에 호감이 가서. “이왕이면 산세 좋은 곳에 터를 마련하고 싶어 강원도와 경기도 북부 지역 곳곳을 답사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이곳을 만난 건 행운이었다. 강원도의 산세를 닮은 분위기에 보자마자 반했으니까. 깊은 맛을 풍기는 산세에다 탁 트인 경관까지 보기 좋게 어우러져 즉시 매입했다. 철탑이나 축사가 인근에 없는지, 가격은 합리적인지, 갖가지 꼼꼼한 점검부터 하는 게 매입 수칙이라지만 그런 걸 다 생략하고 샀다. 한참 뒤에 알고 보니 시세보다 훨씬 비싼 땅값을 치렀더라.(웃음) 하지만 억울하진 않았다. 취향에 맞는 터를 구입했다는 기쁨이 더 컸으니까. 터를 정하고 나자 지인들이 ‘미쳤다’는 소리를 또 끄집어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무주에서 무슨 재주로 살 거냐면서.(웃음)” 초기 5년은 혹한기 터 일대의 자연환경 하나에 꽂혀 일을 저지른 셈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날 이때까지 대체로 순탄한 시골살이를 해왔으니까 말이다. 터에 서린 무슨 지령(地靈)의 선한 감독을 받았을 리 없겠지만, 첫눈에 반한 땅이 주는 만족감을 정서적 기반으로 삼아 순항을 해왔으니 김화자에겐 영락없는 명당이다. 귀농 전에 그는 경기도 고양시에서 살았다. 남편과 함께 문구점을 18년간 운영하다가 접고 시골로 들어온 것. “자영업이 대부분 그렇듯 자유시간이 없다. 스트레스도 많고 갑갑증이 난다. 더구나 우리는 휴일 없이 일에 매달려 살았다. 덕분에 문구점 규모를 키울 수 있었지만 언젠가는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 일찍부터 아이들을 다 키운 뒤엔 시골에 가서 마음 편하게 살 작정을 했는데, 마침내 적당한 시점에 이르러 가게를 청산하고 2013년에 이곳으로 내려왔다.” 도시에도 장점과 매력 요소가 많다. 시골이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됐나? “돈을 벌기엔 도시가 한결 유리하겠지만 만족할 만한 좋은 삶을 꾸리는 데엔 시골이 더 낫다고 봤다. 그리고 그 좋은 삶이란 시골의 깨끗한 자연환경 속에서 텃밭을 일구고 정원을 가꾸는 식의 여유로운 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유롭고 평온하게 살고 싶어 오랫동안 시골을 꿈꾸었던 거다. 어휴, 도시는 참 싫다. 스트레스와 부자유는 물론 교통체증과 매연에 질렸다.” 농사는 어떤 작물을 하나? “농원의 전체 부지 1800평 중 1500평에다 사과와 블루베리 농사를 한다. 처음엔 사과 농사만 하다 나중에 블루베리를 추가했다. 애초 우리는 귀촌 형태의 시골살이를 구상했다. 호미자루 한 번 손에 쥐어본 적 없는 나로서는 본격적인 농사는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그냥 한가하게 살고자 했다. 인근에 구천동 관광지구가 있으니 상황을 봐서 나중에 민박집을 하면 되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정작 들어오고 나서는 귀농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 그렇게 된 계기가 있겠지? “원래 이 터 일부에 사과 과수원이 있었던 데다 마을 주민들이 사과 농사를 하라 권유를 해 입문했다. 무주는 사과 특산지구다.” 농사 초심자가 과수원에 뛰어들었다. 막막한 게 많지 않았을까? “처음 1년은 너무도 힘들었다. 호미로 풀을 메다가 집어던지고 주저앉아 펑펑 울기도 했다. 문제는 농사에 관한 아무런 사전지식도 없이 덤벼들었다는 데에 있었다. 그래서 무주농업대나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열심히 배웠다. 여러 해에 걸쳐 농업교육을 이수하면서 농촌체험학습지도사, 농식품가공기능사, 팜파티플래너 1급 지도사, 다육아트지도사 등 다수의 자격증을 땄다. 농촌융복합산업 사업자 인증도 받았고.” 당초 귀농에 뜻을 두지 않고 내려왔지만 어차피 본격 농사에 승차했으니 제대로 한번 달려보자! 아마도 그런 결기가 작동했던 게 아닐까? 김화자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직시하고 민감하게 움직이는 걸로 귀농 생활을 개척해나갔다. 그러자 매사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농사일이 즐거워졌다. 비록 고달픈 노동이 연속으로 이어지는 나날이지만 도시에서와 달리 마음은 편하고 여유로웠다. 하지만 농사로 얻는 수익은 쉬 오르지 않더란다. 초기 5년은 혹한기였다는 것. “월 300만 원, 즉 연간 3500만 원 정도의 순소득을 목표로 삼았다. 그쯤이면 부부 둘이 먹고살기에 충분할 거라 봤다. 하지만 손에 쥘 게 거의 없었던 초기 5년간은 많은 고심을 하며 지냈다. 다시 말하자면 자리 잡는 데 5년이 걸린 셈이다.” 그마저 괜찮은 성적이지 않나? 10여 년이 지나서야 궤도에 오르는 귀농인도 많다. “우리는 친환경 농법으로 사과와 블루베리를 생산한다. 따라서 품질이 좋다. 이게 입소문이 나면서 찾는 이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농사 자체는 쉽지 않다. 특히 자연재해엔 속수무책이다. 농부가 최선을 다해도 물과 햇빛이 도와주지 않으면 망칠 수 있다.” 일찍이 현자가 말했더라. 하늘은 때로 사람을 공깃돌처럼 가지고 논다고. 어떤 식의 자연재해를 경험했나? “태풍이 몰아쳐 사과나무들을 쓰러뜨렸다. 낙과 발생이 극심해 팔 만한 게 없었다. 밤낮없이 나무를 일으켜 세우는 작업을 하며 울었다.(웃음) 봄철에 느닷없이 쏟아지는 우박, 긴 장마, 겨울 가뭄 등 수시로 악재와 부닥친다. 자연 앞에서 사람은 나약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걸 실감하며 산다. 그러나 행복감을 맛보는 때가 아주 많다.” 어떤 때에? “창밖이 밝아오는 아침에 눈을 뜰 때, 가만히 피어나는 들꽃을 바라볼 때 참 좋다. 밭에서 힘겹게 일하면서도 내가 지금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산다는 자각을 할 때도 행복하다. 이건 도시에서 가게를 할 땐 전혀 느끼지 못했던 경험이다.” 괜히 시골에 들어왔다는 후회는 없었는지? “한번은 사다리를 타고 사과나무를 돌보다가 떨어져 발목뼈 세 군데가 부러졌다. 게다가 수술마저 잘못돼 무려 2년간 심한 고생을 했다. 그때 처음으로 회의를 느꼈다. ‘아이고, 내가 왜 시골에 와서 이 고생을 하지?’(웃음) 하지만 잠깐 스쳐가는 후회에 불과했다.” 이미 얻을 건 다 얻었다 그의 농원은 정갈하고 쾌적하다. 2층으로 지은 살림집과 정원 공간, 체험장과 가공공장, 사과와 블루베리 밭, 또는 이리저리 이어지는 통로 등이 유기적으로 구성돼 조화로운 한편 기능성을 극대화했다. 부부가 쏟아부은 비지땀과 능력과 시간의 산물이다. 농장의 핵심 공간은 체험장이다. 이곳은 급조한 비닐하우스지만 내부 치장이 꽤 흥미롭다. 벽면에 걸린 수예품과 그림들, 선반에 올라앉은 공예품들, 너른 자리를 차지하고서 재잘거리는 수백 점의 다육식물들. 이것들은 모두 김화자가 손수 만들거나 가꾼 것이라는 점에서 가히 독창적이다. 그는 이곳에서 방문객들을 상대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우리 농원은 무주군 1호 치유농장이다. 과수 농사만 하다가 치유체험농장으로 전환한 이후 나름의 성장을 해왔다. 체험장에 있는 모든 사물이 치유 프로그램 소재로 쓰인다. 이건 실로 만족스런 대목이다. 나의 취미와 취향을 즐길 수 있는 수단을 프로그램화해 남들과 공유하고 소득까지 올리고 있으니까.” 일과 취미를 접목한 셈인가? “시골에서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놀자는 게 기본 목표였는데 그게 이루어졌다. 처음엔 농사만 했지만 노동만 하면 무슨 재미가 있겠나? 취미 역시 제대로 즐겨 삶의 질을 높이고 싶었는데 그게 이루어졌다.” 흔히 원주민이나 귀농인이나 농사에 매몰돼 취미 내지는 문화 활동과 무관한 일상을 산다. 당신의 스타일은 독특하다. “내가 경험한 시골 인심은 정겹고 순박하다. 그러나 평생 호미를 쥐고 사는 할머니들을 보면 안타깝다. 때로 그들을 농원에 모셔 그림을 그리게 한다. 그러면 무표정하던 얼굴에 생기가 돌더라. 귀농인들도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문화를 즐길 수 있다. 난 읍내 합창단에 가입해 노래를 즐기기도 하는데, 문화 동아리도 많고 싼값에 볼 수 있는 공연이나 이벤트도 풍성한 게 요즘의 지방이다.” 성공한 귀농인이라는 얘기를 듣는다지? 이제 농원에 무엇을 더 보탤 계획인가? “2023년 매출이 약 9000만 원이다. 이쯤이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차후 게스트하우스를 하나 지을까 생각 중이지만 사실 얻을 건 이미 다 얻었다. 부부가 노후를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고, 자식들이 놀러 와 맘껏 놀다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으니까. 무엇보다 그토록 바랐던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살고 있어 기쁘다.” 원했던 곳에서 원했던 삶을 발굴해 지속한다는 건 아마도 인생의 최고봉이다. 섣부른 귀농으로 인생이 외려 꼬이는 수도 있지만 과욕 없는 열렬한 행보라면? 김화자의 방식엔 은근히 개성과 패기가 박혀 있다. 김화자가 주는 귀농 Tip •마음을 비우고 귀농하자. 꽉 채워진 마음엔 새로운 게 들어설 자리가 없다. •성향이나 기질이 농촌 생활과 어울릴지 면밀히 점검하고 귀농 여부를 결정하자. •귀농 초기의 고생은 통과의례로 여기고 귀농하자. 5년 차까진 수련기로 작정하는 게 현명하다. •처음엔 집을 빌려 쓰라고들 하지만 아예 내 소유 집부터 짓는 게 좋을 수 있다. 초기의 어려움에 질려 너무 쉽게 역귀농하는 사례를 볼 수 있는데, 집을 지어놨을 경우엔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 인내하며 활로를 찾아가기도 한다. •작목은 가급적 지역 특산물을 선택하자. 관의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생산물 유통의 이점이 크기 때문이다. •남자만의 귀농은 금물이다. 부부가 함께 귀농하자.
- 2024-02-2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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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로 시작한 귀촌, 처음엔 실로 지옥이었지만…
- 육군에서 30년간 복무한 뒤 중령으로 전역한 김준한(63)이 아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단신 귀농한 데엔 그럴 만한 절박한 이유가 있었다. ‘우선 건강을 회복하자!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는 신념이 그의 푯대였던 것. 인간만큼 다양한 재능을 지닌 생명체가 드물다. 그러나 육신의 구슬픈 비명 앞에선? 비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 자구책을 모색하기 마련이다. 김준한은 귀농을 치유 방편으로 삼았다. 농사에 쏟는 정당한 근로와 산골의 자연환경에 잠재한 갖가지 치료제로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 보았다. 그가 내심 비상 사이렌을 켜고 찾아든 귀농지는 경북 예천군 감천면의 산골. 올해로 귀농 12년 차다. 김준한의 거처는 거듭 휘어지는 농로의 끝, 살짝 외진 산기슭에 있다. 머리카락 보일라 장독 뒤에 숨듯이, 야트막한 야산의 품에 폭신하게 안긴 터전이다. 다소 은밀하면서 매우 아늑하다. 이른바 명당이란다. 그는 지관을 대동하고 예천 일대를 돌아다니다가 이곳을 찾아냈다. 처음엔 경기도 양평 지역에서 터를 물색했다. 그러나 딱히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다지. 그래 고향인 예천에서 정착지를 찾았으며, 용케도 이곳을 발견하고 환호작약했다. 그의 얘기는 이렇다. “좋은 터와 인연이 되다니.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다.” 그는 사람의 기운을 돋우는 땅이 따로 있다고 믿는 것 같다. 그도 그럴 만한 게 이곳에 살면서 건강을 완연하게 되살렸다. 다시 말해 그에게 풍수는 아리송한 신비주의가 아니다. 여하튼 대뜸 편안한 기분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이다. 푸른 소나무 즐비한 야산이 두 팔을 벌려 집과 마당을 포옹하고 있으니 산이 보호자 역할을 하는 형국이다. 자연과 교류하며 은연중에 받을 수 있는 ‘인생 레슨’도 많을 환경이다. 이렇게 썩 이상적인 곳에서 김준한은 고독한 ‘나 홀로 귀농’의 막을 올렸다. 컨테이너 박스에서 숙식하며 고추, 감자, 옥수수, 고구마, 메밀 등을 심는 것으로 농사를 시작했다. 이후 자두 농사로 전환했다. 사전 준비는 충실했다. 전역 3년 전부터 귀농이라는 거사를 위해 차근차근 대비했다. 중도에 퇴장하는 불상사만큼은 경험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귀농을 하면 내 손으로 집을 짓고 싶었다. 그래서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주관하는 전통공예건축학교에 등록했다. 2년간 대목장 신응수 선생의 강의와 실습에 참여해 집짓기의 기본을 배웠다. 전역 직전에 ‘제대 군인을 위한 귀농 교육’도 받았다. 이곳에 내려와서는 예천군 농업기술센터에서 많은 걸 배웠다. 그 외에도 다종다양한 농업 교육을 받았다. 귀농 교육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초심자가 믿을 만한 매우 유력한 기회라 본다. 수년간 열성껏 교육을 받자 마인드 자체가 달라지더라.” 자신감이 붙던가? “자신감은 물론 성격마저 바뀌는 걸 경험했다.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쪽으로 변하는 나 자신을 바라보며 안도했다.” 흔히들 재배 작목 선정에 귀농 성패의 관건이 달려 있다고 본다. 자두를 주 작목으로 정한 이유가 있겠지? “처음엔 채소류를 소소하게 길렀으나 포기하고 자두 농사 하나에 집중했다. 집 앞의 밭 450평을 자두 과수원으로 꾸린 게 출발점이었다. 애초 블루베리 농사를 구상했었다. 그런데 예천군 농업기술센터에서 만류했다. 가격변동이 심해 안전하지 않은 작목이라는 얘기였지. 그러면서 권장한 게 자두였다. 이건 예천의 특산물 가운데 하나라서 유리한 요소가 많다는 설명에 이끌려 자두 농사에 뛰어들었다.” 귀농 이후 10여 년째 자두 농사만 하고 있다. 좋은 선택이었나? 아무리 작목 선정을 잘하더라도 이상하게 돌아갈 수 있는 게 농사인데. “주변을 보면 귀농에 실패하고 역귀농을 하는 이들이 드물지 않다. 그 원인 중에 가장 큰 건 영농 실패이며, 이는 주로 작목 선택의 오류에서 기인한다. 그런 점에서 난 매우 좋은 선택을 한 셈이다. 자두의 전망이 좋아 농장을 2300여 평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이 정도면 혼자 능히 운영할 만한 이상적인 규모라 생각한다.” 소득은 어느 정도 올리나? “연매출 평균이 3500만 원 내지 4000만 원이다. 이 중 순소득은 70% 정도다. 물론 날씨에 따른 기복은 있다. 어느 해엔 너무 이르게 내린 서리 피해로 매출 제로를 경험하기도 했다. 자두나무 하나에 온전히 남아난 자두가 겨우 두어 개에 불과했다. 난 흙의 진리를, 땀 흘린 만큼 대가가 돌아올 거라는 진실을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하늘이 하는 일을 어떻게 방어할 수 있겠나? 그럼에도 자두 농사는 여느 작물에 비해 장점이 많아, 심지어 고행에 가깝다는 귀농 생활을 무난하게 이끌어왔다.” 스트레스 사라지자 건강도 좋아져 김준한의 귀농 이력은 어언 12년 차. 10년이 지나고서도 수렁에 빠진 듯 허우적거리는 귀농인들이 숱하지만 그의 자두 농사는 일찌감치 궤도에 올라섰다. 온갖 교육을 섭렵하면서 얻은 식견, 날이면 날마다 농장으로 달려가는 근면성, 그리고 자두나무의 비위를 맞출 줄 아는 머리와 감성으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대단한 매출은 아니지만 혼자 생활하기엔 섭섭할 게 없는 수입이라, 이쯤이면 자리가 잡힌 거라고 그는 자족한다. 무엇보다 귀농 목적을 이미 완수했다는 점이 그는 기쁘다. 농업 수익보다 건강 회복을 목표로 한 귀농이었는데 서서히 건강이 좋아지더라는 게 아닌가. 마음은 물론 몸이 아플 때 삶이 비로소 소중하게 다가온다. 따라서 아픔이, 고통이 지름길로 데려다준다는 소식이 고래(古來)로부터 지금까지 줄기차게 쏟아진다. 불굴의 의지로 병든 몸을 추슬러 농사는 물론 건강까지 부양한 김준한의 행장은 고통을 차라리 견인차로 삼아 빛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삶의 묘미를 웅변한다. 그는 중증 당뇨병으로 고초를 겪었으나, 어라, 농사에 병약한 육신을 투입하자 바뀌었다. “오죽 암담했으면 아내의 격렬한 반대를 외면하고 달아나듯이 홀로 귀농을 했겠는가. 당수치가 600까지 올라가면서 시력이 나빠져 실명까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도수 높은 안경을 써야 했다. 그런데 서서히 당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안경을 벗었다. 당뇨병은 물론 전반적으로 문제가 많았던 건강 상태가 현저하게 좋아졌다.” 귀농의 무엇이 치유 효과를 가져왔다고 보나? “내 병은 군대 생활에서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 누적에서 온 것이었다. 지시가 주어지면 임무 기간 안에 종료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매우 컸다. 이건 고질적인 것이었으나, 정서적 안정을 누릴 수 있는 조용한 산골로 귀농하면서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됐다. 깨끗이 벗어났다. 과도한 노동이 필요하지 않은 소규모 농사라서 즐거운 기분으로 일했던 점도 몸을 정비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좋은 공기와 물, 산야에 흔한 약초와 나물들을 섭취한 것도 득이 된 것 같다.” 일취월장일까? 이젠 예천 관내에서 알아주는 농가로 부상했다지? “자두 농사에 관한 한 달인 소리를 들을 때가 됐다고 얘기하는 이들도 있다. 전국 각지에서 견학을 오는 농부들도 많다. 자두 품질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재배 시설인 ‘Y자 다주지 방식’을 공부하러 오는 이들이다.” 더도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Y자 다주지 방식’은 Y자 파이프 프레임에 자두 가지들을 가지런히 펼쳐 재배하는 기술로, 자두 생산량이 최대 5배에 달하는 등 이점이 많다. 그는 이미 안전한 수준에 올라선 탄력으로 머잖아 매출이 더욱 늘 거라 예측한다. 귀농 이후 드센 파도를 겪는 일 없이 행진해왔으며, 향후 탕탕 질주할 가능성이 열렸다고 상황을 읽는 것이다. 그러나 과욕을 경계한다. 돈 버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다. 스스로 분수를 가늠해 매사 소박하고 조화로운 삶을 꾸려가고 싶은 것이다. 그게 귀농의 목적 중 한 가지이기도 했다. 그리 살자고 집도 자그맣게 지었다. 흙과 나무로 지은 15평짜리 한옥이다. “자금 사정도 고려했지만 소탈하게 사는 게 좋다는 생각으로 간소하게 지었다. 내가 도연명을 좋아한다. 그의 ‘귀거래사’를 보면 소박한 생활 정경이 나오더라. 작은 초가를 짓고, 작은 텃밭을 만들고, 뜰엔 복숭아와 자두나무를 심어 자족하는 옛사람의 모습에서 감흥을 느꼈다. 감히 위인을 흉내 낼 수야 없지만, 나 역시 소소한 것에서 만족을 누리는 삶을 맛보고 싶었다.” 손수 집을 지었다지? 한옥 건축엔 까다로운 공정이 많은데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게다가 건강도 좋지 않았는데. “미장이나 조적 등 난해한 부분은 기술자를 불러 썼다. 하지만 설계 초안을 비롯해 많은 부분을 직접 처리했다. 원목 껍질을 벗기고 대패질을 해 서까래 164개를 손수 만드는 식으로.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업자에게 맡기면 두 달 안짝에 완공하겠지만 난 2년 반 만에 완료했다. 실로 고달팠다. 그런데 집을 완성하자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다.” 어떤 일이? “아내가 비로소 나의 귀농에 동의를 표했다. 애초 귀농의 ‘귀’자도 꺼내지 못하게 했던 사람인데 집 지은 걸 보고 생각이 바뀐 것이지. 내가 귀농한 후 이곳에 아예 오질 않았던 아내였으나, ‘이젠 주말마다 내려오겠다!’고 하더라고.(웃음) 비로소 어둡고 추운 터널을 빠져나온 기분이었다.” 그의 아내는 안양시에서 중학교 교장으로 재직한다. 남편의 도발적인 귀농에 오만정이 떨어졌었나? 빗장을 건 마음을 풀어놓기까지 긴 세월이 걸린 셈이다. 애당초 한결 매력적인 설득과 회유로 부인과 동행하는 귀농을 할 수는 없었을까? 인생의 가을에 부부가 유유상종하며 흘러가는 모습처럼 진실한 드라마가 드문데. “아내에게 고마움을 느낄 따름이다. 병을 안은 채 농사와 집짓기를 함께 했던 초기 2, 3년은 한마디로 지옥이었다. 내가 자청한 지옥이다. 그런데 아내가 건져준 게 아닌가. 머잖아 아내는 퇴직한다. 이후엔 이곳에 내려와 함께 살게 될 것이다.” 살 날보다 산 날이 더 많아진 나이다. 귀농 12년 세월을 낭비라 느낀 적은 없었나? “시간을 아껴 쓰며 살았다. 덕분에 건강을 되살렸고, 아내의 인정을 받았다. 여기서 무엇을 더 바라겠나? 이 정도에 만족한다. 더도 덜도 필요 없다는 거.” 더도 덜도 말고 딱 지금처럼만! 인생을 통째 긍정하는 짧은 언설이 바윗장처럼 묵직하다. 김준한이 주는 귀농 Tip •귀농으로 낭만적인 전원생활이 가능할 거라는 환상을 버리자. 이상향의 크기를 줄이라는 얘기다. •기술집약적이고 소득 수준이 높은 작물을 찾아내자. 그러자면 갖가지 귀농 교육을 충실히 받아 물정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귀농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초기 자본 투자에 무리하지 말자. 길게 보고 서서히 나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매스컴이 떠드는 귀농 성공 사례를 그대로 믿지 마라. •혼자 하는 과수 농사의 경우 2000평 규모가 적당하다. •농업 장비들은 가급적 임대해 사용하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서다. •잦은 음주는 금물이다. 무질서와 방황의 첩경일 수 있기 때문이다.
- 2022-12-09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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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은퇴협이 권장하는, 중장년에게 좋은 8가지 슈퍼푸드
-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50세 이후 나이가 들수록 과일 채소를 많이 섭취하고, 육류나 생선의 경우 살코기 위주로 먹고 포화지방과 설탕을 피하라 권고했다. 아울러 좋은 식단이 혈압 조절 및 심장병, 당뇨병, 암 등의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며, 이를 위해 다음 8가지 식품군을 소개했다. 하나, 베리류 흔히 딸기, 블루베리, 아사히베리 등을 포함하는 베리(Berry)류에는 섬유질, 비타민C 및 항염증, 항산화 플라보노이드가 풍부하다. 중장년 남성은 하루 30g, 여성은 21g의 베리를 섭취하길 권한다. 아울러 베리류는 단기 기억력을 향상하는 등 두뇌 건강에도 효과적이다. 2020년 미국 터프츠대학의 연구진은 50세 이상 2800명이 20년 동안 섭취한 음식을 조사한 결과 베리, 사과, 차와 같이 플라노보이드가 풍부한 음식을 적게 섭취하는 사람에게 치매 발병 확률이 2~4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대학의 연구에서는 말린 구기자 열매를 소량 섭취하면 황반변성을 지연하거나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 둘, 짙은 녹색잎 채소 나이가 들수록 뼈가 물러져 칼슘이 필요한데, 이는 저지방 유제품이나 짙은 녹색잎 채소 등을 섭취해 얻는 것이 효과적이다. 케일, 브로콜리, 시금치 등인데, 이들 채소는 섬유질 또한 풍부해 근육 기능을 강화하고 심장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23년 동안 5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덴마크의 대규모 장기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짙은 녹색잎 채소를 섭취한 사람들의 경우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심장병 위험이 12~26% 더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아울러 올해 신경학(Neurology) 저널에 발표된 연구를 살펴보면, 녹색잎 채소에서 발견되는 항산화제 수치가 높은 사람들은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더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셋, 해산물 연어, 대구, 참치, 송어와 같은 생선은 고령자가 근육을 유지하거나 회복하는 데 필요한 단백질의 주요 공급원이다. 전문가들은 나이가 들수록 단백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매일 5~6온스(140~170g)의 단백질 섭취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생선은 동물성 식품에서만 발견되는 영양소인 비타민 B12의 좋은 공급원이며, 이는 노화가 일어날수록 흡수가 더 어려워진다. 따라서 일주일에 2~3번 섭취할 것을 권장하며,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식습관을 통해 대부분 만성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약 17% 감소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해산물에는 오메가3도 풍부해 중년에게 더욱 안성맞춤이다. 넷, 견과류와 씨앗 대체로 모든 견과류는 단백질과 섬유소가 풍부해 건강에 유익하고 포만감을 준다. 미시간대학의 20201년 연구에 따르면 핫도그를 먹는 대신 견과류를 섭취한다면 건강한 삶을 26분 더 연장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과도한 섭취는 금물이다. 1일 권장량은 아몬드 24알, 캐슈너트 18알, 땅콩 35알, 반쪽짜리 피칸 15알 정도이다. 아울러 호두나 아마씨, 치아씨드 등에 포함된 오메가3 지방산을 정기적으로 섭취하면 뇌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섯, 코티지치즈 코티지치즈란 탈지유 또는 환원탈지유로 만드는 숙성된 치즈를 말한다. 지방 함량은 적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코티지치즈가 근육 단백질 함성에 도움이 되는 훌륭한 식품이라 언급하며, 선수들도 이러한 이유로 운동 후 종종 코티지치즈를 즐겨 먹는다고 설명했다. 또 코티지치즈에는 칼슘과 비타민 D가 풍부하다. 나이가 들수록 골밀도가 감소하는데, 이때 칼슘과 비타민 D가 풍부한 식단이 필수로 포함되는 것이 좋다. 이러한 식단은 폐경기 여성의 뼈 손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여섯, 콩류 일단 콩류는 콜레스테를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섬유질과 단백질은 풍부하고 칼로리가 낮은 것 또한 건강에 도움이 된다. 아울러 철, 칼륨, 마그네슘이 풍부하다. 콩류를 섭취할 때는 통조림이나 절임 형태는 피하고, 말린 콩이나 원물을 익혀 먹는 게 좋다. 일곱, 물 물을 음식이라 봐야 하느냐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수분 공급에 더 신경 써야 한다. 요즘처럼 날이 덥고 습하고 땀을 많이 흘릴 경우, 야외 활동 등을 할 때 충분한 물 섭취는 필수다. 물을 잘 마셔주는 것만으로도 장 기능이 저하를 예방할 수도 있다. 여덟, 아보카도 아보카도는 맛만 좋은 것이 아니라 몸에도 좋다. 2022년 3월 미국심장협회 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에 발표된 약 11만 명을 대상으로 한 하버드대 연구에 따르면 일주일에 최소 2 인분의 아보카도를 섭취하는 사람들은 거의 먹지 않는 사람들보다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더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 2022-08-1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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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60대 여성 주목” 농촌진흥청, ‘농촌체험 여행지 8선’ 선정
- 코로나19 유행이 주춤해지면서 소비자 맞춤 여행 상품이 곳곳 출시되고 있다. 이 가운데 농촌진흥청은 국내 여행 활성화와 농촌체험 여행 참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농촌으로 떠나는 작은 여행’ 상품인 ‘농촌체험 여행지 8선’을 지난 6월 소개했다. 이번 여행상품은 소모임 단위 여행객이 농촌교육농장, 농촌체험농장에서 1박 2일 동안 체험·관광·식사·숙박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일정으로 설계됐다. 각 농촌교육농장, 농촌체험농장은 지난 4월에 실시한 ‘농촌체험·관광 활성화 프로그램’ 공모에서 선정된 곳이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농촌문화, 자연경관, 지역 먹거리 등을 소재로 한 농촌체험 여행에 관심이 높은 40~60대 여성 취향에 맞춰진 점이 특징이다”고 설명했다. 여행지 8곳은 △강원 강릉 ‘해품달’ 농장 △강원 횡성 ‘횡성 예다원’ △전북 고창 ‘책마을 해리’ △전남 화순 ‘화순허브뜨락’ △경북 김천 ‘송알송알 산골이야기’ △경북 안동 ‘토락(土樂)토닥’ △경남 고성 ‘콩이랑 농원’ △제주 서귀포 ‘폴개 협동조합’이다. △강원 강릉 ‘해품달’ 농장 강원 강릉 ‘해품달’ 농장은 4만 여권의 책으로 꾸며진 실내장식과 야외 조형물이 인상적인 곳이다. 2~4인이 머물 수 있는 쾌적한 숙소와 대형버스를 개조해 만든 이색 숙소도 마련되어 있다. 맷돌로 직접 커피콩을 갈아 마시는 체험과 뗏목 타기, 농장 산책 등을 할 수 있으며 야간에는 모닥불을 피우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잔디밭에서 밤하늘의 별을 관측할 수 있다. 둘째 날 조식으로 초당순두부가 제공된다. 또한 오죽헌, 주문진 수산시장 등 지역 명소와 가까워 즐길 거리가 풍부하다. △강원 횡성 ‘횡성 예다원’ 강원 횡성 ‘횡성 예다원’은 해발 300m에 자리 잡고 있으며, 예절교육 지도사이자 차(茶) 연구가인 농장주에게 다도(茶道)를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찻잎을 덖어 차를 만드는 제다(製茶)체험, 계절별 전통음식 만들기, 둘레길 걷기 등 체험 거리가 풍성하다. 또한 찜질방 이용, 별 보기 등 심신 힐링을 할 수 있다. 주변 볼거리로는 횡성호수가 있어 산책하기 좋다. △전북 고창 ‘책마을 해리’ 전북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고창 ‘책마을 해리’는 폐교된 초등학교가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된 곳이다. 이색적인 도서관들이 많고, ‘읽고 쓰고 펴내는 인생 책 농사’를 주제로 나만의 책을 만들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지역 명소인 선운사, 고창읍성, 상하농원 등과 연계하면 1박 2일 일정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전남 화순 ‘화순허브뜨락’ 전남 화순 ‘화순허브뜨락’ 농장은 약 4000평에 달하는 정원에 꽃과 허브가 가득한 곳으로 안온한 휴식을 취하기 좋은 곳이다. 둘레길 걷기나 허브 오일·허브 소금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으며, 지역에서 생산된 식재료로 만든 향토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숙소는 편백나무방, 황토방으로 나뉘어 있다. △경북 김천 ‘송알송알 산골이야기’ 경북 김천 ‘송알송알 산골이야기’ 농장은 500미터 고지의 호젓한 산골에 있다. 산세가 수려해 야영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곳이다. 천연염색 스카프 만들기, 숲속 걷기 후 새송이버섯 수확 체험을 할 수 있다. 김천을 대표하는 수도산 자작나무숲, 사찰 청암사, 용추폭포 같은 지역 명소와 연계하면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경북 안동 ‘토락(土樂)토닥’ 경북 안동 ‘토락(土樂)토닥’ 농장은 ‘카페형 치유농장’을 지향하는 곳으로 도자기 공예를 체험하며 나만의 접시를 만들 수 있다. 농장주가 요리한 ‘안동한우불고기’에 텃밭에서 딴 쌈 채소를 곁들이는 저녁 식사가 별미다. 밤에는 사과나무 장작으로 만든 모닥불 주위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다. 도보로 낙동강 산책길, 마애솔숲공원을 갈 수 있고, 차로 15분만 이동하면 하회마을, 병산서원 등 지역명소에 갈 수 있다. △경남 고성 ‘콩이랑 농원’ 경남 고성 ‘콩이랑농원’은 1000개가 넘는 항아리가 길게 늘어선 모습이 진풍경인 곳이다. 콩으로 만든 다양한 전통 장류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고, 고추장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농장 인근에는 영부저수지 산책길, 민간정원인 그레이스 정원 수목원, 상족암 군립공원 등 다양한 걷기 여행길이 있다. △제주 서귀포 ‘폴개 협동조합’ 제주 서귀포 ‘폴개(뻘이 있는 갯벌이라는 제주 방언) 협동조합’은 제주 귀농인들이 모여 만든 조직이다. 제주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한 이들의 제주살이 이야기를 도움말 삼아 농장에서 머무는 동안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유기농 블루베리 수확, 생화로 꽃다발 또는 꽃모자 만들기, 농장 주변 산책길 걷기, 잔디밭에서 밤하늘 보기 등을 할 수 있다. 아침 식사는 농장에서 준비한 소풍 도시락을 가지고 정원에 나가 먹을 수 있다. 각 여행상품 예약은 여행플랫폼 ‘노는법(nonunbub.com)’ 누리집이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할 수 있다. 올해 11월 말까지 상품가격의 약 50퍼센트를 할인하는 특가 행사를 진행한다. 농촌진흥청 농촌자원과 박정화 과장은 “코로나19 이후 삼삼오오 모여 자연 속에서 휴식과 여유를 누리고 싶은 소비자들의 경향을 반영해 농촌여행 상품을 공모하게 됐다”라며 “상품개발은 지방자치단체, 예약은 새싹기업 여행플랫폼에서 맡아 진행하는 이번 여행상품이 정부-지자체-민간이 협력해 만든 농촌여행 우수사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 2022-07-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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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매 예방에 탁월한 식단은 따로 있다?
- 특정 음식이나 식단으로 과연 치매를 막을 수 있을까?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지중해식 식단과 마인드 식단이 인지 기능 저하 예방에 탁월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중해식 식단은 신선한 농산물, 콩류 및 견과류, 생선, 통곡물, 올리브 오일을 권장하는 식단이다. 마인드(MIND) 식단은 이러한 지중해식 식단과 고혈압 예방 식이요법(DASH)을 혼합한 것을 말한다. 2017년 5900명 이상의 미국 노인의 식단과 인지 능력을 분석한 한 연구에서 지중해식 식단이나 마인드 식단을 가장 잘 준수한 이들의 경우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인지 장애 위험이 30~35% 낮게 나타났다. 두 식단에 주요 식재료들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다채로운 잎채소와 과일 다양한 영양소와 섬유질이 가득한 잎채소는 노화와 관련된 인지 쇠퇴를 늦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이스라엘에서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200명의 사람을 3개의 식단 그룹으로 나누고 이들의 뇌를 스캔했다. 그 결과 18개월 후 만카이(영양이 풍부한 녹색 식물), 녹차, 호두 등이 풍부한 지중해식 녹색 식단을 따른 그룹의 뇌 위축 속도가 가장 느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전통적인 지중해식 식단을 적용한 그룹은 그 뒤를 이었다. 이밖에 가공육과 붉은 육류를 허용하는 선에서 건강한 식단을 섭취한 그룹은 뇌 부피가 더 크게 감소했다. 특히 이러한 식단에 따른 신경 보호 효과는 50세 이상에서 두드러졌다. 전문가들은 접시에 담긴 음식이 다채로울수록 두뇌에 좋은 음식이라고 말한다. 2021년 한 연구에서는 약 20년 동안 7만7000여 명의 사람들을 추적했다. 이에 따르면 다채로운 과일과 채소, 초콜릿과 와인 등에 함유된 천연 물질인 플라보노이드가 풍부한 식단을 섭취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인지 노화의 징후를 덜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인드 식단에서 특히 베리류를 잘 섭취하는 것은 섬유질과 항산화 물질을 보충한다는 점에서 인지 능력에 도움을 줄 수 있다. 12년 동안 70세 이상 1만6000명을 조사한 한 연구에서는 블루베리와 딸기 등 베리류를 더 많이 섭취한 나이든 여성의 경우 인지 기능 저하 속도를 최대 2.5년까지 늦출 수 있다고 밝혔다. 생선과 견과류 그리고 올리브오일 기름기가 많은 생선은 오메가3 지방산의 좋은 공급원이며, 이는 뇌 건강을 개선하고 노화 관련 인지 기능 저하 및 치매의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웨일 코넬 메디슨의 알츠하이머 예방 프로그램 책임자인 리사 모스코니 박사는 “우리 몸은 스스로 충분한 양의 DHA(도코사헥사엔산)를 생성할 수 없다”며 “우리는 그것을 식단을 통해 공급받아야 한다. 이는 생선 섭취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일주일에 약 2~3회 섭취하는 정도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견과류와 씨앗류는 인지 능력 저하를 늦추는 식품으로 잘 알려졌다. 수많은 연구에서 견과류, 특히 호두를 많이 섭취할수록 인지 저하 위험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70세 이상 여성 약 1만6000명을 조사한 연구에서, 일주일에 적어도 5인분의 견과류를 섭취한다고 말한 여성이 그렇지 않는 여성보다 인지 점수가 더 높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지중해식 식단과 마인드 식단의 주재료인 올리브오일은 인지 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올해 9만2000명 이상의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올리브오일을 많이 섭취할수록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률이 29% 낮고, 전반적인 사망 위험률 또한 8~34%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언급한 영양소들이 함유된 보충제도 시중에 적지 않으나, 전문가들은 치매 예방 및 인지 기능 향상을 위해서라면 식단을 통해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모스코니 박사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 주요 연구들을 살펴보면 뇌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홍보하는 오메가3 보충제 등을 복용해도 실제 인지 기능 저하가 늦춰지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아무리 훌륭한 보충제도 건강한 식단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당부했다.
- 2022-07-0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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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 잃으면 실패한 삶? 낙인찍지 말아야”
- 병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건강은 개인의 의지나 노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환경·유전 등의 요소가 얽혀 분명한 원인을 알기조차 힘들 때도 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나의 무엇이 문제인지’를 밝히려 한다. 하지만 아픈 몸은 그저 다른 몸일 뿐, 우리의 탓이 아니다. 조한진희 다른몸들 대표는 아플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를 꼬집으며 잘 아플 권리, ‘질병권’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철인’이라 불리던 그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알람시계가 울린 지 한참을 지나도 여전히 몸은 이불 속이었다. 낮에도 사무실 책상에 엎드려 있거나 겨우 맥주 한잔에 다음 날 숙취에 시달리곤 했다. 2009년 팔레스타인으로 3개월간 현장 활동을 다녀온 뒤부터였다. 이유 없는 어지럼증에 하혈도 이어졌다. 1년 가까이 여러 병원을 돌아다녔지만, 원인 불명이었다. 수십만 원을 들인 종합건강검진에서 발견한 병명은 갑상선암. 다른 암에 비해서는 가벼운 축에 속하기도 하고, 검사 결과로 볼 때 암세포가 아직 몸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는 않은 상태였다. 그렇지만 암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 마음을 짓눌렀다. 가장 당혹스러웠던 건 겪어왔던 이상 증세와 갑상선암은 아무 상관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처음엔 오진이 아닐까 의심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온라인 환우회 사이트를 참고하고, 도서관과 서점에서 책을 찾았다. 의사들은 각자의 전문 분야만 보고, 총체적인 몸을 살피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병원에서 증세별로 지정해준 정기 검진을 병행하되 한의원과 대체요법사에게 지도받은 대로 식이요법을 시작했다. 생활 습관도 개선했다. 인스턴트 음식은 물론 튀긴 음식, 밀가루, 설탕, 백미를 완전히 끊었다. 현기증이 심하지 않은 날은 아침마다 집 앞 산길을 걸었다. 컴퓨터 쓸 일이 있을 때면 하루 네 시간 이하로 제한했고, 잠들기 전 스트레칭과 족욕을 했다. 일상이 온통 질병에 묶여 있는 느낌이 들었다. 동시에 ‘왜 이런 질병이 왔을까’ 자책하고, 생활 습관과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을 추적했다. 건강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 거의 3년을 극진하고 엄격하게 몸을 돌봤지만 회복 속도는 생각보다 더뎠다. 투병 생활이 길어지면서 조 대표는 건강한 몸의 눈이 아니라, 아픈 몸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됐다.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했다. 우리 사회가 아픈 몸을 배제하는 ‘건강 중심 사회’였던 거다. 그는 조금씩 우리나라가 질병을 대하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한국 사회는 건강을 추구해야 할 선(善)으로, 질병을 퇴치해야 할 악(惡)으로 규정한다. 게다가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고, 힘들어도 튼튼한 몸과 정신을 유지해야 한다며 강요하기도 한다. 질병을 얻는 것은 관리의 실패요, 질병은 싸워 이겨야 하는 대상이라 반드시 완치하는 게 당연하다고 믿는다. “알고 보면 우리는 쉽게 아플 수밖에 없는 세상에 살고 있어요. 과중한 노동, 열악한 생활환경, 오염된 식자재, 안전 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화학 제품 등. 누군가는 그저 허약하게 태어나요. 그럼에도 관리 소홀로 건강을 망쳤다고 환자를 비난하기도 하죠. 병에 걸리면 그 사람의 모든 과거가 줄줄이 심판대에 오르게 돼요. 훈계는 덤이고요.” 조 대표는 국가와 자본이 건강 중심 사회를 부추긴다고 설명했다. “아픈 몸이 잘못됐다고 규정하고, 병을 이겨내야 한다며 개인에게 의무를 부여하는 사회는 잘못됐어요. 물론 국가 입장에서는 개인의 건강이 곧 국력이라고 믿죠. 일꾼이 많아야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으니까요. 건강에 대한 기준을 만들고, 아픈 몸을 얼른 회복하게끔 힘쓰자는 분위기를 조성해서 노동자 스스로 일정 수준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세뇌하는 거예요. 이는 1960~70년대부터 시작된 ‘할 수 있다’ 문화가 이어져온 거라고 봐요.” 의료 산업과 헬스 산업은 질병을 가진 몸은 자기관리에 실패한 것처럼 여기는 분위기 속에서 급속도로 성장했다. 예컨대 건강 정보를 알려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는 일정한 패턴을 갖고 특정 상품을 광고한다. 그걸 본 시청자들은 ‘아픈 사람이 이걸 먹고 나았다더라’, ‘항산화 작용을 통해 젊어지는 효과가 있다더라’고 하며 더 건강해지려고 상당한 돈을 쓰는 식이다. “특히 중장년층이 건강 정보 프로그램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많은 연구 결과를 통해 인간의 몸 상태는 대부분 사회적인 요인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말이죠. 폐암 같은 경우에는 담배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판명됐어요. 다른 암들은 추론만 존재할 뿐, 정확히 입증된 건 없어요. 결국 불가항력이라는 거예요. 하지만 사람들은 노니나 블루베리를 챙겨 먹으면 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믿어요. 또 어딘가 아프면 매일 꾸준히 운동을 하지 않고, 건강식품을 부지런히 챙겨 먹지 않아서라는 의식의 흐름이 여전히 존재하죠.” 잘 아플 권리, 질병권 조 대표는 저서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질병과 함께 춤을’에서도 건강해야만 하는 사회의 이면을 강조하고 아픈 이들이 죄책감을 덜어낼 수 있도록 ‘질병권’이라는 개념을 이야기한다. “건강권은 건강을 중심에 놓고 사회 구성원 개개인을 어떻게 건강하게 만들 것인지에 초점을 둔다면, 질병권은 만성적으로 아픈 몸으로도 온전히 잘 살 수 있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만성질환자의 당당한 사회활동을 보장할 권리’라고 볼 수 있겠네요. 사람은 질병을 받아들이고 겪을 충분한 시간과 환경이 필요해요.” 덧붙여 그는 ‘아픈 몸이 기본값이 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대부분의 시설이 젊은 성인 남성의 기준에 맞춰져 있어 노인, 장애인, 아이가 불편함을 겪는 상황이 종종 발생해서다. “나이가 들면 기력이 없어지고 건강을 잃어가는 건 자연의 순리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노인이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커요. 건강 약자들을 위한 사회 제도와 환경이 제대로 구성돼 있지 않아서겠죠.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약한 몸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훨씬 안정적이고 편하게 살 수 있어요. 지하철을 타면 들리는 음성 안내는 사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것이지만, 시각 장애인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유용하잖아요. 무인 주문 기계나 모든 걸 혼자 해야 하는 ‘셀프 서비스’는 노인이나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은 거예요. 이 사회가 애초에 그들에게 불편하게 설계됐죠. 기계 자체나 셀프 서비스라는 글씨만 봐도 발걸음을 돌리게 만드니까요. 노인이어서, 장애인이어서 기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랍니다.” ‘다른 몸들’ 위한 배려 가이드 1 정체성 존중해주기 아픈 사람이라는 정체성도 있지만, 그도 사회적인 지위나 이루고 싶은 목표가 당연히 있다. 그러나 계속 병에 대한 이야기만 한다면 어떨까? ‘아픈 몸’이라는 범위에 제한하지 않고 그 사람을 존중해주는 것이 건강한 관계를 만드는 방법이다. 2 알고 있는 건강 정보 강요하지 않기 당사자에게는 수많은 인간관계가 있다. 모임에 나갈 때마다 지인들이 제각기 정보를 쏟아낸다면 만남 자체가 지치기 십상이다. 무조건 조언하기보다 ‘내 지인도 너와 같은 증세가 있다는데, 한번 들어볼래?’라며 동의를 구해보자. 아무리 고급 정보라도 당연히 그 사람이 좋아할 거라는 보장은 없다. 3 “노력하면 반드시 건강해질 수 있어”, “빨리 나으세요” 하지 않기 응원하는 의미로 사용했겠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건강을 회복할 수 없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그 사람들에게는 이 말이 ‘내가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는 건 노력이 부족해서인가?’라며 자책하게 만들 수도 있다. 4 하지 말라는 ‘훈수’보다 같이 하자고 ‘제안’하기 “밀가루 줄이고 채소 위주로 먹어야지”라든가, “집에만 있지 말고 환기도 시키고 좀 움직여” 등의 훈수보다 “기분 전환도 할 겸 한강에 같이 바람 쐬러 갈래?”나 “너 괜찮으면 우리 탭댄스 배워볼까?”처럼 할 수 있는 것 중에서 좋은 선택지를 골라 함께 해주는 편이 훨씬 좋을 수 있다.
- 2022-03-10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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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천에서 들러 볼 만한 아름다운 숲, 나남수목원
- 숲에 들면 차분해진다. 그리고 푸근하다. 나무 숲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은혜롭다. 더 바랄 것 없이 관대해지기까지 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밀린 숙제 하듯 허둥대며 떠밀려온 시간이었는데 갑자기 느긋하고 풍요해지는 마음이다. 걷기만 해도 지지고 볶던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듯하다. 차분해지고 감사함이 생겨난다. 숲이 주는 고마움, 풍성하게 누린 날이다. 서울에서 그리 멀리 온 것 같진 않았다. 고갯길을 넘고 간간히 조붓한 길을 주춤주춤 달리기도 했지만 자동차는 어느새 나남수목원 앞에 다달았다. 나남수목원은 한평생 책을 만들며 살아온 사람의 인생을 전해주는 숲이다. 경기도 포천의 산비탈에 '세상에서 가장 큰 책, 나남수목원'이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고 있는 숲에 들었다. 숲으로 걸어 들어가는 길에 수목원의 검둥개가 꼬리를 흔들며 앞장선다. 느릿느릿 두리번거리면서 사진도 찍느라 늦장 부리면 가다가 뒤돌아서 한참씩 멈춰서 기다리기를 반복한다. '일루 와요, 나만 따라오면 된다니까' 하는 표정이다. '알았어, 갈게. 조금만 기다려' 그렇게 수목원의 개와 노닐며 한적한 숲길을 걸었다. 책과 나무의 숲에 살다 ‘나와 남이 어울려 사는 우리’라는 포부를 담고 시작한 나남출판사의 조상호 회장이 2008년부터 일군 나남 수목원. 포천의 왕방산 산자락에 20여만 평의 땅에 만들어낸 숲이다. 이런 숲을 개인이 가꾸다니... 언감생심 부러워할 수조차 없지만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는 일이 생각만 해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란 건 짐작이 된다. 적어도 고된 노동과 긴 시간의 기다림이 필요한 일이 아닌가. 수목원의 아름다움은 역시 아침 무렵이다. 숲 사이로 유난히 도드라지는 빛이 눈부시다. 온누리에 아침빛을 받은 숲의 투명함 또한 참 이쁘다. 숲길에 구절초와 벌개미취가 자연스럽게 무더기를 이루어 피어났고 꽈리꽃의 붉은빛이 선명하다. 산책로 옆으로 5리쯤 된다는 실개천이 촉촉하게 흐른다. 숲길을 걸으면서 와, 좋구나를 연발할 수밖에 없다. 굽이진 산속이다 보니 여타 수목원처럼 주변과 입구에 음식점이나 카페도 없다. 내부에 놀이 공간이나 즐길 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흔한 포토존이나 무슨 촬영지였다는 표지판도 없다. 인위적 기교 없이 수수한 숲은 마냥 자연스럽다. 온전히 숲을 받는 느낌이다. 그저 숲이기만 한 게 이렇게나 고맙구나 싶다. 책 박물관으로 이르는 길의 연못에 푸른 하늘이 풍덩 빠져 있다. 연못 앞에서 세찬 바람에 머리를 날리는 듯한 여자의 조각상이 인상적이다. 짐바브웨이의 조각가 Witness Bonjisi의 A Windy Day라는 작품이라는데 그 풍경 속에서 잘 어울린다. 수목원 중턱쯤에 있는 책 박물관에 오르니 딱 그 자리가 제 자리인양 앉혀져 숲을 내려다본다. 그 모습이 편안하고 멋스럽다. 안이 훤히 보이는 3층 건물에 가을볕이 에워싸고 숲이 둘러있다. 숲지기인 조상호 회장이 나남출판사를 통해서 평생 만들어 낸 책이 담겨있는 곳이다. 그리고 책으로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문화공간이기도 하다. 책 박물관, 이 또한 책의 숲이다. 나남출판사에서 40년간 3500여 권의 책을 펴낸 숲지기 조상호 회장이 직접 심은 나무가 10만여 그루라 했다. 이젠 세상에서 가장 큰 책이라 일컫는 나무를 키우는 일에 파묻혀 있으니 더 할 일이 있을지. 서가 벽면에는 몇 해 전 나남출판 40주년 기념으로 펴낸 조상호 회장의 '숲에 산다' 포스터가 멋지게 붙어 있다. 어차피 이곳에서는 책과 나무 이야기가 오갈 수밖에 없다. 그것만으로도 차고 넘친다. 나남에서 펴낸 책으로는 주로 사회과학 서적이 많았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아는 책으로는 박경리 작가의 '토지'와 '김약국의 딸들' 등이 있다. 2층과 3층에는 이러한 것들을 들여다볼만한 공간이다. 특히 3층에는 책과 인연인 된 사람들이 모여 서가를 채워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숲과 책에 둘러싸인 날의 행복 북카페는 널찍하고 시원하게 트여서 그저 여유롭다. 한적한 실내엔 군데군데의 책장이 인테리어 몫을 다한다. 세미나룸인 듯한 아늑한 공간도 따로 있어서 의미 있는 모임을 계획할만하다. 북카페 안과 테라스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데크에 앉아 숲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멍 때리기에 최적의 장소다. 1층 북카페에 앉아 바라보는 숲, 눈앞에 꽉 찬 짙푸른 숲이 압도한다. 숲이 주는 힐링, 세상 더 할 말을 잊는다. 숲을 보며 누군가가 말했다. "초록빛에 왜 그리 환호하지?" 그럴 리가, 생생한 자연의 색감만으로 눈앞에 있으니 감동이 아닐지. 가을 색으로 물들면 또 그것으로 미칠 듯 반할 것이다. 나남 수목원 저편의 눈 내린 자작나무 숲의 풍경은 또 어떨지 상상해 보게 된다. 숲을 앞에 두고 보니 철마다 달라지는 나남 숲의 풍경을 가슴 두근거리며 기대할 수밖에 없다는 게 사실이다. 북카페의 직원에게 조회장님에 관해 궁금해 했더니 지금 마침 숲에서 수목 전지작업 중이라고 알려주었다. 직접 나무를 가꾸고 관리하느라 늘 바쁘시다며 숲으로 가면 만날 수 있을 거라면서 연락해보겠다고 한다. 그러더니 벌써 산 능선을 훌쩍 넘어가서 너무 멀리 계시어 만나보기 어렵겠다는 것이다. 괜찮다. 오늘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숲 속에서 나무를 가꾸는 숲지기의 모습을 멀리서나마 바라보는 일, 전망 좋은 인수전과 자작나무 숲을 지나 언덕을 올라 산을 넘어가 더 많은 숲을 보는 일을 남겨두는 것, 어찌 한두 번으로 숲을 보았다고 할 수 있을까. 여길 다시 올 수 있는 이유를 만들었다. 그냥 숲과 책에 둘러싸인 채, 서늘한 마젠타 빛으로 가득 채운 레몬 블루베리 에이드 한잔 앞에 놓고 나니 세상 더 바랄 게 없다. 감성도 깊어지는 시절이다. 이 계절에 이만한 여행 없다는 생각에 숲을 찾은 자신에게 뿌듯하다. ◎가볼 만 한 곳 1. 술이 익어가는 느린 마을, 산사원 포천에 가면 술 익는 마을 산사원을 빠뜨릴 수 없다. 이 계절의 따사로운 햇볕이 딱 어울리는 곳이다. 두 팔 벌려 안아도 모자랄 커다란 술독 500여 개에 내려앉은 햇살이 이렇게 잘 어울릴 수가. 쏟아지는 볕을 받으며 술이 익어가는 포천 산사원의 세월랑에 들면 느긋하게 계절의 풍류를 즐겨보고 싶은 마음이 불끈 솟는다.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풍성해지는 술독 사이를 걸으며 저만치 한시름 밀어내고 술 향기만으로도 취하고픈 시절이다. 포천의 느린 마을 양조장 배상면주가는 입구에 술박물관이 자리 잡았다. 그곳을 지나 '느린 마을'이라는 문패가 높이 매달린 정원으로 먼저 마음이 간다. 약 4천 평 규모의 산사원에는 이곳의 상징과도 같은 술항아리 행렬들이 맞아주고 있다. 전통주들의 숙성 공간 '세월랑'이다. 한 켠의 풀밭 근처 '줄행랑'에는 그 옛날 술이 만들어지던 모습과 술통을 매달고 배달하던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이다. 산사원 저편으로 펼쳐진 너른 정원에는 소쇄원의 광풍각을 본뜬 취선각이 마주 보인다. 건너편으로 2층 석조 누각이 멋스러운 우곡루, 바로 옆으로 경주 포석정과 같은 유상곡수가 있으나 코로나19가 방문자의 만고 시름 잊고 취해도 좋을 한나절 풍류를 온통 막아버린다. 그리고 전통술에 빠질 수 없는 부재료 누룩 이야기를 살필 수 있는 부안당. 누룩의 미생물을 이용해서 술의 주원료 쌀과 곡류를 분해해서 알코올을 생성하는 과정. 한 줄기 빛으로 술의 향기와 맛을 내는 부안당의 누룩을 비춘다. 이제 그 과정들을 통해 만들어진 전통술을 빚어낸 우곡 배상면 선생의 양조 철학을 살피고 우리 술의 역사를 풀어낸 박물관에서 술 문화의 면면을 살피는 시간이다. 전통주의 규제가 심했던 일제 강점기 시절 우리 고유의 술을 살리기 위한 그 분만의 노력을 본다. '백번을 시도하고 천 번을 고쳐라' 누룩 왕으로 불리던 배상면 선생의 기록실에서 술을 향한 일생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가볼 만 한 곳 2. 허브 마을에서 만난 산타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허브아일랜드 위로 푸른 하늘이 빼꼼하다. 지중해식 건축이 얼핏 이국적이다. 허브 정원, 허브 식물박물관, 허브힐링센터... 무수한 허브 이야기로 가득한 '어쨌든 완전히 허브나라에 들어왔습니다'... 하는 듯하다. 언덕 위 스카이 허브팜에 오르면 핑크 뮬리로 핑크 핑크 하다. 잔털처럼 피어나 너른 산 아래 밭에 함께 모여 뭉쳐있는 핑크빛 물결의 군락들, 핑크 뮬리는 개화기간이 길다. 아직도 산속에 갇힌 듯 조용히 피어나 환하다. 숨차게 올라 땀 식히며 핑크 뮬리에 담뿍 빠져볼 수 있다. 이곳은 허브관광농장으로써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것들이 한 울타리 안에서 이루어진다. 볼거리는 물론이고 갖가지 체험과 먹고 자고 사색하고 힐링하는 것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서울을 떠나 멀리 산속으로 들어오니 강원도인가 싶기도 하지만 이곳은 경기도 포천이다. 허브 숲에 드니 심리적으로 온몸이 이완되는 듯한 느낌이다. 바쁜 현대인들에겐 숨통을 트이게 하는 곳이다. 쭉 돌아보고 나오기 전에 허브마을 깊숙이 들어가 보면 숨겨진 듯 나타나는 곳, 거기 산타마을이 있다. 메리 크리스마스~
- 2021-12-02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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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시대, 치유력을 높이는 음식과 조리법은?
- “당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말해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다.” 프랑스의 정치가이자 법률가 브리야 사바랭이 1825년 발간한 ‘미각의 생리학’(원제, 한국어판 제목 ‘미식 예찬’)에 나오는 유명한 문구다. ‘미식과 식도락’의 경전이라 할 이 책은 인류 역사에서 음식을 학문적으로 살펴본 미식 담론의 첫 번째 책으로 꼽히고 있다. 전 세계에서 위드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담론들이 쏟아지고 있다. 우리가 매일 섭취하는 음식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게다가 질병 저항력을 높여주는 신체 면역력이 집중 조명되면서 면역력 향상을 통해 자연 치유력을 높이는 음식과 조리법 등을 너도나도 소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찬찬히 듣다 보면 건강하게 면역력을 높이고 자연 치유력을 기를 수 있는 식단이란 결국 공통적인 몇 가지로 압축된다. 건강한 식재료 사용, 가공 과정 최소화, 인공 조미료나 방부제, 풍미를 위한 착색제나 인공 향신료 사용 절제 등이다. 이런 담론을 거쳐 새롭게 부상하는 것이 유기농 재료로 구성된 친환경 생채식이다. 환자들이 먹는 특수한 식이요법이라고 생각했던 채식이 유기농과 친환경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관심을 받고 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면역력 체질 강화를 위해 유기농 식재료를 구매하고 채식을 하려는 가정이 늘고 있다. 백화점 식품매장의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던 친환경, 유기농 코너가 그 면적을 넓혀가고 있는 것은 물론, 1인 가구용 유기농 맞춤 밀키트 배송까지 오프라인과 온라인에 걸쳐 친환경과 유기농을 향한 마케팅이 뜨겁다. 채식이 유행이라지만 그다지 맛도 없고 만들기 번거롭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면 이곳을 방문해보기를 권한다. 생채식 전문 식당 ‘날일달월’이다. 각종 신선한 채소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이곳은 몸속 독소를 배출하고 면역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친환경 유기농 식재료를 기본으로 한 생채식으로 구성한다. 여기에 맛까지 훌륭해 소리 소문 없이 진화 중이다. 유기농 친환경 채소들의 집합소 생채식 식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재료인 채소일 것이다. 어느 친환경 유기농 농장에서 구매하는 것일까? 궁금해서 물어봤다. 어찌 보면 영업 비밀이랄 수도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 다 같이 건강하게 맛있게 먹고 행복하게 살겠다는데 영업 비밀이 무슨 소용인가 말이다. 날일달월의 초록초록 반짝이는 채소들의 원산지를 차례차례 들여다본다. •쌈채소 전북 남원 사회적협동조합에서 배송 •파프리카 전북 무주와 남원 지지팜에서 배송 •잎줄기 채소 충남 홍성 젊은협업농장에서 배송 •표고버섯 경남 거창 빛솔농장에서 배송 •밤 충북 충주에 위치한 보늬숲농장에서 배송 •당근 & 깻잎 제주도 평대리 부석희 님이 농사지은 당근과 깻잎 •양배추 & 버섯 충북 괴산 박달마을에 위치한 꿈꾸는느티나무농장에서 배송 •양파 & 마늘 경남 창녕 낙붕이네농장에서 배송 •자색양파 & 청오이 전북 부안 총각네농장에서 기른 토종 청오이와 자색양파 •김치 생채소는 아니지만 배추를 발효시킨 김치 역시 채식의 주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음식이다. 날일달월에서는 경남 진주의 법성사 스님이 직접 농사짓고 담근 김치를 배송받고 있다. 종종 경주 김호 장군 종가집 종부의 김치도 테이블에 올라온다. 이밖에도 여희숙 대표가 회장으로 있는 전국의 도서관 친구들이 인근 로컬 농장에서 추천하는 건강한 채소를 필요할 때마다 배송받고 있다. 이외 채소류는 생활협동조합 ‘한살림’과 ‘자연드림’에서 신선한 것으로 구입한다. 몸속 독소 빼주고 면역력 높여주는 해조류 맛 일품 재료가 신선하면 그 자체가 훌륭한 음식이 되는 대표적인 식재료, 해조류. 그래서 해조류는 재료를 걷고 손질하는 정성이 더욱 중요하다. 날일달월에서 사용하는 해조류는 김, 미역, 다시마, 톳, 꼬시래기 등으로 다양하다. •김 전남 장흥 김양진 님이 생산하는 무산 김 •미역 자연식 식재료 청미래의 자연산 미역 •다시마 전남 장흥 이승호 님이 청정 해역에서 채취한 다시마 •톳 & 꼬시래기 전남 장흥에 위치한 에벤수산의 제품 생채식에서 빠질 수 없는 식물성 단백질 보고, 두부와 콩물 생채식 메뉴에서 빠질 수 없는 두부는 생식에 알맞은 식물성 단백질 보고다. 전북 전주에 위치한 함씨네에서 직접 만든 토종 콩물과 두부, 순두부를 날일달월에서 선보인다. 또한 각종 소스 만드는 데 요긴하게 쓰이는 발효효소들도 전국 각지에서 배송된 제품을 엄선해 사용한다. •발효효소 변산공동체에서 만든 생강청과 자하생강가루, 경남 하동에서 만든 매실효소, 경남 함양의 오미자청과 양파효소, 버섯균사체 발효 특허품인 현미와 17곡물 발효효소 등이 소스에 사용된다. 디저트를 책임지는 견과류 •생견과 충북상회 광희네 작품이다. 해바라기씨와 호박씨, 아몬드를 72시간 정제해 만들었다. •잣 경기도 가평은 한국의 유명한 잣 생산 가공지다. 날일달월의 디저트에 들어가는 잣은 경기도 가평 살구재에서 생산된 으뜸 잣을 사용하고 있다. •대추 충북 보은 국악대추농원에는 유기농 대추가 주렁주렁 열린다. 열린 대추를 날일달월에서 맛볼 수 있다. 전국 제철 과일 •포도 경기도 가평 아름농장 •사과 충북 괴산 가을농원 선녀와 나뭇꾼의 껍질째 먹는 사과 •깐 밤 충북 충주 보늬숲 밤농장 •유기농 감귤 제주도 응모루농장 / 제주도 김건호농장 / 제주도 서귀포 김상현농장 •바나나 자연드림 •단감 & 블루베리 경남 의령군 고상근농장 재료 고유의 맛, 샐러드는 이렇게 만들어요 1 샐러드는 잎채소, 줄기채소, 뿌리채소가 10가지 이상 골고루 들어가게 한다. 요즘 만드는 샐러드에는 강원도에서 제주도까지 전국에서 공수해온 치커리, 적근대, 적치커리, 케일, 깻잎, 양배추, 트레비소, 겨자채, 뉴그린, 고구마, 당근, 양파 등이 들어간다. 2 먼저 양배추와 적양배추를 채썰어 깨끗이 씻어 물기를 빼놓는다. 양배추 물기 빼는 데 가장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일 먼저 준비해야 한다. 3 양배추 다음에는 잎채소들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놓는다. 4 물기가 마르는 동안 고구마와 당근을 잘게 채썰어둔다. 5 양배추와 고구마, 당근이 준비되면 씻어놓은 잎채소에 남은 물기를 깨끗한 행주로 닦는다. 맛있는 샐러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물기 제거가 가장 중요하므로 잎채소 한장 한장 깨끗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준 후 잘게 채썰어놓는다. 6 큰 볼에 잘게 채썰어놓은 채소를 모두 넣어 골고루 섞어준다. 7 양파는 따로 채썰어두었다가 샐러드 먹기 바로 전에 섞는 것이 좋다. 샐러드소스 1 무는 무쌈처럼 얇게 썰어놓고 일부는 깍둑썰기한다. 2 유기농 황설탕, 자연드림 현미식초와 물을 1:1:1 비율로 섞고 빛소금은 1큰스푼 넣는다. 3 2~3주 숙성시킨 후, 무쌈은 건져내 해조류나 채소를 싸 먹는 쌈으로 준비하고, 숙성시킨 액체는 잘 섞어 샐러드소스로 사용한다. 오행현미죽과 오행현미밥 만들기 1 영산농원의 신선한 오행현미를 발아시키고 깨끗이 씻어 그늘에서 일주일 이상 잘 말린다. 2 천천히 충분히 말린 오행현미를 방앗간에서 살짝 빻아 가루로 만든다. 3 찬물에 가루를 풀어 잘 저어가며 빠른 시간에 살짝 끓여 빛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4 정제한 견과류와 참깨를 얹어 오행현미죽을 완성한다. ✽오행현미밥은 오행현미와 찰현미를 섞어 밥을 짓는다. 맛있는 채식의 조건, 채소 맛을 깊게 해주는 레시피 ▶쌈된장 만들기 1 오래 숙성시킨 약된장에 양파효소, 매실청, 생강청을 넣는다. 2 현미와 17가지 곡물 발효효소를 적당한 비율로 섞어 상온에서 하루 동안 발효시킨다. 3 충분히 발효된 된장에 수수조청과 원당으로 맛을 낸다. 4 상에 내기 전 마지막에 참기름과 통깨를 넣어 섞는다. ▶초고추장 만들기 1 오래 숙성한 전통 고추장에 고춧가루와 매실효소, 양파효소, 오미자청, 생강청을 넣는다. 2 현미와 17가지 곡물 발효효소를 적당한 비율로 섞어 상온에서 이틀 동안 숙성시킨다. 3 충분히 숙성된 초고추장에 수수조청과 원당, 현미식초와 빛소금으로 간을 맞춘 뒤, 통깨를 넣어 섞는다. ▶양념간장 만들기 1 숙성된 죽염 약간장에 양조간장을 반반 넣고 고춧가루를 넣은 후, 매실효소와 양파효소, 생강청을 더한다. 2 현미와 17가지 곡물 발효효소를 적당한 비율로 섞어 상온에서 하루 동안 숙성시킨다. 3 충분히 숙성된 간장에 수수조청과 원당, 빛소금으로 맛을 낸다. 4 여기에 다진 파, 생들기름, 통깨를 넣어 양념간장을 완성한다.
- 2021-10-12 0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