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떡볶이, 꿀떡, 김밥에 이어, 또 하나의 K-푸드가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바로 과일을 설탕에 절여 숙성시킨 ‘과일청’이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다양한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코리안 시럽(Korean syrup)’ 또는 ‘청(Cheong)’을 키워드로 한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유명 셰프이자 유튜버인 닉 디지오바지가 공개한 딸기청(코리안 스트로베리 시럽) 제조 영상은 29초 분량임에도 조회수 9900만 회를 넘어서며 과일청의 세계적 인기를 입증했다. 이후 블루베리청, 체리청, 레몬청 등 다양한 과일청 레시피가 확산됐으며, 일부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한국산 제품이 품절되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간편한 제조법과 높은 활용도
과일청의 인기 비결 중 하나는 간단한 제조 방식이다.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과일을 유리병에 넣고 그 위에 설탕이나 꿀을 부어 밀봉한 후 냉장고에 넣어두기만 하면 된다. 이때 과일과 설탕의 비율을 1대1로 맞춰야 숙성이 잘 되고 풍미가 깊어진다. 약 일주일 후 과일을 걸러내면 진한 과일 시럽이 완성된다.
완성된 과일청은 따뜻한 물에 타서 차로 마시거나 탄산수에 넣어 에이드로 즐길 수 있다. 샐러드 드레싱, 요거트 토핑, 고기 양념, 팬케이크 시럽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 가능해 글로벌 소비자들 사이에서 다목적 식재료로 각광받고 있다.
노화 예방과 혈액 순환 효능
과일청은 한의학과 영양학적으로도 과일청은 여러 건강상의 장점을 지닌다. 먼저 소화 부담을 줄여주고 위장을 따뜻하게 감싸준다. 특히 과일청을 따뜻한 차로 섭취하면 비위 기능을 보조하고 소화력을 높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노화 예방과 혈액 순환 등의 효능이 있어 한의학에서는 과일청을 음양·기혈 조화를 이루는 건강식으로 평가한다.
과일의 종류에 따라 효능도 다양하다. 딸기청은 신체의 열을 내리고, 입맛을 돋우는 효과가 있다. 블루베리청은 눈을 맑게 하고, 간과 신장을 보강하며, 노화 예방을 돕는다. 체리청은 간혈을 보충하고 혈액 순환을 촉진하며, 여성의 월경불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동의보감에도 언급된 ‘과다 섭취 주의’
‘동의보감’은 과일과 꿀이 체내 수분을 보충하고 열을 내리는 데 유익하다고 설명하지만, 동시에 과도한 섭취는 비위 기능을 저해하고 소화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나친 당분은 체내에 습열을 쌓이게 해 간 기능 저하, 피부 질환, 방광염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현대 의학 역시 이 같은 위험성에 주목한다. 과일청 등 당도 높은 음식을 짧은 시간에 많이 섭취하면 췌장에서 인슐린이 다량 분비돼 혈당이 급상승하는 부작용도 발생한다. 과일청에 함유된 자연 과당과 첨가 설탕이 고당 식품이기 때문이다. 또한 고당류 섭취 후 곧이어 혈당이 급하강하여 저혈당 증상(무기력, 졸림, 허기, 짜증)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처럼 혈당 급상승과 급하강이 반복되는 과정을 ‘혈당 스파이크’라고 한다.
혈당 스파이크, 당뇨병·관절염 유발
혈당 스파이크는 당뇨병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심각한 경우 무릎 관절염 등 근골격계 질환을 야기할 수도 있다. 실제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게재한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의 무릎 관절염 유병률이 대조군보다 1.2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생한방병원 연구진은 당뇨로 인해 혈류 순환에 문제가 생기면 연골 조직에 필요한 산소와 영양 공급이 원활치 못해 관절의 퇴행이 가속된다고 분석했다.
박경수 평촌자생한의원 대표원장은 “과일청은 소화력을 높이고 기혈 순환을 돕는 건강식으로 알려졌지만, 과다 섭취는 신체 균형을 해칠 수 있는 요인이 된다”며 “달고 끈적한 음식을 많이 섭생하면 기의 흐름을 막고 심포(心包) 계통의 열을 상승시켜 두통과 불면증, 화병을 초래할 수 있으니 적당량만 섭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