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에 접어들면 사회의 어른으로 기능하려는 책임감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나이만 먹었다고 다 존경받는 어른이 될 순 없기에, 부담은 커지고 마음은 위축된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어른’의 책임을 노년에 한정하지 않는다. 청년·장년·노년 등 우리 사회 성인들이 세대 구분 없이 모두 하나의 어른으로서, 한 명의 시민으로서 서로의 위치에서 책임을 다하길 바란다. 노년의 책임은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를 살며 사회의 짐이 되지 않는 것. 그는 이러한 노인의 모습이 고령사회 존경받는 어른의 롤모델이 될 수 있으리라 예견한다.
본지는 우리 시대 어른의 표상을 논하고, 세대 간 존경심을 엿보기 위해 ‘세대 간 존경-존중에 대한 인식조사’(2024)를 실시했다. 조사에 따르면 2030·5060세대(500명)의 약 80%, 즉 대다수가 세대 간 갈등이 심각하다고 반응했다. 이는 10년 전 본지가 진행한 동명의 조사 결과보다 10%p 이상 높아진 수치로, 세대 간 갈등은 더욱 고조된 셈이다. 평소 노년의 삶을 연구하고, 세대 간 교류를 고민해온 정순둘 교수는 이러한 결과에 대해 또 다른 해석을 덧붙였다.
“세대 간 갈등의 심각성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한편으론 어떤 ‘경각심’을 드러낸 결과로 보여요. 갈등이라는 게 표면적으로 구체적인 뭔가가 나타나서 문제되기도 하지만, 어떤 징후를 갖고도 이야기할 수 있거든요. 가령 노인을 향한 혐오 표현이 계속 생겨나는데, 이제는 우리가 이런 것들을 자제하고 주의해야 하지 않느냐는 경각심인 거죠. 그런 측면에서도 해석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경각심 높이는 갈등, 세대와 시대 이해해야
앞서 언급한 ‘노인 혐오’처럼 나이 든 어른을 공경하고 존경하던 문화는 사라져가고 있다. 게다가 ‘노시니어존’(노인 출입금지 구역)까지 생겨나며 자꾸만 세대를 구분 짓고 배척하는 분위기다. 이에 정 교수는 먼저 세대 갈등을 다루고 이해하려면 ‘생애주기’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요한 건 그 세대가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지 고려하는 과정이다. 한때 ‘너는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단다’라는 노래가 유행했다. 그러나 자신의 젊은 시절 경험만을 잣대로 삼았다간 자칫 시대착오적인 견해를 드러낼 수 있다.
“5060세대도 20~30대를 살아왔지만, 현재 2030세대가 사는 세상은 당시와 사회적 기반과 환경이 아예 달라요. 1970년대 20대와 2020년대 20대를 비교할 순 없죠. 기성세대의 청년기와 다르게 요즘 청년들은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자신의 부모 세대만큼 풍족한 일자리 기회나 좋은 집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그들은 오늘날 5060세대보다 더 불행한 노후를 보낼지도 모르죠. 그런 데서 오는 좌절감, 무력감을 기성세대가 이해했으면 해요. 역으로 현재의 5060세대는 고성장 시대 주역으로 살며 많은 것을 이뤘고 경제력도 있지만, 그들의 부모처럼 봉양을 받긴 어려운 처지잖아요. 게다가 유례없는 긴 노후를 준비해야 하죠. 그런 점에서는 2030세대 또한 기성세대가 느끼는 고충을 헤아려주면 좋겠어요.”
하루가 멀다 하고 신기술이 쏟아지고, 나날이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는 요즘. 기성세대는 이러한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체득하는 게 쉽지 않다. 그렇다고 2030세대에게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청년 세대 또한 사회 변화와 생애주기 간 속도가 어긋나는 괴리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청년들의 라이프사이클은 느려지는 상황입니다. 과거 20~30대라면 직업을 갖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겠지만, 요즘은 그 시점이 점점 뒤로 가고 있잖아요. 그런데 중장년들은 자신의 생애주기에 맞춰 ‘왜 아직도 취직을 못 했냐’, ‘나이가 몇인데 여태 결혼을 안 하냐’며 2030세대를 재촉하고 나무라곤 하죠. 즉 현재보다 빠른 라이프사이클을 살아왔지만 변화에 대한 적응은 느린 기성세대와, 변화에 대한 적응은 빠르지만 과거보다 느린 라이프사이클을 사는 젊은 세대 모두 나름의 고충이 있는 거예요. 서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그런 데서 오는 관점과 가치관의 차이가 결국 세대 간 차이와 갈등을 일으키는 지점이 아닐까 합니다.”
5060세대, 고령사회 새로운 롤모델이 되다
현재의 5060세대가 겪는 고충은 또 있다. 그들이 본보기로 삼고 따라갈 롤모델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윗세대보다 노후가 훨씬 늘어난 데다, 그로 인해 일자리, 여가, 관계 등 다방면에서 삶의 양식과 가치관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2030세대가 5060세대에게 조언을 구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듯, 그들의 형편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편 앞서 말한 본지 조사에서 ‘어른의 부재가 가져올 악영향’을 묻자, 적지 않은 이들이 ‘다음 세대 어른의 부재’(25.8%, 복수 응답)를 꼽았다. 정 교수 또한 같은 맥락에서 우려를 내비쳤다.
“존경받는 어른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롤모델로 삼을 만한 인물이 아닐까 해요. 그러한 존재가 없다면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다거나,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그림을 그리기 어려워질 거예요. 그런 상황이 가장 염려스럽습니다. 현재 5060세대는 고령사회에서 새로운 롤모델을 제시해나가야 한다고 봐요.”
누군가의 롤모델이 된다고 하면 어쩐지 부담과 책임감이 밀려온다. 그런 이들에게 정 교수는 “자신의 위치에서 주어진 역할을 해냄으로써 어른의 책임을 다할 수 있고, 그것으로도 젊은이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적극적이고 활발한 노년, 즉 스스로 액티브 에이징(Ative Aging)을 실천하시길 권합니다. 건강한 존재로 사회에 짐이 되지 않는 것, 그게 노년의 역할이자 책임일 수 있죠. 긴 여생을 아무런 역할 없이 살아간다는 건 당사자도 힘들지만, 사회의 짐이 된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런 역할을 갖기 위해선 무엇보다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경제력이 생기는 장점도 있지만 사회활동을 해야 여러 세대와 관계를 맺을 수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소외나 고립도 예방한다고 봐요. 기왕이면 노년에는 그 일이 사회에 보탬이 되는 공헌 활동이면 더 좋고요.”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사회적으로도 평생 일자리와 고령 인력 활용이 이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정년연장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현재 고령사회연령통합연구소장으로도 활동 중인 정 교수는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연령통합’의 개념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갈 수 있으리라 내다봤다.
“연령통합은 곧 연령으로 인한 장벽을 없애는 거예요. 가령 65세가 되면 은퇴해야 한다, 고령자는 고용이 어렵다, 다 ‘나이’가 기준이잖아요. 이런 부분을 개선하려면 결국 연령을 기준으로 삼던 제도들의 개혁이 필요해요. 이렇게 연령통합은 연령의 유연성을 이야기하는가 하면, 연령의 다양성 측면도 있어요. 지금은 세대가 너무 끼리끼리 뭉치잖아요. 카페나 식당을 가도 ‘여긴 젊은 사람들이 오는 곳’이라는 분위기면 들어서길 민망해하는 것처럼요. 그렇게 세대가 분리되기보다는 함께 섞여 지냈으면 하는 거죠. 제도적으로나마 세대 교류 공간을 확충해갈 수 있다고 봐요. 요즘은 아파트 몇 세대 기준으로 경로당을 짓잖아요. 그런 공간을 노인만이 아닌 아이들도 놀러 가고 청년들도 차 한잔하러 가는 동네 사랑방 같은 장소로 만들어보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다 보면 세대 간 갈등을 완화하는 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라 생각해요.”
나이가 주는 ‘노인’ 타이틀, 괘념치 말아야
정 교수는 지난해부터 제33대 한국노년학회 회장과 국민통합위원회 ‘노년의 역할이 살아 있는 사회’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작년 10월 발족한 특별위원회는 ‘노인의 역할과 세대 간 존중이 살아 있는 사회’를 목표로 정책적 대안을 모색해나가는 중이다. 여기에서도 그가 그동안 연구해온 연령통합의 개념이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이렇듯 여러 역할을 통해 정 교수가 우리 사회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궁극적으로는 65세라는 나이의 틀, 그로 인해 노인이 된다는 두려움이 사라졌으면 해요. 나이가 들고 ‘어른’으로서 느끼는 책임감도 마찬가지예요. 어른은 통상 청년, 장년, 중년, 노년 모두를 아우르는 거잖아요. 나이를 기준으로 누구는 젊은이, 누구는 늙은이 나누지 말고, 그저 시민의 한 사람으로 이해하고 바라봤으면 해요. 개개인뿐 아니라 사회도 그렇게 바뀌어야겠죠. 그렇게 나이와 무관하게 모두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가 ‘연령통합 사회’라고 봅니다.”
정 교수 또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연령통합 사회를 희망하고 있다. 끝으로 오랜 세월 노년의 삶을 연구해온 그가 자신의 노후를 어떻게 그리고 있을지 물었다.
“아직 우리 사회에 나이 제한이 있으니, 65세가 되면 저도 은퇴하겠죠. 제2의 인생에서 선택은 두 가지예요. 지금까지 해온 일을 계속하는 것, 또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 이쪽 일을 계속한다면 경험과 지식으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겠지만, 그러다 꼰대가 될 것 같더라고요.(웃음) 그렇게 되면 노후의 좋은 모델은 아닌 듯해요.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일을 해보려고요. 한편으론 저 같은 노후를 준비하는 분들을 위한 교육제도도 열려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평생교육이 있지만, 이 또한 세대를 분리한 교육이잖아요. 가령 어떤 분은 50세 넘어도 반도체학과에 들어간다고 하는데, 그런 접근이 필요해요. 물론 청년들의 기회를 빼앗지 않는 범위에서 말이죠. 나이를 떠나 더 자유롭게 대학에서 제2의 전공도 공부하면서 제2의 인생을 꾸려보면 좋지 않을까 상상해봅니다.”
국회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가 의제숙의단을 구성해 연금 개혁안을 두 가지로 좁혀 제시한 뒤 시민 참여 공개 토론을 열기로 했다.
지난 11일 연금개혁위원회에 따르면 의제숙의단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올리는 방안 1안과 보험료율은 12%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로 유지하는 2안을 제시했다.
숙의단은 근로자, 사용자, 지역가입자, 청년, 수급자 등 각 이해관계 집단의 대표성을 반영한 36명으로 구성됐다.
이번 제시안은 더 내고 더 받자는 1안과 더 내고 똑같이 받자는 2안 두 가지다. 국민연금 의무 가입 상한 연령을 현행 59세에서 64세로 연장하는 방안은 단일안으로 포함됐다.
1, 2안 모두 보험료 인상률은 차이가 있지만, 보험료율은 높인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고, 1안의 경우 지속해서 낮아지던 소득대체율을 다시 높인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소득대체율은 40년 동안 보험료를 냈다는 가정하에 평균 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의 비율을 말한다.
두 가지 안 모두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추는 효과는 큰 차이가 없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현재 연금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유지하면 2055년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했는데, 1안을 선택하면 2062년으로 7년 미뤄지고, 2안을 선택하면 2063년으로 8년 늦어진다.
두 가지 안 모두 국민연금 재정 안정성을 해결하기는 어렵고, 64세까지 의무적으로 연금을 내려면 현실적으로 정년 이후에도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거나 정년이 연장되어야 가능한 데 이에 대한 논의가 빠져있다는 점이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이를 시민이 직접 참여해 토론하는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연금개혁위원회는 위 내용을 바탕으로 다음 달 13일부터 21일까지 4회에 걸쳐 생방송 토론을 열어 단일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토론에는 시민 대표 500명이 참여한다.
국회는 토론을 토대로 21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는 5월 29일까지 개혁안을 완성할 방침이다.
평소 노후의 현금흐름을 중요하게 생각한 윤 씨는 연금과 금융자산 중심으로 노후자금을 준비해왔다. 올해 정년퇴직을 하면서 받을 퇴직금도 연금으로 수령할 계획이다. 그런데 주변에서 연금 등 금융자산으로 인한 소득이 많으면 국민건강보험료가 많아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은퇴 후 현금흐름이 국민건강보험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고자 상담을 신청해왔다.
국민건강보험료 계산 방식
국민건강보험료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계산 방식이 다르다. 직장가입자의 국민건강보험료는 보수월액보험료가 기본이고, 일정 수준 이상의 보수외소득이 있으면 소득월액보험료가 별도로 부과된다. 보수월액보험료는 직장가입자의 보수, 즉 당해 연도에 받은 보수 총액을 근무 월수로 나눈 금액인 보수월액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한다.
보수월액보험료는 상한액과 하한액이 있다. 전년도 직장가입자의 보수월액보험료 상한액은 782만 2560원, 하한액은 1만 9780원이었다. 직장가입자의 보수월액보험료는 사업주와 가입자가 각각 50%씩 부담한다.
소득월액보험료는 보수월액에 포함된 보수를 제외한 소득(보수외소득)이 연간 2000만 원을 초과하는 직장가입자에게 보수외소득을 기준으로 소득월액보험료를 부과한다.
직장가입자의 소득월액보험료는 상한액은 있지만 하한액은 없다. 소득월액보험료의 상한액은 전전년도 직장 평균 보수월액보험료의 15배(2023년 기준 391만 1280원)다. 직장가입자의 소득월액보험료는 가입자가 전액 부담한다. 보수월액보험료와 소득월액보험료 각각에 대해 장기요양보험료가 추가로 부과된다.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는 세대가 보유한 부과요소(소득, 재산, 자동차)별로 합산한 부과점수에 점수당 금액(2023년의 경우 208.4원)을 곱하여 산정하되, 연소득 336만 원을 기준으로 달리 적용한다.
위의 계산식에 따라 2023년도 지역가입자의 하한액은 1만 9780원이며, 상한액은 391만 1280원이었다.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는 세대당 부과되며, 국민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장기요양보험료가 추가로 부과된다.
국민건강보험료에 반영되는 소득의 종류와 범위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소득월액보험료와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계산에 반영되는 소득은 매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개인에게 발생한 이자소득, 배당소득, 사업소득, 근로소득, 연금소득, 기타소득 등 6가지 소득이다.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을 합하여 ‘금융소득’이라고 한다. 연간 금융소득이 1000만 원 이하일 때는 국민건강보험료 산정에 반영하지 않는다. 하지만 1000만 원을 초과할 경우, 예를 들어 연간 금융소득이 1001만 원이 될 경우 1001만 원 전액 100%를 국민건강보험료 산정에 반영한다.
연금소득은 공적 연금소득과 사적 연금소득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공적 연금은 다시 국민연금과 직역연금으로 나뉜다. 직역연금은 특정 자격 요건에 의해 연금의 수급권이 발생하는 연금으로 공무원연금, 사립학교 교직원연금, 군인연금, 별정우체국연금을 합하여 직역연금이라 한다. 사적 연금소득은 납입 기간에 연말정산이나 종합소득세 신고 시 세액공제 혜택을 받은 IRP와 연금저축계좌 같은 연금계좌에서 55세 이후 연금수령 한도 내에 연금으로 수령할 때의 소득이다. 현재는 공적 연금소득만 국민건강보험료 계산에 반영되고 사적 연금은 반영되지 않고 있다. 국민건강보험료 계산에 반영되는 공적 연금소득 반영률은 50%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이 2000만 원이고 연금저축계좌에서 수령하는 연간 연금액이 1500만 원이라면 국민건강보험료 계산에 반영되는 연금소득은 1000만 원(국민연금 소득 2000만 원 × 0.5 + 연금저축계좌 수령액 1500만 원 × 0)이다. 이자소득과 배당소득 그리고 연금소득을 제외한 소득 중 사업소득과 기타소득은 국민건강보험료 계산에 100% 반영되고, 근로소득은 50%만 반영된다.
참고로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은 소득요건과 재산요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하는데, 소득요건은 개인 연간소득 2000만 원 이하다. 피보험자 자격을 판단할 때 소득은 이자소득, 배당소득, 사업소득, 근로소득, 연금소득, 기타소득 모두 100% 반영한다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즉 피보험자는 보험료 계산 시 공적 연금소득과 근로소득을 50%만 반영하는 가입자와는 다르다.
건보료 절감에 도움 되는 금융상품 활용
첫째, 연금계좌 상품인 IRP(개인형 퇴직연금계좌)와 연금저축계좌가 도움이 된다. 연금계좌 전체에 납입하는 금액 중 연간 900만 원까지는 소득에 따라 납입한 금액의 100%에 대해 16.5% 혹은 13.2%를 연말정산 혹은 종합소득세 신고 시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세액공제를 받은 원금과 원금의 이자 혹은 운영수익에 대해서는 납입을 완료하고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할 때 수령자의 연령에 따라 5.5~3.3%의 연금소득세를 원천징수한다. 연금계좌의 연간 납입 한도는 1800만 원이다. 만약 연금계좌에 연간 1800만 원을 납입하고 세액공제를 900만 원 받았다면 세액공제를 받지 못한 900만 원에 대해서는 향후 연금으로 수령 시 연금소득세 등 어떤 세금도 부과되지 않는다. 하지만 연간 납입한 1800만 원을 운영하면서 발생한 이자 및 운영수익에 대해서는 연금소득세가 과세된다.
둘째, 금융소득(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이 비과세되는 금융상품이 도움이 된다. 금융소득이 비과세되는 금융상품으로는 65세 이상 가입할 수 있는 비과세종합저축, 만 19세 이상 거주자 등이 가입할 수 있는 ISA(개인형 종합자산관리계좌), 계약 후 10년 이상 유지 시 비과세되는 비과세저축보험, 조합출자금 등이 있다.
셋째, 금융소득 발생 시기를 조절한다. 금융자산이 많다면 분산 가입하여 금융소득의 만기나 이자 및 배당소득의 수령 시기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연공형 임금 체계, 기업별 노조, 노동 시장 이중구조라는 측면에서 일본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하지만 ‘법정 정년 60세’는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 2024년에는 정년 연장과 연금 개혁이 본격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고려해야 할 점을 들여다봤다.
“공무원을 제외하고, 정년을 채운 분이 주변에 있나요?”
정혜윤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이하 연구원)에게 ‘우리나라도 60세 정년제가 있지 않나’ 묻자 돌아온 답이다. ‘60세 이상 정년 의무화 제도’(60세 정년제)는 2013년 국회를 통과했고 2016년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정 연구원은 60세 정년제가 도입되기 전에도, 도입된 후에도 실제 은퇴 연령은 49.3세로 바뀌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정년 연장은 왜 다른 양상을 보이는 걸까.
일본의 정년 연장, 어떻게 다를까?
일본의 3대 재벌 그룹 중 하나로 꼽히는 스미토모그룹의 자회사 스미토모전설은 2021년 4월 정년을 65세로 연장하고 70세까지 재고용하도록 사내 규정을 개편했다. 정부가 70세 계속고용 확보 조치를 시행한 데다 60세 이상 직원의 100%가 65세까지 근무를 희망했기 때문이다. 다만 동일 직무에서의 정년은 60세이고 부장급 이상 직원에 한해 같은 직무에서 64세까지 일할 수 있다. 또한 60세 이상 근로자에게는 ‘현장 경험을 살린 관리 퍼포먼스로 베테랑 사원을 육성한다’는 미션을 준다.
기업들은 60세 정년 의무화가 법으로 제정되기 전부터 90% 이상이 도입하고, 65세까지 고용 확보 조치를 시행했다. 사내 정년 연령이 60세더라도 실질적으로는 65세까지 일하는 곳이 많아, 일본의 정년 연령은 65세나 다름없다고 평가된다. 일본의 정년 연장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사회적 합의에 이르기까지 20년 넘는 논의 기간이 있었다. 둘째, 기업에 선택지를 주고 기업별 노사에 자율성을 줬다. 셋째, 소득 공백기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일본은 법적으로 ‘60세 이상’을 정년으로 정의한다. 또한 65세까지 ‘고용 확보 조치’를 한다. 오랜 시간을 들여 노사정이 1:1:1로 10명씩 구성된 심의회에서 삼자 합의 후에 국회가 이를 토대로 논의했다. 고령자 계속고용 정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면서 일본 정부는 기업에 정년 연장, 정년 후 재고용, 정년 폐지라는 선택지를 주어 과도한 부담을 지지 않도록 했다. 임금에 대해서도 중앙에서 결정한 지침은 있지만, 개별 기업의 노사가 자율적으로 임금이나 처우를 결정하도록 했다. 임금피크제라는 용어가 없음에도 60세 정년 이후 고용 방법을 선택할 때 자연스럽게 임금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스미토모전설은 65세로 정년을 연장하면서 직무가 바뀌더라도 임금은 상승할 수 있도록 60세 이후에도 승진·승급이 가능하도록 했다. 다만 65세 이후 70세까지 재고용할 때는 근무 평가에 따라 대상자를 제한하고, 기존 임금의 55~80% 수준으로 급여를 조정한다.
일본 정부는 이 과정에서 고령자가 임금 조정으로 생활에 큰 타격을 입지 않도록 두 가지 제도를 도입했다. 고령자 고용계속급부 제도는 60세 이후 75% 이하로 임금이 줄어든 노동자에게 임금을 보조해준다. 재직노령연금은 후생연금과 임금을 동시에 받는 고령자에 한해 연금액 전부 혹은 일부를 지급 정지할 수 있는 제도(2025년까지 실시)다.
우리나라의 60세 정년제는 법적 의무지만 강제사항은 아니라 실제 이를 반영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2년 6월 기준 300명 미만 사업장 중 정년제를 도입한 곳은 21.9%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정부는 60세 정년을 ‘법적 의무’로 정하는 대신 임금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면 고령자 주된 일자리 기간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노동계는 기업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재고용을 선택할 것이고, 일자리 불안정성이 높아질 것을 우려한다. 일본 기업 역시 80% 이상이 재고용을 선택하고 있다.
정혜윤 연구원은 “일본 기업도 인건비 절감을 위해 재고용을 선호하지만, 노동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일수록 고령 인력 활용에 적극적이라는 점을 주목하고 싶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국회에서는 정년제 효과나 후속 대책에 관한 논의가 없었고, 노사정이 각기 다른 주장을 하며 합의점을 만들지 못했다. 인구 고령화는 앞으로 이어질 추세이며 중소기업 인력 부족은 양국 공통 사항이기에, 정부는 노사가 함께 답을 찾고 수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드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참고 국회미래연구원 ‘정년 제도의 정책 과정 : 한국과 일본의 비교사례 분석’,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 ‘제123회 노동정책 포럼 : 고령자의 고용·취업에 대해 생각한다’ 도움말 정혜윤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구직난으로 고통받는 청년들에게 정년 연장은 취업 과정의 걸림돌로 느껴질 수 있다. 평균 수명 증가와 저출산・고령화, 은퇴와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 사이의 공백 등을 이유로 정년 연장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지만, “결국 청년층의 밥그릇을 뺏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뒤따르기도 한다.
정년 연장에 반대하는 이들은 “법으로 정년을 연장할 경우 취업을 원하는 청년에게 큰 장벽이 될 수 있다”며 우려한다. 청년들 역시 불안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전국 20대를 대상으로 ‘청년 일자리 인식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10명 중 6명(63.9%)은 ‘정년 연장이 청년 신규 채용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말 정년 연장은 젊은 세대의 일자리를 위협할까? 다양한 보고서와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해 세대 갈등의 진실을 알아봤다.
Point 1 노동총량설의 모순
‘노동총량설’이라는 이론이 있다. 정해진 수의 일자리를 고령자들이 차지할 때 남는 일자리가 줄어 다른 연령층의 실업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년 연장이 청년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이는 고령자가 계속 일하면서 기업의 소득을 확대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가능성을 배제했다. 고령자를 몇 년 더 고용한다고 해서 청년의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단순히 생각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고령자 1명의 정년을 연장했을 때 청년(15~29세) 고용은 0.2명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한국개발연구원의 2020년 보고서를 들어 정년 연장을 반대하기도 한다. 물론 OECD 기준 청년층은 15세에서 24세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15~19세가 대부분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이고, 남성은 병역의무로 취업 나이가 더 늦기 때문에 분석 대상을 다시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Point 2 중·고령층과 청년층의 다른 특성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청년 고용과 중·고령층 고용의 대체 관계’에 따르면, 고용 시장에서 청년층과 중·고령층은 서로 대신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오히려 고령층과 청년층의 일자리가 상호 보완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20대와 60대가 원하는 일이나 잘하는 일이 다를 뿐 아니라, 실제로 배치되는 직종과 업무에도 차이가 있어서다. 청년층은 보건사회복지 및 종교, 교육 전문가, 경영 및 회계 관련 사무직 등에서, 고령층은 농축산 숙련직, 운전 및 운송 관리직, 청소 및 경비 관련 단순 노무직, 가사 음식 및 판매 관련 단순 노무직 등에서 높은 생산성을 보였다.
두 계층이 겹치는 직종은 조리 및 음식 서비스직, 매장 판매직 정도다. 사업장에서 개인의 특성에 맞게 분업이 잘 이뤄지고 있다면, 중·고령층 일자리를 줄여도 이 자리를 청년층이 메운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2013년 법정 정년 연장이 사업체의 고용 규모에 미친 영향’ 논문에서는 한국의 정년 연장 법안이 주로 고령층 근로자와 대체 관계에 있는 중장년층 근로자의 고용을 감소시킨다고 말한다.
Point 3 취업 시장 속 줄어드는 청년 수
정년 연장을 지금부터 준비한다 해도 수많은 난제 탓에 실제 제도가 시행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조영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저서 ‘인구 미래 공존’을 통해 시행 시기를 2028년경으로 추측한다. 2020년대 후반 정년 연장이 되었을 때 사회생활을 시작할 청년은 2000년 이후 출생아이다. 이들은 1990년대 출생 청년층에 비해 그 수가 현저히 적기 때문에 취업 경쟁률이 지금보다 완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이 시기가 청년 노동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년 연장의 적기’라 말한다.
이미 많은 전문가가 노동 시장에서 두 세대 간 대체성이 높지 않다고 언급했지만, 여전히 일부 사람들은 정년 연장이 청년 고용과 사업장에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올지 모른다고 인식한다. 아직 노사정의 ‘임금 조정’에 대한 논의가 명확히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년 연장 정책이 유의미하려면 ‘고령자의 임금을 낮춰 근로 기간을 연장함으로써 기업의 고용 부담은 줄이고, 청년의 채용에 피해가 없는 형태’가 가장 현실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김대일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정년 연장의 청년층 일자리 효과’ 연구에서 “장년층의 임금을 낮춰 수용하면 기업의 부담과 청년층 고용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줄일 수 있고, 두 연령대가 부딪힐 이유도 없다”며 “임금 조정이 되지 않은 채 정년만 연장할 경우, 기업의 일자리 수요는 늘지 않는데 장년층을 계속 고용해야 하므로 청년층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정년 연장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해 7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계속 고용연구회'를 발족했고, 곧이어 한국노총이 60세인 법적 정년을 65세 이상으로 늦추자는 국민 청원을 했다. 그럼 세계의 정년은 어떨까?
독일 / 65~67세 *진행중
기존 65세 정년을 점진적으로 상향하고 있다. 정년을 67세까지 늦추는 정년 연장안이 2007년 의결됐다. 정년 연령 조정은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영국 / 없음
2006년 연령차별금지법을 제정했다. 기존 65세였던 정년 제도는 2011년 폐지했다. 공중의 안전과 관련한 특수 업무 종사자(경찰·소방관·파일럿 등)를 제외하고는 정년이 없다.
스페인 / 65~67세 *진행중
기존 65세 정년을 점진적으로 상향하고 있다. 2011년, 정년 연장에 정부와 노동계가 합의했다. 정년 연령 조정은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프랑스 / 62~64세 *진행중
정년을 60세에서 62세로 상향한 프랑스는 64세까지 재차 연장 중에 있다. 2023년, 의회를 통과한 연금개혁의 기본 골자는 2030년까지 정년을 64세로 연장하는 것이다.
미국 / 없음
정년을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한 뒤 1986년, 나이에 따른 차별이라는 이유로 폐지했다. 공중의 안전과 관련한 특수 업무 종사자(경찰·소방관·파일럿 등)를 제외하고는 정년이 없다.
일본 / 60세 *사실상 65세
법정 정년은 60세다. 고연령자고용안정법을 통해 65세까지 고용 확보 조치를 하도록 의무화해 사실상 65세로 운영되고 있다.
추세는 상향 또는 폐지다. 우리나라는 서둘러 사회적 논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주어진 선택지는 큰 틀에서 두 가지다. 법정 정년 연장과 계속 고용. 급속한 고령화 속, 대한민국은 어떤 길을 갈까?
전업주부였던 김금자(가명, 56세) 씨는 최근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국민연금을 받으려면 한참 남았는데, 2년 전 30년간 일했던 직장에서 은퇴한 남편의 수입이 끊기자 뭐라도 해야 했다. 그런데 정부가 국민연금을 받는 나이를 더 늦춘단다. 눈앞이 캄캄했다.
많은 중장년이 김 씨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을 것이다. 주택담보대출도 남았고, 자녀 결혼도 시켜야 하고, 아픈 곳은 점점 많아지는데, 김 씨는 65세가 되어야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다. 10년은 족히 기다려야 한다. 퇴직 연령은 빨라지고 국민연금 수령 나이는 늦춰지고 있다. 퇴직 후부터 연금을 받기까지 발생하는 ‘소득 공백기’가 길어지는 이유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50세 이상 인구는 늘어나는데, 국민연금 재정은 고갈 위기에 있다. 맞물려 굴러가야 할 정년 연장과 국민연금이라는 톱니바퀴가 어긋나 있는 상황이다.
정년 연장과 맞물린 국민연금
연금 수급자가 앞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건 인구학적으로도 정해져 있다. 697만 명에 이르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가 2020년부터 은퇴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국민연금을 내는 사람이 줄고 있다. 최근 자영업자를 포함한 국민연금 지역가입자 수도 감소세다. 반면 지역가입자 중 연금 수급 연령에 가까운 50대 이상 가입자는 증가 추세다.
문제는 은퇴 후 연금을 받기까지의 소득 공백기다. 60세에 퇴직한다 해도 평균 5년의 소득 공백기가 생긴다. 이에 따른 연금 개혁 요구가 높아지자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민간 자문위원회는 지난해 11월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생애 평균 소득의 몇 %를 주는지 나타내는 비율)을 50%까지 올리는 방안과 소득대체율은 현행 42.5%(2028년 40%) 그대로 두고 보험료율만 15%로 올리는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더 많이 내고 많이 받거나, 더 많이 내고 그대로 받는 방안이다.
자문위원회는 보험료 인상, 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의무가입 상한 연령 연장 논의는 불가피하지만 “현재의 소득 공백 기간을 고려하면 급격한 제도 전환은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년 연장 혹은 고령자 계속고용 정책과 함께 순차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령자의 고용 안정성이 먼저 확보되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고령층 경제활동 참여를 높일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6년 1월 1일부터 정년 60세 연장법(60세 이상 정년제)을 시행해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 및 공공기관에서는 정년 60세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를 65세로 연장하자는 한국노총의 입장과 계속고용 형태로 이어가자는 정부의 입장이 팽팽하지만, 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정년 연령을 일치시켜 소득 공백 기간을 줄여야 한다는 점은 공통된 의견이다.
정년 연장에 밀려나는 중장년
정년이 연장됨으로써 고령층 고용이 늘었다는 연구 결과가 쏟아졌다. 실제로 정년 연장은 고령자의 퇴직 의사결정 및 고용에 영향을 미친다. 네덜란드에서는 법정 연금 수급 연령을 1~2년 늦추면, 예상 퇴직 시점을 3.6~10.8개월 늦추는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나왔다. 미국도 법정 퇴직 연령 기준이 높아지면 근로자 평균 퇴직 연령도 높아진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정년 연장을 논의할 때 항상 언급되는 문제점이 ‘청년층의 고용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하지만 2013년 정년 연장 이후 이어진 많은 연구는 청년층의 고용은 늘고 오히려 중장년이 일터에서 밀려나고 있다고 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서 발간한 ‘정년 연장의 고용효과에 대한 소고’를 보면 60세 정년 연장 이후 45~54세 연령대 고용은 감소했다. 고령층과 중장년층이 대체 가능한 인력이라는 의미다. 또는 정년 연장에 따른 충격에 대비하고자 중장년의 조기 퇴직이 증가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2013년 법정 정년 연장이 사업체의 고용 규모에 미친 영향’ 논문도 중장년층 근로자 고용이 감소해 총 고용 규모가 줄었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고용 형태로는 정규직이 줄었고, 사내 직급으로는 차장급 및 부장 이상 직급의 고용이 줄었다. 정년 연장은 소득 공백을 줄여주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중장년 인력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결국 국민연금 재정 안정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려면 고령자의 고용 안정을 위한 정년 관련 대책이 먼저 이뤄져야 하고, 이 과정에서 일터에서 밀려나는 중장년의 노동 시장 복귀를 위한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정희진 한국은행 조사역과 강창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논문에서 “중장년층 근로자들이 빠른 시간 내에 노동 시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중장년 대책이 더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환웅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13년 정년 연장 입법 이후 중장년층의 주된 일자리 퇴직 연령 격차가 교육 수준에 따라 벌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면서 “정년 연장의 부정적 고용효과를 줄이려면 중장년 중에서도 특히 저숙련 중장년층이 빠른 시간 내에 노동 시장으로 복귀할 수 있는 정책 설계 방안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참고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국민연금 개혁 방향과 향후 과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정년 연장의 고용효과에 대한 소고’, ‘2013년 법정 정년 연장이 사업체의 고용 규모에 미친 영향’ 논문
노인 인구 1000만 명 시대가 다가오면서 정부와 노동계, 경영계 모두 ‘정년 연장’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시각차가 존재한다. 노동계는 줄곧 ‘법정 정년 연장’을 주장하고 있고, 경영계는 임금피크제 등 임금체계 개편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는 계속고용 방안을 모색 중이나 아직 정해진 것은 없는 상황이다. 다만 한국의 노동 시장에서 계속고용이 가능하려면 노사정 간의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부는 지난해 초 ‘제4차 고령자 고용 촉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에 초고령사회 대비 계속고용 논의를 요청했다. 그러자 한국노총은 ‘법정 정년 연장만이 답’이라며 논의에 불참했다. 이후 8월, 2033년까지 정년을 65세로 늘리는 내용의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대한 국민 청원을 진행하기도 했다.
경사노위 의사결정 구조상 노동계나 경영계 위원 중 과반수 이상 출석하지 않으면 의제 설정 및 의제별 위원회를 구성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경사노위는 지난해 7월 전문가 중심의 ‘초고령사회 계속고용연구회’(이하 계속고용연구회)를 발족했다. 노동 시장, 노동법, 연금, 복지, 직업훈련 등 다양한 분야의 최고 전문가와 관계 부처가 참여해 논의를 진행했다.
계속고용연구회 공동 좌장을 맡고 있는 김덕호 경사노위 상임위원은 “계속고용에는 정년 연장, 정년 폐지, 재고용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 다만 노동계가 주장하는 법정 정년 연장은 부작용이 많다고 생각한다. 노사정 논의를 통해 현재 노동 시장과 노사관계 특성을 고려한 계속고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법정 정년 연장의 부작용
계속고용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덕호 상임위원은 급속한 고령화로 사회의 노동력 손실이 발생하고, 이는 성장률 저하로 이어진다고 우려를 표했다. 두 번째로는 은퇴 후 연금 수급 시점까지 소득 공백이 발생한다는 점을 꼽았다. 우리나라 55세 이상 65세 미만 인구의 고용률은 66.3%로, 일본 76.9%, 독일 71.8%에 한참 못 미친다. 세 번째 이유는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면 개인의 삶의 질이 저하된다는 점이다.
정부가 법정 정년 연장이 아닌 계속고용을 논의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국만의 특수한 노동 시장 때문이다. 김덕호 상임위원은 “우리나라는 통상 해고가 굉장히 제한적이며, 은퇴 시기에는 생산성에 비해 임금 수준이 매우 높아진다. 입사 시기 대비 은퇴 시기 임금을 보면 유럽은 1.6배, 일본은 2.1배, 한국은 2.9배 수준이다. 정년을 연장하면 기업이 그 부담을 감당해야 한다. 때문에 임금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노동 시장의 구조가 양극화되는 것도 생각할 지점이다. 1차 노동 시장은 대기업과 공기업의 정규직, 2차 노동 시장은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이다. “청년들이 2차 노동 시장에서 훈련받아도 1차 노동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연장을 주장하는 노조가 있는 곳은 대부분 1차 노동 시장이라 정년을 늘리면, 청년들의 취업의 문이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김 상임위원은 말했다.
또한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은 법정 정년과 상관없이 60세 이후에도 계속고용을 하는 경우가 상당수라고 한다. 대기업의 평균 정년 연령은 60.2세지만,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은 61.5세다. 김덕호 상임위원은 “법정 정년 연장은 노동 시장의 이중구조를 심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기성세대의 욕심으로 미래 세대를 좌절케 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사정 사회적 논의 필요
정부는 일본의 정년 연장 방식을 좋은 선례로 보고 있다. 일본은 법정 정년은 60세지만, ‘고령자 고용확보 조치’를 통해 사실상 65세까지 고용을 보장한다. 기업은 정년 연장, 정년 폐지, 계속고용 중 어느 한 가지 형태로든지 고령자를 고용해야 한다. 이 중 계속고용은 종래의 근로관계를 청산한 후 재고용하는 것으로, 임금 수준 등을 포함한 근로 조건에 변화가 발생한다. 일본 기업 81.2%는 계속고용 제도를 활용하고 있으며, 2005년 52%였던 60~64세의 취업률이 지난해 73%까지 올라갔다. 정부는 임금 체계 개편이 일본의 성공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경사노위 계속고용연구회는 올 상반기 ‘계속고용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본 방향은 오래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조기 은퇴를 막고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은퇴 전에 직업전환 훈련을 통해 전문직을 수행할 역량을 키우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김 상임위원은 “오래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정년 연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의 20%는 도산하는 경우가 많고, 금융계는 희망퇴직을 원한다. 실제로는 정년이 되기 전에 퇴직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정년 연장 이전에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한국노총이 지난해 11월 13일 경사노위에 복귀한 터라 이목이 쏠리고 있다. 12월 14일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를 통해 사회적 대화의 시동이 걸렸으며, 이르면 올 1월 본위원회를 개최해 의제별 위원회 구성 등을 의결할 예정이다. 김덕호 상임위원은 “방법론에는 시각차가 있지만, 초고령사회의 계속고용 방안을 노사정이 대화로 마련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세대가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계속고용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연령주의와 근로계약 기본 원칙을 이해하고 나면 정년 문제는 퍽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현실과 속사정은 다르다. 조금만 유심히 들여다봐도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경영계와 노동계 입장이 다른 것은 물론, 노동자 사이에서도 이견이 존재한다. 이 문제는 고령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돈다.
정년 연장 논의는 거대한 미로 같다. 사회복지교육협의회장, 노년학회장, 사회복지학회장 등을 역임한 ‘국내 사회복지 분야의 원로 학자’ 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도 “굉장히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 있다”고 말할 정도로 사안이 복잡다단하다. 단, 희소식이 있다. 미로에 입구와 출구가 있는 것처럼 정년 논의도 큰 틀에서 시작점과 끝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저출산ㆍ고령화의 나비효과
문제의식은 저출산ㆍ고령화에서 출발한다. 우리나라는 2020년 이미 인구 데드크로스(사망자 > 출생자)에 진입했다. 총인구 5000만 명 선은 머지않아 붕괴된다. 통계청은 앞으로 50년간 총인구가 1550만 명가량 급감하면서 3600만 명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놨다.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당장 2025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예정이다. 노동 시장은 이 위기에 공감하고 있다. 경영계는 ‘고령 인력 활용 활성화로 초고령사회를 대비한다’는 정년 관련 기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노동계도 통감한다. 정년 연장 법제화를 촉구하는 한국노총이 가장 먼저 든 청원 이유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와 인구구조 변화 대비’다. 인구구조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우리 사회와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ISSUE 1
임금 체계 개편 / 부담인가, 부당한가
문제의식이 같다고 대응책까지 같을 수 없다. 정년 연장 논의도 그렇다. 경영계와 노동계는 임금 체계 개편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한다. 경영계는 ‘임금 체계 개편을 전제’로 ‘계속고용’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근속 연수에 비례해 임금이 올라가는 연공형 임금 체계가 비용 부담을 크게 가중한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우리나라의 근속 30년 이상 장기 근속 근로자 임금은 근속 1년 미만 근로자 임금보다 3배가량 높다”며 일의 가치와 성과에 기반한 임금 체계로 개편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동계는 임금 체계 개편은 고령 노동자의 임금 삭감과 고용불안을 가속화할 뿐이라고 잘라 말한다. 임은주 한국노총 정책1본부 부본부장의 말이다. “우리나라 임금 체계는 생애 주기를 반영해 설계됐습니다. 직무쪾성과 중심의 임금 체계가 ‘일의 가치와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담보도 할 수 없습니다. 기업 비용 부담을 줄여 고용을 유지한다는 것은 결국 질 낮은 일자리와 낮은 임금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팽팽한 주장을 듣고 있던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변호사는 통계의 맹점을 지적한다. “근속 30년 이상 장기 근속 근로자 임금과 근속 1년 미만 근로자 임금의 격차가 크다는 이야기를 바꿔 말하면, 우리 노동자들이 비교 국가군에 비해 젊어서 아주 낮은 임금을 받았다는 겁니다. 그 사실을 간과한 채 30년 이상 장기 근속한 근로자 임금이 많다고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은 합당치 않습니다. 그렇다고 우리 노동자들이 아주 많은 급여를 받는 것도 아닙니다.” 직무쪾성과급제로 개편된 사업장에서 임금피크제 소송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도 김 변호사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정년 연장 논의 첫걸음부터 다른 길로 들어선 기업과 노동자. 둘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여력이 없다.”
ISSUE 2
노동 시장의 이중화 / 누구를 위한 정년 연장인가
법정 정년 연장 논의에서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누구를 위한 정년 연장인가, 정년 연장은 과연 정의인가’ 하는 물음이다. 시쳇말로 요즘 세상에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 정년과 실제 퇴직 연령이 크게 괴리되어 있다. 법정 정년에 한참 못 미쳐 주된 일자리에서 물러나는 상황이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정년 60세 법제화가 이뤄진 2013년 이후 정년퇴직자 증가율보다 조기 퇴직자 증가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경총은 “법정 정년 연장의 혜택이 일부 계층에 집중돼 오히려 노동 시장 이중구조를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정년 연장과 관련된 상당수 연구 결과를 들어 ‘고학력, 남성, 300명 이상 기업, 공공부문, 노동조합이 있는 기업의 정규직’에 가까울수록 정년 연장 혜택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정년 연장의 실효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이다.
정년은 노조가 있는 대기업 정규직만의 문제일까. 김기덕 변호사는 “정년은 모두의 문제”라고 반박한다. “한 직장에서 정년퇴직하리라는 전망이 없다 해도 결국엔 어느 사업장에 가서든 일을 해야 합니다. 살아가기 위해서는 직장을 구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러면 옮긴 회사에서 정년이 또 문제가 됩니다. 자영업자가 되겠다는 각오가 아니라면, 정년은 모두의 문제입니다.” 그는 당장 혜택을 받을 이들이 정년 연장을 외치는 것을 귀족노조의 제 밥그릇 챙기기로 보지 않는다. 한꺼번에 정년 연장이 가능하지 않다면, 가능한 노동자부터 정년 연장을 쟁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임은주 부본부장도 동의했다. “정년 법제화 혜택을 중소기업 노동자도 많이 받았습니다. 정년 연장을 통해 혜택을 받는 이들은 현재 소수일지 모르겠으나 제도는 어느 집단만의 것이 아닙니다. 도입 후 많은 이들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ISSUE 3
일자리와 세대 갈등 / 각자도생해야 하는가
정년 연장의 불똥은 여기저기로 튄다. 뜨거운 감자 중 하나는 세대 갈등이다. 경영계는 “정년 연장 혜택을 받는 고령 근로자가 많아질수록 체감실업률이 20%에 달하는 청년층의 취업난을 더욱 악화시킨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경총은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를 근거로 든다. 자료에 따르면 청년층 실업률은 최근 10년간 평균 8.7% 수준이다. 정년 60세가 단계적으로 시행된 2016~2017년에는 2000년 이후 최고치(9.8%)를 기록했다.
청년 실업 역시 심각하게 보고 있는 노동계는 세대 갈등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임은주 부본부장의 말이다. “정년 연장을 선택한 많은 나라에서 세대 간 일자리가 대체된다는 이야기가 없습니다. 유독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말입니다. 기업은 좋은 일자리라는 낙수효과를 만드는 게 아니라 현금자산으로 보유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임금피크제 도입 후 삭감한 임금만큼 청년 고용을 하겠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청년 일자리로 순환되는 구조가 아닌 것입니다. 세대 갈등으로 볼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청년도 고령자도 모두 약자입니다. 약자와 약자 사이에 경쟁을 조장해서는 안 됩니다.”
경총은 기업의 신규 채용 여력 자체를 떨어뜨리는 것은 사실이라고 반론한다. 2022년에도 ‘최근 고령자 고용 동향의 3가지 특징과 정책 과제’를 통해 정년 연장 수혜 인원이 1명 늘어나면 채용되는 정규직 근로자가 거의 1명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임금 연공성이 높은 사업체에서는 정년 연장 수혜 인원이 1명 늘어나면 정규직 채용 인원이 거의 2명 줄어든다는 추정을 하기도 했다.
최성재 교수는 합리적으로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그는 국가와 제도가 해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고, 개인이 그에 맞춰 대응하기는 더 어렵다는 사실을 빨리 인정하고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이로 그 사람의 능력을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이 정년 논의의 기본 전제임은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자본주의가 발전하고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개인 능력 위주로 나아가야 하는 것 역시 당연하다고 봅니다. 연령주의는 뿌리 깊은 의식 속 문제이기 때문에 없애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인구가 많고 출산율이 높으면 크게 걱정할 것 없겠지만 출산율 문제는 해결하기 더 어렵습니다. 결국 답은 개인이 경쟁력을 갖추는 것뿐입니다.”
‘각자도생’이라는 현실적인 대안에 한국노총은 의문을 던졌다. 반문은 계속됐다. “모든 것이 개인의 책임인가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없나요? 국가는 왜 쏙 빠지나요? 고령자들이 일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임금만 깎는 것이 과연 대안으로 적절한지 궁금합니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해서 지속 가능한가요?”
갈 수밖에 없는 길
세상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있다. 저출생ㆍ고령화는 사회쪾경제는 물론 노동 시장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메가트렌드’다. 이를 부정할 수는 없다. 정년 연장 논의는 돌고 돌겠지만, 그 끝은 어느 정도 분명해 보인다. 중위연령이 계속해서 치솟는 상황 속에서 연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최성재 교수는 현실적으로 폐지 수준을 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발등에 불붙은 문제는 아니지만, 이것은 분명합니다. 앞으로 일할 사람이 없습니다. 25년쯤 후면 인구의 절반 정도가 물리적으로 정말 일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옵니다. 현실적으로도 정년을 없애지 않으면 안 됩니다.” 김기덕 변호사도 동의했다. “정년 연장은 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한다,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인구구조상 정년 연장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왜 세계적으로 정년을 연장하고, 폐지하겠습니까? 국가 예산을 들여서 운영해야 하는데 고령화로 그럴 수 없으니 연장을 택한 것입니다. 정년 연장은 노동자에게 혜택도, 그 무엇도 아닙니다. 그렇게 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한국노총은 더 늦기 전에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인구구조 변화의 ‘초위기’ 속에서 한국식 정년 연장을 위해 풀어야 할 숙제는 결코 간단치 않아 보인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국민연금 수급 개시 이전에 정년을 맞는 것입니다. 소득 공백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합니다. 60~64세는 사회보장이나 복지제도의 사각지대로 볼 수 있습니다. 법정 정년 연장은 노동계도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고 사회적 논의도 필요합니다. 노동계 안에서 논의도 필요합니다. 다만,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우리 모두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왜 우리나라 노동자는 정년을 연장하면서까지 더 일하게 해달라고 아우성인지 말입니다.”
도움말 최성재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변호사, 임은주 한국노총 정책1본부 부본부장
참고 한국경영자총협회 ‘정년 60세 법제화 10년, 노동시장의 과제’
정년 60세가 법제화된 지 어언 10여 년. 국민연금 수급 연령과 연계한 법정 정년 연장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그전에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몇 살부터 노인일까? 왜 그 나이가 노인일까? 과연 나이로 차별해도 될까?
‘몇 살’부터 노인일까? 노인을 정의하는 일반적인 연령 기준은 65세다. 우리나라에서는 1981년 노인복지법을 제정하며 경로우대 기준을 65세 이상으로 정했다. 세계도 노인을 정하는 나이에 대해선 이견이 크지 않다. 국제연합(UN)은 고령화사회, 고령사회, 초고령사회를 구분하는 연령 기준을 65세로 하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로 분류하고,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까지 치솟으면 초고령사회라 한다. ‘몇 살부터 노인일까?’라는 질문은 이제 크게 어렵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질문을 조금 바꿔보면 난이도가 꽤 올라간다. 그럼 ‘왜’ 65세부터 노인일까?
연령주의와 연령 차별
“혹시 연령주의라는 말 들어보셨어요?” 최성재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가 취재 취지를 들은 뒤 맨 처음 한 말이다. 정년 연장 논의에 앞서 노인을 정의하는 기준 나이부터 짚고 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인=65세’의 기원은 프로이센 왕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철의 재상’이라 불리는 오토 폰 비스마르크는 1889년 세계 최초로 공적 연금제도를 시행하며 사회보장제도의 기틀을 마련했다. 자본주의 확산으로 사회주의 역풍이 불고 노동운동이 득세하자, 그 투쟁 의지를 꺾기 위해 연금보험을 도입한 것이다. “일정 연령까지 일한 뒤 퇴직하면 연금으로 생활하도록 해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비스마르크는 본인 나이를 토대로 70세 이상이면 수급할 수 있도록 법안을 만들었어요. 문제는 비스마르크가 굉장히 건강한 사람이었다는 거죠. 그때까지 산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당시 70세면 굉장한 장수예요.”
현실적인 문제에 부닥친 프로이센은 1916년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65세로 낮춘다. 이후 공적 연금을 도입한 나라들이 프로이센을 따라 사회 은퇴와 연금 수급 연령을 65세로 정했다. “지금도 선진국에선 노인을 정하는 일반적인 연령이 65세입니다. 그런데 왜 65세인지에 대해서는 그 근거가 별로 없습니다. 애초에 비스마르크 나이를 기준으로 했고, 그게 너무 많아서 낮춘 것뿐이니까요.”
우리나라는 노인을 65세로, 정년을 60세로 본다. 2013년 4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정년 60세가 법제화됐다. 그전까지 정년은 개별 기업이 자율로 결정쪾운영했다. 정관에 따라 40~50대에 퇴직해야 했고, 심지어 결혼하면 회사를 떠나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정년의 최저기준을 마련하고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했다.
여기까지 꽤 논리적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 머리도 굳고 몸도 노쇠해진다고 생각한다. 최성재 교수는 이를 연령주의(연령에 따라 고정관념을 갖거나 차별하는 사상의 표현이나 과정)라고 지적한다. “사람은 개인 차이가 굉장히 심합니다. 정년 제도는 개인차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거예요. 나이로 모든 사람을 동일하게 판단하는 거죠. 근본적으로는 나이가 많아지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인데, 그 근거는 찾을 수 없습니다. 65세를 노인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생산성은 보상이나 업무 분위기 등 다른 요인에 의해 훨씬 더 많은 차이가 납니다. 오히려 그런 연구 결과는 아주 많아요. 나이 가지고 일률적으로 생산성을 논하는 것은 과학적인 근거가 상당히 희박합니다.”
고령자고용법의 역설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변호사 역시 취재 취지를 듣고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정년 연장을 논하기 전에 근로계약 기본 원칙을 설명한 이유다. “근로관계에서 기본 원칙은 ‘기간제로 맺는 계약을 제외하고 사용자는 근로자를 기간에 정함 없이 사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정년 문제에 해당하는 이들은 전부 기간에 정함 없이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입니다. 그런 근로자에 대해서 나중에 정년으로 제한한다는 것은, 즉 기간을 제한한다는 의미입니다. 근로자의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는 이념에 비춰볼 때 기본적으로 정년 제도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나이에 따른 생산성 저하는 법적으로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영역에 있다. 근로계약상 노무를 정상적으로 제공할 수 없는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61세 1일째부터 정상적으로 일할 수 없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59세에도 정상적으로 일했고 60세에도 정상적으로 일한 사람의 능력이 61세가 됐다고 갑자기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 점이 부당하다는 것입니다.”
정년 60세 의무화를 정한 법의 목적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고용자고용법 제1조(목적)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이 법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하는 고용 차별을 금지하고, 고령자가 그 능력에 맞는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촉진함으로써, 고령자의 고용안정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입법 취지는 제한이 아니라 보장이다.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정년
학계가 비논리성을 지적하고 법조계가 법리적 부당함을 꼬집어도 여전히 우리네 인식 속 ‘나이’에 의한 판단은 상당히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한국은 나이에 유독 민감한 나라다. 연령주의와 연령 차별이 머릿속 깊은 곳까지 뿌리내리고 있다. 그래서 나이를 이유로 취직이 안 돼도, 해고를 당해도 대부분 당연하게 받아들이곤 했다. 하지만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분위기다. 팍팍한 현실이 생존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유례없이 빠른 고령화를 보이고 있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가는 데 독일은 30년 이상, 일본은 15년이 걸렸다. 2018년 고령사회로 들어선 한국은 7년 만인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시니어 보릿고개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40.4%로 나타났다. 노인 자살률도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이 와중에 기대수명은 2022년 기준 남자 79.9세, 여자 85.6세, 평균 82.7세로 집계됐다.은퇴 후 20년 넘는 노후가 기다려지기보다 두려워지는 것이다.
최근 정년 연장을 외치는 이들은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연계한 법제화를 요구한다. 법정 정년과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맞지 않아 연금을 받을 때까지 3~5년 동안 소득이 없는 ‘연금 크레바스’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최소한의 생계를 보전할 수 있도록 소득 공백기를 없애달라고 호소한다.
논쟁은 제쳐둔 채, 그 요구가 받아들여진다 해도 근본적인 의문은 남는다. 65세여야 하는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나이라는 획일적인 기준으로 차별해도 되는가? 김기덕 변호사는 이렇게 반문한다. “국민연금을 61세부터 받을 수 있다고 하면, 60세에 퇴직하는 것이 합당한가요? 그 논쟁으로 돌아가도 문제는 풀리지 않고 계속 존재합니다. 나이를 65세로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정년 문제의 본질은 이것 하나입니다. ‘연령에 따라 차별해선 안 된다.’”
도움말 최성재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