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 65세인 노인 연령 상향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해외 주요국은 노인 연령을 일률적으로 높이는 것이 아니라 정년 연장, 연금 개시, 교통 요금 할인 등 분야마다 개별적인 논의를 거쳐 변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달 26일 진행된 보건복지부의 ‘노인 연령 전문가 간담회’에서 ‘노인연령 관련 국내외 사례’를 발표했다. 법정 정년을 폐지하거나 정년 기준을 높이는 등의 해외 각국의 사례를 소개했다.
일본의 경우 법정 정년은 60세지만, 희망하는 근로자는 65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고용확보 조치를 시행 중이다. 또한 2017년 노인학회와 노인의학회가 고령자의 정의를 65세에서 75세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65~74세를 준고령자, 75~89세를 고령자, 90세 이상을 초고령자로 지칭할 것을 제언했다.
고령자를 지칭하는 나이 기준도 고용 안정 등에 관한 법률에선 55세 이상으로, 주거 안정 확보에 관한 법률에선 60세 이상으로, 의료 확보에 관한 법률에선 65세 이상으로, 도로교통법에서는 70세 이상으로 지칭하는 등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 교수는 “일본 내각부는 지난해 고령자를 일률적으로 65세 이상으로 보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고령사회 대책 추진에 있어 70세 이후로도 개개인의 의욕·능력에 따라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환경 조성 추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에선 고령자를 구분할 때 엄격한 나이 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은, 모든 사람이 똑같은 나이에 노화가 시작되지 않고 같은 속도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독일은 2031년까지 정년을 67세로 연장할 계획이며, 일부에서는 70세까지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적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2029년까지 65세에서 67세로 상향할 예정이다. 대중교통 할인과 관련해선 65세 이상의 노인을 대상으로 철도카드를 발급하며 25% 또는 50%의 할인 혜택을 준다.
영국도 2011년 정년을 폐지해 경찰과 소방관 등 특수업무 종사자를 제외하고 정년이 없다. 연금 수급은 2028년까지 67세로 늘리도록 한 상태다. 영국 런던 지하철은 60세 이상 기준이 적용돼 주말과 공휴일 등에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
프랑스는 2030년까지 정년을 기존 62세에서 64세로 연장하고, 이에 맞춰 연금 수급 개시 연령도 64세로 늦추는 방식을 추진 중이다.
또한 호주는 지난 2011년 정년 퇴직 연령을 아예 폐지했다. 023년부터 노인 연금 수급 연령을 67세로 정했는데, 최근엔 다시 연금 수급 연령을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싱가포르는 1993년 법정 정년 연령을 60세로 정하고, 1999년 62세로 상향한 바 있다. 2022년부터 이를 63세로 올렸고 2030년까지 65세로 상향할 예정이다. 연금 수급 연령은 처음 60세에서 1999년 62세로 상향된 이후 2012년 63세, 2015년 64세, 2018년 65세로 높이며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정 교수는 "노인 연령은 일률적으로 규정된다기보다 제도 속에서 정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연령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일본과 호주 등의 사례를 참고해 우리 사회가 선도적으로 인구 고령화에 가장 적합한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전문가들과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앞으로 계속해서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하고, 노인 연령 관련 사회·경제·문화적 배경, 연령대별 관점, 정책·제도별 분석 등을 통해 사회적 논의를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