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경영진과 MZ세대 직원 간 직접적인 소통과 정서 공감을 위한 리버스 멘토링 프로그램 ‘신구조화’를 운영했다. 이들은 MZ세대 신조어 및 놀이문화, MZ세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사용법, 챗 GPT 활용법 등에 대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며 세대 간 화합의 시간을 보냈다.
삼성생명의 경우 3명의 주니어 멘토와 1명의 임원 멘티가 한 팀을 이뤄 최신 트렌드를 경험하고 소통하는 ‘동감 프로젝트를’ 2020년부터 진행해오고 있다. 이는 리버스 멘토링의 일환으로, 경영진과 젊은 직원들 간 이해의 폭을 넓히고 수평적 조직문화를 확대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그밖에도 한국해양진흥공사, 안양시, 성남교육지원청, KB라이프생명 등 수많은 지자체 기관 및 기업에서도 ‘리버스 멘토링’을 운영 중이다.
멘토링(mentoring)이라 하면, 멘토(mentor)와 멘티(mentee) 관계가 형성되는데 이때 경험과 연륜을 겸비한 연장자나 선배가 멘토가 되곤 한다. 이와 대조되는 ‘리버스 멘토링’(reverse mentoring, 역멘토링)의 경우 연소자나 후배 쪽에서 멘토 역할을 하는 경우를 말한다.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출간한 ‘트렌드 모니터 2023’에서도 주요 이슈 중 하나로 ‘리버스 멘토링’을 꼽았는데, 최근에는 세대 간 소통 및 조직원 융화를 위한 솔루션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트레드 모니터 2023’에 따르면 “역할이라는 것은 사회적 관계에서 개인이 가지는 특정한 지위나 범주, 그리고 그러한 범주 내 규정된 모든 행동거지를 의미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이를 ‘나이’에 맞게 규정하는 것이 그 어느 국가보다 강한 사회다”라며 “나이에 따른 역할이 있고, 이 역할에 맞는 욕망과 감정 같은 것들을 규범에 맞게 행해야 함을 전제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전 세대에서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풀이된다.
이는 국내에만 국한되는 현상은 아니다.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젊은 멘토와 함께 일할 때 알아야 할 사항’에 대해 언급하며, 리버스 멘토링과 같은 관계 형성이 시니어의 역량 개발에도 효과적이라 설명했다. AARP가 시니어에게 제안하는 리버스 멘토링 팁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서로의 경험과 가치가 평등하고 중요함을 인식하라. 나이를 떠나 겸허한 자세로 다가갈 것. 젊은 멘토의 도움을 받기 전 자신의 역량을 파악 후, 배울 점과 목표를 설정한다. 가령 영상 플랫폼에 대해 알고 싶다거나, 프레젠테이션 애니메이션 활용 기법 등 구체적일수록 좋다.
△ 자존심 내세우지 않기. 멘토가 자신보다 어리다고 해서 배우는 상황을 자존심 상해하다 보면 스스로의 역량을 과대포장하거나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태도는 멘토링 효과를 떨어뜨리게 된다. 자신의 능력이나 상황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조언을 구하자.
△ 멘토링 장소와 시간을 분명히 해두자. 멘토링 시간에 대한 경계가 모호하면, 젊은 멘토의 역할이나 위치가 애매해질 수 있다. 서로 합의 하에 멘토링 기간, 시간, 장소 등에 대해 미리 정하고, 정해진 내용에 따라 멘토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 가르치고 싶은 게 있다면 겸손하게, 상대가 원할 때만. 아무래도 연륜이 부족한 젊은 멘토를 대하다 보면 선배로서 이것저것 알려주고 싶은 부분이 생길 수 있다. 젊은 멘토도 배움을 얻고자 하는 분위기라면 겸손하게 제안해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삼가는 게 좋다. 어디까지나 자신이 ‘멘티’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40·50세대의 돈 걱정 없는 100세 시대 미래 설계를 위한 노후 자금 마련 지침서 ‘노후 생존 자금’이 발간됐다.
이 책은 시니어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40·50세대를 위해 기획한 콘텐츠 큐레이션 매거진 시리즈 ‘dice@11pm’의 두 번째 책이다.
2025년 우리나라의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긴 노후를 대비해야 하는 40·50 후기청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우리는 평균 30세에 입사해 50세에 은퇴하고 약 40년의 노후를 보내야 한다. 노후에 가장 큰 걱정은 자금 마련일 것이다.
‘dice@11pm’ 시리즈의 두 번째 책 ‘노후 생존 자금’은 40·50세대의 은퇴 후 삶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본지의 기획에 ‘신한은행’이 힘을 보탰다.
‘노후 생존 자금’ 편에는 40·50세대의 노후 자금 마련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정보를 빠짐없이 실었다. 노후 자산 관리 트렌드, 노후 대비 자산 준비 방법, 전문가들의 뼈와 살이 되는 조언들을 담았다.
파트1에서는 노후에 필요한 자산은 얼마일지, 나의 자산 현황은 어떤지 점검해볼 수 있다. 파트2에서 점검해보는 머니프로필은 신한은행의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와 은퇴설계 설문조사 등을 참고해 독자의 현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기준점을 제시했다.
자신의 자산이 얼마나 있는지 노후에 어떤 자금이 얼마나 있어야 하는지 계산했다면, 다음으로 목표를 세우고 자산을 불려 나가거나 절세 등으로 절약을 실천해야 한다. 파트3에서는 40·50세대에게 적합한 자산 관리 트렌드와 자산별 투자 방법을 소개한다. 파트4에는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절약 노하우, 자산별 절세 노하우, 상속·증여 과정에서 알아야 할 절세 방법, 노후 파산 위험을 방지할 예방법 등을 담았다.
노후에 활용할 자산의 기초는 연금이다. 파트5에서는 국민연금뿐 아니라 농지연금, 주택연금, 퇴직연금 등 다양한 연금 활용법을 소개한다. 뿐만 아니라 길어진 수명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현금흐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파트6에서는 샘이 마르지 않는 우물과 같은 자산이 무엇인지, 자산을 어떻게 현금화할 것인지, 소득 흐름을 만드는 방법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또한 40·50세대가 불안한 노후를 더욱 안정적으로 보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각 분야에서 저명한 전문가들이 총출동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 최문희 FLP컨설팅 대표,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배정식 법무법인 가온 패밀리오피스센터 본부장, 오영환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 사무총장, 이관석 신한은행 은퇴솔루션 컨설턴트,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등이 다양한 관점에서 노후 대비 자산 관리 꿀팁을 대방출했다.
파트1부터 6까지 순서대로 따라간다면, 일하지 않고도 매달 받는 ‘노후 월급’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자신에게 맞는 노후 자산 준비 방법을 먼저 보고 싶다면, 책의 앞부분에서 소개하는 ‘자산관리 성향 테스트’를 해보고 추천 페이지부터 읽어도 된다.
책을 보면서 곳곳에 자리한 QR코드를 활용하면 좀 더 구체적인 정보들을 볼 수 있다. 금융상품 정보나 연금 계산 등을 바로 볼 수 있도록 QR코드로 연결해두었다.
본지 편집인은 “은퇴 후 40여 년의 시간이 불안하지 않으려면 노후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자산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이번 다이스앳 ‘노후 생존 자금’ 편에서는 40·50세대를 위한 노후 대비 자산 관리 방법을 다방면으로 소개한다”면서 “다가올 노후가 불안한 후기청년들에게 이 책이 노후 설계의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dice@11pm’ 시리즈를 통해 앞으로 40대 이상의 ‘후기청년’ 세대를 위한 다양한 은퇴·노후 정보를 다룰 예정이다. ‘dice@11pm’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잠 못 드는 매일 밤 11시,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주사위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명명됐다. 6개의 면으로 이루어진 주사위처럼 ‘dice@11pm’도 여섯 개의 파트로 구성됐다. 책은 순서대로 보지 않아도 무방하다. 주사위를 던져 나오는 숫자처럼 어느 파트를 봐도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프리미엄 경제신문 ‘이투데이’가 발행하는 중장년 대상 월간지이다. 품격 있는 시니어들이 행복한 노후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건강, 금융·자산, 주거, 뷰티, 여행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심사하는 ‘우수콘텐츠 잡지’에 2017년부터 3년간 선정되어, 공공성과 유익함을 인정받았다.
재무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보유한 자산? 투자수익률? 앞으로 벌어들일 수입? 최문희 FLP컨설팅 대표는 ‘삶의 가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돈 관리 방법을 물었더니 ‘어떻게 살 것인가’를 강조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처음 최문희 대표가 금융권에 발을 들인 건 보험이었다. 당시에는 법인보험대리점(GA)이 없었는데, 여러 회사의 보험을 판매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재무 설계에서 사람의 심리가 중요하다는 걸 이때부터 어렴풋이 느꼈다.
“생애 전반을 다루는 재무 설계를 하게 된 건, 보험업을 시작한 게 인연이었던 것 같아요. 태어나서부터 사망하는 순간까지 모두 다루잖아요. 지금도 그렇지만 사람들이 죽음에 대한 부분을 굉장히 터부시합니다. 종신보험이 처음 나왔을 때 이야기인데요. 종신보험은 평생 보장을 해야 하고 원금도 거의 보장이 안 되는데, 죽은 다음에 보험금이 나온다고 하니 사람들이 기존에 생각하던 보험과는 아주 다른 개념이었어요. 고객에게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려다 보니,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죠.”
최 대표는 금융권 변화의 흐름을 타면서 자산관리 시장이 만들어지는 길을 자연스럽게 따라갔다. IMF가 터지면서 갑작스럽게 직장을 잃은 사람들은 인생에서 생각지도 못한 손실과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기업들이 도산했고, 기업 고객만을 생각했던 은행들도 파산했다. 금융 시장에 ‘자산관리’라는 개념이 싹트기 시작한 순간이다. 그러면서 금융 관련 자격증이 우후죽순 도입됐다. 당시 윤병철 초대 하나은행장이 미국에서 CFP(국제공인 재무설계사)라는 자격증을 들여왔다. 앞으로 종합 자산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최문희 대표는 2002년에 실시된 1회 CFP 시험에 합격하고, 2003년 IFPK라는 회사에서 재무 설계를 위한 발을 내디뎠다.
IMF 이후 일부 기업들이 직원의 자산관리와 재테크를 도와주기 시작했다. 최 대표는 KT 리더십센터와 삼양사 직원 대상 자산관리 교육·상담을 하면서 앞으로 재무 설계가 더 중요해지겠다는 확신을 얻었다. 비슷한 시기에 증권사나 은행 직원이 아니어도 고객에게 투자상품을 권유할 수 있는 법이 통과돼 재무 설계에서 다룰 수 있는 범위도 확장됐다. 최 대표는 CFP 시험 교재를 집필하고 재무 설계에 관한 콘텐츠를 만들며 꾸준히 이론을 다졌다.
“재무 설계 경험이 쌓일수록 삶을 더 깊이 이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심리상담을 전공하게 됐어요. 돈을 대하는 태도나 그런 태도가 만들어진 심리적 배경에 관심을 갖게 된 거죠. 일종의 재무 심리 치료인데요. 돈에 대한 사람들의 무의식적인 습관과 태도가 돈에 대한 의사결정으로 이어지는데, 재무 설계에서 이 부분이 중요하겠다 싶었습니다.”
자산관리 트렌트, 적립에서 인출로
최문희 대표는 심리상담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치고 2011년 FLP컨설팅을 설립해 온전하게 독립했다. 재무 설계에서 사람의 마음이 중요할 거라는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100세 시대에 들어서면서 사람들은 평생직장이 아니라 평생직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자연스럽게 자산을 적립하는 것에서 생애주기에 맞춰 인출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자산의 개념에 금전이나 부동산 같은 물적 자산뿐 아니라 삶의 가치나 일자리 같은 인적 자산도 포함하게 됐어요. 특히 노후나 은퇴 설계에서 중요하죠. 과거에는 노후 보장을 위해 3층 연금을 쌓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국민연금(1층), 퇴직연금(2층), 개인연금(3층)이죠. 이제는 5층이 됐어요. 4층에는 주택연금, 5층에는 일이 자리하죠. 수명이 늘어나면서 인적 재산을 통해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해진 거예요.”
인출이 중요하다는 자산관리 트렌드에 맞춰 인식이 크게 달라진 대표적인 자산이 주택이다. 그동안 ‘집’은 살면서 꼭 한 채는 마련해야 하고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이 당연한 자산이었다. 하지만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자녀와 독립된 생활을 하게 되면서 주택은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유동화해야 하는 자산이 됐다.
“상담할 때 집이 너무 중요하다고 하는 고객에게는 왜 그렇게 중요한지 물어봅니다. 들어보면 각자의 이유가 달라요. 나의 성취감을 보여주는 게 집일 수도 있고요. 편안함을 주는 공간인 사람도 있습니다. 나 고유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스스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질문해야 합니다. 나만의 공간이나 가족과 보내는 공간이 중요한 사람은 꼭 도심에 집이 있을 필요가 없겠죠. 사람들과의 교류가 중요한 사람은 교통이 편리한 곳에 집이 있어야 할 테고요. 눈에 보이지 않는 신념과 가치에 따라 노후 생활의 질이 달라지는 것이죠. 나에게 자산이 왜 중요한가, 돈이란 어떤 의미인가 생각해봐야 합니다.”
재무 설계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 방향성을 정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자녀, 부모님, 직장이 기준이 되었다면 은퇴 후에는 ‘나’를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
노후 준비, ‘목표’를 ‘숫자’로
삶의 가치를 고민했다면 다음으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최문희 대표는 재무 설계에서 목표를 세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 목표를 시간과 금액이라는 숫자로 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은퇴 시점을 60세로 가정했다면, 나의 자산을 살핍니다. 현재 내가 가진 자산으로 몇 세까지 얼마의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는지 계산해보는 거예요. 은퇴 후 내가 살고자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자산이 부족하다면 계획을 세워야겠죠. 삶의 방향성을 정하고 자산을 점검하다 보면 내 현실을 자각하게 되죠. 이 순간이 무척 중요합니다. 현실을 알면 퇴직금이 얼만지, 국민연금을 몇 세부터 얼마를 받는지, 월급을 좀 더 올릴 방법은 없는지 등을 고민하게 되거든요. 은퇴 시점을 늦추는 방법을 고민하거나, 가진 자산을 유동화하는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내가 가진 자원과 삶의 목표 사이에 생기는 차이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 전략을 세우는 게 곧 재무 설계의 시작이다. 자산을 어떻게 움직일지, 어떻게 관리할지, 지출을 어떻게 줄일지 자연스럽게 계획을 세우게 된다. 최문희 대표는 이 과정에서 기존의 제도를 200% 활용할 것을 조언했다.
“지금까지는 국민연금이 세금이라고 생각해서 다들 기본형으로만 활용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추가납입제도, 임의가입제도 등을 풀옵션으로 활용하면 어떨까요? 임의가입제도를 활용해서 보험료 산정 기준인 기준소득월액 상한액(2022년 기준 553만 원)에 맞춰 보험료를 내는 분들이 늘었어요. 연기연금제도를 활용할 수도 있겠죠. 퇴직금도 DC형인지 DB형인지 보고, DC형이라면 추가 납입으로 운영할 수 있어요. 퇴직금을 운용할 때도 절세 혜택들을 잘 이용해야 합니다. 개인연금의 경우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제도를 활용할 수 있어요. 비과세 상품들을 잘 살펴야 하죠. 제도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노후에 받는 금액이 달라집니다.”
이렇게 노후 준비를 위한 자산관리 전략을 세웠다면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지출을 줄일지, 목표를 낮출지, 투자를 더 할지 등을 조정하는 것. 자산관리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이든 빚을 내서 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하나의 자산에 전 재산을 두어서도 안 된다. 무엇보다 노후 중심 자산관리는 ‘인출이 쉬운 자산’ 비중이 가장 높아야 한다. 연금이 중요한 이유다. 최문희 대표는 마지막으로 “시간은 돈이다. 돈도 시간이다”라고 강조했다.
“인생에서 조급함과 나태함을 가장 경계하라고 합니다. 시간의 힘을 믿어야 한다는 의미예요. 기대수명이 얼마나 될지, 언제 돈을 쓸지, 투자수익률을 올리는 복리이자가 얼마인지 등의 개념도 모두 시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시간도 양적 시간, 질적 시간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보지 말고,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의 가치를 분명히 세우면 시간의 질이 높아질 겁니다.”
시니어 모델, 중년 전용 패션 플랫폼 등장. 중장년의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아저씨, 아줌마 패션을 지양하고 젊은 감각을 추구한다. 그러나 아직 ‘옷 잘 입는 시니어’는 일부에 불과하다. 옷 잘 입는 시니어를 응원하며, F/W 패션 트렌드와 함께 스타일링 꿀팁을 알아봤다.
“MZ 패션, 비켜줄래?” 배우 김희선이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으로 묻는다. 4050 여성 패션 플랫폼 ‘퀸잇’의 광고 속 한 장면이다. 2020년 9월 출시된 퀸잇은 1300개 이상의 입점 브랜드를 확보했으며, 누적 다운로드 540만을 달성했다.
더불어 ‘지그재그’의 성공 이후 카카오스타일이 내놓은 ‘포스티’, ‘모라니크’, ‘푸미’ 등이 4050 여성을 대상으로 한 패션 플랫폼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중년 남성 패션 플랫폼으로는 ‘애슬러’와 ‘댄블’이 있다.
2030세대, MZ세대의 대표 패션 플랫폼으로 통하는 ‘무신사’도 중년 패션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X세대(1965~1979년생)를 대상으로 하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레이지 나잇’을 론칭했다. 이와 같은 추세는 패션 업계에서 중장년층 소비자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백화점이나 아웃렛에 쇼핑 가기 어려워지자 중장년층도 온라인으로 옷을 구입하게 됐다. 그러면서 그들은 온라인 시장의 ‘큰손’으로 등극했다. 이와 함께 드러난 사실은 패션에 대한 관심과 옷 잘 입고 싶다는 열의가 높다는 점이다. 시니어의 패션에 대해 임승희 인덕대학교 방송뷰티학과 교수(스타일 매니지먼트 서비스 라뽐므 대표), 조정윤 세종대학교 미래교육원 패션학 전공 교수, 이윤진 인하공업전문대학 패션디자인학과 교수와 자세히 얘기를 나눠봤다.
중장년 패션, 왜 젊어졌나?
중년기는 신체적·생리적·심리적 변화 등의 내적 환경과 가족·직업·사회생활 등의 외적 환경 등 다양한 변화를 경험하는 시기다. 특히 노화로 인해 체중이 늘거나 줄어드는 변화를 겪게 되고, 다양한 방법으로 단점을 보완하고자 한다. 이 중에서 가장 손쉽게 접근가능하면서 큰 변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이 ‘패션 스타일링’이다. 중년층에 접어들면 패션에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임승희 교수는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중년기의 ‘가꿈’은 더욱 중요해졌고, 시니어 패션의 변화를 불러왔다고 짚었다. “과거에는 노년층을 60대라고 생각했다. 100세 시대인 현재는 노년층을 70·80대로 본다. 현재의 50대는 나이 든 세대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안티에이징도 잘하고 자기 관리도 잘해서 젊은 시절의 몸매를 유지한다. 그러다 보니 일명 아줌마, 아저씨 패션이 안 어울리게 된 것이다. 오히려 자녀들 옷이 어울리게 되면서 부모와 자녀가 옷을 같이 입는 가정이 많아졌다.”
젊어진 시니어의 패션 경향은 ‘에이지리스’(Ageless)라고 할 수 있다. 에이지리스는 어떠한 선택에서 나이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의미로 패션에서 연령의 경계가 허물어졌다는 것을 표현한다. 임 교수는 “많은 의류 브랜드가 타깃을 시니어층으로 높였다. 50·60대 시니어는 소재 중심의 퀄리티 좋고 가격대 높은 의상을 구입하고자 하기 때문에 브랜드에서 선호하는 소비자층이다”라면서 “보통 브랜드에서 40·50대를 타깃으로 한다고 해도 주 고객층은 50·60대다. MZ세대 의류 브랜드는 10·20대를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오히려 30·40대 고객층이 패션 업계에서 소외되어 있다. 그러니까 현재의 50·60대는 과거의 30·40대 옷까지 입는다고 보면 된다. 당연히 패션이 젊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해외 브랜드 유입도 에이지리스 현상 확산에 기여했다고 본다. 그는 “외국 시니어들은 ‘나는 그동안 고생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누리면서 살겠다’면서 패션에 신경을 많이 쓴다. 그래서 해외 브랜드는 시니어가 선호하는 의상을 잘 안다. 그런 브랜드가 국내에 들어오자, 국내의 중장년층은 많이 놀랐다. 국내에서는 볼 수 없던 컬러, 디자인이 가득한 것이다. 그러면서 중장년층의 지갑이 열렸고, 패션도 점점 세련되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시니어 모델의 등장 또한 중장년 패션을 짊어지게 했다. 시니어 모델은 말 그대로 모델 활동을 하는 시니어를 말한다. 은퇴 후 제2의 직업으로 60대에 시니어 모델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현재는 40대도 시니어 모델에 도전한다. SNS의 발달로 옷 잘 입는 시니어 모델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전문적인 교육과 대회 등을 통해 시니어 모델이 많이 양성되는 추세다.
조정윤 교수는 “시니어 모델은 젊고 늘씬한 사람만 모델을 할 수 있다는 고전적인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 중장년층도 얼마든지 패셔너블할 수 있고, 자신만의 패션 스타일을 표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또 시니어 모델의 활동이 늘어나면서 대중에게 더욱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고, 중장년층의 패션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고 본다”고 짚었다.
올드머니 룩에 주목하라
임승희 교수와 조정윤 교수는 중장년이 주목해야 할 F/W 시즌 패션 트렌드에 대해 ‘올드머니(Old Money) 룩’을 꼽았다. ‘금수저 룩’으로도 불린다. 미국·유럽 등 서구 상류층이 승마·요트 등을 즐길 때 입었던 클래식하고 고급스러운 스타일을 지향한다. 명품 로고가 큼지막하게 박힌 디자인 대신 고급스러운 소재 의상을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조정윤 교수는 “시니어 패션이라고 하면 여성은 꽃무늬 패턴, 남성은 체크무늬 옷이나 등산복을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올드머니 룩은 색이 단조로운 것이 특징이다. 현재 패션 트렌드는 미니멀과 자연스러움 추구다. 컬러는 흰색과 검은색이 기본이고, 갈색, 회색 톤 의상도 많다. 또한 로고 플레이를 최소화하고, 좋은 소재와 짜임새로 내가 입고 있는 옷이 명품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즉 옷 자체가 아닌 자신이 고급스러움을 표현해야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올드머니 룩의 또 다른 특징은 ‘여유 있는 핏’이다. 일상에서도 활동하기 편한 패션이기 때문에 여유가 느껴지는 낙낙한 핏을 선호한다. 올봄까지만 해도 Y2K(2000년대) 패션의 유행으로 크롭트 기장의 타이트한 상의와 와이드 핏 바지가 유행이었다. 이제 상의는 여유 있고 하의는 타이트해졌다. 임승희 교수는 “일자바지가 유행인데 올드머니 룩을 표현하려면 여유 있는 핏이라는 포인트를 놓쳐서는 안 된다. 신발 또한 기존의 스니커즈가 아닌 굽 높은 뾰족구두를 신는 추세다”라고 설명했다.
배우 윤여정은 올드머니 룩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그가 2021년 영화 ‘미나리’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을 당시 보여준 블랙 드레스 패션은 아직까지 회자된다. 임승희 교수는 “윤여정 선생님은 체구가 작다는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모노톤의 미니멀 의상을 선호한다. 또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패션을 찾아본 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이윤진 교수는 F/W 시즌 패션 트렌드에 대해 ‘지속 가능한 패션’을 꼽았다. 이 교수는 “‘시즌리스’(Seasonless)를 넘어 ‘타임리스’(Timeless)의 시대”라고 표현하며 “시즌리스는 계절 구분 없이 의복을 착용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 개념이 확장되어 현재의 지속 가능한 패션까지 넓혀진 것이 타임리스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유행과 관계없이 오래 착용할 수 있으면서도, 친환경 공정무역의 윤리를 담은 패션 제품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교수는 “타임리스 패션에는 조건이 있다. 니트, 티셔츠, 데님 등 기본 아이템들을 한 번 구매해서 다양한 용도로 오랫동안 활용하려면 디자인이나 디테일보다는 소재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타임리스 패션을 소화하면 환경도 살리고 스스로 의식 있는 소비를 한다는 자부심도 들 수 있다. 중장년층의 패션이 더욱 유연해지고 멋짐의 아우라가 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임승희 교수는 ‘옷 잘 입는 시니어’가 되기 위해선 ‘많이 보고, 많이 입어보라’고 조언했다. 20년 넘게 스타일리스트로 일하고 있는 임 교수가 실제로 느낀 옷 잘 입는 연예인들의 비결이다. “연예인이라고 처음부터 옷을 잘 입는 것은 아니다. 방송 활동을 하면서 옷을 많이 입어보고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을 겪는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스타일리시한 시니어가 되고 싶다면, 먼저 백화점을 방문해 각 브랜드의 마네킹이 입고 있는 옷을 주목해 보세요. 올해 그 브랜드가 주력으로 밀고 있는 상품이기 때문에 트렌드를 알 수 있어요. 눈으로 본 뒤에는 직접 입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명품관, 스파 브랜드 매장 등을 찾아서 옷을 피팅해보세요. 많이 입어봐야 옷의 차이를 알고, 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이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패션의 세계를 많이 경험해보고 자신한테 맞는 스타일을 꼭 찾길 바랍니다.”
바야흐로 ‘밀키트 전성시대’다. 지난 4월 시장조사 전문기업 트렌드모니터 엠브레인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소비자 1000명 중 89.5%는 밀키트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었다. 대한민국 10명 중 9명이 밀키트를 사 먹었다는 의미다. 특히 50대에서 구매 경향이 가장 높았는데, 그 이유는 ‘식사 준비 부담을 줄이고 싶어서’(63%)로 나타났다. 정말 대중의 인식대로 밀키트는 간편하고 요리하기 쉬울까. 요리에 일가견 있는 독자들과 밀키트 요리를 함께 해보고, 장단점과 주의점 등을 짚어봤다. 다만 여기서 나온 의견이 정답은 아니기에 참고 정도만 하길 바란다.
밀키트 요리 비교 체험은 7월 14일, 인천 부평구 ‘조리기능장 요리조리 쿠킹클래스’에서 진행됐다. 손미자 원장과 함께 전현진 한국폴리텍대학 교수, 한식 조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박선의·강경희 씨가 중년을 대표해 요리에 나섰다. 메뉴는 총 4종으로 밀키트 대표 브랜드 제품으로 선정했으며, 한식, 중식, 양식으로 다양하게 구성했다.
본격적인 요리에 앞서 참가자 4명의 밀키트에 대한 인식이 궁금했다. ‘밀키트를 만들어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4명 모두 ‘있다’고 답했다. 손미자 원장과 전현진 교수는 요리 연구 목적으로 밀키트를 구입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중년 여성인 박선의 씨와 강경희 씨는 자녀 양육과 살림을 맡아 밀키트를 사 먹는다고 밝혔다. 주기는 박 씨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강 씨는 일주일에 한 번꼴이었다.
박선의 씨는 재료가 많이 필요한 짬뽕을 구입해 먹어봤을 때 만족감이 높았다고 말했다. 강경희 씨 역시 재료 준비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월남쌈과 밀푀유나베를 주로 구입해 먹는 편으로, 밀키트에 대한 만족도가 4명 중에서 가장 높았다. 강 씨는 “전처리(요리하기 전 채소를 다듬고 자르는 일)가 되어 있어 조리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음식물 쓰레기가 적어서 좋다”고 밀키트의 장점을 얘기했다.
또한 박선의 씨와 강경희 씨는 “주변 지인들을 생각해 보면, 바쁜 워킹맘이 밀키트를 자주 이용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퇴근 후 집에 와서 요리하기 피곤하고 번거로운 상황에서 밀키트가 도움이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손미자 원장은 “지금은 특정 누군가가 아니라 누구나 한 번씩 밀키트 이용에 도전해보는 것 같다. 식재료비가 너무 많이 오른 상황에서 비용도 절감되고, 시간도 절약되고, 간편하다는 장점이 따른다. 다만 밀키트를 고를 때 젊은 층은 끼니 해결이 주목적이고, 중년층은 맛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고추잡채와 꽃빵’부터 ‘소고기두부전골’까지
이날 요리해본 밀키트 4종은 마이셰프의 ‘고추잡채와 꽃빵’, 프레시지의 ‘바질크림 빠네파스타’, 피코크의 ‘감바스 알 아히요’, CJ 쿡킷의 ‘소고기두부전골’이다. 각각의 레시피대로 조리한 후 시식하면서 그 과정에서 느낀 점, 밀키트에 대한 평가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중식인 ‘고추잡채와 꽃빵’을 조리한 강경희 씨는 “재료 손질을 하나하나 다 해야 해서 번거로울 수 있지만, 직접 요리하는 기분이 들어서 뿌듯했다”며 소감을 얘기했다. 손미자 원장은 “소스를 한 번에 넣지 말고 나눠서 넣으면 간이 더 잘 배고 향미가 풍부해진다”고 팁을 전했다. 맛은 식당에서 먹는 것과 비슷했는데, 전현진 교수는 “일반 소비자는 기억 속 맛과 비슷하면 맛있다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시지의 ‘바질크림 빠네파스타’(양식)는 ‘귀찮아서 대충 해 먹었다’는 온라인 후기가 입증하듯 재료 손질부터 마지막 플레이팅 작업까지 손이 많이 갔다. 더불어 조리를 담당한 박선의 씨는 ‘짠맛’을 잘 잡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파스타 양이 많은 것은 좋았지만, 동봉된 허브솔트를 2/3 정도밖에 안 썼는데도 짭짤하다. 보통은 허브솔트를 다 쓸 텐데, 그러면 너무 짤 것 같다”면서 좀 더 자세한 레시피의 필요성을 얘기했다.
피코크의 ‘감바스 알 아히요’(양식)는 탱글탱글하고 신선한 새우가 많이 들어 있어 좋은 평을 받았다. 박선의 씨는 “처음에 새우 손질할 때 물총 제거를 해야 하는데, 요리에 관심이 없거나 레시피를 꼼꼼히 보지 않으면 모르고 넘어갈 것 같다”며 느낀 점을 말했다. 그 외의 조리 과정은 양식답게 쉬운 편이었다.
마지막으로 한식인 CJ 쿡킷의 ‘소고기두부전골’은 두부를 제외한 재료가 모두 잘라져 있다. 즉 두부만 자르면 재료 준비가 끝난다. 조리 과정 자체는 재료를 넣고 끓이면 되니까 어렵지 않았지만, 정성이 요구되는 음식이었다.
더불어 손미자 원장은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냄비에 재료를 예쁘게 담는 방법을 알려줬다. 중심부에 고기를 담고 두부를 감싸듯 놓아 꽃을 만들고, 테두리에는 흰색과 초록색 채소를 번갈아 놓는 것이다. 손 원장은 “요즘은 SNS를 활용하는 분이 많아 음식 데커레이션이 중요해졌다. 귀찮아하지 않고 많이 따라 하신다”고 말했다.
표준 레시피 마련, 염분 주의해야
“‘기호에 따라’는 어느 정도인가요? 요리할 때 가장 어렵게 느껴졌어요!”
‘일일 밀키트 요리사’ 박선의 씨와 강경희 씨는 전반적인 조리 과정은 쉬웠으나 ‘기호에 따라’라는 표현은 난해했다고 토로했다. 꼭 따라 할 필요는 없지만, 밀키트는 레시피가 정해져 있다. 그러나 ‘기호에 따라’는 정량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어려웠다는 의견이었다.
전현진 교수는 “초보자일수록 정확한 레시피가 없으면 어려워한다. 각 밀키트에 ‘표준 레시피’를 기재해줬으면 좋겠다. 표준 레시피란 이대로 요리하면 가장 맛있다는 것이다. 소금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표준 레시피’, ‘짜게 먹고 싶은 경우’, ‘담백하게 먹고 싶은 경우’ 등이 적혀 있으면 소비자가 느끼기에 밀키트의 장점이 보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미자 원장은 밀키트에 염분 함량이 높은 것을 우려하며, ‘저염식’ 식사가 가능해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손 원장은 “밀키트의 소스나 양념에는 조미료 MSG(글루탐산나트륨)가 많은 편이다. 밀키트를 자주 먹어서 짜고 단 음식에 중독되면 살도 찌고 고혈압·당뇨병 등 건강상의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밀키트의 염분 성분 문제는 공론화되어 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이 4개 제품군(감바스 알 아히요 제품군 22개, 부대찌개 33개, 불고기전골 23개, 짬뽕 22개)의 총 100개 제품의 영양성분을 분석한 결과, 51개 제품에서 1인분 나트륨 함량이 세계보건기구(WTO) 1일 나트륨 섭취 기준치(2000㎎)를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는 1일 기준치를 두 배 이상 초과했다. 소비자단체는 밀키트 영양성분 표시 의무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날 체험을 통해 밀키트에서 소스 또는 양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맛을 좌우하기도 하고, 염분이 많아 우리 몸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밀키트를 조리할 때 자신의 입맛이나 건강을 생각하며 조절하는 것이 좋겠다. 결국 기호에 따르라는 말인데, 그 기준점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사회 전반의 흐름도 엿볼 수 있다. 밀키트 업체는 이러한 분위기를 고려해 친환경적인 밀키트를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카페, 영화관, 식당가에는 키오스크뿐 아니라 테이블 오더, QR 결제, 테이블링,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예약 등 다양한 방식의 비대면 주문·결제 서비스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오르는 물가와 부족한 인력 탓이다. 디지털화로 예약, 주문, 결제까지 고객이 직접 하면서 사장님들은 한숨 돌리게 되었지만, 아직 디지털 기기가 어려운 고령자에게는 외식 문턱이 또 한 단계 높아졌다.
#도심의 한 카페
67세 김영수(가명) 씨는 아내와 카페에 들어와 15분째 난항을 겪고 있다. 키오스크 자체가 낯선 데다 화면 속 그림과 글씨가 너무 작아 잘 보이지 않아서다. 겨우 따뜻한 원두커피처럼 보이는 그림을 선택해 결제하기를 눌렀는데, 진행이 안 된다. 주변에 직원도 보이지 않는다. 자세히 보니 ‘Shot(샷) 추가’ 버튼이 보인다. 샷이 뭔지 모르겠지만, 추가 금액을 내야 하는 것 같아 ‘선택 안 함’을 눌렀다. 이제 아내가 마실 커피를 추가해야 하는데, 산 넘어 산이다. 아내는 뒤로 이어진 줄을 보더니 “그냥 한 잔만 시켜요. 난 안 마실게요”라고 작게 속삭였다.
#유명한 빵집 앞
60세 박정남(가명) 씨는 오랜만에 집에 찾아올 딸을 위해 빵을 사러 왔다. 워낙 유명한 가게라 줄 서는 걸 알기에 오픈 30분 전에 도착했다. 가게 주변에 오픈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줄을 서 있지 않아 의아했지만, ‘온 순서대로 눈치껏 들어가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10시, 가게 영업 시작이다. 직원이 나와 “1번 손님부터 입장하세요”라고 말했다. 번호 대기표를 받아야 했던 모양이다! 황급히 주변 사람들에게 물으니 무슨 앱으로 예약해야 한단다. 도움을 받아 겨우 앱을 설치했지만, 다음은 회원가입이다. 아무래도 빵을 사긴 그른 것 같았다.
지난 한 달간 방문한 카페, 식당, 빵집에서 기자가 만난 고령자는 공통적으로 디지털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키오스크, 테이블 오더, 테이블링 등은 고령자에게 여전히 생소한 디지털 기기다. 기기별로 사용법이 달라 새로운 가게에 갈 때마다 매번 사용법을 배워야 한다. 트렌드모니터 엠브레인의 ‘키오스크 이용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키오스크를 이용하다 주문을 포기한 사람은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많아졌다. 40대는 17.3%지만, 60대는 77.9%에 이른다. 그래서일까, 나이가 많아질수록 외식 비중은 크게 줄어드는 모양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식품소비 행태조사’에 따르면, 가구주 연령이 30대 이하의 외식 비중은 83.5%, 40대는 87.8%였으나, 70대의 경우 46.3%로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속도 높이는 요식업계 디지털화
요식업계의 디지털화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다양한 디지털 기기들이 요식업계로 들어왔다. 여기에 최근 높아진 물가와 인력난으로 사람을 대체할 키오스크, 테이블 오더, 서빙 로봇, 음식 제조 로봇 등이 등장했다.
키오스크는 이제 대중화 단계에 이르렀다고 봐도 무방할 만큼 요식업 곳곳에 녹아 있다. 그렇다 보니 능숙하게 키오스크를 활용하는 어르신도 있었지만, 여전히 키오스크 앞에 서면 긴장되는 고령자도 적지 않다. 키오스크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글씨가 너무 작고 조작 화면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테이블 오더도 비슷한 문제가 있다. 키오스크와 비교하자면 자리에 앉아 주문하는 것이니 잘 모르더라도 이것저것 눌러보며 기계를 살펴볼 시간적 여유는 있다. 하지만 역시 글씨가 작거나 외래어가 익숙하지 않아 그림을 보고 고르게 된다.
고령자가 디지털 기기에서 가장 어렵다고 느끼는 부분은 결제다. IC 카드로 결제가 한 번에 안 되었을 때 대부분의 고령자는 당황한다. 기계와 소통되지 않아 ‘IC 카드로 결제해달라’는 음성을 듣지 못하고 마그넷을 긁거나, ‘IC 카드 인식에 실패했다’는 음성을 듣고도 무슨 말인지 몰라 다시 카드를 꽂아 결제를 시도하는 식이다. 또 할부나 개별 결제를 하고 싶어도 결제 기기를 이용해본 적이 없어 결국 직원을 찾아야 한다.
온라인 예약 시스템은 접근 기회조차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QR 코드, 애플리케이션, 네이버 예약 등은 고령자에게 불친절한 시스템이다. ‘노년기 정보 활용 현황 및 디지털 소외 해소 방안 모색’ 논문에서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9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고령자가 온라인 예약 시스템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생활 정보 활용에서 중요한 ‘필요한 앱 설치 및 이용’ 비율은 청년층 88.7%, 중장년층 79.7%, 노년층 28.8%로 격차가 확대됐다. 앱을 설치하고 회원가입을 해서 원하는 가게를 찾아 예약해야 하는데, 결국 자녀가 대신 해주는 게 일반적이다. 그마저도 대신 해줄 가족이나 지인이 없으면 예약 전문 식당은 방문 자체도 쉽지 않다.
정순둘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최근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대응 방법으로 키오스크 활용이 늘어나는 것 같은데, 어쩔 수 없는 사회 추세라고 봐야 한다”면서 “과도기라고도 볼 수 있는 상황인데 어르신들이 이 추세를 따라가는 것이 어려운 것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혼자 살거나 두 분이 생활하는 분들은 외식이 어려워지거나 고립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기기를 이용할 수 없어 내가 이렇게 됐다는 자괴감도 느낄 수 있겠다”고 말했다.
심리적 허들까지, 산 넘어 산
고령자가 디지털 기기 사용에서 가장 불편해하는 점은 심리적 위축이다. 다른 사람들은 잘하는데 나만 못하는 것 같아 작아지는 기분이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고령자의 자기 효능감은 계속 낮아질 수밖에 없다. 자기 효능감이란 목표한 행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을 의미한다.
유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고령자의 디지털 소외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면서 “기기에 대한 접근성이나 유용성 문제도 있지만, 고령자가 디지털 기기 사용에 대한 필요성을 충분히 못 느끼거나 심리적 부담감을 느끼기 때문인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령자들은 도와달라는 말을 꺼내기 어려워하며, 쉽게 주눅 들고 의기소침해져 스스로를 탓하는 모습을 보이기 쉽다”고 했다. 유 교수는 ‘고령자의 심리적 요인을 고려한 키오스크 사용경험 개선 제안’ 연구에서 사회적 분위기와 개인의 심리가 키오스크 이용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고 분석했다. 유 교수는 “연구 결과를 보면 사회 분위기상 키오스크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 또래가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것 등의 사회적 특성 요인과 혁신에 대한 개개인의 인식, 키오스크를 쓰며 개인이 느끼는 자기 효능감이 키오스크라는 기술 수용에 큰 영향을 주었다. 키오스크 이용에 부정적 인식을 가진 고령자들은 지속적인 기술 수용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많은 고령자가 키오스크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유은 교수는 그 원인 중 하나로 교육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어디서 하는지 잘 모른다’, ‘멀리 가야 하는 것이 싫다’는 고령자 응답이 있었고, 교육을 받았더라도 ‘교육이 지루하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다는 것. 유 교수는 향후 키오스크에 관한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세 가지 측면에서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키오스크 기기 자체의 사용성, 고령자를 돕는 인적 자원, 주변·사회의 인식 개선이다. 유 교수는 “키오스크 개선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고령자의 심리를 고려한 시스템적 개선이 동시에 이뤄져야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고령 친화적 디자인이 반영된 키오스크 기기 자체의 사용성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또 교육이나 도우미를 통해 기술 불안을 극복하고 고령자 스스로 키오스크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성공 경험을 쌓는 것을 돕는 것도 중요하다. 더불어 줄서기 경험 개선, 매장 내 환경 개선, 인식 개선 캠페인 등을 통해 고령자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사회적 압박감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순둘 교수도 다양한 측면의 변화가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세상이 변화하고 있으니 고령자도 ‘나 역시 변화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배우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사회는 어르신들이 디지털에 익숙해지고 극복할 수 있도록 배움의 기회를 지속해서 제공해야 한다. 식당, 은행 같은 현장에서도 도우미를 두는 등 적극적으로 고령자에게 도움을 주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런 문제점을 인지한 듯 교육부는 ‘2023년 성인 문해교육지원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스마트폰 사용법, 식당 키오스크, 은행 계좌이체 등 일상에서 필수적인 디지털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늘어나는 비대면 디지털화는 누군가에게는 편리함을 가져다주지만, 누군가에게는 심리적 허들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디지털 기기가 주는 편리함을 모두가 누릴 수 있으려면, 디지털 변화 속도를 따라가고자 하는 이들을 기다려주고 공감해주는 사회적 분위기 변화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기업·전문가 매칭 플랫폼 탤런트뱅크가 가입 기업 대상 뉴스레터 ‘적시타’를 선보인다.
적시타는 탤런트뱅크 가입 기업 중 수신 동의한 1700개 기업에 매월 발송하는 뉴스레터 서비스다.
국내외 최신 비즈니스 트렌드와 이슈를 읽기 쉽게 정리해 전달하고, 관련 추천 전문가와 바로 매칭될 수 있는 추천 상품 링크를 제공한다.
최근호에서는 ‘신사업 발굴 분야’를 주제로 수출에 영향을 받아 하반기 유망 산업으로 떠오른 K팝, 식품, 의료기기 등 분야의 소식을 전했다. 전문가 프로필로는 보스턴컨설팅그룹, 아서디리틀, 롤랜드버거 등 세계적인 컨설팅사를 거친 전문가들을 추천했다. 이와 함께 해외 주재원 전문가, 해외 거주 활동 전문가, 외국인 전문가를 한데 모아 글로벌 매칭을 지원하는 신규 특화페이지 ‘해외 비즈니스관‘도 소개했다.
더불어 뉴스레터를 통해 기업이 참고할 수 있는 전문가 매칭 성공 사례와 고객 후기도 볼 수 있다.
탤런트뱅크 관계자는 “야구에서 적시타를 치면 승리를 이끌 수 있듯이 적시에 필요한 비즈니스 정보와 전문가 안내를 제공해 사업이 크게 성공하기를 바란다는 뜻을 담았다”며 뉴스레터 ‘적시타’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적시타처럼 찾아가는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기업 고객 및 전문가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더욱 넓히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3년의 코로나19 팬데믹과 1인 가구 증가는 식문화의 변화를 가져왔다. 음식 배달 문화가 활성화됐으며, 밀키트를 포함한 가정간편식(Home Meal Replacement, HMR) 시장이 확대됐다. 더 나아가 식품 구독경제까지 영향력을 확산하고 있다. 중장년에 초점을 맞춰 2023년 식품 외식산업 트렌드를 알아봤다.
요즘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워킹맘’ 김진희(52) 씨. 중학생 딸아이의 생일상을 차려줘야 하는데 요리할 시간이 도통 나지 않았다. 결국 김 씨는 딸의 생일 당일 새벽 배송이 가능한 플랫폼을 통해 미역국 레토르트, 잡채와 소불고기 밀키트를 구매했다. 그날 저녁 김 씨는 미역국, 잡채, 소불고기를 조리하고, 배달 앱에서 딸이 좋아하는 음식점의 족발을 주문해 상을 차렸다. 어쨌거나 엄마가 차려준 생일상을 맛있게 먹는 딸의 모습을 보고 김 씨는 안심하면서도 미안함을 느꼈다. 자신의 생일 때 엄마가 차려주던 손맛 가득한 미역국이 그리워지면서….
중장년 소비자는 집밥을 선호한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알고 보면 중장년은 외식산업을 주름잡는 큰손으로 통한다.
지난 5월 KB국민카드가 회원 2000만 명의 온·오프라인 주요 업종별 이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50세 이상은 온라인 쇼핑몰 및 배달 앱에서 높아진 소비 영향력을 보였다. 이들의 지난해 온라인 쇼핑몰 매출액 증가율은 38%였고, 배달 앱 매출액 증가율은 37%였다. 반면 20~49세의 온라인 쇼핑몰 매출액 증가율은 13%, 배달 앱 매출액 증가율은 7%에 그쳤다.
더불어 50·60 주부들의 밀키트, 즉석섭취식품 등 간편식 소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멤버스와 신한카드가 데이터 분석 교류 결과 발간한 ‘가정간편식 소비 트렌드 리포트’를 보면, 2022년 상반기 오프라인 마트와 슈퍼에서 50대와 60대 이상의 간편식 구매 비중은 각각 26.3%와 14.3%로 집계됐다. 이는 3년 전인 2019년 상반기보다 각각 5.0%p 4.3%p 증가한 수치다.
성별로 보면 여성(70.4%)의 구매 비중이 남성(29.6%)보다 높았다. 남성의 구매 비중 역시 매해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구매량 1위는 2022년 상반기 기준으로 집밥의 대표 메뉴인 즉석 국쪾찌개가 차지했다. 이어 냉동 만두, 냉동 튀김, 즉석 카레쪾짜장, 냉장면, 즉석 밥, 즉석 죽, 냉장 밀키트, 냉장 간편 떡볶이 등의 순으로 구매가 많았다.
간편식으로 건강도 챙기자
식품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간편식 시장 규모는 5조 원에 달한다. 코로나19가 잦아든 후에도 간편식은 여전히 인기지만, 올해 들어 이전과는 조금 다른 성격을 띤다. 가정식과 외식의 대체재가 아닌 새로운 식품 소비 형태로 성장했다. 즉 ‘한 끼를 때우는’ 간편식 개념에서 ‘식사’ 개념으로 변모한 것이다. 여기에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더해지며 케어푸드(Care-Food)도 간편식 형태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
케어푸드란 건강상의 이유로 맞춤형 식품이 필요한 사람을 위한 차세대 먹거리를 말한다. 단순히 생각하면 씹고 삼키기 편한 식품이 떠오른다. 그러나 점점 케어푸드의 개념이 넓어지고 있다. 당뇨, 신장 질환 등 환자식도 나오고, 건강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 중년부터 젊은 20·30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른다.
CJ프레시웨이, 풀무원, 현대그린푸드, 아워홈 등 주요 식품업체는 케어푸드에 대해 대용식이 아닌 맛있고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음식으로 초점을 맞췄다. 현대그린푸드의 케어푸드 전문 브랜드 ‘그리팅’의 케어 식단은 식사 목적에 맞춰 영양이 설계된 반찬과 샐러드를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3대 영양소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을 고려하며, 암·당뇨 등 질환별 전문 환자식도 제공한다. 지난해 매출이 46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 증가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풀무원식품의 ‘디자인 밀’은 생애주기별 영양 기준과 생활 주기별 건강 정보를 기반으로 식사를 설계한다. 특히 중장년층에게는 칼로리를 조절한 ‘300 샐러드 및 라이스 meal’과 ‘500kcal 맞춤 식단’을, 소화력이 떨어지는 고령층에게는 ‘궁중섭산적’과 ‘7Days 영양진밥’ 등을 제공한다. 올 1분기를 기준으로 보면, 노령층을 위한 케어푸드(25%)보다 일반 성인을 위한 영양균형식(30%)의 매출이 더 높았다. 케어푸드 소비자가 전 연령대로 확대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고급 레스토랑 음식을 만들어 즐기는 ‘홈스토랑’이 인기를 끌며 외식 브랜드, 호텔, 가전업계까지 간편식 시장에 진입했다. 또한 전 세계적인 ESG, 기후 위기, 가축 전염병 등 공급망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식물성 식품 전문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간편식을 출시하고 있다.
중장년에게도 이와 같은 식문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유통학회 회장을 맡은 바 있는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개인적으로 55세부터 75세까지, 골드 제너레이션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에는 60세 전후로 은퇴했지만, 이제는 80대까지도 일하는 시대다. 이에 따라 현재의 중장년층은 소득이 높아졌고 취향이 고급스러워졌으며, 프리미엄 식품 서비스를 원한다”고 말했다.
배달 앱 이용 감소와 구독경제 활성화
간편식과 반대로 소비자의 배달 앱 이용률은 떨어지는 추세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 앱 3사의 지난 3월 월간 활성이용자 수(MAU)는 2898만 명으로 전년 동기(3532만 명) 대비 18% 줄었다. 지난 1월 이용자 수(3021만 명)에 비해서도 123만 명이나 감소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외출이 자유로워진 가운데, 물가 상승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배달비에 대한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가운데 요기요는 최근 업계 최초로 월 9900원 배달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다. 앱 내 ‘요기패스X’ 배지가 붙은 가게에서 최소 주문 금액 1만 7000원 이상 주문하면 배달비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도 요기요에 자극을 받아 구독 서비스를 시행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우리의 일상에 구독경제가 깊숙이 자리 잡았는데, 배달 앱까지 이 시장에 뛰어든 것은 눈여겨볼 일이다. 구독경제는 소비자가 정기적으로 일정 비용을 지급하고 원하는 상품 혹은 서비스를 소비하는 방식을 말한다. KT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2016년 25조 9000억 원에서 2020년 40조 1000억 원으로 4년 동안 무려 55%나 성장했다. 2025년에는 최대 100조 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국내 소비자 10명 중 5~6명은 식품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2020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식품 구독경제 이용실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57.2%가 해당 서비스를 이용 중이며, 66.2%가 ‘편리함’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비용 절약’(28.4%), ‘선택에 대한 고민이 필요 없어서’(21.9%)라는 답변도 뒤를 이었다.
식품 구독 서비스 하면 풀무원의 녹즙, 서울우유의 우유, 한국야쿠르트의 야쿠르트 배달 등을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반찬, 샐러드부터 빵, 과자, 아이스크림까지 다양한 구독 서비스가 가능하다. 아워홈은 개인별 건강 맞춤 정기 구독 서비스 ‘캘리스랩’(Kalis lab)을 통해 개인별 맞춤 식단과 함께 다양한 건강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한다.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 등에서는 반찬 구독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서용구 교수는 “이제 모든 시장은 구독 서비스로 갈 것”이라면서 “구독경제에서 중요한 포인트 두 가지는 구독자 수를 얼마나 많이 늘리느냐, 어떻게 재구독을 하게 만드느냐에 달렸다. 그래서 기업 입장에서는 마케팅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MZ세대가 환경·동물보호 등의 ‘가치소비’를 한다고 알려졌는데, 중장년 또한 가치소비를 하고 있다. 소비의 큰손인 중장년의 마음을 사로잡아 구독까지 이어지게 하려면 우리만의 차별화된 가치를 적극적으로 어필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후의 재구성 마이크 드락 외·유노북스
저자는 더 이상 기존의 은퇴와 노후를 대하는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며, 새로운 개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바로‘이모작 은퇴’다. 노후 20년, 30년을 경제적・사회적으로 살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이다.
스니커즈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을까 박상우·반니
스니커즈가 힙합과 재즈, 스포츠 스타와 얽힌 사연부터 트렌드와 문화의 상징이 되기까지 그 자취를 추적한다. 다양한 스니커즈 브랜드의 히스토리도 담았다.
걸어서 코리아 이준목 · 미다스북스
환갑 겸 은퇴를 기념하는 자리에서 ‘버킷리스트인 전국일주 걷기를 하겠다’고 선언한 저자는 총 201일에 걸쳐 6012km(약 1만 5000리) 전국일주를 마쳤다.
88번 버스의 기적 프레야 샘슨 · 모모
60년 전 만난 첫사랑과의 재회를 꿈꾸며 매일 88번 버스에 오르는 노인 프랭크와 그를 돕는 이웃들의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영국 소설이다.
2014년, 산림청 개청 이후 47년 만에 첫 여성 고위공무원이 탄생했다고 떠들썩했다. 외부 인사가 아니라 연구직 공무원이 국립수목원장 자리에 오른 최초의 사례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수목원 역사를 그려온 이유미 국립세종수목원장의 이야기다.
서울대학교 산림자원학과에 여학생이라고는 이유미 국립세종수목원장 혼자였다. 그저 막연하게 누구나 하는 일 말고 다른 일을 시도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왜 ‘식물’이었을까.
내 삶은 ‘녹색 우주’
“대문 앞 가장 굵고 오래된, 집의 기둥 같은 단풍나무는 우리 아빠 나무, 동그랗고 아름다웠던 늘 푸른 사철나무는 우리 엄마 나무, 주목 나무는 동생 나무였어요. 저는 맏딸이라 꽃을 맡았어요. 황철쭉이었죠. 어머니가 꽃을 워낙 좋아하셔서 집 안에도 꽃이 많았고, 봄이면 매년 어머니랑 꽃씨를 심었어요.”
이 원장의 가족은 조그마한 정원 한편에 저마다의 나무를 가지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식물과 함께하는 삶을 살게 된 건 어릴 때부터 꽃과 식물을 키우고 가꾸는 가정의 문화가 있었기 때문일까. 대단한 목표를 가졌던 게 아니라 그저 남들과 다른 일을 하고 싶었고, 식물이 좋아 선택한 전공이기에 이 원장은 식물 연구하는 일이 ‘우연이면서도 필연’이라 생각한다고.
그에게 지도교수는 식물의 가장 중요한 기관인 ‘꽃’을 연구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식물분류학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다. 이후 1994년 산림청 임업연구원 임업연구사로 공직 생활을 시작한 뒤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굵직굵직한 일들을 해왔다. 우리나라에 ‘국립수목원’이 존재하기도 전부터 연구를 시작한 이 원장은 식물 분류 및 수목원 분야에서는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식별이 쉬운 나무 도감’, ‘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나무 백 가지’ 등 30여 권의 저서와, ‘한국산 조팝나무 속의 분류학적 연구’ 등 100여 편의 논문을 냈다.
1999년에는 임업연구원 중부임업시험장 수목원과가 산림청 국립수목원으로 신설되면서 광릉수목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수목원으로 승격했다. 이유미 원장은 수목원 발전의 흐름 속에서 희소멸종위기 식물 보전, 전국 생물 다양성 조사, 국가표준식물명 제정, 한반도 식물지 사업 등 다채로운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014년에는 국립수목원장으로 취임했다. 이 원장은 취임 후 3년 동안 유용식물증식센터를 개원하고, DMZ 자생식물원을 열었다. ‘우리 식물 주권 바로잡기’로 소나무에도 붙어 있던 일본식 이름을 영어 이름으로 바꾸어 알렸다. 우리 특산식물 33종을 세계자연보전연맹의 권위 있는 보고서 ‘레드 리스트’에 국내 최초로 등재했고, 국내 자생식물 2945종을 망라한 ‘한국 관속식물 분포도’를 발간했다.
“돌아보면 참 놀라워요. 어쩌면 남들이 가는 길을 막 따라가지 않았던 것이 굉장히 중요했다고 생각해요. 민간이 할 수 없지만, 꼭 필요한 일은 국가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당시에는 도감도 제대로 없던 시절이라, 그런 일을 찾다 보니 굵직하고 지평을 여는 일들이 된 것 같아요. 수목원이 발전해온 흐름 안에 처음부터 끝까지 있었던 셈이죠.”
이유미 원장은 “내가 평생 몰두하는 일이 자연이라는 건 정말 큰 축복”이라고 했다. 자연을 보면 맑으면 맑은 대로, 비가 오는 날은 비가 오는 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매일 다르게 느껴졌단다. 무궁무진함이 담긴 자연과 식물이야말로 그에게는 ‘녹색 우주’라고 했다.
‘여성’이라는 타이틀과 ‘최초’라는 수식어를 늘 달고 다녔던 이 원장이다. 대학 시절부터 여학생은 혼자라 희귀한 존재 취급을 받았다. 이에 대한 부담이 없었던 건 아니다.
“제가 ‘최초’라는 말이 좀 많이 붙긴 했죠?(웃음) 남녀 차별이 많던 시절이었고, 필드를 다녀야 하는 일이다 보니 선입견도 많았죠. 직업 특성상 ‘여직원 혼자 보내도 돼?’라는 말이 종종 나오니까요. 하지만 남자도 힘이 센 사람, 약한 사람이 있는 것처럼 빨리 달리는 사람, 느리게 달리는 사람 정도의 차이를 두려고 하죠. 한창 연구할 때는 ‘여성’이라는 말이 따라다니지 않도록 ‘여성’을 지우고 ‘전문가’로서 일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또 그런 시간을 다 지내고 보니 오래 일하는 여자가 드문 모양이에요. 스스로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일할 때는 ‘여성’을 지우려고 노력했는데, 기관장이 되니까 반대로 조직이나 사회 안에서 여성이 가지는 어려움에 대해 선배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를 더 고민하게 됐죠.”
식물과 세상 연결하는 ‘플랫폼’
이유미 원장은 처음 국립수목원장을 맡을 때부터 수목원을 식물과 세상이 만나는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었다. 국립세종수목원으로 온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특히 식물 덕후들이 모이는 장을 보고 나니 더욱 확신을 얻게 됐다. 반려식물로 유명한 베고니아를 키우던 배 팀장에게 사계절전시온실의 작은 공간을 내주었더니, 온라인에서 식물 인플루언서로 유명한 안 주임의 활약으로 약 300종의 베고니아 컬렉션을 만들더라는 것.
어느 날 열린 수목원 축제에서는 분야별 식물 덕후 40여 명이 모여 자신의 장을 열더니 그들의 팬들이 새로운 걸 보러 모여들었다. 말 그대로 반려식물 축제 마당이 열린 것. 이제는 식물 덕후들이 자발적으로 수목원 내에서 ‘반려식물 상담소’도 운영한다. 수목원을 식물과 세상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꿈에 속도가 붙기 시작한 셈이다. 우리나라에는 광릉숲을 중심으로 한 국립수목원,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국립세종수목원, 이렇게 세 개의 국립수목원이 있다. 각 수목원은 기능이 조금씩 다르다.
“식물을 보전하고, 전시하고, 교육하는 건 국립수목원의 가장 기본적인 업무죠. 다만 기능적으로는 조금씩 달라요. 광릉에 있는 국립수목원은 기초 종에 관한 연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시드볼트라는 야생식물 종자저장고가 있고,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훼손된 생태를 복원하고 보존하는 일을 합니다. 국립세종수목원은 도심 한복판에 있는 수목원이죠. 축구장 90개만 한 면적의 논이었던 곳을 가꾸어나가는 거예요. 사람과 가장 가까운 곳이다 보니 정원·교육에 무게를 두고 있어요.
연구원 시절부터 우리나라에도 국립수목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연구원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막연하게 꿈꿨던 일들이 구체화되고 있어요. 훨씬 잘된 것들도 많고요. 수목원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시작했던 일들이죠. 보전도 처음 해보고, 기초 연구 틀도 만들고, 정원이라는 문화가 들어오면서 수목원법이 제정되고, 도심형 수목원까지 왔죠. 이런 것들이 갑자기 뚝 떨어진 게 아니라, 20여 년 전부터 젊은 연구자들이 모여 꿈꾸고 만들어온 그림에서 파생된 결과예요. 지금도 참 기적 같습니다.”
이유미 원장은 국립세종수목원에서 ‘도심형 국립수목원의 의미’를 만들어가고 있다. 열섬 현상, 미세먼지, 탄소 줄이기, 기온 낮추기 등 식물이 가장 필요한 곳은 역설적으로 도시가 되었다. 코로나19로 조금 더 가속화된 반려식물 트렌드가 이를 보여준다. 이 원장은 이제 공존과 생명 순환을 고민한다. 보기 좋게 개량된 야생 식물들은 열매를 맺지 못하고 매해 버려진다. 심고 버리기를 반복하는 것. 그동안의 정원이 ‘식물 소비’였다면, 이제는 생명이 순환되도록 할 때다. 자연주의 정원이 유행한 배경이기도 한데, 그만큼 이제는 생물 다양성, 다른 생명과의 공존 등이 중요한 화두가 됐다. 한국식 정원은 자연을 들여온다는 점에서 좋은 사례가 된다.
“야생에 있던 식물들이 공원에 들어와 매해 피고 지려면, 나비나 벌 같은 ‘폴리네이터’가 있어야 하거든요. 꽃을 피웠을 때 수분을 해주어야 할 친구들이니까요. 그런데 요즘 꿀벌도 사라진다는 말이 종종 들리죠. 다양한 생명이 함께 깃들어 살아야 하는 거예요. 다양한 생명이 공존하도록 만드는 과정 자체가 사람들에게 위로와 평화가 되어야겠죠.”
야생의 식물이 우리 곁으로 오려면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반려식물로 유명한 식물은 대부분 외국 종이다. 정원과 관련해 화분 같은 소재도 대부분 수입품이다. 이유미 원장은 ‘홍지네고사리’, ‘파초일엽’ 등 우리나라 자생종이 반려식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연구 개발을 하고 있다.
‘실험적인 정원’이라는 뜻의 트라이얼 가든(Trial Garden)도 시도한다. 일명 케이테스트 베드(K-Test Bed) 사업이다. 자생식물이나 우리나라 꽃과 나무로 만든 신품종이 정원 소재로 적합한지 시험하고 평가하는 일이다. 민간 육종가들이 연구한 품종들이 꽃 농사로 이어지도록 연결하는 역할도 한다. 정원식물 전시·품평회는 높은 관심 속에 성황리에 마무리돼 수출까지 이어지려는 참이다.
19세기 영국에서 긴 항해 동안 운반되는 식물을 보관했던 상자 ‘워디언 케이스’(Wardian Case)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가정에서 쓸 수 있는 미니 온실처럼 현대식으로 개량해 특허도 냈다. 아직 판매는 시작하지 않았지만, 집 안에 온실을 만들 수 있는 길을 하나 내었다. 식물과 사람 사이를 더 가깝게 만드는 일이다.
이유미 원장은 “나무를 꼭 친구로 두세요”라는 말을 전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살고 크게 자라는 존재는 ‘나무’다. “수백 년씩 자라 속이 비어가고 굳어가는 나무들도 봄이면 어김없이 말랑말랑한 새싹을 내놓습니다. 그 새싹이 또 꽃을 피워요. 나이가 들수록 자아가 강해지고 고집스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나무처럼 평생 말랑말랑한 느낌을 놓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늘 지나다니는 집 앞, 회사 앞에 어떤 나무가 서 있는지 아세요? 혹시 은행나무 꽃을 본 적 있으세요? 가을이 되어 온몸이 노랗게 물들고서야 ‘은행인가 보다’ 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거예요. 나무 안에 삶도 위로도 나의 모든 것도 있을 수 있습니다. 나무 아래 멈추어 서서 한번 바라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