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100회째. 드디어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오랜 기간 헌혈할 수 있는 건강한 몸을 주신 부모님께 우선 감사드렸다. 코로나19로 헌혈자가 급감한 시기에 이룬 쾌거라 더욱 기쁘다. 대한적십자사가 헌혈자들에게 명예의 전당이라는 제도를 마련한 것은 수혈을 필요로 하는 환자를 살리는 유일한 방법이 헌혈이기 때문이리라. 아무리 과학이 발달했어도 사람의 피를 인공으로 만들지는 못한다. 오직 인간의 몸만이 인간의 피를 만들 수 있다. 게다가 혈액은 살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장기간 보관이 불가능(농축 적혈구 35일, 혈소판 5일)하다. 그래서 적정 혈액 보유량 5일분을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 이런 사정으로 헌혈자가 연간 300만 명이나 필요하다고 한다.
헌혈할 마음이 있다고 헌혈이 다 가능한 것은 아니다. 건강한 몸이 뒷받침돼줘야 한다. 헌혈 가능 연령은 65세까지다. 체중이나 혈압이 적절하고 헤모글로빈 수치도 기준치에 들어야 한다. 문진을 통해 외국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나 약물을 복용한 사람은 일정 기간 헌혈할 수 없다. 임산부도 태아의 건강을 위해 임신 중에는 헌혈할 수 없다. 헌혈을 한 뒤에도 혈액원에서 다시 피를 세밀히 분석 검사한다.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 감염 등 건강하지 못한 혈액은 폐기처분된다.
질병에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피를 수혈하기 위해 헌혈자에 대한 기본 검사가 있다. ‘B형 간염’, ‘C형 간염’, ‘매독’, ‘말라리아’ 항체 검사와 함께 ‘T형 림프구’수치를 조사하고 ‘비예기항체’와 ‘ABO혈액형아형 여부도 체크한다. 추가로 ‘요소질소’, ‘총콜레스테롤’, ‘AST알부민’ 검사도 한다. 이런 까다로운 기준을 다 통과해야 건전한 혈액 자격을 얻어 다른 사람에게 수혈이 된다. 헌혈을 할 수 있다는 말은 다른 말로 건강하다는 의미다. 혈액을 분석하면 그 사람의 건강상태를 알 수 있다. 헌혈도 하고 건강도 체크하고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기다.
‘명예의 전당’ 제도가 여기저기 다양하게 많았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10만 시간을 무사고로 운전한 택시기사, 10만 켤레의 구두를 닦은 구두닦이, 30년을 동네 이장으로 활동한 사람들에게도 명예의 전당에 오를 자격을 주면 어떨까.. 오랜 시간 한 분야에서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은 모두 박수받아 마땅하다.
오늘 헌혈은 나로서는 의미가 깊다. 헌혈을 100회 하면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데 오늘이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 바로 앞 관문인 99회째다. 대한적십자사 혈액원 홈페이지에서 명예의 전당에 오른 사람을 조회해보니 오늘 기준 5136명이고 60대 이상 그룹에서는 253명이 검색되었다. 나는 적십자사 총재로부터 30회 헌혈은장을 받을 때도 50회 헌혈금장을 받을 때도 명예의 전당에 오를 자신은 없었다. 69세까지만 헌혈이 가능한데 그때까지 100회를 채울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영문도 모르는 빈혈이 있다고 헌혈하러 가서 퇴짜를 당하는 경우도 자주 있어서 용기를 꺾었다.
한번은 직장 부하직원과 함께 헌혈을 하러 갔는데 전혈비중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모처럼 함께 와준 직원 앞에서 체면을 구긴 것 같아 창피했다. 변명 삼아 “내가 철분이 부족하다 하니 우리 시장에 가서 순대나 사 먹자” 하고 직원을 꼬드겨 재래시장으로 갔다. 철분이 많을 것 같은 순대와 소, 간 등을 주문해 배부르게 먹었다. ‘이 정도면 이제 철분이 충분해졌겠지’ 하고 내심 만족해했다. 그런데 함께 갔던 직원이 사무실에 와서 “우리 과장님은 아직 철이 덜 들었답니다” 하고 떠들어 영문을 모르는 다른 직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자초지종을 알게 된 직원들이 한발 늦게 웃음을 팡 터뜨렸다. 단체로 헌혈을 하러 가 보면 부적격자로 판정받는 사람이 많다. 헌혈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해서 건강상태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헌혈은 피를 뽑아 남에게 주는 행위다. 타인의 혈액을 받는 사람은 사고나 수술로 인해 피를 공급받지 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 다급한 상황에 있는 이들이다. 아무리 과학이 발전해도 피는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다. 동물의 피를 대신 수혈할 수도 없다. 헌혈은 오직 사람이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사랑의 행위다. 숭고한 희생정신을 높이 사서 세계 모든 나라들이 매혈은 금지하고 있다.
헌혈자는 깨끗하고 건강한 피를 나눠줘야 한다. 나는 언제나 기도하는 심정으로 헌혈을 해왔다. 헌혈 예정 1주일 전부터는 술을 멀리하고 가벼운 운동으로(심한 운동은 안 좋다)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이렇게 관리를 해도 언제나 헌혈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혈액 속 헤모글로빈이 부족해 전혈비중 체크에서 안타깝게 탈락한 적이 많았다. 최근에서야 내 몸의 비밀을 알게 됐다. 내가 고기를 잘 먹지 않아 피를 만드는 원료인 철분이 부족하고 마라톤이나 테니스 등 무리한 운동도 그 원인이 됐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 뒤 고기를 먹으면서 빈혈은 사라졌다.
헌혈 과정도 간단하지 않다. 헌혈하기 전 문진표를 작성하면서 건강체크를 해야 한다. 다음으로 간호사가 혈압과 빈혈 테스트를 하고 해외여행 경험, 먹고 있는 약, 최근 다녀온 병원 등을 물어보고 헌혈하기에 적합하다는 판단이 되면 바코드가 있는 팔목밴드를 손목에 감아준다. 순서를 기다리다 호명이 되면 물 한 컵 마시고 심호흡을 크게 하고 헌혈 베드에 오른다. 매회 경험하는 감정이지만 헌혈 주삿바늘이 팔에 꼽힐 때까진 좀 두렵다. 간호사의 실수로 주삿바늘이 혈관을 관통해 근육을 찌른 경우도 있고 잘못 꼽아서 다시 한 적도 있다.
헌혈이 끝나면 모두 전산화되기 때문에 헌혈 후 유의사항이 문자로 온다. 내 혈액이 지금 어떤 과정을 거치고 있는지도 조회하면 알 수 있다. 채취된 혈액은 혈액원에 전달되어 다시 정밀검사를 거쳐 안전하다고 판정이 되면 수혈에 사용된다. 검사 결과도 검색하면 알 수 있다. 혈액은 장기간 보관이 불가능해(농축 적혈구 35일, 혈소판 5일) 적정 보유량인 5일분이 항시 있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헌혈자가 눈에 뛰게 줄었다고 한다. 비축 혈액량이 3~4일분에 불과하다는 혈액원 안내판을 볼 때면 살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불안하고 안타깝다. 외국에서 혈액을 수입하지 않으려면 연간 약 300만 명의 헌혈자가 필요하다. 여기에 동참하는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 곧 명예의 전당에 오를 걸 생각하면 흐뭇하다.
잠깐 시간을 내 타인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헌혈. 하지만 ‘헌혈은 건강에 좋지 않다’, ‘헌혈하다 감염됐다고 하더라’ 하는 잘못된 소문과 편견으로 참여를 망설이게 되곤 한다. 안심하고 헌혈을 해도 괜찮은 걸까. 헌혈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본다.
◇헌혈을 하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
헌혈을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는 건강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헌혈로 인해 몸 속 혈액량이 줄어들면 건강에 무리가 없을까. 정답은 ‘헌혈로 인해 몸 속 혈액량이 줄어도 건강에는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리 몸에 있는 혈액량은 남성의 경우 체중의 8%, 여성은 7% 정도다. 이를테면 체중이 60㎏인 남성의 몸 속에는 약 4800㎖의 혈액이 있고, 50㎏인 여성은 3500㎖ 정도의 혈액을 갖고 있다. 몸 속 혈액량의 15%는 비상시를 대비한 여유분으로, 헌혈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건강에 큰 무리가 없다.
또한 우리 몸에서는 매일 일정량의 혈액이 생성돼 헌혈 후에 혈액과 혈장은 24시간 이내, 적혈구수는 수주 이내에 헌혈 전 상태로 회복된다. 따라서 건강한 성인이라면 헌혈 당일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휴식을 취한다면 320㎖ 또는 400㎖ 정도의 헌혈은 일상생활이나 건강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안심하고 헌혈에 참여해도 된다.
◇헌혈을 통해 감염병에 걸릴 수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 발생하면 헌혈을 통한 감염 우려로 헌혈 참여가 위축되곤 한다. 하지만 메르스(MERS), 사스(SARS) 등 호흡기 바이러스는 혈액을 매개로 전파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또한 수혈로 전파된 사례는 없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 채혈바늘, 혈액백 등 헌혈에 사용하는 모든 기구는 무균 처리되며, 한 번 사용 후 전부 폐기 처분하기 때문에 헌혈로 인해 다른 질병에 걸릴 위험은 없다.
헌혈의 집 및 헌혈 카페 방문을 통한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채혈 현장에서 근무하는 모든 직원의 체온 및 호흡기 증상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또한 채혈현장의 모든 시설과 기기를 매일 소독하고 있으며, 월 1회 소독을 실시하는 등 방역관리를 강화해 채혈현장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채혈관련 직원과 헌혈자에게 마스크를 착용하게 하는 등 안전조치를 더욱 강화했다.
◇헌혈로 이윤을 추구한다?
혈액사업에 대해 많은 이가 가진 오해 중 하나는 국민들로부터 무상으로 제공 받은 혈액을 혈액원이 돈을 받고 병원에 공급해 이윤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혈액원이 병원에 수혈용 혈액을 공급할 때 받는 금액은 채혈된 혈액이 의료기관으로 공급되기까지 혈액의 안전성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채혈비, 검사비, 헌혈자 관리비 등을 보상하기 위한 수가이다.
또한 혈액관리법에 의하면 혈액 및 헌혈증서는 매매가 금지돼 있다. 혈액관리법 제3조 제1항은 “누구든지 금전, 재산상의 이익 기타 대가적 급부를 주거나 주기로 하고 타인의 혈액(제14조의 규정에 의한 헌혈증서를 포함한다)을 제공하거나 이를 약속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혈액과 헌혈증서를 사고파는 것은 위법 행위이며 관련법규에 의해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혈액을 다른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헌혈증서는 수혈을 받는 자가 해당 의료기관에 제출하면 혈액관리법 시행규칙 제17조제3항에 따라 진료비의 수혈비용 중 본인부담금액을 공제 받을 수 있다.
현재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가 혈액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혈이 필요한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는 많은 국민이 순수하고 아름다운 실천인 헌혈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과 함께 헌혈에 참여함으로 소중한 생명나눔의 가치를 실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오늘 ‘헌혈의집’을 방문해보니 헌혈자가 없어 썰렁하다. 간호사들이 쌍수를 들어 나를 반긴다. 종전 같으면 대기표를 뽑고 기다렸다가 헌혈을 했었는데 오늘처럼 대기자가 한명도 없었던 적은 없었다. 아마 코로나-19여파로 헌혈자가 감염을 우려해 헌혈의 집을 찾지 않는 것 같다. 헌혈을 하고 있는 내내 겨우 3명이 더 들어왔을 뿐이다. 혈액은 사고 시 긴급하게 필요하므로 3일치의 여유분이 항시 필요하다고 혈액원에서 밝혔다. 앞으로 혈액부족이라는 초유의 비상사태가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혈액원에서 헌혈을 독려하는 홍보방송도 여러 번 했지만 코로나-19의 공포감에 사람이 모이는 곳에 가지 않으려는 심리가 더 크게 작용한 것 같다.
헌혈의 집은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곳이다. 출입 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가 없고 입구에서부터 손 소독을 먼저하고 체온측정을 하여 양호해야 입장할 수 있다. 발열 및 호흡기 증상(기침, 가래, 인후통 등)이 있어도 헌혈은 불가하다. 헌혈 후 14일 이내 코로나 유사증상이 생기면 즉시 CRM센터(1600-3705)로 연락을 하도록 안내한다.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 헌혈하러 갈 이유도 만무하다. 아직까지 헌혈의 집에서 감염환자가 나왔다는 말은 없다.
나는 주기적으로 헌혈을 하고 있다. 오늘로 94회 헌혈을 했다. 헌혈을 30회 하면 대한적십자사에서 주는 은장을 받고 50회하면 금장을 받는다. 100회를 넘기면 자랑스러운 헌혈자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다. 나는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고 싶다. 남을 위해 몸으로 보시한다는 심정이다.
헌혈은 하고 싶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헌혈 전에 문진과 검사를 통해서 건강하지 않으면 받아주지 않는다. 설령 헌혈을 했다고 해도 혈액원에서 엄정한 정밀검사를 실시하여 양호한 경우에만 다른 사람에게 수혈이 된다. 헌혈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또 다른 증거다. 혈액원에서 무료로 혈액검사 결과를 알려주는 것도 자신의 건강을 체크하는데 도움이 된다. 혈압, 맥박, 빈혈검사는 헌혈 전에 하지만 헌혈 후에 혈액원에서 정밀검사를 통해 내 핏속의 총단백의 함량은 물론 콜레스테롤, 알부민, 효소의 일종인 AST, 신장기능의 지표인 요소질소검사까지 통보받는다.
내가 주기적으로 헌혈을 하는 또 다른 이유는 피의 존귀함을 알기 때문이다. 피는 사람 생명의 다른 말이다. 사람 몸에 피가 돌지 않으면 우리는 살 수가 없다. 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사람 피를 실험실에서 만들 수 없다. 짐승의 피를 사람 몸에 수혈하면 사람이 죽고 사람의 피를 짐승에 수혈해도 안 된다. 사람에 헌혈하는 피는 오직 사람이 사람만을 위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귀한 사람사랑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잠시 시간을 내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헌혈에 동참하는 것도 좋겠다.
60대 전직 교사가 400차례나 헌혈을 해 화제다.
대한적십자사 충북혈액원은 전직 기술교사인 이상일(67ㆍ사진)씨가 지난 21일 청주시 상당구 헌혈의 집 성안길센터에서 400회째 헌혈을 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로써 지금까지 도내 400번째 헌혈자는 이씨를 포함해 3명으로 늘었다.
1994년 청주시 상당구 청석고등학교에서 제자와 함께 헌혈에 동참한 이씨는 이후 20년 동안 꾸준히 혈액나눔을 실천해왔다. 2009년 9월 30일 300회 헌혈 기록을 세웠으며 4년 5개월동안 100번의 헌혈을 더해 대기록을 세웠다.
그가 지금까지 헌혈한 혈액을 모두 합하면 16만㎖로, 1.5ℓ 페트병 100병이 넘는 양이다. 5년 전 교직생활은 그만 둔 이씨는 헌혈이 가능한 69세까지 계속 헌혈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