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용어에 ‘한계효용(marginal utility)체감의 법칙’이 있습니다. 하나가 추가될 때마다 얻는 효용(만족감)은 줄어든다는 경제 용어입니다. 경제학자들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배고픈 사람이 첫 번째 빵을 먹을 때는 큰 만족감을 느끼지만 2개3개 4개를 계속 먹어 갈수록 만족감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배가 불러 올수록 더 이상 빵에 대한 호기심이나 갈구하는 마음이 줄어듭니다. 그러나 세상은 빵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배우고 채워도 질리지 않는 신기한 것들이 많습니다. 세상은 호기심을 유발하는 진기명기한 일들이 즐비합니다.
나이를 먹으면 원만한 것은 보고 듣고 느끼고 해도 어지간해서는 감동하지 않습니다. 어린아이는 새로운 것을 늘 보니 기뻐서 하루 800번을 웃지만 어른은 하루 8번 웃기도 어렵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궁금한 것이 많아서 어른들에게 계속 질문 합니다. 하지만 어른들은 어지간해서는 그러려니 하고 스스로 답을 얻고 말지 궁금해서 또는 호기심으로 질문하지 않습니다. 알고 싶은 욕망이 강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여주 신륵사에 선배님을 모시고 갔습니다. 선배님은 다리가 아프신지 “신륵사 절이라고 뭐 다르겠어. 절 다 그렇지 뭐 나 여기서 쉴 테니 자네들끼리 다녀오게 ” 하면서 벤치에 주저앉습니다. 불과 300m만 가 면 절 구경을 할 거리에서 멈추어 버립니다. “선배님 나와 함께 천천히 올라가시지요.”했더니 손사래를 칩니다. 표정을 보니 확실히 가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절 구경이 궁금하지도 않고 흥미도 없습니다. 처음에는 선배님이 착실한 기독교신자 여서 절은 싫어하나보다고 만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선배님의 마음에는 사찰의 대웅전이나 부처님에 대한 호기심이 없습니다. 호기심이 없어지면 생각은 고루해지고 마음은 늙어가고 몸은 움직이는 것을 멈추려합니다. 물론 모든 사찰의 부처님은 대동소이합니다. 크게 보면 같지만 쪼개어 살피면 다 다릅니다. 누워있는 부처도 있고 받침대의 모양이나 앉은 위치 크기도 다 다릅니다. 나이 들면서 그러려니! 그럴 거야! 하고 질문을 닫아버리는 순간 우리의 뇌는 이미 늙어 감을 인정해야 합니다. 소녀들은 돌 굴러가는 것을 보고도 까르르 웃습니다. 하지만 나이 들면 바위가 굴러가도 겁만 먹을 뿐 즐거워 웃지 못합니다. 개그맨이 직업적으로 웃겨도 팔짱을 끼고 ‘웃기려면 웃겨봐라’ 노려보며 시큰 둥 합니다.
필자는 스스로 호기심을 만들어 냅니다. 카톡으로 자식들한테 문자나 그림을 날리면서 이놈 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해 합니다. 예상한 반응을 보이면 재미있습니다. 오늘만 해도 도서관에 유지송님이 쓴 ‘은퇴달력’이라는 책이 철학 분류기호인 100번을 달고 있습니다. 뭔가 이상합니다. 왜 틀린 분류표 명찰을 달았는지 궁금합니다. 호기심이 발동하여 전문가인 사서 도서관 직원에게 300번 대의 사회분류표를 달아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금방 알아듣고 잘못을 시인합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실수로 잘못한 것일 뿐입니다.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그 사람이 살아온 과거 이야기도 궁금하고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를 듣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오늘 커피를 나눈 분은 젊어서 건설업에 종사했는데 시골에 한옥 황토방을 만들어 귀향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흥미진진한 건설현장 이이야기도 듣고 황토방의 좋은 점을 터득합니다. 책에 없는 호기심을 채워주는 좋은 이야기는 경험한 사람에게 직접 듣는 방법 밖에는 없습니다. 그러려면 상대방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야 합니다.
늙어가는 잣대는 바로 호기심이 얼마나 있느냐 입니다. 궁금하지 않고 알고 싶은 것이 없으면 즐거움도 없습니다. 공자님 말씀에도 ‘배우고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라고 했습니다. 이것이 현대판 평생학습입니다. 호기심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은 온통 호기심 천국입니다. 우리에게 호기심이 있는 한 우리는 영원한 청춘입니다.
청소년기는 필자의 영혼이 가장 순수하던 시절이었다. 그보다 어린 시절은 철이 없었고,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어서는 힘들게 거센 파도와 싸워야 했다.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 처자식을 위해 밤낮없이 뛰고 또 뛰었다. 이제 흰 머리 희끗희끗한 이순의 나이가 되어 생각해 본다. 그렇게 살아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다름 아닌 맑은 영혼의 시기에 습득했던 한권의 책이 아니었나 싶다
⃟ 전율을 느끼며 보았던 한 권의 책
학교 도서관에서 빌린 손때 묻은 책 한권, 그것은 다름아닌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가 썼다는 “명상록‘이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로마제국의 오현제 중 한 사람으로서 로마제국의 번성기를 누렸던 시대에 마지막 황제였다. 재임 기간의 거의 대부분을 전쟁터에서 보낸 그는 전쟁터에서 틈틈이 자신에게 보내는 내용의 글을 써서 후대에 ’명상록‘이라는 책을 남겼다. 우리나라 이순신 장군도 전쟁하는 전쟁터에서 일기를 쓰셔서 ’난중일기‘라는 책으로 귀중한 자료로 남겨졌듯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총 12권의 책을 남겼다. 평범한 사람도 책 한 권 쓰기가 어려운데 그것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 전쟁터에서 이러한 글을 남겼다는 자체가 범상치 않음을 느낀다.
⃟ 12권의 책 속에 인생의 길이 담겨 있어.
12권의 책은 배움, 인생, 운명, 죽음, 인간의 본성, 자연의 원리와 법칙, 우주의 지배적 이성, 선과 악, 자연에 순응하는 생활, 사회적 존재 영혼에 대하여, 도덕적 삶에 대하여 등 인생을 살아가는 지침서요 나침판의 역할을 하는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필자가 감명을 받았던 수많은 글들이 있지만, 그중 몇 문장만 요약해 본다
제4장 죽음에 대하여
출생과 마찬가지로 죽음 또한 자연의 신비이다. 출생은 원소의 결합이며, 죽음은 바로 원소의 분해인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죽음은 수치스러운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죽음은 이성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본질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며, 육체 구성의 논리에도 어긋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의 영혼이 죽은 후에도 모두 소멸하지 않는다면 대기는 태초 이래의 그 엄청난 영혼들을 어떻게 수용해 왔을까? - 중략- 그 영혼들은 대기 속에서 잠깐 머문 후에 불로 변하여 우주의 창조적 본원(本源)으로 돌아가, 다른 영혼에게 자리를 내주는 것이다
죽어가는 환자들을 눈살을 찌푸린 채 진찰하곤 했던 많은 의사들 역시 죽어갔음를 기억하라.
당신과 가까이 지냈던 사람들도 하나씩 죽어갔음을 기억하라. 한 사람이 다음 사람을 묻어 주었고 그 사람은 또 다른 사람에 의해 파묻혔으며 그 사람도 또 다른 사람에 의해 무덤에 묻힌다. 요컨대 인생이 얼마다 허망하고 보잘것없는 것인가. 어제까지만 해도 피가 돌았는데 내일이면 미라나 한 줌의 재로 변해 버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얼마 안 되는 지상에서의 시간을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고, 편안한 마음으로 당신의 여정을 마치도록 하라.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저 원헤정 옮긴 ‘청소년 명상록’ 글에서 >
⃟ 황제가 전해준 감동
동양의 진시황은 영생불멸하고자 온 신하를 세상에 보내어 ‘불로초’를 구해오도록 했다고 배웠다. 원래 사람이란 삶에 대한 욕구가 있어 일찍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어떠한 약을 구해 먹든지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살고 싶어 한다. 평범한 범인들의 모습이 이럴진대 높은 권력을 소유한 권력자들은 어땠을까? 진시황처럼 그 오랜 권력과 삶을 간구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일 텐데 로마제국의 황제는 우리의 그런 편견을 깨어 버렸다. 그리고 죽음을 자연의 한 일부로 받아들이고 순응하라 말한다. 순응하며 자신의 여생을 편안하게 마치라고 한다. 어디 황제가 할 수 있는 말인가? 필자에게 감명을 주었고 지금껏 설렘을 주었던 이 12권의 책은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필자뿐 아니라 수 많은 사람에게도 인생에 지침서로 기억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말한다. 자연에 순응하며 편안하게 여정을 끝 마치라고 .....
올해 8월은 참 무더웠습니다. 낮에는 ‘하늘의 불타는 해가 쇠를 녹인다’는 글귀가 실감될 만큼 폭염이 혹심했고, 밤에는 기록적인 열대야가 이어졌습니다. 게다가 리우올림픽까지 열려 12시간 차이 나는 지구 반대편의 경기를 시청하느라 밤잠을 설쳐야 했습니다. 잠의 중요성을 알게 해준 계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9월, 글 읽기 좋고 잠자기 좋은 계절입니다. 원래 글과 잠은 상극인데, 이 둘을 함께 생각하게 하는 자연질서와 그 변화가 오묘합니다. 졸지 않으려고 머리카락을 대들보에 묶고 허벅지를 송곳으로 찌르며 글을 읽었다는 현량자고(懸梁刺股)의 고사가 있습니다. 중국 전국시대의 종횡가(縱橫家) 소진(蘇秦)은 ‘송곳으로 넓적다리를 찔러 피가 발까지 흐르도록’ 열심히 글을 읽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뭔가를 성취하려 하거나 남보다 앞서고 싶은 사람은 잠을 줄여야 합니다. 어떤 분야든 최고 수준의 실력자가 되려면 1만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는 ‘1만 시간의 법칙’에도 잠을 줄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나폴레옹은 하루 3~4시간밖에 자지 않았다거나 발명왕 에디슨은 친구와 점심을 먹으면서도 잤다는 이야기는 효율적인 잠의 중요성을 알려줍니다.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는 남들보다 덜 자고 남들보다 더 일한 아침형 인간의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핀란드에는 ‘잠꾸러기의 날’인 7월 27일, 가족 중 가장 늦게 일어나는 사람에게 물을 끼얹거나 바다나 호수에 빠뜨리는 풍습이 있습니다. 17세기부터 내려오는 이 풍습은 잠과 게으름을 경계하면서 하루를 함께 시작하자는 독려의 뜻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숙면(熟眠) 안면(安眠) 정면(靜眠) 쾌면(快眠)이며 게으르게 잠만 자는 타면(惰眠), 노곤해서 잠을 많이 자거나 계속 조는 기면(嗜眠), 잠이 잘 오지 않는 실면(失眠), 잠을 자지 못하는 불면(不眠)을 조심해야 합니다. 술꾼들이 헤어나지 못하는 취면(醉眠) 습관도 경계해야겠지요. 흔히 “잠이 보약”이라거나 “잠이 약보다 낫다”(Sleep is better than medicine.)고 말합니다. 건강 장수에 중요한 것 세 가지로 쾌식 쾌변과 함께 쾌면을 꼽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시인 박희진(朴喜璡·1931~2015)의 ‘잠을 기리는 노래’는 5개 연으로 이루어진 제법 긴 시입니다. 마지막 연은 이렇게 돼 있습니다. ‘오라 잠이여, 목숨의 자양이여, 한껏 부드러이/씨거운 살의 목마름을 풀어주곤 어둠과 함께 사라지는 감로수./너를 마셔야 피가 잘 돌아/슬픈 연인들이 얼싸안은 팔다리엔/진한 모란의 향기가 흐르고,/아기들은 자라나니 너의 품 속에서,/밤에 자라나는 식물들처럼./또 새우등의 늙은이에겐/백발을 하나 더 늘게도 하나,/미래를 점치는 슬기의 꿈을 베풀기도 하는 너,/잠이여 오라.’
잠은 휴식이면서 평화입니다. 프랑스 화가 앙리 루소의 작품 ‘잠자는 집시’(1897)에는 사막에 누워 잠든 집시여인과, 여인이 죽었는지 자는지 살피는 사자가 그려져 있습니다. 루소는 작품의 부제에 ‘아무리 사나운 육식동물이라도 지쳐 잠든 먹이를 덮치는 것은 망설인다.’고 썼습니다.
누구든지 잠자는 모습은 평화롭고 성스럽기까지 합니다. 순진하고 무구한 어린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소파 방정환은 잠자는 어린이의 얼굴에서 사랑스러운 하느님의 얼굴을 만납니다. 그의 ‘어린이 예찬’을 읽어 봅니다. “어린이가 잠을 잔다. 내 무릎 앞에 편안히 누워서 낮잠을 달게 자고 있다. (중략) 고요하다는 고요한 것을 모두 모아서, 그중 고요한 것만을 골라 가진 것이 어린이의 자는 얼굴이다. 평화라는 평화 중에 그중 훌륭한 평화만을 골라 가진 것이 어린이의 자는 얼굴이다. (중략) 어린이의 잠자는 얼굴은 고요하고 평화롭다. 고운 나비의 날개, 비단결 같은 꽃잎, 이 세상에 곱고 부드럽다는 아무것으로도 형용할 수 없이 보드랍고 고운, 이 자는 얼굴을 들여다보아라.”
잠은 망각이기도 합니다. 괴테의 ‘파우스트’ 제2부는 해 질 무렵 아름다운 자연 속에 잠이 든 파우스트의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파우스트는 이 잠을 통해 제1부에서 저지른 잘못과 양심의 가책을 망각함으로써 새로운 인간으로 되살아납니다. 그 잠은 망각을 통한 치유와 갱생의 잠입니다. 괴테는 파우스트가 신생을 맞는 계기로 잠과 망각이라는 중요한 장치를 설정했습니다. 치유와 갱생을 얻지 못하고 깨어나지 못하는 영면(永眠)은 곧 죽음입니다.
미국작가 워싱턴 어빙의 단편소설 ‘립 반 윙클’은 20년 동안 잠을 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영국의 조지 3세가 통치하던 시절 사냥하러 산에 갔던 사람이 이상한 경험을 한 후 낮잠을 한숨 자고 마을에 내려와 보니 모든 것이 변해 있었습니다. 아내는 이미 죽었고, 세상은 조지 워싱턴이라는 대통령의 시대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아내의 죽음은 제국주의 영국의 몰락을 뜻한다는데, 어쨌든 립 반 윙클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세상에 크게 뒤떨어진 사람을 일컫는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이번에 글을 쓰면서 알았지만, 우리 속담에 “소대성이처럼 잠만 잔다”는 게 있습니다. 18세기 후반에 등장한 영웅소설 <소대성전(蘇大成傳)>에 자신을 알아주던 승상이 죽자 실의에 잠긴 소대성이 모든 일을 폐하고 잠만 자는 데서 파생된 말입니다. 소대성은 시련을 딛고 도술을 익혀 나라에 큰 공을 세우고 부귀영화를 누리는 인물입니다. 그의 잠은 립 반 윙클의 잠과 다릅니다. 무엇인가를 예비하면서 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리는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수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삼고초려를 통해 제갈량을 모신 유비가 세 번째 찾아갔을 때 제갈량은 낮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그 낮잠은 유비의 인물 됨됨이와 자신에 대한 성의를 재보기 위해 미리 계획된 행위라는 해석이 유력합니다.
어떻게 잠을 자고 무슨 꿈을 꿀 것인가. 청년에게는 청년의 왕성한 잠과 화려한 꿈이 있고 시니어들에게는 또 그들과 다른 잠과 꿈이 있습니다. 시니어들의 잠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건강과 휴식입니다. 중요한 만큼 더욱 더 잘 계획되고 정리돼야 합니다. 짧고 깊게, 혹시 길더라도 깊게 자야 합니다.
청마 유치환의 시 ‘바위’는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로 시작해서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두 쪽으로 깨뜨려져도/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로 끝납니다. 불의에 항거하면서 위선 앞에서 당당하고 진리와 진실을 덮는 권력에 떳떳한 인간의 절대의지를 형상화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나는 이 시를 겸손과 절제를 강조하는 수사(修辭)로 읽고자 합니다. 유치환의 ‘바위’는 시니어들의 삶에 중요한 메시지가 아닌가 합니다. 짧고 깊게, 꿈꾸더라도 노래하지 않고 평안하게 새로운 계절 가을을 맞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임철순(任喆淳) 이투데이 이사 겸 주필
고려대 독문과,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졸. 한국일보 편집국장 주필,
이사대우 논설고문 역임, 현재 자유칼럼그룹 공동대표, 한국언론문화포럼 회장, 한국1인가구연합 이사장.
나이 들수록 지식을 뽐내기보다는 지혜(智慧)를 나누고 덕(德)을 베풀었을 때 자연스레 교양이 묻어난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지혜와 덕은 하루아침에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닐뿐더러, 교과서나 시험도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인생의 큰 숙제와 같다. 해결하는 방법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그동안의 소양과 더불어 끊임없이 공부하며 그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체력(體力)이다. 몸이 건강해야 정신과 마음이 건강한 상태로 오랫동안 인생 공부를 해나갈 수 있겠다. 교양 있는 중·장년의 삶을 위해 ‘지덕체(智德體)’를 향상할 수 있는 배움의 장을 살펴봤다.
◇ Chapter 1. 평생교육원에서 智 학점 올리기
학점은행제, 총장 명의, 교육부 장관 명의 등의 방법으로 학점을 이수하는 학사학위과정을 비롯해 국가공인 자격증 과정, 비학위 교양 강좌 등을 등록할 수 있다. 1984년 이화여자대학교 봄 학기 개강을 시작으로 현재는 대부분의 대학이 각 학교의 특성에 맞는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중·장년에게 유익할 만한 수업 몇 가지를 소개한다.
△ 이화여대 글로벌미래평생교육원 '시니어 컨설턴트'
100세 시대의 사회 상황과 변화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인생 후반기 생활 설계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의 교육을 제공한다. 자신을 위한 행복 노후 설계뿐만 아니라 나아가 타인의 삶을 지도할 수 있는 컨설턴트로서의 역할을 목표로 한다.
강의 정보 주 1회 15주 과정, 수강료 40만원
세부 커리큘럼 매력 있는 시니어 이미지 메이킹/ 행복의 느낌 찾기/ 인간관계 명품의 법칙/ 음식을 통한 건강관리 웰빙 장수 웃음법 등
△ 서울대 평생교육원 '고령사회의 웰다잉 전문가'
웰다잉(죽음 준비) 교육을 통해 죽음을 주체적으로 준비하고 대면할 수 있는 지적, 정서적, 영적 자세를 갖출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젊은 세대에 비해 죽음이 가깝고, 노년 세대에 비해 더 긴 시간 동안 죽음에 대해 준비할 수 있는 중·장년 세대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강의 정보 주 1회 15주 과정, 수강료 50만원
세부 커리큘럼 교양 강의 3주 + 성찰 강의 3주 + 결정 강의 8주 + 마무리 1주
△ 고려대 평생교육원 '품위 있는 글로벌 매너와 이미지 메이킹'
사회생활을 하면서 알아야 할 기본 생활 예절과 비즈니스 매너, 우아한 식사를 위한 테이블 매너, 상황별 표현법과 호칭, 해외 여행 예절 등을 학습한다.
강의 정보 주 1회 15주 과정, 수강료 30만원
세부 커리큘럼 동·서양 식사, 음주 예절, 다도(茶道)와 이미지 컨설팅/ 글로벌 여행 예절(비행기, 호텔, 팁 등)/공연장 등 공공장소 예절/ 젊은 뇌 유지 비결과 스피치 훈련 등
△ 아주대 평생교육원 '부동산경매투자비법'
노후 대비를 위해 부동산 투자에 대한 확실한 학습을 원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부동산경매투자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론과 그에 필요한 전문 지식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다. 임장활동을 중심으로 입지와 공법상의 제한내용, 시가 등을 분석한다.
강의 정보 주 1회 15주 과정, 수강료 40만원
세부 커리큘럼 매수인이 꼭 알아야 할 경매절차/ 주택 임대차보호법 해설/ 좋은 물건의 선정과 임장활동방법/ 낙찰 후 사후 관리 등
△ 동국대 평생교육원 '여행 작가'
사진작가 신미식, 시인 이문재, 출판인 김산환, 음악평론가 임진모, 여행작가 유연태, 변종모, 우지경, 세계일주 여행가 안병일 등이 여행기 쓰기, 여행사진 촬영, 여행서 출간하기 등에 대해 강의한다. 수료 후에는 동기끼리 공동 사진전을 갖고 문집도 펴낼 기회가 주어진다.
강의 정보 주 1회 15주 과정, 수강료 58만원
세부 커리큘럼 사진 장비의 선택과 활용/ 나는 이렇게 취재를 한다/ 도전! 여행 파워블로거/ 내 글을 어떻게 퇴고할까?/ 길 위의 인문학 등
숙명여대 평생교육원 ‘역사문화’반 44학기 개근생 홍인숙(84)씨
“머리가 아닌 마음에 남아야 진짜 인생 공부”
숙명여대 평생교육원에 다니는 홍인숙씨는 무려 44학기를 이수하고도, 45학기째 수업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일반 4년제 대학을 졸업하려면 총 8학기를 이수해야 하는데, 그것의 5배가 훌쩍 넘는 시간을 ‘역사문화’ 공부를 해온 것. 20년 넘게 한국사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서양 역사에 대해 배웠지만 여전히 수업이 흥미롭다는 그녀다.
홍씨는 “내가 젊었을 때는 평생교육원이니 문화센터니 하는 배움터가 없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그런 프로그램이 참 많잖아요. 뭐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찾아서 배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그러니 괜히 노인정에 들락거리는 것보다 무엇이든 배우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해서 평생교육원을 다니게 됐어요”라며 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녀에게 공부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홍씨는 “대단한 목표를 가지고 뭔가를 이루려고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거창한 의미는 없어요. 그저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 내가 어떠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거죠”라며 “무엇보다 이 나이에 학교에 간다고 하면 마음부터 젊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라고 말했다.
44학기를 이수하며 그녀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풍부한 역사적 지식도 쌓을 수 있었지만 오히려 마음에 남은 것이 더 많다는 홍씨. “나이를 많이 먹으니까 내용은 많이 잊어버려요. 남에게 가르쳐줄 수 있는 지식보다는 내가 느끼는 행복, 즐거움이 더 크게 남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공부해온 것 같아요. 지금도 문화센터에서 수필 강의를 듣는데 컴퓨터를 다루지 못해 글을 쓰지는 않아요. 수업 듣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니까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강의를 듣는 시간만큼은 선생님의 말씀에 집중하고, 철학적인 이야기에 공감하기도 하죠.”
홍씨는 지난해 ‘민화 그리기’ 수업을 신청했다가 몸이 아픈 바람에 참여하지 못했다. 올해는 평생교육원 ‘역사문화’ 45학기를 다니며, ‘민화 그리기’에 다시 도전하고 ‘라틴 음악’에 대한 강좌도 찾아볼 예정이다. “몇 학기까지 다닐 계획이냐”는 질문에 그녀는 답한다.
“건강이 허락하는 그날까지!”
금수저를 가지고 태어났어도 노력하지 않으면 지킬 수 없는 게 돈이다.
은행권에서는 금융자산 10억원, 평균 재산 50억원 정도가 있으면 VVIP 자산가로 본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18만2000명이 여기에 속한다. 대체로 서울 강남, 서초, 송파, 양천과 경기 분당, 동탄, 일산에 가장 많은 부자가 사는 것으로 집계됐다.
자산가들은 자신의 수입과 지출을 정확히 파악하고 불필요한 지출은 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신문 잡지를 통해 세계 경제 흐름을 파악하고, 의식주 행락에 대한 관심도 놓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자산가는 손주한테 우아하게 지갑을 여는 것보다 경제교육에 소홀히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손주에게 무조건 좋은 선물, 지갑을 크게 여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며 “올바른 경제관념은 손주아이 스스로 미래를 준비하는 힘을 길러주므로 돈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돈을 벌어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생각하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자산가들은 분명 일반인들과 다른 공통적 습관이 있었다. 청국장 한 그릇을 먹기 위해 먼 곳을 가는가 하면 커피숍에서 커피 한 잔을 둘이서 나눠 마시는 등 아낄 때는 최대한 아끼고 써야 할 곳에는 과감히 용단을 내린다.
인생의 오후를 여유롭게 유유자적 지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번 돈을 사회적으로 의미있게 사용하는 태도가 강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신동일 KB국민은행 도곡 PB센터 부센터장과 4명의 자산가에게 질문, 용돈관리의 결정적 오류에 관한 실체적 담론을 짚어봤다.
신동일 KB국민은행 도곡PB센터 부센터장은 20년 넘게 KB국민은행에서 퇴직연금과 프라이빗뱅킹(PB)을 담당하면서 KB국민은행 최초 국은인상 2회 수상, 카드 2만500장 신규 유치, 보험 700억원 이상 판매라는 누구도 따라잡기 힘든 화려한 이력을 쌓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는 대한민국 1퍼센트 부자들의 삶에 그 누구보다도 가까이 자리하면서 돈을 다루는 그들의 마음과 태도를 배울 수 있었다. 그 경험은 베스트셀러 를 비롯한 다수의 저서로 만들어져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기도 했다. 부자를 가장 잘 아는 그가 말하는 ‘부자의 법칙’을 들어보자.
신동일 KB국민은행 도곡 PB센터 부센터장은 인터넷에 ‘신동일 꿈발전소’라는 자신의 사이트를 개설하여 스스로를 꿈발전소 소장으로 부르고 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경제독립을 이뤄야 하는 법이다. 그가 운영하는 꿈발전소는 맨손으로 자수성가한 존경받는 1퍼센트 부자와 행복한 부자들을 명예이사로 위촉하여, 그들에게 직접 배우며 부자의 꿈을 현실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50만원을 쓰느냐 50만원을 채워 넣느냐의 차이
“한 회장님이 해주신 얘기가 기억납니다. 그분은 과거에 바이어와 약속을 잡았는데 차가 밀려서 약속 시간 단 5분이 늦어지는 바람에 1년 매출의 절반을 버려야 했던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이후부터는 약속 시간 5분 전이나 10분 전으로 설정하지 않고, 반드시 15분 전으로 해서 여유 있게 사람을 만나는 습관을 가지게 됐다고 하죠.”
부자가 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것으로, 그는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습관은 돈을 대하는 마음에서부터 다르게 접근함으로써 갖게 된다.
“한 공무원이 휴가를 내고 찾아온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는 월 소득이 적지 않았고 정년이 7년 정도 남아 있었는데 내 집 장만을 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금융자산은 2000만원에 불과했죠. 그동안 푼돈을 소홀히 다룬 게 원인이었던 겁니다. 백 원 단위의 거스름돈을 한번도 받아 본 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부자들은 돈을 1원 단위로 생각하면서 살아갑니다. 많은 사람들이 푼돈 관리를 잘 못하는 걸 보면, 그런 작은 부분에서부터 부자와 보통 사람은 차이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푼돈 관리뿐만이 아니다. 돈을 만드는 사람과 못 만드는 사람은 큰 돈을 보는 관점에서도 차이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예를 들어 정기예금을 만들기 위한 950만원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 보통 사람들은 거기서 50만원은 쓰고 900만원을 예금으로 운용하기 마련이란다. 그러나 부자들은 어디서든 50만원을 가져와서 1000만원짜리 정기예금을 만든다고 한다. 간단한 차이처럼 보여도 습관으로 몸에 배지 않으면 실행하기 힘든 일이다.
성공 습관을 장착하고 유지하는 것이 중요
신 부센터장은 그래서 ‘마이 라이프 북’을 만들었다. 자신의 꿈과 목표를 적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체계적인 도움을 주게끔 도와주는 다이어리다. 다이어리에는 로드맵을 3년, 5년 단위로 작성하는 것과 수입 및 지출 파악, 다양한 종잣돈 마련 계획 설정 등 돈을 모으고 활용하는 데 있어 세부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물론 1퍼센트 부자들을 만나온 신 부센터장의 노하우가 그 안에 녹아들어있다. 그가 다이어리에 적용한 부자들의 성공 노하우는 크게 다섯 단계로 볼 수 있다.
첫 번째 단계는 ‘수입-지출?1원’ 이상이 되는 것이다. 다양한 지출이 넘쳐나는 현대에 매월 마이너스가 아닌 생활을 하는 것은 의외로 쉽지 않다. 그는 수입을 늘리거나 지출을 줄이거나 2가지 중 한 가지라도 잘 해야 이룰 수 있다고 단언하며, 현실적으로 당장 소득을 늘리기는 어렵기 때문에 지출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두 번째 단계는 종잣돈 마련이다. 1원이라도 남으면 그 돈을 쓰지 않는 한 반드시 종잣돈이 된다. 그리고 1원도 버리지 않고 살피는 습관이야말로 성공적인 미래를 위한 마음가짐이기도 하다.
세 번째 단계는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아바타’ 창출이다. 여기서 ‘아바타’란 나를 대신해서 수입을 올려 줄 모든 수입원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월세가 나오는 수익형 부동산, 증권 투자를 통한 금융소득을 아바타라고 할 수 있다.
네 번째 단계는 ‘아바타’ 수입이 현재 수입을 초과하는 단계인데, 신 부센터장은 이를 진정한 경제독립이라고 부른다. 확실한 ‘아바타’가 생겨서 그것만으로도 생활을 영위하는 게 가능할 때, 그때야말로 현직에서 은퇴해도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성공 습관을 장착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습관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습니다. 좋은 습관을 갖기 위한 첫걸음은 뚜렷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죠. 특히 뚜렷한 목표를 세우는 일은 스마트폰보다는 종이에 적는 걸 추천합니다. 스마트폰에도 일정 관리 및 메모 기능이 있긴 하지만 경제독립의 꿈을 이룬 부자들은 여전히 종이에 적기를 좋아해요. 손을 움직일 때 가장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기 때문이죠.”
부자는 돈을 대하는 방법이 다르다
신 부센터장의 말을 들을수록 부자들은 일반인과는 다른 관점에서 돈에 접근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그 다른 관점이란 돈에 대한 마음가짐에서부터 비롯되고 있었다. 부자들이 작은 습관에 집중하는 이유는 그런 작은 습관마저도 무너지면 그보다 더 큰 것들도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낭비가 없으며 최대한 효율적으로 돈을 불릴 수 있는 방법들을 자연스레 모색하게 된다.
“샐러리맨은 수입이 월급 통장 하나지만 부자들은 계속해서 다른 수입원을 모색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슈퍼리치들은 투자를 할 때면 3-3-4의 균형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슈퍼리치들의 자산을 보면 부동산이 70퍼센트에 육박합니다. 부동산은 사실 쉽게 움직일 수 있는 게 아니죠. 그래서 나머지 30퍼센트를 주로 운용하는데, 그 30퍼센트 중 절세 상품에 30퍼센트, 정기예금 같은 상품에 30퍼센트, 그리고 투자 자산에 40퍼센트를 배분합니다. 안전 자산과 투자 자산을 6 대 4로 놓는 거죠.”
‘돈에는 흐름이 있는데 그 길을 막지 말라.’ 신 부센터장이 좋아하는 말이다. 단순히 정기예금으로 쓰일 수 있는 돈도 조금만 발품을 팔면 채권이라든지 펀드 등 그보다 더 효율적으로 돈을 불릴 수 있는 길로 갈 수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관련 정보에 대한 관심을 갖고 계속 확인하며 기회를 보는 습관을 지녀야 할 것이다.
부자들에게는 ‘통큰’ 확신이 있다
“과거에 한 1000억 원대 슈퍼리치인 회장님은 선풍기를 하나 틀어놓고 생활을 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 건 습관이라기보다는 신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아낄 때는 아껴도 쓸 때는 또 통 크게 쓰기도 해요. 사업 기회가 오면 과감한 투자를 선택하고 아무도 모르게 기부하는 것 또한 슈퍼리치들의 특징이죠.”
크게 투자해야 할 때가 오면 크게 투자하는 것, 기부해야 할 곳에 기부하는 것은 자신이 투자할 대상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확신은 오랜 시간 동안의 공부와 경험을 통해 모종의 기술처럼 얻은 것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신 부센터장은 초고액 슈퍼리치로 갈수록 투자와 관련해 두텁고 핵심적인 전문가 집단을 네트워크로 두고 있다고 말한다. 보험 하나를 봐도 전문가 2~3명의 의견이 일치했을 때에야 가입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뭔가를 시작하겠다고 마음먹고 계획을 수립하는 것 자체가 50퍼센트는 이룬 것입니다.”
이미 완성된 것만 보면 저걸 어떻게 이뤘지 싶어 먹먹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되어야겠다고 다짐한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힘이라는 게 있는 법이다. 보다 나은 2016년을 위한 다짐, 아직 늦지 않았다.
최근 어느 책을 읽다가 체코의 속담에 마주쳐 한방 맞은 것처럼 잠시 멍해졌던 일이 있습니다. 그 속담은 “겨울이 우리에게 묻는 날이 있으리라. 여름에 무엇을 했느냐고”였습니다. 이렇게 속담의 추궁을 받다 보니 좀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속담이라기보다 하나의 잠언, 격언으로 보이는 말을 음미하면서, 한 해의 마무리와 지난여름의 일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나는 네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는 영화가 있었지만, 지난여름에 나는 무슨 일을 했던가?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나는 모르는데, 남들이 오히려 더 아는 게 많을 것 같습니다.
여름은 활동하는 계절, 뜨거운 감정 소비의 시간입니다. 그 시간을 어느덧 다 보내고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가을도 배웅하고, 모든 것이 침잠하고 스스로 감추어 웅크리는 차가운 계절을 맞았습니다. 갈수록 가을은 짧아지고, 봄도 오는 듯 바로 돌아서서 가버리는 것 같습니다.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이제 여름과 겨울만 남아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려서 배운 계몽편(啓蒙篇)은 계절의 의미를 이렇게 알려주었습니다. “봄이 되면 만물이 처음 생겨나고 여름에는 만물이 성장하고 자라나며 가을에는 만물이 성숙하고 겨울에는 만물이 감추어진다. 그런즉 만물이 생겨나서 자라나며 거두어지고 감추어지는 것이 사시의 공이 아닌 것이 없다.”[春則萬物始生 夏則萬物長養 秋則萬物成熟??冬則萬物閉藏? 然則萬物之所以生長收藏 無非四時之功也]
사계절의 일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생장수장(生長收藏)입니다. 이 겨울을 맞아서 무엇을 무엇으로부터 닫고 무엇을 위해 무엇을 저장할까. T S 엘리엇은 ‘4월은 가장 잔인한 달’로 시작되는 장시 ‘황무지’에서 ‘여름은 우리를 놀라게 했다’(Summer surprised us)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겨울이 오히려 우리를 따뜻하게 해주었지/대지를 망각의 눈으로 덮고/마른 뿌리로 작은 생명을 길러주었어’(Winter kept us warm,/covering Earth in forgetful snow,/feeding a little life with dried tubers)라고 합니다.
겨울은 그러니까 모든 게 죽는 계절이 아니라 되살리기 위해서 따뜻하게 묻어두고 그 생명을 잘 기르기 위해 감추는 시기입니다. 동양의 사유나 철학에서는 자연의 운행질서는 조물주의 신공(神功)이며 우리 인간은 그 질서를 거스르지 말고 잘 순응하고 조화를 지향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우리 속담에 “겨울이 지나지 않고 봄이 오랴?”라는 게 있습니다. 세상일에는 일정한 순서와 법칙이 있는 법입니다.
겨울은 달력으로 입동부터 입춘 전까지, 천문학적으로는 동지부터 춘분까지를 가리킵니다. 이 맹동(孟冬) 중동(仲冬) 계동(季冬)의 삼동세한(三冬歲寒)을 건강하고 보람 있게 보내야만 그 이듬해의 삶을 충실하게 꾸려갈 수 있습니다.
“바깥세상이 폐쇄되면 내부의 세계가 넓어진다. 겨울은 내면의 계절이다.” 일찍이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이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에서 한 말입니다. 그는 또 ‘떠도는 자의 우편번호’라는 글에서 “겨울은 ‘나는 것’이 아니라 ‘부딪쳐야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은 절망 속에 희망을 잉태한 거대한 역설의 구근인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엘리엇의 시를 연상시키는 문장입니다.
청마 유치환도 ‘나는 고독하지 않다’라는 글에 “온갖 생물을 시들리고, 움츠려뜨리기 마련인 것으로만 알고 있는 그 서글프고 가혹한 추동(秋冬)이라는 계절이 실상은 온갖 생물의 생명들이 다시 움트고 소생함에는 없지 못할, 반드시 치러야만 하는 과정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라고 썼습니다.
나는 겨울을 ‘벗과 책의 계절’이라고 말하려 합니다. 옛 선비들은 추운 겨울이 되면 난로회(煖爐會)라는 모임을 즐겼습니다. 벗들을 불러 모아 화로에 솥뚜껑을 올려놓고 고기를 구워 먹는 것을 난로회 또는 철립위(鐵笠圍)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다산 정약용의 시에 이런 게 있습니다. “관서 땅은 시월에 눈이 한 자 넘게 쌓이면/겹겹의 휘장에 푹신한 담요 깔아 손님을 잡아두고/삿갓 모양 솥뚜껑에 노루고기를 구워/가지 꺾어 냉면에다 파란 배추김치 먹는다네.” 흥겹고 정겨운 술자리의 모습이 약여합니다.
추사 김정희의 저 유명한 세한도(歲寒圖)에는 “추운 겨울이 되어서야 잣나무와 소나무가 더디 시드는 걸 안다”[歲寒然後知松栢之後凋]는 논어의 말이 씌어 있습니다. 추사는 중국 연경에서 경세문편(經世文編)을 구해 유배지에 가져다준 제자 이상적에게 이런 말로 고마움을 표시하고, 그림에 ‘오래 서로 잊지 말자’는 장무상망(長毋相忘) 인장을 찍었습니다. 빈궁하고 어려워지면 벗과 우정의 소중함을 더 잘 알게 됩니다.
도연명의 ‘의고(擬古)’라는 시에는 의복이 언제나 남루하고, 한 달에 아홉 끼니를 먹을 만큼 가난하고, 10년을 관(冠) 하나로 지내지만 언제나 얼굴빛이 좋은 동방의 선비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사람을 보려고 새벽에 강나루를 건너가니 거문고를 끌어당겨 나를 위해 연주를 합니다. 도연명의 시는 “바라건대 그대 곁에 머무르면서 지금부터 한겨울을 지냈으면”[願留就君住 從今至歲寒]으로 끝납니다. 맑은 인격의 만남이 참 아름답고 부럽습니다.
이제 책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독서를 하기 좋은 때인 삼여(三餘)는 농사일이 없는 겨울과 밤, 일을 못 하는 비 오는 날을 말합니다. 농사만을 짓고 살던 시대에 만들어진 말이지만 오늘날의 생활에 맞게 개념을 확대해 적용하면 책 읽을 시간을 많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언제 어느 책을 읽어야 좋은가. 독서에도 그에 맞는 시간이 있습니다. ‘시보다 아름다운 수필’을 쓴 사람으로 평가받는 중국 청(淸)초의 무명 문인 장조(張潮·1650~1703?)는 “경서(經書)를 읽는 데는 겨울이 알맞고, 역사서를 읽는 데는 여름이 알맞고, 제자백가서를 읽는 데는 가을이 알맞고, 여러 사람의 문집을 읽는 데는 봄이 알맞다”고 했습니다.
계절별로 다 이유가 있지만 대학 중용 논어 맹자 시경 서경 주역 예기 춘추와 같은 경서는 방 안에 앉아 정신을 한 곳에 집중할 수 있는 겨울에 읽어야 좋다는 뜻입니다. 여름에 역사서를 읽는 것은 낮이 길기 때문인데, 지금도 여름 휴가철에 대하소설을 읽는 사람들이 많은 것과 같습니다.
겉으로는 벗과 사귀고 어울리며 속으로는 그동안 못 읽었던 책을 읽음으로써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1년을 맞는 힘을 갈무리하고 비축하고자 합니다. 2015년 한 해도 이렇게 저물어가고 있지만, 제야와 송년처럼 가는 것과 보내는 것의 아쉬움만 생각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체코의 속담을 바꾸어 말하면 “여름이 우리에게 묻는 날이 있으리라. 겨울에 무엇을 했느냐고”라는 질문과 추궁 앞에 의연하게 마주 설 수 있게 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서의호(徐義鎬·63) 교수(포항공대, 산업경영공학과)는 ‘무즙파동’을 겪은 당사자다. 현재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당시 수험생으로서, 또 지금의 대학교수로서 그는 50년 전과 오늘날의 입시환경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했다.글 유충현 기자 lamuziq@etoday.co.kr
사진 이태인 기자 teinny@etoday.co.kr
“이게 정말 대단한 사진인데 말이지”
서의호 교수는 약속장소에 도착하자마자 신기하다는 듯 휴대폰을 내밀었다. 마침 그날 초등학교 동창회 행사가 있었다. 그곳에서 친구에게 받은 사진이라고 했다. 1964년 중학교 입학시험 자연과목 18번 문제지가 그 안에 있었다. ‘엿을 만들 때 엿기름 대신 넣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사진 속에는 꼬불꼬불한 ‘디아스타제’라는 답이 써 있었고 그 위로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다. 서 교수는 당시 이 문제의 답을 ‘무즙’이라고 적었다.
한 문제 차이로 낙방, 부잣집 아이들만 구제받아
“1964년 12월 7일 그날은 굉장히 추운 날이었어요. 시험을 보고 나와서 어머니와 함께 빵집에 가서 빵을 먹고 있었는데 산신령처럼 생긴 할아버지가 와서 ‘경기중학교 시험을 쳤느냐, 몇 문제나 틀렸느냐’ 묻더군요. 당일에 채점을 했기에 4문제 틀렸다고 했습니다. 그 할아버지가 3문제면 합격이지만 4문제면 불합격이라며 안타까워하시더라고요. 어머니께선 이상한 할아버지라며 화를 내셨지만 결과는 그 정체불명의 할아버지 말이 맞았죠”
한 문제 차이로 경기중학교에 가지 못했다. 초등학교에도 ‘4당5락’(하루 4시간 자면 경기중학교에 합격하지만 5시간 자면 불합격한다)이라는 말이 있던 때였다. 13살 어린 소년이었던 서 교수가 잠까지 줄여가며 준비했던 입시였다.
“당시 우리 반에서 6명이 경기중학교 시험을 쳤습니다. 절반은 붙었고 절반은 떨어졌어요. 떨어진 이유는 하나같이 자연과목 18번 문제에 답을 무즙이라고 적었기 때문이었고요”. 서 교수는 마치 바로 며칠 전 시험을 보고 온 사람처럼 당시 상황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중학교 입시는 치열했다. 그는 “나 개인적으로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통틀어서 중학교 입시가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몇 년 후배들은 고등학교가, 그 뒤로는 대학교가 목표였지만 우리 때만 해도 중학교 진학이 ‘남들보다 더 배우는 것’이었어요.”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그에게 낙방의 기억은 중학교 시험뿐이었다. 중앙중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에 무난히 진학했다.
“50년 넘게 지난 지금도 ‘무즙’이 정답이라고 확신해요”
‘무즙도 정답으로 인정한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지만 혜택을 받지는 못했다. 당시 소송에 참여했던 아이들은 하나같이 ‘돈이 있는 집 애들이거나 힘깨나 쓰는 집안 아이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느 날 몇 명이 학교에 나오지 않았더군요. 왜 나오지 않았는지 확인해봤더니 경기중학교로 갔다고 하더군요.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차이를 알게 됐다고 해야하나, 뭔가 허탈한 기분을 느꼈었죠”라고 말했다.
그 뒤로 많은 세월을 보냈다. 시험지 앞에서 전전긍긍했던 소년은 이제 대학교수가 돼서 직접 문제를 출제하는 입장이다. 지금은 그 문제의 답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디아스타제는 녹말을 당으로 바꿔주는 효소잖아요. 가령 ‘비타민C가 필요한데 사과가 없으니 무엇을 먹어야 하느냐’라는 문제가 있다고 해 봅시다. 그러면 답으로 비타민C가 들어 있는 귤을 먹는다든지, 바나나를 먹는다든지 해야 맞는 것이죠. 비타민C가 필요하니 비타민C를 먹으라는 것은 문맥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것이잖아요. 디아스타제가 무슨 알약 이름이라면 모를까 효소를 직접 넣으라는 것은 정답이 될 수가 없는 거죠”
서 교수는 “무즙파동 문제는 학생들의 창의력을 없애는 주입식 교육이 만든 대표적인 부작용 사례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50년 묵은 억울함 같은 것이 아니었다. 이제 그는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당시를 비판했다. “주입식 교육이라는 것이 그런 겁니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는 만유인력의 법칙을 외우지 못하면 그냥 그 자체로 한 대 맞는 거죠. 그런데 왜 물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지 못하는지 궁금해 할 수 있거든요. 이런 식으로 창의성을 하나하나 죽여 가는 것입니다”. 이공계 대학 교수의 말이라 더 설득력이 있었다.
그는 오늘날의 교육환경도 자신이 겪었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끼고 있었다. ‘입시중심의 교육’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입시제도가 여러 차례 바뀌는 동안 많은 학생들을 받아서 가르쳐 봤지만, 외국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학생들의 창의력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은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창의력이라는 것은 18세 이전에 어느 정도 완성되는 것입니다. 대학에서 이런저런 노력을 기울이지만 큰 효과를 보긴 어려워요”라며 “한국에 노벨상 수상자가 없는 이유도 입시위주 교육이 원인이라고 봅니다”라고 말했다.
대학서열이 입시전쟁 원인, ‘대학 클러스터’ 도입해야
5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고 수많은 제도 변화가 있었는데도 어째서 입시 위주의 교육문화가 변하지 않는 것인지, 서 교수의 생각을 물었다. 그는 “학벌주의 때문”이라고 답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각 대학의 서열을 줄줄이 읊어낼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이런 우월감과 열등감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거죠”..
해법은 있을까. 서 교수는 ‘대학의 클러스터(cluster)화’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대학들이 그 안에서 우열을 구분할 필요가 없는 일종의 묶음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 독일 등 선진국의 대학에서 나타나는 흐름이다.
“미국을 예로 들면 예일대학교에 간 학생에게 ‘왜 스탠포드를 가지 않고 예일대에 갔느냐’는 식의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클러스터 내에서는 어디를 가도 큰 차이가 없다는 인식이 있거든요. 주립대학끼리도 버클리, 일리노이, 미시간, 플로리다 등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습니다. 그만그만한 곳에 원서를 넣고 어디든 하나 걸리면 되는 겁니다. 대학간 클러스터가 단단한 국가에서는 입시전쟁이 치열하지 않습니다”.
이어 서 교수는 “30~40년 걸렸지만 포항공대-카이스트-서울대공대 클러스터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런 형태가 법학대학, 경영대학 쪽으로도 넓어지도록 해야 합니다”라면서 “단숨에는 어렵고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서의호 교수는?△1952년 서울 출생 / 중앙중학교, 경기고등학교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졸업 / 카이스트 대학원 산업공학 석사 △스탠퍼드대학교 대학원 경제공학 석사 △일리노이대학교 경영정보시스템 박사 △前 현대그룹 종합기획실 연구원 △前 숭실대학교 산업공학과 전임강사 △前 테네시텍대학교 경영학과 조교수 △前 미국 오클라호마대학교 경영학과 조교수 △現 포항공과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평소에 모르던 건강의 소중함은 잃고 나서야 재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치아 건강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지만, 많은 경우 소홀히 여겨 뒤늦게 병원을 찾아 후회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고령화에 발맞춰 치아의 질병도 진화한다. 과거의 충치 질환은 시간이 흐르면서 잇몸 질환을 거쳐 치아의 노화 현상으로 변화하기 마련이다. 그런 사람들과 달리 충치 하나 없어 치과 한 번 안 가봤다며 자부하는 황소웅(黃昭雄·73) 카이스트 명예교수의 입 속을 윤홍철 강남 베스트덴 치과 원장이 시원하게 들여다봤다. 글 김영순 기자 kys0701@etoday.co.kr
사진 이태인 기자 teinny@etoday.co.kr 장소제공 강남베스트덴 치과(bestden.co.kr)
나이를 뛰어넘은 듯한 황소웅 카이스트 명예교수의 건강미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단연 치아다.
“333법칙을 지키는 편입니다. 음식 섭취 후 3분 이내, 하루 세 차례씩, 3분 동안 회전해 닦지요. 그리고 아무래도 70 평생 이렇게 충치 없이 살 수 있는 비결은 매일 아침 아내가 준비해 주는 야채 식사와 우유 덕분이 아닐까 싶어요. 살짝 익힌 당근, 사과, 브로콜리, 양배추 가득 한 접시 말이죠.”
황 교수는 건강한 치아를 유지하는 비법을 아내 덕분이라고 요약했다.
“지인들이 제 이를 보고 칭찬과 함께 부럽다며 비결을 물어봅니다. 하지만 일부러 애쓰지는 않았어요.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엄격하게 식단 조절을 하면 스트레스가 생기잖아요. 건강을 지키는 게 인생의 목적이 아니라, 즐겁게 잘 살기 위해서 건강을 지키는 거니까요. 하고 싶은 게 생기면 그걸 해야 하고 말입니다.”
올바른 칫솔질과 주기적인 스케일링이 치아 건강의 핵심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황 교수의 치아를 전문가가 들여다보면 어떨까? 윤홍철 강남 베스트덴 치과 원장이 그 역할을 맡았다. 귀에 쏙쏙 들어오게 설명하는 윤 원장의 진단을 받으면서, 황 교수는 충치는 없으나 최근 시린 적이 두어 번 있었다고 말했다.
“시린 이 증상은 잘못된 칫솔질 습관이나 노화 현상에 의해 잇몸이 내려가 치아 뿌리가 노출되거나 치아의 씹는 면이 심하게 마모될 때 생기게 됩니다. 또 잇몸병이 심하거나 치아에 금이 가거나 깨졌을 때도 같은 증상을 보입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칫솔질은 물론이고 주기적으로 스케일링을 해야 합니다.”
윤 원장은 정부에서는 7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연 1회 스케일링에 대해 보험 지원을 하고 있으니 노인들은 스케일링을 해두는 게 좋다고 말한다.
“비전문가 입장에서 교수님의 치아는 아름답습니다. 그렇지만 치과 전문의가 볼 때는 아무래도 다양한 질병들이 보이죠. 황 교수님은 잠잘 때 이를 악물고 자는 편인 것 같습니다. 이를 보면 그 사람의 인생과 질곡이 보이듯이 황 교수님은 평소에도 참고 인내하는 생활을 하고는 있지만 가슴 언저리에 아픔이 많아 보입니다.”
황 교수의 주치의를 자처한 윤 원장은 환자의 입 속을 통해 인생을 들여다보듯이 말했다.
정직한 삶, 정직한 건강관리법
‘꼿꼿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의 기개, 의지, 태도나 마음가짐 따위가 굳세다’는 뜻이다. 황 교수를 만나는 순간 ‘참 꼿꼿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작은 키와 다부진 몸매, 인터뷰 내내 보여준 모습이 그랬다. 그래서일까. 흐트러짐 하나 없이 바르게 앉아 사람을 마주하는 모습에서 올곧게 지내온 세월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었다. 그의 건강관리법 역시 곧고 정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황 교수의 삶 자체가 한결같고 곧다.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 한국일보에서의 정치부 기자 시절부터 지금까지 약 50년 동안 국가를 생각하고 살면서 그 안에서 보람과 행복을 느꼈기 때문이다. 원래 외교관이 꿈이었던 그는 가난했던 유년시절을 보내며 모두가 행복한 나라를 꿈꿨고 이를 만들기 위해 하는 일에서 진심을 담아왔다.
식습관이 치아 건강의 열쇠
“과거에 교수로 재직할 때는 바쁘다고 운동을 소홀히 하다 보니 당뇨가 생기고 혈압수치가 높아졌습니다. ‘안 되겠다’ 싶어 운동시간을 늘리고 하루도 거르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덕분에 당과 혈압수치가 많이 내려왔어요. 약은 먹고 있어요.”
‘열심히 일하다 보면 일하는 재미 속에서 권태를 느낄 수 없다’는 신념으로 하루하루를 바쁘게 지내고 있는 황 교수는 요즘도 대덕에 있는 카이스트, 춘천에 있는 강원대학교로 강의를 다니느라 분주하다. 신체 나이만 보면 60대로 보이는 황 교수는 남다른 도전 정신으로 가득했다.
“저는 무엇이든 도전해보는 성격입니다. 30년간의 기자 생활, 공직자, 교수로 곳곳을 다니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새로운 음식을 적극적으로 먹어봤던 편이죠. 어느 나라 음식이든 그 나라의 특수성이 담겨 있잖아요. 때론 거칠기도 하고 삼키기 힘든 경우도 있지만 가리지 않았어요.”
호기심으로 인해 새로운 음식을 만나면 되레 달려드는 쪽이었던 황 교수에게 다행인 것은 차근차근 꼭꼭 씹어 먹는 습관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 덕분인지 별다른 질환이 없다.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읽고 산책을 즐기는 그는 3명의 손녀와 아들, 며느리, 아내와 함께 밥상머리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하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다.
“이 나이가 되도록 아내가 해주는 밥을 먹고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행복이죠. 특히 세대 간 단절이 심하다지만 우리 손녀들은 집에서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세계를 간접적으로 경험해요. 나중에 큰 자산이 될 겁니다.”
건강은 자연스러움으로부터 온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 늙어가는 그대로의 모습이 좋아 억지로 가꾸거나 꾸미려 하지 않는다는 그는 자신의 건강 비결이 바로 자연스러움에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의 모습이 가장 저다운 모습, 진실한 모습 아니겠어요? 특별한 운동법도 건강식도 없지만 항상 바쁘게 살면서 늙어가는 제 모습을 사랑하는 것, 나이에 연연하며 도전을 꺼리기보단 담담하게 사는 것이 제 건강 비결입니다.”
육체적인 건강 말고도 황 교수가 늘 강조하는 또 다른 건강이 있다. 바로 정신적인 건강과 사회적인 건강이다. 정신적인 건강은 스트레스를 덜 받고 긍정적으로 생활하는 것이며 사회적인 건강은 단절되지 않고 사회활동을 하는 것이다. 육체적·정신적·사회적 건강의 3박자가 잘 맞아떨어질 때 비로소 진정으로 건강한 삶이라는 것이 황 교수의 철학이다.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자’는 진리는 말로는 알지만 행동으로 옮기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래서 이 평범한 교훈을 사람들은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것이리라. 황 교수 또한 그러했다. 그리고 그러한 황 교수의 일상적인 노력은 지금, 노년의 건강한 치아와 함께 제2 청춘이 새롭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었다.
1. 특수검사실에서 1분간의 구취 측정 후 바로 결과지 확인 가능.
2.치아 우식 활성화 검사를 통해 미생물 유무와 충치발생 가능성을 예측한다.
3. 치아의 뿌리, 잇몸 뼈의 상태, 신경치료 여부와 치아 주위의 구조물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엑스레이 촬영.
4. 가정용 큐레이인 큐스캔으로 세균막의 형광을 찾아내 구강관리 정도를 알 수
있고 잔존하는 세균막을 찾아내 칫솔질로 제거할 수 있다. 올인원바이오가 개발한 큐스캔은 집에서 사용하는 체온계처럼 사용하는 장비로,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초기 충치 의심 부위, 치태, 치석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5.검사 결과를 보고 전문가 영역에서 윤홍철 원장이 질병을 체크한다.
황소웅 교수 진단 소견
- 침 분비 안 돼 세균번식 쉬워져 노인성 충치 악화
- 오른쪽 어금니 치아 겉 부분이 닳거나 깨지기 쉬운 실금 발견
- 잇몸 건강은 임플란트 수명과 직결되어 정기점검 필요
- 치석 덩어리가 많아 스케일링 필요
한류와 케이팝 등의 여파로 문화의 힘을 실감하는 요즘. 30여 년을 문화체육관광부에 몸담았던 신현웅(辛鉉雄·72) 웅진재단 이사장은 세종대왕을 떠올려 보곤 한다. 훈민정음 창제와 더불어, ‘종묘제례악’을 작곡할 만큼 언어와 음악의 힘을 바탕으로 정치를 펼친 세종의 선견지명에 감탄하던 그에게 는 단연 고개를 끄덕이게 할 만한 책이었다.
글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웅진재단에서 수학·과학·예술분야 영재들을 위한 장학 사업을 운영하는 신 이사장은 분기마다 3~4권의 책을 직접 골라 지원하고 있다. 도 아이들을 위한 책을 고르면서 접하게 됐는데, 평소 세종대왕의 문화 정치에 관심이 있던 그에게는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고 하잖아요. 그동안 정치적 성장이나 경제적 기적은 많이 이루어 왔는데 이제는 명실공히 문화 국가를 만들어야 할 때가 온 것 같아요. 세종은 ‘예(禮)와 악(樂)을 갖춘 사람이 덕인(德人)’이라 했는데, 그 정신을 되살려서 나라의 격도 더 높이고 온 국민이 문화와 더불어 화평하게 사는 세상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재미있게 읽었어요.”
책의 저자인 극작가 신봉승은 현 정부 부처의 장 자리에 조선시대 명현들을 대입해 이상적인 정치가의 표상을 제시했다. 대통령에 세종대왕, 국무총리에 오리 이원익, 기획재정부 장관에 퇴계 이황 등 20명이 등장한다. 1998년부터 이듬해까지 문화관광부 차관을 지낸 그에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선정된 연암 박지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박지원은 과거에 낙방하고 스스로 학문을 깨치기 위해 북경과 열하에 가서 직접 그들의 학문과 문화를 접하고 돌아왔죠. 그때 탄생한 것이 바로 고요. 사실 문화라는 것이 그래요. 어떠한 법칙이나 이론으로 국민들을 일부러 계도한다 해서 되는 것이 아니잖아요. 자신의 경험을 통해 눈을 뜨고 그것이 몸에 배서 우러나는 것이죠. 그러한 식견과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진 연암을 문화체육부 장관으로 꼽은 걸 보면 저자 역시 문화에 대한 가치관이 잘 갖춰진 분이라 생각해요.”
법으로 다스리지 말고, 예를 가르쳐라
‘법으로 규제하면 피동적인 국민이 되고, 예(禮)를 가르치면 스스로 알아서 행동하는 상식적인 국민이 된다.’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으로 꼽힌 사계 김장생이 남긴 말이다. 신 이사장은 문화도 지식의 차원을 넘어 피부로 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모든 것을 법이나 정책으로 해결하면 한계가 있어요. 하지만 예가 갖춰지면 자연히 사람 도리를 하게 되고, 질서가 생기게 되죠. 그런 과정이 ‘본(本)’이라 할 수 있고 거기에 덧붙여지는 지식이나 법 등을 ‘말(末)’이라 할 수 있어요. 아이를 교육할 때도 예를 가르치는 것이 기본이고, 간혹 나타나는 비행청소년들을 훈계하기 위한 부수적인 방법으로 법을 적용하게 되는 거죠. 이게 거꾸로 되면 사회가 아주 삭막해지고 황폐해져요. 문화도 마찬가지죠. 먼저 음악도 듣고 예술 작품도 보며 문화를 몸에 배게 하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그 뒤에 지식이나 정책 등이 어우러져야 잘 흡수가 되는 거죠. 제가 문화관광부에 있을 때도 깊은 철학과 신념은 없었지만 그런 것에 의미를 두고 하려고 노력했어요.”
신 이사장은 문화란 모든 삶의 양식이라 말한다. 문화적인 삶을 살면 인생이 풍성해지고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것. 나이가 들수록 일상을 단조롭게 느끼는 이들이 많지만, 다양한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은 그만큼 할 일이 많아 지루할 틈이 없다고 한다.
“예전에는 음악 한 곡 들으려면 얼마나 어려웠는지 몰라요. 지금은 간단하잖아요. 해외 공연이나 유명 미술품을 만날 기회도 많아졌고, 찾아보면 알뜰하게 문화적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요. 저도 좋은 책을 많이 읽으려 하고, 영화나 공연도 보면서 틈틈이 글도 쓰고 있어요. 특히 발레 공연은 거의 다 볼 정도로 좋아해요.”
‘짜르디 짜르디’ 하지 말고 ‘비스타리 비스타리’
여유가 생기면 해외여행도 어렵지 않으니 얼마든지 여러 나라의 문화를 경험해볼 수 있는 요즘이다. 신 이사장은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언어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만큼 문화와 언어를 한 몸처럼 생각하는 그는 2008년 다문화가족 음악방송을 개국했다. 타지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다문화가족을 위해 각 나라의 DJ가 모국어로 모국의 음악과 소식, 한국 생활에 필요한 정보 등을 제공한다. 다문화가족 음악방송을 이야기하는 신 이사장의 눈빛에서 문화에 대한 그의 진심어린 애정과 신념이 느껴졌다.
“1970~1980년대에 영국과 사우디아라비아에 문화 공보관으로 있었을 때가 생각나요. 고향 생각에 힘들 때 다른 무엇보다 ‘그리운 금강산’이나 ‘가고파’ 같은 노래를 듣는 게 가슴 찡한 위안이 되던 때였죠. 지금 우리나라에 와 있는 외국인들이 17만 명이 넘어요. 그들을 돕는다고 돈을 얼마나 많이 줄 수 있겠어요. 그럴 수 없다면 그들 나라 노래 한 곡이 더 큰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시작하게 됐죠. 물론 많이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실제 모국의 언어가 그립고 소통이 간절한 외국인들에게는 희망이고 활력이 되는 존재예요.”
신 이사장은 오래전부터 해외를 방문하게 되면 그곳의 시나 노래를 그 나라 언어로 외워가며 존중을 표하고 있다.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외국 시 한 구절을 부탁하자, 그보다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하나 들려준다고 했다.
“네팔 히말라야산맥 등반대를 가이드하는 현지인을 ‘셸파’라 하는데, 그들 말이 한국 사람은 너무 ‘짜르디 짜르디’ 한다는 거예요. ‘짜르디’는 ‘빨리’라는 뜻인데, 걷다가 중간에 쉬면서 자연도 감상하고 해야 하는데 한국인들은 재촉하기 바쁘대요. 그럴 때면 셸파들은 ‘아직 영혼이 따라오지 못해서 몸이 갈 수가 없다’며 ‘비스타리 비스타리(천천히 천천히)’ 휴식을 즐긴다고 해요. 근데 그것을 보니 지난 수십 년간 앞만 보고 일에만 매진하며 달려온 한국 중·장년들이 생각났어요. 이제는 너무 ‘짜르디 짜르디’ 하지 말고 지난날도 되돌아보면서 철학적인 면에서 자신을 다스려 보기도 하고, 앞으로의 여정도 살펴봤으면 좋겠어요. 영혼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셸파들의 말처럼 이제는 ‘비스타리 비스타리’ 하면서 영혼을 살찌우는 문화적인 삶을 즐기면 어떨까요?”
음악이 바뀌는 데 따라 우리는 어떤 춤을 추고 있는가. ‘저금리와 고령화’ 또는 ‘5저(저성장·저물가·저금리·저고용·저자산가치) 2고(고령화·고소득화)’로 표현되는 경제 및 금융 환경의 변화에 따라 우리의 투자전략과 성향은 바뀌고 있는가. 지금까지 필자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내가 가진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면 점차 줄여 나가는 대신 금융자산의 비중을 늘려가야 한다. 둘째, 늘어나는 금융자산의 구성 또한 기존의 은행예금과 같은 안전자산 위주의 틀에서 크게 바뀌어야 한다. 금리가 낮은 예금 비중을 낮추는 대신 노후 생활비 마련을 위한 연금 비중과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주식 및 펀드 비중을 높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같은 때 일부 부동산을 팔아치우거나 큰 집에서 작은 집으로 옮아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여유를 가지고 하고자 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문제는 부동산을 팔아 모두 연금화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는 점이다. 연금의 규모는 자신이 생각하는 적절한 노후생활비 수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므로 그 이상의 연금을 쌓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일정 부분은 보다 높은 수익을 위해 주식과 펀드로 옮아가야 할 것이다. 이때 가장 큰 걸림돌은 주식과 펀드는 손실의 위험을 안고 가야 하는 투자자산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누구나 이런 위험을 감수해야 할까. 아니다. 만약 노후에 필요한 자산과 연금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면 굳이 위험을 크게 안고 갈 필요가 없다. 그저 여윳돈의 일부를 ‘놀멍놀멍’이라는 제주도 사투리처럼 천천히 노는 듯 재미삼아 굴리는 정도면 충분하다.
한마디로 세상 돌아가는 형편에 자기 나름 촉각을 세우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얼마간의 여윳돈 투자가 배우자와 자녀, 손주 등 가족들은 물론, 친구들과의 대화를 다양하게 만들어 주면서 활기차고 열린 인생으로 이끌어주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런 정도의 투자는 재미와 함께 치매 예방약으로도 훌륭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반대로 아직 노후준비가 덜 된 상황이라면 보다 신중하면서도 야무진 자세가 필요하다. 어느 정도 고수익을 노리고 손실 위험이 있는 주식과 펀드 등에 투자해야 하므로 투자성과에 내 노후를 걸면서 보다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이럴 때 딱 맞아떨어지는 사자성어가 ‘여조삭비(如鳥數飛)’. 새가 하늘을 날기 위해 자주 날갯짓하는 것처럼 배우기를 쉬지 않는 동시에 끊임없이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번 기고에서 언급한 것처럼 춤과 투자는 엄청나게 공부하고 연습을 해야 잘 할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 아닌가. 물론 이 같은 공부와 연습이 생업이나 직장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다면 새가 무작정 날갯짓만 열심히 할까? 날갯짓에는 다 그만한 이유와 목적이 있을 것이다. 어떤 쪽으로 얼마만큼 날아갈 것인가 등을 미리 예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노후준비를 위한 위험자산 투자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전략은 크게 3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내가 가진 금융자산 중 어느 정도를 주식과 펀드 등과 같은 위험자산에 투자할 것인가. 적절한 투자수익률은 어느 정도로 잡아야 할까. 언제까지 위험자산 투자를 계속할 것인가.
금융자산 중 위험자산의 비중을 어느 정도 가져갈 것인가 하는 법칙으로는 ‘100 ? 나이’가 있다. 1980년대 미국에서 확정기여형 퇴직연금(401k)의 도입으로 근로자들이 자신의 퇴직금을 직접 운용하면서 나온 경험칙이다. 젊은 나이에는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다가 나이가 들수록 보수적으로 돌아서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이가 30세라면 금융자산의 70%(100-30)를 위험자산에 투자하고, 60세가 되면 그 비중을 40%(100-60)로 줄이는 것이다. 젊어서 투자에 실패할 경우 회복할 시간적·마음적 여유가 있지만 나이 들어서 투자했다가 손실이 클 경우에는 회복이 어렵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법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주식투자 경험이나 경제 및 금융에 대한 지식 등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볼 수 있는 우리나라 성인들의 경우 ‘100-나이’의 법칙에 따를 경우 위험자산투자비중이 지나치게 높다고 할 수 있다. 급하다고 해서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갈 경우 손실이 커질 가능성 또한 높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투자성향과 경제 및 금융환경 등을 따져보면서 천천히 조심스럽게 위험자산 비중을 늘려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목표로 하는 수익률 기대치 또한 매우 중요한 좌표의 하나다. 이때 명심해야 할 것은 ‘high return, high risk’라는 만고불변의 법칙이다. 수익률 목표치가 높을수록 위험도 더 많이 껴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금금리 1% 시대에 투자수익률 5% 안팎이면 매우 훌륭하지 않을까. 발품을 팔면 그래도 2% 남짓 금리를 받을 수 있는데 골치 썩여 가면서 2~3%대 투자수익이라면 아예 편하게 사는 게 더 나을 것이다. 따라서 그보다는 약간 더 높은 4~5%대, 운이 좋아 5~6%대라면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할 수준으로 봐야 할 것이다. 반면 지나치게 높은 기대수익률은 마음은 물론, 몸도 지치게 만들 뿐 아니라 결과 또한 그다지 좋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위험자산투자를 어느 정도 나이까지 하는 게 좋을까. 한국거래소의 조사에 따르면 요즘 주식시장에서 60대 이상의 비중이 주주 수에서는 20% 안팎, 시가총액에서는 34~35%를 차지하고 있다. 일면 과도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60대 이상을 대부분 은퇴한 그룹으로 본다면 그만큼 돈을 굴릴 곳이 없는 가운데 투자수익이 절실한 층도 가세하고 있는 결과일 것이다.
일본 피델리티자산운용 투자자교육연구소의 노지리 사토시(野r尻哲史) 소장은 60세에 은퇴하고 나서도 10~15년 정도는 위험자산에 계속 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전에는 은퇴하고 나면 예금과 같은 안전자산에 넣어놓고 빼 쓰기만 했다면 이제 저금리·고령화시대를 맞아서는 은퇴한 후에도 어느 정도의 위험자산 투자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크게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적절한 투자는 나이 70세, 75세가 아니라 80세가 넘어서도 새로운 춤처럼 적당한 긴장감과 함께 건강을 지켜주는 매우 좋은 운동이자 보약이 될 것이다.
글 최성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