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들의 목록을 일명 ‘버킷리스트(bucket list)ʼ라고 한다. 한 번쯤은 들어보고, 한 번쯤은 이뤄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실천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버킷리스트를 어떻게 작성하는지, 또 어떤 방법으로 실행해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해결하기 위해 매달 버킷리스트 항목 한 가지를 골라 실천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그에 앞서 서베이를 통해 시니어가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여행, 취미, 관계·가족, 일·성취, 보람, 도전 등 총 7가지 주제로 나눠 알아봤다.
서베이 대상 브라보 동년기자단,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 수강생, 낭랑18세 시니어 치어리더팀 등 50세 이상 남녀 140명(50대 61명, 60대 53명, 70대 이상 26명)
서베이 방법 주제별 버킷리스트 예시 항목 15가지 중 선택(중복 선택 가능) 및 그 외 항목이 있는 경우 별도로 작성
◇브라보 버킷리스트 상위 20위 목록
7가지 주제 중 가장 인기가 높았던 것은 ‘여행’이다. 상당수 시니어가 ‘제주에서 한 달 살기’, ‘제주 올레길 투어’ 등 제주 여행과 관련한 버킷리스트를 희망하고 있었다. “쉽게 이룰 수 있으니까”, “외국어 부담 없이 여행하고 싶어서” 등이 대표적인 이유다.
그밖에 혼자 여행 떠나기(27), 시베리아 횡단열차 타기(25), 캠핑카/크루즈 여행하기(18), 해외에서 크리스마스 보내기(9) 등
운동이나 레포츠 등 몸을 쓰고 활동적인 취미보다는 배움, 글쓰기, 책 읽기, 전시회 관람 등 문화적, 정서적 활동을 원하는 이가 많았다. 아직 특별한 취미를 찾지 못해 ‘새로운 취미 갖기’(24)를 버킷리스트로 선택한 이도 적지 않았다.
그밖에 텃밭 가꾸기(21), 그림 관련 취미 갖기(19), 수영 배우기(16), 취미 동호회 가입(14), 수화 배우기(6) 등
가족을 향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항목들이 상위권에 올랐다. 외국인 친구를 사귀거나 애인 같은 친구를 만드는 등 새로운 관계 확장에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휴대전화번호를 정리하거나 불편했던 관계를 해소하는 등 관계 정리에 관한 항목들도 눈에 띈다.
그밖에 외국인 친구 사귀기(21), 7명 용서하기(17), 휴대전화번호부 정리하기(15), 첫사랑에게 편지 쓰기(7) 등
제2직업을 향한 욕구와 더불어 전문 분야에 대한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포부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자기 이름으로 책을 펴내고, 강연, 전시회를 여는 등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연륜을 통해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는 경향이다.
그밖에 귀농하기(15), 창업하기(12), 10년 후부터는 일 안 하고 놀기(8), 자격증 10개 따기(8) 등
버킷리스트 서베이 전체 항목 중에서 ‘재능기부’가 1위에 올랐다. 단순히 봉사활동에 참여하거나 기부를 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살린 사회적 활동에 관심을 두는 모습이다.
그밖에 장기기증 신청하기(16), 아프리카 봉사활동 가기(15), 봉사활동 1000시간 채우기(13), 유기견 돌보기(6) 등
건강하고 즐거운 일상을 추구하는 웰빙(well being)을 넘어 ‘어떻게 죽을 것인가’,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 등 웰다잉(well dying)에 대한 욕구가 높아졌다. 유언장 작성 등 웰다잉 관련 항목이 상위권에 올랐다.
그밖에 드레스 입고 파티하기(17), 세컨드하우스 짓기(14), 레스토랑에서 고급 코스요리 먹기(13), 주식·펀드 투자하기(12)
아직 버킷리스트가 없는 이들이 가장 빠르게 실행하고 이룰 수 있는 항목 중 하나가 바로 ‘버킷리스트 만들기’다.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순간 이미 한 가지 항목은 해낸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밖에 공모전 참가하기(14), 파격적으로 염색하기(13), 무인도에서 살아보기(7), 타투(문신) 해보기(6)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위한 7가지 방법
도움말 박창수 작가
하나, 원대한 목표를 먼저 정하라 ‘여행’이라는 주제를 가지고도 목표는 유럽 배낭여행부터 서울 나들이까지 천차만별이다. 그중에서도 돈이나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을 먼저 정해두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해외여행의 경우 오랜 시간 머물게 되면 그만큼의 비용과 체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는 하루아침에 가능한 것이 아니다. 여행 자금을 위해 적금을 든다거나 평소 걷기운동을 해서 건강을 유지하는 등의 세부적인 목표들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또 귀농이나 창업 등 오래 준비해야 할 목록도 마찬가지다. 장기간 실천할 원대한 목표를 먼저 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리스트를 차례로 적어나가자.
둘, 작은 목표는 매년 갱신하라 큰 목표가 담긴 버킷리스트와 작은 목표를 써놓은 버킷리스트를 따로 마련하고, 작은 목표 리스트는 매년 갱신한다. 원대한 목표만 적어놓고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면 의욕도 저하되고, 실천 의지도 약해진다. 한 해, 한 달 정도 투자해 부담 없이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작성하자. 작은 목표들을 달성해나가며 얻은 자신감은 큰 목표를 이루는 데 긍정적 에너지로 작용한다.
셋, 유행에 편승하지 마라 버킷리스트는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이뤄가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너도나도 원하는 목표나 유행에 따라 버킷리스트를 꾸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신이 정말 뭘 원하는지, 어떤 것을 해야 만족도가 높을지 등을 깊이 생각해보고 진정 나만을 위한 목록들을 채워가는 것이 중요하다.
넷, 남의 눈치 보지 마라 돈이 많이 든다거나 스스로 주책없어 보이는 행동이라 여기고 가족이나 친구들 눈치를 보면서 버킷리스트를 고민하는 이들이 있다. 또 나만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남에게 보였을 때 더 그럴싸하고 훌륭해 보이는 일들을 적곤 한다. 이른바 체면치레 때문에 시니어들의 버킷리스트를 보면 여행, 공부, 취미, 봉사 등에 국한된 경우가 많다. 물론 좋은 목표이지만, 그중에 한두 가지만이라도 나만의 개성과 욕망을 분출할 수 있는 것을 적어보면 어떨까?
다섯, 크게 쓰고 소문을 내라 자기 꿈을 소문내는 것은 용기가 없는 사람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혼자서 마음속에만 담아두고 차일피일 미루는 것보다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기분 좋은 속박(?)을 느끼는 편이 낫다.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안 되게끔 선언을 하거나 큰 종이에 적어 서재나 화장대 등에 붙여 자주 인식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타인은 물론 스스로와의 약속 이행에 대한 책임감이 더해진다.
여섯, 1+1을 생각하라 나를 위한 버킷리스트이지만, 그것이 사회나 어려운 이웃을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예를 들어, ‘외국어 배우기’와 같은 단순한 목표를 뛰어넘어 ‘외국어를 배워 어려운 아이들에게 방과 후 재능기부하기’ 등 이웃과 사회에 보탬이 되는 방법까지 생각해본다면 더욱 뜻깊은 버킷리스트가 될 것이다.
일곱, 버킷리스트에는 점수가 없다 목표로 정한 버킷리스트를 꼭 다 이루지 못하더라도 상처받지 말자. 물론 그것을 이뤄내기 위해 노력을 했을 경우에 말이다. 버킷리스트는 숙제나 시험처럼 누군가에게 검사받고 평가받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만족과 즐거움을 위해 시작한 일인 만큼 부담 갖거나 서두르지 말고 목표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길 바란다. 무엇을 이뤘느냐보다, 꿈을 향해 도전하는 발걸음이 더 소중하고 아름답다.
※독자제보 브라보 버킷리스트 랭킹 20위 안에 해당하는 버킷리스트에 도전해 이뤄내신 분들을 찾습니다. 제보할 이야기가 있으신 분은 bravo@etoday.co.kr로 접수 부탁드립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가 보면 안다. 많은 한국인이 이 도시를 떠나지 못하고 장기적으로 머물고 있는 이유를 말이다. 매력이 넘치는 바르셀로나는 영화 로케이션 장소로도 큰 인기다. ‘내 남자의 여자도 좋아’, ‘비우티풀’, ‘스페니쉬 아파트먼트’ 등은 모두 바르셀로나를 배경으로 찍은 영화다. 또 몬주익 언덕에는 마라톤 선수 황영조 기념탑이 있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때 우승을 안겨줬던 도시. 낯선 나라에서 한글을 보면 가슴이 짜르르해지고 눈시울이 젖는다.
100년 넘게 공사 중인 대성당
스페인 북동부의 카탈루냐 자치주의 주도인 바르셀로나는 17세기에 건설된 항구도시다. 바르셀로나는 최근 카탈루냐가 스페인으로부터 분리 독립을 시도하고 있어 국제 뉴스에 자주 오르내리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곳은 관광도시로 유명한데 특히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 1852∼1926)의 건축물은 탁월한 명소다. 라 사그라다 파밀리아, 카사 밀라, 카사 바트요는 건축 문외한의 눈길도 저절로 이끈다. 특히 라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은 여행자들의 필수 방문지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뜻은 ‘성 가족’이라는 의미로 예수 그리스도, 마리아, 요셉을 뜻한다.
이 성당의 원 설계자는 가우디의 스승인 비야르. 성 요셉 축일(1882년 3월 19일)에 착공을 했으나 건축 의뢰인과 의견 충돌로 중도 하차했고 이듬해부터 가우디(당시 31세)가 맡게 된다. 가우디는 1926년까지, 총 12년간을 오로지 이 성당에만 매달린다. 그러나 성당을 완공도 하기 전, 그는 전차에 치여 갑작스럽게 세상을 뜬다. 그가 사망할 당시 이 성당은 ‘예수 탄생’ 파사드, 종탑 한 개, 네 개의 탑, 지하 납골당만 완성된 상태였다. 그날 이후 공사는 끊임없이 진행되었고 가우디 사후 100년(2026년)이 되는 해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성당은 천천히 자라나지만, 오랫동안 살아남을 운명을 지녔다”는 생전 가우디의 말이 이뤄질 것 같다. 입장료가 비싸지만 매표소는 늘 장사진을 친다. 매표 요금은 완공을 위한 기부금 형태로 쓰인다.
바르셀로나를 빛내는 건축가 가우디
일단 엘리베이터를 타고 맨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 400여 개의 회오리계단을 따라 내려오면서 구경하면 된다. 가우디의 유해는 지하 박물관에 있다. 1869년(17세), 가우디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형이 이미 가 있는 바르셀로나로 터전을 옮겨 건축학교에 입학한다. 고향과는 달리 큰 도회지인 바르셀로나에서 처음은 적응이 어려웠지만 그 시절, 많은 자극과 동기를 받는다. 1874년(22세), 바르셀로나의 유명한 건축학교에 입학한다. 그러나 그의 특이한 창조성은 호평보다는 혹평을 많이 받는다. 그는 늘 말이 없고 허름한 차림새에 이상한 실험들을 일삼았기에 평생 괴짜라는 꼬리표를 안고 살아야 했다. ‘귀족적이면서 천박한, 댄디(dandy)이자 방랑자, 박식하지만 오락가락하는, 기지가 넘치지만 재미없는 사람’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근대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가 있었다. 그는 가우디를 천재라고 칭찬했다. 사후 30년 뒤인, 1960년대부터 그는 인정받기 시작했고 바르셀로나를 영원히 빛내고 있다.
카사 밀라에서 구엘 공원까지
바르셀로나에는 성 가족성당 말고도 가우디의 모더니즘 건축의 최고로 꼽히는 카사 밀라가 있다. 산을 주제로 디자인하고 석회암과 철을 이용해 만들었다는 독특한 건축물로 파도가 치는 것 같은 곡선이 인상적인 건물이다. 또 바다를 주제로 디자인한 카사 바트요(200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는 도자기 타일과 유리 모자이크가 아름답다. 그러나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은 구엘 공원(198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이다. 가우디와 구엘 백작의 합작품. 가우디의 후원자였던 구엘 백작은 이상적인 전원도시를 만들 목적으로 바르셀로나의 펠라다 지역 땅을 매입한다. 구엘은 가우디에게 영국의 전원도시를 모델로 해서 그리스의 팔라소스 산과 같은 신전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공원 부지가 돌이 많은 데다 경사진 비탈이어서 작업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럼에도 가우디는 자연스러움을 살리기 위해 땅 고르는 것도 반대했다고 한다. 그는 이 단지를 위해 무려 14년(1900~1914)이나 매진했지만 결국 자금난 등으로 미완성으로 끝났다. 1922년, 바르셀로나 시의회는 구엘 백작 소유의 이 땅을 사들여 이듬해 시영공원으로 탈바꿈시켰다.
자연 친화적 건축물, 구엘 공원
구엘 공원은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독특한 공원 중 하나다.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는 사람은 꼭 방문해봐야 하는 곳으로 손꼽힌다. 멀리 지중해와 바르셀로나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언덕바지에 구엘 공원이 있다. 초콜릿을 닮은 듯한 돌기둥, 과자의 집처럼 생긴 건물, 반쯤 기울어져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인공 석굴, 계단 위에 타일로 만들어진 도롱뇽, 기념품 파는 건물 등 가우디만의 색깔이 분명한 건축물이 오롯이 모여 있다. 또 그리스 로마 신화에 관심이 많았던 구엘 백작의 요청으로 만든 도리아식 기둥도 눈길을 끈다. 녹색 식물들 사이로 자연스럽게 들어앉은 독창적인 건축물들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한마디로 자연을 거스르지 않은 채 만들어졌고 사방팔방으로 시내가 조망되어 가슴속까지 시원해진다.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는 점까지 가세하면 두말할 필요 없이 행복한 공간이다. 단 과거 가우디가 살았던 집은 박물관으로 공개해 유료다. 가우디가 사용했던 침대, 책상 등 유품과 데드 마스크가 전시되어 있다. 가우디가 직접 디자인한 독특한 가구들이 감상 포인트다.
Travel Data
찾아가는 방법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직항이 운행된다. 소요시간은 13~14시간.
현지 교통 바르셀로나는 규모가 커서 대중교통을 필히 이용해야 한다. 지하철이 제일 편리하다. 도심이 복잡하므로 1일권을 사서 무제한으로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음식정보 보케리아 시장에서는 해산물을 구입해 즉석요리를 해 먹을 수 있다. 기다리는 사람이 많을 때는 근처의 레스토랑을 이용하자. 흥정으로 절반짜리 해산물 요리를 먹을 수 있다.
숙박정보 바르셀로나는 관광도시라 물가가 비싼 편이다. 고급 호텔 가격은 1박당 50만 원 이상. 아파트, 한인 민박, 호스텔 등을 이용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아파트 숙박은 1박당 10만 원 정도.
화폐 유로화 통용.
날씨 바르셀로나의 4월 평균 최저기온은 8.5℃, 평균 최고기온은 17.6℃로 서울의 4월 중순 기온과 비슷하다. 예측 없이 비가 내릴 수 있으니 비옷과 우산은 꼭 챙겨서 외출하자.
시니어 여행 포인트 바르셀로나는 서둘러 여행하는 곳이 아니다. 천천히 여유를 갖고 둘러봐야 할 도시다. 몬주익 언덕은 꼭 올라가 봐야 한다. 도시를 한눈에 전망할 수 있다. 경기장 근처로 내려오면 차도 옆으로 황영조 동상이 있다. 차도를 따라 내려가면 미로 미술관을 만난다. 바르셀로나를 기점으로 근처 소도시 여행은 꼭 해야 한다. 몬세라트 성지와 타라고나를 적극 권한다. 누드 비치에 관심이 있다면 바르셀로나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시체스(Sitges) 해변을 찾으면 된다.
드디어 도착한 봄, 봄바람 속 향기와 함께 매력적인 중년의 당신을 위해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준비한 선물!
‘브라보! 2018 헬스콘서트’에 시니어 세대공감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애독자 500분을 선착순 무료 초청합니다. 다채로운 공연과 알찬 건강 강좌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작년에 성황리에 개최한 데 힘입어 올해 두 번째로 열리는 ‘브라보! 2018 헬스콘서트’는 봄꽃이 만개하는 4월 23일 월요일, 오후 2시에 열립니다. 장소는 7호선과 3호선 고속터미널역 바로 앞에 위치한 쉐라톤 서울 팔레스 강남호텔입니다.
강연의 첫 주자로 대한민국 대표 철학자이자 올해 99세를 맞이한 김형석 교수님이 강단에 서십니다. ‘백세시대 건강하다는 것의 의미’라는 주제로 여러분을 맞이할 것입니다. 김형석 교수님은 그야말로 한 세기에 걸친 역사를 체험하신 분입니다. 현재까지도 저서를 출간하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열정적인 강연자이십니다. 아흔아홉 현역 철학자의 건강론과 만나실 수 있는 귀중한 기회입니다.
헬스콘서트의 메인 무대는 대한민국 명의 세 분이 책임지십니다. 가볍게 여겨선 안 되는 여성 3대 질환과 호르몬 관련 건강 강좌를 펼칩니다.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경수 교수와 여의도성모병원 나혜란 교수, 항노화비만센터 안지현 원장이 각각 ‘10년을 젊게 사는 법’과 ‘중년 여성의 우울증’, 그리고 ‘중년 여성의 비만’ 등에 대해 명쾌하고 담백한 강의를 들려주실 계획입니다.
멋진 공연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1980년대 대한민국 가요계의 대표 아이콘인 가수 양수경과 임수정이 우리들의 추억이 담긴 노래로 시니어의 봄날을 응원합니다.
또한 봄나들이 떠나듯 화려한 드레스 코드의 뉴시니어라이프 소속 모델 30여 명이 품격 있는 런웨이 무대를 펼칩니다.
국악인 권태경의 우리 소리와 가락도 만나보십시오.
당뇨병 예방 활동을 펴고 있는 국내 유일의 당뇨인 공익단체 한국당뇨협회가 ‘브라보! 2018 헬스콘서트’를 후원해줍니다. 오벨리스크 투어, 올인원바이오, 겔라비트 등 기업에서 푸짐한 경품을 증정해줍니다. 또한 전 출연진이 재능기부 차원에서 노(no) 개런티로 참여합니다. 시니어에게 보건·문화예술의 기회를 제공하는 브라보 헬스콘서트는 새로운 기부 모델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봄날이면 꽃잎들이 우리들을 축복하듯이 내려앉습니다.
당싯당싯 꽃잎이 춤춥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에서 준비한 행복한 공간 ‘브라보! 2018 헬스콘서트’에 꽃보다 더 예쁘게 단장하고 오십시오. 기다리겠습니다.
제주에서 4·3 사건이 발생한 지 올해로 70년이 됐다. 이를 맞아 제주시는 2018년을 제주 방문의 해로 지정하고 다양한 문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스탠딩뮤지컬 ‘1946 화순’(극단 경험과 상상/작·연출 류성)의 제주 초청 공연이다. 1946년 전라남도 화순 탄광촌에서 벌어진 사건을 재조명한 작품으로 4·3 사건과 흡사한 부분이 매우 많다. 광복 이후 미군정 치하에서 벌어진 양민 학살. 그로 인해 가족을 잃은 이들의 섬 제주. 공연장 객석에서 간간이 눈물 훔치는 소리가 들린다. 70년 세월이 지났어도 슬픔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한민국 건국 역사에서 잊어서는 안 될 상처
2월 말, 제주 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와 제주 4·3 70주년 범국민위원회 주최로 제주특별자치도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스탠딩뮤지컬 ‘1946 화순’이 공연됐다. 이는 해방 이후 우리나라 4대 탄광 중 한 곳이던 화순탄광에서 실제 있었던 일을 조명한 역사 팩션 드라마다. 탄광을 관리하던 일본군이 퇴각하고 탄광 노동자들은 자치위원회를 결성해 탄광을 운영하고 있었다. 일본 소유였던 탄광을 관리하기 위해 미군정에서 사람들이 찾아온다. 이들은 자치위원회를 불법으로 규정 해산시키기에 이른다. 미군정이 탄광을 관리하자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식량난에 시달린다. 미군정은 탄광 소장을 교체하고 노조를 위협해 노조 간부 3명과 100여 명의 노동자를 해고한다. 1946년 8월 15일. 미군정은 광주에서 개최된 8·15 1주기 기념식 참석차 길을 나선 화순탄광 노동자들을 탱크와 비행기를 동원해 진압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이 바로 ‘1946 화순’이다. 제주 4·3 사건의 축소판이자 1년 앞서 일어난 화순탄광 사건을 통해 제주의 아픈 역사를 되새기고 알리는 자리가 됐다.
가슴 뜨거웠던 100분, 감동으로 하나 되다
하루 2회 공연된 ‘1946 화순’은 말 그대로 대성황을 이루었다. 제주 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에서 나눠주는 배지와 공연 포스터를 받아가는 등 제주 시민들은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관객이 꽉 들어차고 공연이 시작되자 일제히 조용해진다. 노래 사이사이 박수가 점점 커지는가 싶더니 눈물을 훔치는 소리도 새어나온다. 공연 내내 여전히 아픈 기억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역사의 한 페이지가 아니라 잊을 수 없는 그때로 돌아가는 기분이지 않았을까.
무대 위에 선 모든 배우가 주인공
2015년 9월 초연된 ‘1946 화순’은 배우와 스태프의 재능 기부로 탄생해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작품이다. 무대에 코러스로 참여하고 있는 배우의 대부분이 대학로 연극계 주역들이다. 이들의 개런티만 따져도 금액이 상당하지만 좋은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뜻에서 큰 대가 없이 제주 공연에 참여했다고. ‘1946 화순’은 2016년 ‘화순탄광사건 70주년’을 맞이해 광주·전남 3000여 명의 노동자를 위한 공연을 하기도 했으며, 광화문 광장 대규모 공연을 통해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재조명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작품의 홍보는 화순을 본 관객들이 담당했다. 빠른 입소문으로 공연 초 ‘전 회, 전 석 초과 매진’을 기록했고 관객 요청으로 앙코르 공연을 이어나갔다. 창작 초연 최초로 ‘유료객석 점유율 120%’, 소극장 뮤지컬 사상 최대 규모인 60여 명의 배우 참여라는 경이로운 행보를 보여준 ‘1946 화순’은 연극인들의 순수가 살아있는 한 감동을 주며 오래가는 작품으로 남을 것이다.
기억해야 한다 ‘제주 4·3 사건’
제주라는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것이 제주 4·3 사건이다. 이 사건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빨갱이 폭동으로 간주돼 거론하는 것조차 금기시됐다. 1947년에 발생해 1년여 동안 벌어진 제주 4·3 사건은 어떤 설명으로도 납득할 수 없는 최악의 양민학살 사건이다. 4·3 사건에 관한 자료를 보고 이해한 결론이 그렇다. 한 살 어린아이와 노인까지 잡아 죽였다는 증언도 있다. 당시 30만 명도 안 되는 제주 땅에서 3만여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제주 사람들과 만나보면 어김없이 나오는 4·3 사건 이야기. 그들의 슬픔은 해가 가고 시대가 바뀌어도 가시지 않을 것 같다. 제주여행을 준비하는 독자가 있다면 4·3 평화공원에 가보기를 권한다. 올해 제주 방문의 해는 ‘4·3을 기억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따뜻하게 반기는 제주 사람들의 웃음 뒤에는 가족을 잃은 상처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관광지나 명승고적지를 가면 가파른 바위에 이름을 페인트로 쓰거나 심하게는 큰 바위에 이름이나 글자를 파서 새긴다. ‘000을 사랑해!’, ‘우리사랑 영원히’ 라는 글이다. 이런 글자를 본 애인이 감동해주길 바란다. 나를 그토록 사랑해주는 용감하고 멋있는 사람으로 알아주길 바란다. 여러 사람들에게 이름을 공개해 변하지 않을 대못을 박고 싶은 심정에서 한 행동임은 알 것 같다.
하지만 방문객의 대부분이 얼마나 사랑했으면 또는 얼마나 사랑이 변치말기를 기원했으면 바위에 이름까지 새길까!,하고 부러워하고 축하해주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보다는 문화재를 훼손했다고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자칫하면 자연 훼손 범으로 법정에 서야 한다.
우리 아이의 출생을 널리 알리고 싶어서 첫 돌날 찾아준 하객들에게 아이이름을 새긴 작은 선물을 돌린다. 부모님의 회갑 날에도 수건에 부모님 이름을 인쇄해서 나누어 준다. 기업체를 방문해도 간단한 물건에 회사이름을 새긴 방문기념 선물을 주는 곳도 많다. 크게는 대통령이름이 새겨진 시계선물도 있다. 모두가 이름을 널리 알리기 위함이다. 사랑의 자물쇠라 하여 사랑하는 연인들이 사랑의 마음을 담은 후 자물쇠로 잠그고 다시는 열수 없도록 열쇠를 멀리 던져버리는 퍼포먼스도 한다.
사랑한다는 말을 멋있게 표현하고 싶고 그 사랑을 영원히 변치말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강서둘래길’에서 이런 멋진 모습을 봤다. 강서둘래길은 전철5호선 개화산역이 있는 개화산둘레가 주 무대다 총연장이 11.4km로 대략 3시간이 소요되는 걷기 좋은 길이다. 지역주민은 물로 멀리서도 이름을 듣고 찾아온다. 중간지점에 봉화정(烽火庭)이라는 쉼터인 정자가 있는데 거기서 아름다운 기증을 한 멋진 시계를 봤다.
잠시 정자에 앉아서 쉬고 있는데 똑딱이는 시계소리가 들린다. 눈을 들어 위를 보니 결혼부부의 사진이 박힌 시계가 걸려있다. 초침이 똑딱똑딱하고 가고 있고 시간이 정확하게 맞는다. 걸어만 놓고 내몰라 하는 것이 아니라 깨끗하게 관리가 잘되고 있는 모습에 박수라도 쳐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전자시계이니 몇 달에 한 번씩 건전지를 교체해야 한다. 시간도 오차가 있으니 아주 가끔은 시간조정도 해야 정확한 시간이 제공된다. 시계가 잘 관리되는 것으로 보아 기증자는 가끔씩 올라와서 먼지도 털어내고 시간도 맞추고 건전지도 교체하는 모양이다. 부부의 웃고 있는 사진이 시계의 시간 품질보증서와 같다. 젊은 부부의 결혼식 사진을 보면서 ‘우리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하며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결혼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열심히 사랑하며 살아야지 하는 다짐도 한다. 기증자는 하루에 한사람이라도 자신들의 신혼사진을 보고 파경의 문턱까지 간 부부가 화해한다면 불교에서 말하는 보시(普施)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결혼을 기념하는 벽시계를 사람들이 몰려드는 장소에 걸어 놓을 마음씀씀이가 아름답다. 시계관리를 하면서 두 사람의 사랑도 더 깊어질 것이다. 작은 기증이지만 아이디어도 멋지고 참 실용적이다. 이런 작은 기증들이 세상을 더욱 살맛나게 한다. 기증문화 기부문화가 들불 번지듯 퍼져나가게 이른 미담은 널리 알려야 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것을 몸소 실천하며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는 시니어 치어리더팀 '낭랑18세'가 추운 겨울을 맞아 온정을 베푸는 행사를 열었다. ‘낭랑18세’는 지난 12월 9일 동숭동소극장(서울시 종로구 혜화로)에서 ‘12월의 밤 후원행사’를 열고 혼자 사는 같은 연배 시니어를 위한 기부금 마련과 후원행사를 가졌다.
낭랑18세가 소속한 (사)세계전통문화놀이협회의 유소년 시범단인 아꿈세(아이들이 꿈꾸는 세상) 리더스쿨과 달존팀도 함께 후원의 밤 행사에 출연해 깜찍한 공연을 펼쳤다. 이날 모인 수익금과 후원금은 독거노인과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연탄기부와 후원금으로 전달됐다.
(사)세계전통문화놀이협회의 조혜란 대표는 “이번 행사를 통해 사회 소외계층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우리 사회가 따뜻한 관심을 가지고 사랑의 온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히 조 대표는 “이번 공연 연습과정과 진행에 있어 낭랑18세 치어리더팀의 자발적인 헌신과 봉사가 있었다고” 귀띔했다. 낭랑18세는 치어리딩 공연 뿐 아니라 시니어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연극을 무대에 올려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어려운 이웃을 돕고싶은 마음이 함께 모여 그 어떤 행사보다 감동적이고 따뜻한 자리였다는 후문.
현재 우리나라의 독거노인 수는 125만 명으로 작년엔 386명이 고독사로 사망했다. 2035년에는 독거노인의 수가 343만 명으로 증폭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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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 앙코르 라이프
우리는 잘 늙고 잘 죽기 위해 잘 살려고 한다. 그래서 인생 후반기 여러 필수교양 지침 가운데서도 비우기, 내려놓기, 나누기를 배우고 훈련하고 싶어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덕목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시니어 세대는 일밖에 모르고 살았다고들 이야기한다. 돈을 벌어야 하고 모아야 하고 자녀들에게 해주어야 하는 강박 속에서 성실하게 노력하고 희생하며 살았다고 하는 그 공로를 돌이켜보면 사실 나와 가족을 위한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못하다. 다른 사람 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재능이나 금전을 기부하고 자원봉사를 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우리는 ‘기부’문화에 익숙지 않았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배운 적이 없다. 미국의 워런 버핏,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같은 사람들은 미국 사람이니까 그렇다고 치고, 삼성 같은 대기업도 사회공헌 차원에서 기부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겠지만, 개인이 기부를 하는 일은 아주 드믄 일이다. 기부 DNA가 아예 없는 사람들은 그렇다 하더라도 보통의 사람들도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기부는 자신과 상관없는 일로 여기기 쉽다.
퇴직을 하고 일정한 가처분소득 없이 사는 마당에 기부하고 싶어도 형편이 그렇다. 대부분 이런 생각일 것이다. 퇴직 후 지속적으로 경제활동을 하든지, 연금이나 일정 자산소득이 있든지 간에 어느 정도의 기간이 될지 불투명한 자신의 노후를 생각하면 불안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향후 30~40년을 위한 준비를 충분히 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보통의 시니어라면 말이다. 얼마가 있어야 안심이 될까? 준비가 되어 있다 해도 소유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면 행복하지 않다. 단언컨대.
인생 후반기 시니어의 차이 나는 경영 노하우는 빼기와 나누기다. 인생 후반기야말로 기부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다. ‘소득의 일정 부분을 기부한다’는 말 대신 소비하는 금액의 일정 부분을 줄이고 빼서 기부금 명목으로 지출할 수 있다. 무엇을 위해 얼마큼씩 빼기를 할 것인가. 물질적으로 나를 비워가는 과정 또한 나를 내려놓는 일 이상으로 중요하다.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 매달 생활비에서 10퍼센트 혹은 13퍼센트는 떼어서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나 공익을 위해 애쓰는 단체에 기꺼이 기부하고 나누어 쓰겠다고 마음을 먹고 행동에 옮기는 순간 삶의 가치는 고양된다.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긍심은 물론, 줌으로써 누리는 행복감은 나만을 위한 소비가 주는 행복감보다 훨씬 큰 의미를 준다. 신기하게도 기부는 투자의 효과로 내게 어떤 형태로든 돌아온다는 것이다.
기부하는 일에 어린이, 어른, 노인을 구분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에게 기부문화가 그리 친숙하지 않다는 점에서 각 세대에 맞는 기부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공감할 만한 동기부여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몇 달 전에 지인들 몇몇과 다음과 같은 궁리를 해봤다.
당신이 누구이든 기부할 돈도 재능도 있다는 사실을 먼저 인정하시라. 우리나라 국민은 만 65세가 되면 지하철 무임승차 혜택을 받는다. 필자도 2년 내에 소위 지공족에 편입된다. 웃음도 나고 머쓱한 기분도 드는 게 사실이다. 이런저런 대화 중에 지하철 무임승차로 한 달에 적어도 4만여 원의 지하철 교통비가 절약된다는 점에 주목하게 되었다. 외출이 많지 않은 사람이라도 2만원 정도는 절약될 것으로 짐작된다. 이거야말로 공돈인데 이럴 때 과감하게 월 2만원을 기부해보라. 이름하여 지공펀딩 캠페인을 벌여보자고 5명의 예비 지공족이 모여 논의했다. 지하철이 공짜라는 희화적 의미의 ‘지공’을 ‘지공(至公)’이라 표기하고 공익을 위해 기금조성을 하기로 한 것이다. 열 명, 스무 명, 백 명, 천 명, 그 이상으로 지공족이 참여한다면 그야말로 지공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될 것이고 시니어 문화가 사회적 변화를 일으키는 시금석이 될 만하다.
성실하게 일하고 절약하며 살아온 세월은 어디로 가고 무임승차족, 사회비용부담 세대로 비하되고 있는 지금의 시니어에게 비타민 같은 기회로서 기꺼이 동참하고 싶은 제안으로 받아들여지길 기대하고 있다. 공개하기도 전에 벌써 동참의 뜻을 보내온 사람이 30여 명이다. ‘기부한다는 생각을 한 적도 없지만 기부해 달라고 요청하는 이도 없는데 누구한테 기부하라는 거냐’ 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 이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감할 만한 명분이 있고 믿을 만한 단체라면 나도 기꺼이 지공 멤버가 되어 기부자가 되겠다는 의미다. 본격적으로 이런 운동을 전개하면 ‘나도 기부를 한다’는 자부심과 즐거움에 행복해하는 시니어가 많아지리라 본다. 이 운동의 목적이나 목표를 구체적으로 소개하기에는 적합한 지면이 아니어서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겠다. 단, 기부의 마음만 있으면 기부할 돈과 재능이 없어서 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설사 기부를 하고자 해도 누굴 믿고 기부를 하겠는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작금의 사회 분위기가 기부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하도록 만든 것도 사실이다. 어금니아빠 사건, 새희망의 씨앗 전화사기 사건, 미르재단에 이르기까지 최근 1년 사이에 부패한 재단, 기부금 횡령사건이 줄을 이어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그래서 진정 목적에 잘 쓰이고 있는지 믿을 수 없어 더 이상 기부하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부정적 대응이 해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세먼지가 가득하고 탄소 배출이 증가해도 우리는 숨을 쉰다. 숨쉬기에 필요한 산소는 여전히 공기 중에 존재한다. 기부는 하지 않는 것보다 하는 것이 사회를 더 좋게 변화시키는 데 기여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기부문화가 성숙해가면서 스스로 사회의 자정 장치까지도 만들어낼 것으로 믿는다.
후반기, 다시 시작하되 자장격지(自將擊之)의 자세로 한다. 과식하지 않을 줄도 알고 내 몸의 상태에 맞춰 행동을 조심할 줄도 안다. 그러지 않으면 탈이 나니까 어쩔 수 없기도 하지만 그 어쩔 수 없는 상황이 과히 나쁘지 않다. ‘스스로 가지려고만 하지 않고 주려고 한다. 더하기, 곱하기보다 빼기, 나누기를 좋아한다.’ 이런 현상은 연륜의 지혜가 주는 자정기능이고 자기균형 효과라 생각한다. 나이에 걸맞게 노쇠해가는 것이 노익장을 과시하고 노욕을 부리는 사람들보다 오히려 보기에 자연스럽다. 몸도 마음도 물질도 스스로 비워야 하고 빼야 하는 줄 알게 되니 기쁘다. 나와 내 자녀에게만 주는 것보다 이 사회의 더 많은 사람, 더 필요로 하는 곳에 주면 내가 실제로 준 것보다 더 큰 몫으로 가치가 증대된다. 기부는 소비가 아니라 투자이고 생산이다. 기부하는 사람은 투자자이고 보람과 기쁨이라는 배당을 받는다. 우리 사회의 명예로운 주주가 되는 것이다. 사회를 더 좋게 변화시키는 일에 시니어가 동참하는 것이다.
평범한 당신이 죽기 전에 기부의 즐거움을 누리고 사회에 공헌하는 사람으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축복이 어디에 있을까.
세상에 이기지 못할 것이 운발이라고 한다. 운칠기삼(運七技三), 운이 70%라면 재능과 노력은 30%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심지어는 운11. 기 마이너스 1이란 이야기조차 있다. 운이 좋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윤은기(66) 한국협업진흥협회장은 그 답을 협조와 협업에서 찾는다. 그는 개인이나 기업이나 공생, 상생하는 것이 운을 좋게 만들고, 지속가능경영을 가능케 한다고 말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가 아니라 ‘남을 돕는 자’를 돕는다”가 그의 신조다. 남과 나눠야 운이 따른다. 운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라기보다 후천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별명이 ‘미스터 콜라보(Mr. collabo)’인 그를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윤 회장께선 일찍이 미래의 물결, 정보화사회를 이야기하는 등 미래 트렌드를 남보다 앞서 예측하시고 강의해왔습니다. 그런데 운 이야기를 강조하시는 게 좀 모순 같습니다.
“정보화를 넘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운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내가 말하는 운이란 덕행의 인과법칙입니다. 지극히 과학적입니다(웃음). 남을 돕지 않는 자에겐 운이 따르지 않아요. 아무리 똑똑하고 잘난 사람도 남이 도와주지 않거나 방해를 하면 성과를 낼 수 없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노력뿐만 아니라 남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는 점입니다. 귀인을 만나야 운이 좋아질 수 있습니다. 귀인을 만나려면 먼저 인간 존중, 인간 중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최근 를 쓴 일본의 원로 변호사 니시나카 쓰토무도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운=도덕과학’이라고 풀이한 바 있다. 니시나카 변호사는 “도덕적 과실이 운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받은 은혜를 다른 사람에게라도 갚지 않으면 운이 나빠진다. 은혜를 받기만 하면 ‘도덕적 부채’로 쌓인다”고 말했다. 도덕적 선행과 나눔이 운을 불러온다면, 도덕적 부채와 독과점은 금전적 부채보다도 더 큰 불운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하늘은 스스로를 돕는 자보다 남을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은 과학적 근거가 있다. 남을 돕는 봉사를 하고 난 뒤에는 거의 모든 경우 심리적 포만감, 즉 ‘하이(high)’ 상태가 며칠 또는 몇 주 동안 지속된다. 의학적으로도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현저히 낮아지고 엔도르핀이 정상치의
3배 이상 분비되어 몸과 마음에 활력이 넘친다. 이른바 마더 테레사 효과다. 기업의 사회적 공헌(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리더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개인의 사회적 공헌(PSR, Personal Social Responsibility) 실행은 이타적이라기보다는 운을 불러들이는 이기적 행위인 셈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말은 많이 합니다. 반면에 일반 개인의 사회적 공헌(PSR)은 그만큼 강조되진 않지요.
“‘사회 공헌, 기부’ 하면 거대 담론으로만 생각합니다. 나중에 여유 생길 때 기부한다고 미뤄두면 평생 하기 힘듭니다. 기부는 물질적 여유가 아니라 평상시 태도, 습관입니다. 저는 재능기부 차원에서 군에 강의를 갑니다. 또 공군 순직 조종사 유자녀 장학금을 매년 1000만원씩 지원하는 일을 7년째 해오고 있습니다. 기부를 꾸준히 하는 것은 남을 위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행복하게 사는 비결입니다.”
그는 “돈이 많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며 앰뷸런스를 이용하며 운전기사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소개했다. “부자들은 앰뷸런스에 시체가 실리는 순간부터 가족이 싸우는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그렇게 산다면 부자인들 무슨 삶의 의미가 있겠습니까. 저는 있어야 나누는 것이 아니고 나누어야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부자는 돈이 있는 게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사람입니다.”
1년에 기부금 1000만원을 약정하고 꾸준히 하는 것, 쉬운 일은 아닌데요. 사모님도 처음부터 동의하셨는지 살짝 궁금합니다.
“저는 집사람을 설득해야 할 때 집에서는 절대 말을 꺼내지 않습니다(하하).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이나 술집에 데려가 이야기를 시작하지요. ‘사는 게 뭐 별것 있나, 잘사는 인생이란 무엇인가’ 등등으로요. 먼저 길을 닦고, 마음을 촉촉하게 적신 뒤 본론을 꺼내지요. ‘우리 여행 한 번 덜 가고, 골프 한 번 덜 치자, 소비를 조금 줄이더라도 좋은 일을 해보자, 돕고 사는 게 재미지, 혼자 잘사는 게 무슨 재미인가’ 하고요. 똑같은 이야기라도 반응이 전혀 달라요. 집사람이야 콩나물값 깎아가면서 알뜰살뜰 살림하는 전업주부인데 처음엔 좋아하지 않았지요. 하지만 지금은 저보다 더 기부에 적극적이랍니다.”
윤 회장은 스스로의 전공을 심경학, 즉 심리경영학(그는 학부는 심리학, 석·박사는 경영학을 전공했다)이라고 말하곤 한다. 심리를 경영할 줄 안다는 의미에서다. 그는 “정의파, 대의명분파들이 설득에 실패하고 저항에 부딪히는 이유는 단 하나다. ‘옳으냐’로 ‘좋으냐’를 무시하거나 압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진정한 소통은 ‘옳다’를 넘어, 마음속으로 ‘좋다’고까지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이성보다 감성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이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베스트셀러 비결도 사모님과의 심경학 소통 덕분이라면서요.
“하하. 네. 제 책의 첫 독자, 안테나 마켓은 집사람입니다. 작가에겐 책 내용이 정리돼 영감이 오는 ‘유레카’의 순간이 있습니다. 한밤중이라도 깨워 한바탕 책 내용을 설명하지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심드렁해하면 책의 콘셉트 혹은 틀을 바꿉니다. 베스트셀러가 된 책은 대부분 집사람이 한밤중 잠결에 들어도 흥미롭게 들은 책, 말 된다고 집사람이 동의를 표한 책이었습니다(웃음).이번 협업 책도 그렇고요.”
진정한 소통은 같은 세대, 같은 수준의 말을 쓰는 사람뿐 아니라 이질적 그룹의 사람과 통하는 것이다. 그의 강의가 폭넓은 호응을 얻는 것도 그 덕분이다. 이장우 브랜드마케팅그룹 회장, 차동엽 신부, 장용동 목사 등 숱한 명사들이 윤 회장의 강의를 ‘내 인생에 영향을 준 명강의’로 꼽는 것도 소통력 때문이다.
윤 회장께서 살아오시면서 겪은 가장 큰 고비는 무엇인가요.
“1980년도에 발간된 앨빈 토플러의 을 읽고 우리나라가 살 길은 정보화사회에 빨리 도전하는 것이라는 신념을 갖게 됐습니다. 잘 다니던 종합무역상사에 사표를 내고 1983년 여의도에 정보전략연구소를 차렸는데 2년 만에 퇴직금까지 모두 까먹고 엄청난 부채를 지게 된 거예요. 하루가 지나면 부채는 늘고 철수하자니 빚 감당을 못하겠고. 그때가 내 인생의 최대 위기였습니다. 마침 1985년 앨빈 토플러가 방한해 붐이 일어나면서 극적으로 위기를 벗어나게 됐습니다. 그때 깨달은 것은 세상 모든 일은 반드시 때가 있다는 거였습니다. 너무 늦어도 안 되지만 너무 빨라도 안 된다는 겁니다. 이후, 무슨 일이든 최적의 타이밍을 찾아내려고 심사숙고했습니다. 사람들은 좋은 아이디어가 생기면 자신감이 넘쳐 성급하게 뛰어드는데 그러면 실패하기 십상이지요.”
우리나라 최초의 골프 칼럼니스트로 골프와 경영을 접목한 글로 인기를 끄셨지요.
“우리 사회의 내로라하는 인사들치고 저랑 골프를 치지 않은 사람은 드물지요. 골프를 치면서 인생의 깊은 내공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것을 글로 써본 것이지요. 특히 김종필 전 총리랑 골프를 치면서 들은 인생 허업(虛業) 이야기가 제게 영향을 주었습니다. ‘정치는 허업이야. 잘났다고 하는 저 사람(정치인)들이 하는 일이 뭐가 있어? 온갖 폼은 다 잡지만 남는 게 뭐 있어? 정치는 자기들끼리 싸우다 다 잃는 거야. 제일 어리석은 직업이 정치야’라고 허무하게 말씀하신 게 기억에 남아요.”
인생의 산전수전을 다 겪은 분께 그런 이야기를 들었기에 허명(虛名), 허업(虛業)에 대한 내려놓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지나치게 욕심을 많이 부리면 반드시 터지거나 넘어지게 돼 있다. 윤 회장은 인생의 욕심을 풍선과 계단오르기에 비유해 설명한다. 계단을 하나씩 올라가면 문제가 없지만 한꺼번에 많이 오르려 하면 반드시 고꾸라지는 게 인생의 법칙이다. 풍선도 마찬가지다. 있는 힘껏 풍선을 끝까지 불 수는 있지만 그러다가 터질 수도 있다. 그래서 80~90% 정도만 불고 남겨둬야 한다. 너무 빵빵하게 불면 언제 터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힘을, 마음을 내려놓아야 하는 이유다.
탈속의 이야기만 했네요. 세상 이야기로 돌아와 볼까요. 정보화사회, 협업 등 늘 기업 경영의 화두를 먼저 설정, 새바람을 일으키셨습니다. 또 시(時)테크, 골드칼라 등 시사용어를 선도해 유행시키셨는데요. 그 촉(觸)의 비결이 무엇인지요.
“지도자라는 것이 무슨 의미겠습니까. 선지자, 선견, 먼저 보는 사람 아니겠습니까. 지도자는 지도를 가진 사람입니다. 즉 방향성을 제시하는 게 중요합니다. 청년기에 군에서 훌륭한 리더를 만나 생각의 틀을 다진 게 제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청년 장교(중위) 때 투스타 김동호 장군의 부관을 하다 보니 엄청난 용량의 공부가 필요했습니다. 인생의 한창때 존경할 만한 롤모델을 만나는 것은 큰 운입니다. 책 100권, 아니 1000권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책 에서 귀인효과를 말씀하시는데요. 김동호 장군이 윤 회장님의 귀인이셨나보군요.
“맞습니다. 김 장군은 영어, 일어 등 외국어 실력도 뛰어나시고, 유도, 검도 유단자에다 특히 인품이 뛰어난 분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지덕체, 문무를 겸비하신 분이었습니다. 김 장군이 면접하는 모습을 보고 단번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제 실력을 묻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이력, 종교, 꿈을 들려주시며 리더로서 이렇게 노력하겠다고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겁니다. 당시 제 주변 동료 장교들은 퇴근 후 취직 공부를 해야 한다며 24시간 근무해야 하는 부관을 기피했어요. 저는 퇴근 후 두 시간 공부보다 이분을 모시는 게 훨씬 큰 공부가 되겠다는 느낌이 한 번에 오더군요. 존경받는 것도 기쁘지만, 존경하는 사람을 가까이 두는 것이 더 기쁜 일입니다.”
윤 회장은 그 후 4년간을 한결같이 김 장군을 곁에서 ‘모셨다’. 제대하는 토요일, 오후 3시까지 초과 근무를 자청한 것은 초급 장교 중 전무후무해 공군 본부에서 화제가 될 정도였다. 윤 회장은 김 장군과의 인연을 40년째 이어오고 있다. 지금도 1년에 두세 차례씩 찾아가서 인사를 드리고 예전 어록과 교훈을 같이 추억하며 이야기꽃을 피우곤 한다.
김 장군도 훌륭하시지만 그분을 한눈에 알아본 윤 회장님도 대단합니다. 더구나 20대 중반의 청년 장교 때요.
“그런가요.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알아보는 용인술도 중요하지만,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알아보는 ‘역용인술’도 필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롤모델을 만나고 싶어 하지만 스스로 찾아보려고 노력하진 않거든요. 존경하는 사람이 없으면 반쪽 인생이에요. 한 번도 사랑해보지 못하고 죽는 것보다 더 불행하고 불쌍한 삶이지요. 어려운 의사결정을 할 때 ‘김 장군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자기객관화가 되면서 답이 보여요. 존경할 대상이 생기면 상대의 장점 DNA가 보이고 배워야 할 사항이 쏙쏙 들어와요. 존경하는 사람을 가지면 인생이 달라집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요.
“앞으로 10년 정도는 우리나라 모든 영역, 모든 분야에 협업문화를 확산시키는 일에 매진할 계획입니다. 그 후에는 청소년 시절부터 꿈이었던 소설가로 데뷔하고 싶습니다. 소설은 현실에서는 추진할 수 없는 이상향을 마음껏 그릴 수 있으니까요. 제가 존경하는 소설가 김주영 선생님도 수시로 만나고 있고 최근에는 김홍신 선생님도 몇 번 만났습니다. 평생 동안 경험한 일들과 상상했던 일들을 융합시켜 멋진 소설을 쓰는 게 내 인생의 마지막 직업이 될 겁니다.”
김성회 CEO리더십연구소 소장>>
연세대학교 졸업. 경영학 박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교수. 리더십 스토리텔러. 세계일보에서 CEO 인터뷰 전문기자로 활약했다. 세계경영연구원(IGM)과 삼성경제연구소 등에서 강의했다. 저서로는 , , 등이 있다.
은퇴하면 고생은 끝나고 안락한 행복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인생 100세 시대를 어떻게 하면 더 보람 있게 살 수 있을까?’가 문제였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섰다. 어린 시절부터 마음 한구석에 두고 실현하지 못한 글쓰기에 대한 꿈이 되살아났다. ‘문학소년의 꿈’이었다.
은퇴하자마자 처음 문을 두드린 곳이 관악 기자학교였다. 기사작성의 실전교육을 마친 후 몇 군데 교육기관에서 공부를 하고 기자가 되었다. 밤새워 글을 쓰면서 블로그 활동도 했다. 세상과 대화하는 또 다른 길이 열렸다. 하지만 뭔가 부족했다. 수년 동안 몇몇 신문과 블로그에 썼던 글을 보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에도 오프라인 기사가 몇 차례 실렸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아내와 아들이 ‘애독자’가 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우리 가족은 평소 상대방의 글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시인으로 활동하는 아내의 말처럼 실력도 문제이지만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다. 문학도 아들에게도 독후감을 요구했으나 대답하지 않고 눈길을 피했다. 척하면 삼천리. 배워야 한다.
관악문화원 문학반을 찾았다. ‘맛보기 강의 들어보고 수강 신청하라’는 안내가 재미있었다. 아담한 강의실에서 몇십 명이 모여 오순도순 토론도 하며 문학수업이 진행되었다. 10년 넘도록 계속 이어져온 문학창작교실이란다. 매주 화요일 오후 저명한 작가의 작품에 대한 해설과 강의가 진행되었다. 여기에 수강생의 창작 시와 수필 낭독, 토론이 끝나면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겼다. ‘바로 여기야!’ 무릎을 탁 쳤다. 이후 글쓰기에 코를 박았다.
박수진 지도교수는 저명 시인이다. 초·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주옥같은 시와 동요가 여러 편 실렸다. 강의 전반에는 지도교수가 품격 높은 작품들에 대한 해설을 진행한다. 지도교수는 왕성한 창작활동과 재능기부를 하면서 매주 새로운 소재를 개발해 열정적인 강의를 했다. 주입식이 아닌 토론이 곁들인 강의였다. 매번 예정시간을 훌쩍 넘겼다. 하지만 누구 하나 지루해하지 않았다.
강의 때마다 수강생들은 시나 수필을 써와서 강의에 참가한다. 강의 후반부에서는 습작품 첨삭지도가 토론식으로 이루어진다. 작성자가 먼저 낭독하고 참가자들이 자유토론으로 의견을 말한다. 수강생들이 진땀 흘리는 시간이다. 남의 작품을 눈을 지그시 감고 감상하다가 자기 작품을 발표할 때는 어린아이가 된다.
한 줌의 작품은 이리 찢기고 저리 벗겨진다. 앞과 뒤를 바꾸고 넘어진 가지를 자르고 나면 모양새가 갖춰진 한 편의 작품이 재탄생한다. 작품이 새로 태어나는 눈부신 과정에 참여한 수강생들은 감동하며 박수를 친다. 살아 있는 문학 공부다.
단기가 아니고 연중 계속 이어지는 수업이 이곳의 특징이다. 마치 학교에 다니는 기분이다. 강의를 들으면서 여러 문우들을 사귀었다. 화려한 전직의 은퇴자와 문학에 관심 있는 가정주부가 많다. 이분들은 오랜 기간 문학반에서 수강하면서 현재 시인, 수필가로 활동하고 있다. 출판도 몇 번씩 한 프로들의 ‘심화 과정’이다. 수업이 끝나면 가끔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환담을 나눈다. 걸쭉한 인생 이야기는 훌륭한 글쓰기 소재가 된다.
관악문화원 문학아카데미 회원의 동인지 출판 준비가 한창이다. 모두가 두툼한 동인지에 작품과 이름을 올릴 것이다. 연말에는 합동으로 시를 낭송하고 수필을 발표한다. 젊은 시절 줄줄이 외었던 시 구절 하나 온전히 기억나지 않지만 글을 쓰면서 그 기억을 되살린다.
우리 에 ‘기사’를 올리고 블로그에는 ‘작품’을 올린다. 신문기사가 감정을 섞지 않는 주지적인 글이라면, 문학은 주정적이다. 두 가지를 동시에 배우면서 쓰기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두 분야의 글쓰기는 동전의 양면 같다. 보는 관점만 다를 뿐이다. 양쪽을 어우를 수 있어 즐겁다.
앞만 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살아온 삶 ‘70년 체험’ 이야기를 쓰고 지우기를 반복한다. 손주를 돌보면서 옛 조상들의 삶을 생각한다. 이제 ‘30년‘ 삶에 대해 고민한다. 생각이 점점 깊어진다.
관악문화원 문학아카데미 동호회 안내
위치 관악문화원 관악산 입구 주차장 바로 위
전화번호 02-885-5975, 878-1931
강의와 토론 매주 화요일 오후 3시 반부터 2시간
개설 과정 문학반 외 서예반, 무용반 등 40여 개
수강료 3개월분 6만원, 연중 강의 계속
한참 지난 오래된 잡지를 정리하는 중이었다.
언젠가 사회연대은행 두드림 기자활동을 할 때 만나서 인터뷰했던 대표님의 ‘아름다운 유산’에 관한 기사가 실린 책을 펼치게 되었다.
‘아름다운 유산’은 파키스탄이나 중앙아시아 오지의 소외된 아동을 후원하는 모임이다.
‘아름다운 유산’ 대표는 원래 히말라야 정상정복을 꿈꾸던 산악인인데 다니다 보니 너무나 열악한 환경의 아이들이 많아 이들을 돕기로 했다고 하는데 돕는 방법이 독특했다.
아주 힘든 사막 마라톤이 있다. 사막 마라톤을 하면서 1km 걸을 때마다 일정액을 지인들로부터 성금으로 받아 기금을 마련해서 파키스탄의 어려운 고아에게 고아원을 지어주었다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사하라 사막과 애리조나 사막 나미비아사막 마라톤을 완주하고 기금을 모았다고 한다.
인류애, 행복,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소중한 가치로 생각하며 활동영역을 중앙아시아로 확장하고 글로벌 자선단체를 지향하며 UN에 등록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는 ‘아름다운 유산’ 대표님의 모습은 참으로 천진난만하고 소년 같은 순박함과 인자함이 느껴졌다.
좋은 일을 하면 다들 저렇게 해맑고 빛나는 모습을 갖게 되는 걸까?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당시 인터뷰에서 꿈이라고 하셨으니 지금은 당당히 UN에 등록되었는지 궁금하다.
설립취지문에서 ‘빨리 가고 싶으면 혼자 가고, 멀리 가고 싶으면 함께 가라, 그러나 빨리 가고 멀리 가려면 누군가와 함께여야 한다’ 는 말씀이 마음에 와 닿았다.
좋은 일에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건 그만큼 든든하고 용기를 얻는 일일 것이다.
‘아름다운 유산’ 창립총회에 모이신 분들 모두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셨을 거라는 생각에 다들 훌륭해 보였다.
그동안은 지인의 도움으로 기부금을 받았지만 이제 사단법인으로 태어났으니 더 많은 아름다운 사람들의 도움으로 좋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셨다.
기부가 그리 어려운 건 아니다. 큰 부자나 기업에서 많은 액수를 내놓기도 하지만 필자처럼 평범한 사람은 작은 마음을 보탤 수 있는 길이 많이 있다.
그러나 실은 필자도 그렇게 기부를 많이 하지는 못했다. 사는데 바빠서 남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는 변명을 마음에 담았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매스컴을 통해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어린이나 난민촌의 아이들 소식에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전화 버튼을 누르는 정도였다.
예전에 우리 엄마는 적은 돈이지만 기부를 많이 하셨다. 돈암동 아리랑 고개 가는 길에 외방 선교회가 있었다.
외방 선교회는 다른 나라에 파견되어 나가서 선교활동을 하는 신부님을 후원하는 곳이다.
성당에 열심인 엄마가 후원금을 냈는데 그땐 직접 찾아갔다. 엄마의 심부름으로 대신 전달하러 몇 번 갔던 외방 선교회가 겉으로 볼 때엔 평범한 건물이지만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느껴지던 엄숙함과 경건함이 잊히지 않는다.
세계 오지의 어려운 여건에서 선교하시는 신부님들에게 아주 작은 보탬이 된다는 것에 엄마는 마음 뿌듯해 하셨다.
몇십 년 전 뉴스에서 서울대에 합격했는데 등록금이 없다는 학생의 기사를 보고 엄마의 심부름을 하기도 했다. 똑똑한 젊은이가 너무나 안타깝다며 성금을 내고 오라고 하셔서 광화문의 조선일보사에 찾아가 엄마의 이름으로 성금을 맡겼었다.
필자보다 마음이 따뜻한 엄마의 심부름을 하면서 따라가지 못하는 필자 자신이 미안하고 부끄럽다는 생각도 들었었다.
기부는 쓰고 남아서 하는 게 아니라 어려운 중에도 작은 마음을 나누는 것이라는 말이 있는데 아직 실천을 못 하고 있다.
‘아름다운 유산’이나 ‘바라봄 사진관’ 같은 좋은 일을 하는 단체가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가 더욱 따듯해질 것이다.
자신에 맞게 이웃을 돌아보는 작은 마음들이 불꽃처럼 일어나서, 기부문화란 작아도 괜찮고 어렵지 않은 평범한 일상이라는 관념이 자리 잡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