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은 사람이 있으면 안 보면 된다. 부득이 마주치게 되면 피하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주 마주치게 되는 관계가 고등학교 동창생들 모임이다. 비슷한 환경에서 만나 50년을 지내왔으니 친한 관계이다. 그런데 그 중에도 친소관계는 있게 마련이다.
A는 동창회 모임에 좀 늦게 도착했다. 한정식집이었다. 인기 있는 반찬은 먼저 바닥난다. 간장게장이 인기 품목이었다. A가 종업원을 불러 간장게장을 더 갖다 달라고 하자 B가 “늦게 온 주제에 네 돈 내고 사 먹어라”라고 한 것이다. 이 말에 다른 친구들도 같이 웃어 넘겼다. 간장게장은 추가로 주문하면 2만원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A는 늦게 온 죄로 간장 게장 맛도 못보고 다른 반찬으로 대충 식사를 한 후 자리를 끝냈다. 그러나 B에 대한 원망이 가슴 속 깊이 박혔다.
며칠 후 A와 B는 같이 골프 라운딩을 할 일이 있었다. 4명을 채운다고 후배 2명도 불렀다. 그런데 B가 지나가는 말로 A의 골프바지가 노인네처럼 헐렁하다며 핀잔을 줬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바지 폭이 좁다며 후배들의 날씬한 바지를 가리켰다. 그날 밤 A로부터 단톡방에 “B와 절교한다”는 내용이 올라 왔다. B에게 보낸 카톡도 복사해 붙였다. “후배들 앞에서 망신을 줬다”는 이유였다. 앞으로 모임에 안 나갈 수는 없겠지만, B와 엮는 일은 피해달라는 뜻이다.
고등학교 동창 관계는 가장 스스럼없는 관계이다. 그래서 서로 간에 비속어도 쓰고 못할 말 없이 다한다. 그러다 보니 도를 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제까지는 그래도 문제가 없었는데 슬슬 문제가 발생한다.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적어진 탓인지 그동안 쌓였던 미움이 한꺼번에 터지는 것인지 분란이 생긴다. 건강이 안 좋아지면 쉽게 짜증이 나기도 한다.
동창들은 A를 설득했다. 50년 친구와 절교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요지부동이었다. 그전에는 나이 70세가 되면 남자 노인은 ‘옹(翁)’을 붙였다. ‘드물다’는 뜻으로 ‘고희(古稀)’라고도 했다. 지금은 수명이 길어지다 보니 70세라도 그 용어를 안 쓴다. ‘옹고집(壅固執)’도 있다. 한번 고집 부리기 시작하면 아무도 못 꺾는다. 다른 동창들이 B에게도 사과하라며 설득했다. 그러나 역시 요지부동이었다. “못할 말 했느냐?”며 오히려 당당했다.
동석했던 친구들이 중간에 화해를 시키려고 했다가 A와 B 모두에게 원망을 들었다. “왜 내편을 들지 않았느냐?”는 것이었다. “누구 편을 들고 말고 할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둘은 친구들의 중재로 악수하면서 화해하는 것으로 했다. 그러나 악수의 의미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악수를 했더라도 속마음은 안 풀어지는 사람도 있다. 여자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남발하는 남자들처럼 행동만 사과하는 척 악수를 쉽게 하는 사람도 있다.
필자가 속한 대학원 동창생들 사이에도 비슷한 일이 종종 벌어진다. 한 친구가 말투가 좀 시비조이고 전투적이다. 항상 그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상처 받는다. 그 때문에 설전을 벌이거나 화가 나서 뛰쳐나가는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그 버릇을 못 고친다. 마음은 그렇지 않다고 변명한다. 그러나 마음도 그런 편이다. 지기 싫어하고 손해 보지 않으려고 한다. 당구를 쳐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그 친구는 당구를 칠 때 지나치게 승부욕이 강하고 억지를 잘 부린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도전한다고 해서 누구랑 같이 갈 것이냐고 물으니 혼자 간단다. 트레킹이 힘들기 때문에 자기 성격으로는 같이 간 사람과 다툴 가능성이 많다는 이유였다. 자기 성격을 잘 알고 있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필자도 이 친구와 다툴 일이 많이 있었지만, 그냥 넘어갔다. 그런 사람은 피하면 된다. 당구도 다른 핑계 대고 같이 안 친다. 모임에 나가도 그냥 얼굴만 보는 것이다. 굳이 절교 선언까지는 필요 없다. 그래 봤자 여생이 살아온 날보다 길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며 성격은 고치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안다.
당구가 시니어에게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달 태릉선수촌 승리관에서 열린 2018서울세계3쿠션당구월드컵대회 예선 경기들을 TV를 통해 보고 있었다. 18일은 준결승전과 결승전이 열리는 날이었다. 2시부터 4강 1차전으로 우리나라의 김봉철- 그리스의 폴리포스의 경기가 있었다. 5시에 에디먹스- 야스퍼스의 2차전이 벌어지고 8시에 준결승에서 올라온 에디먹스와 폴리포스의 결승전이 벌어졌다.
현장에 간 보람은 세계 유명 선수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세계 랭킹 1위 프레데릭 코드롱 선수는 일행들과 대화 중인데도 기꺼이 사인도 해주고 기념 촬영에도 응해줬다. 필자가 누군가 둘이 같이 사진 찍어줄 사람을 찾으려고 두리번거리자 직접 스마트 폰을 셀프촬영 모드로 바꿔 몇 번이고 찍었다. 팬서비스에도 세계 1위 선수다웠다. 코드롱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초반에 탈락했으나 이렇게 대회장에 나와 자리를 빛냈다. 직접 관전도 하고 팬서비스도 염두에 두고 나왔을 것이다.
우리나라 여자 당구 3쿠션 1위 김보미 선수는 스폰서 부스에서 팬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팬이라고 하자 사진 찍을 때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호응해줬다.
막상 현장에 가보니 해설이 있는 TV로 보는 것만 못했다. 당구대가 너무 멀리 있고 객석도 불편했다. 모니터 화면으로 경기장면을 보여주면 좋았을 것을. 어지간한 당구장에 가도 있는 그런 서비스가 없었다. 스마트 폰으로 현장 중계를 보는 사람은 그래도 좀 나아 보였다. 결과적으로 굳이 현장에서 볼 필요는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서울 중심가에 좋은 공간이 많은데 굳이 멀리 태릉선수촌에서 대회가 벌어지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 일이었다. 가장 가까운 전철역인 화랑대역에서도 버스로 6정거장이 되는 먼 거리였다. 승리관은 공간이 작다. 조별 예선도 겨우 치렀다는 것이다. 이날은 당구대 하나만 중앙에 놔두고 3면을 객석으로 만들었다. 구리, 양구, 청주 대회에서도 경기장에 당구대가 수십 대였다. 그런데 월드컵 대회인데 그 정도 공간이라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당구가 대한체육회 내에서 스포츠 종목으로 제대로 대우를 못 받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지인들과 당구를 치고 나면 배도 출출하고 해서 뒤풀이를 한다. 워낙 오래 한 동네에서 만나다 보니 웬만한 음식점은 거의 다 섭렵했다. 매번 음식점이나 메뉴가 겹치기 마련이다. 새로 생긴 집이나 안 가본 음식점이 있으면 좋으련만.
“어디로 갈까?” 물으면 좀 생각하는 듯하더니 결국 “아무 데나 가자”가 나온다. 그렇게 아무 데로 들어가고 나면 메뉴 선택으로 결정 장애를 겪는다. “뭘 시킬까?” 하고 물으면 “아무거나”라고 답한다. 술도 소주, 맥주, 막걸리 중에 고르라고 하면 역시 ‘아무거나’. 소주는 잘 팔리는 브랜드가 두 가지라서 또 어느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역시 ‘아무거나.
성격 좋고 식성 좋으니 결정하는 대로 따른다는 뜻이지만 한편으로는 결정 장애이다. ‘짬짜면’이 그래서 생겼단다. 중국집에 갔는데 짜장면을 먹자니 짬뽕도 먹고 싶고, 짬뽕을 시키자니 짜장면도 먹고 싶은 것이다.
두 가지가 다 나오니 만족스러운 것이다. 요즘은 볶음밥도 한쪽에 짜장 소스를 같이 올려준다. 이런 현상을 '햄릿 증후군'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성향을 이르는 말이다. 영국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Hamlet)’에서 주인공인 햄릿은 덴마크의 왕자로 비극 속에서 끊임없이 고뇌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런 현상이 소비자의 심리 경향까지 연장되는 모양이다. 몇 가지 중에 고르라면 금방 고르는데, 여러 가지를 내놓고 고르라면 오히려 선택을 포기하거나 망설이는 현상을 말한다. 중국 음식점에 가서 메뉴를 한참 들여다보지만, 짜장면이나 짬뽕을 결국 선택하면서 결국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니 아쉬워하는 사람을 위해 짬짜면이 나온 것이다. 시니어들에게 메뉴를 고를 때 망설이는 이유는 이미 몇 번이고 다 먹어 본 것들이기 때문이다. 메뉴 선택에 머리를 굴리기 싫은 ‘귀차니즘’은 덤이다. 곱창처럼 맛은 있는데 기름기가 많아서 피하는 메뉴가 아니라면 대부분 ‘아무거나’이다.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판정을 받은 사람이 많아 메뉴 선택에 한계가 있다. 골라 봐야 몇 가지 없다는 것이다. 혼자 먹을 때는 된장찌개, 여럿이 같이 먹을 때는 가장 무난한 것이 얼큰한 김치찌개, 동태찌개이다. 시니어들 주머니 사정도 빤하니 그 이상 메뉴를 고르기도 어렵다. 누군가 좋은 일 있다며 한턱 쏜다고 하면 그제야 생선회집이라도 가 본다.
사람들이 공간의 이용에 있어서 남을 배려하지 않고 투명인간처럼 행동한다는 ‘투명인간 증후군’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공감한다는 댓글이 많았다.
그러고 보니 그런 현상들이 더 눈에 보였다. 전철 역사에 가서 10분만 앉아 있다 보면 여기저기에서 손가락으로 방향을 지적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지하에 내려갔으니 바깥처럼 건물 등 랜드 마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숫자와 안내 표지판에 의지해야 하니 어디로 가야할지 망설여지는 것이다. 적응이 좀 둔한 사람은 당황해 하고 순발력 좋은 사람은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키는 것이다. 지나가는 다른 사람은 아예 고려하지 않은 무의식적인 행동이다. 이때 옆을 지나던 사람들이 날카로운 손톱에 얼굴이라도 찔릴까 봐 깜짝 놀란다.
투명인간 증후군의 또 다른 모습은 소리 통제가 안 된다는 것이다. 전철 안에서나 당구장, 음식점 내에서 큰 소리로 통화하는 사람, 자기네들이 전세 낸 양 마구 떠드는 사람들을 보면 자신들이 투명인간이거나, 다른 사람들을 투명 인간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얼마 전 영화 모임에서 영화 감상 후 식사 겸 간단한 감상평을 돌아가며 얘기하려고 근처 유명 음식점에 갔었다. 그런데 들어가 보니 한 쪽에는 회사 단체 회식 팀이 있었고 한 쪽에는 아줌마들 계모임인지 동창회 모임인지 모여 있었는데 너무 시끄러워 도무지 대화가 불가능해서 너무 시끄러워 그냥 나왔다.
특히 전철 옆자리에서 껌을 ‘딱딱’ 소리 내며 씹는 사람을 보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소리가 얼마나 민폐를 끼치고 있으며 자신이 잘못하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이다. 그런 행동을 보면 그 사람의 품격이 밑바닥으로 떨어진다.
늦은 저녁 시간에 당구장에 가보면 술 한 잔 걸치고 당구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로 자리가 없을 정도이다. 술 한 잔 걸쳤으니 목소리가 크다. 자기네들끼리 스토로크 하나하나에 괴성이 나온다. 노래까지 하는 사람도 있다. 아예 합창으로 응수하기도 한다. 여러 명이 함께 왔으니 패거리의 용기도 가세하는 모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옆에서 참고 있기에는 살인 충동이 일 정도로 밉다. 그래서 어떤 당구장은 ‘음주자 출입 금지’라고 써 놓았다. 어떤 당구장은 한 테이블에서 5명 이상이 같이 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당구장 입장에서는 어차피 시간당 계산이라 마찬가지일 듯 싶은데 괴성과 소음이 싫은 것이다.
공공장소에서 방귀를 남발하는 노인들도 같은 증상이다. 화장 실 내에서 문 닫고 은밀히 해결해야할 일들을 공공장소에서 생리현상이라며 부끄럼 없이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행위가 남들에게는 안 보이고 남들이 투명인간처럼 안 보이는 모양이다. 방귀 소리까지는 참아 넘어갈 수 있지만, 지저분한 냄새는 속을 뒤집어 놓는다.
요즘은 많이 좋아졌지만, 자동차 경적 소리도 민폐이다. 특히 대형 화물차나 버스의 경적소리는 매우 크다. 운전하는데 방해가 되는 앞차나 앞에 사람이 있는 경우에 경적을 울리는데 온 사방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다른 사람들은 안 보이는 모양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남을 배려하는 정신이다. 자신이나 남을 투명 인간 취급하면 불편하다. 남에게 주는 피해는 안 보이겠지만, 반대로 당하고 나면 화가 난다. 그러면서 “선진국 되려면 아직 멀었다”며 폄하한다.
모던댄스에서 가장 어려운 종목이 슬로 폭스트로트이다. 4/4박자지만 포 스텝(four step)이 아니라 쓰리 스텝(three step)을 쓴다. 남성 댄서는 주로 페더 스텝(feather step)과 쓰리 스텝을 많이 쓰는데, 이 동작들을 처음 익힐 때 길을 걸어 다니며 연습하곤 했다. 그냥 걸은 게 아니라 풋워크를 폭스트로트 스텝으로 하고 다닌 것이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저 사람 걸음이 좀 이상하다?”라고 봤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연습한 뒤, 함께 동작을 익히던 이들이 모였는데 나는 그중 유일하게 완벽히 페더 스텝과 쓰리 스텝을 구사해냈다. 반면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헤매는 모습이었다. 폭스트로트 스텝은 일반적인 풋워크와 다르기 때문에 머리로 외워서 할 수 있는 동작이 아니다. 성실히 연습하고, 연습한 대로 몸이 저절로 말을 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 덕분에 폭스트로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종목이 되었다. 남들보다 한 단계 앞서 나가다 보니 어렵다는 음악을 맞추는데도 문제가 없었다.
최근에는 당구가 대세이다 보니 당구 칠 일이 많아졌다. 40년 전에 배운 당구가 아직도 그 수준이다. 사구보다는 쓰리 쿠션을 즐기는 편이지만, 기초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큐로 공에 에너지를 전달하는 스트로크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 똑바로 큐가 나가야 하고 겨냥한 당점을 정확히 가격해야 하는데 실제 칠 때는 스트로크가 흔들려 겨냥점이 달라지곤 했다. 당구가 워낙 허용 범위가 넓어 가까이 있는 공은 그렇게 치더라도 맞을 때가 많다. 그러나 정교한 배열의 당구를 구사할 때는 치명적이었다. 가장 기본적인 요소를 부실하게 몸에 익히다 보니 고치기도 쉽지 않았다. 가만 보니 왼손 검지로 말아 쥐는 브리지도 그동안 대충 하고 있었다. 그러니 큐가 풀리거나 스트로크하면서 비틀어져 공이 정확히 맞지 않았던 것이다.
골프도 처음 배울 때 기초가 부실하면 잘못된 스윙을 고치느라고 평생을 허비한다고 한다. 당구 역시 다시 기초로 돌아가야 했다. 어떻게 하면 안정적인 스트로크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나는 스트로크 동작에서 왼팔이 똑바로 펴지지 않을 때가 많았다. 공이 쿠션에 가깝게 붙어 있으면 더욱 그랬다. 그래서 걸어 다닐 때 의식적으로 왼팔을 펴고 다니는 것으로 하기로 했다. 폭스트로트를 배울 때 걸어 다니면서 익힌 노하우처럼 당구 스트로크 연습에도 적용하면 되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누가 보면 왼팔이 불편한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상관없는 일이다. 그렇게 몇 달 다니다 보면 스트로크 자세가 제대로 잡힐 것이다. 올해 안으로 정확한 스트로크 자세를 꼭 몸에 배게 하리라!
당구에도 수비가 있다. 당구는 자기가 칠 공을 치는 공격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공을 맞힐 확률이 적다면 수비도 염두에 두고 공격을 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수비는 졸렬한 행동이라고 비난한다. 정당한 공격만이 보기 좋다는 것이다. 수비까지 염두에 두고 치는 행위는 지나치게 승부욕이 강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승부가 걸린 모든 스포츠는 공격과 수비를 병행해야 하는 것이 맞다. 권투 선수가 권투 시합할 때 한 대 제대로 맞으면 그대로 쓰러지는 턱을 내놓고 하지 않는다. 가장 약한 부위인 턱은 양 주먹으로 가리고, 되도록 안 맞으려 하는 것이 수비이다. 도망가는 것만 수비가 아니다.
4구 경기에서 수비는 빨간 두 공을 멀리 떨어뜨려 놓는 것이다. 가까이 있으면 상대방이 쉽게 점수를 올리기 때문이다. 공격 포인트 하나를 무리하게 시도하려다가 놓치면 상대방에게 몇 개를 한꺼번에 주게 된다. 그 게임은 이기기 어렵다. 그런 경우가 누적되면 바로 승패가 결정 나는 것이다. 물론 정상적인 공격은 아예 안 하고 눈에 보이게 상대방 공 앞에 자기 공을 갖다 놓는 행위는 졸렬한 행동이다. 그러나 정상적인 공격 끝에 실패하더라도 다음 공이 상대방에게도 어려운 공 배치가 된다면 정상적인 수비로 봐야 한다.
3구 경기는 반대로 수구 반대편에 공이 모이면 치기 어렵다. 그나마 모여 있으면 빈 쿠션 치기로 시스템에 따라 난구를 벗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어정쩡하게 한쪽에 몰려 있으면 비교적 공략하기 어려운 난구가 되는 것이다. 상대방 공이 테이블에 붙어 있어서 공격 기회가 와도 제 실력을 구사하기 어려울 것 같으면 그 공은 먼저 건드리지 않는 것이다. 상대방 공이 다른 공에 가려 있어 3 쿠션을 구사하기 어려울 때도 일단 공격 방식을 택할 때 그 형태는 그대로 두는 것이 좋다. 그 정도는 인위적으로 공격 방식이나 힘 조절을 통해 가능하다. 그런 것이 수비이다.
고스톱도 초보자는 자기 패만 본다고 한다. 고수는 남의 패까지 짐작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래야 전체 판을 보고 공격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
축구 경기에서도 공격에만 치중하다 보면 수비가 허술해서 상대방의 역습에 걸려드는 경우가 많다. 수비수까지 공격에 나서면 공격력은 강해지지만, 공격이 실패로 끝나면 상대편이 역습해 들어오면 수비수가 없어 그대로 당하는 것이다. 지난 러시아 월드컵 때 독일과의 경기에서 독일 골키퍼가 공격에 가담한 사이에 그 공을 빼앗아 손흥민 선수가 쐐기 골을 넣은 것도 독일 팀 수비의 실책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당구는 오락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이기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 어느 정도 승패가 오가야 재미있다. 그러나 고수가 이기는 확률이 높은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 고수는 그만큼 시간과 돈을 많이 투자했기 때문이다. 그전에는 게임비 내기가 당연했지만, 시니어들은 별다른 수입도 없고 같이 즐겼으므로 승패와 관계없이 게임비 및 식대는 공평하게 나눠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돈이 결부되어 있으면 감정이 동원되고 의를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날 골프 지인이 죽었는데 이상하게도 사람들 반응이 이상했다. 심지어 한 사람은 “잘 죽었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 이유는 죽은 사람이 지나치게 시간을 끌며 경기를 하는 바람에 평소 밉상이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평소에 누가 그에게 직접적으로 불평하는 사람도 없었다. 다른 사람들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
슬로 플레이어는 골프나 당구에서 시간을 끄는 사람들을 말한다. 당구나 골프 모두 혼자 즐기는 게임이 아니라 여럿이 같이 즐기는 게임이다. 그래서 슬로 플레이어가 혼자 너무 시간을 지체하며 진을 빼면 다른 사람은 리듬을 잃을 수 있다.
골프에서는 슬로 플레이어가 주는 영향은 심각하다. 동반자들에게는 물론 뒤 팀에게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정해진 시간에 라운딩을 마쳐야 하는데 동반 캐디는 독촉할 책임을 맡고 있으므로 더 좌불안석이라는 것이다. 뒤 팀이 보복으로 앞 팀이 아직 이동하지 않았거나 충분히 이동하지 못한 시간에 일부러 공을 날려 버리는 일도 종종 있다.
골프에서 슬로 플레이어의 유형은 일단 티샷 순서에 제때 준비하지 않고 있다가 시간을 쓸데없이 보내는 유형, 흔드는 동작 왜글(waggle)을 너무 많이 하는 유형, 그린에서 요리조리 각 방향에서 재면서 퍼팅하는 유형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당구에서는 자기 순서가 되었는데 그때야 장갑을 끼는 등 늑장을 부리기도 하고 스마트 폰 볼일을 보면서 통화도 하고 문자도 다 보내고 플레이하러 나오는 유형이 있다. 그리고 당구대를 앞뒤로 돌면서 이리 재고 저리 재면서 시간을 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당구 선수 제레미 뷰리(Jeremy Bury)가 슬로 플레이어로 악명이 높다. 반면 조명우, 조재호 선수는 빠른 플레이로 인기 있다.
당구 공식 게임에서는 한 샷에 40초 제한을 둔다. 한 게임에 두 번 정도 타임아웃 제도를 둬서 특별히 시간이 걸리는 난구에서는 예외로 한다. 골프에서는 투어마다 조금씩 다르고 첫 플레이어와 후속 플레이어에 차이를 두기도 한다.
슬로 플레이어가 욕을 먹는 이유는 골프나 당구 모두 승패가 달린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많은 연습을 통해 척 보면 바로 플레이를 해야 하는데 막상 실전에 와서 이리 재고 저리 재면서 시간을 끌면 지나치게 승리욕이 있어 보인다.
이런 슬로 플레이어에 대한 반감은 세계 공통이지만, ‘빨리빨리 문화’에 길든 한국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전철을 타는데 스마트 폰을 보느라고 천천히 가는 사람이 있으면 비켜 가기보다는 밀쳐 버리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시니어들이 즐길 수 있는 취미는 다양하겠지만 당구를 추천하고 싶다.
당구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15세기에 크리켓과 비슷한 옥외 스포츠를 실내 게임으로 개량한 뒤 유럽 각지에서 오락으로 발달시켰다는 것이 정설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 당구가 도입된 것은 1912년. 순종이 창덕궁에서 ‘옥돌대’라는 이름의 당구대 두 대를 설치한 것이 시초라고 한다.
요즘에는 어느 동네이든 당구장이 많다. 당구는 남녀노소가 사시사철 저렴한 비용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스포츠다. 게다가 2018년 1월부터 당구장이 금연지역으로 지정되어 더 건전한 스포츠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당구의 운동 효과는 이동거리에 있다. 운동량이 부족한 시니어에게는 안성맞춤인 스포츠다. 당구대의 둘레는 크기에 따라 7m에서 10m 정도 된다. 한 시간 당구를 즐길 경우, 약 2km를 걷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공을 맞추기 위해 노력을 하다 보면 집중력도 좋아진다. 당구를 칠 때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있기 때문에 기술을 익히게 되는데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 당구장에 가면 모르는 사람과도 쉽게 어울릴 수 있어 우울증 예방에도 좋다.
당구 게임비는 평균 10분에 1500~1600원 정도 한다. 65세 이상이면 할인을 해주는 곳도 있다. 당구장에 잘 다니는 분들에게 묻거나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저렴하게 당구를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을 수 있다.
당구의 종류는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사구 게임, 포켓 게임, 스리쿠션 게임이 있는데, 요즘은 어느 당구장에 가나 스리쿠션 게임이 대세다. 스리쿠션 게임은 빨간 공, 하얀 공, 노란 공 각각 1개씩 3개의 공으로 게임을 한다. 점수는 제1적구를 맞추고 난 뒤 3쿠션 이상을 맞추고 제2적구를 맞추거나, 쿠션을 3번 이상 맞추고 제1적구 및 제2적구를 맞추면 1점을 획득한다.
당구 실력을 향상시키려면 무엇을 먼저 배워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당구의 기본기다. 기본기에는 큐의 중심점 확인하기, 몸의 밸런스 잡기, 발의 위치 정하기, 그립 포인트 확인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리고 내가 당구를 쳐본 경험으로 제일 중요한 것은 브리지다. 브리지는 큐를 겨냥대로 정확히 쳐내는 토대가 되는 부분이다. 브리지를 잘 잡지 않으면 겨냥을 해도 그 포인트에 큐 끝의 탭을 맞출 수가 없고 큐 미스를 하기 쉽다.
당구는 지인들과 함께 게임을 하면서 배울 수도 있고, 책이나 동영상을 통해 혼자 익힐 수도 있다. 짧은 기간에 당구 실력을 향상시키고 처음부터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려면, 당구 아카데미를 찾으면 된다. 일반인들은 1개월에 30만~50만 원 정도면 배울 수 있다. 운동신경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결과가 다르겠지만 3개월 정도 배우면 웬만한 실력의 친구들과 무리 없이 당구를 즐길 수 있다.
나는 대학 시절 친구들과 함께 처음 당구장에 갔는데 여러 번 패배를 당한 후, 그 즉시 가까운 헌책방에 가서 당구교본을 샀다. 그리고 이틀 만에 독파하고 다시 당구장에 갔다. 결과는 놀라웠다. 당시 당구장에 처음 가면 4구 경기에서 자기점수 30점을 놓고 치는데 책을 보고 간 두 번째 날에 친구들을 계속 이겨 80점이나 놓게 되었다. 그래서 “책 속에 길이 있다”는 오래된 금언을 새삼 실감하기도 했다.
당구를 칠 때는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에티켓이다. 당구도 승패가 있는 게임이라서 승부욕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상대에게 실례를 범할 수 있다. 의도하지 않은 샷이 성공할 경우에는 반드시 인사로 미안함을 표시하고, 상대방의 플레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언행을 삼가야 한다. 술을 마시거나 잡담으로 다른 테이블 경기에 영향을 주어서도 안 된다. 이 외에도 지켜야 할 예절이 있겠지만 어디에서나 상식에 맞는 행동을 하면 된다. 노년에 당구를 즐기면 건강도 유지하고 매너 있는 신사가 될 수 있다. 내가 당구를 취미로 권장하는 이유다.
사노라면 가끔은 숨을 공간이 필요하다. 젊은 날이었다. 과음을 하고 동료들 몰래 건물 뒤로 돌아가서 시원하게 토악질을 해댔다. 보고도 못 본 척해주면 좋으련만 꼭 뒤따라와서 등을 두드려 주는 선배가 있었다. 썩 고맙지는 않았다. 손등에 흉터를 가리려는데 까뒤집어 들어내게 하며 “야! 우리 톡 까놓고 지내자” 하고는 정작 자신은 드러내지 않는 유형이다.
취업포털 사이트 커리어가 직장인 391명을 대상으로 ‘직장에서 가장 바라는 공간’을 물었다. 응답자의 49.6%가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수면공간을 원했다. 이어 산책 공간 (17.4%), 당구 탁구 등 레저가 가능한 공간(10.2%),자유로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카페 또는 매점(8.2%), 따로 건물 밖이나 옥상에 가지 않아도 흡연할 수 있는 흡연 공간(6.7%) 순이었다. 목적은 달라도 남들로부터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공간을 누구나 원한다. 회사 사장님이 들으면 펄쩍 뛸지 모르지만 정말 직원을 위한다면, 나아가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라도 직원 수면공간을 만들어 주는 건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만하다.
통계자료를 더 살펴보면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않은 미혼의 20~30대는 나만의 공간으로 ‘내방’이 있다. 부모들이 자신의 방을 희생해서라도 자식의 방은 만들어줬다. 결혼 후에는 내방이 있어도 나만의 공간으로 인식하지 않거나 못한다. 심지어 40~50대는 나만의 공간이 자동차 안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은 퇴근 후 집이 아닌 혼자만의 공간인 오피스텔로 간다. 혼자 조용히 샤워를 하고 맥주를 마시며 스포츠방송을 보며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다시, 들어왔을 때의 차림으로 갈아입고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집으로 간다.
나이 들면 나만의 공간이 점점 더 없어진다. 커피숍에 가도 온통 젊은이들 천지다. 그들은 나이 먹은 나를 의식하지 않는데 나는 그들이 불편해할까 봐 조바심 나서 오래 있지 못한다. 자식들이 결혼해 집을 나가면서 내 방이 생겼다. 오랜 습관 때문인지는 몰라도 내방이라는 인식이 덜하다. 비상금은 회사에 있는 내 책상 서랍에 두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한국블로거협회’에서는 매주 월요일 회원들끼리 지역별로 모여서 ‘월요브런치클럽’이라는 오프라인 행사를 한다. 퇴직하고 특별히 갈 곳도, 만날 사람도 없는 도시의 은퇴자들을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마음으로 집 밖으로 끌어내는 수단이다. 서로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밥도 한 끼 먹는다. 문제는 만나서 수다를 떨 공간이 절대적으로 없다는 것이다. 1만 원의 범위내에서 이루어지는 ‘만 원의 행복’을 하려다 보니 카페에서는 커피 값이 부담되고 오래 앉아있으면 눈총이 느껴진다.
짐승들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숨을 곳을 찾아야 살아남는다.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자신의 몸을 주위의 나뭇잎 색깔과 같게 보호색으로 변화 시켜 위장술로 숨는다. 사람도 혼자 있는 공간이 있어야 사색도 하고 꿈도 꾼다.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은퇴자들에게 이런저런 교육만 시키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갈 곳 없는 도시의 은퇴자들이 혼자서 또는 삼삼오오 몰려와서 떠들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 ‘우리의 아지트’를 만들어 주는 것도 고려해봄 직하다.
당구 같기도 하고, 골프 같기도 하다. 망치같이 생긴 도구로 볼을 쳐 편자 모양(U)의 작은 문으로 통과시키면 득점하는 이 스포츠의 명칭은 게이트볼(Gateball). 박미령(65), 전용욱(61) 동년기자가 게이트볼의 매력을 파헤치기 위해 나섰다.
게이트볼, 나도 할 수 있을까?
“경기 시작 5초 전!” 오목교 아래에 위치한 영등포구게이트볼협회 게이트볼장에서 곧 경기가 시작됨을 알리는 힘찬 소리가 들렸다. “5! 4! 3! 2! 1! 경기 시작!” 다시 한 번 소리가 들리자 10명의 선수가 일제히 손목에 찬 시계(득점기)를 누른다. ‘삐빅’ 소리와 동시에 첫 번째 주자로 보이는 선수가 나와 공 앞에 서더니 스틱을 이용해 공을 저 멀리 쳐냈다. ‘통!’ 하는 맑은소리가 경기장에 울린다. “우리 보고만 있지 말고 한번 배워봐요!” 전용욱 동년기자가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체험에 앞서 박미령, 전용욱 두 동년기자는 게이트볼이 뭔지 알고 있었을까? “게이트볼 보신 적 있으세요?”라는 물음에 두 사람의 공통된 답변이 돌아왔다. “집 앞 공터나 한강공원에 가면 볼 수 있었어요. 주로 시니어들이 하더라고요.” 그렇다. 본 적은 많지만,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었던 이 스포츠! 바로 게이트볼이다. 영등포구게이트볼협회 김제영 회장은 “게이트볼은 시니어만 하는 운동으로 알려진 것 같아 아쉽다”면서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다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게이트볼이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1980년. 현재 100만 명 정도의 회원들이 즐기는 생활체육이 됐다.
게이트볼 기초 배우기
게이트볼 용구는 스틱, 볼, 득점을 체크하는 득점기가 있다. 망치처럼 생긴 T자 형태의 막대를 ‘스틱’이라 부르고 이 스틱을 이용해 볼을 치면 된다. 경기시간(30분) 안에 볼을 게이트에 통과시켜 가장 많이 득점한 팀이 승리한다.
볼 무게는 230g 정도로 가볍지만 스틱은 보다 묵직한 느낌이다. 스틱은 헤드, 샤프트, 그립 3개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헤드와 샤프트가 분리된다. 또 키에 맞춰 길이를 조절할 수 있다. 가격은 약 10만 원에서 30만 원 선.
스틱을 잡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중 초보자에게 가장 많이 추천하는 것은 오른손잡이일 경우 오른손을 아래에, 왼손은 위에 두고 공을 보내고자 하는 방향을 바라보고 서서 타격하는 방법이다. 이때 무릎은 너무 굽히지 않는 게 좋다.
모든 설명이 끝나자 두 동년기자가 자세를 잡아봤다. 말로 설명할 땐 분명 쉬워 보였는데…. “아휴, 생각보다 자세 잡는 것부터 쉽지가 않네요. 저 좀 이상해 보이지 않나요?” 박미령 동년기자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어색한 듯 웃어 보였다. 이어 스틱을 이용해 타격에 도전했다. 볼은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엉뚱한 곳으로 굴러가더니 이내 힘없이 멈춰 섰다. “어머, 저게 왜 저리로 가지!”
게이트볼의 매력
자유롭게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약 1시간 정도 주어졌다. 1분도 쉬지 않고 타격 연습을 하는 걸 보니 벌써 게이트볼에 중독된 사람들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두 동년기자가 꼽은 게이트볼의 매력은 무엇일까? 전용욱 동년기자는 볼을 칠 때 나는 소리를 꼽았다. “볼을 칠 때 나는 소리가 너무 아름다워서 계속 치고 싶더라고요. 잘못 쳤을 땐 ‘괜찮아요~’ 위로하는 소리로 들리고 잘 쳤을 땐 ‘좋아요!’ 하는 응원으로 들립니다.(웃음)” 박미령 동년기자는 그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자연에서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서 좋다”고 말했다. “나이가 드니깐 야외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이 별로 없더라고요. 근데 게이트볼은 한강공원과 같은 휴식공간에서 할 수 있어 좋아요. 또 몸에도 큰 무리가 되지 않아 부담이 없고요.” 지금까지 멀리서 지켜보고만 있었다면 이젠 도전해보자.
동년기자 체험 후기
박미령 동년기자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건 쉬워 보였는데 왜 제가 할 땐 어려운 거죠? 마음 같지가 않네요.(웃음) 나이는 자꾸 먹고 운동은 점점 더 안 하게 되고… 새로운 운동 뭐 없을까 하다가 이번 게이트볼 체험에 신청하게 됐어요. 운동신경은 발달하지 않았지만 이것저것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거든요. 특히 게이트볼은 지나갈 때 슬쩍 보기만 했던 거라 더 궁금했어요.
처음 해본 소감은 음… 조금 어렵다?(웃음) 잘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근데 몸치인 저에겐 연습기간이 좀 많이 필요할 것 같네요. 처음 배우는 사람이라면 친구나 배우자와 함께 오면 더 재미있게 배울 수 있을 거예요. 벚꽃 흩날리는 날에 야외에 나와 운동도 하고 수다도 떨고, 공이 잘 안 맞아도 기분만큼은 최고네요!
전용욱 동년기자
‘게이트볼은 노인만 하는 스포츠’라는 선입견을 깨준 하루였어요. 사실 ‘저게 얼마나 운동이 되겠어?’ 했는데 충분한 운동이 되네요.(웃음) 공을 치려면 팔을 써야 하고, 또 공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려면 다리도 써야 하죠. 여기서 끝이 아니더라고요. 동시에 볼을 어디로 어떻게 보낼지 생각도 해야 하니까 두뇌 운동이랑 전신 운동을 같이 하게 되는 스포츠더군요. 스틱 무게가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아서 좋았어요. 누구나 경기운영 감각만 익히면 재미있게 칠 수 있을 것 같아요.
게이트볼의 가장 큰 매력은 공을 칠 때 나는 ‘통!’ 하는 소리라고 생각해요. 둔탁하지 않고 상당히 맑은 소리? 그 소리에 중독돼서 자꾸만 공을 치고 싶더라고요.(웃음) 거기에 또 공을 잘 맞혀서 게이트를 한 번에 통과하면 스트레스도 쫙 풀리는 게… 너무 좋았어요. 룰이 생각보다 까다롭더라고요. 그냥 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더 즐겁게 게이트볼을 즐기고 싶다면 룰을 제대로 알고 시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