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숨결 궁궐길라잡이 오정택(吳政澤·52) 대표의 말이다. 그냥 넓은 공터가 있는 옛날 건물이 아니라, 누가 살았고 어떤 역사가 있었고, 왜 우리가 아껴야 하는지 들어볼 기회가 있었다면 방화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것.
궁궐길라잡이들은 그런 면에서 중요한 사람들이다.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와 소중함을 알리고 보존활동에도 참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은 2002년에 덕수궁터 미대사관 아파트 건축 반대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궁궐길라잡이가 설립된 것은 1999년. 당시 청년단체였던 ‘서울KYC’가 중심이 돼 출범했다. 오정택 대표는 초창기부터 참여하다 대표를 맡은 지는 10년이 넘었다.
궁궐길라잡이는 오랜 역사 속에서 변화도 많았다. 초창기에는 경복궁과 창경궁, 덕수궁만 해설하다가 이후 창덕궁과 경희궁, 종묘까지 해설을 맡았다. 대한민국 문화유산상, 대통령상 등 수상 내역도 화려하다. 그만큼 정부로부터 수고를 인정받은 것이다. 현재는 서울시에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되어 있다.
이들의 각 궁궐에서 하는 해설은 모두 무료로 진행된다. 문화재청에서 단체 운영에 필요한 일부 예산을 후원받을 뿐 대부분의 활동은 회원들의 재능기부로 이뤄진다.
“비영리단체이고 해설에 대한 비용도 없어 운영이 쉽지 않긴 하죠. 하지만 그만큼 이해관계나 갈등의 요소가 적어 원활한 모임 운영의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해요. 혹시 궁궐길라잡이분들을 보시면 자부심과 보람만으로 하시는 일이니 꼭 응원해주셨으면 해요.”
매주 일요일 각 궁궐에서 해설을 하고 있는 궁궐길라잡이는 대략 400여 명. 해설이 가장 많은 경복궁의 경우는 하루 10회 이상 해설이 이뤄지기 때문에 문화해설사도 그만큼 필요하다. 오 대표는 그중 상당수는 시니어라고 말한다. 현역 최고령 회원은 1943년생이다.
“약 20% 정도는 은퇴하신 분들이죠. 자긍심과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일이다 보니 나이가 많으신 분들에게 적합한 것 같아요. 일요일 궁궐 해설뿐만 아니라 청소년 대상 사업이나 심화강좌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어서 시니어가 참여할 수 있는 일거리가 적지 않습니다.”
교육을 통한 길라잡이 배출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9개월 교육기간에 비용은 20만원에 불과한데 강사진 중 상당수는 대학 강단에서 활동을 할 정도로 수준이 높다. 올해는 45명이 교육을 받고 있다.
오 대표는 경희궁 해설 활동을 최초로 시작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경희궁은 입장료조차 받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었지만 역사적으로 중요한 현장 중 한 곳입니다. 저희의 해설 활동 시작이 경희궁의 가치를 대중적으로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리적 복원이 어려울 때 해설로 그 가치를 복원하는 셈이죠. 또 달라진 관람문화도 저희가 기여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둘러보고 쉬다 가는 관람문화가 지금은 체험하고 이해하는 문화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우리 해설사들의 노력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