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일정 9월 4일~10월 1일 장소 명동예술극장 출연 하성광, 장두이, 정진각, 이영석 등
억울하게 멸족당한 조씨 가문의 마지막 핏줄을 지켜내고 복수를 도모하는 한 필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2015년 초연 직후 동아연극상 대상을 포함해 대한민국연극대상, 올해의 연극 베스트3 등 각종 연극상에 이름을 올리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연출을 맡은 고선웅은 “이 연극은 뱉은 말에 대한 의리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연극) 운명
일정 9월 7~29일 장소 백성희장민호극장 출연 양서빈, 홍아론, 이종무, 박경주 등
이화학당 출신의 여성이 하와이에 사는 남자와 ‘사진결혼’을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1921년 예술협회 창립공연에서 상연된 극작가 윤백남의 작품으로 1920년대 ‘하와이 사진결혼’의 폐해를 드러내려는 의도로 창작되었다. 작품 전반에서 일제강점기 한국인들의 삶과 애환을 엿볼 수 있다. 국립극단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 아홉 번째 작품으로 김낙형이 연출을 맡았다.
(뮤지컬) 신흥무관학교
일정 9월 9~22일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출연 지창욱, 강하늘, 김성규, 임찬민 등
일제에 항거하고 아스러져가는 조국을 다시 세우기 위해 온몸과 마음을 바친 청춘들의 이야기. 항일 독립전쟁의 선봉에 섰던 신흥무관학교를 배경으로 격변하는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치열한 삶을 담아냈다. 육군 본부가 건군 70주년을 기념해 선보이는 뮤지컬로, 현재 군 복무 중인 배우 지창욱, 강하늘, 가수 성규 등이 무대에 오른다.
(전시) 균열Ⅱ: 세상을 보는 눈 / 영원을 향한 시선
일정 9월 18~22일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3, 4전시실
다양한 방식으로 고정 관념에 균열을 일으키고자 했던 작가들의 도전정신을 ‘현실’과 ‘이상’ 두 가지 주제로 접근했다. 곽덕준, 백남준, 노순택 등 작가 40여 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영화) 안시성
개봉 9월 19일 장르 액션 출연 조인성, 남주혁, 박성웅, 배성우 등
당나라 대군과 맞서 싸운 고구려 전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안시성’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개봉한다. 동아시아 전쟁사에서 가장 극적인 전투로 평가되는 88일간의 안시성 전투를 약 200억 원의 제작비를 들여 스크린에 옮겼다.
(축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일정 9월 28일 ~10월 7일 장소 경상북도 안동시 안동시내 일원
하회별신굿탈놀이, 송파산대놀이 등 12개 중요무형 문화재단체 공연과 중국, 터키, 볼리비아 등 12개국의 외국 탈춤 공연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나만의 탈 만들기, 탈춤 따라 배우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8월의 무덥던 어느 날 마르크 샤갈의 작품을 볼 기회가 생겼다. 흔히 그림 전시회는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에서 감상했는데 이번에는 강남의 M컨템포러리 아트센터이다. 생소한 곳이라 찾아가기가 어려워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어느새 작품전이 끝나는 날이 다가오고 있어 부리나케 그림을 보러 갔다.
유명 작가와 작품에 관한 얄팍한 지식을 가진 나는 샤갈 하면 먼저 떠오르는 건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이었는데 실은 샤갈의 작품에 이러한 제목은 없다. 김춘수 시인의 시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과 혼동되어 붙여진 이름으로 김 시인도 샤갈의 작품을 보고 영감을 얻어 쓴 시라 한다. 실제로는 샤갈의 ‘비텝스크 위에서’가 눈 내리는 마을을 그린 작품이라 한다.
언젠가 ‘비텝스크 위에서’를 보았을 때 느꼈던 우울과 슬픔이 생각난다. 비텝스크는 샤갈의 고향으로 그가 늘 그리워하던 곳이라 한다. 비텝스크는 아픈 사연을 지닌 지역으로 유대인의 탄압이 심했다. 짐 보따리를 진 검은 남자가 공중에 떠 있는 이 그림에서 문외한인 나도 어떤 어두운 슬픔을 공감할 수 있었다.
어쨌든 샤갈을 떠올리면 환상적인 느낌을 배제할 수 없다. 사람들이 거꾸로 서 있거나 동물들도 날아다니듯 표현되었다. 신랑신부도 꼭 안은 채 하늘로 길게 떠 있고 새가 거꾸로 날아가는 모습 등은 중력의 법칙을 벗어난 샤갈 작품의 특징 중 하나이다.
전시회는 보통 사진 촬영이 금지인데 이번 샤갈 전은 3, 4부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4부로 나뉜 전시회는 1부 꿈, 우화, 종교, 2부는 전쟁과 피난, 3부는 시의 여정, 4부 사랑이다. 중력을 거스르는 사랑 표현 작품이 많은데 샤갈은 사랑꾼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랑이 주제인 4부에서 샤갈은 부인 벨라와의 결혼식 그림을 비롯해 남녀가 함께 등장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그러나 대부분 밝은 색채와 대비해 얼굴은 아무 감정이 드러나 있지 않아 의아한 느낌을 받는다.
샤갈과 부인 벨라가 등장하는 그림에선 사랑하는 연인들이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듯하다. 샤갈의 그림은 사랑에 빠질 때 느끼는 강렬한 감정을 생생하게 환기시킨다. 샤갈과 벨라는 서로 사랑했고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인생관을 공유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사랑은 벨라에게만 머물지 않았다. 버지니아와 바바 그들의 아이들까지도 사랑했고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동물을, 태양을, 자연과 꽃들을, 그리고 서커스와 시 그리고 신을 사랑했다고 설명되어 있다.
“나는 그대만을 바라보고 그대는 오직 나만을 위해 존재할 뿐”이라 했는데 그림 속 주인공은 부인인 ‘벨라’가 아닌 ‘바바’라는 여성이었다고 하니, 사랑꾼인 그를 이해해 주어야 할지 배신감을 느껴야 할지 조금 혼란스럽다. ‘진정한 예술은 사랑 안에서 존재한다’는 M컨템포러리 마르크 샤갈의 ‘영혼의 정원展’을 멋지게 감상했다.
1, 2부는 좀 어둡고 우울한 느낌을 받았지만 사랑을 주제로 한 4부는 화려한 색감의 환상적인 표현이 마음을 어루만져주었다. 부인만이 아닌 다른 여자를 사랑했다 한들 어찌하겠는가? 샤갈의 작품을 보고 따뜻한 위로를 받았으니, 이로써 다 용서하고 이해해주기로 한다.
은퇴를 했거나 자녀들을 결혼시킨 시니어는 늘어난 시간에 다양한 취미활동을 하면 좋다. 이때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시니어 취미활동으로 사진 촬영을 추천한다.
무조건 고가의 카메라를 처음부터 구입할 필요는 없다. 주변 지인의 추천을 받고, 인터넷으로 구입하기보다는 직접 눈으로 보고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무리 비싸도 가방 속에 고이 모셔둔 카메라는 쓸모가 없다. 현재 내 손에 들려 있고 셔터를 눌러 당장 카메라에 담고 싶은 피사체를 찍을 수 있어야 가장 좋은 카메라다.
박상복(38) 분당 금곡동 행정복지센터 사진반 강사는 “사진 촬영을 배울 곳이 그리 많지는 않다. 주민센터나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사진반이나 대학교 평생교육원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된다”고 하면서 “디지털 사진기가 일반화되어 누구나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사진 촬영은 평상시 모습을 카메라로 찍은 후 그걸 들여다보면서 추억으로 회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고 사진의 매력을 설명한다.
성남수정노인복지관 사진예술반은 70대 교육생이 대부분. 손자들이 자라는 모습을 좀 더 멋지게 남겨두려고 사진 촬영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강성길(74) 교육생, 젊은 시절 필름 카메라에 대한 추억이 아직 남아 있어 사진예술반에 참여하고 있다는 윤승창(72) 교육생 등 사진 촬영을 취미로 시작한 이유도 다양하다.
사진 촬영이 시니어 취미활동으로 좋은 이유는 무엇보다 장소 및 시간 제약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소재 또한 무궁무진하고 언제 어디서든 카메라만 있으면 마음껏 즐길 수가 있다.
카메라 파인더를 통해 바라보는 세상이 처음엔 좀 낯설고 어색할 수 있지만 사진을 찍다 보면 어느새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촬영 대상에 대한 관심과 집중력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그동안 발견 못한 자신의 예술적 감성도 발견하게 된다. 또 부지런해지고 건강해진다. 예를 들면 일출을 카메라에 담으려면 새벽에 일어나 사진 찍기 좋은 장소에 미리 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반 동아리에 참여하게 되면 전국 방방곡곡을 걸어다녀야 하므로 일부러 운동을 하지 않아도 건강을 챙길 수 있다. 이 밖에 동호회 활동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전시할 기회도 생겨 보람과 자부심도 느낄 수 있다.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은 없다. 무조선 자주 많이 찍는 것이 가장 좋다. 2~3년 열심히 찍다 보면 카메라의 메커니즘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된다. 여생을 좀 더 즐겁게 지내고 싶은 시니어라면 망설이지 말고 도전해보길 바란다.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들 한다. 1990년대 후반 IMF를 악으로 깡으로 견뎌야 했던 부모 세대에게 묻는다면 ‘평범했노라’ 회상하는 이는 극히 드물 것이다. 넥타이를 매던 손놀림이 더 이상 필요치 않게 된 어느 날 아침부터 부지런히 살아야만 했던 수많은 아버지 중 변용도 동년기자도 있었다. 남들보다 이른 ‘용도폐기’ 인생을 딛고 잇따른 ‘용도변경’ 요구에도 능숙 능란 살아온 인생. 세월 역경을 딛고 여유로운 귀촌생활에 도시생활 잘 섞어가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푸른 들판이 바라보이는 땅콩집에 산다
인터뷰가 있기 며칠 전, 변용도 동년기자와 점심식사를 하다가 지금 살고 있는 집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아내와 가깝게 지내던 이웃사촌 부부와 마음이 맞아 경기도 고양시에 대지를 사들이고 건물을 지어 두 가구가 같이 사는 이른바 ‘땅콩하우스’에 산다고 했다. 텃밭을 일궈 봄부터 가을까지 다양한 채소를 따먹고 집 주위 논밭 다니며 사진을 찍기도 한다. 변용도 동년기자는 우렁이 알과 관련한 기사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온라인에 게재하며 귀촌해서 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아침마다 찾아오는 참새에게 모이도 가끔 준다고.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누리는 귀촌생활이라니. 마침
8월호 커버스토리가 귀농·귀촌 이야기라 변용도 동년기자의 집에 방문하기로 했다. 햇빛 잘 드는 텃밭에서는 상추, 오이, 가지, 파 등이 잘 자라고 있었다. 집 안 마당에 깔아놓은 잔디도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다. 아내 이흥열 씨가 집에서 딴 부추로 만들었다며 부추전을 부쳐 내오신다.
“논에 가면 우렁이도 있고 오리도 봅니다. 가을이면 밤도 많이 떨어져요. 사실 이곳에는 안사람 때문에 왔습니다. 이렇게 한번 살아보고 싶다 하더라고요. 대신 아내가 제 매니저 역할을 종종 해줍니다. 지방 강의가 있을 때 운전을 해주기도 하고 주변 역까지 차로 바래다주고 마중도 나오고 말이죠.”
‘좌절할 시간에 뭐든 했다
멀리 내다보이는 들이며 밭이며 마음 참 편안하게 해주는 곳에 사는 것을 보니 부럽기도 하다. 이 정도면 성공한 인생을 사는 사람 아닐까? 현재 변용도 동년기자의 직업은 전문강사다. 여가 설계와 생애 재설계뿐만 아니라 사진이나 스마트폰으로 찍는 사진 등을 또래 시니어에게 가르친다.
“정년퇴임 후 여가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취미생활이라든지 봉사활동, 학습 이런 것들에 관해 강연합니다. 제 경험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요. 다행히 강의를 듣는 분들이 잘 호응해주셔서 강의시간이 즐겁습니다.”
뿐만 아니다. SBS러브FM ‘유영미의 마음은 언제나 청춘’ 리포터로 시니어 소식을 전하고 있다. 시니어 자격으로 노크할 수 있는 매체란 매체는 두루 섭렵했다. 글을 좋아하다 보니 저서도 출간했고 육십 넘어서부터는 사진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최근에는 연기에 관심이 생겨 연극무대에 설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미투 운동을 ‘춘향전’에 접목한 창극 ‘어화둥둥 아.우.성’에서 변사또 역으로 출연합니다. 50플러스영등포센터에 있는 연극 소모임 작품인데 저는 회원은 아니고 이름이 특이해서 뽑혔대요. 이래봬도 제가 고등학교 때와 군 시절에 연극무대에 서본 경험이 있거든요. 7월 30일 공연이고 10월에도 서울시청에서 공연한다는군요.”
말 그대로 액티브 시니어의 삶을 살고 있는 이가 바로 변용도 동년기자다. 하지만 은퇴는 그의 생각보다 빨랐다.
“마흔일곱 살에 회사 그만뒀거든요. 쌍용화재 영남권 본부장이었는데 IMF 앞두고 하루아침에 해임됐습니다.”
꽤나 잘나가던 시절이었다. 우리나라 보험 상품을 최초로 개발한 이들 중 한 사람이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낚시보험, 골프보험 등 특색 있는 보험에서부터 가정종합보험, 해양시추보험 등을 개발했다. 텃새 심한 제주도권 본부장으로 지낼 때 만났던 직원들은 아직까지도 변용도 동년기자가 제주에 떴다 하면 만나기를 청한다.
“회사에서 나오고 나서 참 많은 일을 했어요. 청학동 산골에서 나고 자라다 대학교를 다녀야해서 서울로 왔고 졸업한 뒤로 회사에만 있었으니 제가 뭘 어떻게 했겠어요. 회사 나와서 처음으로 한 사업이 만화방이었습니다. 화정 L마트 옆에서 한 3년 했어요. 요즘 만화방이 유행이던데, 예전에 집에서 만화 보던 식대로 드러누워서 만화를 볼 수 있게 만들었는데 잘됐어요. 처제에게 인수하고 부대찌개 집을 한 1년 했습니다. 술도 팔다 보니 늦게 끝났습니다. 안사람 고생이 심했죠.”
힘에 부쳐 부대찌개 가게를 팔았다.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해 들어간 곳이 당시 호황을 누리던 생활정보지 회사 건물. 보직은 조경관리사였다.
“고양, 일산 이쪽에서 생활정보지가 상당히 잘됐습니다. 그 회사 건물에서 조경관리사를 뽑더라고요. 말이 좋아 조경관리사지 쓰레기도 치우고 허드렛일 다 했죠. 그때 월급이 40만 원이었습니다. 제가 가끔 강의할 때 그 시절 이야기를 하는데 ‘명색이 대기업 임원이던 양반이 대비전 마당쇠 했다’ 그래요.”
나무 좀 가꾸다 쓰레기 치우고, 단풍 치우고, 잔디도 깎았다. 마음이 썩 내키는 일은 아니었지만 그런 것도 기회라 생각했다. 열심히 하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겼다.
“한창 정육식당 바람이 불 때였어요. 생활정보지 회사가 500평 정도 잔디밭을 가지고 있었어요. 거기다 정육식당 하면 딱 좋겠다 생각하고 회사에 건의를 했더니 그럼 저더러 점장을 하라더군요. 마당 쓸다가 대형 식당 점장이 된 거죠. 처음엔 젊은 사람 시키라면서 못하겠다고 고사했는데 그동안 제 얘기를 들었는지 믿고 맡기더라고요.”
마음에 안 차도 열심히 덤벼들었더니 새로운 길이 열렸다. IMF 때는 드라마 엑스트라 출연도 해봤다. 정치인의 주례가 잠시 금지됐던 시절에는 예식장 전속 주례사도 했다.
“여하튼 돈 되는 일이라면 다 했습니다. 지나고 보니 잘했든 못했든 이 모든 것들이 나중에 큰 자산이 되더라고요. 그러니까 지금 제가 사람들 앞에서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 거예요. 어쨌든 기회가 되면 그냥 한번 도전해보자고요. 규모가 작건 소소하건 해보면 뭐든 얻는 것이 있습니다.”
‘중요한 한 가지, 하고 싶은 것을 한다
변용도 동년기자를 만나서 얘기하다 보니 ‘안 해본 일이 거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제대로 인정받을 때까지 파고드는 근성은 타고난 것 같다. 가족을 위해 살고 자신의 행복을 찾기 위해 쉬지 않고 문을 두드리고 찾아다니게 된 계기가 있다고 했다.
“두 친구가 비슷한 시기에 죽었어요. 건강하던 친구들이 하루아침에 한 명은 산에 갔다가, 한 명은 차를 몰고 가다가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간 거야. 술도 안 먹고 건강관리도 잘했어요. 다른 친구는 100억대 자산가였고요.”
죽고 나니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어느 날 허망하게 갈 수도 있는 인생,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바람처럼 불었다. 그래서 시작한 게 사진이었다.
“어렸을 때 친구 권유로 ‘촌놈의 세상보기’라는 문패를 달고 인터넷 사이트에 글을 쓰고 있을 때였습니다. 디지털 카메라가 마침 있어 글 쓸 때마다 사진과 같이 올렸어요. 좀 더 잘 찍고 싶고 배우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두 친구가 죽고 난 뒤에 사진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기 시작했죠.”
점점 사진에 취미가 붙으면서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사진을 찍을까 고민을 하게 됐다. 일산동구청에서 하는 무료 사진교실이 있다기에 찾아가 일주일에 두 번 사진도 배웠다.
“때마침 첫째 아들이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온라인 쇼핑몰 사업을 하겠다며 사두었던 카메라가 있었어요. 아이가 그 사업을 접으면서 카메라를 저에게 줬습니다.”
2010년 7월에 사진 공부를 시작했고, 그해 10월에 공모전에 당선됐다. 스물여덟 번 도전 끝에 이뤄낸 결과였다. 시니어 기자로서 다양한 방면에서 두각을 보이고 블로그에서도 덤덤하게 인생 표현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방송 프로그램 출연 요청이 들어왔다. 케이블TV 출연 뒤 KBS ‘아침마당’에 은퇴준비 전문강사 중 사진 분야 강사로 출연하며 인생에 큰 계기를 맞이했다. 진짜 다른 사람들 삶에 귀감이 되는 전문강사가 된 것이다.
“육십이 돼서 사진을 배우기 전까지는 먹고살기 위해 이 일 저 일 가리지 않고 살았습니다. 이제 여유가 좀 생겼어요. 요즘은 아침이 되면 사진기를 들고 나갑니다. 장애인 시설에 가서 사진 찍어주는 봉사도 하고요.”
물론 변용도 동년기자의 사진 실력은 ‘브라보 마이 라이프’에서도 빛을 발한다. 온라인에 게재하는 기사에 적절한 사진은 기본이고 다른 동년기자 취재에도 사진기자로 참여한다.
“2017년 1월호 ‘브라보 마이 라이프’ 커버스토리에 장영희 동년기자가 취재했을 때 제가 사진을 찍어드렸습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물으니 사진을 가르치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변용도 동년기자의 집 3층은 개인 사진 전시 공간으로 쓰인다. 최근 ‘한 달 자서전 쓰기 프로그램’을 통해 써낸 자서전에서 자신을 청학빛그림학교 교장으로 소개한 바 있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죠. 영상도 배우고 싶고, 책도 3년에 한 권은 내고 싶어요. 무엇보다 사진을 더 잘 찍고 싶고 말이죠. 사진이 빛그림이잖아요. 사진은 카메라로 쓰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또는 카메라로 그리는 수채화이기도 하고요. 제 사진 전시회 제목도 ‘카메라로 그리는 수채화’였습니다. 저희 집 3층도 좋은 전시 공간이니 야외전시도 할 수 있겠죠. 두세 명은 이곳에서 충분히 합숙도 할 수 있을 겁니다. 아침에 주변을 돌변서 산책도 하고요.”
훗날 때가 되면 아내 이흥열 씨와 함께 이 지역 저 지역을 돌아다니며 살고 싶다고 했다. 집의 규모를 땅콩하우스로 줄인 것도 훗날 여행을 하면서 살 계획이 있기 때문이란다.
“이곳저곳 다니면서 사진도 찍지만 사람들을 찾아가 봉사도 하니 찾아가는 사진교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사람하고도 오랫동안 얘기했습니다. 지금은 강아지 때문에 못 가요. 아직은 챙겨줘야 하니까.”
집 안 가장 따뜻한 자리에서 이불 깔고 사는 반려견 헨리 때문에 아직은 계획을 이행할 수 없다고 했다. 함께 산 지 19년, 앞도 잘 못 보고 귀가 나빠져 잘 듣지도 못해 재롱도 부리지 않지만 가족이기에 늘 마음이 쓰인다.
‘용도변경’ 그리고 ‘다쓰가’
인터뷰를 마치고 변용도 동년기자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자신을 뒷받침하는 두 가지 용어인 ‘용도변경’과 ‘다쓰가’에 대한 설명이었다.
“첫째 사자성어가 용도변경입니다. 후반생을 바쁘고 즐겁게 살자고 만든 말입니다. 60세에 제 삶을 용도변경했습니다. 사진이 그 출발점이었고요. 취미에 머물지 않고 영역을 확대해 강사로 방송인으로 사진강사로 저술로 활동하고 있죠. 현재 사진작가로 나름의 브랜드도 만들었고요. 포토스토리텔러, 제가 만든 세계 유일한 말이에요. 마지막으로 ‘다쓰가’는 ‘다 쓰고 가자!’를 세 글자로 줄인 말입니다. 은혜를 되갚고 경험과 지혜, 재물을 다 쓰고 가는 것을 후반생 삶의 철학으로 삼고 있습니다.”
인터뷰가 있던 날에도, 뭔가 물어보려 연락했던 오늘도, 여전히 바삐 살고 있는 변용도 동년기자. 그렇게 부지런히 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지만 이미 걸음을 옮겨 어디론가 떠나 걷고 있다. 너무도 이른 절망 속에서 희망의 빛을 찾고 행복한 삶을 사는 모습에 미소가 절로 스민다.
브라보 3기 동년기자 릴레이 인터뷰를 본지 에디터가 진행합니다.
유럽 미술의 거장들과 만나다 ‘유럽 미술관 박물관 여행’ 휴가철이 시작되는 7월. 해외로 떠난다면 숙소, 관광지, 맛집 등과 더불어 그 지역을 대표하는 미술관이나 박물관 한 곳쯤은 다녀오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유명한 곳이라도 전시된 작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거나 관심 있는 분야가 아니라면 지루해질 수밖에 없다. 유럽 곳곳 미술관, 박물관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정보를 친절하게 담아낸 여행안내서 ‘유럽 미술관 박물관 여행’을 책방에서 만나봤다.
참고 도서 ‘유럽 미술관 박물관 여행’ 김지선 저
자료 제공 낭만판다
요약 정보 활용해 여행 스케줄 짜기
미술관, 박물관 소개의 첫 페이지에는 외관 사진과 함께 주소, 교통, 운영시간, 휴일, 요금, 웹사이트 등을 요약해 보여준다. 교통 정보는 인근 역에서 걸어서 얼마나 걸리는지까지 상세히 적혀 있어 여행 일정을 짜는 데 유용하다. 바로 옆 페이지에서는 내·외관 사진들과 더불어 공간의 역사와 전시품 정보, 건축의 특별함 등을 자세히 소개한다. 또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한 관람 팁도 알차게 담겨 있다.
관람지도로 관람 동선 파악하기
‘오르세 미술관은 5층부터 둘러보는 게 좋다’, ‘루브르 박물관의 어디부터 관람해야 할지 망설여진다면 쉴리관으로 먼저 입장하라’ 등 관람 순서를 안내하는 ‘효율적으로 돌아보기’ 코너가 마련돼 있다. 건물의 층마다 대표 작품의 위치를 표시하고 계단, 화장실, 안내소, 식당 등을 표시한 ‘관람 지도’도 제공한다. 여행 가기 전 지도를 보고 미리 동선과 주요 작품 위치를 파악해두면 실제 방문했을 때 덜 헤맬 수 있을 것이다. ‘전시관별 살펴보기’, ‘오디오 가이드 대여하기’, ‘뮤지엄 패스 사용하기’ 등 상세 정보도 빼놓지 않았다.
주요 전시품 예습하기
각 미술관과 박물관을 대표하는 전시품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고 눈으로 익힌 뒤 실제 작품을 마주하면 그 감동이 배가될 것이다. 책에는 주요 작품의 이미지와 함께 제작 연도, 크기, 전시관 내 위치, 역사 및 특징들을 꼼꼼하게 정리했다. 아직 어느 곳을 관람할지 정하지 못했다면, 여행지의 미술관과 박물관의 전시품 정보를 먼저 훑어보고 관심이 가거나 직접 확인해 보고 싶은 작품이 있는 곳을 골라 가도 괜찮겠다. 전시 작품들 외에 인근 성당이나 공원, 궁전 등 함께 둘러볼 만한 곳도 함께 소개한다.
책에서 발견하는 또 다른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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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박물관을 둘러보는 10박 12일 알찬 여행’, ‘인상파 화가들의 흔적을 찾아보는 10박 12일 프로방스 여행’, ‘르네상스 대가들을 찾아가는 9박 11일 여행’, ‘미술관 박물관과 함께 30일 유럽 여행’ 등을 통해 미술관, 박물관 정보와 전시품 소개는 물론 테마별 추천 루트까지 살펴볼 수 있다. 첫째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머무르게 될 도시와 여행 계획, 이동 방법, 숙박 도시 등을 하나의 표로 정리했다. 여행 일정 짜기가 막막하다면 저자의 제안 루트를 토대로 조금씩 취향에 따라 맞춰가는 것도 좋겠다.
plus 02
론 하워드 감독의 영화 ‘다빈치 코드’(2006)는 프랑스 최대의 박물관인 ‘루브르 박물관’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하버드대학 기호학자 교수로 등장하는 톰 행크스(랭던 역)는 의문의 사건이 남긴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 ‘모나리자’, ‘암굴의 성모’ 등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들 속에 숨겨진 비밀들을 파헤친다. 영화 속 수수께끼를 풀듯 암호를 맞춰가며 루브르 박물관 곳곳과 작품들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plus 03
프랑스 남부 니스의 ‘샤갈 미술관’에는 450여 점의 예술품이 전시돼 있는데, 마르크 샤갈의 종교 작품만을 전시해놓은 것이 특징이다. 당장 프랑스로 떠날 수는 없지만, 국내에서 열리는 전시를 통해 샤갈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보자. 국내에서 개최된 샤갈의 전시 중 가장 많은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마르크 샤갈 특별전-영혼의 정원 展’이 8월 18일까지 M컨템포러리(르 메르디앙 서울)에서 열린다. 프랑스, 스위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4개국의 개인 소장자 작품 중 국내 최초 공개작 25점을 포함, 샤갈의 예술사를 총망라한 260여 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지하철 1호선 인천행 종점인 인천역에 내리면 눈앞에 바로 차이나타운으로 향하는 휘황찬란한 붉은색 패루가 보인다. 북적거리는 중국 거리를 지나 걷다 보면 시대를 관통하는 예술의 거리 인천아트플랫폼이 있다. 예술가 창작활동 지원과 일반 시민을 위한 복합 문화예술 공간으로 2009년 조성됐다. 인기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알려지더니 차이나타운과 함께 인천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급부상했다.
개항 역사와 함께하는 공간
인천아트플랫폼이 특별한 이유는 근대 건축물을 기반으로 리모델링하거나 그 분위기와 어우러지게 신축했다는 점이다. 인천아트플랫폼이 자리하고 있는 인천 중구 해안동은 1883년 개항기 이후 건립된 건축문화재와 건물이 잘 보존된 역사보존지구라고 할 만하다.
강화도조약(1876) 이후 갑작스러운 문호 개방은 외국에서 들여온 신문물과 함께 건축 양식도 흡수했다. 인천 차이나타운을 지나 맥아더 장군상이 있는 자유공원, 서양인의 사교장이던 제물포구락부(인천유형문화재 제17호) 등을 찾아 걷다 보면 당시 인천의 모습이 언뜻 스쳐지나간다. 인천아트플랫폼도 옛 역사와 함께한다. 무엇보다 공간의 가치를 제대로 살리고 활용하기를 원하던 시민의 뜻과 인천시의 노력이 빚은 합작품이다.
1888년에 지어져 개항 이후 인천 해운업을 독점했던 일본 우선(郵船) 주식회사(등록문화재 제248호) 건물은 사무실(D동)로 리모델링했고, 1930~40년대에 창고나 각종 작업실로 사용했던 곳은 공연장, 전시실, 생활문화센터 등으로 모습을 바꿨다. 새롭게 단장한 건물 구석에는 옛 모습을 담은 사진을 부착해 세월의 흐름을 가늠하게 해준다. 총 13개동, 다양한 공간과 규모로 꾸며진 아트플랫폼은 옛 향기와 현대적 감각이 교감하는 예술 문화 놀이터다.
예술을 만드는 문화발전소
인천아트플랫폼은 국내외 다양한 분야에서 작가를 선발해 창작활동을 지원한다. 마침 취재 당일 2018년도 입주 작가로 선발된 모 시라(Mo Sirra)를 만날 수 있었다. 취재를 위해 사진 한 장을 찍자고 했더니 어디선가 ‘예술가는 부재 중. 나는 공연 중(The artist is absent. I am performing)’이라고 쓰인 명찰을 가슴에 달고 나타난다. 말 그대로 그는 작업을 마치고 관람객을 맞이하는 예술가가 아니라 전시가 이뤄지는 내내 끊임없이 작업에 참여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공연자였다.
“요즘 예술은 꼭 패스트푸드점의 햄버거 같아요. 금방 생겨났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세계 어디를 가도 먹을 수 있는 거 말이죠. 저는 정크푸드 같은 예술에 저항합니다.”
리-퍼블릭 더 폴리틱스(Re-public the Politics)라고 이름 붙인 모 시라의 공연 전시는 익숙해져 가치를 잃어버린 정치와 예술 등에 질문을 던지는 작업이라고 했다.
“유럽의 경우 정치는 그저 정치가의 직업이 됐습니다. 예술 또한 지금의 정치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요즘 예술에는 목소리가 없습니다. 나에게 있어 예술의 의미는 도전이고, 도전을 현실화하는 것이고, 도전을 확립하는 것입니다.”
세계를 돌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작가들에게는 새로운 창작공간을, 관람하는 이들에게는 세상을 보는 창을 제공하는 곳이 바로 인천아트플랫폼이 아닐까? 날씨도 좋고 나들이 나가고 싶다면 역사와 예술이 제대로 배색된 인천아트플랫폼으로 가보시라.
조선 제21대 왕 영조가 효성이 지극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영조의 생모인 숙빈 최씨는 7세 남짓 어린 나이에 무수리로 입궁했다. 그 후 숙종에게 성은을 입기까지 15년 동안 궐내에서 온갖 천한 일을 도맡아 하며 힘들게 살았다. 어머니가 침방 나인 시절에 세누비가 가장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영조는 평생 누비옷을 걸치지 않았다고 한다.
기록에 의하면 영조는 어머니를 떠올릴 때마다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생모인 숙빈 최 씨 외에도 중전마마인 인현왕후를 비롯해 어머니로 모셔야 하는 분이 많았기 때문에, 마음 놓고 어머니를 어머니라 부르지 못했다. 평생을 애처롭게 그리워한 어머니가 죽은 뒤에는 사당을 지어 극진히 모셨다.
종로구 궁정동 1번지에 가면 영조가 재위 기간 중 200번이 넘게 찾으며 어머니를 그리워했던 ‘육상궁’이 있다. 근래에 들어선 육상궁보다 칠궁(七宮)이란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다. 조선 역대 왕들의 친어머니로서 왕비에 오르지 못한 7인의 신위를 모시고 있다. 육상궁 외에 경종의 생모 장희빈의 대빈궁, 사도세자의 생모 영빈 이 씨의 선희궁, 순조의 생모인 수빈 박 씨의 경우궁 등 현재 총 7개의 궁이 있으며, 이를 통틀어 ‘서울 육상궁’이라 부른다.
이곳은 원래 경복궁 후원이었지만, 부근에 청와대가 들어서며 경복궁 담장 밖에 위치하게 됐다. 건물 앞에는 정문과 재실이 있고, 건물을 둘러싼 정원에는 정자와 소나무, 연못, 축대 등이 어우러져 사당이라기보다는 잘 가꿔진 정원 모습이었다.
문화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7명의 신위를 모신 5채 신당을 둘러봤다. 드라마 속에서 왕을 사이에 두고 암투하던 후궁들이 한 담장 안에 잠들어 있다고 생각하니 그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청와대 인근에 이렇게 아담하고 정갈한 공간이 존재한다는 게 놀라웠다. 일반 시민들에게는 존재 자체가 가려져 있었기 때문에 알지 못했다.
문화재청은 그동안 청와대 특별 관람객에게 제한적으로 개방하던 칠궁을 6월부터 시범 개방했다. 청와대 관람을 하지 않더라도 화~토요일 매일 5회(오전 10‧11시, 오후 2‧3‧4시), 회당 60명씩 무료로 볼 수 있게 됐다. 입장일 6일 전 경복궁 누리집 웹사이트에서 예약하면 참여할 수 있다.
칠궁을 관람하고 나오는 길에 청와대 사랑채 1층에서 열리는 청와대소장품 특별전을 둘러보자. 청와대가 수집한 작품들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정권이 바뀜에 따라 수장고를 오가다가 처음으로 일반에게 공개된 전혁림 화백의 ‘통영항’도 전시했다. 4·27 남북정상회담 때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이 앉았던 곳을 재현한 포토존도 있으니 기념사진을 남기기에도 좋다.
도희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미싱을 돌렸다고 말했다. 엄마와 할머니의 심장 소리에 맞춰 미싱은 잘도 돌아갔고, 도희의 심장도 함께 박자를 맞췄을 것이다. 20대 중반이 된 지금 도희는 엄마 옆에 바짝 붙어 앉아 함께 미싱 페달을 밟는다. 할머니 대에서부터 시작한 수예점 가업은 50년이 돼간다. 가업을 잇는 것만으로 계승할 수 있을까? 그런 시대는 이미 지났다. 특별한 계승 유전자를 바탕으로 가업을 이어받았다면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할머니에서 어머니 그리고 딸, 가업을 엮어가다
각자 다른 듯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행복한 가업 승계를 하는 수예 전문업체 연희데코2050(이하 연희데코)의 모녀 대표 고백연(57), 김도희(24) 씨를 만났다. 이들이 함께 운영하는 연희데코의 작업실은 재래시장 현대화 공사가 한창 진행되는 성남중앙시장 자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연희데코는 원래 재래시장 가업 승계의 바른 사례로 성남중앙시장을 대표하는 업체이기도 하다. 재개발 공사가 완료되는 내년 가을까지 지금의 작업실에서 손님을 맞이한다. 임시 거처라지만 방문객을 고려한 상품 진열은 물론 가업 승계의 향수를 느낄 만한 전시물을 마련해 놨다. 고백연 씨의 어머니가 사용했다던 50년 된 가위와 자, 미싱 그리고 가족의 모습을 그린 캐리커처와 사진들이 작업실 입구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서비스 정신에 창의력을 더한 엄마 고백연 씨
“옛날 재래시장 좌판에다 원단 놓고 이불 팔던 것이 시작이었어요.”
1970년 무렵 초등학교 2, 3학년이던 고백연 씨는 인천에서 성남으로 이사 왔다. 그때부터 어머니 김순남(85) 씨가 성남중앙시장 좌판에서 이불 장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다. 뭐든 꿰매고 기워 쓰던 시절, 이불만 팔아치우면 될 법도 한데 어머니는 좌판 한쪽에 미싱을 들여놓았다. 베개며 이불이며 떨어진 것을 수선해주는 서비스를 손님들에게 해주고 싶어서였다. 그 모습을 보던 고백연 씨는 그것뿐만 아니라 누군가 원하는 디자인으로 새롭게 만들어주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
“결혼하고 첫아이를 임신하고 난 뒤 엄마가 계신 중앙시장으로 들어왔어요. 5평 남짓 가게에 들어와 미싱 앞에 앉았는데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어요.”
물론 남들의 시선이 좀 의식됐다. 없는 살림에도 교육열이 높았던 어머니 덕분에 고백연 씨는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서울에서 다녔다. 경희대학교 간호학과를 나와 간호사 생활도 10년 정도 했다. 산부인과 간호사 생활을 하고 나니 힘도 들고 미래가 없어 보였다. 고백연 씨 머리에 첫 번째로 스친 것이 원단 제작이었다.
“신생아를 받는 조산원에서 일했어요. 힘들기도 하고 제2직업으로 무엇을 할까 생각했는데 딱 첫 번째로 생각났어요. 저는 그때 10년, 20년이 지나면 직접 만든 제품에 대한 수요가 반드시 생긴다고 생각했어요. 한 분, 한 분 일을 해드리고 나면 손님이 다시 찾아주셨습니다. 나중에는 우리 엄마보다 제 장사가 더 잘됐어요. 원단을 산더미같이 쌓아두고 일할 때도 있었고요. 도희가 저랑 일한 게 7년이라고 하지만 사실 태어나면서부터 장사한 거예요. 손님들이 이 아이 친구죠. 이렇게 오랜 시간 일했지만 저는 지금도 원단을 보면 설레요. 제품을 보면 죽은 애들 같아요. 창작한다는 거는 뭔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죠.”
가업 승계에 대한 인식이 바뀐 딸 김도희 씨
엄마와 딸 ‘덜그럭’, ‘드르륵’ 하는 미싱 소리의 이끌림으로 성장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애초에 두 사람 다 엄마가 가는 길을 따라갈 거란 생각은 없었다. 고백연 씨는 간호학과에, 딸 김도희 씨는 영문학과에 진학했으니 말이다. 원단 사업은 꿈에도 없었다.
“남들 다 똑같이 하는 거처럼 인서울을 목표로 수능점수 맞춰서 대학에 갔는데 학교가 너무 재미가 없었어요. 자퇴는 자신이 없어서 1학년 1학기 때 휴학을 하고 엄마 가게에 매일 나갔어요. 그때 상인회 회장님이 중소기업청에서 전통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로 상인들을 교육하는 대학을 만들었는데 엄마 대신 저더러 한번 가보라고 권하셨어요.”
한 달 코스로 진행된 그곳에서 김도희 씨는 생각에도 없었던 일에 눈을 뜨게 됐다. 가업 승계였다.
“전통시장의 역사를 이어나가려면 가업 승계를 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엄마와 함께 일을 할 거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교육을 통해 인식이 바뀌었어요. 내가 가지고 있는 소스들, 어머니와 할머니요. 이건 정말 남들에게는 없는 나만의 차별성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까지 별다른 꿈이 없었는데 내가 하면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교육이 끝나자마자 수예점을 홍보하고 판매까지 연결할 수 있는 인터넷 블로그를 개설했다. 그해 겨울에는 온라인 판매를 위해 독자적으로 사업자 등록증을 내 어엿한 업체 대표가 됐다. 영문학과에서 경영학과로 전과해 사업가로서의 수업도 병행 중이다.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실제 사업에 적용하면서 공부하니 학교 성적도 좋아졌다.
엄마와 딸이 따로 또 같이 성장해가다
“어머니는 같은 공간 안에서 함께 작업을 하면서도 어린 저를 독립적인 주체로 대해주셨어요. 대개는 자식이 부모 밑에 들어가 기술을 배우잖아요. 어머니는 처음부터 제가 버는 것과 당신이 버는 것을 구분하셨어요.”
충분히 펼치고 성취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것만으로도 자식이 성장한다는 것을 고백연 씨는 알고 있었다. 바로 어머니 김순남 씨가 그랬기 때문이다.
“제가 먼저 저희 엄마랑 일을 하면서 겪은 경험이 있잖아요. 다른 집들을 봐도 가족이 같이 사업을 해서 좋은 게 있는 반면에 의견 차이도 심해요. 엄마의 기존 틀이 있다면 딸이 생각하는 것도 있잖아요. 우리 엄마 고마운 것이 뭐냐면 싫은 소리를 하지 않으셨어요. 잘하든 못하든 간에 하라고 하셨어요.”
할머니로부터 이어지는 모녀의 가업 승계 개념이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조상이 물려준다는 의미보다는 하나의 독립체로 성장하다가 어떤 시점에서 엮이듯 오묘하게 닮아간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제 스타일과 딸의 스타일이 서로 다르다는 점입니다. 각자의 개성과 장점이 다르니 서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죠. 그렇게 꾸준히 각자 노력하다 보면 결국에는 조화롭게 멋진 모습으로 어울리게 되는 겁니다. 원색보다는 섞여서 나오는 창조적인 결과물이 중요한 것이죠. 우리 색깔을 지키고 찾아가는 것, 그게 가업 승계라고 봐요.”
지금의 연희데코 작업실에서 멀지 않은 곳에 고백연 씨가 우리 집 셋째 ‘도순’이라고 부르는 연희데코 전시실이 있다. 오래된 3층짜리 단독주택으로 1층은 작업실과 구제 및 원단 전시실, 2층에는 손님맞이 테이블과 전시실이 있다. 아직 완벽하게 준비된 상황이 아니기에 문의를 해오는 고객에게만 개방하고 있다. 이 또한 미래를 내다본 고백연 씨 모녀의 장기 프로젝트 중 하나다.
“제 꿈은 도순이 집을 중심으로 연희거리를 만드는 거예요. ‘한국에 성남이라는 곳에 가면 엄마와 딸이 함께하는 거리가 있다’라고요. 외국 사람들도 방문하는 거리를 꿈꿉니다. 이곳이 활성화되면 수선하는 사람, 원단 파는 사람, 커피 파는 사람 등이 모이게 될 거고, 간단하게 음식도 만들어서 팔고요. 여기라고 북촌마을처럼 되지 말라는 법 있어요?”
인터넷에는 스틸 이미지가 흘러넘치고 여기저기서 사진 전시회가 열리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직업상 사진에 대해 여러 질문을 받곤 합니다. 그중 저를 당황스럽게 하는 어려운 질문이 있습니다.
“좋은 사진이란 어떤 것입니까?”
대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강 답하기 어려운 구체적인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단순 명료한 질문을 받았을 땐 정신이 멍해집니다. 사람이 많이 모인 공개된 장소일 경우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분위기가 긴장됩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됩니다.
상황을 파악하고 대답할 시간을 이미 놓쳤다고 깨달았다면 그때라도 정신을 차리고 신속히 대답해야 합니다. 이럴 때 저는 평상시에 생각했던 답이 무의식중에 나옵니다.
“가족사진입니다.”
의외의 대답에 분위기마저 썰렁합니다. 그래서 굳이 설명을 해야 합니다. 우리들이 그동안 찍어왔던 가족들은 참 좋은 사진 소재입니다. 거기에는 어떤 전시회의 작품보다 감동이 살아 있고 또한 눈에 잘 보입니다. 진정한 눈물과 웃음이 가족사진에는 잘 녹아 있습니다. 그런 진솔한 내용은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구체적이고 절절한 장면을 꾸밈없이 가족이란 하나의 공통분모로 모아놓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진에는 분야가 많습니다. 그중 한 분야로 좋은 사진을 설명하기에 가족 앨범은 참 좋은 사진 장르입니다.
그렇게 가족사진을 제가 자신 있게 좋은 사진의 대표적인 예로 제시할 수 있는 이유가 또 하나 생겼습니다. 얼마 전 보게 된, 오빠를 바라보는 한 어린이의 표정 때문입니다.
세상의 얘기는 대부분 어른들의 입장에서 표현됩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을 보면서 세상을 이끌어가는 다른 방향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른이 무엇을 결정하고 영향을 미치기 전에 아가의 표정이 먼저 어른의 마음을 이끄는 주체가 되어 말없이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어른을 쳐다보고 천진하게 웃는 아가가 짓는 표정은 정말 대단한 힘을 발휘합니다. 거기에는 모든 질서가 녹아 있습니다. 아기의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세 살 위의 개구쟁이 오빠도 꼼짝 못합니다. 아가의 표정 하나로 모든 질서가 세워집니다. ‘어린이는 어른의 선생!’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말의 뜻을 잘 헤아리지 못했다가 이 가족사진으로 깨우쳤습니다. 어른들을 말없이 교육시키는 아가의 얼굴입니다.
내가 잘 아는 아이입니다. 아빠와 엄마 그리고 네 살과 다섯 살인 오빠를 둔 한 살 반인 여자 아기가 이 사진의 주인공입니다. 아직 말도 못하고 잘 걷지도 못한 막내아이를 만나고 몽골로 돌아온 지 한 달이 되어 받은 사진입니다. 그 사이 막내둥이는 자기 맘대로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걷는 재미를 알았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그 아이가 네 살배기 작은 오빠를 바라보는 눈길입니다. 작은 오빠도 그런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는 18개월배기 동생의 시도 때도 없는 무조건적인 참견에 꼼짝 못합니다.
선생은 무언가 귀한 가르침을 주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아직까지 내게 선생님은 나이 지긋한 분이었고 반듯한 어른이었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구체적인 선생을 이 사진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5월은 어린이와 가정의 달입니다. 지금까지 어른이 어린이를 위해야 한다는 일방적인 권위와 베푸는 입장으로 생각했던 내 선입견이 바뀐 5월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어린이에게 어른이 배워야 하는 우러나는 아름다운 가치를 어른들과 나누고 싶은 5월입니다. 가치는 가만히 두어도 드러납니다. 어른에게 어린이의 이미지가 그렇습니다.
함철훈 사진가·몽골국제대학교 교수
1995년 민사협 초청 ‘손1’ 전시를 시작으로, 2009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Gems of Central Asia’, 2012년 이탈리아 밀란시와 총영사관 주최로 ‘Quando il Vento incontra l’Acqua’ 전을 FORMA에서 개최. 2006년 인터액션대회(NGO의 유엔총회)서 대상 수상. 저서로 ‘보이지 않는 손’, ‘사진으로 만나는 인문학’ 등이 있다.
가족 나들이하기 좋은 5월, 이달의 추천 전시·공연·행사를 소개한다.
제20회 담양대나무축제
일정 5월 2~7일 장소 죽녹원 및 관방제림 일원
대한민국 대나무 주산지로 알려진 전라남도 담양. 가족 나들이를 계획 중이라면 담양을 주목해보자. 이곳에서는 매년 대나무 심는 날(죽취일)의 의미를 되살리고자 축제를 연다. 바로 올해로 20회를 맞이한 담양대나무축제. 6일간 진행되는 이번 축제에서는 대나무를 주제로 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대나무 활쏘기, 대나무 뗏목타기, 대나무 액세서리 만들기, 대나무 부채 만들기 등)이 운영된다.
Weather: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
일정 5월 3일~10월 28일 장소 디뮤지엄
디뮤지엄이 2018년 첫 전시를 공개한다.
날씨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총 3개의 챕터(‘날씨가 말을 걸다’, ‘날씨와 대화하다’, ‘날씨를 기억하다’)로 구성된다. 25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해 햇살, 눈, 비, 안개, 뇌우와 같은 날씨에 담긴 이야기를 사진, 영상, 사운드,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 작품으로 재조명했다.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 당신의 날씨에 관한 기억을 새로 추억해보자.
레슬러
개봉 5월 9일 장르 드라마, 코미디 감독 김대웅 출연 유해진, 나문희, 성동일, 김민재 등
포스터에 한 손에는 금메달을, 다른 한 손에는 프라이팬을 든 배우 유해진의 익살스러운 모습이 보인다. 전직 레슬러에서 프로 살림꾼으로 변신한 살림 9단이자 아들 바보인 유해진은 영화 ‘레슬러’에서 ‘귀보’ 역할을 맡았다. 그가 예기치 않은 사건들과 엮이기 시작하면서 평범했던 일상이 유쾌하게 바뀌는 이야기를 그렸다. 또 나문희, 김민재, 성동일 등 세대를 어우르는 베테랑 연기파 배우들이 만나 호흡을 맞췄다.
얼굴도둑
일정 5월 11일~6월 3일 장소 백성희장민호극장 출연 성여진, 신안진, 주인영, 황선화 등
연극 ‘얼굴도둑’은 개인의 자아와 내면을 비추는 ‘얼굴’이라는 소재를 사용해 진실한 감정을 놓치며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트립 투 스페인
개봉 5월 17일 장르 드라마, 코미디 감독 마이클 윈터바텀 출연 스티브 쿠건, 롭 브라이든 등
열정의 나라 영화 ‘트립 투 스페인’은 산탄데르에서 말라가까지 스페인 전역을 여행하며 음식과 인생, 사랑에 대한 수다를 펼치는 미식 여행기다. 영국의 대표 배우 스티브 쿠건과 롭 브라이든이 출연해 유쾌한 입담을 보여준다.
시카고
일정 5월 22일~8월 5일 장소 디큐브아트센터 출연 최정원, 박칼린, 남경주, 아이비 등
한국에서의 공연은 열네 번째. 최정원, 아이비, 남경주, 박칼린 등이 참여해 어느 때보다 강력한 라인업으로 돌아왔다. 섹시하고 뜨거운 뮤지컬을 찾고 있다면 농염한 재즈 선율과 관능적인 춤이 매력적인 ‘시카고’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