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굽이굽이 숲 속 사이에 자리 잡은 공장 사택에서 태어났다. 붉은 화로가 이어진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이었다. 사람들은 내가 짙푸른 나무 숲, 맑은 물, 흐르는 산골 출신이라 생각할 테지만 사실과는 조금 다르다. 도시로 이사한 이후에도 이모가 살고 계신 그곳으로 방학 때가 되면 찾아갔다. 내 고향 공장 근처 저수지에서 죽어 있는 물고기들을 발견했고 다시는 그 물에 들어가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푸른색 자연이 전부가 아니었다.
눈앞에서 사라지는 자연을 목격하다
태생적으로 자연에 관한 궁금증이 많았던 나는 20대 초반 환경단체의 일원이 됐고 잠시나마 단체의 간사로 활동했다. 쓰레기를 줄이는 것 말고도 환경을 위해 할 일이 많다는 것에 놀랐다. 스스로 찾아서 공부하고, 보지 않으면 모를 사회문제를 하나씩 알게 되면서 마음 한쪽이 무거워졌다. 중·고등생 시절 교과서에서 배운 새만금간척사업의 당위성은 정당하지 않았다. 뉴스도 믿을 게 못 됐다. 누군가 사실을 왜곡하고 포장해서 하면 안 되는 일을 자연에게 해 왔다. 자연이 사라진 첨단 미래 도시가 멋질 것이라 상상하고 꿈꿨던 어린 시절이 부끄러웠다.
환경단체 회원과 간사로 마주했던 과거의 환경 관련 사업을 생각하면 씁쓸하기만 하다.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치열했던 순간인 2003년 새만금 갯벌 살리기 운동과 지율스님의 기나긴 단식으로 기억되는 천성산 도롱뇽 소송, ‘녹조라떼’ 논란 4대강 사업 반대운동 등이 있었다.
‘환경을 보호하자’, ‘자연을 살려내라’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들 사업을 막아내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새만금에 살던 백합조개는 물길이 막혀 죽었고, 철새들은 내려서 쉬고 먹을 공간을 잃었다. 도롱뇽이 살던 곳에는 큰길이 뚫렸고, 4대강 사업은 새 정부가 전면 재조사 방침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자연은 이미 훼손됐다. 자연은 끝 모르는 발전 욕구, 빠른 성장이 필요하다는 조급함이 각인된 이들에게 아주 쉽게 숨통을 조일 수 있는 상대였다.
순간적으로 몇몇 소수는 이득을 봤다. 국민들은 개발 주체들이 내놓은 청사진에 환호하다 사업이 미진하다 싶으면 이에 화내기는커녕 잊기 바빴다. 현재까지도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혹여 어떤 이는 내 일이 아니니 괜찮다고 할 것이다. 과연 남의 일일까? 국책사업에 들어간 돈은 우리 모두의 호주머니에서 나왔다. 매일 중요 뉴스로 보도되는 원자력발전소 건설 관련한 갑론을박, 끝난 줄 알았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재점화, 밀양 송전탑 문제 등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이 이 나라 주인 우리의 일이다.
옥자, 미자 그리고 나
영화 는 마치 고향 산천과 공장, 나의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았다. 인간의 허황된 탐욕 덩어리인 슈퍼 돼지 ‘옥자’를 스리슬쩍 무공해 자연에 옮겨놓은 모습이 산속 연기를 뿜던 공장과 어느 정도 닮아 있었다. 지금까지도 자연은 도시를 성장시키기 위해서 인공 자궁 역할을 강요당하고 있고 결국 남은 것은 폐허뿐이다. 정복하고 착취하는 것은 쉬울지 모르겠지만 후회해도 다시 예전으로 돌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살아서 숨 쉬는 모든 자연은 존엄하다. 사람 또한 그 일부에 지나지 않는데 눈 딱 감고 뺏고, 쉼 없이 사용하고, 버렸다. 자연은 점점 사라졌고 자취를 감출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멀어지고 사라져 버리는 자연을 제자리에 놔두고 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런 고민이 모여 생겨난 것이 바로 환경단체다. 영화에서 옥자를 구하는 ‘ALF(동물해방전선)’처럼 적극적인 행동으로 환경 문제에 파고드는 것뿐만이 아니다. 환경과 관련해 시민 참여를 일깨우고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행동들을 보급하고 알리는 역할도 환경단체의 중요한 임무다. 각 단체의 크고 작은 실천 운동은 정책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우리 생활과 밀접하다. 도시 텃밭과 장터, 빈 그릇 운동, 환경 관련 실태 등을 조사하며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주민들과 함께 생명을 지켜가는 녹색연합
녹색연합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반대의 중심에 서 있는 박그림 공동대표와 함께 백두대간과 서울 주요 등산로 실태조사를 실시해왔다. 걷기 열풍으로 자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수용 한계에 다다른 전국의 등산로는 깊게 패여 몸살을 앓고 있었다는 것을 녹색연합이 조사해 알렸다.
산양보호운동 또한 녹색연합 활동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를 통해 경북 울진 지역 주민과 소통을 해오다 ‘울진 금강소나무 숲길’을 정착시켰다. 예약탐방제로 운영되는 이곳은 방문 전 인터넷을 통해 예약해야 숲길을 이용할 수 있다(uljintrail.or.kr). 지역주민 해설사와 반드시 동반 탐방하는 형태로 자리 잡았다. 환경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에도 도움을 주는 좋은 사례다. 녹색연합의 홍보모금 담당 부서의 상상공작소 박효경 팀장은 ‘불편해도 괜찮은 여행법’이라는 가이드를 만들어 자연을 대하는 기본 예의를 정리해 주었다.
‘불편해도 괜찮은 여행법’
1. 여행의 기본은 텀블러와 에코백.
2. 환경에 무해한 세제 사용. 비누, 치약, 자외선차단제 중 하나라도 친환경용품 준비.
3.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박시설과 음식 선택. 여행지의 문화를 깊게 체험하고 지역경제에 도움을 줄 것.
4.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해 천천히 걸으며 자연을 만나자. 렌터카 이용 시 소형차나 하이브리드차를 고르자.
5. 외출 시, 전등과 냉난방 꼭 끄기.
6. 희귀 동식물로 만든 기념품은 사지 않고, 보신 음식은 먹지 않는다. 야생동물이 있는 숲에서는 조용히 걷고, 흔적을 남기지 않고 잠시 머물다 온다.
여자라면 꼭! 알자!-여성환경연대
여성환경연대는 여성생태학적(에코페미니즘) 관점에서 모든 생명과 환경을 바라보는 곳이다. 지금 이곳에서 펼치고 있는 운동 중 여성 생활과 가장 밀접하고 친밀한 것이 월경문화캠페인 ‘나는달’과 ‘화장품 다이어트’다.
과거에 당연하게 여겨지던 생리대인 면 생리대가 ‘대안 생리대’로 불리면서 다시 세상에 돌아온 이유는 시중에 판매되는 일회용 생리대 속 성분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일회용 생리대에 포함된 성분을 표기하는 ‘전성분표시제’가 현재까지도 실시되지 않고 있다. 플라스틱 소재를 쓰고 있는 일회용 생리대는 통풍이 되지 않아 피부가 짓무르거나 체온으로 인해 세균 번식이 쉽다. 13세에서 50세까지 약 37년 동안 여자는 약 1만1100개의 생리대를 사용한다. 이는 매년 여의도만 한 숲을 파괴해야 가능하단다. 여성환경연대는 최대한 면 생리대를 삶아 쓰는 것을 권하고 있으나 그게 어렵다면 적어로 향이 없는 제품을 고르기를 권한다. 향이 있는 제품은 휘발성 유기화합물 수치가 높다.
화장품 다이어트의 기본은 천연 제품을 사용하고 불필요한 기초화장 단계를 줄이고 적게 씻는 것이다. 기초화장은 천연비누로 세안 -> 토너 -> 로션/에센스/크림 (중 하나만) -> 자외선 차단제 4단계로 충분하다. 폼 클렌저, 클렌징 오일 등 클렌징 제품으로 화장을 지운 다음 이중 세안은 진한 색조화장이 아니라면 할 필요가 없다고.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화해’를 통해 화장품 전 성분 표시를 확인하고 화장품을 사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되도록 무향, 무색소 제품과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화장품을 이용할 것과 영·유아에게 탈크가 함유된 파우더 사용하지 않기 등 실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부분을 안내하고 있다.
화장품 다이어트의 각질 제거 TIP!
베이킹소다 혹은 곡물가루 이용한다. 일주일에 1~2차례 소다(탄산수소나트륨 혹은 베이킹소다)나 쌀겨를 물에 적셔 얼굴에 바르고 부드럽게 마사지 한 후 미지근한 물로 헹군다.
당신 손 안의 스마트폰 오래오래 소중하게 다루세요.-그린피스
그린피스에서는 이제 실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스마트폰 등 IT 관련 분야에 관해 접근하고 있다. 애플사에서 2007년 첫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내놓았을 당시 손 안의 혁신을 가져다 준 창조적 결과물에 감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사람은 쓰고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안 쓰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 2G 핸드폰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했고 아이폰과 삼성 갤럭시의 신모델이 출시돼도 프로그램이 안정적이지 않다며 초기 모델을 선호하기도 했다. 그런데 몇 년 사이 기하급수적으로 스마트폰이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다가왔다. 이상한 것은 과거에는 가능했던 스마트폰의 기능이 현재는 사라지고 있다. 메모리 카드로 저장 공간을 확장을 못하고 배터리도 본체와 일체형이라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교체할 수 없다. 기계의 결함과 고장, 침수 등 고장이 났을 때도 수리를 맡기지 않고 새 상품을 갈아타버린다.
매년 출시되는 신모델에 발맞추다 보면 굳이 바꾸지 않아도 되는 스마트폰을 대세에 떠밀리듯 바꿔버린다. 제품 수명이 줄어들면 결국 이익을 보는 것은 제조업체사다. 무엇보다 충분한 시간을 사용하지 않고 기계를 자주 바꾸면 제품을 만들 때 사용된 자원, 에너지, 인력 등의 낭비가 가속된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 배터리에 들어가는 코발트를 채굴하기 위해 콩고의 가난한 광부들은 지도나 안전장비 하나 없이 깊은 땅속에서 질식과 매몰의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스마트폰 교체 주기는 2년 2개월이며 18세에서 35세 사이 연령층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이미 90%를 넘어섰다. 우선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품과 부속을 재사용하고 폐기된 기기에서 가능한 새로운 제품의 원료로 많이 재활용해야할 것이다. 이에 덧붙여 그린피스는 재생가능에너지로 제조하는 것 또한 자연을 위하고 자원을 낭비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k씨는 직장동료다. 토목기술자로 해외공사 현장에서 크게 활약한 베테랑 엔지니어다. 당시 해외근로자의 급여는 국내근무자의 거의 두 배를 받았으니 겉으로만 봐서는 제법 돈도 모았을 것 같다. 그런데 어느 날 술자리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실토하는 말에 의하면 벌어온 돈을 아내가 거의 다 날렸다고 한다, 아내도 나쁜 짓을 한 것이 아니고 열사의 사막에서 고생하며 벌어오는 돈을 한 푼이라도 더 늘려 보겠다는 심정으로 돈놀이를 시작했다. 결국 친정집 친척 누구에게 후한 이자를 받는 조건으로 빌려준 것이 화근이었다.
k는 귀국하면서 어느 정도 목돈이 되어있을 통장을 상상하면서 즐거운 앞날을 꿈꿨다. 하지만 깡통 통장을 바라보는 순간 화를 참지 못했다. 아내와 심하게 다툰 후 아내로부터 통장관리 등 경제권을 뺏어버렸다. 그 뒤 다시 해외에 나가면서 돈 관리를 이제 친형에게 맡겼는데 형이 또 이상한 사람이어서 동생이 맡긴 돈을 다른 동생의 결혼자금이나 생활비로 다 써버렸다고 한다. 그로인해 형과의 관계도 남남처럼 서먹서먹하게 변해버리고 세상에 믿을 놈 없다는 극도의 불신주의자가 되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남의 일 같지 않아 마음이 아프다. 주위를 둘러보니 일가친척에게 돈을 빌려주고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들이 제법 있다. 필자도 믿었던 친척들과의 돈거래로 상당한 액수의 돈을 날린 아픈 과거가 있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집을 살 때 돈이 부족하다고 하여 빌려준 돈은 틀림없이 돌아왔다. 그러나 아이들 유학자금이나 결혼자금이 부족하다고 빌려준 돈은 십중팔구 돌아오지 않았다. 집을 살 때는 그래도 직장에 다녀서 경제력이 있는 젊은 사람이 빌려가지만 자식들을 위해 빌려갈 때의 부모는 퇴직 등 경제력이 허약한 사람들이대부분이었다. 그 돈을 사용한 자식들은 직접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며 입을 씻어버리고 나 몰라라 하고 능력 없는 부모는 자신이 어떻게 갚아보려고 하지 자식들한테 전가를 시키지 않으려한다.
형제나 친척들과의 돈거래에서 돌려받기가 어려운 점이 친척 간에 너무 야박한 것 같아서 서면으로 된 계약서를 쓰지 않는 것도 문제다. 나중에 법적인 절차를 밟으려 해도 법적인 근거자료가 불확실하다. 또 형제나 일가친척 간에는 법적 소송을 하기에는 부모님 보기가 뭣하고 핏줄이라는 점도 작용하여 구두로 독촉만 하고 처분만 기다린다.
형제나 친척 간에는 돈거래를 하지 말아야 한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이자가 겁이 나서 우선 갚으려고 하지만 은행보다는 느슨하게 독촉하는 일가친척의 돈은 천천히 갚으려는 심사가 있다. 세월이 지나면 빚이라는 개념이 희미해지고 잘사는 형제가 못사는 형제를 도와준 것이라는 아전인수격으로 마음도 변해 버린다.
일본에서는 친척이나 친구가 내가 돈이 있는 줄 알고 빌려달라고 하면 은행에 함께 가서 내 돈을 이 사람에게 빌려주라고 말을 한다고 한다. 그러면 은행에서 우선적으로 예금주가 지명하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준다고 한다. 물론 은행에서는 일반 대출과 같은 법적인 절차를 완전히 밟기 때문에 나중에 은행이 못 받으면 못 받았지 예금주는 피해가 없다고 한다.
친한 사이일수록 돌려받지 못할 것을 각오하고 그냥 돈을 주면 몰라도 다시 돌려받을 생각을 한다면 거래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도 본인 돈을 특정인 누구에게 빌려주라는 지명권을 인정하고 그 보증은 은행에서 담보하는 제도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창업은 독립적으로 할 수도 있고 인지도가 있는 브랜드를 선택해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가맹점 창업이 편리하다고 해서 잘 알아보지 않고 계약을 한다면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연일 무더위가 계속되는 날 한국 공정거래조정원 주최로 상공회의소 공정원 강의장에서 창업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설명회가 열렸다. 많은 정책 기자들이 모인 가운데 새 정부가 중점 추진할 예정인 ‘골목상권 활성화’ 정책 관련 ‘가맹거래’를 주제로 이야기가 펼쳐졌다.
사실 골목상권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기도 하다. 필자의 경우만 해도 집과 가까운 곳에 마트가 있지만 두세 정거장 아래 대형 마트가 생겨 걷기 운동도 할 겸 걸어가 그곳에서 장을 볼 때가 있다. 아무래도 동네 마트보다 물건도 많고 싱싱한 상품을 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으니 이용은 하지만 동네 마트의 상권을 위해서는 결코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생각도 한다. 이렇게 다들 대형 마트만 찾는다면 동네 골목의 영세한 가게들은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 웬만한 건 동네 마트를 이용하려고 한다.
오늘의 주제는 가맹점 창업을 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다. 창업할 때 장소나 재료 등 본사가 가진 노하우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브랜드를 통해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고 계약을 한 뒤 문제가 생기면 난감한 일이 발생한다. 그래서 계약서부터 신경을 써야 한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가맹점의 갑과 을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최근 호식이 두 마리치킨의 경우처럼 본사의 잘못으로 불매운동이 일어나 가맹점이 피해를 보게 되었을 때, 본사의 횡포로 영업을 더 유지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중간에서 협상해주는 곳이 공정거래조정원이라고 한다.
공정위 산하 공정거래조정원은 소비자 간 분쟁이 아닌 사업자 간 분쟁을 해결해주는 곳이다. 조정을 통해 해결하며 90% 정도 성립률을 보인다고 한다. 분쟁 조정이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소송을 통하지 않고도 분쟁 당사자들끼리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할 수 있도록 중간에서 도움을 주는 제도다. 이러한 해결 방법으로 공정거래조정원은 연간 2000건 이상의 분쟁을 해결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가맹 본부는 4200곳이 넘는다고 한다. 본사 하나가 업종별로 여러 브랜드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이 숫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많은 가맹본부가 있으니 문제도 그만큼 일어날 수밖에 없는데 공정거래조정원은 을의 처지인 가맹점주의 입장에 서서 분쟁을 해결 조절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가맹점 계약을 할 때 주의해야 할 몇 가지 사례도 들었다. 제대로 아는 것이 없는 상태에서 엉겁결에 가맹 계약을 한 후 마음이 바뀌어 해약하려 할 때 해지를 해줄 수 없다며 점포 입점을 위해 들인 비용까지 손해배상청구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가맹 본부는 가맹 희망자에게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한 정보공개서를 계약 체결 또는 가맹금 수령 14일 전까지 제공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는 서로의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단다. 위의 사례의 경우 도장을 찍기까지 충분한 설명과 자료 제공이 없었으므로 ‘정보공개서 미제공시’ 해약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공정거래조정원의 도움으로 무사히 해약을 할 수 있었다.
가맹점 계약을 체결시키기 위해 본사가 거짓말을 하는 사례도 있었다. 커피 프랜차이즈 가맹 본부의 말대로 한 달 매출 1200만원을 기대하며 커피 전문점을 차렸는데 첫 달만 반짝 호응이 있었을 뿐 이후 기대 매출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항의하자 사업안내서의 예상 수익표 아래 상권 매장 입지나 매장 환경에 따라 실제 매출액이 다를 수 있다는 문구가 있다며 본사에서 책임질 수 없다고 했단다. 속았다는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하던 어느 날 공정거래조정원의 분쟁조정제도를 알게 되어 상담을 한 후 ‘허위, 과장 정보 제공 시’ 보상해야 한다는 조항 아래 조정을 받았다.
도시락 매장 가맹점 사례도 소개되었는데 본사에서만 받아야 하는 재료를 친구를 통해 고기를 따로 납품받아 사용한 것이 적발되어 가맹 해지를 당하게 된 경우다. 계속 사업을 하고 싶었던 사장은 실수를 인정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는데도 강제로 해지를 권해 공정거래조정원에 조정을 신청했고, 해지는 무효처리되었다. 2개월 동안 시정 명령이 나고도 이행하지 않으면 강제 해지가 되지만 이 사례의 경우 ‘잘못을 인정했으므로’ 해지 통보가 부당하다는 조정 판단을 받았다고 한다.
이렇게 억울한 일을 당하는 가맹점주들의 사정을 들어주고 조정 중재해주는 기관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필자가 창업을 하게 된다면 오늘 배운 대로 꼼꼼한 체크를 하겠지만 그래도 억울한 일이 생기면 중재해줄 공정거래조정원이 있어 마음이 놓인다.
‘행복’이라는 타이틀을 넣어 만든 명함이 많다. 이런 분들은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살면서 남들에게 작은 봉사활동을 하는 분들로 대부분 뾰족한 직업이 없는 사람들이다. ‘행복 전도사’, ‘행복 바이러스’, ‘행복 코치’, ‘행복 아카데미’, ‘당신의 행복을 지켜드립니다’ 대략 이런 종류다. 방문 요양보호원을 운영하는 분인데 이분의 상호는 ‘00 행복 나눔 요양원’이다. 필자가 한마디 했다. ‘기왕이면 통 크게 행복 몽땅 드림 이라고 하지 쩨쩨하게 행복 나눔이라고 합니까?’ 하며 웃은 적이 있다.
누구든지 행복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런데 정말 나는 행복한 사람인가, 명함에 행복을 드린다는 분들은 행복이 남아도는 진짜로 행복한 분일까? 자신 있게 ‘예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라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모두가 평생을 행복이란 단어에 매달리며 행복을 추구하면서도 왜 행복해지지 못할까?
행복이란 사전적 의미로는 ‘삶에서 기쁨과 만족감을 느껴 흐뭇하다.’라고 한다. 즉 주관적이다. 아무리 비단옷에 고기반찬을 먹고 남들이 우러러 보면서 저분은 참 행복할 것이다. 라고 해도 막상 당사자가 ‘너희들은 모른다, 지금 내속이 얼마나 타 들어가는지.’ 하면서 스스로 불행한 사람이라고 단정하는 사람이 많다.
우리는 많이 가지면 행복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서는 걸로 생각한다. 남들보다 돈이 많고 잘생겼으면 행복할 것이다. 남들보다 건강하고 자식들도 다 잘되어 걱정근심이 없으면 행복할 것이다. 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어 돈이 많아도 더 벌고 싶고 자식이 공부를 잘해도 더 잘하는 아이와 비교를 하면서 만족을 못한다. 몇 백억의 돈이 있으면서도 부정한 방법으로 검은 돈을 받아먹다 들켜 쇠고랑차고 재벌들도 형제간 더 가지려고 소송싸움 하는 걸보면 할 말이 없어진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내에게 아침인사로 ‘잘 잤어?’하고 먼저 물어본다. 쉽고 간단한 질문이다. 아내의 대답은 한결같다. ‘응 잘 잤어.’ 설령 몸이 찌뿌듯해도 ‘아니 잠 잘 못 잤어.’ 하지 않는다. 인사치례이고 잘 잤다고 말하는 것이 서로가 편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가 인사를 할 때 ‘안녕하세요?’하면 ‘예 고맙습니다.’라고 대답하지 ‘아니요. 안녕하지 못해요.’하지 않는다. 긍정적인 질문을 먼저 해야 긍정적인 답을 돌려받는다.
‘자발적 가난’ 이라는 말이 있다. 스스로 가난을 택하는 것이다. 테레사 수녀님이나 성철스님 같은 분들의 삶이다. 이분들은 스스로 가난의 길로 들어서며 남들로부터 추앙을 받고 본인은 행복한 삶을 마쳤다. 나이 들어가면서 욕심을 줄이기로 했다. 이 정도면 잘 사는 것이고 우리아이들도 이만하면 부모한테 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만족스러워지고 행복해진다.
아내와도 가끔씩 행복을 이야기한다. 아직은 건강하고 직업도 있고 게다가 딸, 아들이 모두 결혼해서 손자, 손녀도 있으니 행복하지 않느냐고 서로 물으면 서로 행복하다고 대답을 해준다. 일용할 양식은 풍족하지는 않아도 부족하지 않으면 만족해야 한다. 매사에 이만하면 풍족하고 즐겁고 행복한 삶이라고 자주 말하니 덩달아 행복해진다. ‘올라가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 말라’는 속담을 믿고 포기 할 것은 포기하니 행복하다. 나이 들면서 노욕을 버리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다. 식사 한 끼에 오천 원짜리도 있지만 오십만 원짜리도 있다. 내 마음을 낮추니 오천 원짜리 밥도 감사하고 고맙고 행복하다. 소박한 행복은 느끼는 사람의 몫이다.
과거 족보나 문헌들을 조사해보면 고려시대(918~1392년) 임금 34명의 평균수명은 42.3세, 조선시대(1392~1910년) 임금 27명의 평균수명은 46.1세로 나타난다. 왕들의 수명은 40세 전후에 불과했던 셈이다. 조선시대 임금 중 가장 장수했던 임금은 21대 영조로, 현재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을 뛰어넘는 83세까지 살았다고 한다. 의료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그 시대의 장수 비결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필자는 시골에서 홀로 생활하시던 외조모가 몇 년 전 향년 92세로 굴곡 많은 생을 마감하시는 모습을 보며 100세 시대가 멀지 않았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몇 년 만에 100세 시대라는 말이 낯설지 않게 들린다. 일반적으로 100세 시대란 사망 빈도가 가장 높은 연령, 즉 ‘최빈사망연령’이 90세가 넘는 경우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대략 2020년경이면 최빈사망연령이 90세가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최근의 의료기술 발달 속도와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을 고려할 때 5070세대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오래 살 확률이 높다고 봐야 한다.
5070세대는 경제활동을 활발히 하는 동안에도 자산 축적에 관심이 많았다. 즉 은퇴설계를 할 때도 수익률과 재테크에 관심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제는 축적된 재산을 유지하고 보전하는 일에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열심히 저축하고 모아온 자산 등이 예상하지 못한 일로 한순간에 없어지거나 줄어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위험관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미 우리 코앞으로 다가온 100세 시대에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위험과 우발적으로 생기는 위험을 관리하고 통제하지 않으면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앞으로 5070세대가 부딪칠 수 있는 대표적 위험 3가지를 살펴보고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해보자.
의료비 리스크
보장자산을 사망에서 노후 의료비로 재편
우리나라의 100세 이상 인구는 몇 명 정도 될까? 2015년 기준 통계청에 따르면 3159명으로 여성이 2731명, 남성이 428명으로 여성이 6배 정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행정자치부 조사에서는 100세 이상 인구를 17만562명으로 집계하고 있다. 1만4000명 정도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뭘까? 행정자치부는 주민등록 기준으로 말소 여부로 판단하는 반면 통계청은 인구센서스 전수조사를 통해 파악하는 조사 방법의 차이 때문으로 보인다. 필자는 여기서 궁금한 점이 하나 더 생겼다. 과연 차이가 나는 1만4000여 명의 100세 어르신들은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대부분은 거동의 불편과 질병 등을 이유로 병원이나 요양병원에 입원치료 중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해 생명보험협회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건강수명, 즉 전체 평균수명(82.4세)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고통받는 기간을 제외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기간이 76.4세라고 발표한 바 있다. WHO(세계보건기구)에서는 2014년 기준 우리나라 사람의 건강수명을 73.2세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짧게는 6년, 길게는 10년 정도 병치레를 하다 사망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노후에는 질병이라는 달갑지 않은 친구를 맞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노후 질병이 재무적인 측면에서 특히 위험한 이유는 일정 연령이 되면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오래 살수록 그 위험의 정도가 급증하며, 질병의 정도를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노후에 발생하는 질병은 자연스런 현상이란 점에서 건강관리만 잘하면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겠지만, 완벽한 예방이 쉽지 않고 한 번 발병하면 치료비가 만만치 않다는 문제가 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속담처럼 노후에 발생되는 치료비는 가족에게 큰 부담이다. 건강보험공단(2015)의 조사에서처럼 연령이 증가할수록 1인당 연간 의료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1인당 생애 총의료비가 65세 이후에 절반 이상 발생하는 것은 노후 질병으로 인한 의료비 부담이 5070 은퇴재무설계 관점에서 가장 큰 위험 요소라는 사실을 반증한다.
의료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를 위해 먼저 국민건강보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약 5070세대가 은퇴 후 의료비가 1000만원 발생했다면 본인이 부담하는 금액은 얼마나 될까? 요양기관별로 다소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건강보험공단에서 63.4%(약 630만원)를 부담하고 나머지 36.6%(약 370만원)는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개인부담분을 분해하면 건강보험 급여 대상 의료비의 20.1%와 비급여 의료비 16.5%다.
국민건강보험제도의 구조를 감안할 때 5070세대의 노후의료비 부담은 건강보험 본인 부담금과 비급여 부분을 어떻게 준비했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5070세대가 2040 시절에는 가장의 유고에 대비한 사망보장 중심의 위험관리에 초점을 두었다면, 50대 이후에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노후의료비 보장 중심의 위험관리로 보장 자산을 새롭게 리모델링해야 한다. 2040 시절에 가입해두었던 보험을 노후의료비 보장 중심으로 재검토하고, 행여 중복보장으로 인해 과도한 보험료 지출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분석해 웰스(wealth)가 아닌 헬스(health) 시대에 맞도록 재편할 필요가 있다.
자녀부양 리스크
현명한 노후준비는 ‘자녀의 경제적 독립’
대한민국의 5070세대가 늙은 염낭거미를 닮아가고 있다. 염낭거미는 독거미의 일종으로 새끼가 먹을 것이 없으면 새끼를 위해 제 살을 먹이로 주는 습성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 5070세대는 은퇴 후에도 성인이 된 자식 뒷바라지를 걱정하고 있다. 혹자는 자식뒷바라지가 100세 시대에 무슨 위험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부모가 자녀를 낳았으면 자녀가 경제적으로 독립할 때까지 물심양면 지원하는 것은 인지상정 아니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은퇴 이후 연금 외 변변한 수입원이 없는 상황에서 생물학적 성인자녀가 사회학적 성인자녀로 탈바꿈하지 못하면, 예상치 못한 상황에 따른 심리적 고충은 물론 경제적 부담도 만만찮다는 점에서 엄청난 리스크가 아닐 수 없다.
경기침체에다 비혼(非婚)과 만혼(晩婚)이라는 사회적 현상까지 더해져 부모와 불편한 동거를 하는 성인자녀가 늘고 있다. 동거를 하지는 않더라도 경제적으로 의지하는 성인자녀도 꽤 많다. 이는 선배 세대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던 고민이란 점에서 5070세대에겐 새로운 리스크라 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동서양이 다르지 않다. 미국에서는 대학졸업 후 취업을 못해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 곁에 머무는 자녀를 ‘낀 세대’라는 의미의 ‘트윅스터(Twixter)’라 부른다. 캐나다에서는 직업을 구하러 이리저리 다니다가 결국 집으로 돌아온다는 뜻에서 ‘부메랑키즈’, 영국에서는 부모 퇴직연금을 축낸다는 뜻에서 ‘키퍼스(KIPPERS: Kids in Parents Pockets Eroding Retirement Savings)’, 이탈리아에서는 모친이 해주는 음식에 집착한다는 의미의 맘모네(Mammone)라고 칭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학교 졸업 후 취업을 못해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의존하는 20~30대 젊은 층을 캥거루족, 취업을 했어도 경제적 독립을 못하고 부모에게 의존하는 30~40대를 신캥거루족이라고 칭한다.
이처럼 5070세대가 은퇴 이후 성인자녀를 부양하는 상황이 연출되면 이들의 노후준비 자산은 급속하게 줄어들게 된다. 자녀의 경제적 독립이야말로 가장 현명한 노후준비 방법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개인이 처해 있는 상황과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자녀부양 리스크에 대한 통일된 대처 방법을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조금 생각하면 실천할 수 있는 방안 두 가지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첫째 부양기간과 지원 범위를 자녀와 함께 정하는 것이다. 최근 육아정책연구소에서 20~50대 성인을 대상으로 “언제까지 자녀에게 경제적 지원을 해야 하나?”라고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40.9%는 적어도 취업 전까지는 자녀를 경제적으로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응답했다. 2008년에는 이 비중이 26.1%였던 점을 감안할 때 성인자녀의 부모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자녀의 경제적 미독립이 게으름 등 개인적 소양 탓보다는 사회경제적 구조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상황에서 자녀의 경제적 독립을 이끌어내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경제적 지원 범위와 기간을 자녀와 합의하는 과정을 거쳐 합리적인 선에서 정하고, 독립을 이루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다 보면 자녀의 경제적 독립이 앞당겨지지 않을까.
둘째 소규모 청년창업이다. 취업이 어렵다 보니 소규모 청년창업이 늘어나고 있다. 청년창업의 경우 어느 정도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결국 부모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능력이 된다면 한없이 지원하고 싶지만, 5070세대 대부분은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참 난감한 상황이다. 수년 전 은행에서 퇴직한 박씨(60)의 경우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땅과 아파트, 그리고 퇴직금이 전 재산이다. 그런데 명문대 졸업 후 몇 년째 취업을 하지 못하고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던 자녀가 어느 날 조심스럽게 창업자금을 요청하더란다. 지원을 해야 하나, 말려야 하나? 많은 고민 끝에 박씨는 구체적인 조건을 내걸고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자녀에게 사업계획서를 요청하고, 자금을 한꺼번에 지원하기보다는 순차적으로 지원하며, 아버지가 아닌 채권자로서 계약서까지 썼던 것이다. 부모와 자식 간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혀를 찰 수도 있으나, 이런 일일수록 냉정하게 대하는 게 정답에 가까운 차선책인 것 같다.
금융사기 위험
내 돈 지키는 5가지 행동지침
뉴스나 드라마를 통해 은퇴자들이 어이없게 금융사기를 당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드라마의 소재거리로 활용될 정도로 은퇴자들이 쉽게 금융사기 표적이 되는 이유는 뭘까? 주된 직장에서 물러난 은퇴자들은 비록 고정수입은 크게 줄어들었다 해도 퇴직금과 모아둔 유동자산이 다른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여기에다 금융시장의 변화에 둔감한 상황에서 줄어든 고정수입을 보충하고픈 조급한 마음에 고수익 상품에 대한 욕구가 커져 금융사기범의 미끼를 덥석 물 가능성이 높다.
미국 투자자교육재단에서는 금융사기를 당하기 쉬운 사람의 유형을 다음과 같이 분류하고 있다. ① 50대 후반의 기혼자, ② 자신의 판단과 금융 지식이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낙관적인 성격의 소유자, ③새로운 생각이나 판매 선전에 귀가 솔깃한 사람, ④ 최근에 건강 또는 금융상 어려움을 겪은 사람 등. 이 중에서 두 가지 이상에 해당되는 사람은 금융사기에 당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단 한 번이라도 금융사기를 당하게 되면 힘들게 모아온 자산을 다 잃을 수 있다. 아래에 금융사기 예방을 위한 5가지 행동지침을 소개한다.
첫째, ‘아는 사람인데 잘해주겠지, 전문가이니까 잘해주겠지’라는 생각을 버려라! 아는 사람이 더 무서울 수 있다. 이들은 오히려 고객의 이익보다 금융기관이나 종사자의 이익을 우선할 수 있다.
둘째, 금융업에 종사하는 개인이 제공하는 보고서가 아닌 금융기관의 보고서를 받아라! 가끔 개인이 작성한, 고수익을 보장하는 보고서를 믿고 투자에 나섰다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 고수익을 보장하는 약속 뒤에는 대부분 고객의 자금을 유용할 의도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초저금리 시대에는 고수익을 미끼로 두 자릿수 수익률을 제공하면서 호시탐탐 돈을 노리는 금융사기꾼이 주변에 널려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셋째, 배우자의 사망, 이혼소송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을 때 불현듯 다가오는 도움의 손길을 조심하자! 사람의 어려움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특히 돈과 연관된 도움의 손길은 주변 사람과 충분히 상의해 결정해도 늦지 않다. 채근하는 사람은 뭔가 꿍꿍이가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삶의 전환기나 시련기에는 좀 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결정해야 한다.
넷째, 장점만 있는 금융투자상품은 없다는 점을 명심하자!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처럼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할 때는 그 상품의 장단점을 충분히 파악한 후 투자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 마지막으로 금융사기꾼이 노리는 것은 높은 수익률에 쉽게 흔들리는 고객의 마음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고수익을 확정 보장하거나 마감임박이라면서 투자 권유를 종용하는 경우 금융사기를 의심해봐야 한다.
[사례] A는 1984년경 B와 결혼하였다가 2002년 이혼하였다. A와 B는 이혼 이후에도 같이 살다가 결국 2011년경 사실혼 관계마저 파경에 이르렀다. A는 B를 상대로 사실혼 해소에 따라 재산분할소송을 하였고, 이에 따라 29억8800만원 상당의 부동산을 넘겨받게 되었다.
그런데 이들이 살고 있는 K시는 일반 증여에 해당되는 3.5%의 취득세율을 적용하여 A에게 1억460만원의 세금을 부과하였다. 이에 대해 A는 사실혼인 경우에도 법률혼처럼 혼인관계 해소에 따라 재산분할에 적용되는 취득세 특례세율 1.5%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A의 주장에 따르면 납부하여야 할 세금이 4480만원으로 5980만원이나 줄일 수 있다. 그러나 K시는 A의 요구를 거부하였고, 이에 A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A는 승소할 수 있을까.
민법은 사실혼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지만 학설과 판례를 통해 일정한 법적 효과를 인정하고 있다. 사실혼 관계에 있는 경우에도 법률혼과 마찬가지로 부부 사이에는 동거, 부양, 협조의무가 있으며 정조의무도 있다. 사실혼이 해소되는 경우에는 위자료와 재산분할 청구권도 인정된다. 법률혼 상태인 부부가 이혼하는 경우 재산분할에 따라 재산을 취득하게 되는데, 이때 일반 증여에 해당되는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 아니라 특례에 따라 산정된 취득세를 납부하게 된다. 이와 달리 사실혼의 경우 법률혼이 아니기 때문에 재산분할로 인한 재산취득의 경우 일반 증여에 해당하는 취득세를 납부해야 했다.
위와 같은 사례가 문제된 시기에는 구 지방세법 제15조 제1항 제6호에서 협의이혼, 재산분할 청구가 있는 경우 취득세 세율에 대한 특례를 적용하고 있었지만 사실혼의 경우에는 위 특례를 적용하지 아니하였다(그러나 지금은 협의이혼, 재산분할청구, 재판상 이혼의 경우 특례를 적용하도록 지방세법 등의 규정이 변경되었다). 대법원은 올해 9월 19일 “위 지방세법 규정은 원칙적으로 협의상 이혼 시 재산분할에 관한 규정이지만 재판상 이혼 시에 준용되고 혼인의 취소 및 사실혼 해소의 경우에도 해석상 준용되거나 유추 적용된다”고 밝혀 사실혼 해소로 인한 재산분할의 경우에도 취득세 특례가 적용된다고 하였다(대법원 2016두36864 사건 참조). 이에 따라 위 사례의 경우 A는 5980만원을 아낄 수 있게 되었다. 사실혼에 대하여 취득세율 특례를 적용하는 것은 획기적인 판결로 볼 수 있다. 과세 측면에서도 사실혼에 대하여 법률혼과 동일하게 인정을 해주어야 하고 이로 인해 사실혼 관계가 더 두텁게 보호되는 효과가 있다. 향후 취득세 특례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사실혼 관계 존재에 대하여 입증하는 것이 중요한 사항이 될 수밖에 없다. 대법원은 사실혼 여부에 대하여 과세관청이 파악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객관적 자료를 통해 이를 증명한 사람에게 사실혼의 존재 사실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앞으로 사실혼 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평소 사실혼에 대한 자료를 잘 모아둘 필요가 더 많아지게 되었다.
사실혼 배우자는 상대방이 자살하는 경우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할까? 그리고 사실혼 배우자가 의식불명인 상태에서 사실혼을 해소하는 경우 재산분할 청구를 할 수 있을까?
사례 1 60대 여성 A는 B와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B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는 B가 갑자기 자살한 것은 악의(惡意)의 유기(遺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B의 상속인인 B의 자녀들을 상대로 사실혼 부당 파기를 이유로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A의 청구는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사례 2 70대 여성 C는 D와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 그런데 D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였고 의식불명 상태에 있었다. C는 D가 의식불명 상태에 있는 동안 사실혼 관계의 해소를 요구하면서 D를 상대로 재산분할 청구를 하였다. 그 후 D는 사망하였고, 소송은 D의 상속인들이 계속하였다. D의 재산분할 청구는 인정될까?
사실혼은 젊은 층보다는 노년층에서 더 문제가 되는 현상이다. 함께 살면서 부모를 봉양하는 자녀가 줄어들고 혼자 살기 원하는 부모세대가 늘어나면서 외로운 노인들이 결혼은 하지 않은 채 함께 사는 경우가 많아졌다. 자녀들이 싫어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노인들의 사실혼은 인정받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다만 법은 일정한 범위에서 사실혼을 보호하고 있다. 사실혼 부당파기로 인한 손해배상의 인정, 재산분할 청구권의 인정 등이 그런 경우다. 법률혼의 경우에만 보호되는 것이 있는데 상속이 대표적이다. 그 외에도 공무원연금법, 군인연금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에서도 법률혼 배우자와 동등하게 사실혼 배우자도 연금 수령권자로 인정해 주고 있다. 또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사실혼 배우자를 보호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사례 1의 경우 법률적인 측면에서는 B의 갑작스러운 자살이 A와의 사실혼을 부당하게 파기한 것이 되느냐가 문제이다. A가 소송을 제기한 배경으로는 B가 갑자기 사망함으로써 정신적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하였기 때문이라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A의 청구에 대해 법원은 ‘사실혼 관계에 있는 부부 일방이 자살한 것을 가지고 다른 일방이 악의적으로 유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A의 청구를 기각했다. 따라서 A의 청구는 인용되지 않는다.
사례2의 경우 의식이 없는 D가 C와의 사실혼 관계에 대한 의사 표시를 할 수 없는 경우에도 C의 의사 표시만으로 사실혼이 해소되는지가 법률적 쟁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1심과 2심은 D의 의사를 중요시하여 C와 D의 사실혼은 D의 사망에 의해 해소되었다고 보았고, C의 재산분할 청구를 받아들여 주지 않았다. 그런데 대법원은 당사자 일방의 의사 표시에 의해서도 사실혼 관계는 해소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에 D가 사망하기 전에 C가 사실혼 해소의 의사 표시를 한 것으로 사실혼은 해소되었다고 판단하였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C의 재산분할 청구를 인정하였다. (대법원 2009.2.9. 자 2008스105 결정 참조)
뭔가 있어 보이는 영화이다. '아버지와 딸'이란 뜻이다. 늘 진지한 연기를 보여주는 러셀 크로우가 아버지 역에, 연기의 화신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딸 케이티 역으로 나온다. 가브리엘 무치노 감독이 만들었다.
딸은 어렸을 적 아버지가 7개월 동안 이모집에 맡겨두었다가 찾으러 간다. 그러나 이모집에서도 이 딸을 예쁘고 보고 입양을 원한다. 비록 백만장자 이모집보다는 못하지만 부녀가 같이 살기를 원해 아버지는 딸을 데리고 나온다. 감자칩이라는 별명을 부르며 딸을 예뻐한다. 둘의 관계는 좋지만 현실은 배고프다. 이모부는 입양 소송을 걸어온다. 미국은 아버지의 경제적인 어려움도 딸을 양육할 조건이 안 되며, 이모부에 대한 행패 등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 하여 소송 이유가 되는 나라이다.
아버지는 착수대금만 2만5천 달러나 되는 막대한 변호사 비용을 대야 한다. 미래의 수입을 담보로 대출도 받는다. 보통 몇 년 걸리던 작품을 3개월 만에 완성해서 출판사에 넘긴다. 바로 자신과 딸의 이야기를 쓴 ‘파더 앤 도터’이다. 이 책이 퓰리처상을 받게 되지만, 수상을 못하고 병으로 죽고 만다. 천년만년 오래 같이 살자던 약속을 못 지키고 먼저 죽는다.
딸은 아버지와의 정을 잊지 못해 성인이 되고 나서도 방황한다. 여러 남자와 동침하는 등 자학적이고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아버지 책의 팬인 카메론을 만난다. 카메론이 진정한 팬임을 알고 ‘파더 앤 도터’ 원본을 선물로 준다. 카메론과 술집에 갔을 때 그전에 케이티가 동침했던 남자가 나타난다. 그 남자가 행패를 부리면서 케이티가 후회하지만, 카메론은 문제 삼지 않는다. 카메론은 진정으로 케이티를 사랑하고 결혼까지 생각하지만, 케이티는 오히려 뒷걸음친다. 부모를 만나러 간다는데 도망친다. 한 남자와 여인이 된다는 사랑에 자신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카메론에게 돌아갔는데 카메론의 방에는 다른 여자가 와 있다. 그러나 카메론도 뛰어나가 케이티를 받아 준다.
부녀의 정이란 게 뭘까 생각해 봤다. 아버지는 밤마다 딸의 머리맡에서 책을 읽어 줬다. 원고에 한창 빠져 있을 때도 딸이 원하면 만사를 멈추고 딸이 원하는 대로 해줬다. 딸은 아버지가 어머니처럼 일찍 죽으면 안 된다며 오래 살라고 약속해 달라고 한다. 그래서 손가락 걸며 약속했는데 아버지가 제 명에 못 죽은 것이다. 그래서 다시 이모집으로 가서 살며 성인이 되었다.
성인이 되고나서 외로움 때문이었을까 케이티는 아버지와의 정을 잊지 못해 자학하며 산다. 그 부분은 이해가 잘 안되지만. 이모집과 아버지 간의 소송이 영향을 끼쳤을 것 같다.
그리고 아버지와 다른 남자와의 비교에서 다른 남자들에게서는 아버지 같은 정을 못 느꼈던 것 같다.
필자는 젊은 시절 중동에 파견 나가 장기간 일했다. 잠시 휴가 나와 딸을 만들었지만, 출산도 못 보고 이름도 못 지어줬다. 딸이 어렸을 때 여전히 나가 있었고 크는 모습을 지켜보지 못했다. 아내는 딸의 크는 모습을 그때 못 보면 후회할 것이라며 남들이 부러워하는 외국 은행을 미련 없이 그만 두었다. 그리고 3년 간 같이 보내고 복직했다. 그때 필자는 외국에 있었고 귀국해서도 딸과 둘만의 정을 쌓지 못했다. 머리맡에서 책을 읽어주는 등, 정을 만들지 못한 것 때문에 두고두고 한이 된다.
교통수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버스 타기가 무섭다. 버스는 승객을 상대로 영리를 추구하면서도, 소중한 손님에게 기본적인 친절함은 사라진 지 오래인 듯하다.
남편의 사고 며칠 후, 경찰서에서 출석해달라는 연락이 왔다. 필자 부부는 서둘러 관할 경찰서로 나갔다. 버스 회사로부터 블랙박스를 넘겨받아 그 잘잘못 판독을 하기 시작했다. 버스기사는 미리 와서 앉아있었다. 필자는 처음으로 대면하는 자리라 조금은 어색했다. 담당 조사관은 몇 번이나 화면을 보면서 신중을 기하는 것 같았다. 이윽고 화면을 돌리며 다 같이 보았다.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버스가 급정거로 사람들이 기우뚱하는 모습이 보인다. 곧이어 문이 열리며 남편의 얼굴을 치는 모습이 정확하게 보였다. 조사관은 입을 열었다. 먼저 남편에게 가벼운 경고를 했다. “선생님도 조금은 조심을 하셨어야 합니다. 차가 완전히 정차를 한 후에 자리에서 나오셨어야 해요.” 맞는 말이었다. 그러나 대체로 과연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있겠느냐고 반문을 했다.
조사관도 고개를 끄덕이며 어느 정도 수긍을 하더니, 이번에는 기사에게 말했다. 기사는 운전법 몇 조 몇 항을 위반했다며 책의 한 페이지를 보여주었다. 우선 급정거로 안전하게 정차를 하지 않았고, 두 번째 완전히 정차를 한 후에 문을 열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승객에게 문 앞에서 어느 정도 떨어질 것을 경고해야만 한다’ 고 정확하게 말을 했다.
운전기사에게 인정을 하느냐고 물었다. 기사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가만히 앉아서 뭐라고 대응도 없었다. 조사관은 위반을 했으니 티켓을 끊어야만 한다고 했다. 그것이 자신의 임무라며 그나마 제일 작은 것으로 하겠다고 했다. 티켓에 사인을 하라고 했다. 기사는 할 수가 없다고 거부를 했다.
삽시간에 경찰서 사고 접수 반 안에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조사관은 정확한 판단으로 결정을 내렸고, 당연히 잘못을 했으니 티켓을 끊어 공무를 행했다. 그러나 말이 안 통하니 공무 방해라며 버스회사로 연락을 취했다. 오히려 회사 측은 기사를 바꾸라며 기사에게 무언가 강력한 지시를 하는 것 같았다.
그 이후로는 막무가내로 인정할 수가 없고 사인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조사관과 기사는 언성이 높아졌고, 결국 기사는 티켓을 들고 이의 신청을 접수했다. 형사가 차라리 그렇게 하라고 시켰다. 필자 부부는 경찰서 안에서 벌어지는 기사의 행동들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를 않았다. 물론 사고를 인정하면 기사에게는 커다란 위기가 온다고 했다.
기사는 회사에서 벌점도 받겠지만 어쩌면 직장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필자는 가만히 생각해보면 안 됐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또 조금은 냉정할 필요가 있었다. 필자 부부는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어 조용히 경찰서를 떠나왔다. 일단은 모든 서류가 검찰로 넘어가니 치료를 받으며 무조건 기다리라고만 했다.
조금은 마음에 억울함이 가라앉기는 했다. 그러나 모든 사고 경비를 필자 부부가 책임져야 했다. 그 이후로도 몇 번을 병원에 더 다녔다. 한참이 지났는데도 아무 연락이 없다. 3개월이 지난 후, 더 이상은 기다리기가 답답했다. 콜 센터와 버스회사에 또 연락을 취했으나 답은 도통 시원치가 않았다. 차라리 버스회사를 찾아가 따져 보려고 다시 전화를 했다.
사고 담당 과장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역시나 불친절하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단순히 검찰에서 결과가 나오면 치료비를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얼마 안 되는 병원비는 문제가 아니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부당한 행위이고 막강한 횡포에 지나지 않았다. 미안하다는 사과는 고사하고 언제까지나 당당하기만 한 것이다.
주위 사람들은 비일비재한 일들이니 웬만하면 그냥 넘어가라는 것이다. 버스회사의 횡포가 이만저만이 아니니,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것이다. 은근히 더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어 여기저기 연락을 취했다. 우리 나라가 아무리 눈부시게 발전을 했지만 도통 기본이 사라진 후진국만 같았다.
마지막으로 버스 공제 조합이 있다고 했다. 이웃사람들 말에는 그곳은 말이 더 안 통하고 훨씬 지독하다고 했다. 필자는 검찰의 결과도 알 겸, 담당 조사관을 다시 찾아갔다. 결국, 공제 조합에서도 해결이 안 나면 민사소송을 하라고 했다. 도대체가 상식이 없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오기가 나서 이곳저곳 수소문을 했다. 또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했다.
몇 번에 걸쳐 버스공제조합과 드디어 연결이 되었다. 복잡한 사고 경위를 설명하고, 직접 찾아가겠다고 하니, 모든 서류를 FAX로 보내달라고 했다. 며칠 후, 연락이 왔다. 아주 긍정적인 소식이었다. 치료비와 안경 비를 다 보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합의금은 기대하지 말라고 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합의금이 문제가 아니라, 지치고 다친 마음에 그런대로 보상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버스 안에서 그런 저런 억울한 사고를 당한다. 그러나 너무 복잡하니 그냥 넘어가고 만다. 버스회사는 약한 사람의 마음을 이용해서 심한 횡포를 부린다. 필자는 나름대로 개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끝까지 싸웠다. 아직도 합의는 끝나지 않았으나 마음이 씁쓸하다. 담당자의 진정한 사과도 없었다. 왜 맥없이 당하고도, 강하게 싸워서 이겨야만 하는지 이사회에 슬픈 마음이 들었다.
부정할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 아프게 다가온다.
이번 부산 중장년 취업 아카데미 과정에서 ‘인생 2막’ 강의를 하면서 강의안을 수정할 필요를 느꼈다. 지금까지 써 먹었던 강의 내용은 우리은행 고급관리자 용이었기 때문에 이번처럼 블루칼라 수강자들에게는 안 맞는 내용이 많았다. 은행 퇴직자들은 최소한 아파트 한 채는 있고 연금도 나오고 저축액도 꽤 되는 편이지만, 블루칼라들은 모아둔 재산도 변변치 않고 당장 수입을 만들어야할 처지들이었다. 연금도 아직 나이가 덜 되어 못 타거나 자격이 안 되어 연금을 아예 못 타는 사람도 많았다. 그런 사람들 앞에서 “너무 돈돈 하지 마라”, “여유 있게 여가 생활을 즐기라”는 내용이 먹혀들 리 없었다.
우리은행 퇴직 예정자들도 5년 전에는 당장 수입이 끊긴다는 것에 초조한 눈빛이었으나 그간 사회적 학습효과 덕분인지 이젠 많이 여유로워 보였다. “초조해봤자 별 뾰족한 묘안도 없고 사실 모아둔 재산이면 밥은 굶지 않는다.”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러나 이번 수강자의 대부분인 블루칼라들은 5년 전 은행 퇴직예정자들처럼 당장 수입이 없다는 사실에 초조한 빛이 보였다.
당장 수중에 돈이 없으니 밖에 나가 사람들과 어울리기도 어렵다고 했다. 맞는 얘기이다. 한두 번 얻어먹었다면 이쪽에서도 한 번은 사야 하는데 마냥 얻어먹을 수만은 없다. 당당히 아내에게 용돈을 달라고 권했다. 평생 가족을 위해 돈을 벌어다 준 사람이므로 충분히 자격이 있다고 했다. 스스로 기가 죽어 그런 말을 못하는 것부터가 잘못이라고 했다. 먹는데 들어가는 돈은 사실 돌아가면서 돈을 내거나 나눠서 내면 그리 큰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기껏해야 안주 하나 놓고 소주나 막걸리 먹어봐야 일인당 1만원 꼴이다.
그래도 집이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집 없는 서러움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무리해서라도 집은 사둔 것이다. 그렇다면 주택연금을 신청하라고 했다. 집을 담보로 어느 정도의 돈을 매달 받게 되면 용돈 걱정은 크게 덜 수 있는 것이다. 집은 왜 따로 떼어 놓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나중에 자식들에게 상속해줘야 한다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자식들도 장성하면 제 밥벌이는 하게 되고 상속이 없어도 잘 살아간다. 자신이 노력해서 장만한 집이니 당연히 권리가 있다고 했다.
앞으로는 집값도 떨어질 것이고 사회적 연금도 선진국처럼 늘어나면 최소한 밥은 안 굶는다는 위안도 필요한 것 같다.
일단 아침에 집을 나서라고 했다. 구민회관 교양 강좌를 나가든, 자기 계발 프로그램에 나가든 무료 강좌가 많고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정보도 얻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전문가가 되어 제2의 직업이 되기도 한다.
현역 때 벌던 수입에 비해 퇴직 후 버는 돈이 너무 약소하다며 취업을 꺼리는 사람들도 많다. 1억 원을 은행에 넣으면 일 년 이자가 200만 원 정도인데 한 달로 나누면 20만원이 안된다. 본인이 월 100만원 수입을 원한다면 은행에 5억 원 이상을 둬야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퇴직 후 수입에서 한 달에 50만원을 준다고 해도 과거와 같은 기준으로 보면 안 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현역 때는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고 장래를 위해 저축도 해야 하는 입장이었으므로 회사에서도 돈을 꽤 준 것이다. 이제 그때와는 입장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기업체 임원 출신이지만 음식점 서빙을 하는 사람이나, 경찰 공무원으로 있다가 퇴직하고 건물이나 아파트 경비 일을 하는 사람들의 예도 필요할 것 같다.
실패담도 중요하다. 강사들은 수강생들 앞에서 제 잘난 자랑이나 늘어놓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하면 강의 효과도 떨어지고 거리감만 생긴다.
우선 내가 전세로 살다가 자칫 전세금을 날릴 뻔 했다는 실화를 들려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전세라니까 일단 비슷한 처지로 볼 것이다. 등기 상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내가 계약한 집 주인이 소유권 이전 원인 무효 소송에서 져서 세입자들이 전부 쫓겨날 뻔 했던 얘기이다. 승소 요구 금액이 3억 원이라는 것을 알고 세입자들이 전세를 자가로 매입하고 그 차액으로 3억원을 맞춰 줘서 일이 잘 해결된 경우이다.
임원으로 모신다 해서 취업 했더니 인감도장으로 멋대로 장난해서 낭패를 보게 한 사례도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세무서에서 올바른 판단을 해서 해결되기는 했으나 약자는 어디서 어떻게 이용당할지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는 내용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자신이 실직자가 되었다고 아내가 돌변했다며 원망하는 경우도 많은 모양이다. 물론 원인 중 하나이겠지만, 마침 갱년기 호르몬 변화가 오면서 생기는 현상을 이해시킬 필요가 있겠다.
인생 이모작 강의는 적당히 시간만 때우려는 것보다 실질적으로 수강생들에게 경험을 전수해주고 정보를 제공해줘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 단 한 사람이라도 강의 내용에서 중요한 포인트를 잡아 살려 나가게 한다면 큰 보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