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는 귀국하면서 어느 정도 목돈이 되어있을 통장을 상상하면서 즐거운 앞날을 꿈꿨다. 하지만 깡통 통장을 바라보는 순간 화를 참지 못했다. 아내와 심하게 다툰 후 아내로부터 통장관리 등 경제권을 뺏어버렸다. 그 뒤 다시 해외에 나가면서 돈 관리를 이제 친형에게 맡겼는데 형이 또 이상한 사람이어서 동생이 맡긴 돈을 다른 동생의 결혼자금이나 생활비로 다 써버렸다고 한다. 그로인해 형과의 관계도 남남처럼 서먹서먹하게 변해버리고 세상에 믿을 놈 없다는 극도의 불신주의자가 되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남의 일 같지 않아 마음이 아프다. 주위를 둘러보니 일가친척에게 돈을 빌려주고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들이 제법 있다. 필자도 믿었던 친척들과의 돈거래로 상당한 액수의 돈을 날린 아픈 과거가 있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집을 살 때 돈이 부족하다고 하여 빌려준 돈은 틀림없이 돌아왔다. 그러나 아이들 유학자금이나 결혼자금이 부족하다고 빌려준 돈은 십중팔구 돌아오지 않았다. 집을 살 때는 그래도 직장에 다녀서 경제력이 있는 젊은 사람이 빌려가지만 자식들을 위해 빌려갈 때의 부모는 퇴직 등 경제력이 허약한 사람들이대부분이었다. 그 돈을 사용한 자식들은 직접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며 입을 씻어버리고 나 몰라라 하고 능력 없는 부모는 자신이 어떻게 갚아보려고 하지 자식들한테 전가를 시키지 않으려한다.
형제나 친척들과의 돈거래에서 돌려받기가 어려운 점이 친척 간에 너무 야박한 것 같아서 서면으로 된 계약서를 쓰지 않는 것도 문제다. 나중에 법적인 절차를 밟으려 해도 법적인 근거자료가 불확실하다. 또 형제나 일가친척 간에는 법적 소송을 하기에는 부모님 보기가 뭣하고 핏줄이라는 점도 작용하여 구두로 독촉만 하고 처분만 기다린다.
형제나 친척 간에는 돈거래를 하지 말아야 한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이자가 겁이 나서 우선 갚으려고 하지만 은행보다는 느슨하게 독촉하는 일가친척의 돈은 천천히 갚으려는 심사가 있다. 세월이 지나면 빚이라는 개념이 희미해지고 잘사는 형제가 못사는 형제를 도와준 것이라는 아전인수격으로 마음도 변해 버린다.
일본에서는 친척이나 친구가 내가 돈이 있는 줄 알고 빌려달라고 하면 은행에 함께 가서 내 돈을 이 사람에게 빌려주라고 말을 한다고 한다. 그러면 은행에서 우선적으로 예금주가 지명하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준다고 한다. 물론 은행에서는 일반 대출과 같은 법적인 절차를 완전히 밟기 때문에 나중에 은행이 못 받으면 못 받았지 예금주는 피해가 없다고 한다.
친한 사이일수록 돌려받지 못할 것을 각오하고 그냥 돈을 주면 몰라도 다시 돌려받을 생각을 한다면 거래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도 본인 돈을 특정인 누구에게 빌려주라는 지명권을 인정하고 그 보증은 은행에서 담보하는 제도가 마련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