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문경시 가은읍에 있는 ‘선유동천 나들길’의 총 연장은 8.4km. 선유동촌을 중심으로 한 구간이 1코스(4km), 용추계곡 일원은 2코스(4.4km)다. 백미 구간은 선유구곡이며, 용추계곡의 용추폭포도 하트(♥) 모양의 소(沼)로 유명하다. 구간마다 차량 접근도 쉬운 편이다.
산만큼 완벽한 미학과 안정감을 구현한 건축이 다시 있을까. 조물주의 전공은 디자인. 산을 지어놓고 보기에 좋아 한판 거하게 놀았을 거다. 바위들아 모여라, 새들아 오라, 당실당실 흘러가는 구름아, 너도 멈추어라. 그렇게 불러 모아 축연을 펼쳤으리라. 비경이 아롱졌으리라. 불세출의 디자이너는 향연을 마치고 우주의 기슭으로 떠났다. 풍경만 남았다. 문경 땅에 있다. 조물주의 솜씨가 아니고선 이룰 수 없는 절경이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앗, 탄복하며 이곳을 선유동천(仙遊洞川)이라고, 즉 신선이 노니는 계곡이라 불렀다.
신선이 따로 있겠는가. 명산에, 명승에, 명경지수에 동화되면 신선이다. 산의 밝음과 물의 맑음을 마음에 담으면, 잠깐이나마 신선 흉내를 낼 수 있다. 그대여, 선유동천에 오라. 이곳에서 시름과 노여움을 씻어 완전한 자유를 맛보라. 선경(仙境)이란 순수를 되찾게 하는 선경(善境)이기도 하지 않던가.
경관을 가늠하는 사람들의 눈썰미는 비슷한 모양이다. ‘선유동천 나들길’은 지난해, 산림청이 전국의 숲길 이용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했다. 사랑스러워 담뿍 정들기 마련인 게 이 나라 산천이다. 정겨운 풍치만 빼어나던가? 선조들은 흔히 산을 경전(經典)으로 읽었다. 산의 음성과 뜻에 귀 기울여 화두를 얻었다. 어떤 이들의 한 생애는 통째 산을 닮으려는 노력이었다. 산림의 기질, 야생의 지성, 어쩌면 우리 안에는 그런 게 흐른다. 살수록 증폭되는 혼돈이 그걸 파먹어대지만.
초록 숲 사이로 이어지는 조붓한 길을 걷는다. 그러나 발길은 번번이 계곡 안통으로 이끌린다. 첩첩히 겹치거나 길길이 일어서거나 어깨를 겯거나, 동맹을 맺은 장한(壯漢)들처럼 도도한 바위들이 제전을 펼치는 계곡이지 아니한가. 살갗은 희고 매끄럽다. 물살과 바람과 시간에 마모된 굴곡은 유려하기 그지없다. 미와 기세를 다투는 수석(水石)들의 경연장이다. 이런! 경연이라니? 바위들은 겨루지 않는다. 미동조차 없이 천년만년 고요하니 삶과 죽음의 경계마저 이미 초월한 것을. 저 움푹 팬 바위 틈서리에 누우면 긴 꿈에 빠져 바위를 닮을 수 있을까. 따지고 보면 사람의 생은 하루살이처럼 짧다. 게다가 형극이기조차 하다. 무슨 해탈한 정신으로 바위는 유유히 겁(劫)을 사는가. 어쩌면 바위가 불멸하는 신선이다. 그래서 선유동이다.
너럭바위에 걸터앉고 보니 저만치에 폭포가 있다. 귀를 때리는 물소리가 통쾌하나 독재처럼 오만하다. 하지만 낮은 곳으로 흐르고 흘러 수평의 바다로 가는 물이다. 사람은 모자라 수평과 평등에 서툴다. 그래서 세상은 악다구니로 시끄러운 난장이다. 어이, 귀나 씻으며 놀다 가소! 바위가 들려주는 말이 그렇다.
폭포수는 흘러 물웅덩이를 이룬다. 밑바닥이 빤히 비치는 연초록빛 깨끗한 소(沼). 수면엔 나무 그림자 일렁거린다. 물속에서 노니는 버들치들의 태평한 행렬이 숫제 선율이다. 순간적으로 뇌리에 새겨진다. 크리스털 세공(細工)처럼 투명한 놈들의 몸 안엔 어떤 꿈과 욕망이 서려 있을까? 내장까지 비칠 듯 해맑은 몸뚱이란, 시달릴 탐욕이라는 게 없다는 웅변인가? 그렇다면 버들치도 신선이다. 그래서 선유동이다.
아홉 군데 뛰어난 경승에 각각 이름을 붙여 선유구곡(仙遊九曲)이라고도 부른다. 으뜸가기로는 제9곡 옥석대(玉舃臺)다. 천하 절경이니 여기에 정자가 없을 리 없지. 학천정(鶴泉亭),물가 둔덕에 들어앉아 풍경을 내려다보는 별서(別墅) 건물이다. 선유동에서 후학을 가르친 조선의 문신 도암 이재(李縡, 1680~1746)의 덕망을 기려 후학들이 세웠다. 일찍부터 많은 인걸들이 선유동을 유람했다. 신라의 석학 고운 최치원(崔致遠 857~?)도 이 골짜기를 순례했다 전해온다.
외로운 구름, 고운(孤雲). 이는 어쩌면 최치원의 생애를 상징하는 완벽한 메타포다. 순항과 표류를 거듭했던 선장. 날지 못한 이카로스. 고운은 시대와의 길항(拮抗), 그 끝자락에서 마침내 청산으로 스며들었다. 혹자는 산에서 우화(羽化), 신선이 됐다고 봤다. 그러나 입산 이후 고운의 종적은 사실상 미궁이다. 선유동에 서렸다는 고운의 족적 역시 전설의 가필일 수 있겠지. 그저 고운의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찡하다.
도심을 벗어나 어느덧 국도를 달린다. 햇살 쏟아지는 시골 마을을 지나 녹음이 짙어가는 산길로 들어서자 소음조차 숨죽인다. 숲길에서는 뒤엉킨 마음을 맡겨버린다. 구불거리는 좁다란 산길 위에서 너울거리는 계절을 느낀다. 그리고 비로소 땅의 너그러움에 마음이 열리기 시작한다. 충북 진천이다.
보탑사 삼층 목탑과 꽃 정원
생거진천(生居鎭川)이라 했다. 사는 곳은 진천이 좋다 하더니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서울에서 출발해 자동차로 두 시간 정도 달리면 진천에 닿는다. 친절한 사람들이 비켜주는 좁다란 숲길을 따라 산밑을 지나면 길 옆 계곡에서 물소리를 들려준다. 산 아래에는 정갈한 사찰 보탑사(寶塔寺)가 조용히 앉아 있다.
고려시대의 절터로 추정되는 이곳에 대목수 신영훈 장인을 비롯해 문화재급 전문가들과 지광·묘순·능현 비구니 스님이 1996년 창건한 절이다. 그 후 지장전·영산전·산신각 등을 건립하고 2003년 불사를 마쳤다.
역사가 길진 않지만 보탑사가 많은 이에게 관심을 받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이 절 삼층 목탑은 상륜부를 제외한 높이가 42.7m. 못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끼워 맞추는 전통 방식으로 만들었다. 내부에는 삼층까지 오르는 계단도 있다. 108척 높이의 대웅전(1층), 법보전(2층), 미륵전(3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모습이 웅장하다. 지나치지 말고 들여다봐야 한다.
또 사방에는 꽃들이 가득하다. 봄, 여름, 가을까지 쉬지 않고 꽃이 피어난다. 목탑 주변에는 경계석도, 담도 없다. 야생화가 가득 피어난 화분들이 풋풋하게 자리 잡고 있다. 비구니 스님들이 수행하는 아담한 처소 앞에 피어 있는 올망졸망한 꽃들의 모습은 수채화 같다. 군데군데 예사롭지 않은 석탑과 반가사유상, 불족석, 영산전, 전각, 그리고 격조전 입구의 석불과 와불의 평온한 표정은 꽃과 자연 속에서 제 몫을 보여주니 바라보는 느낌이 달라진다.
사찰 계단을 오르면 탐스런 작약이 화들짝 얼굴을 들이민다. 작약을 시작으로 경내 어디로 발걸음을 옮기든 꽃밭이다. 계단참에도, 돌무더기 위에도, 담장 허리춤에도 색색의 꽃들이 가득이다. 산속 정원이 바로 여기다. 보탑사는 여느 사찰들처럼 규모가 웅장하지도 않고 근엄한 분위기를 자랑하지도 않는다. 평온하고 아늑할 뿐이다. 불자가 아니어도 머물다 가려는 여행자들이 조용히 오간다. 꽃과 나무들로 어우러진 경내를 걷다 보면 사찰이 아니라 어느 조용한 고택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자연생태공원에서 함께하는 휴식
보탑사 주차장에서 나와 5분 남짓 달리면 ‘만뢰산 자연생태공원’이 나온다. 11만8500여 ㎡의 넓은 공간을 자랑한다. 잔디광장, 생태교육장 등의 열린 마당과 생태습지, 수목원, 야생초화·허브원, 가족 피크닉장, 습생초지원, 열매나무원 등 체험 숲을 갖추고 있다.
남녀노소 누구라도 가볼 만하고, 특히 아이들 자연학습장으로 좋다. 연인들이 손잡고 산책로를 따라 걷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물소리길, 별따라가는길, 산내음길 등을 걸으며 생태공원의 신선한 공기를 맛볼 수 있다. 넓은 잔디밭에서는 축구를 하는 아이들, 텐트를 치고 휴식 중인 가족들 모습이 평화롭다. 인근에 위치한 연곡저수지와 백곡저수지는 살아 있는 시골 풍경이다. 종(鐘) 박물관과 참숯 테마공원도 있다.
역사를 되돌아보는 시간
만뢰산 자연 생태관에서 다시 1~2분 정도 달려가면 ‘사적 제414호 진천 김유신(鎭川 金庾信) 태실(胎室)과 만난다. `‘삼국사기’에 기록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태실 유적이다. 태실 유적은 아기가 태어날 때 함께 나오는 태반과 탯줄을 묻어놓는 곳을 말한다. 삼국통일의 주역 김유신은 이곳 진천(옛 지명은 만뢰)에서 태어났고 그의 태실은 진천읍 상계리 태령산 정상에 있다. 태실 유적 입구엔 수국이 탐스럽게 피어 있다. 역사를 지닌 장소라 그런지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진다.
천년의 다리
진천 하면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농다리(농교)’다. 아직도 시골에 가면 정겨운 징검다리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진천의 농다리도 그중 하나다. 900여 년 전 임 장군이라는 사람이 만든 다리라 전해지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긴 돌다리로 알려져 있다. 두툼하고 널찍한 돌을 포개어 쌓은 것뿐인데, 거의 천년의 세월을 지탱해왔다는 사실이 놀랍다. 무수한 풍상을 겪고 홍수에도 끄떡없었다니 첨단기술로 만든 다리가 하나도 부럽지 않다. 농다리는 이제 역사의 다리가 되었다. 이곳에서는 매년 5월 중하순경 ‘천년의 발자취! 농다리에 반하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한바탕 축제의 장을 연다. 최근에는 수변산책로도 조성되어 조용한 시간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
진천에서 만난 수수한 음식점 두 집을 소개하고 싶다. 민물새우찌개, 수제비, 정갈한 더덕구이 정식을 전문으로 하는 ‘풍경소리’와 묵밥을 맛볼 수 있는 ‘하늘소’이다. 두 곳 다 제법 알려진 오래된 맛집으로, 당연히 파전과 동동주도 있다. 산속에 자리한 ‘하늘소’에 앉아 창밖 풍경들을 보고 있으면 세속의 갈등과 번뇌가 어느새 사라진다. 매달 5일, 10일에 열리는 진천 장날에 맞춰 가면 더 좋다.
때론 조용한 시간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럴 땐 고민하지 말고 훌쩍 서울을 떠나보자. 고속도로를 두 시간여 달리면, 일탈과 휴식과 피서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진천에 도착한다. 시골길을 달리고 산속에 파묻혀볼 수 있는 하루 코스는 역시 생거진천(生居鎭川)의 마을이 제격이다.
추사고택에서 화암사에 이르는 용산 둘레길의 길이는 약 1.5km. 가볍게 올라 산책처럼 즐길 수 있는 숲길이다. 추사를 동행으로 삼으면 더 즐겁다. 추사고택을 둘러본 뒤, 추사기념관을 관람하고 산길을 타는 게 이상적이다. 추사가 중국에서 가져온 씨를 심어 자랐다는 백송공원의 백송도 볼 만하다.
산(山)에 산을 닮은 사람[人]이 살면 선(仙)이다. 세사의 난리법석 가운데 태산처럼 우뚝 솟은 사람을 선인(仙人)이라 한다. 달인이라고, 초인이라고, 거인이라 해도 되겠지. 여기 용산에도 거인이 왔다가 갔다.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 1786~1856). 그가 용산의 솔바람을 숨 쉬며 산 아래 마을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성년이 돼서도 드나들었다. 용산에서 선경(仙境)을 구가하고자 했다.
추사는 죽어서도 살아 있다. 오늘날까지 팬덤을 거느리는 창의의 아이콘이다. 불멸의 성좌다. 유배의 고난을 오히려 동력으로 삼아 시대의 파랑을 건넌 무적 구축함이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아직도 추사에 열광한다. 참을 수 없는 외경으로 추사에게 길을 묻는다.
용산의 북쪽 산마루 아래에 ‘추사고택’이 있다. 폐허처럼 스러져가는 걸 1970년대에 와서 복원한 53칸 기와집이다. 집을 지은 건 영조의 사위 김한신이며, 그는 바로 추사의 증조할아버지다. 코흘리개 꼬맹이 시절, 추사는 이 할아버지 집에서 자랐다. 대기(大器)의 싹눈이 여기에서 새파랗게 움텄다. 용산에 신령이 근무한다면 그는 기억할 게다. 어린 추사의 어린애다운 천진과 호기심을, 어린애답지 않은 다재와 조숙을. 용산 자락에 유년의 꿈과 기억을 심었던 추사는 용산 자락에서 흙으로 돌아갔다. 고택 옆, 봉긋한 젖무덤처럼 포실한 묘에 누워 영원으로 회귀했다.
고택 옆댕이로 난 둘레길을 따라 용산을 오른다. “이게 무슨 산인가? 들판 가운데에 간신히 솟은 언덕에 불과한 것을.” 크고 높고 깊은 산에 심취하는 버릇이 몸에 밴 사람이라면 그리 말할 수도 있겠지. 그러나 억지스럽다. 당신의 몸피가 작다고 좁쌀 소인인가? 작은 산이라 얕보지 마라. 있을 것 다 있다. 숲 사이로 부는 바람, 롱런하는 명가수라 불러야 할 산새들, 태초의 침묵 하나로 좌정한 암반들, 뜻밖에도 깊은 골골마다의 정적…. 마음 한 자락 슬쩍 얹기에 부족할 게 없다.
야산이라고 놀리지 마라. 슬리퍼 질질 끌고서도 만만히 오르내릴 수 있으니 후덕한 산이다. 눈감고 걸어도 길을 잃을 일 없으니 어디나 광명천지다. 이 산에 오르거들랑, 그대여, 남모를 슬픔마저 하얗게 헹구고 헛된 인생사 차라리 통 크게 볼 일이다. 작아도 큰 게 산이며, 쩨쩨해도 마음 한 번 크게 먹어 거산을 닮을 수 있는 게 사람이지 않던가.
옛사람들은 이 산을 용(龍)으로 봤다. 누운 용이 머리를 휘저으며 일어나 저 너머 삽교천의 물을 들이키는 형국으로 읽었다. 그래서 용산(龍山)이다. 이젠 이름 없는 산으로 이름났지만 일찍이 대동여지도에 주민등록을 낸 산이다. 바람에 실려온 소식에 따르면, 합덕 성동산성에서 견훤이 쏜 화살이 이 산에 꽂히기도 했다지. 용산에 진을 친 왕건을 겨냥한 화살이었다. 알고 보면 눈여길 게 많은 산이라 할 수밖에.
숲 사이로 느릿느릿 걷는다. 쪼르르 산에 오른 어린 추사가 다람쥐랑 깔깔대며 놀았을 수도 있는 길이다. 걷다가 몇 번이고 멈추어 길을 아낀다. 산에 올라 산의 마음 한 움큼을 훔쳤으니 서두를 게 없다. 들이치는 햇살을 거머쥐려 발돋움하는 나무들만 다투어 산이 곧 생명임을 천명한다.
숲길 곳곳엔 묘가 있다. 어떤 묘는 가히 아름다워 심지어 목가적이다. 어떤 묘는 잡목을 뒤집어썼으니 머리를 득득 긁는 넋이 지하의 옥살이를 투덜거리는 것 같다. 어쨌건 이제 딱히 할 일 없는 게 넋이다. 목숨이란 계약직이라서 시효가 지나면 영구적인 실직자로 돌아간다. 무덤을 딛고 올라 마침내 허공으로 흩어지는 게 아니던가.
바위는 다르다. 천년만년을 살아 불멸을 꿈꾼다. 용산엔 기묘한 바위들이 많다. 개중 우람한 암벽은 쉰질바위. 여기엔 선계(仙界)를 뜻하는 ‘소봉래(小逢萊)’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추사의 필적 암각문이다. 숲길 끝자락, 추사 가문의 원찰(願刹) 화암사 병풍바위에도 추사의 글씨 ‘시경(詩境)’이 박혀 있다. 추사가 이 산에서 이상향을 구가하고자 했던 표징으로 간주되는 각자(刻字)들이다. 그는 저 요지부동한 바위의 정신으로, 부나비처럼 부유하는 생의 허허(虛虛)를 날려버릴 생각을 한 게 아니었을까.
추사는 생시에 이룰 것 다 이루었다. 문사철(文史哲)로, 시서화(詩書畵)로. 그럼에도 선계(仙界)를 그렸다. 어차피 가망 없는 꿈인 걸 모를 리 없었겠지만.
사려니 숲길은 알겠는데, ‘고살리 숲길’은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비밀스러운 제주 숲길이다. 왕복 2시간, 아주 천천히 걸어도 3시간이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 2.1km 숲길이다.
서귀포 선덕사 맞은편 다리 옆으로 30m만 들어가면 숲길 입구다. 고살리 숲길의 고살리에 리자가 붙은 것으로 보아 마을 이름으로 짐작, 검색했으나 나오지를 않는다. 고살리는 사시사철 샘물이 솟는 하천가 벼랑을 부르는 말이어서 그렇게 이름이 붙여졌단다. 이 지역에 고사리가 많이 자라서 고살리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라는 설도 있다.
숲길은 짧지만 사철 푸른 나무가 울창하고 비가 많이 내리면 물이 무섭게 흐르는 효돈천을 끼고 있다. 잎에 바람 스치는 소리, 재재거리는 새소리가 들린다. 다공질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제주도 땅은 물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기 때문에 비가 올 때만 하천에 물이 흐르고 맑은 날에는 바닥이 바싹 말라있다. 물이 흐르지 않는 하천을 탐방하는 재미가 쏠쏠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계곡으로 들어갈 마음을 먹는다.
입구 쪽은 아래가 낭떠러지고 하천은 빽빽한 나무 그늘에 갇혀있어 아래로 내려갈 엄두가 나지를 않는다. 내려갈 수 있는 적당한 곳이 나올 때까지 숲길을 걷는다.
두 사람이 옆으로 걷기에 적당한 정도의 좁은 폭의 길이다. 생김새가 다른 이파리들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무늬를 그린다. 숲 그늘 아래 나뭇잎 사이로 비쳐든 빛을 받은 제주무엽란이 피어있다. 무엽란이니 당연히 잎이 없다. 뿌리 박테리아 등으로 유기물을 분해하기 때문에 잎이 필요 없다. 지난해의 흔적인 씨방이 올해 핀 꽃보다 미학적이다. 빛이 비쳐드는 방향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큰 나무 둥치에 자리 잡은 호자덩굴 꽃도 보인다. 나무가 울창하니 비쳐든 햇살이 귀하다.
천천히 걷다보면 드디어 계곡으로 들어갈 만한 곳이 나온다. 쉽게 갈 수 있겠다 싶은데 다가가 보면 툭 떨어지는 벼랑이다. 물길과 불길 흔적을 좆아 하천 위쪽을 한참을 바라본다. 세월의 유구함이 여장을 풀고 쉬고 있다.
숲은 습기를 품고 있어 공기 입자가 치밀하게 느껴진다. 수피를 덮은 콩짜개덩굴과 사철 푸르른 구실잣밤나무, 붉가시나무 등 늘푸른나무의 이파리에 녹음이 들고 있다. 숲길은 좁아졌다 넓어졌다 리듬을 타고 하늘은 파란색이 어쩌다가 보일 정도다. 숲길을 걷기가 지루하다 싶으면 만만하다 싶은 계곡에 내려가 널찍한 바위 암반에 앉아 쉴 수 있다. 조용한 계곡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어디선가 용천수가 솟고 있나보다.
쉬엄 쉬엄 숲길을 걸었다. 여름 숲 바닥에서 자라는 꽃과 눈 맞춤 하고 찬란한 여름을 뿜어내는 초록 이파리로 눈을 정화했다. 되돌아 나오는 길이 짧게 느껴진다.
뜨거운 여름날 걷기 좋은 이 숲길, 떠나기 싫다.
Best in New Zealand
영화 속 자연 ‘커시드럴 코브’의 ‘코로만델 반도’
판타지 소설 ‘나니아 연대기’를 영화로 만들 때 촬영 장소 중 한 곳이 북섬의 ‘코로만델 반도(Coromandel Peninsula)’에 있는 ‘커시드럴 코브(Cathedral Cove)’다. ‘오클랜드’에서 출발하면 삼림공원과 바다를 끼고 가는 멋진 드라이브 코스를 즐기면서 초록색 자연에 풍덩 빠지게 된다. 다만, 반도의 북쪽은 도로가 좁고 굴곡이 심해 캠퍼밴 운행을 제한하고 있다. ‘커시드럴 코브’로 가는 여정은 푸른색 바다를 옆에 끼고 사암으로 형성된 절벽 위 숲길을 걷는 산책이다.
유리 호수 ‘타우포’와 북섬의 제왕 ‘통가리로 국립공원’
뉴질랜드에는 총 3800개의 호수가 있다. 이 중 가장 큰 호수는 북섬에서 제일 아름다운 ‘타우포(Taupo)’ 호수다. 도시로 들어가는 입구 언덕에 올라서면 파란 호수가 보인다. 호수가 한눈에 들어오는 동시에 여행자들 입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온다. 유리보다 맑은 호수 건너편으로는 설산이 점잖은 선비처럼 앉아 있다. 초록빛 언덕에는 키 작은 야생화들이 바다 같은 호수를 넘어온 바람에 몸을 맡기고 춤을 춘다. 호수를 옆에 끼고 1번 도로를 타고 가면 ‘통가리로 국립공원’을 만난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마운트 둠으로 나오는 나우루호에(Ngauruhoe) 산과 북섬의 최고봉 루아페후(Ruapehu)와 통가리로(Tongariro) 산이 포함된 지역이다. 마오리족의 영산으로 아직도 5~6년에 한 번씩 폭발하는 활화산이다. 호수, 초원, 용암대 등 화산지역에 나타나는 자연의 특징을 공부하면서 여행의 행복을 누릴 수 있다.
고래와 물개의 서식지 ‘카이코우라’
뉴질랜드는 사람이 살기 전까지 토종 포유동물이 박쥐, 고래, 물개 세 종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 중 고래와 물개를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 남섬의 ‘카이코우라(Kaikoura)’다.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곳으로 동물의 먹잇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마을 앞바다로 나가면 고래를 비롯해 돌고래와 바닷새를 볼 수 있다. 매년 1월은 물개 산란기여서 해변으로 어미 물개와 새끼들이 모여든다. 이 마을 인구는 약 2000명인 데 물개는 5만~6만 마리나 된다고 한다.
빙하의 눈물 ‘데카포’
빙하가 녹으면서 생긴 물이 흘러와 만들어진 옥색의 호수가 ‘데카포(Tekapo)’다. 호수 뒤편으로는 ‘마운트 쿡’과 ‘서던 알프스 산맥’의 흰 봉우리들이 보인다. 이 풍경에 취해 호숫가에 앉아 한참 동안 멍때리기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작고 아름다운 교회의 좁은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은 잠깐 동안 숨을 멈추게 한다. 호숫가 돌 사이 루핀의 보라색은 호수의 푸른빛과 어우러지면서 고고하고 이국적인 매력을 뿜어낸다. 옆의 산꼭대기에 있는 ‘마운트 존 천문대’로 가는 길 곳곳에서는 루핀의 군락지가 색과 향기로 여행자를 유혹한다. ‘아스트로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파란 하늘과 호수와 흰 산봉우리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지나온 시간의 상념들이 씻겨 내린다. 그래서 이곳을 ‘영혼의 세탁소’라 부르나보다.
별 헤는 밤, 대자연의 ‘마운트 쿡’
남섬에서 가장 높은 산이 ‘마운트 쿡(Mt. Cook)’이다. 본래 이름인 ‘아오라키(Aoraki)’는 마오리족 언어로 ‘구름을 뚫는 산’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마운트 쿡으로 가는 길목에서 서울시 크기만 한 빙하호 푸카키(Pukaki) 호수를 만난다. 여기서부터 가는 길 곳곳에 전망대가 있다. 절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화이트 호스 힐 캠프 사이트’에 도착하면 두 개의 빙하 호수를 감상할 수 있는 ‘후커밸리 트랙(Hooker Valley Track)’이 반겨준다. 만년설에 덮인 산들과 빙하, 호수를 떠도는 유빙들을 볼 수 있는 가벼운 트레킹 코스다.
이곳은 밤이 되면 수많은 별이 쏟아진다. 어린 왕자의 고향 별인 생텍쥐페리의 별, 별이 되어버린 시인 윤동주의 별, 창문을 통해 본 기억 속 고흐의 별, 순수한 감성을 지닌 양치기 목동의 별인 알퐁스 도데의 별들이 말을 건다.
태고의 신비 피오르드 랜드 국립공원 밀퍼드 사운드
피오르드(Fiord) 지형을 대표하는 남섬의 밀퍼드 사운드(Milford sound)는 전 세계 관광객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여행지다. 빙하에 의해 수직으로 깎인, 1200m가 넘는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뉴질랜드 최대 국립공원이다. 빙하와 온대우림이 만나 비경이 탄생했다. 우림의 3분의 2는 ‘너도밤나무’와 ‘포도 카프 상록수’의 울창한 원시림으로 이루어져 있다.
‘테 아나우’에서 ‘밀퍼드 사운드’로 가는 94번 도로 곳곳에서는 기가 막힐 만큼 웅장한 지형과 폭포 등 대자연을 만난다. 크루즈 관광으로 여행을 마무리하면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가슴에 담는다. 수직으로 솟아오른 단애와 폭포를 바라보며 자연의 경이로움을 만끽한다. 뉴질랜드가 자랑하는 3대 걷기 명소인 ‘케플러 트랙’·‘루트번 트랙’·‘밀퍼드 사운드 트랙’은 모두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 안에 있다.
‘아서스 패스’에서 찍는 로드 무비
남섬 서부에서 최대 도시인 크라이스트 처치(Christchurch)로 가는 73번 도로는 ‘아서스 패스 국립공원’을 통과한다. 캠퍼밴을 비롯한 자동차 여행을 한다면 꼭 가봐야 할 곳이다. 가끔 지나가는 화물차에게 길을 양보하면서 천천히 이동한다. ‘아서스 패스(Arthur′s Pass)’에서 만나는 하나하나의 풍광을 음미하다 보면 뉴질랜드 여행의 백미를 맛보게 된다. 잭슨스(Jacksons)에서 다필드(Darfiels)까지의 거리는 140km. 길 위에서 나만의 로드 무비를 찍는다. 이곳에서 만나는 ‘오티라 밸리(Otira Valley)’의 멋진 풍경들과 폭포, 와이마카리리(Waimakariri) 강 주변의 황량함, ‘피어슨 호수(Lake Pearson)’, ‘케이브 스트림 시닉 리저브(Cave Stream Scenic Reserve)’, ‘캐슬 힐(Castle hill)’ 등이 내 로드 무비에 기록된다. 이 길을 여행하는 것만으로도 인생의 큰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
비용과 효율 등 여러 가지 점을 고려할 때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의 가장 적합한 시기는 봄과 가을이다. 힐링과 자유로움, 행복을 누리고 싶다면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을 해보자. 최고의 선택임을 알게 될 것이다.
알면 도움이 되는 정보
•뉴질랜드로 여행할 때 이용하는 항공편이 경유할 경우 가능한 한 상하이 푸둥 공항은 피하는 게 좋다. ‘수화물 자동 연결’이 되지 않아 짐을 찾은 후 다시 부쳐야 할 뿐만 아니라 입국, 출국 신고와 검사를 또 받아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뉴질랜드는 농업 국가라서 입국할 때 식품에 대한 검사가 매우 엄격하다. 통관할 수 없는 식품류는 아예 가져가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통과되는 식품들은 겉면에 라벨을 일일이 붙이고 리스트를 준비해 세관 검사를 받을 때 제출하면 좀 더 편리하다.
•여행 중 뉴질랜드 내 북섬과 남섬을 오가는 ‘인터아일랜더(Interislander) 페리 크루즈선’을 이용할 때 ‘톱10 홀리데이 파크’ 회원은 15% 할인받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인터아일랜더 크루즈선 홈페이지: www.interislander.co.nz
㈜INL 메일주소: inltours@campervan.co.kr
톱10 홀리데이 파크 홈페이지: top10.co.nz
키위 홀리데이 파크 홈페이지: www.kiwiholidayparks.com
톨로드 비용 납부 사이트: www.tollroad.govt.nz
여름이 찾아온 서울 길동 생태공원엔 벌써 푸르름이 가득하다. 시민들이 숲 체험을 하면서 생태 환경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공원이다.
입구의 반딧불이 관찰장을 지나면서 바로 숲길이 시작된다. 걷다 보면 습지와 저수지와 산이 고루 조성되어 있어 이 곳이 정말 도심의 공원인가 하고 놀라게 된다. 간간이 다람쥐가 지나가며 멧돼지가 출몰한다는 주의 푯말도 보인다.
관리시설로 광장 지구, 저수 지구, 초지 지구, 산림지구 등의 관찰로가 공원 곳곳으로 연결되어 있다. 참나리, 패랭이, 개망초가 피어있는 숲길을 걷다 보면 눈앞에 거미줄이 가로막기도 하고 벌들이 윙윙거린다. 호랑나비와 잠자리, 물새까지 날아다니고 작은 호수에는 왜가리가 큰 날갯짓을 하면서 높이 난다. 조류 관찰대에서는 아이들이 숨 죽이며 구경하고 이 곳 저 곳에서 사람들이 셔터를 누른다. 관찰로는 숲과 함께 있어서 마치 밀림 속을 걷는 느낌을 준다.
시민들의 건강한 공원으로 이용되고 있는 이 생태 숲을 오래 보전하기 위해 하루 최대 입장인원은 400명 이내로 제한되어 있다. 그리고 인터넷 예약을 해야 한다. 일부는 현장에서 신청해 입장할 수도 있다.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서 음식물 반입은 당연히 삼가야 한다.
▶서울특별시 강동구 천호대로 1291(길동생태공원)
▶이용료:무료
▶운영시간:10:00 ~ 17:30 (동절기 17:00)
▶공원의 생물서식처 보호 및 생물종 모니터링, 관리보수를 위하여 매주 월요일은 휴장.
기계설계를 전공하고 소음, 방음 관련 사업을 해오던 곽종일(61) 씨는 중년을 지나며 건강과 노후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먼저 심신의 건강을 살피기 위해 요가 명상을 시작했는데, 그러던 중 숲이라는 공간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숲을 벗 삼아 자연에서 요가 명상을 하면 좋겠더라고요. 기왕이면 나만의 즐거움이 아닌 다른 이들과도 나눌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했죠. 고민 끝에 숲해설가를 준비했고, 자격증 취득 후 유아숲지도사, 숲길등산지도사 자격도 차례로 땄습니다. 한 자격당 1년 정도씩은 걸린 것 같아요.”
산림교육전문가 3종을 모두 섭렵한 뒤 그는 산림치유지도사에 도전했다. 앞서 취득한 자격들과 달리 관련 실무 경험도 필요하고, 국가시험에도 합격해야 했기에 시간과 노력을 배로 들일 수밖에 없었다.
“숲해설가를 따고 3년 후에 산림치유지도사를 취득했어요. 58세에 시험을 봤는데, 꽤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꾸준히 반복학습하면서 준비하면 중장년도 충분히 합격하리라 생각해요. 오히려 젊은 친구들이 안일하게 생각했다가 떨어지는 경우도 많이 봤거든요. 물론 힘들게 자격증을 땄더라도 100% 취업으로 연결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제2직업으로 희망하는 경우도 많은데, 무엇보다 자연과 생명에 대한 관심과 자기 철학이 있는 분들이 도전하셨으면 해요.”
현재 그는 서울대학교관악수목원에서 산림치유지도사로 2년째 활동하고 있다. 자연의 기운을 한껏 받다 보니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단다. 여러모로 제2직업이 만족스럽다는 그는 산림치유지도사에 도전하려는 이들에게 먼저 산림 치유 프로그램을 경험해보길 권했다.
“전국에 있는 치유의 숲이나 자연휴양림 등을 방문해 산림 치유에 참여해보세요. 자연으로부터 치유의 힘을 얻으며, 산림치유지도사나 산림교육전문가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직접 체험해보시길 바랍니다. 여러 곳에 방문하면서 경험을 쌓다 보면 준비하는 일의 목적이 더 분명해지고 나중에 자신만의 숲 치유 프로그램을 짜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자격증에 관심을 두는 중장년이 늘어났다. 젊은이들이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의 도구로 자격증을 취득하듯, 시니어 역시 재취업을 위한 발판으로 여기곤 한다. 그러나 노소를 떠나 무분별한 자격증 취득은 시간, 돈 낭비에 그치기도 한다. 2019년 등록된 자격증 수는 3만2000여 개. 관심 있는 자격증 정보를 선별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고민인 중장년을 위해 자격증을 분야별로 나눠 알아보려 한다. 이번 호에는 ‘산림’ 분야를 소개한다.
자료 제공 및 도움말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산림복지진흥원, 한국분재조합
최근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환경오염이 심각해지자 몸과 마음을 정화하기 위해 숲을 찾는 도시인이 많아졌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숲해설가, 산림치유지도사 등에 대한 수요가 늘며 관련 자격증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특히 깨끗한 자연을 벗 삼아 유년 시절을 보낸 중장년의 경우 산림 분야에서 제2직업을 찾아 종사하기를 희망하는 이가 적지 않다. 싱그러운 숲에서 자연의 신비를 만끽하면서 경제활동까지 할 수 있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PART1. 국가전문자격
‘숲’과 관련해 가장 익히 들어본 자격이 바로 ‘숲해설가’일 것이다. 숲해설가를 비롯해 유아숲지도사, 숲길등산지도사 등을 ‘산림교육전문가’라고 하는데, 이는 국가전문자격으로 관련 양성기관에서 일정 시간 산림교육 전문 과정을 이수해야 취득이 가능하다. 산림교육전문가 양성기관은 전국적으로 숲해설가 31곳, 유아숲지도사 15곳, 숲길등산지도사 7곳으로 산림청 또는 한국산림복지진흥원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교육기간은 양성기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숲해설가 4~5개월, 유아숲지도사 5~6개월, 숲길등산지도사 2~3개월 정도 소요된다.
대부분 산림교육전문가 취득자가 그다음 단계로 준비하는 자격증이 바로 ‘산림치유지도사’다. 산림치유지도사는 앞서 숲해설가, 유아숲지도사, 숲길체험지도사 자격증을 딴 후 해당 분야에서 3년 이상 종사한 경력이 있거나, 의료·보건·간호·산림 관련학과 학위를 보유해야 한다. 더불어 산림치유지도사 양성기관에서 교육을 받고 한국산림복지진흥원에서 실시하는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양성기관에서 교육을 이수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시험 평균 합격률이 1급 33.3%, 2급 53.6%인 것을 감안하면 쉬운 도전은 아니다.
산림교육전문가와 산림치유지도사의 연령별 취득 현황을 살펴보면 중장년 세대의 관심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모든 자격에서 50대 취득자 수가 가장 많았고, 60대 역시 타 연령대보다 취득자가 많은 편이다. 관련 종사자들은 “산림치유지도사의 경우 평가시험이 만만치 않은데도 중장년층의 학구열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산림교육전문가 취득 후 실무 경험을 쌓았다면 도전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6월 28일부터 산림보호법 개정으로 나무의사가 병든 나무를 진단하고 농약을 처방하거나 치료하는 ‘나무의사 제도’가 시행됐다. 그동안 비전문가가 부적절한 농약으로 병든 나무를 치료하는 사례가 잦아 나무는 물론 사람의 안전까지 위협받았다. 이번 제도 도입으로 본인 소유의 수목을 직접 진료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나무의사나 수목치료기술자가 있는 나무병원을 통해서만 수목진료가 가능해졌다. 이에 국가전문자격인 ‘나무의사’와 ‘수목치료기술자’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졌다. 나무의사의 경우 올해 3월 제1회 나무의사 자격시험을 시행했는데, 시험이 까다롭고 난이도가 꽤 높다는 반응이다. 시험도 어렵지만 수목진료 관련 전공 이력 등 자격기준을 충족하고, 지정된 양성기관에서 150시간 이상의 교육을 이수하는 등 요건을 갖춰야 한다. 따라서 나무병원을 직접 차리거나 취업하려는 계획이 아니라면, 별도의 요건 없이 양성기관 교육 이수를 통해 취득 가능한 수목치료기술자 자격을 준비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PART2. 국가기술자격
일반적인 국가기술자격과 마찬가지로 ‘산림기능사→산림산업기사→산림기사→산림기술사’ 등의 순서를 거치게 된다. 상위 자격으로 갈수록 석사, 박사 등 전문 전공자와 종사자들이 주로 응시하기 때문에 관련 학위나 경험이 없다면 취득 과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따라서 새로운 분야에 대한 목표를 갖고 산림 분야의 국가기술자격에 도전하는 것이라면, 먼저 산림기능사 과정부터 자세히 알아봐야 한다.
산림기능사의 경우, 자격증 취득 후 관련 실무에 종사한 연수에 따라 산업기사(1년 이상), 기사(3년 이상), 기술사(7년 이상)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산림기능사 연령대별 시험 합격 현황에서 50대와 60대 이상의 합격자 수가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러나 50~60대의 시험 합격률은 60%대를 웃도는 수준으로, 합격 인원이 많다고 해서 시험 자체를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진로와 적성, 직무에 대해 꼼꼼히 검토한 후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
PART3. 국가공인 민간자격
‘수목보호기술자’는 나무의사의 처방에 따라 수목의 병충해 방제, 상처 치료, 영양제 살포 등을 수행한다. 2001년 첫 자격검정시험 시행 후 지난해까지 총 476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한국수목보호협회 홈페이지 기준). ‘분재관리사’ 역시 국가공인 민간자격에 속한다. 2017년 기준 취득자의 77.8%가 50대 이상으로 나타나는 등 중장년 선호도가 높은 자격증이다.
솔향기길 1코스는 충남 태안군 이원면 만대항에서 꾸지나무골 해수욕장까지 약 10km 구간에서 전개된다. 숲길을 거닐며 바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명품 둘레길. 구간의 일부만을 탐방해도 뿌듯하다. 어느 구간이건 차량 접근도 쉽다.
뭍의 끝자락에, 작은 포구 만대항. 포구에선 들뜬다. 드나드는 고깃배들의 생기 때문이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대낮부터 술 마시는 어부들의 파안대소 때문이다. 한나절을 머물러도 무료하지 않은 게 포구다. 정들기도 정 두기도 쉬운 게 어항이다. 쏠리는 마음을 거두고 산길로 접어든다. 만대항은 솔향기길 1코스의 기점이다.
이 둘레길은 바다로 가는 산길이다. 해변으로 이어지는 숲길이다. 산과 바다가 동행하는 해안길이다. 산이 있어 푸르고 바다가 또한 푸르러 천지가 통째 푸르고 푸르다. 잿빛 도시에 발목 잡힐쏘냐, 한달음에 내달아 닿은 게 감옥 밖이다. 철창 없는 철창. 비정한 성시(成市)를 그리 이르는 게 아니다. 감옥이 마음 안에 있지 어디 밖에 있더냐. 좀스러운 자는 자주 마음의 해방을 갈구한다. 그런 나에게 산과 바다는, 자연은 특별사면을 허한다. 자연이라는 유토피아 외 믿을 만한 의지처가 다시 있던가.
해송 숲 사이로 구불구불 길이 펼쳐진다. 뇌수까지 건드리는 솔바람, 콧등을 치는 솔향기에 심취한다. 창고에 처박힌 오감이 훌훌 먼지를 털고 깨어나는 순간이다. 감관이 잠 깨면 눈앞의 사물이 자못 새롭게 느껴진다. 모처럼 공정한 눈으로 풍경의 진실을 살핀다. 나는 지금 숨을 헐떡이며 오르막을 오르고 있다. 그러나 오르막을 오르막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보는 방향에 따라 오르막은 내리막이며, 내리막은 오르막이다. 숲 덤불에선 이 꽃이 피고 저 꽃이 진다. 이게 단지 꽃만의 일이겠는가.
숲길 저 너머로, 저 아래로 자주 바다가 보인다. 쪽빛? 코발트블루? 울트라마린? 바다색은 찬연히 푸르다. 반할 게 색뿐이랴. 광활해서 장엄하고, 잔잔해서 은은하고, 쾌청해서 요요한 저 바다. 이 모든 미덕의 총합을 ‘그지없는 아름다움’이라 해두자. 아련한 수평선 위로는 하늘이 피어오른다. 해는 중천에 떠 활을 겨누듯 바다를 겨냥해 햇살을 쏜다. 그러자 수면에 어리는 수천수만의 물비늘들. 찰나에 반짝이다 찰나에 스러지는 저 시리도록 눈부신 빛의 알갱이들. 윤슬이라고 하지. 하룻밤 사이에 사라지는 건 이슬이지만, 윤슬은 순간에 명멸한다. 저건 어쩌면 잡아둘 수 없는 시간의 허무한 잔상이다. 야야, 덧없다, 생성과 소멸이 한 몸이다, 그런 뉴스를 전하며 황홀하게 떠난다, 윤슬.
산은 낮고, 숲은 무성하다. 길은 거칠 게 없으니 구미에 맞다. 다정도 하여라. 나무들은 그 따뜻한 손을 내밀어 숲길로 인도한다. 내 몸을 어루만진 해풍은 산을 넘어 어느 꿈의 교각 아래에 나를 눕힐 것인가. 딱딱한 바위 벼랑에 뿌리 내린 나무들은 어떤 마법의 묘약을 마셨기에 저토록 굳센가. 보매 의연한 초목이며 사람만 갈피없이 설렌다. 수려하기로는 또한 산경(山景)이며 경이롭기로는 바다다. 보라, 솔향기길의 명소를, 미모를, 쾌활을…. 당봉, 가마봉, 여섬, 칼바위, 용난굴 등 빼어난 조망과 신비를 자랑하는 경승이 즐비하다.
솔향길에는 ‘보은의 길’이라는 별칭이 붙어 있다. 지난 2007년, 이른바 ‘태안 기름 유출사건’ 당시 전국에서 사람들이 쏜살같이 달려와 불철주야 해안에 들러붙은 기름을 닦아냈다. 당시의 자원봉사자 123만 명이 작업하기 편하도록 지역민들이 황급히 길을 닦고 밧줄을 매단 게 솔향기길의 시발이었다지.
흔쾌히 발 벗고 나섰던 사람들의 선의는 실로 고귀하다. 일왕에게 도시락 폭탄을 던진 윤봉길 의사의 열정에 맞먹을 장쾌한 행장이었다. 지옥으로 통하는 길조차 선의로 분장된 세태라지만, 계산이 없는 선의는 얼마나 위력적인가. 봉사자들의 선의에 찬 연대는 결국 자연을 살렸고, 사람의 마을을 데웠다.
홀연히 날개를 펼친 선의로 세상과 만나는 자, 그는 사랑을 아는 자다. 자연에 기생하길 습으로 삼은 게 인간사이지만, 그들은 공생의 도리를 알아 사랑을 실천했으니 매혹의 행장이지 아니한가. 솔향기길에 감도는 솔향에 살포시 포개진 저 선의의 향. 두 겹 향이 가슴을 채운다. 일몰의 수평선엔 어느덧 놀빛 너울거리고.
며칠 전 쑥섬에 들어가는 날은 따사로운 햇살이 비쳐주고 바닷 바람도 적당히 불어줬다. 쑥섬 지기 김상현 선생님과 동행하게 되었다.
고흥의 중학교 교사였던 김선생과 이쁜 약사였던 부인이 부부가 된 후인 18년 전부터 현재까지 쑥섬을 이뤄낸 이야기를 들었다. 부부는 2000년도에 평생 계획을 각자 글로 써서 교환한 끝에 김선생의 외할머니 댁이 있는 쑥섬에 멋진 정원을 꾸미기로 한 후 연구하고 땀을 흘린 끝에 18년이 흐른 지금 이렇듯 쑥섬을 일궈냈다고 했다.
쑥섬은 개방된 지 3년 남짓 되었지만 희귀 난대림이 조성돼 있어서 전남 민간정원 1호로 지정되었다. 해마다 가볼만한 섬, 쉴 섬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쑥섬은 규모가 크거나 손길이 많이 간 숲은 아니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는 섬 자체가 신성한 자연의 정원이고 꽃밭이다. 스무 명 남짓의 거주민이 살고 있다. 향긋하고 질 좋은 쑥이 많이 난다. 행정 명칭은 애도(艾島).
전남 고흥의 섬 나로도에서 출발하는 작은 배 쑥섬호는 12인승으로 3분이면 바로 눈 앞의 쑥섬에 도착한다. 지루하거나 배 멀미할 틈이 없다. 마을에 들어서면 울퉁불퉁한 돌담길이 정겹다.
작은 숲은 난대 원시림을 이루고 있다. 일반 식물원에서는 볼 수도 없는 것들이라고 한다. 세월을 살아온 육박나무, 붉가시나무, 후박나무, 동백나무 등이 군락하고 있어서 산길을 걸으며 자연의 숲에서 정화된다.
숲을 오르다 보면 저 멀리 시원한 바다가 나타나기도 한다. 땀을 식히며 쉬다가 다시 걷다 보면 산 정상의 비밀정원이 눈앞에 나타난다. 섬 밖에서는 보이지 않던 정원이었다.
별정원 달정원이란 이름으로 조성된 이곳에서 일 년 내내 피고 지는 400여 종의 다양한 꽃들과 일출과 일몰의 어우러짐을 누릴 수 있다.
김 선생은 로즈메리 화단으로 얼른 다가가더니 식물에게 인사하듯 두 손으로 마구 흔들어 허브향기를 즐긴다.
요즘은 각종 허브는 물론이고 꽃양귀비와 당아욱, 작약, 페튜니아, 조팝나무 등이 지천으로 눈부시다. 숲길에는 수국이 피어나기 시작했고 새하얀 찔레꽃도 한창이었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숲길을 따라 내려가면 등대가 있다. 성화 모양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성화 등대에선 쑥섬의 뒷모습을 볼 수가 있다. 그리고 다시 마을로 가는 길가엔 동백나무가 숲을 이루어서 꽃이 피고 질 때는 길가에 붉은 동백이 뚝뚝 떨어져 동백꽃길이 된다고 한다.
쑥섬을 천천히 한 시간쯤 돌아보면 심신이 맑아진다. 그리고 고즈넉한 섬의 고요와 숲의 고요를 통해서 힐링을 선물 받는다. 특별한 여행지가 그리울 때 자연 속에 꽃이 만발한 힐링 파크 쑥섬을 찾아보기를 권한다.
여행 정보
ㆍ전남 고흥군 봉래면 애도길 43.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도 여객선터미널에서 배 타고 3분
ㆍ탐방비 5000원 + 뱃삯 2000원 *10명 이상 단체는 예약 필요
ㆍ자연환경보호를 위해 큰 배낭과 음식물 반입 반려동물 동반 자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