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의 묘미 중 하나는 그 나라의 문화와 분위기가 물씬한 곳에서의 하룻밤이다. 휴가철 아쉽게 국내에만 머무르는 이들에게 들려줄 희소식 하나. 바로 국내여행과 해외여행의 매력을 동시에 담은 이국적인 숙박시설 정보다. 마치 해외 휴양지에서 묵은 듯, 이색적인 풍광과 인테리어를 배경으로 ‘인생 샷’ 하나 남겨보는 것도 좋겠다.
산토리니의 청량함을 담은 ‘쏠비치 삼척’
쏠비치 호텔&리조트 삼척은 그리스 산토리니의 블루비치를 표방한 ‘프라이빗 비치’(Private Beach)를 선보인다. 화이트와 블루 톤으로 꾸며진 청량한 비치 존은 특유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한껏 자아낸다. 소수의 카바나(Cabana, 해수욕장 내의 호텔 객실) 이용 고객만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해외에서 경험했던 비치 클럽과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한다. 더불어 전용 다이닝 메뉴를 비롯한 다양한 유럽 주류를 맛볼 수 있는 칵테일 메뉴도 마련돼 있다.
강원 삼척시 수로부인길 453
프랑스 귀족풍 인테리어의 ‘레스케이프 호텔’
‘일상으로부터의 달콤한 탈출’이라는 의미를 담은 ‘레스케이프’(L′Escape)는 신세계조선호텔이 선보이는 첫 독자 브랜드 부티크 호텔이다. 19세기 프랑스 귀족사회에서 영감을 받은 인테리어로, 강렬한 색감과 우아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파리의 ‘호텔 코스테’와 뉴욕의 ‘노매드 호텔’의 디자이너 자크 가르시아의 손길로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또 ‘샹그릴라 호텔 파리’ 담당 전문 플로리스트가 시즌마다 실내 꽃 장식에 변화를 주며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더한다.
서울시 중구 퇴계로 67
지중해 프로방스 풍광을 재현한 ‘쏠비치 진도’
프랑스 동남부 지중해와 인접한 해안마을 프로방스를 모티브로 한 쏠비치 호텔&리조트가 지난해 7월 개장했다. 클래식한 유럽풍 건축 양식의 건물 외관도 이국적이지만, 객실에서 볼 수 있는 남도의 풍광도 이색적이다(전 객실 바다 전망). 해안가 지형의 특성을 고려해 저층으로 설계된 건물의 중심부에는 원형의 프로방스 광장이 조성돼 있다. 따스한 햇살 아래 아름다운 남해의 크고 작은 섬들을 조망하기에 적격인 장소다.
전남 진도군 의신면 송군길 30-40
지상낙원 카나리아 제도의 축소판 ‘카나리아 풀빌라’
카나리아 풀빌라는 카나리아 제도를 모티브로 3년간의 구상과 1년 6개월의 긴 공사 끝에 완성된 유니크한 공간이다. 전 객실에서 시원한 거제 앞바다가 보이며, 각각 프라이빗한 실내 풀장과 스파, 바비큐장 등이 포함돼 안락한 휴가를 보낼 수 있다. 길이가 72m에 이르는 대형 풀장에서는 여름철 물놀이와 겨울철 낚시를 즐길 수 있다. 통영, 거제 관광지와 인접해 있고 보트투어, 갯벌체험 등을 할 수 있어 가족과 함께라면 더욱 즐겁다.
경남 거제시 사동면 덕호해안길 147
영국 왕실의 발자취 그린 ‘켄싱턴 호텔 설악’
켄싱턴 호텔 설악에서는 마치 영국 궁궐을 거니는 듯한 럭셔리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레스토랑 ‘더 퀸’에는 로열패밀리가 보내온 왕실 연하장, 조지 6세의 친필 편지 등 영국 왕실의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품들이 마련됐다. 비스트로&바 ‘애비로드’에서는 비틀스 멤버 전원의 친필 사인이 새겨진 기타 등 해외에서도 보기 어려운 40여 종의 비틀스 소장품을 만날 수 있다. 호텔 정원으로 가면 1950년대에 런던 시내를 누비던 이층 버스 ‘루트마스터’가 추억을 자극한다.
강원 속초시 설악산로 998
광활한 스위스 자연을 닮은 ‘켄싱턴 리조트 설악 밸리’
지난해 11월 개관한 켄싱턴 리조트 설악 밸리는 웅장한 대자연 속 스위스 마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모습이다. ‘힐링 포레스트 인 리틀 스위스’를 콘셉트로 한 켄싱턴 리조트 중 가장 럭셔리한 리조트다. 객실과 레스토랑, 부대시설 등을 설계할 때 무엇보다 자연과의 조화를 우선한 점이 돋보인다. 풍광이 뛰어난 설악산, 금강산과 더불어 에메랄드 빛 동해를 조망하며 몸과 마음의 여유를 누리기 좋다.
강원 고성군 토성면 신평골길 8-25
코로나19 때문에 올여름 휴가는 건너뛰려고 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이번 휴가의 테마는 힐링호캉스라면서 강릉으로 가고 싶다고 했다. 바닷가에서 해수욕하고, 소나무 숲 거닐면서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커피 한 잔 어떠냐는 말에 심신의 피로를 풀기에 강릉만 한 곳도 없지, 하며 동의를 하고 말았다.
우리 가족은 경포대 옆 강문해변에 위치한 호텔을 골랐다. 강릉 하면 경포대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강문해변은 덜 알려진 덕분에 사람들이 별로 없어 요즘 같은 때에 휴가를 즐기기에 딱 좋은 곳이다.
해변은 아담하고 깔끔했다. 생각처럼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여느 해와 달라진 게 있다면, 해수욕장을 출입할 때 정해진 곳으로만 입장을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열을 재고 QR코드를 찍고 손목밴드를 해야 입장이 가능했다. 물론 마스크는 필수다. 핫팬츠나 비키니에 마스크를 쓰고 QR코드를 찍는 모습이 매우 낯설었지만 휴가객들은 모두 방역지침을 잘 따랐다. 전염병으로부터 모두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된 것을 여행지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이 시국에 해수욕이 괜찮을까 하는 생각은 괜한 우려였다. 모래 위에 일정하게 꽂아놓은 파라솔로 거리두기가 저절로 됐다. 해수욕장 입장료는 무료이지만 파라솔은 하루 종일 빌리는 데 1만 원이다. 파라솔 아래서 바다를 바라보며 그동안 지친 몸과 마음을 내려놓았다. 차가운 동해 바닷속으로 뛰어드니 마음까지 시원해졌다.
시간이 날 때마다 해변가 소나무 숲을 산책했다. 오랫동안 일반인 출입이 제한된 곳이었는데 2018년 평창올림픽이 열리면서 호텔이 세워지고 일반에 공개되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덜 닿았던 만큼 넓은 구역에 소나무 숲이 그대로 남아 있어 사람들에게 향기로운 휴식을 제공했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도 되도록 줄였다. 예전이었다면 강릉의 이름난 곳을 돌아다니면서 맛있는 것을 찾아 다녔겠지만 호텔 밖으로 나가는 걸 되도록 삼갔다. 객실에서는 오션 뷰를 즐길 수 있어 침대에 누우면 발밑에서 동해바다가 넘실댔다. 문을 열면 파도소리도 아주 가까이서 들렸다.
식사는 대부분 호텔에서 해결했다. 모든 걸 호텔 안에서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호텔이어서 부족함이 없었다. 미국 남부식 해산물 요리도 맛보고 호텔 마당에서 바비큐도 즐겼다. 1층에 있는 카페는 여행지의 낭만을 즐기기에 좋았다. 맥주나 하와이안 음료를 시켜놓고 저녁노을을 보며 여기가 분위기 맛집이라며 감탄했다.
이채로웠던 건 반려견을 동반한 여행객들이었다.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호텔이어서인지 여행객들 중에는 애견과 함께 휴가를 즐기는 사람이 꽤 많았다. 애견놀이터는 물론 호텔 안 식당에서는 개모차도 빌려주었다.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고 밥 먹는 애견인들을 보니 반려견 동반 펫캉스가 여행의 새로운 풍속도임을 알 수 있었다.
2박 3일 동안 강릉에서 잘 쉬고 잘 놀았다. 호텔을 나서면 소나무 숲, 그 너머는 아름다운 해변이어서 힐링호캉스를 제대로 즐겼다. 인피니티 풀과 해변을 번갈아 다니며 강릉의 푸른 바다를 만끽하고 올여름 추억을 사진으로 남겼다. 이런 여행은 우리 가족도 처음이었다.
# 차의 시간을 걷다 (김세리 외 공저·열린세상)
5000년에 걸친 동아시아 차 문화의 역사를 향긋하고 산뜻하게 풀어낸다. 고전에서 낭만, 실용의 시대까지 차의 시대별 변천사를 다양한 문헌과 회화로 소개한다.
# 나이 따위, 잊고 살랍니다 (시모주 아키코 저·이터)
왕년에는 아나운서로, 현재는 일본여행작가협회 회장으로 활동 중인 82세 저자의 유쾌한 에세이. 나이에 얽매이지 말고, 하고픈 일을 하며 자유롭게 살아갈 것을 제안한다.
# 황야의 이리 (헤르만 헤세 저·을유문화사)
자아를 찾아 끊임없이 방황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전후 사회에 대한 헤세의 인식이 고스란히 담긴 자전 소설로, 그의 사상과 철학을 엿볼 수 있다.
# 퀸 메릴 (에린 칼슨 저·현암사)
최고의 배우이자 어머니인 메릴 스트립의 삶을 조명한다. 치열한 할리우드 생존기부터, 인생을 바라보는 가치관까지 '철의 여인'의 모든 것을 이야기한다.
# 노화의 종말 (데이비드 A. 싱클레어 외 공저·부키)
노화는 정상이 아닌 질병이다? 장수 분야 세계 최고 권위자가 노화의 비밀을 밝힌다. 인간을 늙게 하는 한 가지 원인과 획기적인 장수 비법을 공개한다.
# 하루 여행 하루 더 여행 (최갑수 저·보다북스)
여행작가 최갑수가 직접 다녀온 국내 여행지 50곳을 테마별로 소개한다. 모든 코스는 당일치기 또는 1박 일정으로 긴 여행이 어려운 현대인의 맞춤형 여행서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됐다. 원래대로라면 계절이 주는 싱그러움에 어딘가로 떠났을 테지만, 길어지는 장마에 선택의 여지 없이 ‘집콕’을 하게 생겼다. 그토록 기다리던 휴가가 눅눅한 습기와 함께 수증기처럼 사라진다니 믿을 수 없다. 집에서라도 휴가 분위기를 내고 싶은 마음에 침대에서 급하게 일어나 넷플릭스에 접속한다. 무엇을 보면 좋을까?
이번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집에서도 여행지에 온 것만 같은 기분을 낼 수 있는 다큐멘터리 세 편을 추천한다. 소개하는 작품들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길 위의 셰프들 (Street Food)
여행지에 왔으면 현지 음식을 맛보는 것이 인지상정. 언택트 휴가 첫 번째 코스는 음식이다.
‘길 위의 셰프들’은 전 세계 여러 국가의 유명 길거리 음식을 통해 그 나라의 음식 문화와 전통, 역사까지 조명하는 시즌제 다큐멘터리다. 라틴 아메리카와 아시아 편이 있으며 라틴 아메리카 편은 총 6개국, 아시아 편은 총 9개국의 길거리 음식을 소개한다. 태국의 똠얌, 일본의 오코노미야키, 인도 시크 케밥 등 이름만 들어도 이국적인 향이 물씬 풍기는 음식들은 보는 이들의 입맛을 자극한다.
식도락과 함께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셰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프로그램의 재미 중 하나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 86년간 전통 요리 '구덕'을 만들어 온 100세 장인의 사연을 들을 땐 감탄사를 내뱉지 않을 수 없다.
보기 좋게 갖춰진 호텔 뷔페도 좋지만, 여행의 참맛을 원한다면 날 것의 매력이 느껴지는 ‘길 위’로 떠나보자. 간접적으로나마 외국의 공기와 문화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 편에서는 반가운 서울의 모습도 볼 수 있다.
2. 우리의 지구 (Our Planet)
두 눈으로 배불리 먹었으니, 열심히 돌아다닐 차례.
‘우리의 지구’는 대자연의 광활함과 생명의 신비함을 모두 담아낸, 그야말로 과학사전 같은 다큐멘터리다. 아프리카 세렝게티 평원부터 빙하로 둘러싸인 북극, 다양한 생명체가 공존하는 열대우림, 미지의 세계인 바다까지 전 세계 구석구석을 보여주면서 자연의 위대함을 상기시킨다. 여기에 더해 압도적인 영상미는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환상적인 착시를 자아낸다.
하지만 프로그램은 단순히 지구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면에 있는 기후 위기와 생태계 파괴 등에 주목하며 인류를 향한 메시지를 던진다. 지구는 누구의 것도 아닌 ‘우리’의 것이고, 모두가 함께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직접 깨닫게 하는 것이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도 자연 풍경을 마음껏 감상하고 싶다면, ‘우리의 지구’를 추천한다. 다 보고도 아쉬움이 남는다면 ‘우리의 지구: 끝나지 않은 여정’을 이어 시청하는 것도 좋다. 다양한 생명체를 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촬영장의 생생한 현장을 엿볼 수 있다.
3. 세계에서 가장 경이로운 집 (The World's Most Extraordinary Homes)
휴가의 피날레는 뭐니 뭐니 해도 숙박.
여행지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경관을 즐기며 단잠에 빠져드는 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다. ‘세계에서 가장 경이로운 집’은 말 그대로 경이로운 집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로, 모두 최고급 호텔을 능가하는 뷰와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건축가 피어스 테일러와 배우 겸 부동산 개발업자인 캐럴라인 쿠엔틴이 진행자로 출연한다.
프로그램에서 소개하는 집은 대부분 ‘건축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작들이다. 보잉 747 항공기의 날개로 건축한 ‘747 윙 하우스’, 경사각 42도의 절벽에 지어진 스페인 ‘클리프 하우스’, 알프스산맥이 한눈에 보이는 스위스 ‘딴스 빌라’ 등 보고 있으면 입이 절로 벌어지는 집이 연이어 등장한다.
프로그램은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해 줄뿐 아니라 건축가가 직접 건축 과정을 설명하고 그 의미를 부여해 공간의 가치를 한층 더 높인다. 건축에 흥미가 있는 이들에게는 그 자체로 흥미로운 콘텐츠일 것이고, 건축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은 식견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인과의 거리두기가 일상이 되면서 ‘차박’이 새로운 휴가 트렌드로 떠올랐다. 차박은 자동차와 숙박을 합친 말로, 차 안에서 즐기는 캠핑을 의미한다. 차에서 숙식을 해결해 타인과 접촉을 최소화하면서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가볍게 떠나는 여행이라도 어느 정도의 준비는 필요한 법. 차박은 장시간 운전을 해야 하기에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 여행 전 챙겨야 할 사항은 무엇이고, 캠핑족들이 즐겨 찾는 명소는 어디일까. 이번 휴가철 차박에 도전해볼 캠핑 초보를 위해, 10년 넘게 오토캠핑을 다녔으며 현재 인터넷 카페 ‘차박캠핑클럽’을 운영 중인 ‘둥이아빠’에게 몇 가지 조언을 구했다.
Q. 차박 시 챙겨야 할 준비물은?
여행을 목적으로 한 순수 차박일 경우 주변 관광지나 맛집을 알아보는 것으로 충분하지만 차박 캠핑은 어느 정도 기본적인 캠핑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타프(캠핑 시 그늘막 또는 지붕 역할을 하는 도구)나 도킹텐트를 챙겨야 하고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코펠, 버너도 필요하다. 잠을 잘 수 있는 매트와 이불은 기본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기타 필요한 것은 개개인의 캠핑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Q. 차박 초보에게 권할 노하우나 팁이 있다면?
차박 초보라면 아무래도 차박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분들은 처음부터 차박을 하기보다는 ‘차크닉’부터 시작하길 추천한다. 차크닉은 차박보다 좀 더 가벼운 개념으로 차를 이용해 즐기는 피크닉을 말합니다. 화장실이나 샤워장 등 시설이 갖춰졌고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오토 캠핑장이나 가까운 공원에서 즐길 수 있다.
Q. 중급자와 고수가 됐다면?
어느 정도 차박에 적응해 시설을 갖춘 중급자가 됐다면 인기 있는 명소를 찾아다니는 것도 좋다. 하지만 오토캠핑장이 아닌 노지에서 차박을 할 경우 무료로 운영되다 보니 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아 불편할 수 있다. 이럴 땐 최소한 생리현상을 해결 할 수 있는 화장실이 있는 장소를 거점으로 삼는 것이 좋다.
고수는 웬만한 장비를 모두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간이 화장실이나 파워뱅크 같은 전기시설도 갖춰야 한다. 모든 게 준비됐다면,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을 찾아 떠나도 괜찮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공간에서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장소는 사륜구동 차량으로만 갈 수 있는 노지일 확률이 높다. 인적 드문 곳을 찾는 게 쉽지는 않겠으나, 인공위성 지도로 알아보는 법도 있다.
Q.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명소는?
충북 충주 목계솔밭을 추천한다. 목계솔밭은 광활한 대지에 화장실과 개수대 등 편의시설을 모두 갖춰 차박뿐 아니라 오토캠핑족들도 자주 찾는 명소다. 한 마디로 차박의 성지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충주 수주팔봉 캠핑장과 삼탄유원지, 양평 광탄유원지, 여주 신륵사 등이 차박 캠핑을 즐기는 분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Q. 차박 시 주의해야 할 사항은?
사전에 차박 캠핑 장소에 대해 상세하게 알아본 뒤 장소를 선택해야 한다. 무엇보다 운전하는 동안 벌어질 수 있는 돌발 상황에 대해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이나 오지는 해가 일찍 져 빠르게 어두워질 수 있기 때문에 지형을 잘 파악해서 운전해야 한다. 한 팀 보다는 2~3팀 정도 같이 움직이는 것이 안전하고, 동행자는 졸음·음주 운전을 하지 않도록 운전자를 주시해야 한다.
바캉스의 계절 여름이 찾아왔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은 올여름 휴가 풍경을 크게 변화시킬 전망이다. 해외여행은 사실상 어려워졌고 생활 방역을 지키는 한도 내에서 국내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이 대다수다. 실제 한 글로벌 여행사가 국내 성인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7%가 ‘올해는 국내로 여행을 떠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고 복지시설들이 휴관하면서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 시니어들은 여름휴가만큼은 재충전의 기회로 삼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휴가를 계획할 때 건강과 안전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한다.
올여름 휴가 시즌에 가장 주목받을 여행 테마는 인파가 몰리지 않는 ‘산과 들로 떠나는 여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들과 거리두기도 용이하고 환기도 자연스럽게 이뤄져 실내보다는 코로나19 감염 위협에서 안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파가 몰리지 않는 한적한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자차를 이용해야 할 경우가 많다. 또 휴가철이라 교통대란을 피하기 쉽지 않다. 올여름 휴가는 국내로 여행하는 사람이 많아 더더욱 그럴 것이다.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도로 위에서 오래 앉아 있다 보면 없던 병도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더구나 앉은 자세는 서 있을 때보다 허리에 가해지는 하중이 1.5배가량 늘어난다.
차량에서 앉은 자세로 오래 있을 경우 척추에 부담이 돼 목과 허리가 뻐근해지기도 하고 통증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척추피로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 척추피로증후군은 장시간 불편한 자세로 오래 앉아 있을 때 발생하는 근골격계 질환이다. 방치하면 추간판탈출증(디스크)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척추·관절 노화가 진행 중인 시니어는 대수롭게 여기면 안 된다.
척추피로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목과 허리 근육의 긴장을 줄여야 한다. 장거리 운전 시에는 엉덩이를 운전석 뒤로 밀착해 허리와 목을 곧게 펴야 척추가 받는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 적어도 2시간 간격으로 휴게소나 졸음쉼터에 차를 세우고 스트레칭을 해줘야 한다. 귀가 후 온욕으로 긴장을 풀어주는 것도 방법이다. 40℃ 전후의 따뜻한 물에서 즐기는 온욕은 수축된 몸을 이완, 완화해준다. 이때 목욕물에 한약재나 허브를 넣어주면 더 효과적이다.
만약 피로가 쉽게 해소되지 않거나 목과 허리 통증이 3일 이상 지속된다면 전문가를 찾아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 한방에서는 추나요법을 비롯해 약침, 침 등 한방통합치료로 척추피로증후군을 포함한 허리 통증을 다스린다. 추나요법은 경직된 관절과 뭉쳐서 굳은 근육을 교정해 신체 균형을 바로 잡고 통증을 해소해준다. 한약재를 정제한 약침과 침 치료는 기혈과 체액의 순환을 촉진해 빠른 회복을 돕는다.
올여름은 여느 해보다 더 더울 것이라고 한다. 더운 날씨는 신진대사를 빠르게 하고 땀을 많이 흘리게 해 기운을 소모시킨다. 지친 상태의 몸은 자연스레 면역력도 떨어져 각종 질환에 취약한 상태가 된다.
따라서 여름에는 섭생이 중요하다. 기력 회복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먹어 양기를 몸 안에 저축해야 한다. 삼계탕, 장어, 추어탕 등과 같은 보양식을 이따금씩 섭취해주면 좋다. 등산이나 산책 등 적당한 신체 활동과 함께 규칙적인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것도 체력 저하를 막고 체내 기운이 원활히 순환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여름은 ‘내실을 기하는 계절’이다. 휴가를 즐기는 데 집중하느라 건강관리에 소홀하면 양기를 소진한 상태에서 가을과 겨울을 맞이하게 돼 잔병치레를 할 수도 있다. 휴가지에서도 평상시의 생활 패턴을 유지하면 좋다.
여름휴가 시즌이 돌아왔다. 코로나19의 여파로 해외여행이 제한되며 국내 피서지를 찾는 이가 부쩍 늘었다. 떠나는 곳이 어디든 ‘묵을 곳’과 ‘먹을 곳’은 필수. 안락한 객실과 맛 좋은 음식은 물론 시원한 물놀이까지 즐길 수 있는 호텔 바캉스는 어떨까?
오션 풀캉스 코오롱 씨클라우드 호텔은 해운대 바다가 펼쳐지는 야외 수영장에서 호캉스를 즐기는 ‘오션 풀캉스’ 프로모션을 진행한다(8월 31일까지). 간식과 조식이 포함된 ‘씨클라우드 올 인클루시브’, 칵테일과 음료를 제공하는 ‘바캉스 패키지’, 셀프 네일케어를 즐기는 ‘네일은 내일’ 등 다양한 패키지를 마련했다(10만 원대부터).
스윔 앤 다인 노보텔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호텔&레지던스는 객실 투숙을 하지 않아도 호텔에서 느긋한 휴가를 만끽할 수 있는 ‘스윔 앤 다인’ 패키지를 마련했다. 호텔 내 수영장 이용권과 일요일 런치 뷔페 식사권으로 구성해 짧지만 알찬 휴가를 보내려는 이들에게 제격이다(일요일 한정, 8월 30일까지, 1인 10만9000원).
서머 앳 더 파크 & 더 라운지 서머 에디션 파크 하얏트 서울은 안락한 객실에서의 룸서비스와 더불어 수영장과 소믈리에 추천 와인 등을 즐길 수 있는 ‘서머 앳 더 파크’ 패키지를 출시했다(8월 31일까지, 33만5000원부터). 호텔 내 ‘더 라운지’에서는 여름을 겨냥해 제철 재료로 구성한 ‘서머 애프터눈 티’ 세트와 ‘월악산 허니골드 빙수’ 등 다양한 빙수 메뉴도 선보인다(3만~4만 원대).
오아시스 풀사이드 바비큐 & 빙수 스페셜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은 야외 수영장에서 즐기는 바비큐 뷔페, 남산 전망 객실 1박과 조식 등을 포함한 ‘오아시스 풀사이드 바비큐’ 패키지를 판매한다(8월 30일까지, 63만 원부터). 같은 기간 ‘빙수 스페셜’ 프로모션을 운영해 오리지널 팥빙수와 더불어 7월은 체리, 8월은 복숭아를 활용한 과일 빙수를 맛볼 수 있다(3만~4만 원대).
스파클링 쿨 서머 & 버블스 앤 더 가든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은 객실 내 대형 욕실에서 힐링하며 시원한 여름 음료와 실내 수영장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스파클링 쿨 서머’ 패키지를 운영한다(8월 31일까지, 28만9000원부터). 7월 18일까지는 호텔 7층 야외정원에서 자연을 만끽하며 그릴 요리를 맛보는 ‘버블스 앤 더 가든’ 프로모션도 즐길 수 있다(2만4000원부터).
프로즌 서머 패키지 & 프리미엄 빙수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휴가를 즐길 수 있는 ‘프로즌 서머 패키지’를 선보인다(8월 31일까지, 18만2000원부터). 봉은사의 풍경과 채광이 어우러진 실내 수영장도 이용 가능하다. 투숙기간 호텔 내 레스토랑에서 프라이빗한 식사는 물론 로비 라운지에서 프리미엄 빙수도 맛볼 수 있다.
올여름 휴가는 어디에서 보낼까 벌써부터 고민이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혀버렸으니 웬만한 국내 여행지는 사람들로 북적거릴 게 뻔하다. 무인도에서 삼시 세끼 해먹으며 유유자적한 시간을 보내는 연예인들을 보며 ‘나도 한번 저래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지만 쉽지 않다. 대신 바닷가 작은 마을에서의 휴식과 사색을 담은 일본 영화 ‘안경’을 보며 마음을 달래본다.
중년의 타에코(고바야시 사토미)는 휴대전화도 터지지 않는 바닷가 조그만 마을로 여행을 떠난다. 거기서 마음씨 좋은 민박집 주인 유지와 팥빙수를 파는 수수께끼 같은 아줌마 사쿠라, 고등학교 생물선생님 하루나를 만난다. 타에코의 눈엔 이들이 영 이상하다. 아침마다 해변에 모여 알 수 없는 체조를 하는가 하면 특별한 일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매일 식사도 함께한다.
관광할 곳을 추천해 달라는 타에코에게 민박집 주인은 관광할 만한 데가 딱히 없다고 태연하게 말한다. 여기 놀러온 사람들은 뭘 하냐는 타에코의 질문에 그는 “사색”이라고 대답한다. 사색 말고 할 게 없냐고 묻자 하루나는 “사색이 아니라면 타에코 씨는 도대체 여길 뭐하러 오신 거죠?”라고 되묻는다.
타에코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다만 바라보거나, 바닷가 가게에 앉아 팥빙수를 먹는 일이 어색했지만 사색하며 쉬는 게 일상인 마을 사람들과 조금씩 가까워지면서 그들의 삶의 방식에 익숙해져간다. 처음에는 함께 밥 먹는 걸 사양했지만 점차 고기도 같이 구워 먹고, 정갈하게 차린 아침상도 함께 받는다. 이 영화에는 공들여 찍은 듯한 식사 장면이 유독 많이 나온다. 사람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빨갛게 익은 랍스터를 한 마리씩 통째로 먹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다.
영화는 타에코를 통해 사색과 휴식의 진짜 의미를 알려준다. 타에코는 도시의 복잡함을 피해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 섬을 찾으면서도 캐리어를 물건들로 가득 채운다. 그 무게 때문에 늘 낑낑댔고 손에서 놓지도 못한다. 은색 캐리어는 아무것도 내려놓지 못하고 사는 타에코의 마음을 대변한다. 그러나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돼버리자 타에코는 사쿠라의 자전거에 오르기 위해 캐리어를 포기한다.
온 세상이 석양에 물들 때 바닷가에 홀로 앉아 그윽한 생각에 잠기는 시간도 소중하지만, 함께 팥빙수를 먹고 밥을 먹고 서로의 힘든 마음에 등을 내주는 일도 중요하다고 영화는 말한다. 상처가 치유되고 회복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조급해하지 않고 조용히 지켜보는 것, 그 시간 동안 등을 내주고 밥을 함께 먹는 것. 그게 휴식이고 위로라고 조언한다.
“사색하는 데도 무슨 요령이란 게 있나요?” 타에코의 물음은 우리 모두의 질문이다. 쉼 없이 달리고, 배우고, 가득 채우는 데만 열심인 사람들은 휴식이 익숙지 않다. 쉬고 싶어 종종 한적한 곳으로 여행을 떠나지만 온갖 계획을 짜고 그걸 또 실천하느라 가방 안은 여전히 근심과 걱정, 집착으로 가득하다. 삶의 방식을 바꾸어야 하는 코로나 시대. 휴식도 연습이 필요하다면 ‘한번 시작해볼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초록의 집 (엑스날러지 저 · 한즈미디어)
자연에 둘러싸여 생활하는 집과 아름다운 정원을 꾸민 집들을 소개한다. 집의 크기나 햇볕에 상관없이 늘 초록 식물을 즐길 수 있는 집과 정원의 사례를 다양한 사진과 도면 등으로 보여준다.
#숲으로 가면 깨닫는 것들 (이시형 저 · 자음과모음)
몸과 마음이 지친 현대인에게 이젠 천천히, 때론 멈춰 설 줄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자는 '잠시 멈춤'을 제안하며 도시문명과 떨어진 고요한 자연 속에서 잠시 멈춰 기다릴 것을 권한다.
#아무튼, 여름 (김신회 저 · 제철소)
1년 내내 여름만 기다리던 저자가 여름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처럼 써내린 스물두 편의 에세이가 담겼다. 휴가, 여행, 수영, 낮술, 머슬 셔츠, 전 애인 등 여름에 관한 다채로운 소재를 다뤘다.
#여름을 지나가다 (조해진 저 · 민음사)
2015년 문예중앙에서 출간됐던 조해진의 장편소설로, 오늘의 작가 총서 리뉴얼 판으로 다시 나왔다. 사회의 그늘에 주목하며 여름이 깊어지는 시간, 고립된 이들과 버려진 공간에 대해 말한다.
#인퓨즈드 워터 (조지나 데이비스 저 · 테이스트북스)
과일, 채소, 허브 등을 넣어 우려낸 물로 알려진 ‘인퓨즈드 워터’ 레시피북. 첨가하는 재료에 따라 맛과 향은 물론 그 효능까지 다르게 나타나는 인퓨즈드 워터 50가지를 상세히 소개한다.
#삼림욕의 행복 (멜라니 추카스브래들리 저 · 이봄)
자연에 굶주린 현대인들을 위한 산림욕 가이드. 저자는 “산림욕은 자연에서 보내는 고요한 시간의 유익한 경험”이라 말하며 흙과 나무가 있는 곳 어디서든 자연을 즐기도록 방법을 일러준다.
#음식의 위로 (에밀리 넌 저 · 마음산책)
‘뉴요커’의 편집자였던 저자가 인생이 절망스러웠던 순간 음식으로부터 위로받았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한다. 요리를 통해 삶을 되돌아보며 행복하고 건강하게 더불어 사는 법을 터득해나간다.
그리스 신화에 젊은 영웅들이 배를 타고 세계의 동쪽 끝까지 가서 황금양털을 찾아오는 설화가 있다. 바로 ‘아르고호 이야기’다. 이아손 원정대는 몇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황금양털을 찾는 모험을 한다. 마침내 그들이 도착한 곳은 흑해 연안에 접한 고대 조지아의 첫 번째 국가 ‘콜키스’(Kolkhis)였다. 그곳에서 원정대는 이아손에게 반한 ‘메데아’(Medea)의 도움을 받아 황금양털을 가지고 그리스로 돌아간다. 조지아가 신화의 땅으로 불리는 이유 중 하나다.
흑해의 진주 바투미의 핫 플레이스
흑해의 석양이 아름다운 고급 휴양도시 바투미는 조지아의 여름 수도라고 부를 만하다. 여름철이면 주변국에서 온 많은 사람이 휴가를 보낸 후 돌아간다. 그렇다 보니 현대식 건물과 유럽 양식의 건축물과 집들이 뒤섞여 있다. 관점에 따라 난개발로 볼 수도 있고, 신구(新舊)의 조화로 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조지아에서 가장 복잡한 거리이면서 현대화된 도시라는 점이다.
바투미는 ‘불러바드(Boulevard) 해변’과 유럽광장이 중심인 ‘구시가’로 나눠 둘러보는 게 좋다. 다양한 공원과 테마파크가 모여 있는 불러바드 해변에서 여름철에만 영업을 하는 ‘선셋 레스토랑’이 있다. 음식뿐 아니라 조지아의 화려한 전통 무용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불러바드 해변에서는 뮤직 페스티벌 등 크고 작은 축제가 매일 밤 열린다. 해변을 걸으며 이곳 분위기에 푹 빠져보는 시간만으로도 행복하다. 미학적 감동을 넘어 잠들어 있는 나를 깨워주는 해방의 공간에 온 듯한 자유가 느껴진다.
해변 옆 힐튼호텔 20층 ‘스카이라운지’는 전망을 즐길 수 있는 바투미의 숨겨진 명소다. 시시각각 다르게 물드는 바다와 하늘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수평선을 향해 기울어가는 붉은 태양을 배경으로 나뭇잎 떨어지듯 활강하는 패러글라이딩과 오렌지색 바다 위로 검은 물살을 남기며 가로지르는 배를 보고 있으면 어디선가 클라리넷의 선율이 감미롭게 들려온다. 흑해가 삶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거대한 공간이 되는 시간이다.
무슬림을 상징하는 남자 ‘알리’와 조지아 정교회를 상징하는 여자 ‘니노’의 이야기를 담은 두 조형물 ‘알리&니노’는 저녁 7시가 되면 조금씩 움직이며 서로 아슬아슬하게 만나지만 키스도 못하고 서로 다른 곳을 쳐다보며 다시 멀어진다. 안타깝고 가슴 저리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표현한 이 작품도 바투미를 상징한다.
여행을 하다 보면 운 좋게도 행복한 기운이 느껴지는 마을에 들를 때가 있다. 바투미 구시가지가 그런 곳. 마치 동화 속 마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메데아 동상’이 있는 유럽광장을 중심으로 천문 시계탑, 황금빛 공연 예술극장, 황금 포세이돈 동상, 신화 속 마녀 사이렌의 조형물, 꽃 장식 테라스가 있는 레스토랑들이 모여 “이곳이 신화의 땅“이라고 속삭인다. 기꺼이 길을 잃고 한 집 한 집 들어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싶다.
‘보르조미’ 광천수는 신의 선물
조지아 중부지방에 있는 보르조미 국립공원은 유럽 최대 규모의 공원이다. 침엽수와 활엽수의 광활한 원시림으로 이루어져 있어 몸에 좋은 피톤치드가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조지아 사람들은 자녀가 천식을 앓으면 이곳에 데려와 요양을 시킨다. 뇌전증을 앓았던 차이콥스키도 이곳에서 치유하며 음악적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보르조미 시내에 그의 동상이 있다.
이 공원에서 조지아 3대 상품 중 하나인 ‘보르조미 생수’가 생산된다. 한국에서도 수입했던 보르조미 광천수는 자연 탄산 미네랄워터가 빙하로 덮여 있다가 여과되어 내려오는 물이다. 제정 러시아 시절 이곳에 주둔해 있던 러시아 군대 지휘관이 광천수를 마시고 위장병이 나은 후 휴양지로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그 후 러시아 왕족과 귀족들도 이 물을 들여와 마셨다고 한다. 1894년에는 광천수를 병에 담기 위한 공장까지 생겼다. “신은 아제르바이잔에게는 원유를, 조지아에게는 물을 선물했다”는 말이 있다. 1000년을 마셔도 마르지 않을 물이 보르조미에 있기 때문이다.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린 후 광천수를 마셔봤다. 쇳물 냄새에 짭조름한 맛이었다.
고즈넉하고 쓸쓸한 그리움의 도시 ‘쿠타이시’
조지아를 여행하다 보면 교회가 참 많이 보인다. AD 337년에 기독교를 국교로 선포할 정도로 조지아 사람들의 삶에는 종교가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교회도 많다. ‘쿠타이시’(Kutaisi)에 있는 ‘바그라티 대성당’(Bagrati Cathedral) 역시 의미 있는 교회 중 하나다. 조지아 역사상 최초의 통일 왕국을 이룩한 후 그 상징으로 지었다고 한다. 웅장한 규모와 녹색 지붕이 인상적인 이 성당은 조지아 건축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기원전부터 도시로 형성된 쿠타이시는 고대부터 조지아 역대 왕국의 수도였다. 현재도 교통, 행정의 중심도시 역할을 한다. 교회 앞마당에서 내려다본 쿠타이시의 해질녘 시가지는 지나온 굴곡의 시간을 대변하듯 고즈넉하면서도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물들어갔다.
조지아의 경찰은 1등 신랑감
조지아에서 유리로 만들어진 가장 멋진 건물은 무조건 경찰서로 보면 된다. 경찰서 건물이 이토록 환하고 밝고, 멋진 데는 이유가 있다. 러시아로부터 독립한 후 집권한 ‘사카슈빌리’ 전 대통령은 경찰 개혁을 추진했다. 2004년 부패의 화신이었던 경찰 수장과 3만 명의 경찰을 일시에 해고한 뒤 새 경찰을 모집해 완벽한 물갈이를 했다. 뇌물을 받지 못하게 하려고 급여도 20배 이상 인상했다. 또 모든 경찰 활동을 밖에서 볼 수 있도록 건물을 투명한 유리로 만들었다. 당시의 개혁은 한계와 어두운 측면도 있었지만, 일선 경찰들은 크게 변했다. 이때부터 조지아에서 경찰은 1등 신랑감이 됐다.
요즘 조지아 청소년들은 ‘케이팝’(K-pop)에 열광하고 있다. 탈레비에서 있던 일이다. 일몰을 감상하기 위해 공원으로 걸어가는데, 맞은편에서 오던 세 명의 소녀가 “안녕하세요?” 하면서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다. 반갑고 신기해서 30여 분 정도 대화를 나눴다. 소녀들은 케이팝이 너무 좋아서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고리’(Gori)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케이팝 때문에 전공을 아예 ‘동양 언어’로 선택하려 한다는 ‘타마르’(Tamar)도 우리를 반겨줬다. 한국인을 직접 만나 정말 기쁘다며 한국 드라마와 노래에 대한 꽤 해박한 지식을 자랑했다. 준비한 김밥과 라면으로 함께 저녁 식사를 마친 그녀는 자신의 친구를 숙소로 불렀다. 그리고 우리를 위해 기타를 치며 케이팝과 ‘술리코’(Suliko)를 비롯한 조지아 노래를 부르며 작은 콘서트를 열어줬다.
고리의 광장에서 만난 스탈린타마르를 만났던 ‘고리’는 소련 독재자 스탈린의 고향이기도 하다. 시청 광장에 아직도 그의 동상이 있다. 사진과 유물을 모아놓은 박물관과 생가, 그가 사용했다는 전용열차를 전시해놓은 공원도 있다. 수많은 사람을 죽인 역사의 패륜아라는 생각에 그곳을 둘러보는 동안 기분이 유쾌하지 않았다.
바람의 나라 아르메니아로 가는 길
바르지아에서 출발해 11번 도로를 타고 아르메니아 제2의 도시 ‘규므리’(Gyumri)로 향했다. 1번 도로를 이용할 것을 주로 추천하지만, 이동거리 때문에 11번 도로를 선택했다. 염려했던 것보다 도로 상태는 좋았다. 새롭게 포장된 구간도 많았다. 오히려 차량이 별로 없어 한갓지고 더 좋았다.
국경을 넘자 고원지대 특유의 초원이 펼쳐졌다. 초원의 풀밭을 쓸며 지나가는 바람의 출렁임이 보였다. 누런 벌판으로 여름날 오후의 햇볕이 쏟아졌다. 눈이 부셨다. 그대로 서서 두 눈을 감고 두 팔을 한껏 벌렸다. 바람이 담아 오는 오래된 전설을 듣고 싶었다. 부드러운 저음색의 목관악기 소리가 끊이지 않고 바람에 실려 왔다. 한이, 처연함이, 소망이 스며 있는 소리였다. 바람은 손가락 사이를 간지럽히며 빠져나갔다. 노아의 이야기와 격조 높은 아르메니아의 문화와 검소한 신앙이 남아 있는 곳으로.
◇조지아 중서부 지역에서 꼭 가봐야 할 곳◇
우플리스치헤(Uplistsikhe)의 ‘고대 동굴도시’
기원전 10세기경에 만들어진 고대 동굴도시다. 바위를 깎아 공동 집회장소, 궁전, 와인 저장고, 감옥 등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태양신을 섬기는 종교도시였는데 기독교인들이 이주해오면서 그들의 삶의 터전이 됐다. 11세기에는 실크로드의 거점으로 인구가 2만여 명까지 늘어날 정도로 커졌지만 13세기에 몽골 침입으로 폐허가 됐다.
아할치헤(Akhaltsikhe)의 ‘라바티’(Rabati) 성’
13세기에 세워진 도시다. 조지아어로 ‘새로운 요새’라는 의미를 지닌다. 오스만 제국에 점령당할 때 구시가지에 있던 ‘라바티 성’은 폐허가 됐다. 2011년 복원을 시작해 새로 문을 열면서 조지아의 유명 관광지로 변신했다.
바르지아(Vardzia)의 ‘동굴도시’
쿠라 강변의 ‘에루쉐티’(Erusheti) 산비탈에 동굴을 파서 만든 도시다. 12세기에 몽골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짓기 시작해 타마르 여왕 때 완공됐다. 서쪽과 동쪽에 각각 6개의 수도원과 여왕 타마르의 방, 접견실, 회의실, 대장간 등 300여 개의 방과 25개의 와인 저장실로 이루어진 군사요새다. 한때는 5만 명을 수용할 만큼 큰 규모였다. 중세 때는 수도원으로 사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