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포에는 그곳만의 정서가 있다. 간판, 차림표, 의자, 그릇, 음식 그리고 주인과 오랜 단골들까지. 곳곳의 요소들이 어우러져 하루아침에 꾸며낼 수 없는 세월의 내공을 자랑한다. 이처럼 희로애락을 머금고 삶의 내공을 지닌 한국 노인의 초상(肖像)에 주목한 이가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 출신 화가 아론 코스로우(Aaron Cossrow, 37)다. 그는 어르신들의 얼굴을 그리며 켜켜이 쌓인 개인의 추억을 나누고, 그 속에서 가장 한국다운 문화를 발견해낸다.
15년 전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20대 청년 아론 코스로우는 영어 강사로 일하기 위해 처음 한국을 찾았다. 예술가의 길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아 방황하던 시기였다. 그렇다고 그림을 놓아본 적은 없었다. 벽화, 아크릴화, 애니메이션, 만화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며 자신의 진로를 끊임없이 고민해나갔다. 그는 한때 ‘소주킹’(Sojuking)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적이 있다. 이태원을 배경으로 한 일러스트를 창작했는데, 독특한 그림체로 누리꾼들 사이에 알려지기도 했다.
머나먼 타국에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으니 기분 좋은 성과로 받아들일 만한데도, 아론 코스로우는 여전히 갈증을 느꼈다. 그는 한 단계 높은 도약을 위해 유화를 시작했다. 도통 그림 실력이 늘지 않아 좌절하는 나날도 많았지만, 차분히 자신을 수련해나갔다. 동시에 초상화 모델을 찾기 위해 서울 곳곳을 누비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러던 그의 눈에 흥미로운 피사체가 포착됐다. 그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첫 작품이자 첫 유화 작품의 주인공인 ‘신당동 대장장이’였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만 해도 제겐 예술가로서 기회도 없었고, 기술도 부족했어요. 그러나 예술가가 자신의 길을 찾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했죠. 유화를 처음 시작했을 땐 너무 어려웠어요. 몇 년을 해도 늘지 않아 혼자 많이 울었습니다. 그러다 포토샵으로 디지털 페인팅을 하면서 조금씩 갈피를 잡았고, 작품을 해도 좋겠다 싶었죠. 당시 모델이 필요했는데, 신당동 대장장이가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40년 동안 한 가지 일을 해온 장인이셨죠. 귀가 잘 들리지 않아서, 아내분께 대신 부탁드려 허락을 받을 수 있었어요. 그렇게 첫 작품 이후 열흘에 한 명꼴로 새로운 인물을 그렸고, 현재까지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곳곳에 어린 영감, 한국은 거대한 미술학교
아론 코스로우는 2021년 1년가량 그린 작품을 모아 첫 개인전 ‘얼굴을 보이다: UNMASKED’를 열었다. 같은 해 두 번째 전시 ‘초상화 2021: Portraits’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는 20여 점의 초상화 작품을 망라해 ‘탑골공원의 소년들: The Guys in the Park’로 관람객을 맞았다. 전시는 작품의 주제와도 밀접한 탑골공원 인근, 서울노인복지센터 내 탑골미술관에서 한 달간 진행됐다. 탑골공원에 모여 매일 장기 두는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소년의 마음을 담아내고 싶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전시를 안내한 실버 도슨트 최명락(70) 씨는 “아론이 ‘한국은 나에게 거대한 미술학교와 같았다’는 인상적인 말을 했다. 그만큼 한국에는 작품에 영감을 주는 요소가 많다는 거였다. 관객들도 그런 작가의 작품에 감탄하고 여운을 많이 느낀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전시된 작품들을 보면 이태원 거리의 구두닦이, 불광동의 목재상, 을지로4가의 점심식사 배달부, 그리고 탑골공원에서 장기 두는 노인들까지. 특유의 색감과 질감 덕분에 인물의 정서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의 정취가 생생하게 느껴진다. 또 사실적인 요소들의 묘사가 가득해 단조로움을 느낄 새가 없다. 그림의 대상을 포착하고 그려내는 과정에서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 또한 배경과 디테일이다. 아론 코스로우는 이 모든 것을 통합하고 어우러지게 하는 일이 가장 즐겁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요소로 가득한 흥미로운 장소에서 흥미로워 보이는 인물일 때 모델로 선택하는 것 같아요. 제 작품에는 대략 100가지 디테일이 담겨 있다고 보는데요. 가령 ‘한남동에서의 치킨 파티’ 같은 그림을 보면 술자리를 즐기는 사람들의 표정, 테이블 위의 소주병, 껍질을 까놓은 귤과 옛날통닭까지 모든 요소 하나하나를 아름답게 어우러지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런 세부적인 것들로 그림을 가득 채웠을 때 관객에게도 흥미로운 이야기로 전달되는 것 같아요. 종종 제 작품을 본 분들이 어떤 공통된 경험을 말하거나 추억이 떠올랐다고 하는데, 그런 반응을 들을 때 가장 기쁩니다.”
사라져가는 장인들의 초상을 기록하다
그동안 한국에 살며 그가 흥미를 느낀 배경은 이태원, 인사동, 을지로, 종로 등이다. 특히 을지로에서는 꽤 의미 있는 작업도 진행했다. 바로 ‘을지로3가의 장인들’ 프로젝트다. 아론 코스로우는 최근 재개발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노동자들의 모습에 주목했다. 언젠가 사라질지 모르는 지역민들의 모습을 기록하고자 했고, 작품 중 가장 큰 사이즈의 대형 유화를 그렸다. 그림에는 총 23명의 을지로 장인들의 모습이 담겼다. 작품이 완성됐을 때 그는 을지로 골목에서 팝업 전시를 열고 주인공들과 함께 막걸리를 나눠 마시며 위로를 건네기도 했다. 국적을 떠나 따뜻한 정을 나누고, 그들의 상황에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기존 노동자들이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게 너무 슬펐습니다. 저는 그런 개발이 진정한 개발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기존의 고유한 문화를 파괴하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아파트를 들여놓는 게 과연 유익할까요? 프로젝트 당시 저는 100년 넘은 인쇄기를 보기도 했고, 수십 년 세월 숙련된 장인들도 만났습니다. 그런 오랜 역사를 지닌 동네는 갑자기 하루아침에 만들어낼 수도 없고, 돈으로 살 수도 없습니다. 사실 역사라고 말하는 걸 좋아하진 않아요. 왜냐하면 그건 그들이 사라졌다는 걸 의미하니까요. 그들은 아직 존재하잖아요. 나중에 진짜 역사로 남게 된다면, 사람들이 제 그림을 보며 이곳이 얼마나 특별했는지 되새겼으면 해요. 아마 사라지기 전까지는 그 특별함을 깨닫기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이 거리가 흔하디흔한 카페와 뷰티숍 등으로 뒤덮이는 순간, 과거의 활기찼던 문화를 그리워할 테죠.”
아론 코스로우는 하루하루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이 쌓여 세월이 묻어난 것들에 애착을 갖는다. 그런 요소들이야말로 가장 꾸밈없이 진실된 모습으로 짙은 아름다움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는 기성세대의 모습을 통해 한국 고유의 문화와 정서를 강하게 느낀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연세 지긋한 노인들이 자주 등장한다. 모델로 그들을 바라보지만, 성실히 자신의 삶을 꾸려온 그들의 모습에서 그가 살아가야 할 길을 발견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제가 그려온 노인 대부분은 지난날 매우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살아왔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매일매일 신발을 고치는 구두수선공, 새벽부터 지하철 역사를 깨끗이 치우는 청소원, 손님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식당 주인. 모두가 멋진 삶을 이루고 계셨습니다. 그런 분들을 보며, 저 또한 좋은 삶을 위해 평생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걸 깨닫곤 해요. 제가 계속해서 지금과 같은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그것이 좋은 삶이 아닐까 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하고 발전해서 더 많은 대중에게 제 작품을 선보일 수 있길 바랍니다.”
초상화를 그리는 그에게 꼭 필요한 마중물이 있다. 바로 그림의 모델이 될 인물이다. 끝으로 그는 작품의 주인공이었던, 그리고 주인공이 될 한국의 어르신들에게 감사 인사를 남겼다.
“제 경우에는 작품 하나만으로 의미를 전하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그린 그림들을 모두 아울러 종합적인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봐주시면 좋겠고, 그 속에서 공유되는 어떤 메시지가 전해지길 원하죠. 제가 만나온, 만나게 될 분들의 삶을 관통하는 ‘모두의 기억’을 포착해나가고 싶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제가 사진 찍고, 그림 그리고, 이야기를 듣도록 허락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그동안 제 작품 의뢰에 응해주시고 관대하게 대해주신 어르신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수많은 작품을 만들고, 지금의 실력을 키울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제겐 여러분이 진정한 인생의 챔피언입니다.”
취재 협조 탑골미술관
최근 해외의 실버타운은 노후에 삶을 더욱 활기차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다양한 세대와 어울리고 단지 내에서도 커뮤니티를 활발하게 운영하면서, 사회에서 고립되는 것이 아니라 관계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추세를 반영해 새로운 실버타운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를 경험한 나라들의 실버타운은 다양한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해외 실버타운의 특징을 꼽자면 △민간과 공공 주도 △세대와의 교류다. 미국은 민간 참여가 활발하고, 일본은 공공이 민간참여를 유도한다. 유럽은 복지 측면이 강조된 실버주택 사업이 많다. 세대와의 교류는 전 세계 실버타운이 따라가는 추세다.
유럽에서는 실버타운을 복지의 관점으로 바라본다. 독일의 경우 연금이나 보험금으로 실버타운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구조이며, 부족한 부분은 국가가 보조해준다. 사회복지법인만 운영 주체가 될 수 있어, 민간 주도 실버타운보다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본은 부동산, 버스회사, 보험사 등 다양한 주체가 실버타운을 운영한다. 50세대의 작은 규모부터 대형 실버타운까지 다양한 형태의 유료 노인홈(실버타운 공식 명칭)이 운영된다. 일본 실버타운 1위로 꼽히는 베네세 스타일 케어는 자체 브랜드 내에서 고급형・중급형을 나누어 운영해 다양한 이용자가 입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비스 제공 고령자 주택’이라는 새로운 실버타운도 등장했다. 도심의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해 노인이 살기 좋은 배리어프리 주택을 만들고, 간호・청소・돌봄 등 본인이 필요한 서비스만 계약해 거주하는 형태다.
미국은 민간이 주도해 말 그대로 마을 형태의 실버타운이 자리 잡고 있다. 1960년대부터 건설된 CCRC(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가 대표적이다. 약 3000개의 CCRC가 조성되어 있다. 과거에는 날씨가 온화하고 전원생활이 가능한 곳에서 대규모 주택단지로 이른바 ‘은퇴촌’을 이뤘다면, 최근에는 자신이 살던 지역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어 하는 노인이 많아 여러 지역에 실버타운이 지어지고 있다.
다양한 주거 형태, 세대가 어우러지는 곳
해외의 실버타운은 다양한 세대가 함께 교류할 수 있도록 한다. 일본 도쿄 에도가와구에 위치한 고토엔은 노인주거시설과 유치원을 함께 운영한다. 매일 등교하는 아이들과 고령자가 아침 인사를 나누고 운동을 함께 한다. 점심에는 고령자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선생님과 함께 아이들을 돌본다. 미국의 에덴 얼터너티브는 강아지・고양이・새 등 반려동물을 들일 수 있도록 한다. 다양한 연령층과 쉽게 만나 활동할 수 있도록 요양원 내 어린이집과 놀이 공간 등도 설치했다. 지역사회에 고령자가 잘 녹아들도록 가정 돌봄기관 ‘에덴 홈’, 인지 돌봄기관 ‘에덴 라이프 롱 리빙’ 등도 운영한다. 에덴 얼터너티브는 미국에서 시작해 영국, 호주, 독일 등 19개국으로 확장됐다.
해외 추세에 따라 우리나라에도 새로운 형태의 실버타운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오는 12월 개소하는 KB골든라이프케어의 첫 실버타운 ‘평창카운티’는 평수에 상관없이 보증금을 3000만 원으로 통일해 입주 문턱을 낮췄다. 서울시에서 계획하고 있는 공공실버타운 ‘골드빌리지’도 중산층을 위한 실버타운이다. 고덕양로원 부지, 서울혁신파크 부지에 시범사업으로 진행된다.
서울시의 공공실버타운은 세대 통합도 표방한다. 실버타운 주변에는 지역 수요를 고려한 체육시설, 종합복지관, 아동 돌봄시설, 북카페 등을 두어 세대 통합형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해 여가, 돌봄, 의료 서비스를 복합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경기도 의왕시에 지어진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도 여러 세대가 함께 살도록 단지를 설계했다. 오피스텔은 젊은 세대에게 공급하고 노인복지주택은 고령자에게 공급해 커뮤니티 시설을 함께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것. 마곡에 지어진 롯데 VL르웨스트는 국내 실버타운으로는 처음으로 반려동물 동반 입주 시스템을 도입했다. 반려동물 건강 케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클래스 등 함께 일상을 보낼 수 있는 서비스도 만든다고 한다.
최근 롯데, KB 등 대기업이 실버타운 시장에 뛰어들고 유튜브나 매체를 통해 실버타운이 소개되면서 60대의 입주 문의 전화가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이용자는 여전히 70~80대가 대부분이어서 실버타운도 고령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 실버타운은 대부분 고급화를 지향해 아직은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입주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법적으로 실버타운의 정의가 애매하고, 공공의 지원이 없어 민간 기업 진입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대형화・고급화 추세는 여전하지만, 최근 반려동물 동반 서비스, 중산층을 위한 실버타운, 세대 교류 서비스 등이 접목되는 것은 긍정적이다. 앞으로 더 많은 고령자가 실버타운에서 활기차고 안락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실버타운 시장 활성화를 위한 공공의 법 개정과 지원,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도움말 이지희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수원여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참고 보험연구원 ‘실버산업 해외사례와 활성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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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에서 내려 북적이는 부산역 역사를 빠져나온다. 역 광장을 가득 채운 건 가을 햇살이다. 그것은 체로 거른 듯 맑아 상큼하다. 발길에 절로 탄력이 붙는다. 부산역 맞은편 초량동 골목엔 ‘이바구길’이 있다. 부산 동구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옛날 동네다.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을 통해 동네의 근현대 문화와 풍속을 더듬을 수 있는 곳이다.
이바구길 초입엔 ‘구 백제병원’이 있다. 국가등록문화재로 ‘근대건조물’이라는 팻말을 달고 있는 서양식 건물이다. 그런데 외관이 범상치 않아 도드라진다. 일제강점기인 1927년에 지은 건물이지만 어떻게 된 영문인지 멀쩡한 외모를 유지한 게 아닌가. 100년 풍상에 시달린 건축이라면 보통 낡은 기미를 풍기게 마련이다. 시들고 삭은 기색으로 시간의 횡포를 웅변하거나 고색창연한 운치를 돋우기 십상이다. 그러나 애초 워낙에 잘 지은 덕분일까, 이 4층짜리 적벽돌집 외형은 전혀 손상되지 않았다. 당대의 첨단 건축 기법을 통해 등장한 건물인 걸 직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내부는? 아쉽게도 원형을 많이 잃었다. 1972년에 발생한 화재로 많은 것이 잿더미로 스러졌다. 외부와 달리 목재를 주재료로 사용한 탓에 피해가 컸다. 이후의 보수 작업은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건물주는 원형을 복원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벽면과 바닥의 형태는 물론 천장을 도배한 그을음까지 그대로 놔두었다. 기본이 원체 튼실해 뼈대까지 손볼 필요는 없었다. 이를테면 벽체 거죽이 얼마나 단단한지 콘크리트못 하나 박아 넣을 수 없었다니 말 다했다. 현재 이 빈티지한 건물 1층엔 카페가 있다. 묵은 세월이 새겨 넣은 신비감까지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재생 공간만이 가질 수 있는 투박함과 묵직함에 예술적 디테일, 나아가 건물 역사의 스케일까지 가세해 민감한 이들의 오감을 자극한다. 2층엔 창비출판사가 차린 복합문화공간 ‘창비 부산’이 있다.
저 옛날의 백제병원은 외과의사 최용해가 지은 대형 사립병원이었다. 그런데 건물의 용도 변화 여정이 다채로워 흥미롭다. 개업 5년이 지난 1932년, 최용해는 기묘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일본으로 야반도주를 했다. 그러면서 건물은 동양척식회사로 넘어갔다. 이후 ‘봉래각’이라는 이름의 청요릿집이 들어섰다. 중일전쟁이 터지면서는 일본군 장교 숙소로 쓰였다. 해방 직후엔 부산 치안사령부 건물로, 1950년엔 중국 임시대사관으로,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엔 개인에게 불하되면서 예식장으로 바뀌었다. 이후의 양상은 생략하더라도 어지러울 지경으로 변동이 잦았던 걸 알 만하다. 말하자면 ‘구 백제병원’은 부산의 사회사와 풍속사가 압축파일처럼 내장된 건물이다. 따라서 보존할 가치가 있다. 모든 게 변한다는 걸, 흘러가고 지나간다는 걸, 세상에서 나그네 아닌 게 없다는 걸 일깨우는 공간이기도 하다. 상승도 추락도, 기쁨도 슬픔도 그저 지나가는 것일 뿐이련만, 고정불변의 것으로 바라보는 착시와 오해를 교정하라 묵시하는 곳일 수도 있다.
아슬아슬한 ‘168계단’이 품은 사연
이바구길을 따라 이제 언덕으로 올라간다. 언덕을 움켜쥐고 빼곡히 들어앉은 집들이 보인다. 간혹 새집도 섞여 있지만, 주로 자그맣고 오래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간신히 숨을 쉬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이곳은 삶의 변방이었다. 한국전쟁 피란민들의 천신만고한 생활이 펼쳐졌던 곳이다. 의지가지없던 피란민들은 이곳에 판잣집을 짓고 살았다. 피란민뿐이랴. 부두 노동자, 자갈치시장 일꾼, 공장 근로자, 영세상인 등 중심부에서 소외된 서민들이 초량동에서 비지땀을 쏟으며 간절한 삶을 꾸렸다. 이바구길은 이렇게 유적처럼 남은 과거사의 명암과 요철을 이바구하는 길이다. 동네에 고인 문화적 요소를 두레박으로 길어 올려 가시적으로 재구성한 문화재생 테마길이다.
볼거리는 충분히 많다. 발목 잡힌 듯 딱 멈추게 되는 건 ‘168계단’ 앞에서다. 좁고 길고 가파르기 짝이 없다. 허공에 펼친 사다리처럼 아슬아슬한 계단이다. 산동네 사람들은 이 험악한 계단을 오르내리는 수고를 면제받지 못한 채 생활을 도모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저 아래 있었던 우물물을 퍼 나른 루트였으며, 노동의 피로를 한잔 술로 달래고 휘청휘청 집으로 돌아가는 가장들의 발길에 닳고 닳은 계단길이었다. 희망을 품고 고역을 감수했던 주민들의 일상이 계단에 비쳐 먹먹하다.
‘168계단’ 옆에는 ‘김민부 전망대’가 있다. 부산에서 출생해 31세 아까운 나이에 요절한 시인 김민부를 기리는 공간이다. 그의 시는 빼어났으나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 거의 잊힌 시인이 됐다. 가곡 ‘기다리는 마음’의 작사자로 알려진 게 고작이다. 일찍이 김민부 시의 천재성을 증언한 논자들이 다수였지만 정작 그는 궁핍에 시달렸다. 시는 현실의 중력을 벗어나 높이 날았으나 종단엔 실존의 비애로 무너졌다. ‘김민부 전망대’에 오르거든 그의 이름을 가슴으로 한번 호명해볼 일이다. 참으로 반가운 건 부산에서 ‘김민부 문학제’가 연례행사로 펼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속세란 더러 경박하지만 야박한 것만도 아니다. ‘168계단’을 거쳐 언덕 중턱에 이르면 ‘유치환의 우체통’을 만날 수 있다. 부산 동구에서 살다 타계한 유치환 시인을 추모하며 만들었다. 마음에 둔 이에게 쓴 편지를 우체통에 넣으면 1년 뒤에 배달된다. 과거나 미래의 자신에게 쓰는 편지여도 좋겠다.
발길은 이제 ‘문화공감 수정’에 닿는다. 일제가 조선 침탈의 교두보로 삼았던 부산엔 일본식 가옥이 여럿 있다. ‘문화공감 수정’은 개중 번듯하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이 지은 일본식 전통 목조주택이다. 창호 문양 같은 세부 장식의 다양성, 걸음을 옮길 때마다 급변하는 실내 공간 구성이 특징적이다. 한옥과 달리 복도 공간을 정교하면서 활달하게 구사한 대목 역시 일식의 전형이다. 이모저모 본때 있게 지은 집이다. 관리 상태도 최상이다. 전국에 적산가옥(敵産家屋, 자기 나라나 점령지 안에 있는 적국 소유의 집)이 남아 있지만 이곳처럼 잘 보존된 집이 드물다고 한다.
1943년에 지어진 이 집은 해방 뒤 한국 사람에게 불하된 뒤 ‘정란각’이라는 고급 요정으로 쓰였다. 2007년에 이르러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적산가옥을 쳐다보기조차 싫어했다. 부끄러운 역사의 잔재로 인식해 철거나 개조를 능사로 삼았다. 그러나 적산가옥을 모조리 없애버린다면? 그럼 일본 정부가 반색하지 않을까? 침략의 증거물이 사라지니까.
가해자와 피해자의 역사가 겹으로 엉겨 있는 ‘문화공감 수정’은 캄캄했던 전 시대를 돌아보게 한다. 이곳 내부는 기능성과 미학으로 빼어나다. 온통 유리창을 낸 전면으로 들이치는 정원 풍경도 수려하다. 한때 이곳은 카페 공간으로 소비되었다. ‘인스타 핫플’로 유명했다. 그러면서 역사적 상징성이 흐려졌는데, 2021년 문화유산국민신탁이 역사 전시공간으로 전환했다. 옳은 결정이다.
정정숙 부산동구문화원 원장대행
“부산 동구는 부산 문화의 본산지다”
‘부산 동구를 알면 부산 전체가 보인다’는 말이 있다. 지역사와 문화 측면에서 동구에 유형・무형의 많은 자산이 깃들어 있다는 뜻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동구엔 인적・물적 유입은 물론 문화 교류의 통로인 부산역과 부산항이 있다. 정정숙 문화원장대행은 이와 같은 정황을 근거로 ‘동구가 부산의 뿌리 역할을 했다’고 본다.
“동구는 1876년 부산항이 개항한 이래 명실상부한 부산의 관문으로 기능했다. 부산역 역시 문화자산을 축적하는 문물의 유입 경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러한 교통의 발달과 더불어 동구의 문화가 성장했으며, 여기에서 나온 에너지는 부산 전역의 문화에 영향을 미치며 확산됐다. 동구의 문화는 한마디로 부산 문화의 본산이자 압축판이라 할 수 있다. 부산이라는 지명 자체가 동구에 있는 증산에서 유래했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동구의 문화 파워를 대표하는 공간을 꼽는다면?
“동구의 히스토리를 고스란히 담은 문화재생 테마 골목길인 ‘이바구길’이다. 이 길은 부산시가 2011년부터 추진한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을 통해 탄생했는데, 매우 재미있고 매력적인 곳이다. 꼬불꼬불 연달아 이어지는 골목길을 오르내리며 만날 수 있는 풍경과 명소마다 많은 이야기가 서려 있다. 길을 걸으며 과거를 만나고, 그러다 문득 현재를 돌아볼 수 있는 곳이다. 이바구길 인근에 있는 차이나타운과 연계해 답사하면 한층 즐겁다.”
31세에 요절한 천재 시인 김민부를 기리는 ‘김민부 문학제’가 부산에서 운영되고 있어 반가웠다. 문학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다시피 한 이름이라서.
“김민부 시인은 우리 동구의 수정동에서 태어났다. 그의 시혼을 기리기 위해 이바구길에 ‘김민부 전망대’를 조성했지만 미흡하다는 생각을 금할 길이 없다. 공간 확장이나 시인을 재조명하는 문학 행사 활성화 대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본다.”
부산동구문화원이 추진하는 역점 사업을 소개해달라.
“우리는 25개의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구민들의 호응도가 매우 높다. 특히 ‘노래교실’이 인기다. 무려 500여 명의 주민이 참여해 노래를 즐긴다. 옛 추억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디지털 파일로 변환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 역시 반응이 좋다.”
예술 프로젝트 ‘꿈의 오케스트라 부산’을 운영하는 목적과 성과도 궁금하다.
“‘꿈의 오케스트라’는 문체부가 주관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국가 사업으로 전국 여러 곳에서 펼쳐진다. 부산에서는 유일하게 동구문화원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베네수엘라에서 시작된 불우 청소년을 위한 음악 프로그램 ‘엘 시스테마’의 한국형 모델이다. 음악의 힘으로 사회에 희망을 부여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 단원은 오디션을 통해 뽑은 초2부터 고2까지 60명, 음악감독 1명, 강사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성과는 매우 크다. 정기 연주회와 작은 연주회를 활발하게 펼치고 있으니까. 무엇보다 아이들이 음악을 즐기며 밝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라 다행스럽다. 이 아이들 중에서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나올 수도 있을 테고.”
도서관도 카페처럼 자주 머무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도서관에 방문하여 책과 오랜 시간을 보내자.
다산성곽도서관
서울 중구 동호로17길 173
서울의 성곽길에 위치한 도서관. 자연의 싱그러움을 내부 공간에 표현하여 편안한 독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청운문학도서관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36길 40
작은 폭포가 보이는 한옥 도서관이다. 다양한 문학책을 읽으면서 아지트 같은 한옥에서 사색을 즐기자.
삼청공원 숲속도서관
서울 종로구 북촌로 134-3
삼청공원 내에 위치해 있어서 산책하다가 들러도 좋은 곳. 아늑한 공간에서 도서관 나들이를 하는 건 어떨까.
아차산숲속도서관
서울 광진구 워커힐로 127
아차산 어울림정원 옆에 위치한 도서관이다. 숲속에서 책 읽는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야외 책 쉼터에 머물자.
오동숲속도서관
서울 성북구 화랑로13가길 110-10
목재 건축물이 돋보이는 숲속 도서관. 창가에 자리 잡으면 숲의 풍경을 바라보며 휴식할 수 있다.
“손에 돈을 쥐고 있으면 병원에서 문전박대 당하진 않을 거라고 믿었어요.”
어머니는 딸 앞으로 암보험, 실비보험 등 보험만 4개를 들었다고 했다. 40대 초반의 딸은 유방암으로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항암치료를 했지만 결국 말기 환자가 됐다. 주치의는 집 근처 호스피스를 알아보라고 했는데 모녀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남편과 이혼 후 홀로 키운 딸이고, 모녀가 함께 살 집 장만을 위해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여태껏 죽도록 일만 한 딸이었다. 그리고 딸은 오래된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암이 발견됐다.
집 근처 병원을 마다하고 서울의 유명한 대형병원을 찾아가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그날부터 담당 교수는 신이었고, 병원은 신전이었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모녀는 살아남기 위한 갖은 고생 외엔 딱히 행복을 느낄 여유조차 없는 삶이었기에 딸의 암진단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어머니는 건강보험이 되지 않는 새로운 항암치료를 대비해 여러 가지 보험을 들었다. 그 어떤 가능성도 놓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암의 진행은 멈추지 않았고, 임상시험 치료까지 참여했지만, 야속하게도 암세포가 척추까지 퍼져 딸은 하반신 마비가 진행됐다. 그러자 주치의는 치료 중단과 함께 퇴원을 요구했다. 대신 집 근처 호스피스를 알아봐 주겠다고 했다.
모녀는 떠밀리다시피 퇴원을 했다. 딸은 평생 일해 장만한 그 오래된 아파트에서 눈을 감는 게 소원이었다. 그래서 호스피스는 가지 않고 집에서 지냈다. 일어나 걸을 수도 없는 딸을 보며 어머니는 매일 눈물을 흘렸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은 고열과 함께 오한으로 온몸을 덜덜 떨었다. 의식도 흐려지는 것 같아 놀란 어머니는 119를 불렀고 근처 병원으로 이송하려 하자 딸은 서울의 대형병원 환자라며 당장 그곳으로 가달라고 졸랐다. 응급실에는 4일을 머물렀다. 각종 검사가 다시 진행됐고, 요로감염이라며 항생제 처방과 함께 퇴원이 결정됐다. 하지만 너무 놀란 어머니는 입원을 원했다. 그러나 병실이 없다며 거절당했고 담당 교수는 끝내 얼굴조차 볼 수 없었고 대신 젊은 전공의는 왜 호스피스를 가지 않냐 재촉했다. 단 한 번도 거부나 주저함 없이 하라는 대로 다 했는데 이제와서 버려진다고 생각하니 배신감이 밀려왔다. 문전박대를 당하는 기분이었다.
택시를 타고 그 병원을 떠나면서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겠다고 모녀는 다짐을 했다. 그렇게 한강변을 달리던 택시 차창 밖으로 다른 병원 한 곳이 눈에 들어왔다. 어머니는 도저히 다시 집으로 돌아갈 엄두가 안 나 입원을 부탁할 요량으로 택시를 돌려 무작정 그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다행히 그곳에는 호스피스 병동이 있었고 때마침 병실도 하나 비어 있어서 바로 입원을 할 수 있었다. 생각지도 않은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하게 된 그 날의 상황을 나중에 모녀는 신의 인도라고 말했다.
마치 길을 잃은 나그네가 안식처를 만난 것처럼 그들은 그곳에서 따뜻함을 느꼈다. 일일이 그곳의 간호사와 자원봉사자 이름을 거론하며 그곳에서의 추억을 내게 풀어냈다. 그곳에서 2주가량을 쉰 후 딸은 다시 그 오래된 아파트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불안해하는 어머니에게 그곳 호스피스에서는 가정형 호스피스를 제안했다. 호스피스를 운영하는 집 근처 병원의 가정형 호스피스를 신청하면 집에서도 통증 조절과 영양수액 등 의료적 처치를 받을 수 있다고 알려줬고, 그렇게 이 모녀는 내게 연결됐다.
우리 병원 호스피스팀은 딸이 마지막 눈을 감을 때까지 정기적으로 딸이 평생을 바쳐 장만한 그 아파트를 방문했다. 우리가 방문할 때마다 어머니는 어김없이 딸이 우수사원이 되어 받은 상패를 꺼내 어루만지면서 그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를 말했다. 그리고 왜 억척스럽게 살아온 자신들에게 이런 시련이 닥쳤는지 눈물을 쏟아냈다. 그 다음은 어김없이 자신들을 버린 서울의 대형병원에 대한 원망으로 이어졌다. 차라리 용기 있게 의미 있는 마지막 시간을 갖도록 일찍 안내했으면 증오가 덜 했을 텐데, 계속해서 새로운 치료를 제안하며 희망을 주었던 것들조차 이제 모두 원망스럽다고 했다. 여전히 상심과 원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녀를 보며 우리는 안타까웠다. 우리 호스피스팀은 후원회의 도움으로 두 모녀에게 바다가 보이는 멋진 호텔에서의 추억 여행을 선물했다. 그리고 얼마 후 딸은 그 오래된 허름한 아파트에서 어머니와 친척들 가운데 눈을 감았다. 나중에 전해 듣기로는 어머니는 그 집이 너무 싫어 팔고 이사를 갔다고 했다.
나는 여전히 돈을 쥐고 있으면 병원에서 문전박대 당하지 않을 거라 믿었다는 어머니의 말이 떠오른다. 눈을 감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 대형병원과 담당 교수로부터 버림받았다며 ‘배신자’라는 말을 입에서 놓지 않던 딸의 목소리도 귓가에 맴돈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니 지방에서 서울로 몰려드는 암환자가 1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병실이 없어 대형병원 옆에는 지방 환자들이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위해 수일에서 수주 간 머물다 가는 고시원 같은 환자방이란 게 생겼다고 한다. 그리고 대형병원은 전국에서 몰려오는 암환자로 호황을 누리며 수도권에 큰 규모의 분원들을 건립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로 서울로 몰려드는 환자 중에 완치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셀 수 없는 말기환자들도 함께 발생하고 있다. 대형병원들은 암센터를 키우고 분원도 새로 건립하면서 그 말기환자에게 일말의 따뜻함을 건넬 수 있는 작은 호스피스 병동을 만드는 것에는 왜 그리 야박한 것일까? 지금도 암환우 카페에 들어가면 말기진단 후 쫓겨나듯 퇴원하는 환자와 가족들의 서러움 담긴 글들이 끝없이 올라온다.
갑자기 다큐멘터리 일본영화 ‘엔딩 노트(Ending Note)’의 한 대사가 떠올랐다. 주인공은 69세의 말기위암환자다. 그는 선거에서 평생 지지했던 여당 대신 처음으로 야당에게 표를 주면서 이렇게 말한다.
“암 환자에게 따뜻하길”
병원과 의사들은 수술도 함암치료도 하지 않는 말기암환자들에게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일본 히로시마의 12만 5000명이 사는 어촌 소도시 오노미치는 청바지와 자전거로 유명하다. 이런 상품이 지역 특산물이라는 의미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아이템을 매개로 지역 혁신과 이주 유입을 활성화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
바지 산업
원산지가 미국으로만 알려진 청바지가 일본의 몇 개 지역에서는 꽤 유명한 지역 아이템으로 활용되고 있다. 가장 유명한 오카야마부터 그 인근에 위치한 오노미치도 청바지 산업으로 유명하다.
염색이나 직조 기술 등 전문기술이 필요한 청바지 산업이지만, 오노미치 청바지는 산업 확산을 위해 재미있는 프로젝트들을 시도해 주목받고 있다.
2013년부터 시작된 ‘오노미치 데님(청바지) 프로젝트’는 지역 주민들에게 두 벌의 새 청바지를 나눠주고 1년 동안 입게 한 뒤 다시 수거해 이를 재판매한다. 지역의 장인들은 수거한 청바지의 흔적을 최대한 살려 재가공해 판매한다. 이 프로젝트를 최초로 기획한 지방 부흥 회사 디스커버링크 세토우치는 일상생활에서 입어 낡은 중고 청바지를 지역 산업 발전과 연결하고자 한다. 오노미치 청바지는 히로시마의 오노미치 데님 숍에서 해당 청바지가 어떻게 상품화되는지 스토리를 들은 후에 구입할 수 있다.
2014년에는 오노미치 데님 숍을 지어 사람들이 청바지 문화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2015년에는 ‘여행하는 청바지’라는 콘셉트로 일본 국내뿐 아니라 해외(독일, 과테말라, 스리랑카 등)를 여행하며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과 장인의 스토리를 엮었다. 시간을 들여 좋은 물건의 가치를 알리고 사람들과의 인연을 형성한 것이다.
복합문화공간
‘Cycle, Travel and Good Things’라는 테마로 운영되는 상업 시설 U2는 자전거 숍, 잡화점, 레스토랑 등을 운영한다. U2에는 라이더들이 묵을 수 있는 ‘호텔 사이클’이 있다.
연간 전 세계 사이클 라이더 30만 명이 오가는 지역에 위치한 오노미치는 라이더에게 특화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베터 바이시클(Better Bycle) 서비스를 통해 자전거 대여뿐 아니라 지역에서 가볼 만한 코스와 캠핑 정보도 제공한다.
공유공간으로 탄생한 빈집
한 귀향자의 블로그에서 시작된 비영리단체 ‘오노미치 빈집 프로젝트’는 커뮤니티를 통해 빈집을 재생한다. 커뮤니티 직영으로 20여 곳의 빈집을 게스트하우스, 카페, 다목적 공간 등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주자들이 충분히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주고, 이사할 때는 주민들이 돕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활동가, 건축가 등이 힘을 합쳐 빈집 개조를 지원한다.
빈집 개조 과정에 참여하는 모두가 합숙하면서 빈집을 재생하고,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 모두의 시간이 헛되지 않고 의미 있다는 것을 알린다.
빈집 개조를 통해 만들어진 공유공간 오노미치 셰어는 바다와 산 사이에 위치하며, 일하기와 놀기를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공간을 목표로 한다.
지역 공부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이주자를 위해 호텔 컨시어지처럼 이주 상담을 진행한다. 공간 대여뿐 아니라 카페와 자전거 렌털 서비스, 회원을 위한 택배 수령 서비스도 제공한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장’을 제공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여 교류를 낳고 거기에서 새로운 기획과 프로젝트가 탄생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다.
좋은 지역에서 만드는 삶
좋은 지역에 산다는 것은 좋은 삶을 만든다는 것이다. 보통 좋은 지역에 산다는 것은 우수한 시설을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에 직면한 지역 현실에서는 일단 잘 사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적절하게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인구가 감소한다면 몇 명으로 늘어나는 게 좋을까, 초고령화가 문제라면 고령자들에게 좋은 지역 조건은 무엇일까에 대해 먼저 주민들에게 물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는 의견 합의를 통해 지역의 좋은 모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순차적인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좋은 지역의 조건은 이미 정해져 있다. 좋은 사람, 좋은 주거지, 좋은 학교와 교육, 다양한 일 방식과 일자리, 부와 자원이 유출되지 않는 것, 안전한 삶, 마지막으로 풍부하고 개방적인 관계가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정부의 세금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지역의 조건을 잘 아는 사람들이 현장에서 시도하는 노력에 따라 다양한 모델이 형성될 수 있다. 더 나아지기 위해서는 많은 것이 필요하겠지만 비관적인 시나리오에 절망한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가능성을 생각하며 하나의 아이템이라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제대로 마무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화려한 말잔치와 공허한 이벤트의 반복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일본은 저출산 고령화의 영향으로 매년 약 450개의 학교가 문을 닫는다. 일본 정부는 2010년부터 폐교를 활용해 지역 재생을 하는 '모두의 폐교'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문을 닫은 학교를 다른 시설로 재활용하는 프로젝트다.
문부과학성의 2022년 ‘폐교시설 등 활용 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폐교 전국 활용률은 80%에 이른다.
공립 폐교는 영어마을, 드론 조종사 양성 교습소, 스타트업 육성시설, 자동차 전시장, 양조장, 물류 센터, 고령자 주택, 숙박 시설, 글램핑장, 레스토랑, 목공실, 수족관, 체험형 농업 테마파크 등으로 재활용되고 있다. 도심에서는 사무실, 요양 시설, 대학 캠퍼스 등으로도 사용된다.
폐교가 새로운 시설로 활용될 수 있는 건 2010년부터 문부과학성이 ‘모두의 폐교’(みんなの廃校)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부과학성은 폐교 정보를 공유하면서 시설 활용을 원하는 희망자와 폐교를 소유한 지방 자체 단체를 연결해주고 있다. 지자체의 귀중한 재산으로서 폐교가 지역 특성에 맞게 재활용됨으로써 지역 활성화나 산업 진흥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각 지자체는 폐교가 잘 활용될 수 있도록 토지 용도 변경, 리모델링이나 증축에 필요한 서류 등 소통해야 하는 행정기관 창구를 일원화해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0.8명으로 우리나라도 문을 닫는 학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폐교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참고할 수 있도록 문부과학성에서 공유한 대표 폐교 활용 사례를 소개한다.
1. 오와니 자연 마을 생햄 공방
(おおわに自然村 生ハム工房)
아오모리현 오와니초 오와니 제3초등학교는 생햄을 만드는 공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아오모리현에서 나는 원육을 생햄이나 비엔나 등으로 가공하는 공장이다. 이 학교는 목조 건물이어서 통기성이 좋아 생햄 제조에 적합했다고. 더불어 생햄을 만드는 과정 중 초기 작업을 체험하는 공방도 운영한다. 교무실은 냉장실로, 보건실은 작업실로, 각 교실은 햄 건조장으로, 현관은 훈연고로 리모델링 했다. 농업을 가공 산업 및 서비스업과 융합해 농촌에 새로운 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산업을 6차 산업이라고 하는데, 이 사례는 지역의 원육을 사용하고, 햄으로 가공하면서 지역에 고용 창출까지 할 수 있는 6차 산업 사례로 꼽힌다.
2. 나메가타 파머스 빌리지
(なめがたファーマーズヴィレッジ)
이바라키현 나메가타시 야마토 제3초등학교는 체험형 농업 테마파크 ‘나메가타 파머스 빌리지’로 변모했다. 나메가타시의 특산물은 고구마다. 폐교가 된 야마토 초등학교에 고구마를 주제로 식품 가공 공장, 뮤지엄, 레스토랑, 카페를 설치했다. 학교 주변에는 숙박시설, 클럽하우스, 고구마 농장, 고구마 저장고 등을 지어 학교를 중심으로 농업 테마파크를 만들었다. 학교의 현판을 그대로 두어 학교라는 흔적을 보존했고, 학교를 둘러보면서 고구마에 얽힌 역사와 지식을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했다.
3. 드론 기술연구소
(サイトテック㈱本社・技術研究所)
야마나시현 미노부초 나카토미 중학교는 주식회사 사이트텍의 본사이자 기술연구소로 사용된다. 현재로써는 기술연구소로 드론의 시험비행 등으로 이용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드론 개발, 제조, 검사, 연수 등 다양한 업무에 활용할 예정이다. 바람의 영향이 있어 학교 체육관과 같이 드론을 비행하면서 시험할 수 있는 대형 공간이 필수적이라고. 다만 학교였던 곳을 사업장으로 이용하게 되면서 소방법 규제 등을 지자체가 조율해주며 폐교 활용에 도움을 줬다.
4. 나라현 카시하라 종합 청사
(奈良県橿原総合庁舎)
나라현 구이세이 고등학교는 나라현 카시하라의 종합 청사로 이용된다. 나라현 중부 지역의 행정 시설을 집약한 종합 청사다. 약 8개의 사무소가 모여있는 곳이다. 이를 통해 행정 서비스를 일원화할 수 있었으며, 행정시설 관리 경비 절감 등의 효과를 얻었다. 넓은 운동장을 주차장으로 활용, 휴일이나 주말에는 민간에 개방해 야마토 미야마(大和三山) 산의 절경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5. 히카리 양식장
(ひかり養殖場)
시마네현 이즈모시 광중학교는 카와하기(カワハギ, 취치의 일종)를 기르는 육상 양식 시설로 활용하고 있다. 바다에서 양식하는 것이 아니라 육상에서 새로운 어종을 키우는 방식으로 쇼와 개발공업소와 JR서일본 이노베이션즈가 새롭게 제안한 비즈니스다. 쇼와 개발 공업의 아라키 카츠유키(荒木克之) 사장은 광중학교 졸업생으로 폐교가 된 곳을 어떻게든 다시 살리고 싶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키운 카와하기는 지역 음식점, 간토·간사이 지역으로 출하된다. 새로운 산업의 발전과 함께 고용창출, 민간사업자 등과의 교류를 기대하고 있다.
6. 글램핑장
(グランピング)
시즈오카현 시마다시 유니치초등학교는 글램핑장으로 거듭났다. 후지산 시즈오카 공항 등에서 이용하기 좋은 위치에 있다. 5종류의 21개 텐트 등을 설치했다. 교내에는 교실과 교장실 등을 리모델링해 샤워룸, 대욕장을 만들었다. 기존 체육관에서는 각종 체육 활동을 할 수 있다. 글램핑장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시마다시의 지역 식재료 등을 이용하거나 주변 시설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교류인구 증가나 지역 이주로의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또한 학교 시설을 이용해 지역 주민 커뮤니티로 활용 등도 고려하고 있다.
“웃음이 없는 하루는 낭비한 하루다.”
- 찰리 채플린(1889~1977)
우하하하하하하하!
한 번 더!
우하하하하하하하!
독자 여러분, 일단 웃고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웃을 일이 없다고요?
속 편한 소리 하지 말라고요?
걱정이 태산인데 웃음이 나오냐고요?
그러니까 웃어야 합니다.
그럴수록 웃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웃어야 합니다.
웃지 않으면 병이 옵니다.
웃음에는 삶의 통찰과 지혜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소고기 사주는 사람을 주의하세요.
대가 없는 소고기는 없습니다.
순수한 마음은 돼지고기까지예요.”
허리가 꺾어질 만큼 웃었던 게 언제인지 떠올려봅시다. 흉도 허물도 없이 마냥 좋은 친구, 내 사정 속속들이 알고 있는 친구를 만나러 가는 날, 저만치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구부정한 어깨에 팔자걸음 딛는 사람을 보는 순간, 한눈에 알아보고 실실 웃기 시작합니다. 시간은 훌쩍 열아홉 나이로 미끄러져 들어갑니다. 그러다 도로 앞까지 마중 나가 얼굴 마주하자마자 입꼬리가 귀에 걸리도록 웃습니다. 말 한마디 없이 보기만 해도 웃깁니다. 웃는 나를 보고 친구는 더 크게 웃습니다.
사랑하면 예뻐지는 이유
카페에서 혹은 거리에서 사랑에 빠진 사람은 한눈에 티가 납니다. 옆에서 듣기에 말 같지도 않은 말에도 활짝 웃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도 깔깔거리고, 별것 아닌 걸 보면서도 키득키득합니다. 두 눈을 반짝이며 상대가 하는 말에 귀를 쫑긋 세우고, 시답지 않은 얘기에 손뼉을 치며 웃음이 떠나지 않습니다. 그 순간엔 정말 세상 부럽지 않을 만큼 아름답고 잘생겨 보이기까지 합니다. ‘좋을 때다’ 이러고 지나가는 독자 여러분, 당신도 그렇게 예쁘고 멋진 순간이 있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다시 사랑하고 다시 웃고 다시 아름다워집시다.
완벽한 커뮤니케이션 수단
‘소가 웃을 일이다.’ 기가 막히고 어이없는 일을 당했을 때 흔히 쓰는 표현입니다. 이 말은 소는 웃지 못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동물도 감정을 느끼고 밖으로 드러내지만 기쁨을 웃음으로 표현하지는 못합니다. 필자도 ‘벼리’라는 반려견과 16년째 같이 살고 있지만 단 한 번도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으니까요. 동물은 사람과 달리 안면 근육이 웃을 수 있게 발달되지 않은 데다 생존에 웃음이 필수적이지도 않습니다. 웃음은 인간이 지닌 심리적 반응이며, 문화적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복잡한 감정과 생각을 웃음 속에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눈웃음, 코웃음, 너털웃음, 헛웃음, 비웃음, 박장대소, 파안대소, 포복절도, 요절복통 등 갖가지 웃음으로 우리 마음 상태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우리 몸에는 완벽한 약국이 있다.
우리는 어떤 병도 고칠 수 있는 강력한 약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웃음이다.”
– 노먼 커즌스(1915~1990)
만병통치 명약이 공짜
컬럼비아대학교 졸업 후 ‘뉴욕 이브닝 포스트’ 기자로 활동하다 ‘새터데이 리뷰’로 옮긴 뒤 30년을 편집장 겸 발행인으로 활동한 노먼 커즌스(Norman Cousins)는 50대 초반 강직성 척추염이라는 희귀병에 걸려 침대에서 옴짝달싹 못 한 채 통증에 시달렸습니다. 병원에서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깨달은 그는 근처 호텔에 방을 잡고 코미디 비디오를 빌려 보며 실컷 웃었습니다. 한참을 웃고 나니 극심한 고통이 사라지고 염증 수치가 줄어들었으며, 어느새 진통제 없이도 편히 잠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웃음 치료 효과를 몸으로 입증한 그는 6개월 만에 다시 걷게 되었고, 두 해 뒤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노먼 커즌스는 한 발 나아가 의과대학과 병원 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웃음이 가진 의학적 효과를 집중적으로 연구해 75세 되던 해 ‘웃음의 치유력’(원제 Anatomy of an Illness)이라는 책을 펴냅니다. 출간되자마자 엄청난 반응을 얻으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됩니다. 그는 유효기간이 없어 부패하지도 않는 최고의 명약이 바로 웃음이며, 만병을 막아주는 방탄조끼가 웃음이라고 역설합니다. 게다가 웃음은 공짜입니다.
웃음이 주는 백만 가지 효능
‘웃음학’을 개척한 노먼 커즌스의 ‘웃음의 치유력’을 비롯해 리 버크와 스탠리 탠 의대 교수가 발표한 논문 ‘웃음과 면역체계’, 40년 가까이 웃음을 연구해온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프라이 박사 등의 연구를 종합해 대표적인 웃음 효능을 정리해보았습니다. 매일 아침 큰 소리로 읽어보고 한바탕 웃으며 하루를 시작하면 건강과 행복이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라 믿습니다. 웃음으로 불치병을 이겨낸 노먼 커즌스는 웃음이야말로 참으로 놀랍고 긍정적인 최고의 약이자,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라 고백했습니다.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야 할 이유를 자신의 전 생애를 통해 증명해냈으니까요.
▶웃으면 통증을 줄이는 호르몬이 200~300배 많이 나옵니다.
▶웃다 보면 면역력이 증가하고 감기를 예방합니다.
▶웃음은 천연 혈액순환 개선제입니다.
▶웃으면 화난 사람이 아니라 환한 사람이 됩니다.
▶웃을 때 제일 예쁘고 가장 멋있습니다.
▶웃으면 어려 보입니다.
▶웃음은 조직의 유대감을 높여주고, 창의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합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지면 관계상 이하 생략합니다.
가장 빨리 웃는 방법 : 까꿍 인사
숨 막히는 긴장 상황에서 누군가 터뜨린 웃음이 관계를 탁 풀어줄 때가 있습니다. 막힘을 뚫어주고 관계를 되살려주는 웃음이란 선물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요. 아이 같은 마음, 동심을 회복하는 것이 웃을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억지로 웃기도 힘든 당신께 가장 쉽고 빨리 웃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바로 까꿍 인사입니다. 필자가 강의 초반에 객석을 돌아다니며 나누는 절차입니다. 까꿍 하면서 화내는 사람은 여태 보지 못했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저와 같이 해보겠습니다. 두 사람이 짝을 지어 먼저 오른손으로 악수하며 “반갑습니다” 하고 인사합니다. 이번에는 악수한 오른손 위로 왼손을 마주 잡고 악수하며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합니다. 이제 가장 중요한 순간입니다. 악수로 교차한 양손을 머리 위로 들어 상대와 눈을 맞춘 채 ‘까꿍’ 하고 인사합니다. 백이면 백 반드시 웃음이 터집니다. 꼭 해보셔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는 게 까꿍 인사입니다. 20대 젊은이부터 70~80대 어른까지 직접 같이 해보고 드리는 말씀입니다.
누구와도, 어떤 자리에서도, 공적이든 사적인 모임이든 관계없이 ‘까꿍 인사’를 하는 순간 웃음이 빵 터집니다. 아이를 보듯 마음이 무장해제되면서 한순간에 활짝 열립니다. 웃을 수 있는 마음의 상태가 됩니다. 지름길이 맞으니 꼭 자주 해보시기 바랍니다. 당장 남편, 아내와 해보시면 압니다.
공자 맹자 노자 대신 웃자 살자 놀자
어떨 때는 웃음이 백 마디 말보다 훨씬 효과가 크고 반응도 즉각적입니다. 나라마다 언어, 문자는 달라도 웃음은 만국 공용어로 만인 소통 수단이 됩니다. 특히 함께 웃을 때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고, 같은 생각이라는 맞장구, 같은 편이라는 신호를 나타내는 관계의 척도가 바로 웃음입니다. 미국의 뇌과학자이자 심리학 교수인 로버트 프로바인은 연구를 통해 인간은 혼자 있을 때보다 다른 사람과 같이 있을 때 30배 더 많이 웃는다고 밝혔습니다.
웃음이라는 신이 주신 선물을 마다해서야 되겠습니까. 얼른 받아서 잘 써먹어야 합니다. 공자도 맹자도 노자도 좋지만 성인 말씀 그대로 실천하기 무척 힘듭니다. 하지만 웃으며 살고 재밌게 노는 건 우리가 해볼 만합니다. 웃자, 살자, 놀자, 그리고 지화자! 웃으면 복이 와요.(笑門萬福來) 한 번 웃으면 한 번 젊어지고, 한 번 화내면 한 번 늙어지니까요.(一笑一少 一怒一老) 우하하하!
영화에 나오는 요리 장면은 입맛을 돋게 만든다.
다채로운 디저트부터 레스토랑 음식까지 눈으로 맛보며 영화를 감상하자.
아메리칸 셰프(2015)
티빙, 왓챠, 웨이브, 넷플릭스 시청 가능
주인공은 레스토랑 오너에게 메뉴 결정권을 뺏긴 후 쿠바 샌드위치 푸드트럭에 도전한다. 실화 바탕 영화로 몰입감은 두 배.
라따뚜이(2007)
웨이브 시청 가능
생쥐 ‘레미’는 재능 없는 요리사 ‘링귀니’의 요리모 안에서 그를 조종한다. 점차 둘은 환상의 요리 실력을 발휘하는데, 과연 오래갈 수 있을까?
해피 해피 브레드(2012)
웨이브, 왓챠 시청 가능
부부가 새로 오픈한 ‘카페 마니’에는 유쾌한 이웃들로 웃음이 가득하다. 맛있는 빵과 요리를 통해 손님들에게 행복을 전하고자 한다.
엘리제궁의 요리사(2015)
웨이브, 왓챠 시청 가능
‘라보리’는 우연한 기회에 대통령의 개인 셰프로 엘리제궁에 입성하게 된다. 대통령의 입맛을 사로잡은 음식들로 맛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줄리 & 줄리아(2009)
왓챠, 티빙, 웨이브 시청 가능
‘줄리아 차일드’는 명문 요리학교 출신 프렌치 셰프다. 요리 블로거 ‘줄리’는 줄리아의 요리책으로 레시피에 도전하며 점차 꿈을 키워간다.
●Exhibition
◇제10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일정 11월 7일까지 장소 광주비엔날레전시관
광주광역시가 주최하고 광주디자인진흥원이 주관하는 ‘제10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11월 7일까지 광주 시내 일원에서 열린다. 2005년 창설된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이하 디자인비엔날레)는 세계 40여 개국이 참여하는 등 세계적인 종합 디자인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디자인비엔날레는 나건 홍익대 교수가 총감독을 맡았으며, ‘Meet Design’(디자인을 만나다)을 주제로 한다. 국내외 작품 2718점을 전시, 역대 최대 작품 수를 기록했다.
광주비엔날레전시관에서 진행되는 본전시는 4개(테크놀로지·라이프스타일·컬처·비즈니스) 주제로 구성됐다. 1관 ‘테크놀로지’에서는 AI, IoT 가전 등 4차 산업 기술과 접목된 새로운 미래 디자인을 소개한다. 2관 ‘라이프스타일’에는 인간이 살아가는 생활 방식을 디자인으로 표현한 작품이 전시됐다. 3관 'K-컬처'에서는 K-조형, K-팝, K-뷰티, K-웹툰 등 다양한 주제와 관점의 디자인을 만날 수 있다. 4관 ‘비즈니스’는 디자인이 경제, 산업, 문화 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대전엑스포´93 : 과학 신화가 현실로
일정 11월 5일 장소 서울역사박물관 1층 로비 전시실
대전시와 서울역사박물관이 공동 기획했으며, 대덕특구 50주년 및 대전엑스포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시에서는 당시 엑스포 준비 과정과 시대 배경을 소개한다. 대전엑스포 개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한 국내 첫 즉석식 복권, 행사장에서 직접 관람객과 소통했던 인공지능 이동 로봇 케어-투(CAIR-2)와 그 기술을 발전시킨 인간형 로봇 아미(AMI) 등을 만날 수 있다. 지난 30년간 과학 발전을 이루며 달라진 한국의 위상 또한 확인 가능하다. 김용석 서울역사박물관장은 “대전 시민의 염원을 넘어 전 국민의 열렬한 응원이 담겼던 1993년 대전엑스포의 열기와 추억을 공유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Stage
◇레미제라블
일정 10월 15일 ~ 11월 19일
장소 부산 드림씨어터
연출 크로스토퍼 키
출연 민우혁, 최재림, 김우형, 카이, 조정은, 린아 등
뮤지컬 ‘레미제라블’이 10주년 기념 공연을 펼친다. 2013년 초연, 2015년 재연을 통해 약 60만 명의 누적 관객을 동원했고, 2013년 ‘제7회 더뮤지컬어워즈’ 5개 부문 수상, ‘제19회 한국뮤지컬대상’ 4개 부문을 수상하며 대중과 평단의 극찬을 받은 작품이다. 이번 세 번째 시즌은 무려 8년 만의 공연이다. 더욱이 제작사는 “1년여 동안 까다롭고 철저한 오디션을 거쳐 최고의 캐스팅을 완성했다”고 자신해 기대감을 높였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레미제라블’은 19세기 비참한 삶을 사는 소시민들이 프랑스혁명을 일으키는 과정을 그린다. 부산 이후 서울, 대구로 무대를 이어간다.
◇마리 퀴리
일정 11월 24일 ~ 2024년 2월 18일
장소 서울 홍익대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연출 김태형
출연 김소현, 이정화, 유리아가, 강혜인, 효은, 최지혜 등
2020년 초연과 재연을 거친 뮤지컬 ‘마리 퀴리’가 3년 만에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다. 한국뮤지컬어워즈 대상 수상작으로, 최근 일본 라이선스 공연이 호평을 받았다. 10월 부산, 11월 대구(11~12일) 이후 서울에서 공연을 펼친다. 최초로 노벨상을 2회 수상한 여성 과학자 마리 퀴리의 삶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마리 퀴리는 라듐을 발견해 명성을 얻지만 자신의 연구가 초래한 비극적인 진실을 목도한 후 고민에 빠진다. 마리 퀴리 역에 뮤지컬 배우 김소현이 캐스팅됐다. 오랜만에 무대에 복귀하는 그가 보여줄 연기가 기대를 모은다.
◇카페 쥬에네스
일정 11월 26일까지
장소 대학로 TOM(티오엠) 2관
연출 오인하
출연 차용학, 최정헌, 랑연, 조윤영, 이봉준 등
연극 ‘카페 쥬에네스’는 1920년대 말 일제강점기의 경성을 배경으로 한다. 제목의 ‘쥬에네스’는 프랑스어로 ‘청춘’(Jeunesse)이라는 뜻이다. 극에서는 애국과 매국을 강요받고 혹은 선택하며,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 삶을 던질 수밖에 없었던 청춘들의 희생과 그 속에 담긴 사랑을 이야기한다.
극본 및 연출은 배우 출신 오인하 작가가 맡았다. 연극 ‘B클래스’, ‘Memory in dream’(메모리 인 드림), ‘그때도 오늘’ 등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주목받은 오인하 작가는 장르작에 처음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