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부동(和而不同)의 음식 라면

기사입력 2016-07-25 12:38 기사수정 2016-07-25 12:38

라면은 밥은 먹기 싫고 가볍게 한 끼 때우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는 한 끼 주식이 되기도 하면서 끼니 사이 출출함을 달래줄 간편한 간식이기도 하다. 우리나라가 1인당 라면 소비량이 세계 1위라고 하니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국민이 사랑하는 식품임엔 분명하다.

필자 또한 새로운 라면이 출시되면 꼭 맛을 보는 라면 마니아다. 캠핑 할 때 야외에서 먹는 라면 맛과, 해외 여행할 때 외국 음식에 질리고 집밥 생각날 즈음 끓여 먹는 라면 맛이란 가히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다. 다이어트를 할 때도 항상 시험에 빠뜨리고 결국 의지를 꺾게 만드는 원흉이 가족들이 야식으로 끓이는 라면 냄새와 딱 야식시간에 맞춰 방영되어 침샘을 자극하는 라면 광고 이다.

이런 라면을 많은 사람이 건강을 이유로 피해야 할 음식으로 꼽곤 한다. 나트륨 함량이 높고 면을 기름에 튀겨 지방 함량 또한 높으니 특히 우리 시니어가 살짝 멀리해야 하는 음식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너무 자주 먹지만 않는다면 영화 제목처럼 ‘파 송송, 달걀 탁’ 넣고 5분이면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라면을 한 번쯤 끓여 먹는 것도 건강에 크게 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신경이 쓰인다면 면을 한번 삶아내고 건져서 다시 끓인다든지, 스프의 양을 줄이는 방법. 그 외 몸에 좋은 채소 나 우유 등을 첨가하여 끓여 먹는다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걱정을 조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라면의 매력 중 으뜸은 다른 음식 또는 식재료와의 조화다. 라면에 콩나물을 넣고 청양고추만 넣어도 시원한 해장라면이 되고, 된장만 살짝 풀고 파, 마늘, 채소를 첨하가면 구수한 장국라면이 되기도 한다. 그뿐인가? 천원 남짓의 인스턴트 음식 라면이 때론 그 비싼 식재료 문어와 만나서 문어라면이 되기도 하고, 때론 대게를 넣어 대게 라면을 끓여 내기도 한다. 오징어, 꽃게 어떤 해물을 넣어도 해물탕 과 같은 시원한 라면을 만들 수 있으니 그 응용력이 참으로 다양하다.

더 화려한 변신으로는 라면에 버섯(과하게는 송이버섯) 들을 넣고 끓인 버섯라면 전골, 소고기와 갖은 채소를 넣으면 쇠고기라면 전골 이 소박한 라면의 변신은 무한하다.

이 때 그 어떤 화려한 식재료를 넣어도 라면이 다른 음식이 되지 않고 앞에 첨가된 재료 이름이 수식어가 되는 그저 문어라면, 대게라면 인 것이다. 모든 재료를 어우르지만 절대로 라면이 아닌 다른 음식이 되지 않는다.

반대로 라면이 엑스트라로 들어가는 음식을 보자. 그 대표적인 음식이 부대찌개. 라면이 들어가지 않은 부대찌개를 상상할 수 있을까? 떡 볶이, 김치찌개 그 외 많은 음식에 사리로 들어가기도 한다. 이 때의 라면 역시 본래의 음식에 들어가 어우러지며 맛을 배가 시키지만 라면 본연 성질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어떤 음식에 어떤 역할로 들어가든 어우러지되 같아지지 않는 진정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음식인 것이다.

요즘은 젊은이들이 친구나 연인을 집에 들일 때 예전의 ‘커피 한잔 하고 갈래’라는 말 대신 ‘라면 먹고 갈래?’ 로 바뀌었다. 넌지시 그렇지만 강렬한 유혹의 뜻으로 쓰는 말이다.

날씨가 많이 더우니 뜨거운 라면 대신 나만의 레시피로 시원한 냉 라면을 만들어 가볍게 한끼 해결해 보자.

“냉라면 드시고 가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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